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해 12월 31일 밤 11시를 지났을 무렵, 난 집을 향해 차-재벌2세잖아요 제가-를 몰고 있었다. 홍대 앞에 왔을 무렵, 난 여학생 하나가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술이 많이 취해서 그런 것 같은데, 또다른 여학생이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고, 남자애 하나는 필사적으로 택시를 잡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날 택시를 잡는 건 무척이나 어려워 보였다. 더구나 술까지 취한 학생들을 태워줄 택시는 없었다. 난 차를 후진시켰다.

“저...제가 태워다 드릴까요?”

남학생이 앞에 탔고, 여학생들은 뒤에 탔다. 그녀의 집은 고대 쪽이었다.


중간쯤 갔을 때, 여학생이 깼다. 오버이트를 하고 싶단다. 차를 세웠다. 남학생이 등을 두드렸고, 여학생은 열심히 먹은 것을 게워냈다. 등을 두드리던 남학생이 저쪽으로 달려가더니 오버이트를 한다. 달리 할일도 없고 해서, 난 그 학생의 등을 두드려 줬다. 각자 할일을 마치고 나자 난 차를 출발시켰고, 그 여학생은 좀 더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그녀 집 골목까지 차를 댄 나는 사례하겠다면서 지갑을 꺼내는 남학생을 뿌리치며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내리려는데, 차 문 옆에 책이 한권 있었다. 모르고 놓고 내린 모양이다. 그 책은 점을 보는 것에 관한 책이었고, 난 그 책을 다음날인 1월 1일에 쉬엄쉬엄 읽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앞날을 미리 안 적이 몇 번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그때 읽은 책 덕분이다. 사례가 여러번 있지만 딱 한가지만 얘기해 본다.


1990년인가 91년에, 롯데와 삼성이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한 적이 있다. 3전 2승제지만 중간에 한번 비기는 바람에 4차전까지 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신문들은 롯데의 승리를 점쳤다. 그때 난 써클룸 노트에다 이렇게 썼다.

[롯데가 이긴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지구가 네모났다는 주장처럼 허황된 것이다. 3차전까지 승패를 맞추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이렇게 뻔한 승부를 예측하지 못하는 건 직무유기다. 난 스코어도 맞출 수 있다. 11-3, 삼성 승리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삼성이 10-2로 승리했다. 난 앞날을 점치는 내 능력에 스스로 놀랐고, 다음날 학교에서 칭찬받을 생각을 하며 밤을 하얗게 샜다. 하지만 막상 다음날, 친구들은 우연히 맞춘 것으로 치부하며 내 예측력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좀 서운했지만 그 이후부터, 난 중요한 일들을 예측하고, 결과가 그대로 되는 걸 보면서 혼자 즐거워한다. 그럼 내기 같은 걸 하면 많이 따지 않느냐고? 그 책에 써있던 문구 하나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능력을 상업적 목적에 사용하면 안된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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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안 믿을래요. ㅋㅋㅋㅋ

숨은아이 2005-11-2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3류소설 아니죠? -_-a

마태우스 2005-11-2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저얼대 아닙니다^^
가시장미님/지나친 의심은 미모에 해롭습니다

가시장미 2005-11-2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 사실, 저도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남들이 못 보는 것들이 보인곤해요.
비밀이예요. 쉿!!   


모1 2005-11-2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예지능력이네요. 음...큼직큼직한 것도 예지하시나요?

호랑녀 2005-11-2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제 친구들은 외계인이에요. 쉿!!! 

비로그인 2005-11-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마태우스님, 전 언제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까요??

아. 그리고... '서재주인에게만' 이라고 된 리플들이 왜 제겐 보이는건지;;; 제가 언제부터 마태우스님 서재 주인으로 등극?? -_-;;

마태우스 2005-11-2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서재주인보기가 보이는 이유는 님도 여기서 제 예지력의 일부를 받으신 결과입니다. 예지력이란 이렇게 나누는 것입니다. 글구 님 공무원시험은.... 2004로 점괘가 나오는데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
호랑녀님/어맛! 반갑습니다!! 사실은 저도 안드로메다 출신입니다^^
모1님/주로 하는 게 큼직큼직한 거죠^^

날개 2005-11-2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웃음에 대한 해석은 자유~ )

가시장미 2005-11-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 왜 제 댓글에는 답을 안해주는데요~~~~!!!!!! 흥=3=3=3=3
 

 

 

 

 

누구와: 두 미녀와

일시: 11월 12일(토)

마신 양: 소주-->맥주--> 소주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술 마신 횟수보다 읽은 책의 권수가 많도록 하는 거였는데, 현재 스코어 책 126권에 술은 141번을 마셨으니 목표 달성은 물건너갔다.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150번 이하로 마시기도 이미 글러버렸으니, 한국 사회에서 술 안마시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게 된다. 이왕 그른 거, 연말까지 한번 마셔 볼 생각이다.


