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환상문학전집 13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이매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선물받은 책을 비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영 아닌 책을 “대단한 책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리뷰의 신뢰도를 더 중요하게 아는 나는 일단 비판을 한 뒤 그분에게 가서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곤 한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선물해주신 분은 내가 평소 존경하는, 소위 말해서 내공 있는 분이다. 그분이 주신 책이라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영 아닌 거다. ‘이 남작의 모험은 모두 사실이다’라며 걸리버, 신밧드, 알라딘이 서명을 한 대목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재미가 없었으며, 유치의 극치였고-도끼를 던졌는데 달에 가서 박혔다는 둥-잔인하기까지 했다. 예컨대 저자는 단지 가죽을 얻기 위해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던 곰 천마리를 죽인다.

“칼을 놈(곰)의 한쪽 뒷발에다 휘둘렀더니 발가락 세 개가 떨어져 나갑디다...주머니칼을 꺼내 제일 덩치 큰 곰의 어깨를 쑤셔 버렸습니다...나는 같은 방법으로 놈들을 하나하나 몰살키셔...”

여기에 무슨 교훈이나 유쾌함, 하다못해 전복성이 있는가?


인종에 대한 편견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흑인들이 노예로 쓰기 위해 백인들을 끌어간다는 얘기를 하는 대목.

[검은 인간, 즉 흑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선단과 마주쳤습니다. 이 비열한 인간들은...유럽인들이 타고 가던 배를 포획...노예로 부리려고....콘월 지방까지 선단을 보낸 것입니다...농장에서는 채찍질로 사람들을 길들여 가며 남은 평생 동안 죽도록 일을 시켰고 말입니다]

중세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흑인=노예’의 등식과는 매우 달라 당황스럽다. “흑인들이 마음에 지닌 야만적인 편견, 즉 백인들은 영혼이 없다는 편견”이란 대목도 도처에 만연한 인종주의를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튼 남작은 흑인들의 노예선을 공격, 가라앉혀 버린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백인들을 구해 냈지만, 흑인들은 모두 물속으로 다시 밀어 버렸습니다]

먼 미래에 자신의 조국-남작과 저자 모두 독일인이다-이 유태인을 학살하고 제국주의의 첨병 노릇을 하게 되는 걸 안다면,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할까?


흑인에 대한 적대감 이외에, 아프리카에 대한 노골적 폄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왕은 우리를 고등한 인간으로 여겼기 때문에 우리 견해라면...존중했습니다..우리는 영국의 정치 체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그들의 정부를 조직하도록 가르침을 주었고..]

이렇게 잘해주려 하지만, 남작은 이내 아프리카인들에게 실망한다.

[관대함은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지요. 어떤 영혼들에게는 정중함이라는 것이 아무 효과도 없고 강제력만이 존경과 숭배를 불러일으킬 뿐...]

건질 게 하나도 없는 이 따우 책이 300년 동안이나 독자에게 읽히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읽는 중간에 선물을 해준 그분께 물어봤다. “저...이 책 별로 재미 없던데요”

그분의 대답, “재미 없어요. 저도 읽다가 관둔 책이어요!”

미리 물어보기 다행이다 싶었다. 그 말을 듣지 못했다면 이런 리뷰를 쓰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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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6-0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따우님처럼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은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어요. 마치 돈키호테의 또 다른 버젼처럼 느껴졌던 흥겨운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네요. 아까비...도서관에서 이 책을 지나치면서 담번에 읽을 거 없음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예요.
그나저나 이 아름다운 일요일, 마태님과 제가 한꺼번에 악평을 썼네요. 너무너무 반가워요 히히. 그리고 책 주신 분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서 기쁘군요 :)

마태우스 2005-06-0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호호 맞습니다
따우님/죄송하다뇨. 이 책, 달거리 모임 때 받은 책이죠 아마? 그때 따우님이 책을 주셨을 때, 뭐라도 주고자 하는 마음이 고마웠어요. 알라딘 분들은 만날 때마다 책을 선물하는 게 거의 관행이 되어 있더이다. 이 책을 어릴 적에 읽으셨단 말이죠. 으음... 저도 그때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릴 때의 전, 지금도 그렇지만 굉장히 유치했었거든요^^ 글구 님 내공 있는 분 맞아요. 제게 언제나 가르침을 주시는데요
사과님/아름다운 일요일, 전 12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잠을 잤습니다. 또 졸려요... 그나저나 사과님은 저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ceylontea 2005-06-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히나 2005-06-06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도 웃기지, 마태우스님 악평 땜에 지금 궁금해질려는 참이어요 ㅎㅎ

클리오 2005-06-0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보니 저런 책이었군요.. 이런....

stella.K 2005-06-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 유명한 책인 줄 알았더니 읽지 말아야겠군요. 그래도 제가 선물해 드린 책이 좀 낫죠? 별 세개를 주셨으니...마태님께 어떤 책을 선물해 드려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흐흐.

