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야수와 미녀>를 보았다. 엄청나게 보고 싶다기보다 신민아의 팬으로서 예의는 갖춰야 하겠기에, 그리고 상대역으로 나오는 류승범도 꽤 괜찮은 배우니까. 시각장애인이었던 신민아에게 자기가 잘생겼다고 거짓말을 해온 류승범이 그녀가 막상 눈을 뜨니까 못생긴 얼굴 때문에 섣불리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는 게 영화의 스토리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보면서 웃으라는 건데, 못생긴 얼굴 때문에 무지하게 수모를 겪어온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펜팔을 싫어했던 것도, 그리고 채팅에 별반 관심이 없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보니 막상 만났을 때 상대가 내 얼굴을 보고 실망할까봐 그런 거였던 것 같다. 이젠 면역이 되어서인지 얼굴 때문에 자학을 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너는 결코 못생긴 게 아니야.”같은 말을 들으면 어릴 적 상처가 덧나는 느낌이다. 그보다는 “넌 못생겼지만, 난 그래도 네가 좋다.”는 솔직한 말을 난 더 좋아한다.


영화를 보면서 90년인가에 <시라노>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여인에게 아름다운 편지들을 잔뜩 보내면서, 그녀가 막상 만나자고 하니까 자기 대신 잘생긴 젊은이를 내보냈던 시라노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다룬 그 영화는 <야수>보다 내게 훨씬 더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건 <시라노>가 <야수>보다 더 잘 만들어진 영화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던 십오년 전에는 내가 얼굴 때문에 무지하게 자학을 하고 있어서라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하여간 이제는 못생긴 내 얼굴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몸매라도 날씬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변화한 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살은 안빠지고, 이번주에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배가 한층 더 나왔다. 노력만 하면 뭐하나. 실적이 없는데. 그래서 나는 어제도 “제발 좀 가방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외면한 채 가방으로 배를 가리고 술을 마셨다.

 




<야수>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할 게 많을거다. 시각장애인의 감각이 남보다 예민한데 류승범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걸 신민아가 몰랐다는 게 말이 안되고, 꼭 예민한 감각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류승범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셜록 홈즈같은 추리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은 그 정도의 오류들은 이미 각오를 했을테고, 나 역시 ‘사운드 어브 뮤직’같은 감동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신민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개성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는 신민아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렇다할 대박을 터뜨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는 얘기다. 그녀의 미소는 싱그럽기 그지없지만, 그 미소 하나만으로 영화계의 정상에 서는 건 어렵나보다. 귀여움으로 한시대를 풍미한 최진실, 섹시함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하지원, 연기력의 화신 전도연, 당찬 매력의 전지현... 난 신민아가 이국적인 외모로 승부했더라면 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처음 봤던 그녀는 영락없는 베트남 처녀였다. ‘화산고’에서의 그녀도 보통 연예인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고, 내가 그녀의 팬이 된 건 바로 그 영화를 보고나서 부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구리빛 피부 대신 하얀 얼굴과 정형화된 미모를 가진 연예인이 되어 버렸고, 싱그러운 미소 말고는 별반 보여주는 게 없다. 한 일이년간 연기력을 높이기 위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으면 어떨까? 아니면 안젤리나 졸리처럼 ‘전사’역을 도맡아하는 액션스타로 성장하던지. 하여간, 신민아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게 내 소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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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5-11-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굴로 안되니 몸매로라도 승부해보려고 전략을 바꿨답니다. 그래서 요즘 운동 굉장히 열심히 해요. 그런데 벌써 이주째임에도 불구하고 몸무게에 변동이 없으니.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물살보다 근육이 더 무게가 나간다고. 그러니 체중이 변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마태우스님, 우리 몸짱이 되는 그 날, 만나요!