홍대 앞에 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극동방송국 건너편 주차장골목에 있는 떡볶이집이고, 또 하나가 합정역 부근에 있는 황소곱창이다. 하나를 더 고른다면 ‘기차길 왕갈비’ 정도? 하지만 우리 동네의 대표선수는 역시 황소곱창. 거길  가보면 체인점과 분점을 일체 두지 않는다는 말이 크게 써있는데, 다시 말해서 우리동네 곱창만이 진짜 황소곱창이란 얘기다. 이 곱창의 맛에 대해서 목동에 사는 친구 하나가 이런 글을 쓴 바 있다. 놀라운 관찰력으로 일관된 이 글을 혼자만 보기엔 아깝다.

[곱창구이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서 유명하다는 곱창집은 여러군데 가봤지만 합정동 황소 곱창이 울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감히 소개 할수 있을것 같아.

우선은 곱창 굵기가 다른데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굵어서 굽고 나서 보면 곱창안에 곱이 가득히 차있어서 입에 넣고 씹을때 곱이 흘러나오는것을 느낄수 있을 정도이니깐

그리고 곱창을 구울때 물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다른데에서 굽는걸 보면 물을 빼지 않고 심지어는 소주를 넣고 굽는데도 있더라고..

특히 솥뚜껑 같은데에 구워서 나오는 데에는 물이 많아서 그런지 이게 곱창구이인지 곱창찜인지 구분이 안되는 곳이 대분분인데..

황소 곱창에서는 계속 물을 빼주면서 구워서 구이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것 같아

또 이 집만의 소스가 있는데 ... 아줌마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뿌려주는데.. 절대로 밖으로 내놓지를 않아.. 누가 비법을 훔쳐 갈까봐 그런다나]


이 친구는 말을 안했지만 황소곱창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세상에나, 고기도 아닌데 곱창이 1인분에 1만6천원이라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그런 고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어터지며, 7시 반 무렵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에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난 처음에 무슨 유명 가수의 콘서트 줄인 줄 알았다. 게다가 종업원은 불친절하고, 뭘 달라고 해도 잘 안갖다준다.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사람들은 죽어도 그곳을 찾는데, 사실 곱창에 별 페티쉬가 없던 내가 “곱창곱창!” 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도 황소에 가고난 이후다.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보면 “황소곱창에서 토할 때까지 곱창을 먹고 싶구나.”라는 말이 나오고, “앞으로 저기 가나봐라!”라는 다짐을 한 사람도 며칠 못가서 그 앞에 가 줄을 선다. 맛 앞에는 불친절도, 높은 가격도 소용없는 거다.


미녀 둘을 만난 날, 우리는 기찻길 왕갈비에서 1차를, 2차로 맥주를 마셨다. 한명이 가고 남은 미녀와 난 3차로 황소곱창을 갔는데, 원조가 아닌, 거기서 좀 떨어져 있는 아류집으로 갔다. 황소곱창을 최대한 흉내낸 가짜 ‘황소곱창’집도 그런대로 맛있어, 배가 부를대로 부른 상태였지만 곱창 2인분과 밥 1인분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때 원조집을 갔다면 곱창 4인분도 너끈히 먹었지 않았을까? 요즘 SM 광고를 보니 다른 차를 산 사람은 눈 버리니까 보지 말라고 하던데, 황소곱창을 한번 맛보면 곱창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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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1-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799939

오, 오늘이나 내일 중에 10만 돌파하시겠네요!

싸이런스 2005-11-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최치원의 토황소격문...ㅋㅋ 군침이..

2005-11-17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5-11-1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집을 학교다니면서 5년동안 매일 아침저녘으로 보던 집인데.. 맛나보이긴 하던데 그렇게나 맛있는 집이었군요 ~~
마태우스님이 맛나다고 하시니 오늘 저녘에 그리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mong 2005-11-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399985

2005-11-17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11-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황소격문......ㅎㅎ 98점!
마태님 담에 저 만날 때 저곳 자세한 약도 그려가지고 오세요.(숙제임^^)

커피우유 2005-11-1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비스로 생 간이랑 천엽도 주나요? ^ㅜㅡ^ 신문보니까 소 간에 개회충이 있을지 모른다는게 좀 저어하나...먹고서 알벤다졸 한알 먹져 머..(곱창마니아 커피우유..회사 친구 막창동생 문모 과장에게도 당장 알려줘야겠네요 호호호 ^^**)

마태우스 2005-11-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8100000

마태우스 2005-11-1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내가 잡았다!!! 축하드려요 마태우스님.

