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미녀에게 대한항공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지인이 있었다. 조금 아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극대화해가며 엄청나게 아는 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지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미녀가 돈을 좀 아껴보려고 끊은 표는 파리에서 스페인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데 딱 50분의 여유밖에 없었다. 시간이 좀 촉박하다고 미녀가 걱정을 하자 지인은 열변을 토한다.
“에어프랑스가 짐 분실율이 가장 높은 거 알아? 50분이면 그거, 짐 잃어버리기 십상이네. 사람이야 그냥 뛰면 되지만 짐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갖고 타려면 늦지.”
그러면서 지인은 대안을 제시한다.
“짐을 기내에 가져갈 수 있게 조그만 가방 몇개에다 가져간 다음, 비행기에 들고 타는 게 좋아.”
그래서 스페인 미녀는, 평소 갖고 다니던 커다란 여행용 가방 대신 조그만 가방 네 개에 짐을 나누어 가지고 왔다. 나도 기내용 사이즈를 고려해 짐을 챙겨 왔고. 하지만 좌석표를 배정받을 때 항공사 측에서는,
“일인당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는 짐은 한개밖에 허용이 안됩니다. 손님들 같은 경우엔 크기도 허용치를 넘어서요.”
미녀: 저...갈아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짐을 찾아서 다시 부치려면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서요.
항공사: 그건 걱정 마세요. 짐은 댁들이 챙기지 않더라도 갈아탈 비행기에 저절로 실립니다.
짐이 갈아탈 비행기에 저절로 실린다?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는 짐은 일인당 하나다? 그러니까 그 지인이란 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거였다. 그 바람에 조그만 가방만 여러개를 가져간 미녀는 무진장 고생을 했는데, 우리의 기우와 달리 우리 짐은, 약간의 곡절이 있었긴 했지만 무사히 우리 손에 돌아왔다. 서울로 갈 때 역시 우리는 쉽게 짐을 찾을 수 있었으니, 그 지인만 안만났다면 좀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친구 중 하나가 대한항공 부기장이다. 그 친구에게 미리 물어봤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괜히 엉뚱한 사람 때문에 마음고생만 했다. 그 지인도 물론 나쁜 의도는 없었겠지만, 몇 달간 알바 좀 한 거 가지고 모든 항공사에 대해 아는 척을 하다니 그건 좀 오버다. “에어프랑스 승무원들은 불친절하기 그지없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그 지인이 한 말은 모조리 틀렸으니까.
열개를 알아도 하나만 아는 척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를 알면서 열개를 아는 척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사람은 한두번만 겪어보면 안믿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