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들어왔다가, 어제 쓴 글의 추천수를 보고 기절할 뻔 했습니다. 혼자만 멋있는 척 한 것 같아 많이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수많은 추천들은, 서재를 떠나신 진주님과 새벽별님에게 보내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습니다. 서재계 바깥에 사는 분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오랜 기간 정을 나누고 살아온 분이 상처를 받고 떠난다는 건 저희에게도 커다란 상처입니다.


또 혼자 멋있는 척한다고 하실지 몰라도, 재벌2세이자 대주주로서, 알라딘을 사랑하는 서재인의 하나로서 뭔가 하고 싶습니다. 이름하여 ‘돌아와요 이벤트’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주님과 새벽별이 다시 서재계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적어주신 분을 각각 한분씩 뽑아 상품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방명록에는 2천자밖에 글을 남길 수가 없지만, 다행히 두분은 서재를 떠나면서 댓글을 남길 공간을 만들어 놓고 가셨습니다. 진주님에게 보내는 편지는 ‘안녕히’라는 페이퍼 아래다, 새벽별님께 보내는 편지는 ‘소근소근하실 분을 위한 페이퍼’ 아래다가 써 주십시오.


마감 시한은 두분이 돌아오실 때까지, 그리고 수상자는 두분이 돌아오신 뒤 결정해주시겠습니다. 예컨대 진주님이 ‘다른 분들에게도 다 감사드리지만(땡스 투 에브리바디) 특히 물만두님 덕분에(스페샬 땡스 투 물만두) 내가 돌아왔다(아이 리턴드)’라고 해주신다면, 물만두님이 수상자가 되는 거죠. 이런 사태는 원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분이 오시지 않는다면 8월 15일 광복절에 일차 이벤트를 마감하고 투표로 1등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벤트 이름: 돌아와요 이벤트

요령: 진주님의 ‘안녕히’와 새벽별님의 ‘소근소근하실 분을 위한 페이퍼’ 아래 두분의 귀환을 촉구하는 편지-논리로 승부해도 좋고, 감성에 호소해도 좋습니다-를 쓴다

당첨자 선정: 돌아오신 두분이 각각 한분에게 고마움을 표시(땡스 투)한다

상품: 각각 한분에게 5만원 상당의 책 혹은 6만원 상당의 너굴님 악세서리 증정

 

기간: 돌아올 때까지, 하지만 광복절까지 안돌아오시면 8.15 자정에 접수 마감, 투표로 1등 선정


두분과의 추억을 공유한 알라디너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마태우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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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7-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 분께 부담 팍팍, 감동 팍팍!!^^
안 돌아오실 수 없겠어요..

날개 2005-07-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마태우스님, 멋진 이벤트입니다...!!!
글구, 님 제 이벤트에서 1등 되셨어요..^^ 오셔서 선물 골라주세요~

2005-07-29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7-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세요, 마태님! 금붕어님 말씀대로 부담팍팍 감동팍팍! ^^

2005-07-29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7-2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무조건 참가해야겠네요. 마태우스님, 멋져요. 진짜 진짜 제눈에 제일 멋있는 남자로 보여요. 지금 현재는요. 캬캬캬.

연우주 2005-07-2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2005-07-29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7-2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또 이렇게 멋있으심 어떡해욧! 버럭버럭~~ ^^;;

水巖 2005-07-2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추천합니다. 정말 두 분께서 심적 동요를 느끼시겠네요. 돌어오시기를 함께 염원합니다.

2005-07-30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5-07-3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마태님 너무 근사해버리시잖아요. 결혼해조욧!!!!

마늘빵 2005-07-30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과 마태우스님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부리님이 들너리(난 부주받아야지)

플라시보 2005-07-30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알라딘의 대주주다우신 행보이십니다. 감탄 또 감탄^^

인터라겐 2005-07-3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과 새벽별님 덕에 마태님 결혼하시나 보다... ㅎㅎㅎㅎ

정말 두분이 꼭 돌아 오셔야 하는데 말예요.. 암튼간 마태님!!! 너무 멋지신거 아시죠?

chika 2005-07-3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기쁜 소식이 두가지나!! 마태님과 오즈마님의 결혼소식과 진주님, 새벽별님이 그로 인해 돌아올꺼라는!! ㅋㅋ
(아프락사스님, 축의금 받는건 내가 하기로...핫,,, 그건 발마스님 결혼때였구나. 죄송~^^;;)

