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페인에 갔을 때 갑자기 느낌이 왔다. 평소 일을 자주 보는 탓에 국내에 있을 때는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 있을지 파악을 해놓는 게 생활화되어 있는데, 낯선 땅인지라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얼굴이 창백해져서 여기저기를 헤매다 백화점을 발견, 그리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있을만한 곳을 가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어로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아주 복잡하게 얘기를 해주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백화점을 나와 맥도널드 2층에서 큰일을 성취해야 했다. 귀국한 뒤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강준만이 쓴 <대중문화의 겉과 속> 3권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무릎을 탁 쳤다.

“(백화점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려고 들어오는 얌체 방문객을 최소화하기 위해...1층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국내 백화점에서도 화장실을 쉽게 찾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백화점 안에 시계나 창문이 없는 것도 “고객들이 시간 흐름이나 날씨 변화 등에 신경쓰지 않고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니, 그 치밀함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휴대폰을 2년쯤 쓰면 왜 맛이 가는가, 좀 튼튼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변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몇년 전 일본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몇 년 써도 흠집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내놨다가 망했다.”

휴대전화가 인간의 기억기능을 대신함에 따라 인간의 기억능력이 더더욱 악화되고, ‘디지털 치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데, 나만 해도 옛날엔 전화번호를 100개 이상 외웠지만 요즘은 거의 검색을 해서 전화를 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 후손들의 기억능력은 어떻게 될까 심히 걱정된다.


1, 2권에서도 그랬지만, 이 시리즈는 현재 유행하는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만한 내용이지만,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일부 연기자들의 고액 개런티를 다룬 대목이었다. “무명배우가...(좀 떴다고) 수억원의 출연료를 요구”하고...“수익금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하는 기획사도 있단다. 참다못한 강우석은 “한국 배우들 돈 너무 밝혀요.”라고 불만을 터뜨렸고, 영화제작가협회 이사장은 “시장이 큰 일본 스타들의 출연료도 대개 1억원 미만이다. (우리는) 정도가 심하다.”라고 꼬집었지만, 그에 대한 반론이라는 게 겨우 이런 수준이다.

싸이더스 매니저, “스타들에게 개런티는 돈이라기보단 자존심에 대한 확인이에요. 다른 데서 누가 얼마 받았다 하면 마냥 초연할 수가 없거든요.”

송강호, “120억짜리 영화에서 주연배우가 5억원을 받는 것이 그렇게 지탄받아야 하느냐.”

주연배우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1998년에 비해 열배나 뛰어 회당 2천만원을 넘는 판국에, “단역 하위 10명의 평균 출연료는 21만원에서 14만3천원으로 32%나 깎였다.”는 현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스타들이 참여한 스크린쿼터 시위에 일반인들이 냉소를 보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옛날만 해도 강준만의 책은 모조리 사서 읽고, 새 책이 또 나오기를 기다렸다. 요즘은 책을 사긴 사는데 읽는 속도가 쓰는 속도를 못 따라잡는 느낌이다. 점점 바빠지고, 책 읽을 시간도 없어지는 게 내가 나이든 탓인 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 벌써 30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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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3-1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는 중인데^^

Mephistopheles 2006-03-1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화점이야기는 건축계획각론에 명기가 되어 있답니다..^^
백화점 건물 지을라면 이렇게 계획하라.. 이쪽 바닥에 있는 저도 좀 심하다 싶지만
목적에 충실한 건물을 지을려면 저런 요소들이 필수적인 사항이 되버리니 어쩔 수 없죠..^^
스크린쿼터는 아직은 이라고 생각이지만. 얼마전 모배우가 쌀개방 반대시위하는
농민들과 동석하는 모습은 보기 안좋았습니다. 땅 몇마지기밖에 없는 농민들과
없는것 보다 있는게 더 많은 그 배우와 함께 찍힌 사진은 좀 부조리 하지 않나...
생각 되더라구요..^^
그래도 마태우스님은 젊은 그대라고 계속 생각할껍니다..^^

하루(春) 2006-03-1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마음이 아프네요.

