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검거된 세칭 ‘발바리’의 행각은 무척 충격적이다. 8년 동안 DNA 검사를 통해 확인된 사건만 77건, 추가로 조사 중인 사건을 합친다면 100건을 훌쩍 넘을 것 같다. 그런 파렴치한 놈에게 왜 ‘발바리’라는 호칭을 붙여 줬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그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런 나쁜 놈이 평범한 가장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놈이 딸을 가진 아버지라는 얘기까지 듣고나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는 피고석에 있는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보고 이렇게 신음했단다.

“악(惡)이 저렇게 평범하다니….”

그는 그 경험을 토대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키는데, 그런 경우는 도처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잔인한 고문에 시달렸던 김근태의 법정 증언을 보자.

“그들은 고문을 하면서도, 시집간 딸이 잘 사는지 모르겠다, 아들놈이 오늘 체력장을 잘 치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자식을 걱정하는 그들이 고문도 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겠습니까?”


꼭 사람을 죽여야만 희대의 범죄인 것은 아니다. 임수경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죽었을 때, 거기 달린 댓글들은 과연 이들이 인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불쌍하다. 명복을 빈다고 말해야겠지만, 솔직히 쌤통이다" (id:okokha, 하**)

"인간적인 정리로, 또 나의 인격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솔직한 소회는 왜 이 정신나간 년의 아들이 하나 밖에 없나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id:beqqy, 이**)

"안댔지만 국민의 저주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 같다!!!"(id:bokean, 김**)

"거참 잘 죽엇다.. 빠알갱이뇬 아들이믄 죽어 싸지~" (id:baginni 박*)

"드디어 임수경이가 천벌을 받는구나!...드디어 천벌을 받았어.죽은 애한테는 안됐지만 에미에게 천벌을 주는 것은 그것 밖에 없다. 살아 생지옥을 봐야지....이 개만도 못한 년아. 십오년 묵은 체증이 이제야 가라 앉는구나."(id:777star 김**) ]

다행히 이 악플러들 중 몇 명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들은 대개 40-50대의 고학력 인사이며, 그 중에는 대학교수까지 있다고 한다(참고로 이 일로 인해 기소된 사람 중 서모씨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는 희대의 범죄자일수록 “평소 우울하고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파괴적인 성향이 강했다.”는 진단을 받아야 안심을 하지만, 원래 악은 이렇듯 평범하고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 속에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사회가 갑자기 소름 끼치는 곳으로 느껴지지만,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내 안에도 그런 악의 씨앗이 있는 건 아닌지 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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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평범하게 살지 말아야겠어요..^^
그래서 제가 염소를 키우는 거 아닙니까...
넘 평범한건가?....아이, 몰라요. 메에에~

로렌초의시종 2006-02-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인격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참 웃기고 자빠져 계시는구만요ㅋㅋㅋ 그 잘난 인격이 어느 정도시기에 저런말을 하고도 나의 '인격'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저따위 말을 지껄여놓고도 자기가 인격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언덕 위에 있는 하얀집에 가셔야겠군요.

코마개 2006-02-0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생로명사의 비밀에서 마태님 봤어요...^^

마태우스 2006-02-0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앗 그렇군요 전 술마시느라 못봤는데...^^
로렌초님/그렇죠? 정말 어이없죠?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게 개인적으론 아쉽더이다. 100만원에 약식기소라니. 물론 벌금내는 사람은 억울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악플을 다시금 보고 있자니 화가 마구 나네요
여우님/반갑습니다 여우님, 설은 잘 쇠셨나요? 염소는 잘 있지요? 여우님은 결코 평범한 분이 아닙니다. 평범한 분이 리뷰 평균 11회의 추천, 페이퍼 평균 9.7회의 추천을 받는답니까???

이리스 2006-02-0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으 말에 동감입니다. 악은 도처에 평범한 얼굴을 하고 무심히 우리를 바라보다 어느날 도끼로 머리를 찍는게 아닌가 하는...

Mephistopheles 2006-02-0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
알라딘 닉이 이 모양이니 조금은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였습니다..
그래도 저 악플러들은 미련맞고 멍청하다는 생각은 변함없군요..

