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오니 우산 챙겨라.”

엄마의 말에 난 내게 우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늘 가방에 우산을 넣어두고 다닌다. 우산을 말리는 게 귀찮아서 웬만한 비는 그냥 맞으며 다니는 탓에, 그 우산은 거의 새것에 가깝다. 그 우산이 지난 토요일날 없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미녀와 함께 있는데 비가 왔고, 난 당연히 그분께 우산을 건낸 것. 용어 사용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내가 우산을 쓰는 것보다 그분이 비를 안맞는 게 훨씬 이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그 행동은 내가 그때 했던 말대로 “마이 플레져!”였다.


내겐 가방이 세 개 있다. 한 개는 늘 들고다니는 배낭, 다른 한 개는 제법 멋진 모습을 한, 하지만 넣을 공간은 별로 없는 것. 또 하나는 그냥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관해 둘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세 번째 가방에 우산이 또 하나 있기에 난 그 가방을 열어 보았다. 이럴 수가. 그 가방은 비어 있었다. 내가 놀란 건, 우산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선물로 받은 ‘기형도 시집’과 ‘최승자 시집’, 그리고 CD 두장이, 현재 내가 기억하는 한에는, 들어 있었다. 그 CD는 세장이 한 세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요 50곡을 어느 미녀 분이 세장으로 구워 준 거였다(한 개는 차 안에 꽂혀 있다). 난 엄마에게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가방 안의 내용물이 어디 있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엄마는 너는 왜 맨날 찾기만 하냐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한번 찾아볼게.”라면서 이방 저방을 다니셨다.


내 가방은 내가 보관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억울한 것은, 내가 외국에 간 일주일 동안에 가방 두 개를 엄마가 빠셨기 때문이다. 주로 쓰는 배낭의 내용물은 종이 가방에 잘 넣어 두셨지만, 두 번째 가방의 내용물은 온데간데 없다. 엄마와 더불어 있을만한 곳을 대충 뒤져 봤지만, 아무래도 나올 것 같지 않다. 책도 소중하고 CD도 소중한데, 설마 그걸 버리기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것들의 8할 정도는, 아니 어쩌면 9할 정도를 집에서 잃어버린 걸 감안한다면 무척이나 암담한 일이다. 집에서 잃어버리면 결국 나오기야 한다. 하지만 그건 조카가 소파 밑에 집어넣은 테니스 공을 찾거나, 제사를 지내려고 상다리를 찾는다든지 할 때 갑자기 솟아나는 것이지. 찾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250평이나 되는 집구석을 일일이 찾아볼 수도 없고.


찾는 게 나오지 않을 때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다른 사람이 내 물건에 손을 안댔으면 하지만, 정리를 안하고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 사람의 운명은 ‘분실’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아무도 손을 안대는 내 연구실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듯이. 기형도 시집아, 도대체 어디 있니? 돌아와 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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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2-2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리신 물건이 빨리 나오기를...그런데 250평이라구요..!!!.허걱..

이매지 2006-02-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일일이 집구석 뒤질꺼 뭐 있어요. 이사 한 번 가세요 ㅋ
짐싸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ㅋ

비로그인 2006-02-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물건 탐지기를 발견한다면 재벌될텐데, 재벌될텐데~(마태우스 님이야 이미 재벌 2세이므로 굳이 발명하실 필요는 없으실 듯 합니다만 저는 한 번 연구해볼까 싶습니다. 흐흐)

paviana 2006-02-2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집사는 모하고 님이 그걸 직접 찾으셨나요?

마태우스 2006-02-2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집사는 뭐 찾는 건 절대 안합니다. 재산관리와 손님접대만 한답니다^^
주드님/꼭 성공해 주세요. 급합니다!
이매지님/이사라...이사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걸요^^
메피님/조크 한마디에 놀라시다니요 넘 소심하시다..^^

oldhand 2006-02-2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0평이나 되는 집구석 뿐만 아니라 1500평의 정원도 잘 찾아보셔야 합니다.

2006-02-28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6-02-2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집에서 잃어버리셨다니 꼭 나오긴 하겠죠...

Mephistopheles 2006-02-2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마태님이요..팥으로요..메주를요..쒀도요...믿거든요...ㅋㅋ

2006-02-28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6-02-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제 솟아날지 기대됩니다.

twoshot 2006-02-2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 김영하에 의하면 읽어버린 물건들이 사는 나라가 있답니다..집이 250평이니 아마 왕국을 건설하고 살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진주 2006-02-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사만 두시지 마시고 잡사도 두시지요. 잡일 다 해주는 잡사.