깍두기 2005-11-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8100000
내가 잡아줄려고 했는데......2등이네, 헹.

마태우스 2005-11-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우유님/간이랑 천엽 당연히 주죠. 까먹고 안줄 때도 있지만... 소 간을 통해 개회충 걸리는 거, 실제적으로 어렵습니다. 아마도 감염력이 없을 겁니다.
깍두기님/감사합니다 98점^^ 약도 필요 없습니다. 합정역에서 내려서 합정사거리 쪽으로 나가서 우회전 하면 바롭니다. 주유소 건너편....
속삭이신 ㅁ님/아 네...^^
토토랑님/앗 저희 동네에 오래 사셨나봐요? 반갑습니다. 오늘 저녁에 꼭 오세요. 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8시 반 이후에요
속삭이신 ㅍ님/네 기다릴께요
사이런스님/곱창이 없어서 미국이 외롭다,고 한 시인이 노래한 적이 있죠...
숨은아이님/오늘이었네요^^

마태우스 2005-11-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님의 아름다운 마음, 잘 받겠습니다.

숨은아이 2005-11-1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놓쳤군요!

179100001

10만 돌파 축하드려요~!


로드무비 2005-11-1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제가 또 예전에 그 골목에 살았잖아요.
황소곱창은 남동생이 퇴근하며 한잔씩 걸치고 오던 곳.
지금은 어마어마하다면서요?
그런데 합정동 로터리 제일은행 맞은편 돼지껍닥 집은 가보셨어요?^^

2005-11-17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11-1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아아 상태가 안좋다니 속상합니다. 왜 그런 시련이 저같은 대주주에게... 그리고 제가 반칙을 안했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그분보다 두살 더 어리신 줄 알았습니다^^
로드무비님/어머나 무비님도? 그러고보니 그 동네가 인재의 산실이군요! 지금은 월드컵 때문에 골목에서 길 밖으로 나왔고, 그래서 사람이 더 미어터지죠. 제일은행 앞 돼지껍닥 집은 아직 못가봤는데요... 거기도 명품입니까?
숨은아이님/감샤합니다^^ 알아봤더니 숨은아이님이 714회 오셨더군요^^

인터라겐 2005-11-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극복못하는 음식이 바로 곱창, 껍데기.. 이런것들인데..

chika 2005-11-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100021  헉, 페이퍼는 안 보이고 숫자만 보임다!!

그...근데 에디터로 쓰기를 클릭했더니,

200100022

그새 이백이군요!! 왜 이렇게 인기서재인 것임까?


sooninara 2005-11-1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나하곤 안가고..곱창 좋아하는데...
제가 미녀가 아니라서 그런가요?ㅠ.ㅠ

야클 2005-11-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서래곱창과 오발탄곱창을 최고로 칩니다. 이담에 황소곱창도 한번 먹어봐야겠군요. ^^

모1 2005-11-1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창이 무척 맛있나보군요. 아직 한번도 안 먹어봤네요....어쩌다보니..

산사춘 2005-11-1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만돌파 경축드리옵니다.
무비님, 돼지껍딱 적어놓겄습니다.
전 합정동이 좋아요.

서재지기 2005-11-19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축하드립니다. ^^ 알라딘 서재 최초로 10만 방문자를 달성하셨네요. 17일 오후 2시30분. 알라딘 역사의 한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서재지기 2005-11-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회수 10만. 감이 잘 와닿지않아서, 네이버, 엠파스, 예스24 블로그를 찾아봤는데... 10만 방문횟수의 블로그가 없네요. 각 사이트 블로그의 고수들 방을 찾아가봐도 1만도 안되고, 예스24 최다 방문자이신 것 같은 닐*님도 2만을 조금 넘으셨네요.
물론, 방문자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것.. 정말.. 의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님. 화이팅!!! ^^

마태우스 2005-11-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기님/어머나 제가 그런 영광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 최초라니 정말 영광스럽네요. 플라시보님이 꾸준히 활동하셨다면 저보다 먼저 10만이 되셨을텐데.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사춘님/저도 합정동이 좋아요
모1님/곱창이 우아한 음식은 아닙니다만, 합정동 곱창은 여자분들도 많이 찾습니다. 도전해 보세요

