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그때만 해도 난 알라딘에서 무명이었다. 글을 써봤자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퀴즈 이벤트를 했을 땐 응모자가 단 한명이었다.
작년도 2월 15일일 거다. 내 책이 나왔었다. 알라딘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책나온 사실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그 책의 저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서재 평정이 어느 정도 끝난 4월 경이었다. 알라딘에서 열심히 사재기를 한 덕분에 내 책은 문학부문 5위까지 올랐었는데, 사재기를 그만두자마자 급전직하, 순위권에서 영영 사라졌다. 어쨌든 난 알라딘 사람들에게 열심히 책을 보내줬고, 거기 사람들은 다 내가 보내준 책을 읽었다. 판매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리뷰 개수(24개?)는 다 그 덕분이다. 사람들은 인정에 이끌리는 동물이라,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책에 별 다섯 개를 줬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내책보다 훨씬 좋은 책도 이런저런 단점을 지적하건만, 늘 보는 사람에게 혹평을 할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나보다.
올해 8월, 또다시 내 책이 나왔다. 알라딘에서 난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권력자가 되었다. 리뷰를 엉망으로 쓰는데도 추천이 열 개씩 붙고, 잡글에 달리는 댓글도 거의 최고 수준이다. 말만 하면 내가 책을 보내주겠다고 했음에도, 책을 사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된다. 이번에는 오프라인 교보에서만 사재기를 할 예정이라 알라딘에서의 순위는 보잘 것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문학베스트 5위까지는 안돼도 건강부문 50위는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알라딘 측의 반응도 작년과는 달랐다. 잡글로 책이 나온 걸 알리자마자 '우연히' 만난 관계자 분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셨다. 책의 내용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에도 알라딘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그런 특별대접을 받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측에서는 메인 화면에 ‘마태우스 신작출간’이란 문구를 ‘화제의 책 소식’에 써 넣었다. 솔직히 말하면 감사드린다.
책이 많이 팔리면 좋기야 하지만, 거기엔 분명 그림자도 있다. 의사들에 대한 비난도 꽤 들어가있는 이번 책에 대해 사실 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 몸담은 학교는 물론이고 모교에도 이 책을 뿌리지 않은 이유도 다 거기서 연유하는데, 이 책이 잘팔려 버리면,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 버리면 내가 꽤 곤란해질 것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난 내 인생 그대로를 좋아한다. 로또복권에서 1등보다 2등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2등에 당첨되면 인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듯이, 책이 잘 팔려도 만부를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만부를 넘게 팔리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것이지만, 책을 다 읽은 심복이 이번 책은 정말 괜찮다고 극찬을 하는 바람에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하여간 내가 바라는 것은 언론 같은 데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상태에서 한 5천부 정도 팔리는 것인데, 작품성에서 밑바닥을 기는 첫 번째 책을 냈을 때 ‘13만권은 팔릴 것 같다’고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제법 철이 들었다.
책을 쓸 때마다 책쓰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그에 비례해서 책이 나왔을 때 내가 갖는 부끄러움은 커져만 간다. 맨 처음 책을 냈을 때 그 책이 후지다는 것을 안 건 무려 1년 후다. 그 기간은 갈수록 짧아져 작년에 낸 책은 내고나서 두달 안에 부끄럽기 시작했고, 이번 책은, 유감스럽게도, 책이 나오기 전, 교정 단계에서부터 이미 부끄럽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내 책을 사주는 독자분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는 뜻도 될텐데, 왜 나는 계속 부끄러워하면서도 책을 내는 것일까. 뭐가 그렇게 할말이 많다고? 한가지 이유는 논문점수에 저서가 들어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낼 때마다 내가 굉장히-책의 질에 상관없이-뿌듯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난 내 이익을 위해서 책을 내고, 독자들을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썼지만 필경 그럴 것이다.
요즘 난 <괴짜경제학>을 읽고 있다. 구절구절마다 감탄하면서. 아는 것이 엄청 많아진다는 느낌을 주면서 재미까지 있는 그 책의 가격은, 세상에나, 내 책과 같은 12,000원이다. ‘스텔스’와 ‘아일랜드’를 보고나서 그 두 영화의 가격이 똑같은 게 말이 되냐고 투덜거렸었는데, 내 책을 읽은 분들도 비슷한 불만을 터뜨릴 것 같아 걱정이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사지 마시고 주소만 적어 주세요. 싸인까지 해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