세실 2005-11-0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신민아 팬이셨군요~~~
마태님 귀여워요~ (별로 이쁘지 않은 아이한테 귀엽다는 말을 해주는 의미 저얼대 아닙니다....) 진짜루~~~~

이매지 2005-11-0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전략을 바꿔야겠군요. 얼굴이 안되니 저도 몸매로라도 승부를 -_ ㅜ
신민아도 그렇지만 이유리라는 배우도 연기는 제법 하는 거 같은데 지지리도 못 떠서 왠지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까운.

플라시보 2005-11-0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흐흐. 그럭저럭 웃다가 나온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는것. 영화보기의 참 자세인것 같아요. 낄낄

마태우스 2005-11-0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아니 바쁘신 플라시보님, 오랜만입니다. 맞습니다. 기대 안하기, 그런 자세가 필요하죠.
이매지님/이유리는 누군지 모르겠네요? 이매지님, 저랑 열심히 몸 만들어요. 저는 올해 크리스마스 때, 님은 남친 제대할 때, 혹은 다음 휴가 때 놀라게 해줄 수 있게요.
세실님/고맙습니다 세실님. 님은 미모와 따스함을 모두 갖춘 보기드문 분이십니다.

플레져 2005-11-0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시함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하지원, 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
신민아의 팬이시구낭... 마태우스님이 지적하신대로 신민아가 참고했으면 좋겠네요. 베트남 처녀, 정말 딱입니다! ㅎㅎ

Joule 2005-11-0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건 반칙이라고 봐요. 1등댓글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모1 2005-11-06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민아 팬이셨군요. 순수해보이는 것이 귀엽죠.

mong 2005-11-06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민아 팬입니다 흐흐 ^^

노부후사 2005-11-0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학교에서 조인성과 함께 있는 신민아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조인성에게만 쏠리더군요. 여학생 틈바구니에 껴있는 조인성도 안쓰러웠지만 오도카니 서 있었던 신민아도 안쓰럽더군요. 어찌 되었든 조인성이나 신민아나 소속사가 싸이더스HQ 라는 점에서 저는 그 둘을 매우 싫어합니다. 훗

산사춘 2005-11-0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김효진도 글코 신민아도 글코 요새 너무 이뻐졌어요.
자산으로만 따졌을 때는 이 나이 때가 젤 이쁜듯 해요. 넘 어려도 불안정해 보이고... 외모만이 아니라 앞으로 점차 자기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더 빛이 나겠죠.

마태우스 2005-11-0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산사춘님도 예쁘세요!<--이게 님 댓글에 대한 답변으로 적합한지는 저도 의문스럽지만, 꽃을 꽃이라 하고 물을 물이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에피님/그건 여자들이 스타에게 더 적극적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하기사 지명도도 조인성이 더 높지요... 저였다면 당근 신민아에게 달려갔겠지만...
몽님/반갑습니다. 신민아가 잘되도록 같이 노력하자구요
모1님/산사춘님이 말씀하신 자기만의 분위기를 아직은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예쁜 게 다가 아니더이다...
쥬, 쥴님/제 마음은 아시죠?
플레져님/하지원이 제게만 그런가요? 하지원의 눈빛은 정말이지 뇌쇄적이지 않습니까?

반딧불,, 2005-11-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미니시리즈를 보고 있어요.
신민아가 나오고, 비가 나와요. [ 이죽일놈의 사랑 ]이던가 그랬어요.
재방으로 두번을 보았는데도 난해한 편집이예요.
여배우들이 그 얼굴이 그얼굴인 듯 느껴져요. 비만 멋지고요^^;;;
(이거 여기 달릴 댓글 맞남요?)

마태우스 2005-11-0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민아는 별로 안예쁘게 나오더이다. 반딧불님 오랜만이구요, 저도 어제 그거 봤는데 그 보디가드가 비군요. 별로 안잘생겼던데....