마태우스 2005-06-0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그 책 리뷰 때문에 제가 얼마나 죄송했다구요... 님은 마음이 너무 여리세요. 험한 세상을 어찌 사시려는지....^^
클리오님/어릴 때 저런 책을 읽으시다니, 역시 님의 내공이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란 말입니다.
 

 

 

 

 

6월 3일, 오늘을 내가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오른쪽 위부터 시작한 나의 잇몸수술 & 사랑니 제거는 한바퀴를 돌아 왼쪽 아래에 이르렀다. 드디어 끝이다. 끝났다는 환희 대신 입이 너무도 아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치과를 나왔다.


-5월 13일, 잇몸수술을 시작한 날. 부위는 오른쪽 위. 13일의 금요일날이다. 이날도 난 울었다. 그때의 아픔을 10으로 매겼다. 닷새간 죽만 먹었다.

-5월 20일, 오른쪽 아래. 두 번째 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아팠다. 아픔 지수 3. 이런 식이면 나머지 두 번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에 밖에 나가서 고기도 먹었다. 오른쪽 잇몸이 안닿게 하면서 술도 마셨다.

5월 27일. 왼쪽 위. “이쪽은 잇몸이 너무 안좋네” 하면서 내 후배는 한시간 반 동안 내 입을 작살내 놨다. 왼쪽, 오른쪽을 다 못쓰게 되었으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오른쪽으로 죽을 먹었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잇몸이 아파왔다. 아픔 지수 20.


6월 3일, 왼쪽 아래. “여기는 그래도 괜찮으니 금방 끝나겠지?”란 내 말에 후배는 그렇다고 했다. 다만 사랑니가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어 뽑기가 여간 어려울 거라고 한다.

“에이, 김선생 기술 좋잖아! 난 믿어”

이러고 의자에 누웠는데.........


1시간 40분이 넘게 후배는 내 입을 작살내 놨다. 아픔 지수는 40 정도? 참고로 내가 정한 인간의 한계는 20 정도다.

사랑니를 빼는 건 차라리 쉬웠다.

후배는 “사랑니 바로 밑이 이가 완전히 녹아버렸네. 내가 살리려고 노력은 해볼게”

그래놓고는 그쪽 부위를 학대한다. 여간해서 아프단 말을 안한 나지만, 계속 “으으--” 신음소리를 냈다.

“거의 다 했어, 형”

이 말을 하고 나서 후배는 50분을 날 의자에 앉혀 놓았다.


원래 난 기자가 써달라고 한 책의 50자평을 치과 진료 중에 생각하려고 했다. 그거 생각하고 있으면 아픈 걸 잊을 수 있잖는가. 초반에 4개를 생각해 냈고, 누운 채로 종이에 적었다. 하지만...아픔이 심해지면서 내 머리는 굳어버렸다. 아무 생각도 안났다. 의자에서 내려 후배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눈물이 주르르 났다. 코로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


사랑니를 뽑은 뒤 꿰메는 것도 오래 걸렸다. “한바늘만 더”라고 해놓고선 네댓 바늘은 꿰맸나보다. 마취가 풀려서 그런지 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유난히 아팠다. 이제 끝인가 했더니 간호사가 고무 패킹을 해준단다. 지난번에 떨어져서 고생했다고 말해서인지 튼튼하게 한다고 십분이 넘게 내 입을 괴롭혔다.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미안하다면서 계속 아프게 한다. 다시금 눈물이 났다. 순전히 아파서.


