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술 목표를 100번으로 잡았다. 작년의 50번보다는 훨씬 현실적이 된 거지만 주당 2회씩 마셔야 하니 그리 만만치는 않다. 작년에 4월이 안되어 50번의 벽이 허물어진 뒤 “이왕 깨졌으니 마셔 버리자.” 모드로 바뀌었던 기억이 있으니, 목표를 잘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첫주를 어떻게 끊느냐는 것. 첫주에 2회를 마실 수만 있다면 100번은 불가능만은 아니다. 하지만 1월 1일과 2일 이틀간 술을 안먹고 버텼다고 좋아했었는데, 그 후부터 계속 달리는 중이다. 1월 7일까지 마신 술은 무려 다섯 번, 아무래도 목표를 수정해야 하려나보다. 그래도 1월 7일은 미녀와 즐겁게 보냈는지라-영화보고 술마셨다- 전혀 후회가 없다.


교실 신년회 때 후배와 말싸움이 붙었다. ‘킹콩’이 영화 시작 후 얼마만에 나오냐는 것. 난 1시간 5분이라고 주장했고 후배는, “영화 볼 때 재봤는데 1시간 40분이어요.”

상영시간이 세 시간인데 영화의 절반 이상을 킹콩이 안나온다니 말이 되는가. 그래서,

“만원 내기합시다.”

내가 아는 영화 전문가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이런 답이 온다.

“한시간 7분이요. 내기에서 이기세요.”

잠시 뒤 그녀는 또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한시간 20분이라는 설도 있더군요.”

또다른 친구의 문자, “한시간 11분”

가까운 걸 따지면 내가 맞는데도 후배는, 그런 종류의 내기가 다 그렇듯이 “아직 정확한 게 아니다.”며 버텼다. 뭐, 나도 그에게 만원을 받을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서 난 미녀와 두 번째로 킹콩을 보기로 한 날, 정확한 시간을 재보기로 했다. 예고편과 타이틀이 나가고 노래와 함께 영화가 시작된 후 난 두 번째 휴대폰의 스톱워치를 눌렀다. 그러나. 삼십분 쯤 지났을 때 그 전화로 다른 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톱워치 기능은 당연히 중단. 할 수 없이 난, 제물이 되어 묶여있는 여자 앞에 킹콩이 나타났을 때 휴대폰을확인했다. 4시 15분 영화인데 그때 시각은 5시 30분. 하지만 영화가 15분 이후에 시작된 걸 감안하면 1시간 10분 내외가 맞는 것 같다.


예전에 ‘용가리’를 본 기억이 난다. 조카 둘을 데리고 그 영화를 봤는데, “심형래가 무슨 영화냐?”는 남들의 비아냥에 맞서 “보지도 않고 왜 그러느냐?”며 심형래를 옹호한 게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그때도 영화 시작 후 40분 가량 용가리가 나오지 않았고, 킹콩이 그런 것처럼 우리말이 아닌 영어 대사였다. 조카들은 지겹다고 짜증을 부리고, 나 역시 졸음이 쏟아지는 걸 겨우 참아냈다. 쥬라기공원처럼 시작 후 바로 공룡이 나오면 모를까, 아이들에게 30분 이상을 괴물 없이 기다리라는 건 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하지만 용가리가 나오자마자 조카들은 다시금 즐겁게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재미있었다.”는 말까지 한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킹콩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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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기는 이기신 거죠?
ㅎㅎㅎ

▶◀소굼 2006-01-0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버틸 수 있고 마지막에 원하는 걸 얻는다면..그건 성공한 겁니다: )

모1 2006-01-0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년대 킹콩에서 생략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넣은 것이라고는 들었는데..그 정도로 오랜 시간후에 킹콩이 등장하는 것이군요.

2006-01-09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1-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첨에 킹콩영화맞나 했어요

산사춘 2006-01-09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수치에 강하시군요. 짝짝짝!

