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택배왔어요”

심복 조교선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난 당연히 책배달인 줄 알았다. 요즘 한창 사재기를 하느라, 그리고 내게 선물을 보내주는 고마우신 분들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책이 배달된다. 그런데 가보니까 책이 아니다. OK 캐쉬백에서 온거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일주일 쯤 전, 그쪽에서 전화가 와서 포인트가 많다면서 뭔가를 고르라고 했던 기억이.


상자를 뜯고보니 쿠션이다. 엥? 웬 쿠션? 안그래도 최근에 어떤 미녀로부터 얼룩말이 그려진 멋진 쿠션을 선물받은 터였는데, 내가 왜 또 쿠션을 골랐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갔다. 쿠션이 아니라면 내가 고른 게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이놈의 쿠션,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다.

“이거 가지실래요?”

심복조교에게 말하니 좋다고 한다. 줬다.


오늘 길가에서 우연히 심복조교를 만났다.

“선생님, 어제 그거 쿠션이 아니더라구요”

“네?”

“어쩐지 무겁다 했더니 그 안에서 이불이 나왔어요”

그렇다. 그건 침낭이었다. OK의 직원이 그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상품을 나열할 때, 평소에 갖고 싶었던 침낭을 잽싸게 골랐던 기억이 그제서야 났다. 조교선생은 안타까워하는 날 보자 은근히 불안했던지 이렇게 못을 박는다.

“그렇다고 다시 뺏으실 건 아니죠?”

“그럼요”

평소 없이 살아도 하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침낭 없이는 못살 것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다 이놈의 건망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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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9-0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 안타깝슴당...^^;;;;;
ㅋㅋㅋ'이놈의 쿠션,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다.' 이게 복선이었군요!! ^^

마태우스 2005-09-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그렇습니다 투풀님. 그것이 복선이었던 거죠... 침낭에서 한번 자보는 게 꿈이었는데^^
새벽별님/앗 오케이 포인트로 책도 살 수 있나요?? 오오. 안타까워라.
따우님/앞으로는 모을 일이 없을 겁니다.. 흑, 그게 왜그러냐면...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조선인 2005-09-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그러고보니 ok포인트가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슈웅~

클리오 2005-09-0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캐쉬백 5만원이 넘으면 현금으로도 입금해줍니다. 물건사라는 거에 현혹되지 마세요... ^^ (걍 하는 말이여요... 흑..)

히나 2005-09-0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케이 캐쉬백 포인트로 싸이 도토리를 사요.. 그런데 책도 살 수 있는 줄 몰랐네요 얼마나 모여야 할까..

물만두 2005-09-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 붕어클럽 가입을 권합니다^^

하루(春) 2005-09-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케시백으로 침낭을 골랐는데, 쿠션인 줄 알고 다른 사람한테 줘버렸다. ㅋㅋ~ 너무 웃기잖아요. 알라딘에서도 캐시백 포인트 쓸 수 있어요. 야금야금 모아서 쓰는 기쁨이 큰데...

하루(春) 2005-09-0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싶어요. ^^

manheng 2005-09-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캐쉬백으로 밥사먹는데 --;;

paviana 2005-09-0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쉬백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이 올라오네요..
저도 몇년째 일단 모으기만 하는데, 다른 분들 쓰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침낭 주문하고 잊어버리는거 같은거 말고 ㅋㅋ

꾸움 2005-09-0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크...
아고..재밌어라.
건망증때문에.. ㅋㅋㅋ...

수퍼겜보이 2005-09-0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까워라~

연우주 2005-09-0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정말 웃었어요. 마태우스님 최고!