이제 내게 사랑니는 없다 (사랑니와 더불어 누군가를 사랑할 정열도 사라진 건 아닌지...). 그리고 잇몸은, 관리만 잘 한다면 문제없이 살 수 있단다. 몰래몰래 마시긴 했지만, 내가 인생에서 한달간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기로 빠진 걸 보니, 화류계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도 큰가보다. 당장은 아니지만 일주일 후 쯤엔 다시금 알콜계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경제야, 일주일만 기다리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치과 가라고 한다. 스켈링 하라고 권한다. 내가 십여년간 잇몸을 방치함으로써 그 좋은 이빨을 이리 만든 게 한스러워 그러는 거지만, 치과라는 게 자발적으로 가게 되는 곳은 아닌지라 별 효과는 없을 듯하다. 그들 중에는 나처럼 “아 그때 민이 말 듣고 치과 갈 걸” 하면서 후회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는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하지만 대개는 건강을 잃은 뒤에야 그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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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6-0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그고통이 뼈저리게 실감나는군요..
고통지수 40....ㅠ.ㅠ
저도 치과 같다고 맘만 먹은지 6개월인데..빨리 가야겠어요

미완성 2005-06-0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짭니다. 마태님 눈물이 배어서 그런가봐요. 흙!

비로그인 2005-06-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랑니가 단 두개밖에 없음을 감사드리나이다. 그나마 하나는 이미 뺐고...흐흐흐~ 잇몸,,, 그건 좀 걱정됩니다만,,,,,
어쨌거나 마태님, 쾌차하실 일만 남으셨네요, 아자아자!

깍두기 2005-06-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사랑니 뺄 때 별로 안 아프던데......마태님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냐요?(미안*.*)

미완성 2005-06-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알라딘을 방황하고 계신 영혼들, 역시 사랑방같은 마태님 서재에 모두 모이게 되는 군요 흐흐흐흐흐

LAYLA 2005-06-0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흙흙흙흙........................저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거 같아요.......고통을 이렇게 전달해주시다니.......

울보 2005-06-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랑니 안났는데요,,

조선인 2005-06-0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언니, 마태우스님 놀리지 말아요. 저도 사랑니 뺀 다음 이틀 동안 출혈이 안 멈춰서 얼마나 고생했다구요. 흙흙흙. 마태우스님이 부러워요. 전 아직 1개 더 빼야한단 말입니다. 흙흙흙. 언제쯤 용기를 긁어모을 수 있을런지. 흙흙흙.

진/우맘 2005-06-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켸켸켸켸켸~~
=3=3=3

어룸 2005-06-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고생많으셨음다, 이제 푸욱 쉬셔요^^;;;;
그나저나, 으음...저는 아래쪽 사랑니 두개 남았는데 노후대책으로 안뽑고 계속 남겨놓을랍니다. 결코 마태우스님의 글을 읽고 너무 무서워져서가 아니어요!! 노후대책이라구요!! >.<

클리오 2005-06-0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사랑니 세 개 남았어요.. 다 뽑으라고 이야기안하고 썩어도 때워주던걸요? ^^ 치과는 안좋다 싶을 때 미리미리 가는게 역시, 고통을 없애는 최상의 방법인것 같아요.. 많이 아프시죠, 어쩌나.....

마냐 2005-06-0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날리님 수술기 못지 않은, 엄청난 스토리임다. 아니, 안다는 분, 동종업계 선배도 저리 당하다니...라는 생각도...^^;; 암튼, 사랑할 정열은 당근 남았을테니 씰데없는 걱정 마시구요. 아직 한놈 남은 저나...세놈이나 남은 클리오님 처럼 사랑니 갈길 먼 다른 분들을 보며 위안삼으시길...ㅋㅋ

진주 2005-06-0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저는 아직 태어나서 치과치료를 한 번도 안 받았어요...
치아는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사랑니 하나(하나 밖에 없어요)가 썩고 있는데..이거...이젠 무섭네요.....

2005-06-0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5-06-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가보긴 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무서워서 못가게 만드는 글..@@;;

2005-06-0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6-0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매년 스켈링만 받으시면 저처럼 고통을 겪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사진으로 보기엔 님의 치아 상태 좋아보이던데요

2005-06-06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의사고시

의사가 되려면 해부학, 생화학 같은 기초과목을 먼저 배우고, 내과, 외과같은 임상과목을 배운다. 하지만 의사고시에는 임상만 나온다. 미국은 기초가 끝나는 본과 2학년에 기초종합시험을 통과해야 임상평가를 볼 자격이 주어진다는데.


내가 의대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은 다 그랬다.