마태우스 2005-11-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번번히 서래가 최고라고 우기시니, 아무래도 한번 대결을 해야겠군요.^^
수, 수니님/무슨 말씀이십니까. 언제 한번 같이 가요.
치카님/그러게 말입니다... 리뷰를 잘쓰는 것도 아닌데..^^
인터라겐님/요즘은 미녀도 곱창 잘 드시던데^^

기인 2006-05-2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글 읽고 황소곱창 먹으러 가려고요. 안 그래도 합정역에 세미나 하러 목요일 마다 간답니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황소곱창'이라는 이름만으로 합정역 근처에 4개나 검색되네요 ㅜㅠ 정확한 이름이 뭐에요? ^^;
 

 

 

 

 

 


벌써 오래 전 얘기가 되었습니다만, 저희가 단체로 심윤경 작가의 싸인회에 간 적이 있었지요? 그 뒤 심작가님은 알라디너 분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었는데요, 지난번에 뵜을 때 날을 잡자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는 11월 23일(수) 저녁 7시에 대학로에서 조촐한 번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점-낙산가든 뒤에 있는데 이름은 생각이 안나요-은 열명 정도가 앉을 장소가 없는지라 만만치 않는 맛을 지닌 떡삼시대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혜화역 2번출구로 나와 KFC 골목으로 들어가 25미터 정도 가면 민들레 영토 가기 전 왼쪽에 떡삼시대라고 있습니다. 제가 미리 가서 예약을 해야하니 참석하실 분은 미리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2차는 그냥 조용히 맥주를 마시는 게 좋겠지만, 이왕 가는 거 ‘해적왕’이라는 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얼음으로 된 맥주잔을 던져서 표적에 맞추면 술과 안주를 공짜로 준다는 거기 말입니다. 그러니 모임 오실 분들은 던지기 연습을 해가지고 오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일시: 11월 23일(수) 저녁 7시

취지: 심윤경 작가와 알라딘의 만남

장소 

-1차: 떡삼시대, 혜화역 2번출구 KFC 골목으로 들어가 막다른 골목까지 가면 왼쪽에 있다(763-3692)

-2차: 해적왕, 맥주집. 혜화역 1번출구 아이리버 건물 뒤편. 763-2600

회비: 1만원


* 오실 분은 리플 좀 달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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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1-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금욜일이면 어케 시간을 내볼텐데....요즘 달의제단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ㅠㅠ

조선인 2005-11-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수요일... 부럽네요. ㅠ.ㅠ

chika 2005-11-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못가지만 리플달고 싶어요!! ㅠ.ㅠ (회비 면해주면 가겠슴다! 라고 과감히 외치고 싶지만 - 예전에 그 짓을 좀 많이 해 봤는데, 평일이라 아니되옵니다.)

저도... 부럽다는 말 밖엔..ㅠ.ㅠ

2005-11-1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싸이런스 2005-11-1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참가 합니다. 헤헤

stella.K 2005-11-1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네요. 딱 겹치는 날이라...어쩐담...아까워요.ㅜ.ㅜ

깍두기 2005-11-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혜화동이다!!!!
저 갈래요^^

마태우스 2005-11-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계시는 싸이런스님만 오신...아니구나. 깍두기님도 오시네요. 감사합니다.

시비돌이 2005-11-17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요. 저도 갈래요. 알라디너는 아니지만 가도 되죠? 근데 회비 만원
가지고 될래나?

마태우스 2005-11-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님까지 오시면 더더욱 반갑죠!

Joule 2005-11-1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의 제단이나 나의아름다운 정원, 읽지 않은 사람도 참석해도 되는 건가요.

마태우스 2005-11-1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이게 '독자와의 만남'이 아니라 알라디너와의 만남이거든요^^

인터라겐 2005-11-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님.. 저녁이라면 갈 수 있을 듯 해요., 집에 있는 책 가져가서 사인을 받아야 겠네요..^^

호랑녀 2005-11-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가구싶어요... ㅜㅜ

연우주 2005-11-1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갈래요. ^^

로렌초의시종 2005-11-1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갈래요 ㅋ

sooninara 2005-11-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요일이라..아이들 포기하고 갈까요?? 요즘 남편이 조금 일찍 들어오니.^^
저도 참가..이차는 갈지 모르겠고 일차는 갈께요

엔리꼬 2005-11-1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신청자가 이리 적나요? 평일이라 그런가? 저도 그날 옆지기 새끼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말씀드리긴 힘들고요.. 옆지기가 저녁때 안되면 제가 애를 봐야해서리..