마태우스 2005-09-0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아이 우주님이 최고죠^^
흰돌님/그죠? 저도 마음 한구석이 휘잉...
꾸움님/님이 재밌다고 해주시니 저도 좋네요
파비아나님/쓰는 법을 자세히라... 옛날에 이마트에서 상품권으로 바꾼 적이...3만원이었던가 그랬죠 아마. 그 이상은 저도 모르는데요, 황소곱창에선 확실히 안될 거예요
만헹님/밥이라...으음... 갑자기 배가 고파요
하루님/님의 추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싶다'에 그친 건 아니죠?
만두님/전 좀 있다가 들어갈래요^^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스노우드롭님/열심히 모아야겠습니다, 다시. 침낭을 위해서!
클리오님/현혹된 뒤에 가르쳐주면 어떡해요 엉엉
조선인님/저랑 나눠요 그 포인트^^
 

어제, 미국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을 환영하는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산뜻하게 1차로 끝내고 집에 가자고 생각했고, 거기까진 비교적 잘 되었습니다. 8시에 술자리를 파한 뒤 집으로 달려왔더니 10시가 조금 안되었더군요. 소주 1병밖에 안마셔서 정신도 말짱한데 글이나 흐드러지게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양치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휴대폰이 울립니다.
"야, 내 고민도 들을 겸, 한잔 하자. 다들 온단다."

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들을 본지도 석달이 훨씬 넘었네요. 단란한 곳만 간다고 제가 싫어한는 바로 그 친구들입니다. 책을 몇권 싸들고 택시를 탔습니다. 소주 한병 이하는 술로 안치는지라 어제의 술일기는 없을 뻔 했지만, 발달한 통신망 덕에 112번째 일기를 쓰게 되었네요.

역시나, 그들이 모인 집은 단란한 곳이었습니다. 고민을 꼭 그런 곳에서 말해야 하는건지요. 파트너가 나와서 앉았고-미모가 다들 뛰어나더군요-그런 분위기가 내키지 않았던 저는 친구들 말을 들으며 그림만 그렸습니다.


제 카메라폰의 화소가 지극히 낮아서 그렇지, 다들 잘그렸다고 감탄합디다. 그걸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우롱차라는 건데요, 그런 곳에 가면 으레 한캔씩 줍니다. 맛은 뭐, 녹차 맛이라고 할까요. 색깔은 영락없이 맥주 색깔입니다^^



양주를 그냥 마시면 스트레이트, 이렇게 큰잔에 얼음을 섞어서 마시면 언더록(온더록인가요?)이 되는거죠. 전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십니다. 어제 역시, 남들이 딴짓할 때 열심히 술만 마셨습니다.

 



이건 얼음통입니다. 진짜로 보면 정말 잘그렸어요. 저희 어머님이 감탄하실 정도랍니다^^ 하여간 얼음통 안에 집게가 들어간 게 보이고, 그 옆에 있는 건 물수건입니다. 어제 웨이터가 30분마다 저런 얼음통 4개를 들고 들어오더군요.

 

이건 뭔지 이해가 안가실 겁니다. 휴지를 저렇게 예술적으로 꽂아놓은 건데요, 아주 예쁘더군요. 제 말을 듣고나서 보니 휴지 꽂아둔 거라는 게 보이시죠?

 



이거야 다 아시다시피 재떨이입니다. 저야 뭐 담배를 안피우니 하등 소용없는 물건이죠.



그런 곳에 가면 늘 과일안주가 나옵니다. 다른 안주도 있지만 다들 과일만 시키더군요. 그게 제겐 고역입니다. 바나나만 먹을 수 있고 딴건 못먹거든요. 이 그림은 과일안주를 접시에 덜어놓은 모습인데요, 끝까지 전 손도 안댔습니다. 그 뒤에 맥주잔이 보이죠?

새벽 한시가 지나고 두시가 지났습니다. 아무도 갈 생각을 안하더군요. 두시반 쯤 한 친구가 정신을 잃었고, 그러자 파장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거길 나온 시각은 세시, 한 세시간쯤 잤을까요. 아침에 수업준비하느라고 조금 바빴는데, 점심을 먹고  난 지금은 약간의 여유가 생겨 어제 술일기를 써 봅니다.