Mephistopheles 2006-01-09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초등학교때 킹콩을 본 기억이 나는데...가물가물합니다...^^ 그때도 저렇게 늦게 나왔는지..

moonnight 2006-01-0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일하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킹콩을 보셨다더군요. 미취학 아동인 둘째는 킹콩 언제 나오냐며 칭얼거리다 잠들어버려서 킹콩 나왔다고 깨워주니 무섭다고 울더랍니다. -_- 초등학생인 첫째는 끝까지 재미있게 보더라네요. 전 아직 못 봤어요. 얼른 봐야하는데.. 너무 슬플까봐서. 주저 주저. ㅠㅠ;

마태우스 2006-01-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음, 초등학생은 재미있게 볼 수 있단 말이죠.... 슬프긴 해요 같이 보던 미녀도 울고, 옆의옆 여자는 휴지를 많이 썼더군요.
메피님/글쎄요. 전 흰옷입은 여자와 킹콩밖에 생각이 안나요. 우리 세대는 다 그 세대인 듯..^
산사춘님/춘님의 매력지수는 9.3!<--수치에 강한 티를 내려고...
하늘바람님/하지만 그 한시간이 그닥 지루하지 않더군요(미녀랑 봐서 그런가...)
모1님/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소굼님/아 네... 열심히 해서 야클님의 애정을 얻도록...제가 지금 무슨 말을???^^
몽님/당근 이겼죠. 그쪽에서 패배를 인정하진 않지만...
 

 

 

 

 

일시: 1월 6일(금)

마신 양: 집에 가다 정신 잃음.

 

여권 문제가 해결이 안되었지만, 마드리드행 비행기는 이미 예약해 놓았다. 여권 만들 때의 혼란은 규정이 바뀌어서라는데, 왜 하필 내가 십년만에 외국 가는데 규정을 바꿨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같이 가기로 한 미녀와 전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스페인 가기 전에 한번은 봐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홈피에서 사진을 이미 본 상태였지만, 사진과 실물은 많이 틀리다. 그녀는 어느 쪽일까?


지하철 사당역에서 그녀를 봤을 때 난 부끄러움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근 커피숍에 들어가고도 계속 커피잔만 보면서 얘기를 했는데, 삼십분 가량의 적응기간이 끝나고 나서 난 내가 그녀 얼굴을 못본 게 수줍음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건.. 그녀의 미모가 너무 눈부셔서였다.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10시 정도가 되어 “이제 집에 가시지 않겠어요?”라고 물으니 단호하게 “싫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술을 더 시키고 얘기를 더 했다. 12시 정도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집에 갔다.


그녀가 나에게 마드리드행을 제안한 건 나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나를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보고나니 자신이 없어진다. 신이여, 마태를 지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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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1-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을 안 믿어요. 흥!

mong 2006-01-0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야클님 질투에요?

깍두기 2006-01-0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빌어드릴게요. 하느님이 마태님을 지켜 주시길.
(사실은 바라지 않으시죠?=3=3=3)

chika 2006-01-08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느님. 야클님에게는 믿음을 주옵시고, 제가 좋아하는 깍두기님의 바램은 들어주시옵소서~! (깍두기님! 진정 바라시는게 뭐예요? ㅎㅎㅎㅎ)

다락방 2006-01-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
신이여, 도와주소서!!

깍두기 2006-01-0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야 하느님이 마태님을 지켜주길 바라지.
문제는 마태님이 진정으로 그것을 바라느냐 아니냐 하는 것....^^

모1 2006-01-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도 잘 모르는데 같이 스페인을?? 이란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와!!!

진주 2006-01-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오옷~~~~
흥미진진!

진주 2006-01-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전...솔직히..마태님보다 그 미녀분을 더 못 믿겠어요~
여자의 말도 다 믿을 건 못 되기 때문에...

하늘바람 2006-01-09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당역에 오셨었군요 제가 그곳을 지키는데^^헤헤

산사춘 2006-01-09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식으로 믿었느냐가 중요한 듯 싶어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06-0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전차남이 생각 납니다...마태님과 전차남은 전혀 틀리다고 생각되지만......왜그런지...??

이네파벨 2006-01-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마드리드에서 영화 찍고 오세요~

moonnight 2006-01-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알쏭달쏭하지만 좌우지간 신의 가호가 필요하긴 하겠네요.;; 왜 이렇게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건지 ^^; 아, 스페인 여행 너무 기대됩니닷 !! ^^

kleinsusun 2006-01-0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둘이서 가시는거예요?
학회 그런거 아니고 놀러? 우와!!!!!!!!!!!!!!!!!!!!!!!!!!!!
정말......Happy New Year네요. 홧팅!