비로그인 2005-11-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는 서울에 계신 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사마천 2005-11-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중순부터는 갈 수 있는데 지금은 지방이라. 흑흑

manheng 2005-11-1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저는 그날 수능 치는데 ㅠㅠ

산사춘 2005-11-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 수능수능...........
제 고객도 친답니다. manheng님 화이팅!!!!!!!!!!!!!!!!!

코코죠 2005-11-1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퇴근이 7시라 정각 도착은 힘들 거 같고요, 7시 30분이나 넉넉잡아 8시까지 고깃집으로 쭈삣쭈삣 들어가 구석에 앉은 다음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고기를 아주 많이 먹겠습니다.

자요 저요, 저도 갈게요. 헬리코박터 책에도 싸인 받아야지.


Joule 2005-11-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도 헬리코박터에 잘못해주신 사인 수정하러 가야겠군요. :)

panda78 2005-11-18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대학로라 힘들겠는데..
오즈마님 보러 가야겠다 싶기도 하고.. 어쩌나...................... 아웅........

코코죠 2005-11-19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저도 보시고 작가님도 보시고 마태님도 보시고 그리고, 제가 고기도 구워드리겠어요!

비로그인 2005-11-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7일이 셤이라서...후다다닥..-_-
참고로 26일 생일이에요..쿡쿡. 생일 다음날 셤이라니;; 생일은 이미 꽝이죠-_-

2005-11-20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시: 11월 15일(화)

마신 양: 소주--> 맥주

 

초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셨다. 프리챌에 처음 동창회가 생겼을 때만 해도 무더기로 어울려 놀았는데, 지금은 마음 맞는 애들끼리 소모임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친구들 중 한명과 한번 크게 싸운 뒤부터는 거기 나가기를 꺼렸었는데, 어제 나가보니 그 친구가 있었다.


전에 돌잔치 때도 한번 마주친 적이 있고, 그 당시 내가 쭈뼛쭈뼛하니까 “너 왜그래?”라며 친절하게 해줘서 ‘시간이 그 사건을 용서하게 해준 것’이라고 지레 착각을 했었는데, 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1차를 다정하게 지내다가 2차 때 맥주를 마시면서 그녀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녀는 그 당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난 무척이나 잘못했고, 미안해 죽겠다고 얘기했다. 그 일이라는 건 자기 얘기를 허락도 없이 내 홈피에 썼다는 거였는데, 그게 왜곡되었다며 지우라는 그녀 주장을 난 단호히 거절했었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건 분명 그녀에게 상처였고,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이제 그녀 차례, 그녀는 잘못했다는 내 사과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진짜 미안했다면 도망만 다니지 말고 찾아와서 사과했었어야지!”

그게 잘 안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등의 말을 여러번 했어도 그녀의 화는 별반 풀리지 않았다. 내가 비교적 이른 시각인 11시 반에 홀연히 일어나 집에 간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어릴 때라면 모를까, 나이들어 싸우는 건 역시나 회복하기가 어렵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도 한판 크게 싸우더니 서먹한 상태고, 이십일쯤 전 내가 친 사고의 피해자인 H님, 난 여전히 그분에게 댓글 달기가 어렵다. 그러니 무조건 화를 내기전에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 샘플을 가지러 모교에 갔다가 무슨무슨과의 L 모 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움찔하며 기가 죽은 표정을 짓자 L 교수는 “왜그래? 어깨도 좀 펴고 당당하게 다녀야지.”라고 하셨는데, 사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몇 달전에 낸, 날지 못하는 헬리콥터를 변명해놓은 책에서 난 L 교수를 맹렬히 비판했던 것. 난 그 책에서 비타민 C의 전도사가 되어 비타민 C를 매일 몇그램씩 먹으라는 강연을 하고 다니시는 선생님을 언급하면서, “그 사람은 비타민의 전문가도 아니다.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하는데 거기 관한 논문이 한편도 없는 사람이 무슨 전문가냐?” “비타민 C는 많이 먹으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뿐 하나도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을 해놨던 거다. 비록 과를 틀리게 하고 대학도 K 대학으로, L 교수는 S 교수로 바꾸었지만, 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거였으니 어찌 내가 주눅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교수의 태도로 보아 다행히 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알든 모르든 난 그저 죄송했다. 내가 비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 요즘 메트로에 그 교수님이 매일같이 글을 쓰신다. 그걸 읽으면 비타민 C가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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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교수라는 '인간'을 '별다른 이유 없이' 씹은 것도 아닌데요 뭐. 어깨 펴세요. 댓글은 달면 되는 거고. 뭐든 사람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보다 돌이킬 수 있는 일이 더 많은 게 세상이고. 화이팅. =)

moonnight 2005-11-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음고생이 많으시네요. 나이들어서 맘상하면 돌이키기가 힘든 건 맞는 거 같아요. 몰라. 그냥 안 보고 살면 되지. 싶어지더라구요. 그치만 뭐, 마태우스님이 무조건 잘못하셔서 다투게 된 건 절대 아닐 듯 싶은데요. 마지막 L교수님도 그렇구요. 힘내세요. ^^

마늘빵 2005-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메트로 기사 매일 봤어요. 흠... 비타민 씨 찬양자 같던데요. 그닥 설득력은 보이지 않던데.