마태우스 2005-07-3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어머나 저도 모르는 결혼 소식이!! 꺄오....
인터라겐님/전 글로만 멋집니다. 실제로는 나쁜놈이라는...
플라시보님/부끄럽습니다. 님도 저처럼 주식이 많으셨다면 그리하셨을 겁니다
아프락사스님/그, 그게요........
오즈마님/저.... 제가 요즘 여건이 안좋아서요.......... 술 때문에 남성 기능이 2%로 떨어졌데요... 그래도 괜찮아요?
속삭이신 분/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릴께요
수암님/아유 감사합니다. 번번히 추천을 받네요..
문나이트님/멋있으려고 했는데, 통했군요^^
우주님/님도 참여해 주세요. 미녀의 호소는 한층 더 호소력이 있답니다
조선인님/아닙니다. 사실은 부리가 시켰습니다..
판다님/아이 쑥스러워.....
속삭이신 분/말씀 감사합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렸죠?^^
날개님/어머나 감사합니다. 11관왕이라...음하핫.
금붕어님/님 말씀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클리오 2005-07-3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님 너무하셔요, 남자들이 가장 핵심으로 여기는 남성기능까지 팔며 결혼을 피하시다니.... 하하하.....!!! ^^

세실 2005-07-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마태님...참 화끈하시군요.....아까워라...제가 결혼만 안했어도~~~ 후다닥~
 

 

 

 

 

어제 하루종일 술만 마셨습니다. 아직도 술이 덜 깼습니다. 죄송합니다.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매너님이 땡스 투에 대해 워낙 잘 설명해 주셔서,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더 할 얘기가 없습니다. 솔직히 별 지식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얘기 하겠습니다.


우리는 알라딘 폐인들입니다. 없으면 못견딥니다. 그거, 솔직히 인정합시다. 우리가 폐인이 되도록 알라딘을 좋아하는 건, 알라딘 기능이 뛰어나게 좋아서가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는 인터넷 중 알라딘은 버그가 많은 사이트에 속합니다. 글 쓰다가 날린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몇 번 그러고 난 다음부터는 한글에서 문서 작성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한시간씩 점검시간을 갖는데도 에러가 많이 납니다. 뉴스레터 만들 때, 조금 쓰고 저장하고, 이런 식으로 만듭니다.


그래도 우리, 알라딘 좋아합니다. 저, 다른 곳에서 책 산 적 한번도 없습니다. 다른 애들이 그래 스물넷에서 책 산다면 전 그러지 말라고, 알라딘이 빠르고 싸다고 선전합니다. 진주님 말마따나 저희는 알라딘 준 직원입니다.


저희가 알라딘을 좋아하는 거, 그게 다 서재 주인장 분들을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자기 이름 거론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전 물만두님 좋아합니다. 새벽별님도, 진주님도 물론 좋아합니다. 살다살다 이렇게 좋은 분들만 모여있는 곳은 처음 봤습니다. 인터넷으로 싸움질만 하던 싸움닭이 여기서 1년 반 뒹구는 동안 씨암닭 되었습니다. 이젠 오프라인에서도 화 잘 안냅니다.


알라딘 서재 주인이란 거, 제게는 자부심입니다. 최근 뜨고 있는 싸이세계, 겁나게 무시합니다. 어떤 이는 그래서 저희보고 ‘귀족클럽같다’고 합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희 정말 잘났지 않습니까? 책을 읽는 사람이라 역시 다르다고 스스로 흡족해 하곤 했습니다.


자기 돈 들여서 일년내내 이벤트 합니다. 오즈마님 돈을 안주는 집주인에게 같이 분노하고, 보림이 100점 맞았다고 같이 좋아해 줍니다. 변태 천지인 인터넷 사이트가 한두군데가 아니건만, 집주소랑 전화번호 마음놓고 가르쳐줍니다. 이런 곳을 찾는 게 어디 쉽습니까? 그래서 저 알라딘 못떠납니다. 떠난다고 해봤자 대안도 없습니다. 가끔씩 교봉 블로그를 둘러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1년 반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서재 문을 닫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은 있을 것이지만, 그러시면 안됩니다. 남는 사람들, 상처 받습니다. 땡스 투 때문에 떠나신 분들, 정말 그러시면 안됩니다. 우리가 땡스 투 때문에 서재질 한 것도 아닌데, 왜 그것 때문에 떠납니까. 알라딘은 우리에게 교류의 장을 만들어 줬을 뿐, 그들이 서재질의 주체는 아닙니다. 서재질을 하는 이유가 우리들간에 맺어진 정 때문인 것처럼, 떠나는 이유도 저희들 때문이어야 합니다.  저희들이 단체로 왕따를 시켰거나, 단체로 마약을 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모든 서재인들이 변태화된 게 아니라면 제발 떠나지 맙시다.