비로그인 2006-02-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저도 그러한 걸 보면 인간심리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어져요. 저 자신에 대한것도 마찬가지로....

moonnight 2006-02-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도 저런 악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어 무섭습니다. -_-; 맞아요. 나쁜 거뜰은 얼굴만 딱 봐도 나쁜 놈 -_-+ 이렇게 씌어있어야 하는데 정말정말 흉악범이 정말정말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힘이 쭉 빠지죠. 무시무시한 댓글을 달아놓는 악플러들도 그렇고. 무서운 세상입니다. ㅠㅠ

라주미힌 2006-02-0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벌한데니깐 악플러들 대부분 숨었어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02-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무슨 악플인가 했더니 해도 참 너무 하군요. 그래서 가끔 인터넷서 본명과 시진을 실어주어야 해요. 마태님과 야클님처럼^6

산사춘 2006-02-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선을 행하는 것보다 각자 악을 줄이려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겠어요. 저도 제 안의 공격성을 다스리느라 여지껏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하는 너부리 2006-02-0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악에 대해 늘 두려운 맘으로 생각해요. 전 인간에게 악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어떻게 잘 다스리며 사는가의 문제이지요.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플라시보 2006-02-0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어떤 인간이건 그 안에 선도 악도 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누르느냐 혹은 어떻게 삭이느냐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선도 드러내야 하듯. 악도 드러내지 않으면 악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도 맺고 더 크게는 눈물도 흘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악을 누르려구요...

깍두기 2006-02-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수경씨에게 달린 댓글이 뭔가 했더니, 정말 심했다.
악은 평범하다, 동의해요. 내 속에도 있어요.

마태우스 2006-02-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좀 심하죠? 설마 깍두기님 안에도 악이 있을까....??
플라시보님/앗 님 댓글 너무 멋있잖아요! 자기 안의 악을 누르기 위해 관계를 맺고 눈물도 흘린다....와와...
너부리님/그래요 전 멀쩡하게 생긴 놈이 왜그래,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짜증나요. 이렇게 반문해요. "그럼 나같이 이상하게 생긴 놈만 그래야 해?"
산사춘님/춘님의 공격성이야 귀여운 수준이지요 맘껏 발휘해 주세요!
하늘바람님/호홋 그렇지요? 참고로 야클님은 정말 고매한 인격자십니다
라주미힌님/이영표 부친상 때도 네이버에 악플들 조금 있더이다. 고소하다느니...
달밤님/제 말이 그말입니다. 달밤님같은 미녀분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나를 찾아서님/제가 행한 악행도 사실 만만치 않답니다 ㅠㅠ 저는 인간심리보다 제 심리에 대해 연구하는 게 좋을 듯....
메피님/호홋 닉과 악행은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님의 닉은 아주 문학적이고 멋지십니다^^
낡은구두님/그러게요.. 악은 왜 평범한 것인지요.. 뿔이라도 나면 좋을텐데...

승주나무 2006-02-09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때 '악의 평범성'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악에 대한 무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무지가 깊어질수록 '악'도 전염성이 더 빠르고, 기계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고문자들 '악하다'는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모자람이 있지만, 그들은 '무지하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만약에 무지하지 않다면 '문제'를 의식하지 않았겠어요. 암튼 '악의 평범성'은 몹시 신선한 물음이네요.
'악'이라는 카테고리는 몹시 위험합니다. 위에 있는 많은 '의분의 댓글'에서도 '단절'이 느껴집니다. 무지는 힘이 흩어지는 원리이며, 지혜는 힘이 모아지는 원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적장끼리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쩨쩨한 동료끼리는 아무리 해도 합심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해요^^저도 좀 흥분하고 말았군요..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에서 지바고가 땡볕 여름에 밭을 일구면서, 위대한 발견을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위대한 변화라는 것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가는 어느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제게도 큰 울림이었습니다.
신디 시핸 엄마의 이야기와 같이..........
 
변신. 시골 의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귀가 따가울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카프카의 변신을 이제야 읽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친구 하나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카프카 얘기를 했던 것이 내게 반발심을 주었는지, 그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 하지만 <시지프 신화>를 읽다보니 까뮈가 <변신>을 잔뜩 칭찬해 놓았다. 그래서 읽었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이토록 단순하다.


십여년 전, <서편제>에 100만이 넘는 인파가 몰렸을 때, 한 평론가가 이렇게 썼었다.

“서편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 그 중 얼마나 될까.”