다락방 2005-12-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에서도 여주가 전화데이트를 하다가 만나자는 말에 퀸카 우마 서먼을 내보내거든요. 외모에 자신이 없다가 사랑을 획득하는 이런류의 영화에선 전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하하 :)
 

 

 

 

 

좀 오래 된 얘기다. 내 친구 하나가 결혼을 했다. 친한 친구라 공항까지 따라갔는데,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던 그 친구는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를 못하겠다면서 300만원을 맡아달라고 했다.

“신혼여행비 내가 챙겨놨는데 장인어른이 돈 주시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100만원을 또 주더라? 이 돈 들고 어떻게 돌아다니겠냐.”

우리 중 한명-알파라고 하자-이 그 돈을 맡았고, 친구는 신부와 함께 비행기를 탔다.


두달쯤 지난 뒤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하소연을 한다. 놀랍게도 알파가 그 300만원을 안준다는 거다.

“아니, 그걸 아직도 안줬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의 돈을 갖고 있는 걸 불편해할테고, 만나서 주진 못한다해도 계좌로 보내주는 성의는 보여야 했다. 근데 그 친구는 두달이나 그 돈을 품고 있었고, 심지어 집들이 때도 돈을 안줬던 거다.

“달라고는 해봤냐?”

“그럼. 계속 전화하는데 곧 준다고 해놓고 계속 안주는 거야.”

돈 앞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해도 이건 좀 경우가 다른 거 아닐까? 빌려준 것도 아니고 신혼부부가 잠깐 맡긴 돈을 자기 맘대로 쓰다니, 너무하지 않는가. 신혼부부이니 돈 들어갈 곳이 좀 될텐데 말이다. 사업을 하던 그 친구는 차도 수시로 바꾸고, 부인에게 몇백만원짜리 반지를 생일선물로 줬다고 자랑할만큼 씀씀이도 컸다. 견물생심이란 게 이런 경우를 놓고 말하는 것일까? 나중에 전화를 해보니 결국 알파는 그로부터 두달이 또 지난 뒤에야 돈을 갚았단다.


매주 테니스를 치는 멤버들 중 펀드매니저가 있다. 말하는 걸 보면 꽤 잘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멤버 중 하나가 그에게 돈을 맡겼다. 그게 아마도 작년일 거다. 그때 친구는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 하니까 올해 5월까지는 돈을 달라고 했다.

“돈 많이 불어나면 한턱 내죠.”

내가 알기에 펀드매니저는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 고객이 원하면 돈을 줘야하고, 주식을 팔면 돈은 금방 회수될 터였다. 그런데 그 펀드매니저는 웬일인지 돈을 주지 않고 미루기만 했고, 내 친구는 계속 속을 태웠다. 5월은 7월이 되고, 7월은 8월이 되었다.

“저, 10월 12일까지는 틀림없이 돈을 주셔야 합니다.”

내 친구의 말에 펀드매니저는 알았다고 대답을 했지만, 그건 말뿐이었다.

“야, 그 사람, 이제 내 전화도 안받아.”

매주 테니스를 치는 사이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니저는 테니스 모임에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우린 3주간 테니스를 치지 못했다. 다행히도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돈 받았다. 너 혹시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하지 마. 알았지?”

친구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난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여간 신기했다. 펀드매니저는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다 원하는 때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일텐데, 왜 그는 5개월이 넘도록 돈을 주지 못했을까? 친한 사이건, 매주, 아니 매일 만나는 사이건 돈 거래는 웬만하면 안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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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거래는 부모, 형제간에도 하지 말아야되요...

마태우스 2005-11-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런 의미에서 3천만 땡겨주실래요?^^

panda78 2005-11-0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들 받으셨네요. 부럽습니다. ;;

울보 2005-11-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로 너무하네요,,,,

사마천 2005-11-0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펀드 매니저라고 다 돈버는 것도 아니고 특히 주식이 왕창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손실난 것 가지고 보여주기도 어렵고 하니 놔두면 또 오를 것 같으니 피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돈 거래. 역시 하지 않는게 원칙입니다. 저도 직장에서 3번 빌려주고 2번 못 받았습니다. 아예 한푼도.