마태우스 2006-03-1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찾아서님/어마낫 그래요? 반갑습니다!!
메피님/아 메피님은 그쪽 바닥에 계시군요^^ 그 책을 보니까 예전에는 백화점이 고객을 매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은 할인점들이 고객을 다 빼가서 VIP 위주로 나선다고 하네요. 저야 뭐 백화점 갈 일이 없지만...^^
하루님/아니어요 저 아직 젊어요^^

moonnight 2006-03-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음은 십대시잖아요. ^^ 얼마전에 tv에 조재현씨가 나와서 예전 무명때 일년 소득이 사십일만원인가였을 때도 있었다더군요. 지금은 두말할 것 없이 인기배우지만.. 배우라면 모두 몇억은 거뜬히 버는 줄 아는 와중에 그런 배고픈 무명배우들은 얼마나 더 많을까 싶어요.

kleinsusun 2006-03-1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을 보면....40대가 되는게 두렵지 않아요.
님은 넘 귀여우니깐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06-03-1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30대시면서 10대같은 수선님^^ 귀여움 면에선 제가 님의 적수가 될 수 없지요^^
달밤님/조재현은 나쁜남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일단 거부감이... 좋은 역할을 맡은 영화를 한편 보든지 해야지... 그나저나 일년 소득이 41만원이라면 좀 심하네요.

글샘 2006-03-2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을 보면, 하나의 대중 문화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진지하다가도 뭔가 2% 모자란 듯한 느낌이랄까요.
영화배우들이 욕먹는 것, 이유 있지요.
영화 몇 편만 떴지, 대부분 죽을 쑤기 일쑤고, 실제로 영화로 돈버는 몇 사람이 결사 반대하면서 시위한다니깐 좀 뜨--악, 한 느낌이었달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태우스 2006-03-2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안녕하세요. 인사 드렸던가 기억이 안나서 다시금 인사드립니다. 강준만의 책들이 예전만큼 긴장감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2% 부족하다는 표현이 딱 맞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가을산님이 쓰시는 ‘雜記’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다가, 오마쥬 비슷하게 나도 한편 써보고 싶어졌다. 물론 가을산님 것보단 재미가 훨씬 떨어지지만, 그게 바로 오마쥬의 속성이다.


1. 계획성

아직도 전셋집에 산다고, 언제쯤 자기는 집을 살 수 있겠냐고 푸념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 너, 로또는 사냐?

친구: 아니.

난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넌 왜 그렇게 계획성이 없냐?”


2. 꽃샘추위

갑자기 한파가 닥쳤을 때, 난 주위 사람에게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3월 중에 꼭 한번은 추위가 올 거라고 예견했잖아?”

하지만 예언을 해도 소용이 없는 이유가 내가 워낙 보수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워도 3월에는 3월에 맞는 복장을 입어야 한다고 믿는 나, 그래서 난 반코트를 입고 가라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얇디 얇은 봄잠바를 달랑 걸치고 나갔다. 당연하게도 난 그날 덜덜 떨면서 소주를 마셨고, 외박을 한 탓에 다음날에도 이가 딱딱 마주치는 추위와 맞서며 하루를 보내야 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한겨울에나 볼 수 있는 털가죽으로 무장을 했던데, 그 털이 어찌나 부럽던지.


3. TV

한국과 멕시코전이 열리던 날, 난 느긋한 마음으로 병원 로비에 갔다. 거기서 대형 TV로 경기를 보겠다는 앙증맞은 계획은 나도 모르는 새 TV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진단서 끊는 기계를 갖다놓은 병원 관계자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난 분노했다.

“아니 TV가 한 대도 없는 병원이 어디 있어?”

미친 듯이 TV를 찾아 헤매던 난 결국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 대합실에 가서 두시간여 동안 야구를 봤다. 문제는 승객들이 오가면서 유리문을 그냥 열어놓는다는 것. 열려진 문으로 바람이 쌩쌩 들어오고, 가뜩이나 얇게 입었던 난 거의 얼어죽기 직전까지 갔다. 두 번이나 유리문을 닫았지만, 그래봤자 그 다음 승객이 문을 또 열어놓는다.