그 말에 기가 죽어 그 영화를 보지 못했던 나는 <변신>을 읽고 나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변신을 읽긴 했지만 내가 이 소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을까?”
하지만 영화의 이해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아닌 것처럼, 소설을 읽는 목적도 작가의 의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작을 하나 읽었다고 자위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은 보람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변신>에서 궁금한 것은 잠자가 변신한 벌레의 크기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거였다. 사람 크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 더 작은 것 같기도 하고. 읽는 내내 그 생각을 하다보니 <변신>이 끝난다. 두 번째 단편인 <유형지에서>는 읽을 때는 데자 뷰 현상이 나타났다. 전에 한번 읽은 느낌이 나고, 결말도 생각이 났다. 설마 내가 이 소설을 전에 한번 읽었을까? 한가지 한심했던 장면은 그 장교가 기계를 설명할 때 뭐가 뭔지 머리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 사실 나는 공간 지각력이 없다. 내가 길눈이 그토록 어둡고, 아는 사람의 얼굴도 못알아보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평면적인 숫자를 다루는 수학 1은 그런대로 했지만, 각종 도형이 날아다니는 수학 2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도 그 일환일 것, 나는 결국 그 기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는 걸 포기해 버렸다.


<시골의사>와 <판결> 역시 뭐가 뭔지 모르는, 무지하게 난해한 소설이었다. <시골의사>의 끝은 이렇게 끝난다.

“속았구나! 속았구나!...결코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구나!”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속았다는 걸까. 내가 속인 건가? 역시나 카프카는 무지하게 난해한 작가, 알베르 까뮈가 카프카를 찬양한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내공 높은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게 있는 법이고, 나 같은 사람이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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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0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사과 폭격을 맞고 등에서 진물이 나는 걸 보면 대략 사람 크기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단식광대, 유형지에서 도 좋았습니다. `변신'은 한 작품을 가지고 한 달 내도록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하면서도 참 좋다, 하면 할수록 좋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가방 속에 카프카의 변신이 원어로 들어있다는 것이 원없이 좋았습니다.

다락방 2006-02-0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변신] 을 아직 안 읽고 있는데 말이죠..흐음..

라주미힌 2006-02-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해가 안가면 남들이 '이해' 못하도록 몽롱한 리뷰를 씁니다 냐하하하... (착각인가)

moonnight 2006-02-0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람 크기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네요. 저역시 카프카의 소설은 내공이 딸려서. ㅠㅠ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속았다는 걸까, 내가 속인 건가? "에서 웃게 만들어주시네요. 마태우스님의 즐거운 리뷰를 읽을 수 있다는데도 소설의 의미가 있습니다! ^^

마태우스 2006-02-0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아 사람 크기가 맞습니까? 그렇군요. 그 정도 크기라면 질겁할 만도 하네요. 님의 즐거운 댓글이 달리는 것에 리뷰 쓴 보람을 느낍니다^^
라주미힌님/오오 그것도 좋은 방법...저는 이해 안가는 책은 관계없는 얘기만 잔뜩 하는데...^^
다락방님/그렇군요. 안읽으셔도 됩니다. 아름다운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주드님/워, 원어로 읽으셨군요! 대단하십니다. 한달간 공부를 하셨다니, 그것도 놀라워요! 님의 글 내공이 다 그런 데서 비롯된 것이군요!

한솔로 2006-02-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 단편집 달랑 하나 읽고, 카프카 책 만든 편집자도 있습니다. 그 편집자는 심지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안 읽고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만들었다지요-_-;;;

마태우스 2006-02-0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그렇군요!! 제가 아는 사람은 헬리코박터에 걸리지도 않고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답니다^^

산사춘 2006-02-0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도 안함서 마태우스라 한담서요? 전 산사춘 맛없어서 안마셔요.

sooninara 2006-02-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때 대충~~ 변신을 읽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손바닥만하다고 혼자 생각했었다는...
그리고 전 변신을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요.

플라시보 2006-02-02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뮈, 카프카 전부 안읽었습니다. 으음.. 생각해보면 읽을 기회가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안읽게 되더라구요. (참. 그리고 저도 약사나 의사도 아니면서 플라시보라고 합니다.^^)

마태우스 2006-02-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까뮈를 안읽어도 늘 당당하신 님의 자신감이 부럽습니다. 전 이상하게 빚을 진 기분이 들어서 말입니다.
수니님/고교 때 읽은 분들은 당시에 변신을 이해했을까요. 하긴 지금 읽은 저도 잘 모르겠던데..
춘님/저 축구 잘해요! 흥.