문닫고 나가는 거, 겁나게 쉽습니다. 오프라인에서야 우리나라가 싫다고 떠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하루에도 열댓번 서재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상처가 더 적은 건 아닙니다. 저 진주님과 한번도 만난 적 없습니다. 그래도 진주님 몸 편찮으시다고 할 때, 겁나게 속상했습니다. 이번에 진주님이 서재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그때랑 비교할 수 없이 속상합니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던 이 공간에 늘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가끔씩 사건이 터지고,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재 문을 닫기 전에 우리 생각도 해주시면 안되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이곳이 오프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따뜻하고 좋은 곳이지 않나요? 이 좋은 곳을 박차고 가시려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요?


알라딘 측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알라딘 측의 설명이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검열이란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알라딘 측의 선의는 인정해 줍시다. 그분들 역시 우리 서재인들 좋아합니다. 더 즐겁게 서재질을 할 수 있도록 늘 애쓰고 계십니다. 지난번에 만든 투표기능도 얼마나 잘 쓰고 있습니까. 이번에 문제가 된 땡스 투 역시, 우리에게 혜택을 조금이라도 주고자-물론 매출 증대에도 기여하길 바랐겠지만-만든 거 아닌가요? 저도 책을 살 때 습관적으로 땡스 투 누릅니다. 그거 누르면서 남에게 베푼다는 생각으로 뿌듯해 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제게 땡스 투 많이 눌러 주셨습니다. 저 그 덕분에 책 한권 샀습니다. 전 땡스 투가 정이 넘치는 이곳의 분위기를 가장 잘 구현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땡스 투 때문에 한바탕 파란이 일어난 것은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어제오늘, 우울해 죽겠다는 페이퍼, 많이 올라옵니다. 인생이 길어 보이지만 사실은 짧습니다. 즐겁게만 보내기에도 충분히 짧은 시간입니다. 이제 그만 슬퍼합시다. 이곳이 아니면 제가 이렇게 좋은 사이트를 어디서 또 찾겠습니까. 이번 일이 알라딘을 더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애쓰자고요. 진주님, 새벽별님, 제발 돌아오십시오. 물만두님도 화 푸시구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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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7-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41번째 추천입니다 ^^

마태우스 2005-07-2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감사합니다. 제가 다 받기에는 과분하네요...
조선인님/그러게 말입니다
타스타님/어머나 타스타님!! 반갑습니다
가시장미님/신세대 스타 가시장미님, 어제도 새벽 4시까지 마셨습니다....^^
살수검객님/명성은 듣고 있었는데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어수선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상견례...^^ 유머는 많이 부족하구요, 글은 아직 멀었습니다
속삭이신 분/아이 뭘 그런 걸 기억하겠다고 협박하십니까. 전 그저 같이 잘해보잔 얘기였어요!
올드핸드님/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발마스님/이벤트 열었어요. 논리 하면 발마스님 아닙니까. 돌아와야 하는 논리를 명쾌하게 써주세요^^
속삭이신 분/소심하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오시면 쑥스럽긴 하겠지요. 하지만 그건 순간입니다. 곧 예전의 님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님이 계셔야 저같은 사람이 홧김에 그만둔다고 할 때 말릴 수가 있잖아요....다시 생각해 주세요, 네?
여행자의 노래님/땡스투란 좋은 상품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표시입니다. 원래 모르던 걸 그 사람 때문에 알게 되어 책을 구입했다면 고맙잖아요^^
판다님/제 말이 그말이어요 우리 모두 오프에서 만날 그날을...
인터라겐님/추천 감사^^ 명예회장은 나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우님이라든지 깍두기님처럼...^^
실비님/저를 국무총리로 임명하신 님이 더 높은 것 같은데요^^
줄리님/김구 선생이 님의 꿈에 나타나서 화내실 것 같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울보님/한표 감사합니다. 당신의 소중한 선택, 귀하게 쓰겠습니다^^
수암님/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꾸벅
속삭이신 분/제 글의 의미는 땡스 투가 발단이 되었다는 뜻이었는데, 안그래도 한분이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를 버리고 떠날만큼 중차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심한 조선인님...
클리오님/아네요. 자꾸 그러시니 부끄럽잖아요!
조선인님/기립박수 잘 받았습니다.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르네요(사실 막국수 먹었습니다..)
서연사랑님/안녕하셨어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두분이 돌아오셔야 제가 흐뭇해질 것 같습니다
로드무비님/이번 이벤트의 우승후보 로드무비님이다! 와와!
놀자님/마지막 문장에서 전 또 '마태님 때문이어요!'라고 하실 줄 알았다는...^^
로즈마리님/그럼요... 그렇죠...
실론티님/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는 걸 원래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확인합니다
바람돌이님/그랬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꾸움님/차차 익숙해질 겁니다^^
수니님/아, 네...씨암닭....^^