게으름뱅이_톰 2005-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관계가 세상사 제일 힘든것 같아요. ^^

천리향 2005-11-1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저는 비타민C를 무슨 만병통치약인 줄 알고 10구람씩 퍼먹는 사람인데요
제가 이렇게 비타민씨 광신도가 된 것도 님의 모교 출신의 L모 교수님 덕분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맥주에 타서 마시는 짓은 안 합니다. 헤헤

이네파벨 2005-11-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그 교수님 신문 기사에 두 개나 나셨어요~
요즘 비실비실한 저....그 기사 보고서 남편이 사다놓은 1000mg짜리 비타민을(남편도 몇달 전 그 교수님의 전도에 의해 사다놓았다눈) 두 알 주워먹고 속쓰려서 고생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플라시보 효과인지 어떤지 오래끌던 몸살기운이 좀 가신듯 해요^^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한 듯...

저도 예전에 비타민E에 대해 미국사람이 쓴 책을 번역한 일이 있는데(어쩐 일인지 출간되지 않았어요. 너무 특정 회사 홍보냄새가 나서인듯...) 그 책 보고나서 한동안 비타민 E 고용량으로 복용하다 역시 몇달 후 시들....

그나저나 비타민C는 위장장애 말고는 부작용은 없나요? 간에 무리를 준다거나...

전 감기만 안걸린다면 하루에 10그램 (음...그 어린애 손꾸락만한 알약을 10알...ㅡ,.ㅡ)씩이라도 먹어줄 용의가 있답니다.

모1 2005-11-1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인간관계는 어려워요. 비타민이라 그냥 밥이나 반찬에서 얻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요. 예전에 비타민 열풍일대 신문에서 보니까 비타민도 과하면 뭐가 안좋고 안좋고 하더라구요.

진주 2005-11-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비타민 한 알에 연어에서 추출한 어쩌구 하는 걸 하나씩을 먹고 말았답니다. 눈떨림이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생긴다는 의견들이 있어서....많이 안 먹고 하나는 괜찮겠죠?^^;;;

검둥개 2005-11-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저런. 힘 내세요 ^ .^

혜덕화 2005-11-1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무슨 일이든 예전엔 "나"가 기준이었는데, 요즘은 "너"를 기준으로 삼아보자고......나와 너란 분별조차 없는거라고 선사들은 이야기하지만 우리 중생들은 그렇게까지는 안되지만, 기준이 달라지면 보는게 달라지지 안을까 싶네요. 비판도 나름의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어린 비판이면 더 좋겠죠._()_

마태우스 2005-11-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앗 역지사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는군요. 그거 무지하게 어렵던데...전 꼭 일을 치고나서 그사람 입장을 생각한답니다
검둥개님/아네요 저 괜찮아요. 힘이 넘쳐서 탈인걸요
진주님/효과 있으면 뭐, 드셔도 되죠. 가장 좋은 건 천연비타민입니다.
모1님/인간관계도 비타민 같은 걸로 치료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네파벨님/비타민E의 대가시군요! 비타민 C는 설사 일으키는 거 말고 아직까지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데 그게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지노님/10그램이라..대단하십니다. 전 한알 먹기도 힘들어서 포기했는데...선물받은 게 있어서 시도했다 버렸다는..
아무개님/그렇죠? 제가 그래도 인간관계를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사람인데, 제게도 참 그게 어려워요
아프락사스님/설득력은 없어도 학교 브랜드 파워가 있다보니....
속삭이신 ㄷ님/알겠습니다.
문나이트님/제 곁에는 님들이 계시는데요 뭐. 전 괜찮습니다. 안보면 되지란 생각, 저도 많이 해요. 가만...안보면 돼지?? 흐음...
매너님/어깨를 늘 구부리고 있다보니 이제 안펴지네요
 



 

89세인 우리 할머니는 그래도 무척이나 젊어 보인다. 같이 다니면 어머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청계천을 같이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사실 청계천이 뭐 대단한 곳도 아니고,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갈 곳이건만, 할머니는 무슨 결혼식에 가시는 것처럼 한껏 멋을 내셨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할머니는 많이 늙으셨다. 옛날보다 고집도 세졌고, 사소한 한마디에 삐지신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할머니가 평생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 생선이 있으면 살은 다 나한테 발라주고 당신은 머리만 드신다. "머리가 맛있다."는 그런 거짓말을, 옛날과 달리 난 믿지 않는다. 내가, 혹은 엄마가 드리는 용돈도 그대로 모아뒀다가 내 생일 때 주시거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긴다. 할머니가 지금이라도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시면 좋겠다. 물론 그건 불가능한 바램이겠지만.