비로그인 2006-02-0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해해도 별은 네개네요.

roseinn 2006-04-0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신>에서 궁금한 것은 잠자가 변신한 벌레의 크기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거였다" 이 구절 정말 압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간디스토마 2011-04-1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설속의 아픈 척 꾀병부린 꼬마아이에게 "속았구나..."하고 탄식한게 아닐까요?
그 애 하나 때문에 자신의 하녀까지 (초반에 하녀를 노리는 괴한이 등장하죠;)위험속에 내팽겨치고 달려왔으니까
카프카소설은 저도 무슨 의미인지 난해하긴 합니다.(두번정도 다시 읽었지만)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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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어제, 새로 나온 책 몇권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그 생각을 잠깐 했다. 결론은 이거였다. 난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것,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책만 선호한다는 것. 그러니 하이드님한테 선물 받지 않았다면, 내가 <공중그네>를 읽었을 것 같지는 않다. 책 선전처럼 ‘못말리는 웃음폭탄’까지는 아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 그 책 덕분에 인생이 2%쯤은 더 행복해졌다. 나처럼 보수적인 사람은 책 선물을 자주 받아야 한다.^^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무척이나 특이한 의사다. 주사에 페티쉬가 있어서 오는 환자마다 비타민 주사를 놓는 걸 빼면, 검사와 약으로 만사를 해결하는 보통의 의사와 크게 다르다. 환자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자신도 그 일에 동참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이 사실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1루 송구가 안되는 야구선수가 오면 야구를 하고, 써커스 단원이 오면 공중그네를 타고, 휴대폰 중독자가 오면 휴대폰을 사서 문자를 마구 날리는 식으로. 소크라테스가 지식의 산파를 자처한 것처럼, 이라부는 환자 안에 치료의 열쇠가 있음을 알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존재다. 이런 의사에게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고 “뭐 이런 사람이 있어?”라는 의혹을 갖지만, 점차 그를 좋아하게 되고, 그와 더불어 자신의 증상도 좋아지는 걸 느낀다.


그런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라부의 배후에는 그가 이라부 종합병원의 소유자라는 엄청난 조건이 있다. 미모의 간호사인 마유미와의 대화.

“마유미짱, 오후는 휴진으로 해.”

“어차피 아무도 안오는데요 뭐.”

이런 대화를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의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휴대폰 중독자를 만났을 때의 일화 하나.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이라부는 책상에 휴대폰을 잔뜩 늘어놓고 유타(환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각 메이커의 최신 기종은 모두 모여 있었다.

“선생님, 암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많이...”

“어느 회사 제품을 사야 좋을지 몰라서 말이야.”(2권 214쪽)]

그의 무사태평은 그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부유함도 거기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의사들이 부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면, 이라부처럼 멋진 의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대부분의 경우 2권이 1권만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권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참고로 2005년 8월 24일 이후에는 1권만 사도 2권까지 같이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유쾌해지고 싶은 분이라면 어서 주문을 하시라. 절대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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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6-02-0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이네요. 마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6-02-01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2-0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컵의 간호사 마유미짱, 너무 매력적이죠? ㅎㅎ

마늘빵 2006-02-0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거 바로 읽으셨네요?

moonnight 2006-02-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재미있죠. ^^ 읽으면서 계속 웃었어요. 그런데, 1권이 <공중그네>이고 2권이 <인더풀>인가요? <인더풀> 표지에 공중그네 2탄. 이라고 씌어있었던 거 같긴 한데, <인더풀>이 더 먼저 나왔단 거 같아서요. 알쏭달쏭 -_-a 전 개인적으로 <공중그네>가 더 좋았답니다. 헤헤 ^^;

마태우스 2006-02-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앗 그렇습니까?? 가르쳐 주셔서 감사. 근데 님은 공중그네가 인더풀보다 좋았단 말이죠. 사소한 취향의 차이를 극복해야 할텐데...^^
아프락사스님/네. 그렇습니다. 1권 읽으니 2권에 바로 손이 가더이다.
다락방님/사실은 마유미짱 이야기로 리뷰를 쓸까 했다는...^^ 다락방님만큼 매력적이겠습니까^^
속삭이신 분/준비랄 게 뭐 있겠어요. 하여간 감사드립니다.
게으른돼지님/네...감사합니다. 저도 복 많이 드릴께요.
 