물만두 2005-11-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천원 치카가 벌었다고 하니 그쪽으로 가보세용~

수퍼겜보이 2005-11-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돈은 자기가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거군요. 흠.. 갑자기 만화 [은과 금] 생각이 납니다. ^^a

가시장미 2005-11-0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오빠가 매달 150만원씩 펀드매니저한테 돈을 맡긴다고 하면서 꽤 괜찮다고..
나보러 해보라고 하더라구. =_=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 매달 150만원씩 맡기면
난 뭘로 생활을 하우? 으흐흐흐 하여튼 돈이 돈을 먹기도 하고, 돈이 돈을 까먹기도 하지.
난 아직 주식을 할 돈은 없지만서도 돈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주식은 할 생각 없어.
형은 어때? 주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네~~

마태우스 2005-11-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나같이 소심한 인간은 절대로 주식을 할 수 없다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안할 것이여.
수퍼겜보이님/그 만화는 안봤지만요, 역시 돈은 쥐고 있어야 안도망가....나요?? 쥐고 있으니까 다 쓰게 됩디다^^
물만두님/아 네... 감사합니다.
사마천님/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근데 손해가 난다고 반토막이 나거나 그러진 않았을 거 아니어요? 요즘 주가 괜찮지 않나요? 글구3번에 2번이라면 절반도 못되는데, 이런이런. 일단 5할을 채우기 위해 제게 3천만 땡겨주시는 게 어떨까요.
울보님/그.렇.죠??
판다님/하실 말씀이 꽤 많으신 듯합니다^^

chika 2005-11-06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천만 땡겨달라는 만두언냐의 글은 여기서 나온게로구만!
(버럭!) 3천원 번 사람보고 3천만 땡겨달라니요~! ㅠ.ㅠ
우리 언니는 돈 빌려가서 보름후에 준다그러고서는 한달이 다 되어야 준 다음, 바로 다음날 또 빌려달라고 전화합니다. 이게 안주는거보다 나은건가요? ;;;;;

마태우스 2005-11-06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그래도 노력하는 자세는 돋보이네요^^ 글구 정말 3천 안주실 겁니까??? 넘하십니다.

모1 2005-11-06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란 것이..그런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일수록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구요. 주위 사람들 보면 그냥 자신의 여유자금에서 준다..하고 빌려주면 몰라도요. 친척들과 부모님 친구분들보면 장난 아니라는..

아영엄마 2005-11-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돈 거래는 가까운 사이도 멀어지게 만들죠. 마태우스님 돈이 필요하시면 난다 김~ 여사를 찾으심이...^^;

하치 2005-11-0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줘도 맘이 안 불편할 정도의 돈이 아니면 거래하지 않는게 상책이지만, 그걸로 또 상대 맘 다치게할까봐 두려운거죠 뭐.

마태우스 2005-11-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치님/그죠..돈거래를 거절하는 걸 원칙으로 해도, 거절하기가 참 어려울 때가 있지요...
아영엄마님/난다김은 안그래도 랭보정 때문에 골치일 텐데요^^
모1님/돈도 그렇구 보증도 그렇지요... 돈 때문에 아직까지 친구를 잃은 적이 없다는 게 다행입니다.
 

 

 

 

 