전 그리 모진 놈은 아닌가 봅니다. 지난번에 단란한 곳 문제로 한바탕 했던 친구들인데, 그들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잘 지내자, 우리만한 친구가 또 어디 있냐고 하니까 마음이 풀어지대요. 그런데, 왜 그런 얘기를 단란한 곳에서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푼 저는 뭔지.

저 높은 분께 빌어 봅니다. 그들이 대오각성해 단란한 곳을 더이상 안가기를, 그냥 맥주집에서 목이라도 축이면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요. 그날이 오면 그들과 정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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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9-0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마태우스님 너무 좋아요.

히나 2005-09-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과 단란하게 모일 수 있는 그 날이 어여 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바나나 말고는 못 드세요?

인터라겐 2005-09-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보면 너무 잘 그렸다... ㅎㅎ 전 가짜로 보고 있나 봐요.. (농담입니다..)
마태님 솜씨야 알아 주잖아요.. 전 그런 자리에서 꿋꿋하게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마태님을 생각하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커피우유 2005-09-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책 내실땐 삽화도 꼭 마태님이 그리세요!!

엔리꼬 2005-09-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단란한 곳에 제공되는 정물 뿐만 아니라 인물화도 그려보아요..

sooninara 2005-09-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우유님..미투요^^ 헬리코박터도 마태님이 삽화 그리셨으면 더 팔렸을텐데..

LAYLA 2005-09-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책부턴 마태우스님이 직접 그림그리세요 진짜로 ^^

2005-09-0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9-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그림이 저렇게나 많은건, 정말 술만 마시고 그림만 열심히 그리면서 관심이 없었다는 한 증거가 되는 건가요? 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그나저나 그 친구들 안만날 거 아니면, 단란한 곳은 어찌되었건 종종 가시겠습니다.. (미녀들은 그 곳에 많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

마태우스 2005-09-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정말 그렇더이다. 미녀들은 다 거기 있더군요. 그리고 그림 더 그리고 싶었는데 기본적으로 그릴 게 많지 않았고, 종이도 부족했습니다.
속삭이신 분/지금은 마음이 나아졌지요. 오늘은 제가 원하는 분위기에서 미녀 셋과 더불어 술을 마실 것 같습니다. 미녀들과 있을 땐 그림 안그립니다 음하핫.
라일라님/네 그러겠습니다.^^
수니님/하하, 한번 시도해 보죠 뭐. 그런데.. 그림 땜시 안팔리나요?^^
새벽별님/어제 브로콜리 그리다 실패했는데요 인물화는 브로컬리보다 더 어렵죠...
서림님/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그리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어릴 적에 만화 같은 거 베낀 적이 있는데요, 진짜 사람은 참 힘들어요. 눈 그리는 게 특히...
커피우유님/다음엔 성에 대한 책을 낼텐데요, 연습해야겠네요^^
인터라겐님/님에게 원화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와요^^
스노우드롭님/네...바나나도 할수없이 먹는 거지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우주님/저도 우주님이 좋아요 호호.

날개 2005-09-0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정말 잘 그리셨어요..^^
마태님도 핸드폰 바꾸세요~ 카메라 화소수 높은걸로..

manheng 2005-09-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잘 그리시네요 ㅎㅎ 원래 친구가 그런게 아니겠어요.. 단란한 곳이 아니라도... 그 어떤 곳이라도 마음이 풀리셨을거 같은데 ㅎㅎ

panda78 2005-09-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소수 낮아도 잘 그렸다는 거 다 알겠네요. 감탄감탄.. ㅎㅎ
정말 담번엔 꼭 마태님이 삽화 그리세요. 제발.. ;; (삽화만 오려내서 버리고 싶어요..)

sweetrain 2005-09-0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에는 손상 안가게 삽화 도려내는 법 없을까요? ㅡ.ㅡ
담엔 마태님이 그리세요^^

꾸움 2005-09-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들은 그들과 다른 모습의 마태님이
너무도 좋은가봅니다.
음...
단란한 곳을 즐겨간다고 나쁜사람들이라고 볼순없는데
뭐 암튼.. 마태님친구분들이고, 마태님을 그리도 좋아라 하는걸로봐서
틀림없이 나쁜사람은 아닌듯....
(뭐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지금. ㅎㅎ...)
 
