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사회가 있어서 김이 새지만, 개봉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겐 특별한 사명이 덧씌워진다. 영화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전령이 되어야 하니까. 영화의 재미 여부를 모르니 그만큼 위험도 크다. 워낙 보수 지향이라 개봉날 영화를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오늘 본 <천군>은 개봉 날짜가 오늘이었다.

공효진이 이 영화에서 박사로 나온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예쁜 박사는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 두가지. 하나는 박중훈이 나오니까 웃길 것이라는 편견이고, 두 번째로 <할렐루야>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스토리는 없이 개인기에만 의존한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다 사실이 아니다. 시네시티의 드넓은 객석에 서른명 정도의 관객만 앉아있는 걸 볼 때는 “괜히 들어왔나” 싶었는데,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었다. 수준높은 관객이라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겠지만, 뭐 나한테는 딱이다.


영화 초반에 내가 쪽지에다 써놓은 말들.

-김승우의 말, “600만 이스라엘을 10억 아랍이 왜 무서워하는지 알아? 핵이 있기 때문이라고”--> 뭐야 이거. 우리가 핵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려는 거 아니야? <무궁화꽃>의 아류?

-왜 이 시점에서 이순신일까. 박정희가 그를 이용했던 것처럼, 독도 문제 등으로 극우가 발호할 토양이 마련되니까 상업적으로 이순신을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

 

제법 진보적인 냄새를 풍기려는 내 수작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적은 말들.

-아이디어 좋고, 스토리도 그럴싸하고.

-막판의 비장미, 남한테는 유치할지 몰라도 난 저 정도면 감동받는다.

-근데 좀 잔인하다.

-보기 잘했다.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지 겁나게 재미있다.

 

* 여고괴담 4 보고싶었는데, 꼭 보려고 했는데 맥스무비 평점이 3.71이다. 봤으면 큰일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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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7-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박중훈이랑 공효진이랑 또 그 누구지,,아무튼 천군영화찍은 사람들이 그래서 텔레비전에 홍보차 많이 나오는군요,,,,저는 이다음에 비디오 나오면 볼라나,,,

마늘빵 2005-07-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고괴담 보고픈데...

파란여우 2005-07-1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박중훈, 제가 별로인 배우들이 나오는데도 괜찮다는 거군요.
제 고정관념을 깨려면 봐 주어야 할 듯한데...언제 보나요..흑
-심산유곡 사는 파란여우-

비로그인 2005-07-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검은비님 서재에서 그림으로 뵈었는데..
이제서야 첫 방문을 합니다. 저는 얼마전에 알라진에 입문하게된 가시장미입니다요
천군을 보셨군요? 안그래도 티비에서 예고편을 하길래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계속 줄줄이 상영되고 있군요. 정말 재미있나요?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말씀은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는 말씀? ^-^;
전 공효진도 좋아하고 박중훈도 좋아하는데.. 한번 보고싶네요.
앞으로 알라딘을 통해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soyo12 2005-07-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민은 좋아라하는데,
공효진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박중훈은 음........그만을 보고 영화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하여간 워낙에 진을 많이 빼서 과연 보러 갈 지는 의문입니다.^.~

로즈마리 2005-07-16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저도 박중훈만 보고 영화 보질 않아서, 이 영화 보게 될진 모르겠네요. 첫 상영한 영화평 쓰기 정말 힘들 거 같아요..^^;;

줄리 2005-07-16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효진보다 훨 이쁜 박사님들 많이 보았는데.. 마태님 참 안되셨네요. 미녀에다가 지적이기까지 한 분들을 못보셔서요 호호호

니르바나 2005-07-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효진보다 잘생긴 남자 박사님은 보았습니다. ㅎㅎ

인터라겐 2005-07-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중훈의 오버연기 싫어요...

stella.K 2005-07-1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이 같은 여자의 눈으로 봤을 땐 예쁘다는 느낌은 없는데, 남자들은 또 다른가 보죠? 전 이 영화에 왠지 신뢰가 가질 않아요. 이순신에 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모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험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기만하는 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건 아닌지...예전에 무슨 영화였더라? 계백 장군나오고, 강감찬 나오고 했던 웃기는 영화. 그거 보고 실망했어요.

