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난 뒤부터 내 코는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었다. 미적인 기능만 하는 내 코는 포르말린과 식염수를 구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데, 그래도 냄새가 아주 심한 경우에는 감지가 가능하다.


엄마가 싸준 밥에서 냄새가 났다. 내 코가 이상하다고 느꼈으니 쉰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아침에 싸준 밥인데 벌써 쉬었을라고? 음식을 쉬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세시간 넘었지? 그럼 쉬었을 확률이 높아”

“그래도 먹으면 안될까. 완전히 쉬지는 않았을 거 아냐”

“냄새 잘 맡는 애한테 물어봐. 조금만 이상해도 먹으면 안돼!”


킁킁거리며 다시금 냄새를 맡는다. 역시 쉰 게 틀림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기서 햇반을 사러가야 했다. 하지만 나란 놈은 왜 이리 무심한지, 다음과 같은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탁자에 앉았다.

“알콜도 이기지 못하는 내 장인데, 쉰 밥 따위가 뭐 대수냐?”


엄마가 싸준 맛있는 반찬을 늘어놓고 밥을 먹었다. 젠장, 맛도 이상했다. 참고 먹었다. 3분의 1 쯤 먹었을 때, 갑자기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내일 커다란 술시합이 있는데, 거기 참가 못하면 어쩌나.

-모레, 남녀 2대 2(여자는 둘다 20대)의 환상적인 술시합이 있는데, 거기 못가면 안된다.

-금요일에는 어머니랑 할머니 모시고 놀러가기로 했는데, 그 맛있는 회를 못먹다니 말이 안된다.

-토요일에는 써클 선배들이랑 같이 강원도에 간다. 젊디젊은 여학생들 틈에서 밤새 술을 마셔야 하는데, 술은 못마시고 화장실에 들락거리면 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자 난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난 찬장을 뒤져 전에 사놓은 컵라면을 꺼냈고, 거기다 끓는 물을 부었다. 라면은 분명 밥만 못했지만, 반찬만 먹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생각해보면 앞으로 있을 술자리가 나를 살린 거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난 꾸역꾸역 밥을 다 먹었겠지. 술이라는 건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며, 이렇게 사람을 구해내기도 한다.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3분의 1이나 먹었는데 별일 없을까?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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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비로그인 2005-07-2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위를 드신게 아니라 쉰밥을 드신거였군요 -_-; 하하. 어여 시원하게 해결을 보시길

클리오 2005-07-2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역시 술에 관한한 예상치 못한 결론이... ^^

chika 2005-07-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환상적인 긍정적 사고방식과 넘쳐나는 술 사랑이... ㅡ.ㅡ

날개 2005-07-2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괜찮으신거예요?
근데, 별별게 다 술의 이로움의 증거가 되는군요..ㅋㅋ

비로그인 2005-07-2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은 쉬는 법이 없어 좋다",라는 결론이 날줄 알았는데요, 쩝.
술도 가끔 상하기는 합니다만, 마태님 옆에 있으면 쉰밥 꼴 날일은 없겠죠^^

숨은아이 2005-07-2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쉰 밥 안 드셨으니 다행이네요. ^^

꾸움 2005-07-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 ㅎㅎㅎ..
마태님 아니면 웃을 일이 읎다니깐. ㅎㅎㅎ...

마늘빵 2005-07-2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마태우스 2005-07-2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락사스님/님도 마셔봐요. 얼마나 조은데.
꾸움님/어머 부끄럽습니다
숨은아이님/3분의 1 먹었다니깐요! 밤새 화장실 들락거렸어요
별사탕님/어머나 그런 멋진 결론으로 나가야 하는데....
날개님/그래도 전 날개님이 좋아요

마태우스 2005-07-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아니 머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부끄럽습니다^^
클리오님/제 말이 그말입니다
가시장미님/시원하게 해결을 봤습니다^^ 화장실 7번 갔어요
따우님/전 따우님이 좋아요!
물만두님/^^

포도나라 2005-07-2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야말로 님의 영원한 동반자였네요...ㅋㅋ
소중한 게 있어 살맛나는 세상인데 마태우스님은 참 행복한 분이시네요...
 

 

 

 

 

엄마와 난 별로 닮지 않았다. 내 작은 눈은 아버지의 판박이이며, 낮은 코 역시 그렇다. 엄마는 내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최소한 외모적으로는 아까운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와 닮았다는 말에 화내지 않는, 오히려 기뻐해 주시는 유일한 여자다.