 전출처 : 호랑녀 > 출판... 뒷이야기

 

 

 

 

 

축하드립니다 호랑녀님. 우리

 

한권씩 다 사줍시다! 호랑녀님

 

이 왜 호랑녀님인지 작가이름

 

보면 알지롱.

 

학교 그만 두고, 알라딘에서 열심히 놀고 있을 때(물론 거의 글은 안 쓰고 눈팅만 하던 때였죠), 친구에게 제의를 받았습니다.

너 동화책 한 권 써라.

야, 책은 아무나 쓰냐? 나까지 쓰레기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

처음엔 제가 이렇게 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계속 얘기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일들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써보자는 것이다, 딱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면 된다... 너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얘기 없었니? 직접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써 보자!

그 이야기에 솔깃했습니다.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

사서교사를 할 때, 참 많은 아이들이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 아이들도, 친구가 많은 아이들도 겉보기완 다르게 정말 외로운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외동아이는 잠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서 벽을 보고 얘기한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운동을 잘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것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죠.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자꾸 싸우셔서 늘 힘들어했죠. 그 아이의 말을 적나라하게 들은 후에 동네에서 그 아줌마를 만나면 눈을 맞출 수가 없기도 했죠. 엄청 우아하고 고상한 아줌마였거든요. ^^

(그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집의 셋이나 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큰놈은, 가출을 꿈꾸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고, 둘째는 위아래로 치여서 늘 외로워합니다. 그리고 셋째는 늦둥이라서... 말이 통하는 형제가 없으니 또 외롭답니다.)

저는 때로는 함께 울면서, 때로는 함께 웃으면서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아이들이 참 기특했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때가 되었구나, 이제 곧 날아오르겠구나...

외로움이란 건, 절망이 아니라 기회라는 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친구의 제의를 받고,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면서... 그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성을 잃고 OK를 해버리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ㅜㅜ

쓰면서 내내 후회했고, 제가 우울했고, 제가 힘들었습니다.

고쳐쓸 때마다 이야기가 바뀌었고, 나중에는 제 머릿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녀서 그 중 어떤 놈들이 태어났는지도 헷갈리게 되었습니다.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로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태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차라리 애를 하나 더 낳고 말지, 책 쓰는 건 정말 힘들다... 고 말했습니다. (애는 쑴풍쑴풍 잘 낳거든요. 둘째는 20분만에 뚝딱 낳았대니깐요) 그러면서도 또 머리 한쪽에서는 다음에 혹시 또 쓰면 이런 식으로 써볼까,  저런 아이를 등장시켜볼까... 머리 굴리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무지 후련할 줄 알았습니다. 헉... 그런데 정말 무지 부끄럽고 무지 창피하고... 그냥 잠수하고 싶군요.

혹시 제 책을 읽으신다면, 거리낌없는 비판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비판 뒤에는 한두 줄쯤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이 책 쓰면서 저도 우울증을 앓았거든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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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9-0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벌써 주문했답니다..ㅎㅎ

호랑녀 2005-09-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날개님...
이게... 5%밖에 안되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서 알라딘측에 문의를 해둔 상태인데 아직 답변이 없네요.
출판사 측에서는, 그건 알라딘이 정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다른 서점과 같은 가격으로 넘기는데 다른 서점에선 10% 하거든요...
(초짜 작가라구 무시하나봐요 흑흑)
하여튼 너무 비싸게 사신 듯해서 날개님께 죄송해요.

마태우스님... 저거 글자 너무 선정적이여요. ㅜㅜ
어쨌든 숨고 싶긴 하지만, 고맙습니다. 꾸벅~

호랑녀 2005-09-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10% 되네요.
 