▶◀소굼 2005-07-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군의 맥스무비 평점이 궁금하네요: )

하루(春) 2005-07-1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감상문에 거의 등장하는 맥스무비 평점.. ㅎㅎ~ 저는 보통 씨네21의 20자평과 별점을 보는데...

마태우스 2005-07-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그렇군요. 별점이 절대적은 아니지만 5점대 이하라면 안보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맥스무비 별점이 저를 실망시킨 적은 별로 없답니다
소굼님/7.95라고 나와있었어요. 어제는. 전 6점대부터 영화를 봅니다. 넘는다고 다 보는 건 물론 아니구요, 보고 싶은 게 있는데 6점대면 보죠
스텔라님/아니 뭐 저도 공효진이 끝내주게 예쁘다, 이런 건 아니어요. 그래도 탤런트니까 일반인에 비하면 예쁘구, 박사로 나오니까 언급한 거랍니다. 그전에 보신 영화는 아마 황산벌이었죠? 그 영화는 저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않았답니다. 음, 이번 영화는 이순신을 가지고 사람을 기만한 것 같진 않아요.
인터라겐님/그렇죠. 오버연기 정말 싫죠^^ 여기서도 오버는 하는데요, 그다지 밉지가 않았습니다. 스토리가 맘에 들어서 그런가봐요
니르바나님/소개해달라고 할 뻔....하마터면 제 정체를 드러낼 뻔...^^
줄리님/아네요. 제 주위에도 미녀는 충분히 많습니다^^ 그리고 전 술마실 땐 박사고 뭐고 없습니다. 미모만 따질 뿐..
로즈마리님/알라딘에서 처음으로 영화평을 쓸 때는 어깨가 무거워지지요^^ 박중훈에게 우리가 많이 식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박중훈 나오면 웬만하면 안보는 걸로 변했죠... 그전에 하도 똑같은 캐릭터를 반복해서요.
소요12님/그래도 인정사정 볼것없다는 괜찮지 않았어요??^^ 한국영화에 기여한 게 많은 배우인데 귀엽게 봐줍시다!
가시장미님/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는군요.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건 기대 수준이 워낙 낮았다는 얘기도 되지만, 그런 소재를 가지고 저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구나 싶었다는 뜻도 됩니다. 분위기 상으로 보아 극우로 몰아가는 분위기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여우님/여름이면 여우도 털갈이를 하는데, 언제까지 심산유곡에 머물러 계실 참입니까. 어여 나오세요. 더위를 만끽하자구요
아프락사스님/도대체 얼마나 재미없기에 3점대 별점을 받는지 궁금하긴 해요^^
울보님/아이 있으면 영화보기 힘들죠...^^

비로그인 2005-07-1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고괴담을 봤지요. 천군을 볼껄. 동생이 졸라대서 여고괴담을 봤는데..
무지 후회했지요. 마태우스님의 견해를 믿는건데 -_-; 킁.
여고괴담처럼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는 처음입니다.

마태우스 2005-07-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본 사람들 말은 "어디서 무서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던가요^^ 저도 가끔은 쓸만한 말을 한답니다. 하지만 여고괴담 안보셨으면 동생분은 계속 아쉬워하지 않았을까....싶네요.

moonnight 2005-07-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중훈을 별로 안 좋아해서.. ^^; 생각보다 많이 잔인하다고 들었어요. 박중훈이 나오니 웃기는 영화일 거라고 지레기대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전 오늘 '셔터' 보러 갈까 합니다. ^^