oopsmax 2005-07-2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추천표 던지고 갑니다. 멀리서 언뜻 보기에도 참 정겹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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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7월 27일(수)

마신 양: 고량주-> 맥주-> 소주-> 맥주...


1. 책의 보람

아는 선생님이 나보고 좀 와달라고 했다.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인지라 그분이 오라면 난 간다. 갔다.

“내가 교지편집 지도하는데, 학생들이 마선생하고 인터뷰 해서 싣고 싶다는군. 괜히 하는 소리인 줄 알고 그냥 있었는데, 계속 그러기에 불렀어”

학생들은 놀랍게도 <대통령과...>를 읽고 감동을 했다며, 싸인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말 그림이 그려진 싸인을 오랜만에 하면서 책을 내는 것도 참 보람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낼 당시에는, 필경 흥분 때문이겠지만, 책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분명히 대박이 난다는 믿음에 도취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만 지나면 책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그 책을 냈다는 게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대통령과...> 역시 그런 전철을 밟았다. 한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을 때는 “이렇게 훌륭한 책을 몰라보다니!”라며 흥분했지만, 지금은 내 책을 내준 출판사가 대단한 적선을 했다는 생각이다. 책 한줄 한줄이 어찌나 부끄럽게 느껴지는지 책을 들춰보기조차 안한 게 벌써 1년이 넘는다. 하여간 책을 내려면 진중권의 말대로 적당히 무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자기도취도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내 책을 읽고 감동했다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으쓱하다.


2. 낮술

점심으로 중국음식을 시켜 먹었다. 연구 면에서는 탁월한 그 선생님은 술을 많이 드신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고, 낮술을 즐긴다는 게 더 큰 단점이었다. 중국요리 한 개를 앞에 두고 그 선생은 고량주 세병을 깠다. 내가 마신 건 한 여덟잔? 당연히 헬렐레해졌다.


밥을 먹고난 뒤 교지를 만드는 학생 둘을 데리고 맥주집에 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문을 연 맥주집이 딱 하나 있었다. 우리가 오니까 놀란 토끼눈을 한 종업원이 “병맥주만 된다”고 얘기한다. 자신은 원래 여기 사람이 아니며, 그 옆에 있는 미장원에서 근무를 하는데, 맥주집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잠깐 봐주는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묻지도 않았는데.... 병맥주를 마시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냥 했으면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을 얘기들을 술의 힘을 빌어 할 수 있었다. 뭐라고 지껄였는지는 물론 기억에 없다. 남학생 하나는 내가 전에 낸 <기생충의...>도 읽었다고 한다.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3. 밤술

미녀와 술약속이 있었다. 다시 보니까 더 미녀였다. 맥주집에 갔다. 매우 불만에 가득차 보이는 종업원이 우리를 맞았다.


실내가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에어콘이 나오는 데는 아저씨 둘이 앉아 있다.

“더운데요”

종업원은 쏘아붙였다. “곧 시원해질 거예요!”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언뜻 보니까 우리 테이블 앞에 거대한 물체가 있었다.

“저건 뭐지요?”

“히터예요!” 종업원의 목소리가 짜증스러웠다. 프라이드 치킨과 피쳐를 시켰다.

“프라이드?”

종업원이 반말로 물었다. 우리도 슬슬 짜증이 났다.


여전히 더웠다. 에어콘 앞에 나란히 섰다. 내가 말했다.