외모를 제외하고 말한다면 난 여러 가지 면에서 엄마를 닮았다. 내게 착한 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착함은 오로지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어머니의 착함은 내가 닮고 싶어 안달하는 부분이며, 난 지금 그 반에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놈이라면, 그것 역시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리라.


어머니와 난 김치를 무지하게 좋아해, 김치를 덜어먹는 설렁탕집-구체적으로는 모레네 설렁탕-에 갈 때마다 둘이서 김치 한통을 작살낸다. 자동차 기름냄새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와 나만 가지고 있는 희한한 특징이다. 여기서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동물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들 수 있겠다. 다른 형제들이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와 나의 유난스런 동물 사랑에 비할 바는 아니다.


밥을 안줘도 여전히 우리집 근처에서 배회하는 다리 다친 고양이에게, 어머니와 나는 교대로 밥을 주기 시작했다. 물은 어떻게 먹으며, 저녁은 또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늘 궁금했던 터였는데, 오늘 아침, 고양이 밥을 비비던 내게 어머니가 물으신다.

“그 고양이, 우리가 기를까?”

나도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기에 좋다고 했다. 물론 야생에서 오래 산 녀석을 집안에 들일 마음은 없었다. 그냥 옥상에다 집을 만들어주고 거기 있으라고 하지 뭐. 제때 밥을 먹는 것만 해도 어디야? 하지만 어머니는 거기서 더 나가셨다.

“목욕 깨끗이 씻겨서 집안에서 기르면 어떨까?”

어떻게 그러냐고 말은 했지만, 막상 녀석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면 나도 결국 집안에 들이는 데 찬성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목욕 뿐 아니라 구충을 비롯한 질병치료가 끝난 뒤라는 전제가 붙지만.


벤지 이후 “동물을 기르는 건 절대 안돼!”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던 어머니, 동물에게 정을 붙이는 일은 다시 없을 거라던 나, 기억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내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점일 것이다.


나가다 보니까 그 고양이가 길게 누운 채 몸을 핥고 있다. 저 녀석을 무슨 수로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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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7-2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캔이요 ^^

플레져 2005-07-2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뭘로 지으실거에요? ^^ (너무 앞서갔나요? ㅋ)

진주 2005-07-2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둑고양이는 복도 많아요^^

비로그인 2005-07-2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고양이네요. 개와 고양이는 천지차이일텐데^^
어쨌거나 홧팅입지요. 추천 안한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던 거 아실테고.

물만두 2005-07-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우유... 필성공!!!

야클 2005-07-2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엄마와 나를 보는 것 같은데요. 우리집도 집없는 동네 고양이 무료급식소.

인터라겐 2005-07-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생은 언젠가 집을 나간답니다.. 저희 예전에 쌀집했거든요.. 그래서 고양이 키웠는데 아빠가 맨날 고깃집가서 남은 고기 얻어다 먹이면서 키웠는데 이게 도망가 버리지 뭐예요.. 그러니 상처 받으실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냥 야생은 야생으로 살게 냅둬야 하는데..

비로그인 2005-07-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유머로 사로잡아야 하지요~ ㅋㅋ 아니면 고양이랑도 술대결을?!-_-

마태우스 2005-07-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호호, 제 유머와 술이 고양이에게도 통한다면이야^^
인터라겐님/아, 그래요... 전 사실 야생과 집고양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버림받은 고양이들도 집을 그리워하는 줄 알았거든요.
야클님/어머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물만두님/방법을 가르쳐 주셔야죠!!^^
별사탕님/휴 다행이다^^ 전 진짠 줄 알았잖아요!
진주님/다리 다쳐가지고 여간 마음을 아프게 하더이다.... 진짜 복많은 고양이들은 다 집안에 있겠지요^^
플레져님/플레져로 지을까요^^ 글쎄요, 아직은 생각 못해봤는데... 치킨으로 할까해요
따우님/헤헤 기대해 주세요
검정개님/참치캔 가지고 잘 될까요? 녀석이 은근히 사람을 경계하던데...

클리오 2005-07-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유전이십니다.. 어머님을 너무나 안타까워하시면서도, 마태님 마음 약하신 것은 어머님한테 받으셨던 거겠군요.. 부모님들은 자기 닮은 자식을 훨씬 예뻐한다는데... ^^

꾸움 2005-07-2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코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내 눈매도 아빠를 많이 닮았다.
그러고 보니 혈액형도 아빠랑 같네.
아빠를 닮아서 아빠를 더 좋아하는지,
아빠를 더 좋아해서 많이닮게 나왔는진 모르겠지만..ㅎㅎ

ㅇ ㅏ~ 아빠얘기 했더니 아빠보고싶어지네여 ... 엉엉~ ㅠ.ㅜ


히나 2005-07-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집안으로의 유혹이 성공하시길 바래요 ^ㅂ^

하루(春) 2005-07-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이름을 치킨으로 한다구요? ㅋㅋ~ 데려다 잘 키우세요.
 