클리오 2005-07-1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들 댓글 달고 나셨으니.... 저는 예쁜 박사 하나 아는데... ^^ (물론 유부녀긴 합니다만... 흐흐.. 마태님과 한 캠퍼스에 있었을 듯 하기도 한데... )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로제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젊었던 시절 할머니는 개 한마리를 키우셨다.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왕진을 갈 때면 그 개는 왕진가방을 입에 물고 간호사와 함께 할아버지를 따라가곤 했다.
 "왕진가방이 솔찬히 무거운데 그걸 어떻게 물고 갔는지 몰라"
6.25가 나서 공산군이 쳐들어왔을 때, 할머니는 엄마를 데리고 피난을 가야 했다.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셋이 배를 타고 영산포를 떠났을 때 기르던 개가 헐레벌떡 선착장에 당도했다. 그 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멀어져만 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단다. 나중에 할머니는 그 개가 인민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아마 식용으로 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말을 이웃 주민으로부터 들었는데, 선착장에서 어쩔 줄 모른 채 배를 바라보던 개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개에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수많은 동물 중 인간과 교감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종도 몇 개 안되지만, 개만큼 애틋함을 주는 동물이 또 있을까.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개가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돌바람님이 벤지로 인해 상심한 날 위로하기 위해 보내주신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는 카뮈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개와 얽혔던 얘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율리시즈는 저자인 로제 그르니에가 기르던 개지만, 주인공은 유명인들이 키우던 수많은 개들이다. 책에 나온 인상적인 구절 몇개만 옮겨본다.
-우리가 어떤 개를 좋아하고 그 개도 우리를 좋아할 때, 불행한 점은 사람의 삶과 짐승의 삶이 시간적으로 일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벤지와 나처럼.
-클라망스는 "언제나 모든 것을 다 용서하기 때문에" 개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난 그래서 개를 좋아한 건 아니지만, 벤지도 내 모든 걸 용서했다.
-자기 개를 좋아하는 사람 역시 그 동물에게는 학대자일지 모른다..인간과 너무 자주 접하고 살다보면 짐승 본래의 독립적인 힘을 잃고 의존적이 되어..하루종일 주인 눈치만 보면서..--> 나 역시 벤지의 학대자였다.

하여 저자는 묻는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개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우리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물론 답은 나와있다. 다른 사람이 키우는 것보다 내가 벤지를 키우는 게 벤지에게 더 행복했을지언정, 벤지는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게 선물해줬다.

이 책을 번역한 저명 문학평론가 김화영은 우리 독자들의 수준을 너무 잘 알기에 친절하게도 사진자료와 주석을 붙여줬다. 큰 도움을 받긴 했지만 내 무식이 드러날 때는 민망했다. 예컨대
-<티보가의 사람들>의 저자를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난 모른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태인답게 임마누엘 레비나스는...--> 전혀 모른다.
-나치의 대원수 헤르만 괴링을 모르는 사람, 혹시 있을까?--> 그게 나다.
그냥 주석만 달아줬으면 상처를 덜받았을 것을, 젊을 때 놀다가 뒤늦게 책을 읽다보면 서러울 때가 있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돌바람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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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07-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하는 개, 모모^^

하이드 2005-07-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몰랐어요? 후다닥 =3=3

2005-07-15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1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5-07-1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보가의 사람들을 모르신다면 혹시 회색노트란 책은 아시나요?
그책이 티보가의 사람들중 1장인데.삼실 제 책꽂이에 있는 유일한 책인데..

그럼 혹시 데스노트도 모르시나요? ㅋㅋ

노부후사 2005-07-1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 몰라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 없으면 된 거지요 뭐. 레비나스나 뒤 가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얘길 하다니... 한국의 먹물들이 세상 파악 얼마나 못하고 사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네요. 하긴 김화영이야 동인문학상 얼쩡거릴 때부터 이미 결딴난 사람입니다만... ㅋㅋ

날개 2005-07-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몰라요.. 그래도 데스노트는 알아요..^^

클리오 2005-07-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 가르쳐주면서 잘난 척 하는거 아닐까요?? 외국에선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걸 수도 있지요.... 힝.... (모르는게 있어서 심통남... ^^;)

수퍼겜보이 2005-07-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김화영이 누군지도 몰라요

마태우스 2005-07-1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돌님/헤헤 전 문학판에 대해 공부를 쬐끔 해서요, 김화영은 알아요. 물론 그의 책은 하나도 안읽어봤죠
클리오님/그니까 독자수준 고려한다면서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냐는 식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날개님/헉 전 데스노트 몰라요. 죽음의 노트인가요?
에피님/제 말이 그말입니다. 에피님은 뒤 가르도 아시네요. 엉엉엉. 난 나이 헛먹었어...
파비아나님/데스노트 모른다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 엉엉엉. 술도 못마시고 데스노트도 모르고 엉엉엉
속삭이신 분/아네요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은혜 갚을 날이 오겠지요^^
속삭이신 마냐님/님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부끄러울 뻔했어요
하이드님/으음, 님과 저는 지식 수준이 많이 다르군요. 그래요, 저 무식해요!
금붕어님/모모랑 즐겁게 보내세요... 이런 말도 있더이다. 다른 목적이 없이, 사랑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개밖에 없다구요