“저거 아마 히터일 거예요. 요즘 세상에 히터만 되는 게 어딨어요? 모양도 똑같이 생겼구만”

바람을 쐰 우리는 다시금 히터 앞으로 갔다. 그냥 구경만 할 셈이었다. 하지만 종업원의 앙칼진 소리가 우리의 뇌를 강타한다.

“히터라니까요!”

나, 살아생전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렇게 싸가지없는 종업원은 처음 봤다. 확 나가버리고 싶었는데 바보같이 참았다.


날은 여전히 더웠고, 종업원은 우리를 더 덥게 했다. 에어콘 앞에 있던 아저씨 둘이 술값을 계산한다. 부채질을 하던 우리는 신나하면서 그리로 옮길 생각을 했다. 아저씨들이 갔다. 우리는 잽싸게 그 테이블로 갔다. 막 앉으려는데 종업원이 짜증스런 말투로 말한다.

“치운 다음에 앉아요!”


우리 테이블로 가서 생각을 했다. 종업원의 싸가지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에는 둘다 동의했다. 나가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하지만 미리 시켜놓은 치킨이 걸렸다. 나가다 들키면 빗자루로 맞을 것 같았다.


우리 말고 또다른 팀이 술집에 있었다. 종업원이 맥주컵을 챙긴다.

“저 여자가 등을 보일 때 나갑시다”

그 술집에 뒷문이 있다는 것을 미녀가 발견했다. 종업원이 맥주컵을 들고 저쪽으로 간다.

“지금이예요!”

우리는 잽싸게 뒷문으로 갔다. 다행히 문이 열렸다. 밖은 훨씬 시원했다. 그렇게 통쾌한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다. 미녀가 더 예뻐 보였다.


종업원 일은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일일지 모른다. 날이 더워서 짜증도 날 법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자-알 해낸다면 그는 장차 더 좋은 자리에서 더 좋은 일을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눈작고 못생겼지만 닭갈비집 종업원이 웃으며 서빙을 하는 모습은 우리를 흐뭇하게 했다. 싸가지를 만난 뒤끝이라 더 반가웠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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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7-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내려면 진중권의 말대로 적당히 무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자기도취도 필요한 것 같다.'- 마태님은 아무래도 둘다 아니신거 같은데 어떻게 책을 내셨을까나?
낮술에 밤술까지 정말 청춘이신가봐요? 아침엔 해장술?^^

마늘빵 2005-07-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맨날 미인이랑만 다녀요. 칫.

인터라겐 2005-07-2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당하게 걸어 나오셔도 될뻔한 일이었는데요..

chika 2005-07-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업원을 봐서는... 당당히 걸어나오다 걸리면 한 대 맞겠는걸요? 닭다리로..^^;;;;

moonnight 2005-07-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말 ㅆㄱㅈ없는 종업원이네요. 오래 참으셨습니다. -_-; 인터뷰 하신 거 축하드려요. 뿌듯하셨겠어요. ^^

싸이런스 2005-07-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말 그림있는 싸인 받고 싶어요

비로그인 2005-07-2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4가지 없는 종업원?! 제가 알바를 많이 해봤지만.. 전 언제나..
4가지 많은 종업원이었답니다. ^-^ 4가지 없는 종업원과 술대결을 해보심이?!

마태우스 2005-07-2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미모에다가 4가지까지 겸비하셨다니, 최고의 알바셨겠군요!^^
싸이런스님/조만간 받게 될 겁니다
문나이트님/헤헤 조금...뿌듯했죠
치카님/그죠. 당당히 나왔음 한바탕 싸워야 했을 겁니다
인터라겐님/아네요. 그랬다간 우리 앞에 드러눕고 그랬을 분위기였어요
아프락사스님/나이 따져서 죄송합니다만, 저도 님 나이 때는 절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가꾸다 보면 어느새 미녀들이 몰려들고 있음을 느끼실 겁니다
따우님/간만에 잘한 일이죠^^
줄리님/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술을 잘마시기 위함이지요^^

꾸움 2005-07-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백번천번 잘하신 것~
아닐땐, 잽싸게~!! ㅎㅎㅎ

클리오 2005-07-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대단하십니다요. 그리고 요즘같은 세상에도 그리 황당한 종업원이 있군요... 흐흐..

로즈마리 2005-07-2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통쾌하네요.
 