지승호님이 쓴 책의 리뷰를 알라딘에 썼다. 모든 저자들이 다 그렇게 인터넷 리뷰를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승호님은 내 리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온 책의 날개에다 “마태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끔씩 메일을 주고받던 중 “언제 술이나 하자.”는 말이 나왔고,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저자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지라 난 평소 흠모하던 미녀 두분을 불렀고, 그분 역시 내가 궁금하다는 미녀를 동반하고 와, 다섯명으로 시작된 멋진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키위소주와 맥주로 1차를 했고,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생맥주를,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알탕과 더불어 3차를 했다. 노래방에서 4차를 하러 갔을 때는 이미 새벽 4시였고, 한시간어치 돈을 냈는데 나올 때 6시가 다 되었던 걸 보면 서비스를 무지하게 넣어 줬나보다.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분답지 않게 지승호님은 다소 수줍어하는 성격이었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유머는 대부분이 평점 5.0을 넘지 못했다(죄송합니다...제가 좀 냉정합니다). 하지만 어제 모임은 정말이지 즐거웠는데, 그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중 하나가 북진통일과 ‘여자도 군대 보내자!’를 외치는 사람이었다면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으리라. 지승호님의 진가가 발휘된 건 노래방에서였다. 말로 할 땐 몰랐는데 노래로 들은 지승호님의 목소리는 아주 좋았고, 가창력도 아주 훌륭했다.


평소 12시만 넘기면 술에 취해 도망가기 바빴던 내가 밤을 꼴딱 새울 수 있었던 비결은 대화의 자리가 워낙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차에서 약한 술을 먹었던 탓도 있다. 술이 앞에 있으면 참지를 못하는 나는 늘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다 맛이 가곤 하는데, 어제 1차에서 마신 맥주와 ‘가야’의 명품인 키위소주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불혹을 눈앞에 둔 내가 밤을 샜다는 건 하여간 의미있는 일이리라. 노래방에서 막판에 한 이십분 가량 자버린 것, 그리고 곧바로 직행했던 테니스장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게 옥의 티였지만, 유명 저자와 술을 마신데다 참석해주신 분들과 친해졌다는 뿌듯함이 하루종일 자고 난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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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위 소주의 맛이 궁금하네요- ^^
미녀들과 흠모하던 저자분과의 술자리라니, 정말 즐거우셨겠습니다요. ^ㅡ^
(저, 사실은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온 책의 날개에다 “마태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거 읽고 혹시 3류 소설 아닌가 카테고리 확인했어요. 죄송 =3=3=3=3)

마태우스 2005-11-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판다님, 주무신다더니....!

세실 2005-11-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키위소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마셔보고 싶군요.
마태님도 이제 유명인사가 되어 가는 듯 합니다.
혹시 지승호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까요?

마태우스 2005-11-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키위소주 정말 맛있습니다. 마시면 피곤이 쫙 풀리구요, '가야'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키위소주를 마시고 있더이다. 글구 유명인사라... 음, 그건 정말 제가 원하지 않는 바인데...

비로그인 2005-11-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매실소주 한 잔에 헤까닥 했던 기억이 있어서... 키위소주 무서워요.. -_-

모1 2005-11-06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마태우스님 더 뜨기전에(?) 미리 사인을 받아둘까...하는 생각도..하하..

stella.K 2005-11-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좋아겠따! 저 책 읽어야 하는데...다음 지승호님 책에 마태님 인터뷰한 거 나오나요? 전 요즘 백세주 마시고 싶어 죽깠습니다.
10년 전에 딱 한잔 마셨을 뿐인데 이런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마태님이 사 주세요.^^

2005-11-06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비돌이 2005-11-07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 평점 5점 만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즐거운 술자리였습니다. 종종
뭉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 번개때 꼭 불러주세요.

마태우스 2005-11-0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꼭 그렇게 할께요. 저는 체력과 가창력을 좀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삭이신 분/역사는 새벽에 이루어진다지 않습니까 음하하
스텔라님/다음에 나오는 책은 7인7색인데요 설마 제가 그 7인에 끼겠습니까. 언제 백세주 한번 먹어요. 11월중에 모실께요.
모1님/정작 중요한 본업에는 무관심하다는 게 최대약점이죠^^
여대생님/어머나 오랜만입니다. 님이 제 서재에 첨 오셨을 때 제가 얼마나 설렜는줄 아십니까.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리뷰의 황제시잖아요^^ 장담하건데 그집 키위소주는 전혀 독하지가 않습니다. '가야'인데요. 언제 제가 한번 모시겠습니다. <--왠지 작업멘트같은데...

stella.K 2005-11-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말씀만 들어도 행복해 집니다. 약속 지키세요. 아, 내가 지켜야 할텐데...^^
 

 

 

 

 

우리 김치에도 기생충알이 있다는 중국의 발표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정말 웃기는 애들이네? 땅덩이만 넓으면 뭐해. 그렇게 유치한 보복을 해대면서 말야. 애들도 아니구 정말...”