 

 

 

 

알라딘을 쉬는 동안에도 전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100번만 마시겠다고 해놓고선 벌써 16번째, 올해도 목표달성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일까지 14번을 마셔서 "이대로 간다면 250번을 넘기겠네."라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지난주에는 술을 한번도 마시지 않아 예상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간 마신 술일기는 강물에 띄워보내고, 16번째부터 성실하게 술일기를 쓰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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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28일(토)

누구와: 친구 둘과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따라해 보자면, 음식 때문에 눈이 먼 적이 세 번 있었다. 어릴 적 전주에서 비빔밥을 먹고 눈이 멀었고, 병천에서 순대를 먹고 그 엄청난 맛에 두 번째로 눈이 멀었다. 그리고 세 번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족발을 장충동에서 먹고나서 난 그만 맛이 가버렸다. “천국이 있다면, 거기서는 이런 족발을 매일 먹고 있을 거예요.”라는 말을 같이 먹던 선배에게 했을 정도.


그 족발이 못견디게 생각이 나, 토요일의 술약속 장소를 그 근처로 잡았다. 하지만 설 연휴라 내가 갔던 원조집은 문을 닫아버렸고, 호객행위를 하는 다른 가게 아주머니들만 잔뜩 나와있다. 호객행위를 한다는 건 사람이 없단 소리, 그래서 난 그런 아주머니들의 꼬임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언제언제 방송에 출연했다는 간판들 틈에서 난 그럴듯한 집을 발견했고, 거기로 가려 했다. 하지만 그집 간판엔 족발보다 보쌈을 더 크게 강조해 놓았다. 족발에 마음이 있던 우리가 망설이는 사이 호객행위를 하며 우리를 꼬시던 아주머니가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그집 맛 없어요. 우리집으로 와요.”

보쌈집 아주머니가 그 말을 듣고 발끈하는 동안, 우리는 그 아주머니 집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싸움은 커졌고, “저 손님 가져가라 그래!”라며 주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가게에서 나와보니 양측 다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다. 하루이틀 보는 사이도 아닌데 왜 저렇게 싸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싸움이 우리 때문에 벌어진 거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른 집으로 옮기는데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던 아주머니가 이런다.

“싸움 그만 붙이고 우리 집으로 와요.”

이 말이 말도 안되는 말이라는 걸 떠나서, 우리가 겨우 세명인데 그 정도라면, 이십명 쯤 되는 단체가 그랬다면 각목을 들고 싸우지 않았을까.


어느 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족발을 시켰다. 그 족발은, 일주일 전 내가 선배와 먹었던 족발에 비해 50%쯤 맛이 없었다. 그 족발을 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친구를 보면서 난 속으로 “그때 그집 갔으면 기절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맛있는 족발집은 역시 장충동이고, 동대입구에서 전철을 내려 3번 출구로 나간 뒤 원조집과 원조집 사이 골목에 자리한 집이 가장 맛이 있다. 상호 이름을 적어놓는다는 걸 또 까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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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발집이었군요. ^^; 아직 일월인데 열여섯번이라니요. ㅜㅜ 역시 대단하신 마태님. 저도 족발 먹게 된 것이 2002년 겨울인가부터니까 몇 년 안 됐어요. 생각보다 쫄깃하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나네요. 흠. 장충동 족발.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

모1 2006-01-2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족발집이야기가 아닌 싸움이야기였군요. 와...무서운데요. 손님이 무슨 죄인가..싶기도 하네요. 그냥 맛있는 것 먹으러 왔을뿐인데...

모1 2006-01-2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다락방 2006-01-2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족발 먹고 싶어요. 상추에다 족발 한 점 올리고 생마늘에 쌈장을 찍어 고추와 함께 올리고 한입에 다 넣은 뒤 마무리는 참이슬로. 와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군요. :)

하루(春) 2006-01-30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맛있는 족발을 왜 안 좋아하셨었어요? 족발 좋아하기 시작하면 뼈 채 들고 뜯는데...

마태우스 2006-01-3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발이라는 단어가 제게 안좋은 느낌을 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맛없는 데서 족발을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다락방님/마무리는 참이슬이라...그러니까 님에게 술은 족발의 맛을 높여주기 위한 추임새 비슷한 역할을 하네요. 전 참이슬을 더 잘 넘기게 해주기 위해 족발을 먹습니다^^
모1님/이번 설도 대충 아름답게 보낸 것 같습니다^^ 그죠? 저 정말 억울하죠? 다시 거기 가기가 싫더라구요.
달밤님/다음에 서울 오시면 그 환상적인 원조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님도 족발을 늦게 시작하셨네요^^

산사춘 2006-02-0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에 족발이 땡겨부리는 화창하지 않은 오전입니다. 합정동 족발은 다 시켜봤는데 정말 맛이 개떡같아요. 죽이는 족발파는 동네가 그리오요.