마태우스 2006-01-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그, 그게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다고 저를 멀리하심 안됩니다.
달밤님/현재 ARS 조사에 의하면 별일있다 27%, 없다 69%, 기타 4%입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절 믿는 거죠
이네파벨님/남자배우가 영 후져서 안될 것 같습니다^^
메피님/전차남이 누구에요?????????
산사춘님/전 제가 저를 믿는다는 걸 믿어요^^ 춘님, 오랜만이어요!
하늘바람님/앗 그렇군요. 사당역 부근이 미녀가 많다더니 역쉬..
진주님/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설도 있더군요. ^^ 진주님도 신의 가호를 빌어주세요
모1님/나이가 들면 외모보다는 신뢰로 움직인다는....^^
깍두기님/진정으로 바랍니다!!! 하여간 전 님이 제일 좋아요
다락방님/졸리님, 언제 술이라도 한잔...^
치카님/치카님에게는 용기와 더불어 천진무구함이 계속되기를 빌겠습니다^^
몽님/어머 우리가 그런 사이인 거 모르셨어요??
야클님/유혹의 순간이 올 때마다 님을 생각하며 아무일없이 오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1-0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차남이란.. 옆나라 일본에서 있었던 픽션이였는데.. 이걸 책으로도 내고 영화로도 만들고 드라마로도 만들었답니다. 쉽게 말해 소심한 남자가 전차안에서 만난 미모의 여성을 위기상황에서 도와줘서...사랑을 이뤄 낸 내용입니다.. `지하철 사당역에서 그녀를 봤을 때 난 부끄러움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부분에서 연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예과조교가 자기 과의 후배를 추천했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돌려보냈다. 그 과 교수한테서 전화도 왔었다. 다행히 내가 안받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대학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을 뽑고 싶었다. 대학원 핑계를 대고 늘 자리에 없었던 이번 조교에게 실망한 탓이다. 난 본과 조교에게 사람을 하나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비정규직으로 2년간 근무하는 조건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탓인지 사람은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공대 대학원생 하나가 날 찾아왔다. 조교로 일하겠단다.

“남들이 그쪽을 성실하다고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했다. 형이 교통사고가 났고, 그래서 입원 중이고, 대학원 학비를 대는 것도 너무 어렵고.... 사정은 정말 딱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에게서는 ‘성실함’이 느껴졌다. 본과 조교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를 뽑을 생각이었다. 그가 비록 대학원생일지라도.


본과 조교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람 구했어요!”

어제 오후, 면접을 봤다. 여자였고, 성격도 좋아 보였다.

“사소한 일로 삐져서 몇 달씩 말 안한 적이 있나요?”(난 있다!)

“아니요.”

“화가 나서 누굴 때리거나 한 적이 있나요?”

“아니요.”

“주량은 어느 정도??”

방에 올라가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집안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걸까, 내가 도움받을 사람을 뽑아야 할까. 공대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란다.

“형편이 많이 어렵습니다.”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면서 내내 고민을 했다 (사실은 내내 잤고, 고민은 조금 했다). 그 뒤 술을 마시면서 계속 고민을 했다 (사실은 미녀와 즐겁게 수다를 떨었고, 가끔씩 고민했다). 밤 9시 40분, 결국 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 봅시다.”

답이 왔다.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께요.”

내가 뭔가를 많이 시키는 사람은 아니니 열심히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그 대학원생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느냐는 것. 지금은 미안해서 도저히 연락을 못하겠다.


누군가를 뽑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 교수 채용이야 나 말고도 세명의 심사위원이 더 있지만, 이번처럼 전적으로 결정권이 내게 맡겨진 경우라면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런 고민을 훨씬 더 자주 해야 할 터, 난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지 않으련다. 내 보직은 의예과장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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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0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태우스님 성차별 같은데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01-0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고충이 있군요. 저도 예전에 조교를 해 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왜냐면 하는 사람을 보니 무척 편해보이더라고요 자기 방도 있고^^ 요즘 취업난대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는데 부디 모두 잘되었으면 좋겠네요

paviana 2006-01-07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성차별 같아요..

진주 2006-01-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이 그 대학원생을 뽑으실 줄 알았어요...미녀 싫어~~~~~

마늘빵 2006-01-0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대학원생 뽑아주실 줄 알았는데. 불쌍.