섹스 - 사용설명서 1
스티븐 아노트 지음, 이민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사용설명서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읽은 <섹스>는 주제가 주제인지라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남자 그것의 평균 크기가 14센티라는 대목에서만 얼굴을 찡그렸을 뿐, 인용해 놓은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이 어찌나 웃긴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꽤 고생했다. 몇 개만 인용한다.


-가슴을 키우기 위해서...에디오피아 여성들은 가슴을 벌에 쏘이는데...네배까지 부풀기도 한다--> 정말 처절하지 않는가.

-힌두교의 한 종파는 (크기를 키우기 위해) 음경에 돌을 매달아놓는데, 자라면 음경이 땅바닥을 스칠만큼 길어진다...그런데 발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럼 왜 키우는데?

-성행위의 체위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그 이름들이 다 예술이다; ‘봉황의 배회’ ‘토끼의 털 뜯기’ ‘학의 고개얽기’--> ‘우리 오늘은 토끼 털뜯기 할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상상되어 웃었다.

-동성애에 대한 각국의 정의

  1) 로마: 동양적 악습

  2) 프랑스: 독일적 악습

  3) 스페인: 이탈리아 놈들의 악습

-1994년 로마에 사는 주부가 애인을 만나러 가는 남편의 콘돔에 후추를 넣었다. 남편은 물론 병원에 갔다--> 애인을 사귀면 들키지 말아야 한다.

-1982년 모로코 남자가 그리스의 섬에서 펠리컨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발되었다--> 그거, 친고죄 아닌가? 펠리컨이 고발했나?

-타이 남자가 코끼리와 성관계를 맺은 죄로 15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는 그 코끼리가 죽은 아내가 환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생을 해도 그렇지, 코끼리한테서 성욕을 느끼다니!


사용설명서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섹스를 잘하게 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읽는 동안 즐겁고, 누구나 관심이 있을 섹스에 얽힌 얘기들을 다른 데 가서 써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딜도’의 어원이 ‘달래다’라는 뜻의 노르웨이어에서 파생되었다는 것, 살찐 사람이 섹스시 취해야 할 자세 등의 지식을 어찌 습득할 수 있었을까. 공공장소에서 읽을 때 남들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늘 노력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여자들한테 인기가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섹스, 알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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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7-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근데 14센티라는 대목에서 왜 얼굴을 찡그리셨는데요? ^^

마태우스 2005-07-2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균이 안되는 제 친한 친구가 생각나서요^^

돌바람 2005-07-2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역형을 받기 전에 코끼리한테 깔리지 않았을까나. 클리오님 댓글이 더 웃기오. 깔깔^^

클리오 2005-07-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건전한 리뷰 동네에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낮술 모드인데끼 생각해주시오, 돌바람님... 흐흑.... --;;

조선인 2005-07-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이 친고죄인 건 우리나라의 악법인 거죠.

인터라겐 2005-07-2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두교의 한 종파는 (크기를 키우기 위해) 음경에 돌을 매달아놓는데, 자라면 음경이 땅바닥을 스칠만큼 길어진다...그런데 발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럼 왜 키우는데? 왜 키우는데... 여기서 쓰러집니다.. ㅎㅎ 역쉬.. 아줌마들밖에 댓글을 안다는군요...

水巖 2005-07-2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댓글들을 다시는군요. 역시 대단들 하십니다.

꾸움 2005-07-2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요런 자상한 책도 다 있었네요~ ^^

토토랑 2005-07-2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두교의 한 종파는..
시바의 상징이 까만 원기둥인 링가(?) 였던가.. 그거니까.. 시바신을 닮아 보고져 그러는건지..--;;;흠..

로즈마리 2005-07-2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결혼 못한 저는 가만 있을랍니다. ^^;;

마늘빵 2005-07-2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안한 저도 가만 있을랍니다. ㅋㅋ (로즈마리님 패러디)

라주미힌 2005-07-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열전 같은데요...
제목만 아름답게 붙여놨다면 당장 사 볼텐데...
가령, 누가 코끼리를 울렸는가, 벽장 속의 펠리컨, 땅에 닿는 그날까지, 대머리 토끼, 여자 달래는 법 102가지 ㅡ.ㅡ;

바람돌이 2005-07-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한편으로 웃기고 한편으로 처절하고....

진/우맘 2005-07-2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꼭 돌려드릴테니 이 책, 저 빌려주세요~~~~^0^

H 2005-07-2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제 친구가 이 책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모습이랑 겹쳐지네요..
잘 지내셨어요? (너무 뜬금없는 안부인사..)