하지만 YTN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나서 할말이 없어졌다. 식약청이 11시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진짜로 우리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었단다. 그것도 개회충과 고양이회충같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개회충이 있는 김치를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개회충알은 사람회충보다 더 위험하다. 사람회충은 그냥 장 속에서 얌전히 살다가 죽지만, 개회충은 도무지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 개회충으로 인해 망막박리가 된 사례도 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간염 중 일부는 개회충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개회충으로 인해 뇌수막염에 걸렸다는 보고도 40여례에 이른다. 간질발작을 하는 11세 여자애는 뇌로 간 개회충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사람회충보다 개회충이 훨씬 더 위험할 수밖에. 대만의 학령기 아동들 중 57%가 개회충에 양성 반응을-한번 걸렸다는 얘기다-보였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듯이 개회충은 그리 드문 기생충은 아니다. 개회충 유충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상의 문제로 개회충의 위험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김치에서 발견된 개회충알은 미성숙란이라고 한다. 미성숙란은 토양에서 일정 기간이 경과되어야 감염력을 가지며, 그 상태로 인체에 들어와도 감염되지 않는다. 물론 감염력을 가진 기생충알이 김치에 있을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예에 불과하다. 그러니 연합뉴스가 “기생충알 김치 감염 확률 거의 없다.”는 제목을 뽑은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개회충보다 훨씬 덜 해로운 사람회충알이 중국김치에서 나왔을 때는 왜 이런 객관적인 시각을 갖지 못했던 걸까. 늘 목격하는 거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개회충알이 왜 김치에서 나왔을까. 정확한 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들이 배추 근처에서 대변을 봤고, 그때 회충알이 묻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그럴 듯하다. 참고로 말하면 1981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개 중 13%가 개회충에 걸려 있었다는데, 개한테 대대적으로 구충제를 먹였다는 보고가 없는 이상 그 감염율은 지금도 비슷할테고, 집이 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은 그 자체가 고양이회충의 보고다. 그러니 그들이 배설하는 대변들은 그 자체가 위험한 흉기일 수 있다. 사람들은 김치 때문에 개회충에 걸리는 게 아니며,  개회충 환자의 대부분은 흙장난을 하는 아이의 손을 거쳐서 감염이 된다. 전남 초등학교 운동장과 놀이터를 조사한 결과 27%에서 개회충의 알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니 김치 가지고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밥 먹기 전에 손을 반드시 씻도록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 회충의 감염율이 0.1%도 안되는데 봄.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건 낭비이며, 그럴 바에는 기르는 개에게 회충약을 먹이는 게 훨씬 더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일이다. 자기 개가 밖에서 대변을 보는 걸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대신, 개똥을 깨끗이 치우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것도 꼭 필요할 테고. 올해 보고된, 개회충에 의한 수막뇌염 환자가 개들의 천국으로 길거리가 개똥으로 뒤덮인 프랑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회충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이번 김치파동은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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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11-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있는데요? 개회충이 손으로 감염되었더라도 집에 와서 비누로 깨끗이만 씻으면 안전한가요? 비누로 씻으면 개회충이 손에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비누칠로도 회충이 죽기 때문인가요? 진지하게 질문!

조선인 2005-11-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뜨아...
정말 애완 동물 아무데나 배변시키는 사람들 싫어요. -.-;;

짱구아빠 2005-11-0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는 중국측 보도에 어제까지만 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방방 떴던 것 같은데..이래저래 불안감만 키운 것 같군요..

