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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평점 :
<루미너리스>를 드디어 다 읽었다.
거의 한달 가량 가방에 이 책을 넣어두고 다닌 느낌인데,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2013년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둘째, 저자인 엘리너 캐턴이 그 상을 받을 당시 무려 28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셋째, 책이 1권은 525쪽, 2권은 670쪽으로 매우 두껍다.
내가 남자인 탓에 캐턴이 미녀작가라는 것도 얘기한다.
한달 가까이에 걸쳐 이 책을 읽은 건 단순히 책이 두꺼워서만은 아니었다.
예컨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이보다 더 두꺼워도 열흘 내에 읽어버리지 않았던가.
이 책이 힘들었던 건 이야기의 스케일이 큰데다
파면 팔수록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느낌을 준 까닭이다.
읽을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라 책을 덮을 때마다 배가 고팠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요즘 더 배가 나왔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한강 작가가 올해 이 상을 타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 기억을 상기해보면 한강 작가의 책도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 기억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그저 경이롭다.
한강 작가의 책이 1, 2, 4위를 독점하고 있으니 말이다.
상을 타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책이 좀 난해하다보니 한강 작가의 책을 읽는 게 독서량의 증대로 이어지기보단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외국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책을 읽기보단 평소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눈을 갖고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느낌표>라는 공중파 프로에서 선정된 책들이 날개돋힌 듯 팔렸지만,
그게 독서습관의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느낌표에서 내는 퀴즈를 맞춘 사람에게 60초 동안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다 가져갈 권리를 줬다.
내가 봤던 회차에서 당첨이 된 남자는 그 시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박스에 책을 쓸어담았다.
대충 봐도 200권 이상의 책이 박스에 담긴 것 같은데,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평소 책을 읽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했다.
그가 평소 책을 좋아했다면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은 안읽게 된다는 것도 잘 알았을 테니,
마구잡이로 박스에 책을 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날 그가 담은 책 중 과연 그가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
이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난 이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