 





 

요즘 할머니는 무척 심심해하신다. TV는 통 안보시고 책만 맨날 보시는데, 할머니 구미에 맞는 재미있는 책이 별로 없고, 눈도 침침하니 책만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바쁜 엄마가 할머니 곁에만 있어줄 수도 없고, 직장이 있고 밤에는 술만 마시는 나는 주말에나 겨우 할머니와 놀아드릴 뿐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끊임없이 실버타운을 말씀하시지만, 내가 알기에 실버타운에 가시기엔 할머니가 너무 연세가 많으신 것 같다.


지난 토요일, 할머니를 모시고 월드컵공원에 다녀왔다. 커다란 호수도 보고,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면서 행복해하시는 할머님, "고맙다. 니가 아니면 누가 이런 데 구경시켜 주겠냐."고 하신다. 26년 전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일본에 사시던 할머니는 우리를 초청해 일본 곳곳을 구경시켜 주셨다. 맛있는 것을 사주셨고, 진기한 장난감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그 전에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할머니는 이것저것 좋은 물건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셨고, 그래서 갖게 된 멋진 볼펜과 필통, 그리고 옷과 장난감 때문에 난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신 할머니, 이젠 좀 되돌려 받아도 되건만, 내가 어깨를 주무른 지 1분도 안지나서 "너 피곤항께 그만 해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화요일과 목요일을 빼곤 할머니는 늘 혼자 낮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까 전화를 드려서 뭐하시냐고 했더니, “뭐하긴. 그냥 논다.”고 하신다. 오늘 일찍 갈테니 같이 저녁 먹자고 했더니만 “너희들한테 부담이나 주고, 일찍 죽어버리련다.”고 말한다.

“아유, 할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할머니를 안심심하게 하려고 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아이가 그렇게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할머니 모실 사람 하나 쓰면 어떨까요?”는 말을 전에 한 적이 있다.

“뭐하러 돈을 들여?”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보다 훨씬 비싼 실버타운 얘기를 끊임없이 하시는 할머니, 엄마와 삼촌에게 돈을 다 퍼주지 않았다면 할머니의 노년은 훨씬 풍요로웠을텐데.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들이대자 "늙은이를 뭐하러 찍냐. 너나 찍어라."고 나를 말리시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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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1-1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애틋한 마태우스님의 할머니 사랑입니다.
할머니도 마태님도 참 아름다우세요.

비로그인 2005-11-1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미인이시네요~ ^^

마태우스님 할머니 이야기는 항상 짠해요.
그 이야기 오래 읽을 수 있도록 계속 건강하셨음 좋겠어요.

stella.K 2005-11-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 마태님 언능 장가가셔서 증손자 안겨드리세요. 흐흐.

chika 2005-11-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599700  할머니 얘긴 언제나 좋군요. ^^

Joule 2005-11-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애들은 그런 용도로 쓰려고 낳는 거 아니었던가요. :)

드팀전 2005-11-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한겨레 신문에 글쓰셨데요.패밀리 레스토랑과 삽겹살.... ㅎㅎ

커피우유 2005-11-1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할머니 옷차림새를 뵈니 넘 멋장이시네요..소맷단과 스카프를 같은 톤으로 맞추신 저 센스~ ! (마태님은 그건 안닮으신듯 ㅡ,.ㅡ ㅋㅋ)

moonnight 2005-11-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시는 모습에서 손주분 눈웃음이 약간 보이는 듯 ^^ 할머님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참 애틋합니다. 내리사랑. 왠지 짠해지네요.

싸이런스 2005-11-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상상하는 여든 아홉되신 할머니와는 너무 다른 축복 받으신 분 같아요. 아직 거동에 불편함이 없으실 정도로 정정하신 듯하고 웃음과 표정도 생기가 넘치시는걸요. 거기다 마음씨 고운 손자 마모군까지!

mong 2005-11-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부지와 열한살 터울이십니다
^^

비로그인 2005-11-1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사레치시는 모습이 소녀같으십니다. 빈말이 아니라, 저 표정과 손짓이 정말 고우세요.