2006-02-28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6-02-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플레져 여기 ~ (수줍~)

저도 물건 잘 잃어버리는데...
대부분 상하전후좌우 70센티 근방에서 발견되더라구요.

ㅠ.ㅠ; 잘 찾아보세요.

참고로 전 잃어버린 사실을 얼른 잊어버리고,
얼결에 찾은 물건은 로또당첨 된 듯 기뻐라 합니다. ㅜ.ㅜ;
세면대에 붙어있는 콘텍트렌즈 찾았을 때가 가장 기뻤던거 같아요.

하루(春) 2006-02-2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려도 싸다,고 하면 화내시겠죠?

panda78 2006-02-2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우시겠네요. 얼른 나와야 할 텐데..
그치만 안 나오더라도 어머님한테 속상한 티 내진 않으시겠죠? ^^

2006-02-28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2-2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요하시면 우리집 잡사님을 잠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260평에 사는 진주- - 2006-02-28 22:43

펠릭스 2006-03-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상하게도 간절히 찾을때는 안나오다가 갑자기 다른거 찾다가 나오는건 왜일까요? ㅋㅋㅋ

마태우스 2006-03-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펠릭스님/그게 분실물의 속성이지요 호호
진주님/아...졌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야지...^^
판다님/그럼요 절대로 안냈습니다. 저 믿으시죠?
속삭이신 분/분당 함 가야죠 안그래도 계획 짜고 있습니다
하루님/아니어요 전 그래도 싸요 흑흑
매직님/70센티라... 으음... 그렇다면 소파 밑이겠군요!
속삭이신 분/신춘문예에서 님의 존함을 꼭 보길 빌께요!! 지금의 성과는 작은 시작이지요.^^
진주님/잡사라고 하면 듣는 잡사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마커스님/그 나라에 꼭 한번 가봐야겠는데요 전 주민등록증도 집에서 잃어버렸어요
숨은아이님/저희 나와바리에 오셨는데 못뵈서 죄송해요. 흥, 연락도 안하구서
메피님/정말 고맙습니다. 신뢰는 소중한 겁니다^^
실론티님/그 언제가 언제냐가 중요하지요^^
속삭이신 분/죄송해요&&
올드핸드님/정원이 그 정도 넓이는 안되거든요ㅠㅠ 넓혀야겠단 생각이 불끈...
 

 

 

 

 

 

일시: 2월 27일

마신 양: 소주 한병 + 맥주

모 신문에 3주마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내 시간은 3주 단위로 재편되었다. 3주 동안 소재를 찾아 눈을 부라리며 살다가, 원고를 보내고 잠시 한숨을 쉬고 나자마자 3주 뒤를 위해 또다시 눈을 부라린다.


언젠가는 꼭, ‘일부’ 남성들의 음주문화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자를 더듬지 않으면 술을 못 마시는 남성들의 변태성에 대해, 그리고 그 근저에 깔린 남성들간의 소통 부재에 대해. 하지만 내게 글을 제의했던 기자에게 배운 소중한 교훈대로, 신문에 실리는 글은 시사적인 것과 결부되어야 효과를 내는 거였다. 학벌에 대해 전여옥이 헛소리를 했을 때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를 비판해야 하듯이. 그러니 내가 지금 음주문화에 대해 쓰려면, 정치권에서 그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야 했다.

“내가 국회의원들 초대해서 광란 파티라도 해야 하나?”

주말까지 아무 일도 없었고, 결국 난 거기에 관한 글을 쓰지 못했다. 대신 난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다리가 짧은 게 비결”이라는, 누구나 쓸 수 있는 평이한 이야기를 써서 일요일 밤에 보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네이버 사이트는 최연희 의원의 일로 인해 난리가 아니었다.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했던 그의 변명처럼, 그건 술김에 한 ‘순간적 실수’일 수도 있다. 상대가 ‘기자님’ 정도 되니 이슈화가 된 거지, 정말 식당 아주머니였다면 아무런 문제도 안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술김에 한 실수는 평소 행동을 반영한다는 톰 글래빈의 말처럼,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은 평상시 단란에서 숱한 여자를 농락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속이었던 거다.