토토랑 2005-07-1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링은 그.. 영화에 자주 나오던 듯 합니다만.. 저 주석 쓴사람.. 쪼매 거시기 하네요 -_-++

마태우스 2005-07-1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아아 님은 괴링을 아시는군요. 히틀러랑 괴벨스, 아이히만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진/우맘 2005-07-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도 다 몰라요.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모르면서 아는척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그쵸?

마태우스 2005-07-18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님이 모른다니 위안이 됩니다만...사실 전 다른 사람이 조갑제나 진중권 모른다고 하면 겁나게 무시했거든요.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진/우맘 2005-07-1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지 마세요. 저는 아직도 조갑제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구요.^^;;;

마태우스 2005-07-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심xx라는 분의 정체밖에...^^

marine 2005-10-0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개에 관한 책을 검색하다가 리뷰를 읽고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답니다 아직도 벤지 때문에 마음 많이 아프시죠? 똘이를 키우면서 좀 더 똘이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싶어서 여러 책을 찾아 보고 있는데, 이 책 참 좋을 것 같아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
 

 

 

 

 

어제와 오늘, 새벽에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이틀 내내 70을 넘긴 분과 한편이 되었다. 그분이 연배도 많고 실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터라 역시 A급이 아닌 나와 한편이 되면 전력이 일방적으로 열세임은 분명하지만, 그분은 한사코 나랑만 같은편이 되려고 한다. 이유인즉슨 내가 발이 워낙 빨라서 그분이 맡아야 할 구역까지 책임져 줘서 그런 것도 있을테고, 결정적인 이유로 난 절대로 경기 중에 그분을 구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즐겁자고 하는 거지만 승부에 연연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고, 그래서 그분한테 노골적으로 핀잔을 주기도 한다. 자기도 잘하려고 하는데 야단을 맞고나면 얼마나 서러운지 당해본 사람은 안다. 내가 테니스를 잘 못칠 때, 경기 내내 쫑알대며 눈을 부라리는 친구랑 테니스를 칠 때, 라켓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무튼 난 그분과 먹고 어제 경기를 두 번 다 이겼다. 어제 난 정말 대단했다. 코트 전체를 빠른 발로 휘젓고 다녔다. 대단하기는 그분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구역으로 공이 와도 나한테 “어이, 공온다!” --> 내가 가서 받는다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패싱을 당한다 “아이쿠 당했네!”--> 하지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받아넘겼다. 그걸 보고 남들이 다 기절하려고 했다.

-내가 겨우 받아넘겼더니 그 다음 공을 네트에 갖다박는다--> 다리 힘이 쫙 빠진다.

-출근 시간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그분은 무사태평이었다. 공 주우러 가는 데 대략 한나절... 그래서 웬만한 공은 다 내가 달려가서 주웠다.


이렇게 빛나는 활약을 하면서 두 게임을 모두 6-5로 이겼다. 그러고 출근을 했는데, 정말이지 다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두게임을 뛰었지만 사실상 네 게임을 뛴 것과 운동량이 비슷했으니까. 기차에서 계속 자느라 천안역을 지나칠 뻔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내내 잠만 잤다. 총장이랑 간담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졸다가 옆 사람이 깨워줘서 일어났다. 그 피로는 술을 먹어도 가시지 않았다.


오늘 테니스장에 또 갔다. 어제 모르고 집에 와서 라면을 먹었기 때문에 기필코 운동을 해야 했다. 갔더니 그분이 날 보고 겁나게 반가워한다. 자기랑 먹고 한게임 치잔다. 쳤다. 두 번 다 졌다. 오늘도 난 열심히 뛰었지만 상대한 팀이 어제보다 훨씬 강했고, 피로가 덜 풀려서인지 몸이 어제 같지 않았다. 내일 또 나오란다. 나도 좀 잘하는 사람과 한편이 되어 멋지게 이기고 싶은데, 언제까지 그분과 같은 편을 해야 할까. 하여간 이놈의 인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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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피로는 술을 먹어도 가시지 않았다....크으~
어딜 가나 인기 좋으신 마태님^^

인터라겐 2005-07-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기관리 힘드시겠어요...