히나 2005-07-27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지인에게서 이 책을 받을 날이 기대되는군요 ㅋㅋ

마태우스 2005-07-2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드롭님/언제 냉면이라도...^^
에고이스트님/엄머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방학한 지 한참 지났는데 그간 외국이라도 다녀오신 건가요?
진우맘님/그러지요^^ 역시 앎이 중요하죠?^^
바람돌이님/음...좀 처절한 얘기가 많이 있죠^^ 펠리칸은 심하죠?
라주미힌님/아,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 세상이 다양하단 걸 깨달았다는..
아프락사스님/사실 정상적으로 살면 결혼 하나 안하나 별 차이는 없답니다. 여기 나온 얘기들은 좀 특수한 경우죠
로즈마리님/어머나 그거 별 관계 없는데..
토토랑님/반갑습니다. 전 하여간 열심히 할 겁니다
꾸움님/저의 존재가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수암님/호호, 부끄럽습니다. 저도 님한테 잘해야 하는데..
새벽별님/역시 님은 저랑 통해요. 펠리칸, 보호해야 합니다
인터라겐님/전 하여간 님이 좋아요
조선인님/그렇군요! 님 덕분에 중요한 걸 알았어요! 우리나라 나빠요
클리오님/저 지금 낮술 모드에요. 세상은 아름답네요^^
돌바람님./설마 코끼리가 깔아뭉갤까요. 애정이 있는데...^^

2005-08-1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누구나 그런 건 아니겠지요. 저는 가슴보단 얼굴을 훨씬 더 본답니다^^
켈리님/호호, 그런가봐요.
 

 

 

 

 

일시: 7월 25일(월)

마신 양: 소주 두병, 맥주 두캔?

누구와: 써클 후배와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난 이날만큼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려 했다. 3번 연속으로 못나간 모임에 참석해 술일기에 기록되지 않을만큼의 양만 마시고 귀가할 생각이었다 (소주 한병 이하). 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써클 후배 둘이 섭외-후원금 받으러-를 왔고, 그게 하필 저녁 때였고, 그들은 배가 고팠다. 난 말했다. “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저희야 좋죠” 우리는 고기를 먹으러 갔다.


학생 때, 모 병원에 섭외를 나간 적이 있었다. 대략 여섯명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학생 때는 써클도 열심히 하고, 나랑도 친하게 지낸 누나들이었다. 그런데 돈을 안줬다.

“계속 당직이라 며칠째 집에 못갔어”

“지금 돈이 없는데”

“내일 와라. 내 지금은 바빠서”

오기가 생긴 나는 이틀째 그 병원에 갔고, 역시 한푼도 받지 못했다. 사흘째, 난 다시금 그 병원을 찾았다. 식사하러 갔다는 말에 병원식당 계단 밑에 잠복, 나오는 걸 급습하려 했다. 그러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A; 걔 또왔어. 어떡해!

B: 진짜 너무하네. 완전 찰거머리야.

C; 어떻게 할 거예요?

B: 내가 돈 주나 봐라.


그 대화의 주체는 내가 돈을 받아야 할 누나들이었고, 주제는 나였다. 누나들이 지나간 뒤 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고, ‘눈물의 섭외보고서’라는 글을 썼다. 그 병원에는 절대로 섭외 같은 거 나가지 말자고. 내가 무슨 구걸하러 온 것도 아니고, 주소록에 이름이 실린 선배로부터 당연히 내야 할 여름진료 후원금을 받고자 한 것인데 왜 그런 모욕을 받아야 했을까. 그 선배들도 학생이었을 때, 졸업생들을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달라고 했을텐데. 내가 졸업 후 섭외를 오는 학생들에게 잘해주게 된 것은 다 그때 받은 상처 때문이다.


고기를 먹으면서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다.

“술 같은 거 안할거죠?”

남자: 싫어하진 않아요.

여자: 저도 뭐....

그래서 난 백세주 하나와 소주 한병을 시켰다. 백세주는 둘이 나눠먹으라고 하고, 소주는 내가 먹었다.


밥을 먹고난 뒤 난 서울에 간다고 했다.

“저희도 갈 거예요!”

“난 기차 타는데?”

“저희두 기차가 좋아요. 집이 강북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기차에서 2차를 했다. 오징어에다 맥주 두캔씩. 서울에 도착할 무렵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한잔 더 할래요?”