첫째, 아니 왜 문을 열고 다니는 거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추울 것 같지 않냐?

둘째, 내가 두 번 문을 닫았으면 자기들도 한번쯤 문을 닫아야지, 경기를 같이보던 이십여명의 인간들은 추워하면서도 죽어도 문을 안닫는다. 귀차니즘이 문제다.


4. 반일, 반미

미국와 일본이 야구를 할 때, 무척이나 궁금했다. 과연 네티즌들이 누구 편을 들 것인가가. 반일감정이야 원래 풍부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미감정도 만만치 않기 때문. 이번 야구 월드컵에서 미국이 예선탈락의 위기에 몰리자 신나하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도 일본이 미국에게 이겨서 아시아 야구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으면 했다. 그래도 경기 초반에는 미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는데, 그건 일본이 져야 한국이 4강에 가기가 쉽다는 계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미국 심판의 오심이 있고 나서부터 대세는 단연 일본, 어떤 분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내 생전 일본을 응원해보기는 처음이다. 나쁜 미국애들...”

잘하는 애들을 다 B조에 몰아넣고 한국, 일본, 멕시코처럼 못하는 나라들이랑만 경기를 하겠다고 우기는 미국애들, 일본에게는 어거지로 이겼지만, 지금 한국에게는 7-1로 지고 있는 중이다. 이정도 스코어 차이면 심판이 끼어들 여지가 없겠지?


5. 망사

내 친구 표진인의 공연-참고로 표진인은 비틀즈 카피밴드를 하고 있다-을 보러 갔다. 작년에 갔을 때는 황우석의 논문이 사기라는 전화를 받은 직후라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에 못지않은 악재가 생겨 버렸다. 내 옆에 옆에 앉은 여자가 짧은 치마에 망사스타킹을 신고 앉아 있는 것. 바로 옆이면 민망해서 못보지만 옆에 옆이니 내가 보는 걸 그녀는 알 수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난 그녀를 거의 보지 않았는데(정말이어요! 믿어주세요), 그렇긴 해도 신경이 쓰여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블랑카 식으로 얘기하자면, “공연 때 망사 스타킹 신은 여자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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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3-1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유머 죽입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더군요.. (혹시 유머가 아니었던 것은? ㅡ.ㅡ;;;;)
5번.. 설마 진짜로 믿어달라고 하시는거 아니죠? 믿을걸 믿어야지...

물만두 2006-03-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죠=3=3=3

마태우스 2006-03-1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저 정말 안봤습니다. 다 합쳐도 1분이 안될 겁니다
날개님/1번 유머는 아닌데요, 말하고 보니까 좀 이상하단 생각은 들어요^^

아영엄마 2006-03-1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아직은 추워요~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비로그인 2006-03-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진짜 웃깁니다. '내 생전 일본을 응원해보기는 처음이다.'가 왤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지...
표진인님,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오시는 분 맞지요? 그 분 화제집중에(비틀즈 땜시) 나오신 것 봤습니다. 음... 옆의 옆이면 별로 신경 안쓰일 텐데 이상하네요 ㅡ,.ㅡa

Mephistopheles 2006-03-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걸리시겠습니다...옷 따듯하게 입고 다니세요..(의사선생님)
망사...보면 좀 어때요..^^ 원초적 본능인데요..뭘...ㅋㅋㅋ

파란여우 2006-03-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사 스타킹 사야지..ㅋ
(오늘 야구로 정신 나간 파란여우)
속닥속닥=>냉열사님이 복귀했어요. 님과 제가 대변인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추억속으로 한 번 다녀가심이^^

가을산 2006-03-1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오늘 이상하게 제 즐찾 수가 늘었다 했습니다.
마태님 페이퍼 덕이었군요.

근데 답례로 '마태님의 3류소설에 대한 오마쥬' 같은 건 제 글솜씨로는 못쓸 것 같은데 이를 어쩌죠?