줄리 2005-07-1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여간 마태님의 인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리 많으니 큰일입니다요. 다 안다구요. 마태님은 오로지 '녀' 그중에서도 '미녀들' 한테만 인기를 바라고 계시겠지만... 세상이 모두 마태님 뜻대로 돌아가는게 아니라구요^^

미완성 2005-07-1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마태님.
그분을 도와주시고 이해하는 마태님의 착한 마음과 행동이 쌓여서 언젠간 저 같은 미녀를 만나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러니 힘내세요. 장마철에도 테니스에 열심이시라니, 정말 멋져요.

마냐 2005-07-1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인기 때문에 큰일입니다. 진심으로 걱정을 해드려야할 것 같슴다. 저런저런...쯧쯧........

꾸움 2005-07-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ㅎㅎㅎ
하여간 그너메 인기가 문제라니까요. ^.^ ㅎㅎㅎ...

클리오 2005-07-1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헐~ 연세가 많으셔도 운동은 하시고 싶겠지만, 70대에 테니스는 무리라고 생각되는데 우리 팔팔한 마태님께서 고생하시겠군요... ^^

마태우스 2005-07-1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70대면 좀 무리죠...워낙 뛰어다녀야 하는 운동이니깐요. 사실 전 친구들이랑 쳐도 겁나게 뛰어다닙니다^^
꾸움님/그러게 말입니다. 호홋
속삭이신 분/님 서재에 댓글 달았어요. 진작에 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냐님/그래도 제가 날씬해지면 그분 덕인 거죠^^
사과님/모든 걸 이해해주시고, 저같은 탕아를 받아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줄리님/피, 전 반드시 세상을 제 맘대로 돌릴 겁니다. 두고보세요
인터라겐님/님도 그렇지 않나요? 글 보니까 장난이 아니시던데..^^
별사탕님/호홋, 제가 너무 잘난체 하니까 얄밉죠^^ 겸손해야 한다 마태야. 이놈, 마태야.

니르바나 2005-07-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테니스 코트에서 도를 닦으시네요.
평상심이 道라 하였거늘 완벽한 평상심을 실천하셨네요.
도량은 테니스 코트. 주인공은 마태우스님

예쁜토마토 2005-07-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넘 무리하지 마세요~

마태우스 2005-07-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아이 머 그렇게까지...^^ 부끄럽습니다.
예쁜토마토님/무리해서 살 뺄래요. 님 앞에 떳떳이 서기 위해서요^^
 

 

 

 

 

리뷰를 쓰면서 <그남자네 집>은 기생충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책이라고 했다. 거기에 관해 쓴다.


주인공의 첫사랑인 남자는 이런 상태였다.

“점점 아이가 이상해지는 거야. 신경질을 잘내고 툭하면 물건을 내던지질 않나...우리 식구들은 상사병이라고 생각한 거야”

사랑하는 여인이 결혼을 했는데 남자가 이런다면 그건 좌절된 욕망의 발현, 크게 봐서 상사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니 그게 당연하다. 그런데.

“어느날 골치 아프다고 펄펄 뛰던 아이 눈이 한쪽으로 확 돌아간 거야....그제서야 응급실로 데려가고 뇌 사진을 찍게 된 거지...사진에 나타난 걸로 봐서는 안보이는 쪽에 종양이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병명이 뭐인가를 떠나서, 이때는 기껏해야 50년대, 혹은 60년인데 어떻게 뇌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CT나 MRI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그 많은 뇌질환을 진단했을까. 그것들이 나온 게 잘해야 십여년인데.... 하여간 이 환자가 머리가 아팠던 것은 뇌압이 올라간 탓인데, 그럴 때 눈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 뭐.  