“저희야 좋죠”

“기숙사는 10시면 문 닫지 않아요?”

“요즘엔 24시간 해요”


그래서 난 3차를 가야했다. 이건 내가 알콜중독이어서가 아니라, 후배들에 대한 선배의 배려였다. 거기서 우린 파전과 닭똥집에다 소주를 마셨고, 도둑고양이에게 닭똥집을 던져줬고, 기억이 안나는 말들을 지껄였다. 집에 가니 12시였고, 난 이미 취해 버렸다. 그래도 오늘 새벽에 테니스는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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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7-2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알콜중독이어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씀하세욧. 마태님이 마시고 싶어서 물어보신 거잖아욧.

클리오 2005-07-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후배분들도, 혼자서 소주를 드시는 마태님을 보고 속으로 '술을 굉장히 좋아하시는군..'이라 생각하고, '예의상' 3차까지 갔을 지도 몰라요... ^^ (왜 이렇게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를 할까.. 흐흐...)

마태우스 2005-07-2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럼 우린 서로 예의를 차린 거군요!!^^
숨은아이님/아네요 진짜 아니어요! 전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쥴님/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믿어 주세요!
따우님/제가 예의를 좀 과하게 차리죠^^

chika 2005-07-2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예의상 술 마시는 애를 하나 알고 있는데, 옆에서 보면 답답해서 내가 더 화가나더라고요. 상대방은 그 녀석이 좋아서 술 마시는 줄 알았을거 아녜요. 그런데 나중에 예의상 마신걸 알았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미안하고 그러겠어요!! ㅡ.ㅡ

비로그인 2005-07-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거나 술은 즐겁게 드셔야지 예의가 뭡니까. 뱃속에서 술이 욕해요 ㅜ.ㅡ

마태우스 2005-07-2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하는 말이죠. 제가 진짜로 예의상 마셨겠어요^^
치카님/알겠어요. 앞으로는 솔직하게 살겠습니다. 그런데 .... "내가 좋아서 마셨어"라고 하면 알콜중독 같잖아요. 월요일부터....TT

paviana 2005-07-2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한테 매일 곱창에 소주나 하시는 것도 예.의.상.이겠네요 ㅠㅠ

마늘빵 2005-07-2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무슨 서클인데 섭외를 해요? 섭외의 목적이 뭔지 궁금해졌슴다.

바람돌이 2005-07-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오늘 새벽에 테니스는 쳤다. 대단하십니다. ^^
저는 요즘 술마시고 난 다음날까지 술이 안깨서 미칠 지경인데...

꾸움 2005-07-27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오늘 새벽 테니스는 쳤다.

음..... 마태님은 뭔가를 아시는 분이얌. *^^*

꾸움 2005-07-2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 눈물의 보고서 라는 글 읽어보고싶네요. ㅎㅎ...
그때받은 상처로해서 지금 마태님이 후배에게 더 잘해주는 것이니
때론 상처받고 살아야하긴 하네요. 그죠? ^^
좋은감정만 느끼고 사는것보다
좋지않은 감정도 느껴봐야 내면이 더 깊고 넓어짐을 살면서 우린 알게되죠.

kleinsusun 2005-07-2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저희야 좋죠." 넘 웃겨요.
4차도 가자고 했으면 "저희야 좋죠" 했을꺼예요.
근데...마태님 대단하시네요, 술 마신 다음날 새벽에 테니스를 치시고...존경!

마태우스 2005-07-2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제가 살을 빼야겠단 의지가 보통 사람과 다르답니다. 그나저나 수선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간 많이 바쁘셨나봐요?(알-면-서_
꾸움님/맞습니다. 경험이란 게 인생에서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눈물의 보고서라는 거, 지금도 그때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어요. 그 선배들 보면 지금도 원망스러우니 말입니다.... 어쨌든 계기가 된 건 사실이지요
바람돌이님/제가 술마시는 거, 연짱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아프락사스님/무료진료를 가는데요, 선배들은 일정 금액을 후원하지요. 거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답니다.
파비아나님/무슨 그런 슬픈 얘기를 하십니까 흑. 전 님과 마신다면 정말 즐겁습니다. 일년에 몇번, 몸이 안좋을 때 마신다는 얘기를 그렇게 표현한 겁니다...흑
새벽별님/예의상이란 표현은 잊어 주세요. 엉겹결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