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딴지일보에서 이번 김치파동에 대해 써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썼는데요, 실릴지 안실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여기다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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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알 때문에 사람들은 공황에 빠졌다.
“김치에 기생충알이 있다니 정말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깍두기나 무말랭이를 믿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들은 앞으로 영원히 김치를 먹지 않을 기세다. 당연히 김치 업계는 난리가 났다. 기생충알이 검출된 회사에서는 심.지.어. 나한테까지 연락을 해서 “제발 누명을 벗겨달라.”고 읍소를 한다. 하지만 난 너무 걱정 말라고 그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그간 있었던 몇 번의 먹거리 파동으로 미루어 볼 때 한두달이면 모든 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아이디어가 중요한 법, “물에서 키운 배추로 담은 김치” 같은 걸 개발한다면 오히려 대박이 날 수도 있다.
김치에 기생충알이 있었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동안 기생충 검사를 하지 않았기에 몰랐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김치 때문에 무슨 대단한 문제가 있었냐 하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회충 감염률은 0.1% 미만, 정확히 말하면 0.05%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약국으로 달려가고, 약국에서는 회충약을 쌓아놓고 판다. 그렇게라도 해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만, 어째 선후가 좀 뒤바뀐 느낌이다. 정상적이라면 이렇게 되었어야 한다.
-회충 환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난다.
-당국은 기생충학 탐정인 마태수를 불러 이 사건을 맡긴다.
-마태수는 다각도로 연구한 끝에 미녀와 결혼을... 아니 회충의 소스를 알아낸다.
-식약청장 앞에 선 마태수는 김치를 손에 들고 돋보기로 한 부분을 확대한다.
"보십시오"
식약청장은 돋보기에 눈을 댄다.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당연하죠. 회충알은 돋보기로 안보입니다. 하여간 여기엔 회충알이 우글우글합니다. 이 김치야말로 회충의 급속한 감염을 가져온 원흉이었던 겁니다. 당장 김치를 못먹게 하고, 씻는 과정을 더 확실히 하도록 조처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유해성을 검증받고 판매하게 해야 합니다."
-식약청장은 마태수의 손을 꽉 쥔다.
“고맙소. 당신이 또다시 우리나라를 구했소. 은혜에 보답하는 뜻에서 엄정하와 소개팅을 시켜주려는데, 괜찮겠소?”
“저야 뭐... 감사드리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요즘 회충이 어디 있어?" 이래가면서.
-근데 갑자기 김치에서 회충알 몇개가 나온다.
-사람들은 회충 환자가 된 양 단체로 약국에 달려가 회충약을 먹는다.
-김치는 안팔리고 김치 회사들은 난리가 났다. 이거, 앞뒤가 바뀐 것 같지 않은가?
김치 회사들의 김치에서 회충알이 나온 것은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게 결코 아니며, 배추에 원래부터 묻어 있던 게 검출된 거다. 가정집에서 담구는 김치라고 해서 특별한 배추를 썼을 리는 만무한 일, 집 김치나 공장 김치나 기생충알이 있을 확률은 같다. 그러니 “집에서 담군 것만 먹는다."고 자랑할 일은 절대 아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자. 시중에 있는 김치들에 기생충알이 우글거린다면, 김치를 안먹을 수 없는 우리는 단체로 회충에 걸렸어야 한다. 근데 회충 환자가 과연 몇명이나 있는가? 올해 우리 병원에서 딱 한명 봤다. 그럼 작년에는? 한명도 못봤다. 김치에 회충알이 있다고 해도 그게 인체에 감염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게 대부분이고, 김치에서 3개월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긴 하지만, 그건 몇몇 특출난 놈들의 성적일 뿐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회충에 걸리는 경로는 결코 김치가 아니며, 그것보다는 밥 먹을 때 손을 잘 안씻는 습관이 회충 감염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니 손 안씻고 음식을 먹으면서 김치만 안먹는 행위는 같은 팬티를 보름 입으면서 바지만 매일 갈아입는다고 “나는 청결한 인간이야.”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언론의 보도에 이은 국민들의 집단 히스테리, 이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저 멀리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쇠고기를 아예 안먹었지만, 한두달 지나니까 고기집은 다시금 미어터졌다. 만두파동이 나니까 만두를 안먹고, 라면파동이 나니까 또 라면을 안먹는다. 닭을 조리해 먹으면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류독감이 무섭다고 닭을 안먹었다. 조류독감이 유행한다던 그 시기에 유일하게 죽은 사람은 비관자살한 닭집주인 뿐이었다. 조류독감이 또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는 요즘, 언론에서는 “국내에서 50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순종적인 국민들은 조류와 담을 쌓음으로써 닭집 주인들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기자들은 왜 닭을 못잡아 먹어서 난리일까? 어릴 적 단체로 닭한테 쪼인 적이 있기라도 한 걸까?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있다면 오래 살려고 저러나보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일까. 혹시 우리네 삶이 너무도 재미없어서 이런 방식으로 노는 건 아닐까. 이번엔 뭐 하나 먹지 말아보자고 언론이 얘기하면 우우 하고 다들 안먹고, 이번엔 저걸 먹지 말자고 하면 또 우르르 쫓아간다. 자꾸 하니까 재밌다. 언론은 계속 희생양을 찾고, 언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은 희생양을 같이 조지면서 쾌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먹거리 파동은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가 재미로 던지는 돌팔매 속에서 개구리인 식당 주인들은 하나둘씩 죽어간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주 나쁜 짓이다. 근데 우리는 지금 그러고 있다.
* 여기서 말하는 먹거리 파동엔 인간이 먹지 못하는 걸 가지고 불량식품을 만든 업체를 포함하는 건 아닙니다. 법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회복할 길이 없이 치명타를 받은 업체들만을 지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