“종양이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열어보기로 했지. 열어보니까 종양이 아니라 벌레가 있었어. 잡아내 세어보니까 열 마리도 넘는 벌레가”

저자는 의사의 입을 빌어 “음식물을 통해 들어간 유충이 뇌에 도달해서 자라났겠지”라고 한다. 의학저널에도 보고가 되었다고 한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스파르가눔 생각밖에 안났다. 뱀이나 약수물을 통해서 전파되는 하얗고 가느다란 그놈. 뇌로 간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고가 되었으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뱀 껍질에 있는 스파르가눔( 화살표)


 

스파르가눔은 입을 통해 들어간 뒤 위에서 위벽을 뚫고 밖으로 나간 뒤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 중 한 경로가 척수 주위의 연부조직을 타고 뇌로 가는 것. 혈액-뇌 장벽이라는 가상의 벽 때문에 기생충이 가기 힘들어서 그렇지, 뇌는 기생충이 살기 좋은 조직이 아닐까 싶다. 피부에 있으면 금방 사람 눈에 띄지만 뇌라면 잘 모르고, 또 뇌조직이라는 게 다른 곳보다 부드러워 살기도 편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혈액 공급도 풍부하니 일단 가기만 하면 꽤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제 아무리 탱크같은 스파르가눔이라 해도 그 멀고 험한 길을 열한마리나 무사히 건너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벌레를 넣어 둔 유리병을 봤더니 이랬다.

“구더기 같이 생긴 연분홍 벌레들이 잠겨 있었다”

이 표현대로라면 스파르가눔과는 영 틀리다. 그렇다면 유구낭미충이 아닐까. 갈고리촌충의 유충이 혈액을 타고 뇌로 가는 거니 11마리가 아니라 40마리도 갈 수 있다. 게다가 그 남자는 지저분한 돼지껍질도 먹었다지 않는가. 하지만

(하얀 알갱이가 유구조충)

 

이렇게 생긴 걸 수술해서 다 꺼낼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고(이건 원래 약으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결정적으로 유구낭미충은 뇌 속에서 10-20년간 살다가 죽은 다음에야 증상을 나타낸다. 즉 증상이 나타날 때 쯤에는 책에서처럼 원형 그대로의 벌레를 꺼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죽고 석회화되어버린 유구낭미충만을 발견할 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스파르가눔이 더 의심되지만 증거는 없다.


하나 더. 그 남자는 결국 실명을 한다. 왜?

“집도의가 뇌수술의 일인자로 소문난 분이지만 그 수술에서 시신경을 건드리는 건 불가항력이었을 거야”

일인자가 아니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 굵은 시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건드렸다고 쳐도 바로 실명하는 건 아니다. 학생 때 신경의 손상 부위에 따라 시야의 어느 쪽이 안보이는지 배운 적이 있는데, 그래봤자 한쪽만 안보일 뿐 다른 쪽은 정상일텐데. 그 의사는 일인자답게 양쪽 시신경을 모두 건드렸단 말인가. 의문은 커져만 간다. 그 벌레는 무엇이며, 남자는 왜 실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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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기회 있음 박완선 선생님께 보여드려도 될 것 같은데. 너무너무 좋아요. 이런 글. 짝짝^^. 참고로 저는 위의 책은 사실 좀 별로구요, 다들 장편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는 박완서 선생은 '대단한 단편작가다'라고 세겨두고 있지요.

날개 2005-07-1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태님 날카로우십니다..!!! 이런 글엔 추천을~

클리오 2005-07-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날아가서 무지 슬픕니다. 흐억.. 하여간 너무너무 좋은 글이라는 말로 줄이구요. 조용히 추천을 날립니다. (카테고리... 사진이 다보이지 않는건 좀 다행스럽기도 하네요..)

싸이런스 2005-07-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멋져요. 대단해요. 근데 몸이 근질거려요

merryticket 2005-07-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읽고나니 괜스레 찝찝해지고, 근질거리는 것 같어요.
벌레가 무얼지 궁금하지도 않고,,알고나면 병이다" 란 말이 떠올라요..

꾸움 2005-07-1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 아니지, 으....... 무섭고 징그러라.... ㅡㅡ;

ceylontea 2005-07-1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추천이요...

moonnight 2005-07-1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대단하세요. ^^ 그, 그런데 저도 머리가 심하게 가려워요. 눈도 어둑어둑해지는 것 같고.. 눈감고 추천 꾸욱 =_=;;

엔리꼬 2005-07-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선생님.. 그럼 이제 약수물을 안먹어야 하는겁니까?