숨은아이 2005-11-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중국에 갖다가 팔지도 않는 김치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그랬다면서요... 진짜 유치한 맞불 작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물만두 2005-11-0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세실 2005-11-0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무조건 손을 깨끗히 씻어야 겠습니다.
전 그 그래도 회충약 먹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다행히 가격은 저렴합니다. 히

sweetmagic 2005-11-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주 2005-11-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어기..마태님, 생선 속에 있는 기생충을 먹으면 어떤가요?
며칠 전에 생물 고등어가 들어왔는데, 두 마리는 요리해서 먹었는데요-씻을 때 이상한 거 못 봤음. 나머지 고기들은 손질해서 소금을 치든지 냉동실에 넣으려구요. 근데, 한 마리의 뱃속에서 심히 불쾌한 것을 보고야 말았답니다. 으윽...그거 생각하면.....소름돋아요. 으으으으........저는 아마 평생에 고등을 내 손으로 살런지 모르겠어요. 넘 징그러웠어요....(아무리 깨끗하게 씻고, 또 찌게로 팔팔 끓인 상태라고 하지만 알같은 것도 완벽하게 제거했는지....자신이 없어요....만약에 먹었다면 괜찮을까요??)

모1 2005-11-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이..살아있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아니 기생충 김치를 먹지 않았길....저도 어제 뉴스 오늘 신문보고 놀랐다는..

깍두기 2005-11-0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끓이면 기생충은 다 죽지 않나요? 너무 걱정 마세요. 우리가 모르고 먹어서 그렇지 생태, 오징어 등등도 생물을 사면 살에서 기생충이 꿈틀꿈틀 거릴 때가 많아요. 끓여서 다 먹는 거죠^^;;;

내가 안 그래도, '김치는 끓이거나 살균한 것이 아닌데 100퍼센트 기생충이 없을 수가 있을까?'이런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호들갑 떨지만 나 어릴때만 해도 채소에 기생충알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요. 뭐 그렇다고, 중국이 잘했다는 얘긴 절대 아녀요.

수퍼겜보이 2005-11-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개를 안 키워요. (라고는 하지만 이건 부수적인 이유이고 개가 너무 무서워서...)

가시장미 2005-11-0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김치.................... 먹기 싫어져요. 안그래도 잘 안먹는데 ㅋㅋ
그래도 중국 김치보다는 우리나라 김치가 낫겠죵? ^-^; 에이뛰! 나쁜 기생충!

산사춘 2005-11-0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우리집엔 개가 일곱마리인데...
어무이가 손을 잘 안씻어서 걱정입니다.
언제나 좋은 정보와 의견 주셔서 감사해요.

토토랑 2005-11-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대필 : 마태우스님 혹시 먹었을때 대처방안도 말씀해주셔요~~
약먹으면 괜찮은건지~~ 대처방안을 말씀해주셔야죵~
어린애들에 대해서 특별히 조심해야할 사항이 있다면~ (지현이가 김치 잘먹는데요~~)

2005-11-05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우리 학교 사람들 중 최근 발견된, 5세 정도로 추정되는 미이라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이집트 미이라처럼 내장을 다 들어낸 게 아닌, 보존 상태가 지극히 양호한 미이라이니 그걸 가지고 한 연구라면 비상한 관심을 모을 만하다. 사람들 말로는 유수 외국잡지에 실을 논문을 열개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데,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신이 날만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제, KBS 생로병사 팀이 와서 미이라를 찍었다. 내시경을 하고, 각 장기를 들어내는 과정을 찍어서 내년 초에 내보낸단다. TV에 한두번 나간 게 아니라서 별 흥미가 없었는데, 미이라 옆에 서있을 사람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TV에 나간 것 중 연구 때문에 나간 건 단 한번도 없지 않는가. 그래서 갑자기 수술복을 갈아입고 미이라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하지만 방송이란 게 참으로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지라, 수십분 기다리다 일이분 찍고, 또 한시간 기다리고 하는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시간은 흘러 밤 9시를 넘었고, 전날 외박을 한 탓에 연속으로 안들어가는 건 싫었다. 게다가 바쁜 일정을 보낸 탓에 하루 종일 무지하게 힘이 들었던 것도 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했다. 내가 기다린 것은 미이라의 장에 들어있을 대변이었는데, 내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소아과 후배가 “대변 안준다.”는 귀여운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9시 40분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보따리를 싸서 집에 가버렸다.