 

 

 

 

일시: 8월 29일(월)
누구와: 좀 복잡하다...조교 둘과 마시다가 28세 미녀와...
마신 양: 기본만. 소주 한병과 맥주 두병으로 마무리


1. 조교 둘

내 심복에 가까운 조교, 그리고 한때 내 조교였던 여인과 더불어 술을 마셨다. 그네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옛날에는 같이 술자리도 많이 했는데 2년 전부터인가 사람이 변해서 자기들에게 무관심하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찌된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바빠져-마음의 여유만 없는 게 아니라 몸의 여유도 없어져-조교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 심복 조교는 “이제 앞으로 택배 안받아 줄거예요”라고 협박을 하고, 다른 조교-앞으로 미녀조교라고 부른다-는 자기가 다른 대학에 있다가 온 지가 석달인데 환영회 한번 안해줬다고 삐지려고 해, 월요일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미녀 조교 얘기를 잠깐만 한다. 2000년, 내가 그때는 모교에 가서 실험을 하느라 학교를 거의 안나갈 때였는데, 전화가 왔다. 새 조교를 알아서 뽑아달라고 부탁을 해놨던 교수의 전화였다.

“아주 예쁘고 참한 사람으로 뽑았어요”

고맙다고 거듭 당부를 했다.

나중에 학교를 가보니 미녀가 없다. 그래서 물었다. “새 조교선생은 어디 있나요?”

“전데요”

“어, 예쁘다고 들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 상처 많이 받았다.


그땐 내가 뭘 몰랐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니 그 조교선생, 5% 안에는 충분히 들 정도의 미녀였다. 난 왜 그녀의 미모를 몰랐을까. 기억은 안나도 엄청난 일이 있어서 머리에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2. 다른 미녀

그들과 2차까지 함께 하려 했지만, 사정이 생겼다. 내 컴퓨터를 엉터리로 고친 기사 얘기를 들은 미녀 하나가 “내가 고쳐주겠다!”고 나선 것. 방년 28세인 그녀는 대단한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내 주위에는 왜 이렇게 미녀가 많은 걸까. 그녀나 나나 그날밖에 시간이 없기에 서둘러 상경했다. 그녀의 말이다.

“제가 보기엔 용량을 잡아먹는 바이러스가 있어서 그리 된건데, 괜한 파일들만 지웠군요”

그랬다. 유니 사진은 사실 지울 필요가 없었다. 한글 파일들도. 그것들이 용량을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한다고.

전문가답게 그녀는 무려 24기가의 용량을 지닌 바이러스 파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휴지통에 넣으려니 너무 크다고 나오고, 그냥 삭제를 누르려니 사용중이란다. 미녀답게 그녀는 집요한 데가 있어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고(지우기--> 용량이 커서 휴지통에 못버려--> 삭제--> 사용중) 내가 나서서 흥분한 그녀를 말렸다.

“저, 성질 죽이고 맥주나 먹으러 가죠”

그녀가 몸상태가 안좋다기에 딱 두병만 마셨고, 그녀는 집에 갔다. 컴퓨터는 못고쳤지만 날 위해 달려와준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다. 아름다운 외모, 아름다운 마음.


사족: 그녀의 가방에 있는 그림이 뭉크의 그림이었다. “뭉크네?” 그랬더니 무지하게 놀란다. 어떻게 알았냐며 존경하는 눈초리로 쳐다본다. “우리 회사 사람들 중 아무도 그거 아는 사람 없어요”

클래식 음악이 나왔을 때 “월광이네?”라고 하면 사람이 달라져 보이는 것처럼, 예술을 안다는 건 미녀를 감복시킬 수 있다. 내가 요즘 부쩍 예술에 조예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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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역시 바이러스였군요. 그 사이비 기사를 서비스 센타에 화악... ^^ (컴맹에 가까운 제가 짐작할 정도인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 파일 지우는데 성공하셨어요??