이게 좀 진작 터져 줬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데, 사실은 내게 아직 하루의 시간이 더 있고, 오늘 내로 글을 다시 써서 보내면 교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그 문제를 논의했다. 문학을 전공한 그는 내 글쓰기에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해줬고, 나에 대해 실제보다 높은 평가를 해주는 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의 말투.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법인데, 내가 쇼트트랙에 대해서 쓴 글의 개요를 그에게 말해 줬더니 그는 대번에 이런다.

“네티즌 댓글보다 못한 걸 써가지고 신문에 실으려고 하냐?”


그는 시종 “다리가 짧아서 잘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대라.” “유럽인들도 다리 짧은 애가 많다.”면서 나랑 지리한 공방을 계속했다. 그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의 삐딱한 말하기 방식은 나로 하여금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나와 만났을 때마다 “나이브하다.” “니가 세상을 몰라서 그런다.”는 핀잔을 수십번씩 되풀이하는 사람이며, 내가 읽는 책을 보고는 “이딴 책 읽지 말고 레이몬드 카바 책을 읽어.”라고 말해 나로 하여금 카바를 미워하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다. 십년 전 그를 처음 만난 이후, 그 짜증스러운 어휘 구사는 변함이 없었다. 난 그에게 말했다.

“나 그냥 글 안바꿀래요. 님 말씀 들어보니까 바꾸기가 싫고, 쇼트트랙 글도 괜찮은 거 같아요.”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고, 심판 판정이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쓰는 건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좋지 않은 글이 될 수 있잖아. 그거보단 음주 문화에 대해 쓰는 게 훨씬 시의적절하지 않을까?”

몇시간의 잠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지, 술이 깬 지금은 음주문화에 대한 글을 끄적거리고 있다. 잘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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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2-2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가 짧은 저로서는 이번에 실릴 마태님의 글이 더욱 기대됩니다.
신문이라는게 세상풍파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벌떼처럼 <모모 의원 성추행>을 떠들텐데, 자꾸 들으면 식상하잖아요. 우리가 떠든다고해서 단란한 곳에서 하던 짓거리들을 멈출 잉간들도 아니고....그렇다고 제가 그들의 죄(!)를 묻어주자는 건 절대로 아니고요, 그 와중에 쇼트트랙 선수의 다리 짧은 이야기는 아주 이채롭고 신선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죠. 혹시 알아요? 이런 걸 두고 나중에 <쇼트트랙선수 다리효과>라고도 할지! 남들 다하는 이야기도 해야 겠지만 줏대를 갖고 열심히 쓰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아뉫..근데..페이퍼 뒷부분 수정하신 건가요? 왜 아까랑 이야기가 다르지?-암튼, 아자!<--모냐? 줏대없는 나는? 항상 마태님을 응원하는 줏대-이 줏대는 흔들리지 않잖아요 ㅋ)

물만두 2006-02-2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Mephistopheles 2006-02-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신문을 찾아야 볼 수 있나요...??
저도 여성이 나와서 술시중(?)을 드는 술집에 2번 가본 적 있었습니다.
도통....술마시는데 집중이 안되서 짜증만 나더군요..

쪼코케익 2006-02-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 한겨레 신문 가 보시면 됩니다.
마태우스 님 / 제 생각에도 음주관련 글이 좋을 것 같네요. 신문 글이라는 게 급하게 한 나절 동안 쓴 것이 며칠 고민한 것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이미 써놓은 글을 버리기가 정말 아까우시겠지만요...^^

쪼코케익 2006-02-2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음주문화에 대해서는 몇 년 전, 이상길 교수님(당시 전북대, 현재 연세대)이 쓰신 굉장히 재미있는 논문이 있습니다. 그 글로 음주문화에 대해 나올만한 이야기는 다 나왔다 싶을 정도로 잘 쓴 논문이었지요. 인터넷 찾아보면 어디 기사가 있을 것 같은데요.