2006-03-14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3-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오늘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야구해서 이겼어요.
어찌나 기쁘던지.
역시 강한 팀을 상대로 이기면 기쁨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만세,만세,만세!!!
:)

다락방 2006-03-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오늘 화이트데이인데....
뭐하고 계세요?
^^

심술 2006-03-1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어떻게 하시는 거죠? 이 글이 님 서재 최근마이페이퍼 맨 꼭대기에 올라가 있어야 할 터인데 주책의 결과는?이 올라가 있거든요. 아래 사건사고랑 이 글 어떻게 숨기신 거예요?

마태우스 2006-03-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그, 그게 말입니다. 제가 숨긴 게 아니라 버그 같습니다. 설마 제가 그런 능력이 있겠습니까^^
다락방님/다락방님도 만세! 강한 팀을 이기면 기쁨은 배가 되지요^^ 일본도 이겨야 할텐데요. 두번 이기고 세번째 지면 망하는 겁니다...
속삭이신 분/책 어제 보냈습니다
가을산님/아이 님의 잡기는 제 3류소설보다 몇배 더 훌륭하옵니다. 님의 삶을 제가 늘 존경하는 거 아시죠?
여우님/그시절이 그리워요. 그리고 망사스타킹 기대할께요^^
메피님/안그래도 원초적 본능 2 개봉하던데...^^
나를 찾아서님/그게 말입니다 무대 쪽을 보면 망사스타킹이 눈에 들어오고, 옆의 옆이라 눈이 마주칠 염려도 없구... 하여간 그렇습니다
아영엄마님/오늘 보니까 날 풀렸더군요. 이제 봄이어요...곧 여름이 오겠죠ㅠㅠ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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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에 울리는 알람에 잠을 깼다. 전날 일찍 자긴 했지만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TV를 켰고, 야구 월드컵에 채널을 맞췄다. 난 야구광이니까. 야구를 보는 짬짬이 책을 보려고 가방에서 <13계단>을 꺼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거의 야구를 보지 못했다. 책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나중에는 아예 소리를 줄여버렸고, 이따금씩 화면으로 스코어를 확인한 걸 제외하면 내내 책만 읽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 대개의 추리소설이 범인을 잡는 데 주력하는 반면, 이 책은 억울하게 갇혔다고 믿는 사형수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포와르나 홈즈처럼 명탐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이든 교도관과 전과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내가 읽은 그 어느 추리책보다 흥미롭다. 시작만 흥미롭고 끝은 대충 끝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막판에 밝혀진 진실에 난 주인공들보다 더 놀라야 했다.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재미있으면 다른 책은 어떻게 읽으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형 제도와 그를 운용하는 법규에 대한 회의를 여러 번 드러낸다.

“사형당하는 놈들이란, 잡히면 사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굳이 저지른 일행들이야...사형제도를 유지시키는 것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남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범죄자 본인이야.”(195쪽)

“개전의 정이 여실한 사형수를 처형할 필요가 있는가?”(183쪽)

“이 여성은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도 피고인의 사형을 원치 않는다. 내일의 처형은 누구를 위해 진행되는가.” (187쪽)

전에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을 읽으며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을 해봤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주장들을 접해 봤지만 어느 게 옳은지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사형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걸 보면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함이 마땅하지만, 이따금씩 나오는 유영철같은 존재가 내 판단을 흔든다. 어느 게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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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6-03-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미있다고 하니까 저도 보관함에 넣어야겠네요.

물만두 2006-03-1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꼭 마음을 먹으면 흔드니 ㅠ.ㅠ

비로그인 2006-03-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있으면 다른 책은 어떻게 읽으라고?” ---동감입니다. 더불어 읽는 동안에는 `이렇게 재미있으면, 다 읽고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하는 생각도 같이 들지요?

moonnight 2006-03-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은저역시 "어느 게 정답일까?"하고 고민스러웠던. ㅠㅠ

마늘빵 2006-03-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다들 이 책이 재밌다고 하시니 안볼 수 없게 만드네요. 그래도 지른게 많은지라 다른 거 보고나서 봐야지.