클리오 2005-08-3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바쁜 오늘밤, 저는 뭐하는거길래 번번히 1등을 하고 있는걸까요. 헐~

알고싶다 2005-08-3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알면 미남을 감복시킬 수 있나요?

부리 2005-08-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 리들러님/요즘 미남이 그 책 하나로 감복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장 그럴듯한 방법인 듯 싶습니다. 미남에게 다가가서 "너 변비지?"라고 하는 겁니다. 약점을 잡히면 그담부터 꼼짝 못합니다
클리오님/1등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갑구만요. 그 기사, 정말 나쁘죠? 그래도 삼성에서 물어봤을 때 "매우만족"이라고는 차마 못했고 "만족"이라고 답했답니다. 파일 지우진 못하고 다시 깔았습니다. 처음부터.

부리 2005-08-3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난 부리였구나....

chika 2005-08-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앗 난 부리였구나, 라는 글만 남아부는디요? ^^

2005-08-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8-3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정체성의 혼란이... ㅋㅋㅋㅋㅋ

2005-08-31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9-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술에 관심 좀 가져야겠네요. 선녀들 좀 감복시키려면. ^^

엔리꼬 2005-09-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24G짜리 바이러스도 있답니까? 허걱, 그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본체를 뜯어내서 핀셋으로 잡아 내세요... 기생충 같으니라고... (아, 기생충은 악의 무리가 아니지?)

moonnight 2005-09-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사 정말 사이비네요. -_-+ 그래도 덕분에 미녀의 착한 마음씨까지 확인하시고 술도 한 잔 하셨으니.. ^^;

산사춘 2005-09-0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그래머 울 부라더는 프린터 땜시 제 컴을 다 밀어놓고는,
저보고 프린터 고장난 거니 수리하러 가라고 했어요.
백업도 했고 컴도 더 좋아졌지만....... 암튼 열라 짱따이...

마태우스 2005-09-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님같이 어여쁜 동생이 있다면 전 참 잘해줄 텐데요^^
문나이트님/그, 그럼요. 좋았죠! 돈 두번 다받는 건 너무한 듯..
서림님/그러니까 공룡 같은 거죠. 공룡이 나타나면 로그아웃하고 나가서 새판을 시작해야 하듯이, 컴도 다시 밀어야 합디다
야클님/하핫. 그렇게 하셔야죠
판다님/저도 어지러워요^^^
치카님/앗 치카님이다!
부리야/니 서재를 지켜라. 왜 여기서 이러니.

마냐 2005-09-0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소재 고갈의 염려가 없으시겠슴다. 늘 미녀군단이 대기중이시네요..호호호.

마태우스 2005-09-0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그, 그런가요?^^ 부끄럽습니다

꾸움 2005-09-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또,
마태님은 미녀에게 정신을 못차리신다~ 뭐.. 이쯤?
ㅎㅎㅎㅎㅎ...
 
 전출처 : 산사춘 > 건방진 거위들

산사춘님 서재에서 퍼왔습니다(몰래) 이분이 쓰시는 글은 대개가 재미있지만, 이 글은 특히나 더 재미있네요. 재미라는 게 뭔지 이 글을 읽으면서 깨닫게 됩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산사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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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까지 부모님 집에서 거위 두 마리를 키웠더랬다. 전원생활 욕심에 흠뻑 젖은 울 어무이는 시골에 가자마자 아부지와 의논도 없이, 병아리와 오리새끼를 각각 이십마리씩 사들이는 사건사고를 일으키셨다. 거기에다 거위는 옵션이었다지. 서울서부터 진도개 한 쌍을 이미 키우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어무이는 거위가 집 지키는데 짱이라며 거위새끼 두 마리를 사오셨다.