야클 2006-01-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 공대생이 이준기 정도만 생겼더라도.... -_-+

미미달 2006-01-0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조금 의외군요. ;

모1 2006-01-0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대생 뽑을줄 알았어요. 하여튼 그 여자분이 일 잘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런데..그 여자분이 미녀셨던가요? ---의혹...

moonnight 2006-01-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공대생을 뽑으신 걸로 결론이 날 줄 알았다는. ^^; 다른 이유가 더 있겠죠. 미녀인 것 외에. ;; 그, 그런데 야클님 댓글 너무 웃겨요. ^^;;;

엔리꼬 2006-01-0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조교도 뽑기 힘든데, 하물며 배우자는..

사마천 2006-01-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량이 얼마나 물었닥 안뽑아 줄 경우, 혹시 나중에 면접시 발견되는 성희롱 사례 등으로 연결되는 건 아닐까요?

Mephistopheles 2006-01-0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네요..사정이 어려운 공대학이 안되긴 했지만...앞으로 그 여자조교분이 마태님 일 많이 도와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야클님 댓글....댓글 추천 같은 건 없는 겁니까..?)

2006-01-08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1-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앞으론 잘하겠습니다.
메피님/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마천님/해석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량을 물었다가 안뽑아주면 성희롱이 아니냐, 이런 뜻? 성희롱에 그런 조항도 있나요??? 전 모르겠어요.
서림님/어, 그게 또 그렇게 연결이 되나요^^
달밤님/대학원생이라는 것에 워낙 데어서 그랬나봐요...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모1님/미녀였으면 제가 안뽑았겠지요....진짜루요.
미미달님/그, 그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야클님/전 님이 제일 좋습니다.
아프락사스님/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원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진주님/미녀 아니구요, 저도 조교로 미녀 뽑는 건 반대였어요...
파비님/여자 대학원생과 그냥 남자였다면 아마 후자였을 거예요... 억울함.
하늘바람님/님이 조교를 하셨다면 전설에 나오는 미녀조교가 되었겠지요^^
라주미힌님/대학원 차별입니다.

진주 2006-01-0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이런...제가 댓글 달기 전엔, 아무도 <대학원생을 뽑을 줄 알았다>라는 말은 없었는데....흐음....역시 그 부분에 대해 제가 논문을 쓰야 할까봐요..ㅡ.ㅜ
본의 아니게 마음 여린 마태님을 질책하는 듯한 댓글을 쓰게 되어서 미안해요. 실무를 보시는 마태님께서 요모조모 따져서 꼭 필요한 인재를 고르셨을 텐데 주제넘게 그런 말해서 미안해요. 인정에 이끌리는 인사는 나쁘다고 하면서도 저도 어쩔 수없이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원생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말았군요. 공정하게 잘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마태님께서 대학원생에 대해 분량을 많이 쓰신 건, 그만큼 마음이 아파서 그랬던 것인데 제가 님의 친구라고 하면서도 속뜻은 깊이 몰라주고 결과만 보고 내 맘대로 생각했던 거 진심으로 미안해요. (귓말로 남기려다가 그냥 올립니다)

마태우스 2006-01-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뒤늦게 감사드려요. 사실 반응 보고 제가 큰 잘못을 한 게 아닐까 했거든요.....
 

 

 

 

 

일시: 1월 5일(목)

이유: 신년회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우리 교실 출신들이 모여 신년 덕담을 주고받기 시작한 게 한 십년은 되나보다. 올해도 비슷한 날짜, 비슷한 장소에 우리 교실에서 일한 경험을 공유한 ‘벌레 선생’들이 모였다. 나이드신 분이 주로 말씀을 하고 우리는 언제 끝나나 몸을 이리저리 꼬는 자리였었는데, 올해는 테이블이 분리되어 한쪽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다른 쪽에는 젊은 사람들이 앉게 되었다. 다행히도 난 젊은 층에 속하게 되어 우리끼리 수다를 떨며 덜 지루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각자 신년계획을 말하는 순서에서 내가 했던 말, “그간 책을 매년 한권씩 써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연구가 가장 쉬웠어요. 올해는 열심히 하려구요.”