비로그인 2005-07-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항상 먹기 전에 손을 깨끗히 씻어야 겠네요.
리뷰보다는 페이퍼에 공감 ^^*

진주 2005-07-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정말 유익한 페이퍼였어요. 저렇게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단 말이죠..헬...무섭네요...뱀과 약수물은 안 먹어서 다행이다.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나요? 아..기생충..정말..무섭다..덜덜덜

추천수도 과히 놀랍군요 덜덜덜
"(댓글:13, 추천:13)"

진/우맘 2005-07-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 대목에서 댓글만 남기고 추천을 안 누르면....혼 나겠군. ㅡ,,ㅡ

2005-07-14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7-1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예리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님은 실천하는 지성이십니다^^
진주님/기생충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감을 갖는 게 문제라고 어느 기생충학자가 그랬죠. 눈이 작고 줄무늬 티를 즐겨입는....님도 추천 하셨죠?^^
벨님/호홋, 손 씻는 거 좋은 습관입니다. 주변 사람에게도 강요하세요
서림님/아니 뭐, 약수물 먹고 걸린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그대신 착하게 살아야 그런 거 안걸리죠
문나이트님/머리를 이틀에 한번은 감아 주셔야 합니다. 안감으니 가렵고, 긁다가 시신경이 손상되면 눈이 안보이는 거죠(뻥입니다. 안믿으셨죠?)
실론티님/아아 이 추천의 물결... 과분한 추천을 받고 있네요
꾸움님/가끔은 기생충 가지고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올리브님/그렇습니다. 알면 괜히 걱정만 늘죠^^ 그래도 추천은 하셨죠?
새벽별님/아아 감사합니다. 가끔은 제가 이런 글도 써야 학자라는 거 믿죠
싸이런스님/몸이 가려우신 건 이 글과 전혀 관계없습니다. 목욕을 가끔이라도 하십시오
클리오님/님 말씀 듣고 사진 다시 갈아끼웠습니다. 댓글이 날라간 건 저도 아쉽습니다. 님의 인문학적인 식견이 담긴 댓글을 보고 싶어요!
날개님/날개가 보통 두개 있으니 추천도 두개씩 올라가면 좋겠어요....^^ 어맛! 제가 무슨 말을
따우님/사실은 어설픈 지식에서 나온 거라 출판사 보내면 퇴짜 맞습니다^^
돌바람님/와 돌바람님이다! 제일 먼저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안그래도 제가 요즘 님이 주신 책 읽고 있어요! 나중에 인사 올릴께요


진/우맘 2005-07-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한 지적 고맙다면서 수정 안 하는....마태님은 실천하지 않는 지성이구만요. ㅋㅋ

미완성 2005-07-1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을 알고 나서부터, 세상의 모든 병은 기생충 때문이라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구요 ㅜ_ㅜ 조금만 몸이 근질거려도 '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머리가 근지러우면 '벼룩과 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눈알이 간지러우면 '혹시 파리의 유충이?!'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르면 '이건 분명 촌충과 회충이..'싶다구요 ㅜ_ㅜ
아, 그런데 또 이런 좋은 글을 보게 되다니.....추천할께요. 우리 사이에 너무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

마태우스 2005-07-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실천하는 지성이 되겠습니다^^
멍든사과님/우리 사이니까 더더욱 고마워요. 매번 이렇게 신세를 져서 어쩝니까.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지나친 공포는 몸에 해롭습니다. 사과라도 드시면서 공포를 쫓도록 해요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살의 나이에 홀연히 소설쓰기를 시작한 박완서, 그분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작가가 그냥 주부(직장인으로 바꿔도 상관없다)로 눌러앉았다면 우리나라 문학이 얼마나 척박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전쟁과 사랑, 그리고 기생충의 무서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그 남자의 집>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자신의 경험처럼 대학 1학년에 다니던 주인공은 난데없이 터진 전쟁 때문에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며, 은행에 다니는 남자와 두근거리는 사랑 한번 못해본 채, 단지 입을 덜 목적으로 결혼을 한다. 생각만큼 부자가 아니었긴 해도 그 집에서는 주인공에게 잘해주려 한다. 엥겔계수가 워낙 높은 집이라 먹는 것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먹였고, 음식 조리의 대부분은 시어머니 몫이었다. ‘50, 60년대는 못먹고 굶주렸다는 편견’과는 달리 “민어회와 소주와 초고추장이 어우러진 맛” “간을 맞춰 건조시킨 굴비” 등의 구절이 등장할 때면 와 하는 감탄과 더불어 입맛을 다셔야 했다. 게다가 남편은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 줬고, 남모르게 처가를 도와 목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불만이다. 왜?