부리 2006-02-2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이 갈릴 때는 부리 말을 따르세요
-부리 드림-

twoshot 2006-02-2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 때문에 레이몬드 카버 미워하지 마세요...매우 훌륭한 작가이니까요..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만들어 줍니다.

oldhand 2006-02-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분에게 다리가 짧아서 잘된다는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한 존 스몰츠의 논문을 보여주심이. 그런데, 혹시 정말 한나라당의 술자리, 마태님이 주선하신거 아니에요? *_*

미완성 2006-02-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남이 해주는 평이 칭찬이든 나발이든 글 쓰는 데엔 모두 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칭찬은 사람을 타성에 젖게 하고 나발-_-은 열받게 하지요. 마태님이 화가 나서 10여년간 이어진 우정의 자취를 더듬어보게 만든 것도 이번의 그 나발탓이 아닐까요. 아무리 미워도 어쨌든 10년간 참아왔는데 앞으로 10년 더 못 참겠습니까. 뭐 거기에 대해서 친구분과 논하시는 건 스스로 택하실 문제겠지요.
글이란 게 스스로 터득하며 깨치는 거지 남이 이것저것 옆에서 잔소리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싶어요. 우야든동 지금 쓰고 계신 글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_대체로 '레이먼드'란 이름 가진 사람들이 글을 잘 쓰더만요. 개명할까봐요;

야옹이형 2006-03-0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재밋게 구경하고 있어요. 쇼트트랙과 쇼트다리. 벌써 통일성 있고 좋으네요.^^
그러고보니 생각났어요. 영국에서 인도무술을 배우는데, 한 프랑스 친구가 어떤 동작을 잘 못하는 것이었어요. 다른 건 잘하는데. 왤까 보니까 그녀의 다리가 차암 길어서 수습이 힘든 것이더라고요. 순간 그 동작을 잘하는 저의 짧은 두다리가 대견했던 기억이. ^^
 

 

 

 

 

“나는 아부 같은 거 싫어해.”라고 근엄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말해 줬다. 아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거라고.


나라고 아부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승진이 순전히 논문 점수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나같은 사람은 아부 같은 걸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난, 가끔씩 아부를 한다.


하나. 

학장님을 모시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다. 가는 길에 거기 가는 선생들끼리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매기 매운탕이었다. 빨간 국물과 더불어 먹는 매기의 맛,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 집은 더구나 매운탕을 맛있게 잘 끓이는 집이었다.


하지만...학장님 역시 매기 매운탕을 좋아하셨다. 난 학장님과 같은 테이블이었고, 학장님이 “맛있다.”면서 연방 매기를 드시는 걸 보니까 도저히 매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난, 국물만 먹었다. 공기밥과 함께. 학장님은 냄비 가득한 매기를 거의 혼자 드셨다. 그 양이 어찌나 많았는지 학장님은 공기밥을 절반이나 남기셨다. 맛있는 것을 난 안먹고 윗사람을 다 드린다면, 그건 아부다.


둘.

토비스 콘도까지 한시간 남짓 가는 동안, 학장님은 웃기는 이야기 몇 개를 해주셨다. 아주 옛날에 들었던, 다 알고 있는 개그였지만, 난 대충 웃어 드렸다. 상대가 웃기려는 시도를 했는데, 웃기지도 않으면서 웃어주는 건 분명 아부다.


셋. 

삼백명 가까이 모인 토비스 콘도 강당. 선생님들 소개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인사말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거기까지 와주신 노고에 보답하듯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의예과장을 맡고 계신 xx 선생님이십니다.”

지금까지 나온 박수와 환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세배쯤 많은 박수가 터졌다. 그런 박수를 받으니 쑥스러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난 인사를 꾸벅 하고, 마이크를 다음 선생에게 넘긴 뒤 들어와 버렸다. 웃음과 더불어 다시금 박수가 터진다. 학장님이 말씀하신다.

“한마디 해야지.”

난 다시금 연단으로 나갔다. 진정한 총잡이는 멍석을 깔아놨을 때 과녁을 맞히는 사람, 내가 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들의 환호에 답하기 위해 뭔가 강렬하면서도 웃긴 말을 하고픈 마음이 내겐 있었다. 순간 난 의자에 앉은 학장님을 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가 웃기면 안되는 곳이란 생각을 했다. 난 입을 열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본과 갑시다.”

그 자리가 예과생만의 자리가 아니라 본과생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내 말은 부적절했다. 더구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다니, 평소 나답지 않았다. 자리에 앉고 나서 난 한참 동안 내 발언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야 했다. 높은 분을 의식해 마음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아부다.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들어갔을 때, 저 멀리서 닭 울음 소리가 들렸다. 난 하루 동안 도합 세 번의 아부를 했다.