야클 2005-1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깥은 추운데 이 페이퍼는 너무 훈훈하군요. ^^

이리스 2005-11-1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멋지세요! ^^

날개 2005-11-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근사해 보이세요..^^*

로드무비 2005-11-1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굉장히 세련되고 지적으로 보이세요.
마태우스님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상상했던 인상과는 다르네요.
아무튼 좋다는 말씀이고 추천!!

이네파벨 2005-11-1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89세라고 믿을 수 없음!!!
정말 젊고 정정하시고 고우시네요...
게다가 이리 착하고 정많은 손주까지 두시다니...정말 복 많으신 할머니세요.
마태2세를 선물하시면 더더더더더욱 큰 효도가 되시겠죠?
(나중에 마태님 어머님께서도 지금 마태님 할머니께서 누리시는 기쁨 누리셔야죠~)

모1 2005-11-1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정정하시네요. 저희 외할머니보다도 더욱 젊어 보이세요. 나이는 외할머니가 더 어린데....거동만 불편하지 않으시면 동네 노인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좋을 듯 한데요..저희 옆집 할머니는 아파트 노인정 열심히 다니신다는..

페일레스 2005-11-1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페이퍼네요. 할머님께서도 오래 오래 사셨으면...

비로그인 2005-11-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이렇게 멋진 분이 마태우스님의 할머님이시라니요. 안타깝게도 전 제가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할머니,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답니다. 저희 집안이 수명이 좀 심히 짧거든요;;; 외가도 그렇고 친가도, 60세를 넘긴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난 번에 돌아가신 외삼촌의 연세도 58세셨다더군요. 60도 안 된 저희 아버지께서 외가 친가 통털어서 제일 연장자시랍니다.

세벌식자판 2005-11-1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ㅜ)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울컥......

manheng 2005-11-17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할머님이 아주 정정하시네요. 저희 외 증조 할아버지는 올해 95세 시라는... 아직도 정정하세요 ㅎㅎ

마태우스 2005-11-1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헹님/히익 95세...대단하십니다. 나이드신 분 계실때는 식구가 많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세벌식자판님/나중에 후회 않도록 살아생전 잘하겠습니다!
여대생님/저는 친가쪽은 이미 돌아가셨었구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만 있어서 외할머니=할머니였어요. 외가쪽은 두분 다 장수하셨지요... 하여간 저희 할머니 멋지죠?
페일레스님/제가 잘 해야죠. 이번 주말에도 같이 놀러갈 예정... ^^
모1님/저희 동네가 노인정이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 않아서요... 가끔 여고 동창회에 나가시긴 합니다...
이네파벨님/마태 2세라...지금부터 준비하면 최소한 12달은 걸리는데...^^
로드무비님/추천 감사합니다. 할머니를 이용해서 추천을 받는 나쁜 손자 드림.
날개님/아 네... 부끄럽습니다.
별님/조용히 추천했는데 남들 다 아는 것 같던데요?
낡은구두님/헤헤헤. 한 멋짐 하죠
야클님/아 네...부끄럽습니다. 제가 사실은 휴대폰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케이블을 어제 샀답니다. 하핫.
주드님/그렇죠? 사실 할머니 모시고 다니면 굉장히 뿌듯했어요. 다들 어머니냐고 묻고, 전 "할머니랍니다"라고 말해 그들을 놀래켰죠^^
몽님/앗 그렇다면...님과 아버님의 연배차이가 좀 나시나봐요?
싸이런스님/사실 할머니가 정정하신 게 커다란 행복이긴 하죠...^^
문나이트님/할머니가 저희를 생각하는 마음은 제가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의 몇천배는 될 거예요.....
커피우유님/맞습니다 할머니 멋쟁이시죠. 근데 제가 패션감각이 없다는 모함을 하시다니...제 줄무늬 티셔츠, 멋지지 않습니까?
드, 드팀전님/그, 그건 잊어 주세요. 앞으론 잘쓰겠습니다. 부담이 너무 컸구요, 이말 쓰자니 쟤네들이 걸리고 저말 쓰면 얘네들이 걸리고 아주 고생이 많았어요
쥴님/아 네.... 안낳아봐서 몰랐어요
치카님/치카님의 캡쳐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스텔라님/하핫... 글쎄요... 꼭 장가를 가야 증손자가 생기나요?^^
고양이님/열심히 하겠습니다 !
깍두기님/할머니에 비한다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


인터라겐 2005-11-1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님이 할머니를 닮으신것 같은데요... 너무 정정하세요.. 효도하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