2003년 12월은 알라딘 서재계의 태동기였다. 강호의 고수들이 군웅할거했으며, 한 사흘만 글을 안쓰면 정상권에서 밀려나기 십상이었다. 사람들은 죽어라고 글을 썼고, 마실을 다녔다. 그 혼란은 2004년 8월까지 이어졌다.


서서히 알라딘엔 질서가 잡혀갔다. 기득권이 된 고수들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일정숫자 이상의 방문객을 맞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즐찾 서재가 포화상태가 되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데 그전만큼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멍든사과님이 뛰어든 작년 6월만 해도 정상권으로 치고 갈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에 등극하는 건 쉽지 않아졌다. 신인이 내게 물었다. “내가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플라시보님처럼 될 수 있니?” 내 대답이다. “그건 말이지, 이제 막 조그만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 삼성만큼 될 수 있냐고 묻는 것과 같아”


하지만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끼기 마련, 알라딘에는 새로운 얼굴이 자꾸 등장해줘야 한다. 기존 회원들이 문을 닫고 나가서만이 아니라, 평소 못듣던 신선한 얘기를 그들로부터 들으면서 우리가 죽어라 서재질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분의 무서운 신인을 소개해 본다(존칭 생략함).


1. 가시장미

이번주 주간순위 21위를 한 가시장미는 7월 3일 서재질을 처음 시작했다. 가시장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제 몸집보다 더 커다란 가시를 가진 장미의 모습은 슬프다...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벽을 쌓아 살아가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 이 모두가 슬프다’ 그러니까 가시장미가 알라딘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는 것, 일단 가시장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는다.


가시장미의 글을 보면서 느낀 건 ‘일필휘지’라는 단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일사천리로, 펜을 놓는 법이 없이 써나간 듯하고, 그러면서도 상황 묘사가 뛰어나 쉽게 읽혔다. 게다가 중요한 말은 색을 달리해서 써주는 친절함까지. 과거의 인연을 떠올리며 쓴 글을 보자. 

[만약 네가 수배자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사이가 지금보다 더 가까워졌을까? 아니면 더 멀어졌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난 네가 수배자가 되어서 더 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진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사랑하는 AIR 중에서)]

가시장미가 느끼는 애절함이 글을 읽는 내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는 건 ‘능력’ 그 자체다.


   미모 때문에 나이트를 공짜로 가기도 한다는 가시장미님의 모습. 본인은 물론 "미모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 승부를 내겠다"고 말한다.


 

 

 

 

 

페이퍼도 뛰어나지만, 가시장미의 강점은 리뷰에 있다. 모파상 단편선 리뷰의 한 대목이다.

[그의 소설에는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여자관계가 복잡했다는 그의 실생활과도 연계되어 있을테지만...  그는 여성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본능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억압을 이해했고, 그 안에서 여성들이 느껴야하는 많은 갈등과 심리에 주목했다. 그리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욕망과 본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표현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빠져들 때 인간은 비극과 불행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운명은 대부분 비참하게 막을 내린다]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런 리뷰, 나도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리뷰는 이렇게 끝맺는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가벼움이 인간의 본질이라고해도 실존은 본질을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을.  또 소망한다. 나의 실존은 결코 가벼움이 아닌 실제적이고 참된 것이 되기를.]

마땅히 끝맺을 말이 없어서 늘 허탈한 마무리를 하는 나로서는 가시장미의 탁월한 끝맺음이 부럽기만 하다.


다른 얘기 하나. <달콤한 인생>의 잔인성에 눌려 찝찝한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선 나는 며칠 뒤 moonnight 님의 리뷰를 보고서야 그 영화의 장점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이렇듯 좋은 영화 리뷰는 버릴뻔한 영화를 건져주기도 한다. 세편밖에 안썼지만 가시장미의 영화 리뷰는 내가 본 것 중 최고다. 우주전쟁 리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이며 의지이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의미가 있으며 더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이런 글은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내공이 쌓여야 쓸 수 있는 글일 것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가시장미의 영화 리뷰는 분석적이며 스포일러가 왕창 들어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해당 영화를 본 사람이 봐야 가슴에 깊이 새길 수 있다. 가시장미님 덕분에 난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분홍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향기, 인물, 음악, 상념 등 다양한 카테고리 모두를 주옥같은 글로 채워가는 가시장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얼굴이라고 생각한다.