마태우스 2006-02-0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님 언제 우리 족발 먹으러 가요. 그간 우리가 너무 곱창에만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나의 정치학 사전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 한해, 난 137권의 책을 읽었다. 생애 최고기록이긴 해도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본 결과 너무 권수에만 집착한 게 아니었냐는 자기비판이 날 괴롭혔기 때문. 책달력을 넘기다보니 한달에 열권 이상을 읽으려고 발바둥을 친 흔적이 꽤 자주 발견된다. 어려운 책을 읽느라 날을 많이 잡아먹은 달에는 반드시, 금방금방 읽히는 책들을 읽음으로써 열권을 채운 것. 책에 탐닉한 지 이제 십년, 그만큼 권수에 집착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건만, 난 왜 아직도 실적주의에 목을 매는 것일까.


그래서 올해는, 몇권을 읽었나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매달 열권은 읽자’는 신화에 매몰된 나머지 읽을 엄두를 못냈던 책들을 다 읽어버리자. 그 일환으로 집어든 것이 강준만 선생의 <나의 정치학 사전>이다. 강준만 선생이 책을 그다지 어렵게 쓰는 분은 아니지만, 이 책의 대단한 점은 페이지 수가 무려 750쪽이 넘는다는 거다. 신자유주의, 문명충돌론, 포퓰리즘, 끝도 없이 나열되는 주제들에 대해 줄을 벅벅 긋다보면, 내가 지금 취미로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공부를 하는 것인지 헷갈려 버린다. 마라톤 골인지점을 지나기 전 ‘눈물고개’가 있는 것처럼, 700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지겨움이 극에 달해 나머지 부분을 해치우는 걸 차일피일 미루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어느날 새벽 난 이 책을 다 읽었고, 다 읽은 기쁨에 자리에서 일어나 타잔이 코끼리를 부르는 소리를 냈다.


사실 내가 사람 노릇을 약간이나마 하게 된 것은 다 강준만 선생 덕이다. 그분은 내게 세상을 바로 보는 법을 가르쳐 줬고, 책을 통해서 많은 가르침을 줬다. 이 책 역시 내가 모르면서 아는 척을 했던 수많은 주제들을 내게 가르쳐 준다. 뜨거운 분노와 기발한 풍자가 그분 글의 특기지만, 여기서는 시종 무미건조한 문체로 담담히 지식을 전달하는데, 가장 인상깊게 읽은 한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방대한 책의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잘나가던 국회의원이 어느날 갑자기 한국 정치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화끈하게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박수가 쏟아진다. 언론은 다른 의원들도 그런 자세를 배우라고 공박까지 해댄다. 그러나 그 의원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그런 화끈함을 보일 수 있었다는 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를 그만두면 돌아갈 곳이 없는 정치인들일 것이다. 정치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의원들이 생계수단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에 대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딱지를 너무 쉽게 붙인다...정치인이 정치에 의해 사는 측면에 대한 공공적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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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1 2006-01-2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볼만한 책은 아니군요. 원론같은 느낌은..어려워서...전 대중서가...하하..

한솔로 2006-01-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제 정치의식의 거의 모든 부분은 강준만 선생이 새롭게 만들어준 거 같습니다.

2006-01-28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1-2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두가 안나는 책이여

moonnight 2006-01-2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페이지수만 봐도 끝까지 읽어내셨다는 것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쉽지 않은 책일텐데요. 수고하셨어요. ^^

마태우스 2006-01-3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아네요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하지만...노력은 좀 했으니, 달밤님의 칭찬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하늘바람님/은둔과 끈기,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두가지 덕목입니다^^
속삭이신 분/2월 3일이어요. 그리고 감사드려요.
한솔로님/님과 저는 그러니까 동문이군요! 강선생님의 제자! 반갑습니다.
모1님/난이도가 높은 건 아니니 읽으셔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저도 읽었잖습니까
속삭이신 분/호호, 리뷰의 페이퍼화를 앞장서서 선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리뷰 잘 쓰는 건 애당초 틀렸고 하니...^^ 자주 뵈요.

2006-01-31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