“너희 때부터 의사고시에 기초가 출제된대. 안됐다. 역시 의대는 빨리 졸업해야 해”

기초 문제가 출제되는 게 왜 안되냐면, 배운 지 너무 오래 되어 다 까먹은 상태니 시험에 임박해서 기초를 다시 공부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 과목도 공부할 게 많은데 언제 기초까지 보고 있담? 환자를 볼 때 기초에서 배운 지식을 써먹는 일은 별로 없는데. 우리들은 ‘의사고시 기초 출제설’에 긴장했지만, 내가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도 기초과목이 출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때와 난 입장이 달라졌다. 학생 때는 “기초가 출제되면 어떻게 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의사고시에 기초가 출제되면 대학마다 기초 과목에 대해 투자를 할 거니까. 해부학이나 생화학보다 학점 수가 적은 우리 과목같은 경우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전임교수를 두지 않는 대학이 대여섯 군데 되는데, 기초가 의사고시에 포함되면 그 대학들도 다 교수를 뽑지 않겠는가. 사람은 입장에 따라 이렇듯 간사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2005년 현재에도 의사고시에 기초과목이 포함될 전망은 전혀 없다.


2. 보건원

난 보건원에서 군 복무를 했다. 서울에 있다는 잇점 때문에 난 보건원에 가는 걸 무척이나 바랐고, 결국 됐다 (기생충은 나 혼자밖에 없는데 뭘...). 그때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보건원이 경기도 오송인가 하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 오송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내가 출퇴근 하는데 상당히 지장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에 대해 보건원 사람과 얘기했더니 걱정 말란다. 십년 전부터 나오던 소리라나.


난 결국 3년을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보건원에서 보냈다. 옮기기는커녕, 새 건물도 여럿 지었다. 말은 이렇다. 이동식으로 지었으니 트럭에 싣고 가면 된다고. 다른 사람한테 “이동식 건물이란 게 있는데, 트럭에 실으면 된데”라고 했더니 다들 나한테 이런다.

“너 또 뻥이지!”


내가 제대하고 나서도 여전히 보건원은 불광동에 있는데, 얼마 전 보건원 사람을 만나니까 진짜로 옮긴단다. 땅이 팔렸다나 어쩐다나. 난 제대를 했으니 상관이 없...지는 않은 것이, 같이 일을 하려면 거기도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난 옮기지 않기를 바란다. 팔린 그 땅, 내가 다시 사버릴까.


3. 출퇴근버스

내가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출퇴근 버스가 곧 없어진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긴장했다. 버스비라도 아껴야 할텐데 큰일이네?


7년째인 지금도 출퇴근 버스는 잘 다닌다. 그동안 내 입장에도 변화가 생겨, 난 출퇴근 버스 대신 기차를 훨씬 더 선호한다. 없어지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어졌고, 없어질 것 같지도 않지만, 없어진다면 좀 서운할 것 같다. 어제처럼 강남에 약속이 있을 때 퇴근버스를 타면 양재역 그리고 강남역에 딱 내려 주니까. 게-다-가. 내가 버스를 안타게 된 이유가 너무 밀려서였는데, 천안까지 지하철이 개통된 뒤부터는 거의 안밀린다. 그래서 요즘 아예 출퇴근 버스를 이용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출퇴근 버스가 없어진다는 소문은 2000년 정도까지 무성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소리를 안한다.


4. 결론

소문은 사실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먼 미래의 일을 당장 닥쳐올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긴 힘들다. 소문은 소문일 뿐,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 그래 스물넷이 어려워져서 알라딘에게 합병된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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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6-0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오늘 울면서 서재마실 다녔는데, 웃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marine 2005-06-0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역시 마태우스님의 유머는 짱!! ^^

진/우맘 2005-06-0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나는 교봉이라고 들었는데....ㅡ,,ㅡ

진주 2005-06-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끼리 이러고 있는데 정작 알라딘이......헉 이런, 불길한 상상이 있나...

oldhand 2005-06-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린 그 땅, 내가 다시 사버릴까. --> 이 부분에서 재벌 2세의 강력한 포쓰를 느꼈습니다. 역시. 절 거두어 주세요. 마태님. 털썩.

마태우스 2005-06-0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알아보니까 좀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갈 기관은 가야죠.... 글구 올드핸드님 거두는 비용도 만만치 않더이다. 그래서 포기했다는..
진주님/어머 그런 상상을 하시다뇨...안돼요! 그럼 진주라도 팔아야지...
진우맘님/어머 진우맘님 오래 쉬시더니 유머가 많이 떨어졌네요...
나나님/헤헤 부끄럽게 왜이러세요^^
숨은아이님/음,....어느 대목에서 웃으셨을까..전 잘 모르겠는데...혹시 마지막 대목?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5-06-04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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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을 알게 된 것은 <수수밭으로 오세요>라는 작품을 읽으면서였다. 출판사에 있는 초등학교 동창이 소개해 줬는데, 나중에 내가 잘 읽었다고 얘기하니까 “그 작가, 자신이 실제 사는 모습도 그래”라고 말해준다. 소설이라는 게 상상력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체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품을 쓰기는 힘들 것이다. 나같은 재벌2세가 피폐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을 쓸 수 없는 것처럼. 그 이후 난 공선옥이 내는 책은 거의 다 샀지만, 그 이전에 나온 책들은 살 생각을 못했다. 로드무비님의 이벤트가 아니었더라면 공선옥 자신의 삶을 담담히 기술한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를 읽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내주신 로드무비님께 감사드린다.