사족: 그때는 12시쯤이었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문을 잠궈둔 채 소주를 마셨다. 혹시 몰라서 사놓은 동원참치 캔을 안주 삼아서, 그리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친구 삼아서. 20.1%의 소주는 너무 약했고, 난 한병 반 정도를 마신 후 나머지 절반을 싱크대에 쏟아버렸다. 다음날 보니까 그때 읽었던 부분은 빨간 줄만 그어져 있을 뿐 기억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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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2-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는 필요해요...가끔 손바닥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하는 사람들이 문제죠..^^

paviana 2006-02-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매기 매운탕 맛있으셨겠다.그래도 역시 매운탕은 빠가사리가 최고에요.ㅎㅎ

비로그인 2006-02-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날 유혹하는 글쓰기 안에 빨간줄 그어놓으신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가 상당히 궁금했었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었군요.

야클 2006-02-2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아부하는 사람은 필요없고 '아부지~'하는 녀석은 생겼으면 하네요.ㅋㅋㅋ

다락방 2006-02-2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줄만 그어져 있을 뿐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하.
가끔 아주 기막히게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시더라구요, 마태우스님은.

LAYLA 2006-02-2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는 아부보단 배려에 가까운거 같은데요 ^.^

타지마할 2006-02-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기인가? 메기인가? 마태님 아무래도 '메기' 같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2-2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매피스토가 맞나요 메피스토가 맞나요..?

twoshot 2006-02-2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와 두번째는 괜찮은데 세번째는 좀 아쉽네요. 다음번에는 가벼운 농담이라도 한마디 하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6-02-2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멀리서 닭 울음 소리가 들렸다. 난 하루 동안 도합 세 번의 아부를 했다..
상당히 여운이 남네요^^;;
근데 세번째는 그렇다 쳐도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아부가 아니라 배려인 것 같아요^^
(사족: 민중서림에서 나온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매기: 수퇘지와 암소가 흘레하여 낳는다는 짐승.^^;;
메기:(어) 메깃과의 민물고기. 길이는 20-100cm, 머리는 편평하며 입이 몹시 크고 네개의 긴 수염이 있음. 몸에 비늘이 없고 미끈미끈한 액이 있음.)

실비 2006-02-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자기도 원치 않은 아부를 하게 될때가 있더라구여..^^:;;;

moonnight 2006-02-2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르게 아부-_-비슷한 말 해놓고서 혼자 기분나빠지곤 해요. 실비님 말씀처럼 사회생활 하다보니 가끔은 아부가 필요할 때도;;; 음. 저도 유혹하는 글쓰기에 빨간 줄 그으신 부분이 궁금해져요. ^^ 와와. 그런데 혼자서 참치캔 하나 따놓고서 소주 한병반이라니요. @_@;;;;

stella.K 2006-02-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아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겸손하신 걸로 보면 딱 좋을 듯! <유혹하는 글쓰기> 넘 재밌지 않아요? 리뷰 쓰시면 저랑 많이 비교되겠는데요? 마태님 외엔 봐주는 사람도 없어요. ㅜ.ㅜ

클리오 2006-02-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째로, 메기를 국물만 드신건 아부가 아니라 오바라 봅니다. (^^) 둘째로 웃기지 않는 이야기에 웃어주는건 예의일수도 있지요.(물론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그런다면 아부입니다만..) 그리고 아부 세번이라, 베드로 못지 않으시군요.. 멋지십니다, 역시... (알아요, 저도 제가 이상한거.. ^^;;;)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치경제를 강의하던 선생-내가 ‘님’을 안붙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이 첫시간에 들어와서 한 말이다.

“2학년 수업에 들어갔더니 한 학생이 의자에 등받이에 등을 안붙이고 다리는 쭉 뻗고, 비스듬하게 앉아 있어서 내가 혼줄을 내줬지.”

일부 학생들이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의 난 앉는 자세가 무척이나 모범적이었다.


지금의 난 의자에 앉을 때 선생이 언급했던 그 자세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상한 자세로 앉는다. 설명을 하자면 히프를 의자 앞부분에 살짝 걸친 채,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가 내가 앉는 자세다. 똑바로 앉은 자세로는 오래 앉아 있기가 힘이 들 정도니, 습관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사진은 찍지 마세요! 초상권이 침해되니깐요!"라고 말하는 장면.  