하이드 2006-03-1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의 '유령인명구조대'가 남았습니다

짱구아빠 2006-03-1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께서 보시는 책들 중 상당수가 제가 최근에 본 책들이 많네요...
저도 얼마 전에 <13계단>을 보았거든요....하이드님 말씀대로 <유령인명구조대>도 못지 않게 괜찮으니(이 책을 읽고나서 원래도 없었지만,자살은 절대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가졌습니다) 꼬옥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비로그인 2006-03-1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 리뷰를 안썼네요.
역시 읽고서 주변에 추천하고 있구요.
좋은 책입니다. ^^

하늘바람 2006-03-1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읽은 알라디너들이 없는 듯하네요. 저도 어여 합류해야겠네요

울보 2006-03-1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댓글읽다가 하이드님이 댓글 저 그래서 구입햇잖아요 아직 읽지 않았지만,,,저도 좋았습니다,

월중가인 2006-03-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길래 안읽고 있었는데 저도 사야겠어요!! 저는.. 사형제도에 절대 반대입니다..

2006-03-14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3-1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야겠군요.
마태우스님의 말씀처럼 유영철같은 존재가 흔들리게 하죠. 흠..

마태우스 2006-03-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절대 후회 안하실 겁니다! 글구 유영철이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이 지대한가보군요...
속삭이신 분/님 방명록에 답 남겼습니다. 아는 척에 그치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
책과음악메이크업님/반대가 옳은 길이겠지요... 근데 그놈의 유영철...
울보님/정말 대단한 추리소설이어요. 별다섯 주는 게 미안할 정도로...그죠?
하늘바람님/어여 오세요. 굉장히 뿌듯하답니다.
고양이님/추리소설 리뷰 쓰기가 좀 어렵죠? 저도 그렇더라구요. 스포일러 없이 쓰려니...
짱구아빠님/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참 반가운 거죠. 다행히 이 작가가 한 작품을 더 썼군요. 근데 그것마저 읽고나면 그담엔....??^^
하이드님/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프락사스님/다른 거 다 보시고 천천히 읽으시어요. 그래야 다른 책들을 건진다구요^^
달밤님/어맛 님도 읽으셨군요! 반갑습니다...!
주드님/한 사흘 정도는 여운이 남을 것 같네요. 더 재밌는 책은 불가능하니, 가벼운 책을 집어들었어요
만두님/유영철같은 존재가 다시는 안나왔으면 좋겠네요.
타지마할님/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자신있습니다^^

sayonara 2006-06-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연이... 전 월드컵 개막일날인 오늘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ㄷ... ^^
 

 

 

 

 

지난 수요일, 강남에서 약속이 있었는지라 강남역으로 가는 퇴근버스에 올라탔다. 천안에 사는 고교 선배가 그 버스를 타고있다.

“웬일이세요?”

“응, 서울서 약속이 있어.”

선배는 다음날 6시 40분 강남역에서 출발하는 출근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버스는 결국 천안에 오지 못했다.


발단은 1차선에서 느려터진 속도로 달리고 있던 승용차였다. 비틀거리듯 달리는 그 차가 짜증난다는 듯 뒤따르던 승용차가 갑자기 2차선으로 끼어들었다. 2차선에 있던 버스는 급히 속도를 줄여 충돌을 피했지만, 그 뒤에서 오던 버스는 그러지 못했다. 그 버스가 우리 학교 출근버스였다. 운전사는 급히 우측으로 핸들을 틀었지만, 앞서가던 버스 후미를 들이받았고, 계속해서 두 대의 차를 들이받은 후 도로 밖 도랑에 뒤집힌 채 처박혔다.


그 시각에 깨어있던 사람들은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잡는 등 나름의 대비를 했지만, 잠을 자던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의자 등받이에 얼굴이나 몸을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다. 가장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운전사 아저씨였고, 대부분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였던 승객들 중에는 코뼈가 부러진 L선생이 가장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은 여섯명이지만, 입원 안한 사람들도 이마를 열두바늘 꿰맨 생화학 선생을 비롯해서 적잖은 부상에 신음해야 했다. 하필 그 전날 약속을 잡는 바람에 타박상을 심하게 입은 선배처럼, 이 사고에서도 운은 엇갈린다. Y선생은 천안에서 술약속이 있는 바람에 서울에 가지 않아 화를 면했고, 전날 마신 술이 덜 깨는 바람에 출근버스를 놓친 성형외과 K선생은 뒤늦게 도착해 부상자들의 수술을 담당했다.