그 많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아부지는 피눈물을 흘리며 며칠간 사육장을 혼자 지었다 전해진다. 그러나 부창부수라는 말이 있듯이, 그 와중에도 아부지는 오리들을 위해서 나중에 엄청 후회하게 될 개울까정 파셨다. 농촌에서는 마을 청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나이 오십에 직장을 때려치면, 흘러넘치는 힘을 주체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암튼 그 아이들은 무럭무럭 커서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울 소음들과 냄시들을 선물해 주었는데, 역시 그 중 압권은 거위 한 쌍이었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대로... 거위들은 집을 참 잘 지켰다. 주인이고 손님이고 나발이고 사람만 보면 그 찢어지는 목소리로 꺼어어억 꺼어어억 소리를 질러 대었다. 거위들이 울어주시면, 오리들도 같이 집을 지킨다는 사실도 배웠다.

신기한 것은 성장한 닭과 오리들이, 절대 같이 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에는 뒷산에서 풀 뜯어먹고 벌레 잡아먹으며 서로 삥을 뜯고 놀다가 어두워지면 칼같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같다(머리숙여 배울 점이다). 그런데 오리들의 단체 생활을 보고 있으면 군인들이 따로 없었다. 맨 앞에 대장이 혼자 가면 뒤의 아이들은 나란히 두 줄로 따라가는데, 그 원칙을 고수들 하시다가 좁은 비탈에서 도미노 식으로 떨어지시는 오른쪽 줄 오리들을 구경하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었다.

거위들은... 역시 자신들이 오리라고 생각하여 오리 무리들과 항상 어울렸다. 가끔 왕따 닭의 목을 물고 다닐 때만 닭들과 어울렸을 뿐. 밤이 되면 오리들 중앙에서 머리를 묻고 자다가 무슨 소리가 나면 얼른 그 긴 목을 들고 경계의 사이렌을 부는 것은 거위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거위들의 역할은 또 있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어무이는 거위를 마당에 풀어놓고 거위 춤사위를 선보였다. 하도 말썽을 일으켜 울타리 바깥으로 쫓겨난 거위들은 어무이가 부르면 밥이라도 더 줄까 싶어서 그 큰 날깨를 쫙 펴고 자체 사운드에 맞춰 날듯이 춤을 춰댔다. 거위 한 쌍은 언제나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산사춘의 보아춤 같은 어설픈 동작이라도 멋지게 보이기 마련이다.

근데 이 거위들은 왜 쫓겨났을까. 크면 클수록 그 건방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한테는 한없이 순하지만 다른 개들한테는 성깔이빠이인 보스개 청솔이를 너무 괴롭혀댔다. 청솔이는 자기 집 옆에 깔아준 짚에 고기나 뼈다귀들을 묻어놓았다가 나중에 먹는게 취미였기에, 다른 아이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너무너무 싫어했다. 그런데 그노무 거위들은 시간만 나면 감히 겁없이 청솔이에게 으르렁(맞나?)대고 물려고 접근하기 일쑤였다. 모든 개들을 평정한 청솔이지만 집 안의 새들에게는 절대 위협적인 모습조차 보인적이 없었는데,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청솔이가 거위의 그 긴 목을 정말 '살짝' 물어주었다.

피송송 (계란탁) 맺힌 목을 하고서도 정신못차리고 계속 덤비던 거위들은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울타리를 한참 돌아가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청솔이 앞 철망 밖에서 계속 메렁메렁 하는지라, 결국 아부지는 나무판으로 거위들이 다니는 길을 막아버렸다. 그 때는 개들이 많았는데도 거위들은 청솔이 하나만 찍어서 죽도록 갈궈댔다. 청솔이가 맨날 혼자 꿍쳐놓고 몰래 먹는 모습이 너무 얄미웠나 보다.

청솔이뿐이던가. 거위들은 기가 막히게도 여자만 보면 위협을 하고 지롤이었다. 아부지와 부라더에게는 그러지 않으면서, 어무이와 나만 보면 물려고 달려들었다. 밥주는 울 어무이도 철망 사이로 내민 주둥이에 물려서 팔뚝에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내가 등만 보이면 그 긴 목을 땅에 내리깔고 두 거위가 함 물어보겠다고 그 넓은 발로 탁탁탁탁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로 홱 돌아서 그 대가리를 발로 걷어차주면, 그 흔들림을 보면서 진자의 법칙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나의 뜨거운 만남에는 막대기가 상비였다. 글케 노력한 결과............................. 나도 물렸다. 청바지를 입어서 멍은 안들었지만... 물려본 평을 말하자면, 악력이 참으로 대단들 하시다.    