 

8년 전쯤, 술을 먹고 전철 막차를 탔을 때다. 난 비스듬한 단계를 지나서 아예 등만 의자에 대고 앉아, 아니 사실상 누워 있었다. 그 자세로 몇정거를 지나갈 무렵, 옆에 앉은 나이든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낸다.

“학생, 그렇게 앉아 있는 거 정말 보기 흉해. 내가 그렇게 앉은 애들 치고 잘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일어나 앉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난 여전히 이상한 자세로 의자에 앉는다.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 건 꽤 오래 전이다. 대학 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면 신발을 벗고 의자에 올라가 앉아 있었으며-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가끔은 인어가 앉는 자세로 앉기도 했다. 극장에서 사람이 없으면 다른 좌석의 손잡이를 다 올리고 좌석 서너개에 걸쳐 누운 자세로 영화를 본다. 사람이 많아 그런 짓을 못하게 될 때는 힘이 들어서 갖은 몸살을 하고. 그러니, 좁은 이코노미에서 열세시간을 버텨야 하는 마드리드 행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내 맞은편에 나랑 같은 자세로 앉은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 역시 내가 대견한 듯,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세가 좋았던 고교 때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을 끄덕없이 공부하곤 했다 (사실 그런 날은 몇 번 없었지만). 지금은 갖은 몸살을 다해도 두시간을 앉아 있지 못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나쁜 폼으로 테니스를 치면 어깨가 아픈 것처럼, 나쁜 자세로는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하나 더. 나이 들어 고치려면 뭐든지 어렵다.


바른 자세로 앉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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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6-02-2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점퍼가 아기 포대기인 줄 알았어요;

야클 2006-02-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집에서도 가끔 누워버리는게 역사가 꽤 오래된 습관에 기인하는 것이군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6-02-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비스듬히 앉으면 꼬리뼈 아프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앉는 습관이 있는데요, 몇년 전에는 꼬리뼈 부분에서 통증이 와 병원다닌 적이 있어요..
나쁜 자세는 보기 안 좋은 것도 있지만, 몸에도 좋지 않아요..

Mephistopheles 2006-02-2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건물 설계할 때 강의실에도 온돌을 깔고 누워서 강의를 하고 듣고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겠습니다. 적용될리야 없지만요..

paviana 2006-02-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새벽별님의 말씀에 추천이야요.
18년전도 아니고 8년전이라니, 넘하시는거 아녀요?

BRINY 2006-02-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드리드 얘기는 하나도 없어요?

마태우스 2006-02-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마드리드에 가기 위해 드골공항에서 기다렸으니... 그게 그거인 거죠. 예컨대 떡볶이 얘기를 하려면 주인아저씨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파비님/전 지금도 "교수님 안계시는데요"란 말로 잡상인 아저씨들을 쫓습니다 흥.
메피님/온돌방 강의, 전 콜이어요
나를 찾아서님/저도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되요. 몸이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말입니다. 그래도 누운 자세는 아주 훌륭하답니다.
야클님/오오 역시 야클님이군요 촌철살인의 댓글!! ^^
새벽별님/별님은 제가 잘되는 게 싫으시군요 흥!! 8년 전에 저 정말 날씬했어요!
ninoming님/안녕하시어요 제가 전에 인사들 드렸었나요??? 님 말씀 듣고 사진을 보니 정말 그러네요. ^^붉은 포대기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

미완성 2006-02-2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처음' 뵙겠습니다 마태님. 니노밍이라고 해요 (__)

미완성 2006-02-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거기다 물음표도 세 개씩이나 붙이셨어요.(큭큭) 그리고 저에 대한 댓글이 두 번째로 기네요. 역시 아직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임에 틀림없사와요;;;;

미완성 2006-02-2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제가 이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요 새벽별님..
님이 말씀하신 두 번째 사진의 분홍 남방 부분...그건...., 마태님의 팔이지요!!!!!!
사실 전 그 가운데 하얀 부분이 아기가 안겨 있는 줄 알았어요;;;;;;;;