사건 이후 버스는 수리에 들어갔고, 다른 버스가 그날 오후부터 사람들의 출퇴근을 담당한다. 하지만 버스에 탄 사람들의 얼굴과 손에 붙어있는 붕대는 그날 일이 바로 며칠 전임을 말해주는데, 부상당한 선생님들 그리고 가장 많이 다쳤다는 운전사 아저씨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빈다.


에피소드: 코뼈가 부러진 L선생에게 K 선생이 물었다.

“이왕 수술하는 거, 평소 하고 싶었던 거 없어요?”

결국 L 선생은 약간 튀어나와 보이던 광대뼈를 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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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 중 다행이네요.. 사망자가 안나와서요...

sooninara 2006-03-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소드를 읽다가 웃긴했지만..ㅠ.ㅠ
정말 한치앞을 모르는게 인간이라는..사고 난 버스 안탄 분들은 다행이네요.

stella.K 2006-03-1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하시길 다행이네요. 가끔 강남에 나오시는군요.^^

moonnight 2006-03-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큰일날 뻔 했네요.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와중에 미용성형까지 ;; ) 마태우스님은 그 버스에 안 계셨던 건가요? 천만다행입니다. 보통 운전하는 사람들이 제일 덜 다친다더니만 그것도 아닌가봐요. 운전사 아저씨께서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

물만두 2006-03-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다행힙니다~

2006-03-1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3-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차선에서 느려터지게 달린 차가 나빠요~~~
다들 속히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아영엄마 2006-03-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졸던 분들은 창졸지간에 봉변을 당하셨으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저도 운전사 아저씨가 탈없이 회복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水巖 2006-03-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안 타셔서 (두번을 읽고 확인) 정말 천만 다행이군요. 부상당한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비로그인 2006-03-1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대뼈 킄킄ㅋㅋㅋ

바람돌이 2006-03-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회복하기 힘들게 다친 분이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부상당하신 분들 빨리 나으시기를 바라고 이번 기회에 평소 고치고 싶었던 부분들도 같이.....^^ 거기에 살짝 끼어 마태님도....(엥? 근데 마태님 고칠데 없다고요? 에이~~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지...^^;;)

비로그인 2006-03-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를 당한 분들은 한동안 힘드실텐데, 생각보다 유쾌하게 읽힙니다. 이상하게도 마태우스 님의 글은, 한결같이 유쾌한 공기가 흐르는 느낌이에요.

울보 2006-03-1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래도 버스를 타고 다시 출근하시는것을 보니 그런데 아침에 잠을 못주무시는것은 아닌지 버스에서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마태우스님도 항상 조심하세요,,하기야 운전은 운전하시는분이 하시고 내가 잘해도 다가설때는,,,

sweetmagic 2006-03-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댓글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마태님이 보이는 듯 해요 낄낄

그나저나 많이들 안 다치셔서 천만 다행이예요.

라주미힌 2006-03-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선생님이 여성이신가봐요.. 흑
암튼 큰 사고(?)는 아니라 다행이네욤.

실비 2006-03-1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일이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인것 같아요..

산사춘 2006-03-1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짝짝짝짝짝!

하늘바람 2006-03-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깜짝놀랐습니다.