“나는...시집의 식도락에 절망감을 느꼈다. 먹는 것 외의 딴 생각을 하고 살 순 없는 것일까(136쪽)”

어려운 시기에 잘 먹는 게 복이지 않느냐, 고 생각하지 말자. 영혼의 살찌움을 꿈꾸는 사람은 원래 이런 법이다. 게다가 성실하고 성격 좋은 남편도 주인공을 힘들게 한다. 이건 또 왜?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안정감이야말로 나에게는 족쇄였다”

이게 바로 중산층의 삶을 영위했던 베티 프리단이 부엌에서 우울해하다가 말고 <여성의 신비>를 쓴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결심한다. “육감적인 치마를 입고 바람을 피우러 훨훨 이 답답한 집과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리라”


정말로 주인공은 바람을 피운다. 바람의 정의를 ‘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성과 함께 차 마시고 영화보고 밥먹고 그러는 것도 다 바람으로 친다면 주인공은 분명 바람을 피웠다. 그 시기에 드문 명문대를 다녔던 자신의 능력이 부엌에서 썩고 있는 것이 불만이라면 좀 다른 일, 예컨대 내가 아는 박모 작가처럼 소설을 쓴다던지, 아니면 문화생활을 향유하면서 달랠 수도 있는 법인데, 굳이 ‘바람’이어야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이게 바로 사랑이 없는, 안정만을 보고 선택한 결혼의 말로가 아닐까. 남편이 사준 민어회보다 사랑하는 남자와 먹는 돼지껍질이 더 맛있고, 남편과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는 천막(텐트가 아니라) 속에서나마 사랑하는 사람과 자는 게 더 행복한 법이다. 사랑 없이 결혼한 남편이 아무리 잘해줘 봤자 사랑하는 사람이 말하다가 튄 침보다 못할 수밖에 없으니 그 사랑을 찾아 헤매는 건 당연하지 않는가. 그러니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조건이 맞는 사람을 고르기 위해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대신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 거리로 나가자. 내 나름대로 생각한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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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7-1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의 무서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오오 명문입니다. :)

클리오 2005-07-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거 기생충인가.. 하고 고민했었는데, 전문가의 시선으로 검증되었군요.. 오오~ 충격입니다... (그런데 요즘 글에는 목적어가 분명치 않은 '한다' '하는'이라는 동사가 많이 나오는군요... ^^)

마냐 2005-07-1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넘 당연한 얘기잖아요. 마태님~ ^^

싸이런스 2005-07-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추천 ^^ 마태님께서도 말미에 말하신대로 되시길 진짜로 바래요^^;;;

moonnight 2005-07-1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목을 읽고 리뷰가 아니라 페이퍼인 줄 알았어요. 마태님의 요즘 상황을 묘사하신.. ^^; 어쨌든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당. ^^

비로그인 2005-07-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으로 별 다섯개인가요? ^^* 내일이 초복인데 술 대신 닭은 어떠신가요? 연애하신 분이랑~

마태우스 2005-07-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님/저 애인 없어요요요요. 아직은^^ 내일이 초복이구나... 몰랐어요
문나이트님/아이 멋진 리뷰라뇨. 부끄럽습니다. 내일이 초복이래요
싸이런스님/아 네... 언제 술 한잔 해요!
마냐님/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원래 싱겁죠. 하지만... 내일이 초복이래요
클리오님/'한다'는 타동사가 아니라 자동사죠^^ 목적어 필요 없습니다.
검정개님/아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겟습니다

진/우맘 2005-07-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성과 차마시고 영화보고 밥먹고....오마낫, 그럼 나도 마태님과 바람을 피운 거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