 

2. 별사탕

1) 계시받고 입문하다

주간 서재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린 별사탕은 2005년 4월 5일, 나무를 심다가 느끼는 게 있어 알라딘 서재계에 입문했다. 뭘 느꼈냐고?

[살림하기가 귀찮다. 늙으면 나는 호텔에 살 거다.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아오이처럼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으며, 기분 내키는대로 이 호텔, 저 호텔 전전하면서 살란다. 뼈빠지게 모아 아파트 한채 장만하는 인생은 싫다]


* 주의할 점

별사탕이라고 해서 별사탕-군대에서 건빵에 섞어 준다는 그 별사탕-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생각해봤지만 우째 <<<<<삼각김밥>>>>밖에 안 떠오르는 것이냐!!!!!!!!!!!!!!!! 난 정말 단세포다....ㅠ.ㅠ]


2) 컴맹의 고백

별사탕은 스스로가 컴맹이라고 고백한다.

[내가 컴맹이기 때문이다...내 서재에는 사진이 없다. 나에게는 디카도, 그 흔한 카메라폰조차도 없기 때문에. 설령 그런 것들이 있다한들, 서재와 그것들을 연결시킬 재주가 없다]

이러면서 별사탕은 무시무시한 고백을 한다.

[그래도,,,그래도,,,말이지요,,,,, 페이퍼에 문단 정도는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누가 좀 갈챠줘요....흐어어엉.......](이 과정에서 자신도 컴맹이라는 검정개님과 친해지게 된다)

이 무서운 고백에 알라딘의 컴도사 인터라겐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문장 끝날때마다 엔터키를 치면 줄이 바뀌는데요..”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후, 별사탕은 문단을 자유자재로 띄울 수 있게 되었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논문을 워드로 치는데) 갑자기 글자가 서로 잡아먹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껐다켰다 난리를 피운 것도 한두번이 아니요...]

도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컴맹을 자부하는 나도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컴을 고쳐주러 온 선배의 말이다.

[“야, 타이핑할라면 좀 제대로 해라. Insert키를 눌러놔서 이런 거 아냐!!!!!!" 그랬다. 문제는 그놈의 키 한 개였다]


3) 폐인의 길에 접어들다

서재질을 하면서 별사탕은 자연스럽게 폐인이 된다.  새벽 3시에 서재에서 얼쩡거리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는 제보도 그렇거니와, 다음 글에서는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95433
날개
푸하하~ 별사탕님...^^ 혼자서도 우찌 이리 즐겁게 노십니까..ㅋㅋ
만두패밀리.. 만난.. 진짜 멋있습니다..흐흐~ - 2005-06-19 12:13
 
인터라겐
ㅋㅋ 별사탕님...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셨군요... - 2005-06-20 10:13

페이퍼거리가 떨어진 별사탕은 급기야 동생 분의 사진을 올리는데, 그 미모가 장난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들 기절했다.

인터라겐
으왕.. 너무 이쁜 고딩입니다... ㅋㅋㅋ 여지껏 쓴 별사탕님의 페이퍼가 다 음해란 말이죠.. 맞아요... 이렇게 이쁜 얼굴에서...ㅋㅋㅋㅋ (이러다 별사탕님께 돌 맞는거 아닌가 모르겄어요..ㅋㅋㅋ) - 2005-07-24 12:35
 
미미달
정말 예쁘네요 ^^ - 2005-07-24 12:38
 
울보
와우 동생분 정말 이쁘세요,,
그럼 별사탕님도 이쁘시군요, - 2005-07-24 12:56
 
세실
아니..정녕 고딩 사진이 맞습니까? 헐...예뿌요~
전 고딩이라기에 왠지 어린애 같았다는....흐
별사탕님도 한미모하시겠네요.... - 2005-07-24 13:03
 
이매지
오호- 고우시군요.
별사탕님도 그렇다면 +ㅁ+ - 2005-07-24 13:36
 
라주미힌
알라딘 얼짱이네요... - 2005-07-24 15:51
 
sa1t
별사탕님도 공개하라~공개하라~ - 2005-07-24 17:52
 
살수검객
연예인이 따로 없네요..^^ - 2005-07-24 18:01
 
날개
허걱~ 넘 이뻐요!!+.+ - 2005-07-24 22:33
 

사실은 나도...기절했다^^ 별사탕님이 컴맹을 탈출해서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3. 돌바람

여우님 청으로 공개한 사진

 

돌바람은 5월 2일 마이리뷰 세편을 쓰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리뷰지만, 표현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그 시간의 틈으로 생각들이 채 익기도 전에 울컥 가슴을 때리고 도망친다.(<만년> 리뷰 중)

-우물에 빠진게 아니라 내 안에 우물이 생겨버린 거지요. 책을 계속 읽을까요. 읽지 말아햐 하나, 내가 출렁입니다(<인간실격> 리뷰 끝부분).