그 이후로 나는 쓸데없이 여자남자를 구분하고 여자를 무시하고 뎀비는 특정 '남정네'들을 '거위대가리'로 규정하고 있다. 거위보다 못할지도... 왜냐면 거위들은 밥을 먹여놓으면 최소한 춤도 추고 집도 지키니까. 뭐라고요? 그 거위들 중 하나는 여자가 아니냐구요? 우리도 그런 줄 알았다. 무정란도 구경할 수 없어서 수상했지만, 거위는 알 낳는데 오래 걸리는가 보다하고 그냥 기다렸다. 암수 크기가 달라야 하는데 덩치도 똑같아서 수상했지만, 거위는 다 크는데 오래 걸리는가 보다하고 그냥 기다렸다.  

무지한 가족들이 깨닫는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여지없이 그들은 남정네셨다. 판 사람도 모르고 팔았겠지. 몇년간 미운정 듬뿍 든 그들에게 그제서야 난 당시 영화 주인공 배우이름들을 선사했다. 해피 투게더의 양조위, 장국영이라고. 울집 양조위와 장국영은 지네끼리는 정말 금슬이 좋았기에, 영화에서 못다한 주인공들의 사랑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울집 양조위와 장국영은 성관계도 만족스러우신 듯 했다.   

포유류만 좋아하는 나이기에 울집 조류들은 짱나는 대상이었지만, 가끔 거위들을 텔레비전에서 접하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그 많은 새들을 감당하기란 어렵기에 결국 마을잔치가 몇번 벌어졌고 그 아이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지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하루가 금방금방 가던 그 때의 풍경이나 경험은 지금도 참 귀하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거위들이 없어진 걸 보고서 어무이께 잘하신 일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뻔하겠지만) 어떻게 됐는지 차마 못물어봤고 지금도 모른다. 걔네들이 먼저 괴롭히긴 했지만, 내가 많이 팼던 게 미안하니까. 근데 닭들은 맨날 왕따 하나 만들어서 거의 죽여놓는 걸 봐서 여직도 정나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내가 항상 치킨을 전투적으로 먹는걸까?  

여기서 슬픈 이야기 한토막...................... 울집에 놀러왔다가 거위춤을 보고 감명받은 지인 한 분이 농장을 하시는 아버님께 거위를 권해드렸다 한다. 집도 잘 지키고 춤도 춘다면서. 그러나 아버님은 가끔 말씀하셨다고 한다. "얘들이 집도 안지키고 춤을 안춘다?" 그래서 대답해 드렸다고 한다. "쩜만 기다려보세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이 사실을 까먹으셨다 한다. 그리고 간만에 만났을 때, 내 얼굴을 보니 이제야 생각났다고 무릎을 뽀개셨다.

거위들이 춤을 추지 않은 이유.................... 그것은 이 분이 거위를 '타조'라고 말씀드려서, 아버님은 저 세상에 가실 때까지 그 큰 타조 한 쌍을 키우셨기 때문이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키울 사람이 없어 타조를 잡아서 여기저기 다 나눠줬는데도, 당시에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셨다 한다. 그 기다리던 거위재롱도 못보고 가신 그 분의 아버님을 생각하니 이 순간도 가슴이 찢어지누나. 자책하시던 그 분은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타조고기는 포를 얇게 떠서 불고기를 해먹는게 맛나다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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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겜보이 2005-08-3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헤헤헤 ^o^ 하하하하

비로그인 2005-08-3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는게 뭔지 깨닫으시려면 제게 오셔요.

2005-09-01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9-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우와 대단한 유머...
흰돌님/정말 웃기죠? 필자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