-책을 읽기 전에는 생활에 찌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얘기만 나오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저자는 농촌의 훈훈한 인정을 실감나게 묘사하며, 농촌 마을의 풍경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계절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밤에도 울어쌓던 매미 소리가 그치고 이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립니다]

어릴 적, 목욕탕에 도사리고 있는 귀뚜라미에 놀라서 엄마를 부르며 도망간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귀뚜라미 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저자는 농촌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도 한다.

[도회에서 온 내 친구들이 골목에 휘늘어진 감나무의 감들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다만 감탄의 이면에 누군가의 한숨도 있다는 것을...알았을 때...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옛날 생각이 난다. 내가 밥을 깨끗이 먹지 않을 때마다 엄마는 “농부가 밥 한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쓴 줄 알아?”라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저자의 삶이 그녀가 쓴 소설 곳곳에 묻어나는데, 그 중 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둘째아이를 낳아놓고 생계가 막막하여 두 아이를 업고 걸리고 해서 맨주먹으로 상경한 적이 있었다”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 어느 소설에서 공선옥은 젖먹이 때문에 취업이 안되자 젖먹이를 복지원에 맡겼다가 다시 빼앗아오는 여인네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자신의 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선옥에게 찾아와 폐만 끼치고 간 무례한 독자 얘기가 나온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게 원칙이라는 생각에 독자와의 만남을 한사코 회피하려는 공선옥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한가지 이해 안가는 것은 공선옥의 작품을 읽으면서 어쩜 그렇게 무례할 수가 있는가이다. 독자가 맞기는 맞는 거야?

-“서른여섯 나이에 스물여섯 큰아기한테 장가를 들어”란 구절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난 서른여섯을 넘겼다. 이런이런.


공선옥은 “작가의 촉수”가 “모든 아픈 사람들, 지금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닿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민중들의 삶에 천착하는 이유도 자신의 소신을 실천하기 위함일 것이다. 상금으로 내걸린 5천만원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조선일보의 해악을 지적하며 감히 ‘동인문학상’을 거부한 공선옥, 그녀의 책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난 오늘도 그녀의 책에 별 다섯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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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0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독자 정말 싸가지 없었죠?
옆에 있었으면 뒤통수를 쥐어박아 주고 싶더군요.^^

마냐 2005-06-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동인문학상을 거부한....그녀에게는 너무 당연해보이네요. 별 다섯이라..음음. ^^

세실 2005-06-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왕팬이시군요.... 품절이네.

2005-06-05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5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형수의 지문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4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저녁 약속이 있었다. 모임 내내 난 읽던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 몸살을 했다.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다. “야, 화장실 가는데 왜 가방을 가져가?” “어, 이 안에 휴지가 있거든” 한 5분 쯤 책을 보다가 다시금 자리로 돌아왔다. 궁금증은 여전했다.

“나 몸이 안좋아서 2차 못가겠다”

애들과 헤어진 뒤 곧바로 책을 폈다. 그리고는 책장을 덮을 때까지 원없이 책을 읽었다. 강남구청 역에서 홍대역까지의 1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사형수의 지문>을 통해 그 유명한 퍼트리샤 콘웰을 처음 접했다. 이 작가가 왜 그리 유명한지 이 책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한다.

-사진을 보니 콘웰이 미녀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내 타입은 아니다. 즉, 내가 콘웰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건 순수하게 작품 때문이라는 거다. 책 날개를 보니 이런 말이 씌여 있다.

[미인으로 소문난 그는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 백악관으로 직접 초청할 정도로 작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클린턴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의 뉘앙스로 보아 미녀라서 부른 것 같지 않은가?