-나는 책이 무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아마도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묻혀 있는 책들은 누군가 찾아내어 빛으로 환環  할 수 있는, 오동나무였다가, 오동나무 꽃이었다가, 꽃 진 자리였다가, 그것을 흔드는 바람이었다가 그리고 없는 것들의 자리였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음반을 살 줄도 그 음악의 곡명이나 뮤지션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던 시절, 음악세계는 음악과 나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JethroTull-Elegy Classic 첫부분).

-27, 청춘, 그 시기의 음악들, 고민들, 세상이 그에게 요구하는 것들, 함성, 어린 날들에 대한 보상, 그 모든 것의 절정에서 생을 마감한 커트 코베인은 그럼으로 해서 젊음을 송두리째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는 그것까지도 그의 음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필로우 북에서 살이 종이가 되고 문신이 글자가 되어 육체가 온몸으로 책을 보여주는 것처럼.(너바나 음반 리뷰 중)


정말 예술의 경지 그 자체 아닌가? 리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간만에 깨닫는다. 고백하자면 난 파란여우, 바람구두, 플레져, 로드무비 등 몇십명만 타일러서 교봉으로 보내면 내가 알라딘의 리뷰 부문 탑 텐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알라딘에는 위대한 리뷰어가 너무도 많았다. 당연히 찬사가 쏟아진다.


리들러
감탄했다고 칩시다. 서평도 이렇게 운율이 살아있도록 아릅답게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칩시다. - 2005-07-23 09:57
로드무비
독특한 개성과 함께 아주 박진감 넘치는 리뷰입니다.^^ - 2005-07-23 13:53
 
진주
오오.........! - 2005-05-31 18:48
Daydreamer

리뷰가 시 같네요^.^

서연사랑
저는 언제쯤이나 줄거리만 나열하는 리뷰에서 벗어나 돌바람님의 리뷰같은, 아니면 그와 비스끄무리하기라도 한, 리뷰를 써 볼 수 있을까요 - 2005-07-06 10:01
 


리뷰와 페이퍼 모두가 글쓰기의 일종이라, 페이퍼 역시 예술적인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돌바람님은 별사탕님처럼 컴맹이 아니라서 아름다운 사진이 글과 함께 곁들여진다.

 

결론: 위에서 내가 한 말은 일부만 맞다. 막 창업한 사람이 삼성을 꿈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본금 100조원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면, 삼성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그들이 가진 뛰어난 글솜씨로 보건대, 알라딘 평정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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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님, 저 삐졌어요. 데리고 와주신 건 고마운데, 다른 분들은 끝내주는 리뷰어라고 칭찬해주시고 저는 폐인에 컴맹(돌바람님은 별사탕님처럼 컴맹이 아니라서라니....끄억...)이라는 것만 강조하시다니요. 미모도 안되고, 어흐흐흐 ㅠ.ㅠ 아무래도 제 동생을 데리고 오려고 저를 곁다리로 끌고 오신 것같아요. 못써요, 못써. 인제 저한테서 추천은 없을 줄 아세욧!^^

비로그인 2005-07-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정말 당황스럽네요. -_-; 알라딘을 하다보면 정말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하하하. 너무 칭찬만 많이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 많은 관심과 찬사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솔직히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제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거의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아주 만족합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제 자신과 제 삶과 저의 마음을..
온전히 다 드러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포장하여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행위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는 정말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습니다. 글로써 사람이 평가될 수 있다는 것도 좋은일이지만,결코 그것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드러내 줄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깐, 제가 드리고자 하는말은
너무 좋게만 봐주시지 말라고 부탁드리고 싶은거지요. 가끔은 쓴소리도 해주시고
비판도 해주시고, 충고도 해주시고.. 그래서 제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부족한..
인식의 틀을 깰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알라딘 식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알라딘을 통해 좋은 이웃을 많이 만들수 있게 되어 정말 많이 기쁨니다. ^-^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앞으로 더욱 좋은 서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만두 2005-07-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입문하신 분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분들이죠^^

인터라겐 2005-07-2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두번이나 찬조출연했다.....ㅋㅋㅋ 별사탕님 서재도 얼마나 많이 발전했다구요...그쵸 별사탕님~