오늘 아침에 난 미이라 팀 중 하나를 만날 수가 있었다.

“어제 몇시에 끝났어요?”

“한 열두시 반쯤이요.”

일찍 가기 잘했다 싶었다.

“저...대변은 어떻게 됐나요?”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찾아왔다면서 플라스틱 통을 꺼낸다. 그걸 받자마자 난 잽싸게 가방을 챙겨서 모교로 왔고, 얼마 안되는 변을 물에다 풀었다. 입체현미경으로 봤더니 뭔가가 있었다. 수없이 많은 편충알들,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회충알들. 머리가 좀 커진 걸로 보아 뇌수종이 있었을 수 있고, 폐에 있는 출혈로 미루어 결핵이 의심되는 그 아이는 직접 사인은 아니었겠지만 회충과 편충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거였다. 500년 된 미이라에서 나온 편충알 소식에 미이라 팀은 크게 기뻐했지만, 난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오늘 발표된 우리 학교 공채에서 우리 과에서 낸 티오가 총장에 의해 잘렸다는 얘기를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들었기 때문. 심복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그녀 얼굴에 어린 실망감을 보면서 난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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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1-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이라의 대변이라니...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군요.

엔리꼬 2005-11-0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지하게 빨리 속독하다가 님이 대변을 참을 수 없어서 일찍 자리를 뜨셨다고 잘못 봤어요..

클리오 2005-11-0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티오, 이번 학기에 뽑았는줄 알았더니 아직도 티오조차 미확정이군요... 휴... 500년된 대변을 풀어헤쳐 기생충을 발견하신 놀라우신 학구열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룸 2005-11-0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미이라는 대변...오...게다가 그속의 기생충알이라니...신기할뿐입니다...@ㅁ@

panda78 2005-11-02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복님 참 안타까워요..
근데 정말 신기하네요. 미이라의 대변에 회충 편충 알이라니! 오옷!

모1 2005-11-0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tv에서 미이라 해부하는 것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또 나오나보죠? 그때도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흥미롭게 잘 봤었는데...좀 무섭기도 했어요. 어쨌든 시체니까요.

BRINY 2005-11-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이라의 대변이라니~ 호오~
근데, 심복님 얘기는 정말 안타깝기도 하고, 저도 딴 생각말고 앞으로 몇년은 그냥 지금 직장에서 죽어지내야겠군이라는 씁쓸한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하치 2005-11-0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알도 같이 미라가 된건가요?헉.

마태우스 2005-11-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치님/그 기생충알이 감염력을 갖고 있다면 제가라도 먹겠지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현미경으로 본 결과 알 속의 유충은 이미 없어졌더군요...
브리니님/심복 개인에게도 안됐지만, 제게도 슬픈 일입니다. 심복이 있어야 제가 안잘리고계속 남을 수 있는데, 혼자 논문 어떻게 써요....
모1님/앗 언제 TV에서 나왔나요? 그거 혹시 고대에서 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도 첨엔 무서웠어요.
판다님/정말 신기하죠?? 그 당시 기생충은 60년대보다 훨씬 많았나봐요.
투풀님/그러니까 조선 500년은 기생충의 시대였나봐요^^
클리오님/6개월 있다가 또 한번 신청해 봐야지요. 심복도 벌써 서른 중반인데...
과일이좋아님/추리도 좋죠^^ 기생충알의 끈질긴 생명력에 저도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새벽별님/그죠? 정말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서림님/그게 더 웃기네요^^
나무님/제 말이 그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