2차로 간 노래주점, 음주가무, 특히 춤에 문외한인 내가 분위기를 살리려고 안쓰럽게 춤을 추던 게 그간의 신년회였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젊고 끼있는 애들이 앞다투어 노래를 예약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노래를 불러 댔으니까. 이제 그들은 내가 모르는 노래를 하고, 난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나한테 노래를 하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난 그날 노래를 단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


젊은 애들 셋과 더불어 간 3차, 늘 감자탕집만 가는 게 지겨울 것 같아 참치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무게 잡고 조언하는 걸 그다지 안좋아하는 나는 그들과 수다를 떨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12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에 가니 한시였다. 올해 신년회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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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1-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로가 되신것을 축하 드려요^^

Kitty 2006-01-0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일기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으시군요. 훌륭하십니다! >_<

하늘바람 2006-01-0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노래하고 싶지 않으셨어요?

kleinsusun 2006-01-0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 정말??? 어쩜 그리 동안이세요? ^^

마늘빵 2006-01-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원하시는게 있나봐요.

모1 2006-01-0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와 춤을 어떻게 그 동안하셨는지..궁금하네요. 후후..

moonnight 2006-01-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워낙 가무에 무능한데 자꾸만 노래시켜서 괴로와요. ㅠㅠ 그렇지만 마태우스님의 춤과 노래는 왠지 무지하게 깜찍하실 것만 같은 기분이.. ^^

Mephistopheles 2006-01-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로라는 표현은 왠지 나이가 들어 보이고...든든한...중견....같아 보이시네요...^^
( 선봉 차봉 중견 부장 대장 에서의 중견...입니다..^^)

마태우스 2006-01-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중견, 그 호칭 마음에 드네요^^
달밤님/아네요 제가 춤을 안배운 걸 무지하게 후회하고 있답니다. 노는 애들만 추는 건 줄 알고...흐흑.
모1님/어거지로 했답니다 흑...
아프락사스님/저도 님께 원하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선님/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시키실 거 있으면 언제라도....^^
하늘바람님/아아니요. 전혀요! 노래라면 이제 지긋지긋해요
키티님/헤헤 훌륭하긴요. 워낙 많이 먹어서 좀 안먹어볼까 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취지와 어긋나게 나가고 있죠
여우님/원로 아니랍니다^^ 저는 중견, 여우님은 원로.

 

흐음, 서박사라....

 

 

 

마신 날: 1월 4일(수)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맥주

 

<허삼관 매혈기>에서, 막 매혈을 한 방씨가 손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친다.

“여기 볶은 돼지 간 한접시하고, 황주 두 냥 가져오라구.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

그 장면을 눈여겨 본 허삼관은 나중에 매혈을 할 때마다 같은 주문을 되풀이한다.


작년 어느 날, 공덕동에서 만난 기자는 나를 허름한 밥집으로 인도했다. 탁자에 앉자마자 그는 소리쳤다.

“여기 하나, 하나 주세요. 소주도 주시구요.”

난 그가 도대체 뭘 시켰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제육볶음 한접시와 김치찌개 하나를 의미한 거였는데, 값도 싸지만 무엇보다 맛이 기가 막혔다. 반찬으로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까지 가미된 환상적인 저녁 식사, 난 그래서 그와 소주 세병(네병이던가?)을 나누어 마셨고, 술로 인해 관대해진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해 버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씩 그 집의 음식이 어른거렸다. 운동을 마친 늦은 저녁, 친구를 만나 먹은 냉면이 양에 안차서, 좋은 데가 있다면서 공덕 역으로 끌고 갔다. 그 집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들어가자마자 난 이집이 그집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리를 잡자마자 난 오래된 단골처럼 외쳤다 (탁자는 안두드렸다).

“여기 하나하나 주세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와 달리 아주머니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땅치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친구가 묻는다.

“주문이 접수는 된 거냐?”

난 고쳐서 말했다.

“저기요, 제육 하나랑 김치찌개 하나 주실래요. 소주도 하나 주시고요.”

여전히 아주머니는 시큰둥하다. 그제서야 난 뭔가를 깨달았다. 그때는 아홉시였다.

“아, 혹시 여기 금방 문 닫아요?”

“열시에 닫아요.”

“그 전에 갈께요.”란 말을 하자 아주머니의 표정이 풀렸다.