날개 2005-07-2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서재를 못가봤어요.. 얼른 가봐야겠네요..^^

돌바람 2005-07-2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 왔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있는 거야요. 미인들 사이 슬쩍 아줌마를 끼워놓으시다니요. 흑흑, 가시장미님을 향한 마태님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하실 줄이야. 흑흑흑. 그래도 이 한몸 바쳐서 좋은 인연이 탄생하신다면 기꺼이 뽀개지겠사와요.(비참모드바람이었슴다. 근데 왜 웃음이 나지?)^^*

클리오 2005-07-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역시 서재계의 무서운 신인을 발굴하시는 능력. 마태님은 탁월하십니다... 흐흐..

연우주 2005-07-2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미인이 끊이지 않는 알라딘 서재에서 진정 행복하시겠군요..^^ -잊혀진 미녀, 올림...! 흥!

마태우스 2005-07-2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에고, 고쳤습니다.
우주님/잊다뇨 누가 우주님을 잊습니까....
속삭이신 분/앗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클리오님/다른 분들은 다 알고 계셨구요, 클리오님 댓글도 여럿 보이더이다
돌바람님/어머 사실이 아닙니다! 전 미녀를 존경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이어요! 작업과 구별해 주시길...^^(근데 왜 코가 길어지는 느낌이 들지?)
날개님/큰 날개로 훨훨 날라다니는 날개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인터라겐님/엔터 키 치라는 말씀, 얼마나 웃었는데요^^ html 나오는 그 다음 설명은 저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만두님/만두님 우리도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하려나봐요...^^
가시장미님/좋은 서재 소개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어요. 제가 아니더라도 님의 서재는 곧 떠오르는 서재가 되었을 겁니다.
별사탕님/역시오해입니다! 님의 동생분이 미모이긴 해도, 전 일말의 양심은 있는 사람입니다.... 어찌 제가 십대를.......


로드무비 2005-07-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작년 이맘때 발굴해 주지 않으셨어요? 흑=3
마태우스님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신데요?
그런데 한 분 빠졌어요.
싸이런스님.^^
(싸이런스님, 저 예쁘죠?ㅎㅎㅎ)

미완성 2005-07-2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님이세요. 깜짝출연만으로도 너무 영광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답례로 저의 서재의 마태우스님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
포샵으로 아주 뽀샤시하게 처리해드렸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시길...

플라시보 2005-07-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를 삼성으로 표현하셨군요. (근데 요즘 삼성 시끄럽던데...히히) 암튼 저도 님 생각과 비슷합니다. 새로운 서재들이 많이 생기고 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전 게을러서 잘 못하지만 님은 새로운 서재를 끊임없이 발굴하시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좋은일을 하시지요. 흐흐)

알고싶다 2005-07-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계의 김현, 마태우스님의 그물코 위에서 노니는 분들 행복할거외다. 언젠가 내공을 쌓아 나두 기필코 언젠가는 꼭!!!

파란여우 2005-07-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봉으로 갈까요? 님이 탑텐에 드시기만 할 수 있다면
이 한 몸 기꺼이....대신, 누구누구가 따라 올지도 모름을 알려드리면서^^
아주 무서운 회원들이 많아졌어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흑

포도나라 2005-07-2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 님, 너무 예쁘시다...(나도 나이트 공짜로 가고파~~ㅜ.ㅡ...)

마태우스 2005-07-2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자의 노래님/그러게 말입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미모...^^
파란여우님/제 말이 그말입니다. 안그래도 밑에 있던 리뷰의 질 순위가 더 내려가고 있으니..^^ 그리고 교봉 가봤자 별 거 없더이다. 그냥 예서 같이 놀아요!
검은비님/후훗, 님의 흔적이 많이보이더이다^^
리들러님/내공 하면 리들러님이란 말이 돌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현에 비유함은 과찬이십니다
플라시보님/앗 삼성께서 친히 제 서재에.. 목 아프신 건 좀 괜찮습니까? 저 목 다 나으셨으면 삼성 주식이라도 좀 주시죠.^^
가시장미님/전 뽀샵이 필요합니다. 기대할께요
사과님/사과님은 역시 저를 잊지 않으셨군요. 세번 술마시기로 한 거 잊지 마세요!
따우님/아니 뭐 칭찬인 건 알겠지만, 한 거 없이 칭찬을 듣자니 부끄러워서요
로드무비님/님과 저는 비슷한 시기에 크지 않았나요? 그리구 그땐 제가 자리를 완전히 잡기 전이라, 라이벌들을 좀 견제했답니다^^ 싸이런스 님의 명성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람구두 2005-07-2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하지 마세요. 마태님...
전 이제 알라딘 서재계에서 조만간 급물살을 타고 사라질 것 같으니....
흑흑,,

진/우맘 2005-07-2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지금 저는 거의...법정관리 신청에 들어선 듯. 흑흑....ㅠㅠ

하이드 2005-07-29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나도 나름 신진인데, 작년 6월이후 등장한. 그러니깐..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네.
 

