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그가 마음에 들었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그는 실제 모습이 훨씬 더 멋졌다. 그가 마음에 들었던 건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건네준 선물들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모임 때도 선물을 한아름 안고 오는 걸 보면서, 그의 마음이 참 넉넉하구나 하는 걸 느낀다 (부담 주는 건 아니지만 다음 모임 때는 또 뭘 사올까, 기대하게 된다).
1. 편안함
숫자를 다루는 사람의 특징-냉정함, 논리 지상주의, 쫀쫀함-을 난 그한테서 찾지 못했다. 일 때문에 피곤할 텐데도 그는 얼굴 한번 찡그리는 기색이 없었다. 어쩌면 그건,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와 있을 때 내가 편안함을 느낀 건 그래서가 아닐까? 다른 이를 편하게 한다는 건 그가 가진 크나큰 매력이다.
2. 유머
그는 시시때때로 유머를 구사했다. 그 유머들이 서재에서 댓글을 달 때 발휘되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기엔 충분했다. 사실 유머는 노력이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함으로써 자신도 기쁘자는 이타적인 행위다. 물론 웃기려는 사람이 다 이타적인 건 아니다. 외모가 안되서 그것밖에 길이 없는 나와, 다른 걸 다 갖추고도 남을 웃기는 야클님은 좀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유머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또다른 이유다.
3. 착함
삼십을 넘기면 그가 살아온 인생이 몸에 체화되어,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야클님의 몸에서는 착함이 뿜어져 나온다. 야클님이 나를 침대에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리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차를 타고 가다가 다리를 다친 강아지를 만났을 때 강아지를 차에 태우고 다리를 붕대로 묶어주는 모습이 야클님에게는 훨씬 더 어울리지 않는가? 27세의 초절정미녀를 소개해주겠다는 내 제의에 대해 야클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안되겠어요.”
내가 아는 어떤 이는 38세 때 열두살 아래의 여인을 사귄 적이 있고, 십년쯤 연하가 아니면 여자로 치지도 않는다. 그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이 소위 ‘영계’라면 환장을 한다. 하지만 야클님은, 몇 년 안되는 나이 차이에서 ‘미안함’을 느낀다. 이러니 내가 어찌 야클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데 야클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진짜 미녀예요!).
4. 겸손함
처음 만났을 때, 주량을 묻는 내 질문에 야클님은 수줍게 “한 병이요.”라고 대답했다. 두병이 약간 넘는 주량에도 그날 밤 감자탕집 바닥에 누워서 야클님을 올려다봤던 나는 리턴매치 때 오직 야클님만 봤다. 그가 잔을 비우면 나도 비웠고, 채우면 나도 채웠다. 그날 밤, 노래방에서 또다시 야클님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야클님 주량은 절대 한병이 아니야...댓병이라면 몰라도.”
주량을 속였다고 야클님을 원망하진 말자. 열한개를 가졌어도 두개밖에 안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겸손함이 그의 컨셉으로 굳어진 결과니까. 그래서 난 야클님이 좋다.
결론.
그에게 내가 모르는 치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500원짜리 동전으로 코를 후비고, 수시로 비듬을 털지도 모르고, 또 악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러고보니 같이 있는 동안 화장실을 한번도 안간 것 같다). 하지만 감춰둔 치부가 아무리 커도 야클님을 싫어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가진 인간적 매력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작업을 걸었을 때, “저희 어머님이 많이 놀라실 것 같아요.”라고 했던 인간 야클, 그는 올해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의 인물이었다. 다가오는 2006년이 희망차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야클님과 보낼 주옥같은 순간들을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