9시 반쯤 소주 한병을 더 시켰을 때도 아주머니는 “시간이 없어서 안된다.”고 했다. 금방 마시겠다는 말을 한 뒤에야 겨우 한병을 더 줬다. 문 닫을 시간에 와서 죽치고 버티는 사람이 얄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좀 억울했다. 우리가 밥을 시킨 뒤에 단골로 보이는 두명이 왔는데, 그들이 탁자에 앉자마자 “하나하나 주세요.”라고 했을 때 아주머니는 흔쾌히 주문을 받고는 음식을 내왔다. 우리가 두병째의 소주를 시켰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 손님에게도 “왔어?” 이래가면서 밥을 내왔다. 그러니 억울하면 단골이 될 일이고, 단골이 되기 전까지는 단골이랑 동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날, 9시 50분에 나왔다.

 



 

* 그날 그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운동 후라 그런지 소주를 마셔서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난 4개월 반을 길러온 머리를 잘랐다. 그 다음날 신년회에 그 머리로 가면 안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 떄문에. 그러니까 이게 내가 인생에서 가장 머리가 길었던 날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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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1-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지껏 술일기 중 최고예요.

chika 2006-01-0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단골, 과 상관없이 두툼한 계란말이 먹고싶어 미치겄슴다... (아, 배도 고푸고~ ㅠ.ㅠ)

라주미힌 2006-01-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입대하기 전날의 모습같네요..
ㅎㅎㅎ...

세실 2006-01-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4개월동안 길렀다고요????? 음냐.....자유인~~~
마태님 그나저나 겸손의 오뎅탕은 안그리우신가요? 클리오님 떠나기 전에 한번 뭉쳐야 하는데....마태님만 믿어요~~~

싸이런스 2006-01-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서박사네요! 웬지 날림 냄새가 나는군요!

진주 2006-01-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머리가..상당히..길었군요^^;
그 밥집의 아줌마는 무슨 편견이라도 갖고 계신 건 아닐까요? 술 마시는 시간과 머리카락의 길이는 비례한다....이런 뚱딴지같은 편견..?

마태우스 2006-01-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아무래도 그런가봐요 호홋.
싸이런스님/그죠? 저도 그런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답니다.
세실님/오뎅탕 겁나게 그립습니다. 비 오는 날로 한번 잡아볼께요
라주미힌님/그렇죠?? 제가 20대 같다는 소리로 이해할께요^^
치카님/죄송합니다. 제가 언제 계란말이 대접할께요. 제주도 가서요.
하루님/제가 올해 받은 댓글 중 최고입니다.

하늘바람 2006-01-0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셔요. 그런데 그 밥집은 어디일까요? 제가 제작년까지만해도 공덕역으로 출퇴근했는데 왜 몰랐을까요? 식권을 가지고 밥을 먹어서 그럴까요? ^^ 궁금합니다

sweetrain 2006-01-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두산모자군요!!!!!!!!!!!

kleinsusun 2006-0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란말이 디따 좋아하는데...토마토 케챂도 뿌려서....
신년을 맞아 술일기가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클리오 2006-01-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정말 머리도 길고 얼굴도 빨갛네요... ^^

모1 2006-01-0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마태우스님의 올해 술마시는 목표는 깨질 것인가~~~

moonnight 2006-01-0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그 아주머니 왜 그러신대요. 마태님 얼굴 보면 불친절하기가 쉽잖았을텐데요. ^^ 아,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생각나요. ;;

마태우스 2006-01-0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날따라 좀 불쌍해 보였습니다. 김치찌개에 소주라, 멋진 조합이지요.
모1님/100번 중 벌써 다섯번을 써버렸어요. 첫주에!!
클리오님/저 치렁치렁한 머리를 자를 땐 서운하더이다.
검은비님/으흑, 제가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이셨나봐요...
수선님/어맛 그래요?? 칭찬받으니 좋습니다.
단비님/아, 저 모자 야구장 갔을 때 3천원 주고 산 건데요, 진짜 후져요. 모자로서의 기능을 잘 못한다는..
하늘바람님/6번 출구로 나가셔서 길 건너시면 됩니다. 겉보기엔 허름한 집이어요

Mephistopheles 2006-01-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범상치 않은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마태우스 2006-01-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그죠? 저도 오늘 아침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깎은 머리가 어느새 익숙해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