 

 

 

 

“매사 성실하고 성적도 우수한 학생입니다. 장학금을 주신다면..”

예과 학생들의 장학금 신청서에 추천사를 써야 했다. 장학금이란 게 사실 성적순으로 지급되는지라 내가 추천사를 어떻게 쓰던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더욱이 신청을 한 학생이 스무명이 넘고, 개개인을 잘 모르는 처지인지라 그냥 무난한 문구를 골라잡아 똑같이 쓰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내게는 “똑같은 말을 두명에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원칙이 있었다. 그래서.


-올바른 의사상에 대해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진, 장차 우리 의학계를 이끌 학생입니다(그 학생의 의사상이 어떤지 사실은 모른다).

-타인에 대해 배려가 깊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며...(내 생각이다)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입니다 (앞부분, 어느 책에서 읽었던 문구다)


이런 식으로 스무개가 넘는 추천서를 써내려가다보니, 과거 내가 학위를 딸 때 생각이 났다. 박사논문이 통과되면 ‘xx 혜존’ ‘ss 님께 드립니다’같은 문구를 써서 논문을 증정한다. 하지만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그 논문을 들춰보는 사람은 없다.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한 걸 제외하면, 나 역시 다른 이의 논문을 읽은 적이 없다. 그 논문은 그 자신에게만 중요할 뿐, 다른 이에게는 그만한 가치를 주지 못하니까. 예컨대 박사학위를 받은 공대 친구의 논문을 내가 읽어서 무엇하겠는가. 그래서 난 그래도 한페이지쯤은 읽을 걸 만들고 싶었다.


논문에는 반드시 감사의 글이 들어간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도와주신 xxx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사랑하는 아내와 딸 미정이에게도 감사드린다”

뭐 이딴 식의 글 말이다. 이거, 난 남들처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 페이지를 백지 상태로 비워 두었고, 주는 사람마다 일일이 A4 종이에 써가지고 붙여서 줬다. 거의 한페이지에 달하는 편지를 일일이 쓴 거다. 물론 곧 후회를 하긴 했다. 삼십명이 넘는 사람에게 쓰려니 시간이 너무나도 많이 걸렸으니까. 내가 논문을 그렇게 열심히 썼다면 논문 심사 때 그렇게 혼나지 않았을텐데, 나의 관심은 그런 이상한 곳에만 머물러 있었다.


장학금 신청서를 쓰는 걸 보니까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석사 논문을 쓸 때는 “박사 논문은 훌륭하게 써야지”라고 하고, 박사 논문을 쓸 때는 “박사 딴 뒤가 중요하지!”라고, 지금은 “두고 봐. 언젠가는 내가 대박 논문 하나 쓸거야!”라고 하면서 살아가는 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장학금 추천서에 목을 매는 자신을 바라보니, 내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 삶을 사는지 이해가 간다. 난, 별 의미없는 학위논문을 쓸 그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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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7-2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남의 석,박사 논문집이 몇 권 꽂혀 있어요. 이사올 때 자그마치 세 수레의 아까운 책을 버리면서도 그 논문들은 버릴 수도 없고........에궁....ㅡ.ㅡ+

비연 2005-07-2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사 논문을 쓸 때는 “박사 논문은 훌륭하게 써야지”라고 하고, 박사 논문을 쓸 때는 “박사 딴 뒤가 중요하지!”라고, 지금은 “두고 봐. 언젠가는 내가 대박 논문 하나 쓸거야!”....지금 저의 모습을 보는 듯. '박사 딴 뒤가 중요하지!' 흑흑...

클리오 2005-07-2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공감하시는 분위기... ^^ 그나저나 감사의 글을 일일이 따로 썼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앞 페이지 '** 선생님 혜존' 그런거 밑에 그동안의 감사의 말과 인사 등을 덧붙여 간단하게 써서 드렸을 뿐인데요.. (사실 다들 그거만 읽고 말죠?? ^^) 어떤 남자 선배에게는 그다지 쓸말이 없어 '향기나는 인연으로 남고 싶습니다'라고 썼다가,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렸다는... 으으.. --;; (하여간 대박논문, 꼬옥 쓰십시오.. ㅎㅎ)

moonnight 2005-07-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고 저쩌고 혜존 이상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써 본 적도 없구요. ^^; 마태우스님의 논문을 받은 분들은 참 기분좋았겠어요.