미완성 2006-02-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기야,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잠바를 두고 아기 포대기 아니냐고 말을 들으면 물음표 세 개를 붙여도 모자라겠지만 큭큭-_-
하지만 별님, 우린 함께 느꼈잖아요! 비록 사진은 다르지만...포대기의 기운을..!
첫 번째 사진을 분석하면 이거는 파파라치 기운이 물씬 풍기죠. '나 애아빠 아니어요..!' 라는..,
두 번째 사진은 이거죠. 일단 부인이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마태님은 자상한 아빠 모드로 변신! (하지만 그의 목은 어디로?)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요. 야심한 밤에 마드리드 남정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어요. (세 번째 사진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그의 목을 찾고 있어요 ㅜ_ㅜ)
8년 전에 "학생"이라고 했던 그 아저씨는 혹시 그저...."반말"을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요새 아 놔~란 말이 유행하던데 도대체 이건 무슨 뜻이죠?-_-

paviana 2006-02-2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ninoming님 멀리 계신 님을 대신해 제가 마태님 만날 날이 있으면 떼찌한번 해도 되겠나요?

미완성 2006-02-2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그의 등짝을 추천합니다!

마태우스 2006-02-2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님에 대한 애정은 한번도 식은 적이 없답니다. 글구 전 등짝이 취약합니다. 거북이랑 안친해서요
별님/님의 댓글이 이렇게나 많다니, 서재가 환해집니다그려.
파비님/한번 가지고 되겠어요^^

해적오리 2006-02-2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첫번째 사진 보고 손톱에 빨간 인조 손톱 붙인줄 알고 뜨악했더이다...;;;
 
 전출처 : 승주나무 > 마태님.. '이빨'의 뉘앙스를 사용하시려면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말씀드린 다음에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빨'이 의미폭이 넓어 '이'나 '치아'만으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이빨'을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속어로 '이빨'은 말 잘하는 소위 '인문쟁이'를 일컫는 말도 됩니다.

그 '이빨' 중에 가장 위대한 이빨은 '맹자'였다고도 하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가 '이빨'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나 '치아'의 인지도가 너무 낮기 때문은 아닌가 합니다.

익숙하게 사용하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빨'이라는 의미에 '패러디'까지 더해서 사용하려면,

당당한 표준어인 '잇바디'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잇바디'는 이가 죽 박혀 있는 열(列)의 생김새, 즉 '치열'(齒列)을 의미하는데

재미있게도 '이+(사이시옷)+body'라고도 부를 수 있겠군요.

게다가 '이빨'과 '잇바디'의 어감이 또 비슷하지 않습니까.

또 표준어이며, 사람에게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이'의 친척이기 때문이지요)

'잇바디'를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마태님처럼 유머러스하신 분들은 가운데 'ㅂ'발음을 강하게 하셔서

'이빠디, 이빠리'라고 하셔도 좋구요, '이빨'에 'y'만 붙이면 '이빨이, 이빠리'가 되니까,

'바리(body)'의 멋진 원음이 되지 않겠습니까?

언어사용을 '표준어'의 틀에서 사용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완고해 보이기도 하지만,

표준어의 경계에서 '줄타기 놀이'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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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6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1 2006-02-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쟁이란 뜻이있는줄 몰랐네요.

승주나무 2006-02-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제가 표현을 약간 부실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인문쟁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사회학자 도정일 선생이니까 아마 서구풍의 인문학자를 낮게 부르는 말일 겁니다.
'이빨'을 들은 것은 '맹자'라는 예에서도 아시듯, 동양철학자들이 부르는 말인데, 제가 좀 서투르고 천박해서 예를 적절히 들지 못하지만, '구라쟁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이빨'이라는 표현은 어디 가서든 토론에서 지지 않고 상대를 묵사발로 만들어버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어를 해석하려니 힘들군요.
맹자가 특히 '이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의 약간 극성스런 면모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대의 동료 철학자가 '인간의 마음은 악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다'는 중도론을 편 적이 있었는데, '무리'하게 '선'하다고 주장하면서 후세 철학자들에게 불평을 듣는 대목이 있습니다. 원문으로는 '英氣(영기)'라고 하는데, '영웅 기질'이라는 뜻으로 성현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표현은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도 이 속어는 자주 쓰이는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자면 '논리적 전개에 끝까지 성실하지 않거나 성실하지 못한(1% 부족한) 채로 토론판에서 드잡이하는 논객'을 일컫는 말로 정리가 됩니다. 엥, 너무 길었다. 암튼 '인문쟁이'는 제 실수입니다. 활용으로는 '이빨을 까다'라는 말이 있지요, 물론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