-두세명이 작당하면 한 사람 바보 만들기는 아주 쉽다는 걸 느꼈다. 그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하나 더. 공직자가 어떤 추문에 휩싸였다고 치자. 예를 들어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고 인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에. 언론은 연일 그를 성토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런 추문에 휩싸인 것만으로도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결백하다면, 그런 마녀사냥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하지만 주인공의 결백이 밝혀지는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의혹의 사실 여부에 무관하게 임명권자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그를 해임한다.


-난 컴맹이다. 그러고도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가끔 나온다.

[그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catredirect/dev/tty07이라고 치는대신 dev를 빼먹고......이제 etc 디렉터리로 이동해서 Group 파일을 열고 루트 권한을 가진 이용자가 누구인지 찾아봐...]

샌드라 블록이 나온 <네트>를 볼 때 느꼈던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 책을 갑자기 사게 된 것은 <사형수의 지문>이란 제목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 탓이다. 지문이 커다랗게 그려진 표지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너무 일찍 산 탓에 출판사에서 주는 고급 스포츠타월을 받지 못한 게 아쉽다. 요즘 타월이 없어서 샤워를 자주 못하는데.


PC(퍼트리샤 콘웰)와의 첫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이전에 만두님 이벤트에서 <검시관>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이 내게 있단 생각을 하니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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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6-0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연락해서 달라고 하세요. 전, 꼭 받아냅니다.

줄리 2005-06-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요 그렇게 재미난 책도 쓴 사람이 미녀기까지 하다구요.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구요!!

stella.K 2005-06-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그럴건 없겠지만 전 작가가 미인이라고 하면 왠지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요. 일종의 사이비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웬지 대필작가가 있고 자기는 얼굴만 빌려주는 일종의 얼굴 마담 같다고나 할까?
미인이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 꽈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지성미쪽이 강조된...
근데 마태님은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경계가 모호해요. 타월없어서 목욕 못하신다는 거 믿어야 하나요?

물만두 2005-06-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ttp://cafe.naver.com/pcfan.cafe 여기로 가셔서 글 올리시고요. 함 졸라 보세요^^

클리오 2005-06-0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책에 푹 빠진 마태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모임을 거부하고 책을 읽다~

날개 2005-06-0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재밌으셨어요? 술자리를 팽개치다니... 술자리 맞죠? ^^

sooninara 2005-06-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포츠타월이 필요한데..

마냐 2005-06-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마태우스님, 책 읽은 사연은 최근 제가 본 것 중 가장 지독한 수준의 '뽐뿌질'임다. 그렇게도 재밌단 말임까. 꿀꺽.

oldhand 2005-06-0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꽁짜로 받았답니다. 출판사분한테서요. 으하핫. (자랑 자랑)

마태우스 2005-06-03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어머나 책 공짜로 받으심 머리 빠지는데...(자랑에는 딴지로 맞대응하는 게 상책^^)
마냐님/제가 콘웰이 미녀라서 그런 게 결코 아닙니다. 제 타입이 아니라고 이미 밝혔죠? ^^
수니님/님도 그럼 샤워를 못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어쩐지...<--많은 여운을 남기는 단어
날개님/술자리 맞는데요 전 입이 아파서 도저히 술을 못마시겠더이다. 오늘 마지막 사랑니를 뽑는데 어찌 술을 마시겠습니까
클리오님/뭐, 분위기도 그리 재밌지 않아서요. 친한 친구들인데 한번 싸우고 나니깐 영 서먹하더이다.
만두님/재벌2세가 타월 달라고 조르면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겠어요?라고 하면서 가서 조를 겁니다^^ 알려주셔서 감사. 가서 이래야겠어요. "내가 타월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 아냐. 그게 도리의 문제지!"
스텔라님/작가는 저처럼 못생겨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답니다. 글구 콘웰 말이죠, 뭐 그렇게 대단한 미녀는 아니어요. 그냥 글 쓰는 사람 중에 좀 생겼다는 거지, 스텔라님 수준에는 턱도 없이 못미칩니다 그러니 콘웰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줄리님/아이 줄리님까지 질투를..하여간 예쁘신 분들이 더하다니깐요
하이드님/저...제가 숫기가 없어서 그러는데 좀 받아 주시겠어요???


panda78 2005-06-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시리즈도 다 재밌어요! ^^ 콘웰 팬이 늘어서 참 기쁩니다요. 우히히히

stella.K 2005-06-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그렇습니까? 그럼 콘웰에게 미인으로서의 덕을 베풀어야겠군요. 호호호.

아영엄마 2005-06-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책 물만두님께 선물받아서 꽂아두고 있는데 얼른 읽어보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