바람돌이 2005-07-2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논문도 안 쓰고 얼렁뚱땅 졸업한 저에겐 논문 자체가 위대해보여요. 안보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도 안본다는 추천서를 열심히 쓰는 마태님의 모습 아름답습니다.

숨은아이 2005-07-2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페이지 가득 편지를 일일이.... 역시 저명소설가다우십니다.

마태우스 2005-07-2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키키키....
바람돌이님/헤헤헤...전 무슨 일을 해도 아름답다니깐요^^
문나이트님/그럼요, 다들 감동했다더이다^^
클리오님/하핫 향기나는 인연...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비연님/님도 그러시군요.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진주님/무려 세수레나?? 대단하십니다...
따우님/그거 제가 오리지널이어요. 다른 분들이 말하는 건 다 절 따라한 겁니다!

꾸움 2005-07-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우스님 인데요.^^
틀에 박힌 글이 아닌, 하나하나의 정성이 들어간 글.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ㅎㅎ...
 

 

 

 

 

학생 때, 시험 기간엔 늘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그것과 열심히 하는 건 별개의 일, 공부하기도 싫고 집에도 가고 싶어서 연방 시계를 들여다보곤 했다. 정 견디기 어려울 때마다 난 도서관 밖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봤다. ‘저들은 내가 가기만을 바라고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늦게까지 버텼다. 공부를 해야 되니까 하는 게 아니라, 어렵게 얻은 자리니까 공부를 한다니 참 희한한 심보다.


그게 뭐 어떠냐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내 실체를 좀 더 드러낸다. 1984년, 비가 마구 쏟아져 물난리가 났을 때 난 좀 더 비가 와서 서울이 물에 잠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비가 그쳤을 때 난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연희 입체교차로 부근에 맛있는 냉면집이 있다(이름이 청송인가 그렇다). 뭐, 대단히 맛있다기보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먹으려면 오래 줄을 서야 하는 집이라서 맛있어 보이는 것일게다. 어젯밤, 오분여를 줄을 선 끝에 냉면집에 들어갔고, 물냉면 두 개를 시켰다. 한 젓갈을 뜨려는데 주방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

“육수가 떨어졌어요. 이제 비냉밖에 안돼요”

물냉면이 안된다는데 내가 왜 기쁜 걸까. 다른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물냉면이 없다는 종업원의 말에 실망을 금치 못하면서 할 수 없이 비냉을 시키는 광경을 바라보며 난 뿌듯해했다.

“저기 좀 봐요. 비냉 시키네! 저기도, 저기도!”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다.

“여름엔 역시 물냉면이죠! 음하핫!”


학교 근처에 연건삼계탕이란 유명한 집이 있었다. 먹고 있으면 다음에 온 사람들이 테이블 옆에 서서 먹는 광경을 째려보는 그런 곳이다. 어느날 저녁 닭을 먹고 있는데 주방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닭 떨어졌어요”

그 말 역시 잠시나마 날 행복하게 해줬다. 난 그 이후에 온 사람들이 할수없이 닭죽을 시키고 혹은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했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여름엔 역시 삼계탕이야!”


남의 불행에 기뻐하는 나, 좀 문제가 있다. 착한 척을 하는 내 몸 안에는 커다란 악마가 한 마리 살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의 인생은 그 악마와의 싸움이 되었으면, 그리고 그 싸움이 성공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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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4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라고 하기에는.. 많이 귀여운 -_-;;;; 마태우스님같은 악마인가 봅니다. 하하

비연 2005-07-2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건삼계탕...맛있죠^^ ㅋㅋ

이매지 2005-07-2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제 마음 속에도 악마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 _ ㅜㅋㅋㅋ

세실 2005-07-2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너무나도 솔직한 마태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moonnight 2005-07-2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 정도는 애교 같군요. ^^ 그런데 전 비냉이 더 좋아요. (엉뚱한 댓글 -_-;)

클리오 2005-07-2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가지고 악마라고 하시기엔, 너무 약해요... ^^

날개 2005-07-2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는데요, 뭘... 흐흐~

바람돌이 2005-07-2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다 그런 것 아닌가요? 그럼 모든 인간이 다 악마가 되는건가? ^^; 저는 내가 하는 나쁜 생각이나 나쁜 짓은 "남들도 다 이래"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리 절대 고민하지 않는 버릇이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