마태우스 2006-03-1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아아 제가 안탔다는 걸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까먹었네요.
춘님/호홋 님의 박수는 언제나 힘이 됩니다^^
실비님/그러게요. 위태로운 분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지요
라주미힌님/여성 맞습니다^^ 어여 회복하셔야 할텐데 아직도 입원중...
매직님/어맛 제가 웃는 거 보이세요??? 들켰다...
울보님/저야 늘 대중교통만 타는데요 뭘...^^ 그래도 조심은 해야죠
주드님/님의 댓글은 언제나 어여쁜 수채화같습니다 호홋.
바람돌이님/전 쌍거플 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어차피 외모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참겠습니다^^
나를 찾아서님/그런 걸 4자성어로 겸사겸사라고 합니다^^
수암님/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그리고 감사드려요
아영엄마님/그러게요. 다시 운전대를 잡으셔야 할텐데...
진주님/그죠? 하여간 고속도로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달리는 게 수에요...
만두님/그러게요... 큰 사고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달밤님/님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그 아저씨에게 전달되기를 빌어 봅니다.^^
스텔라님/그럼요 가끔 갑니다 님과 강남서 술마시던 생각이 나는군요^^
수니님/우리 나이는요 언제나 건강 또 건강이어요^^
메피님/그럼요 사망자 나왔으면 학교 분위기가 얼마나 침울했겠어요... 안난 것보단 못하지만, 그정도면 천만다행이죠.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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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에 맞춰서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명성은 하도 많이 들어서 한번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빚이 있긴 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첫장부터 책에 빠져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생 경험이 워낙 풍부해서 그런지 30페이지쯤 읽고나니 누가 누구랑 연결될지 뻔히 예측이 되었고, 그래서 반전의 묘미도, 결말에 다다랐을 때의 감동도 별로 없었다. 싫게 보이는 사람이 알고보니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결국 잘되는 것, 이건 과거 유행하던 하이틴 로맨스에 숱하게 등장하는 스토리다. 문학적 내공이 얕은 탓이겠지만, 난 이 책이 왜 그렇게 위대한 책으로 칭송되는지 알 수가 없다. 당시 사회상을 잘 그려내서 그런 걸까? 명작과 그렇지 않은 책의 차이는 도대체 뭘까?


베넷은 베넷 부인의 미모에 빠져서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베넷 부인이 미모만 있을 뿐 교양 같은 건 하나도 없는 사람, 그래서 그는 인생 대부분을 한숨만 쉬며 보낸다. 그들에게는 다섯 딸이 있는데, 면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딸. 가장 미모가 뛰어나다. 이런 사람에게 ‘제인’이란 이름을 붙인 제인 오스틴의 센스가 돋보인다. 미모임에도 아주 착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름의 교양을 갖춘 인물.

둘째딸.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첫째보다는 못하지만 상당 수준의 미모와 교양을 갖고 있고, 남자가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그 당시로선 보기드문 인물이다.

셋째딸. 우리나라 같으면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은 이 책에서는 가장 미모가 처지는 사람이다. 그녀는 외모를 비관해 늘 방에서 독서 같은 것만 하고 지낸다. 그래서 난 나중에 셋째딸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 없는 건 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독서를 헛했나?

넷째딸, 막내딸. 예쁜 딸 둘을 낳고 지쳤는지 이 둘도 미모는 별로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딸은 바지만 입었다면 가리지 않고 따라다닌다. 생각은 어찌나 없는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정리를 하자면 아버지와 첫째, 둘째 딸이 한편, 어머니와 넷째, 다섯째가 또 한편을 이룬다. (셋째딸은 왕따). 이야기의 한 축은 이 두 편간의 갈등, 어머니 편의 구성원들은 책의 마지막까지 개과천선 하는 법 없이 헛소리만 하고, 아버지 편에서는 반대편을 측은하게 바라볼 뿐, 그 둘간에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잘되는 건-즉 돈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건 큰딸과 둘째딸이니 ‘권선징악’의 교훈이 저자를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가 중점을 둔 건 도대체 뭘까? 미모? 아니면 교양? 이 책만 읽어서는 알 수가 없다. 교양이 없는 넷째, 다섯째가 미모가 뛰어나고, 교양으로 뭉친 첫째 둘째는 미모가 별로라는 설정을 했다면 저자가 뭘 말하려는지 잘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런 경우엔 내가 주인공인 둘째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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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3-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있는데요, 번역이 안좋아서 (민음사꺼는 아니에요)
문장을 제대로 고쳐보고 하느라 반도 못 읽었어요.
그냥 영화로 볼까봐요.

마태우스 2006-03-1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플레져님이 제 리뷰를 읽으셨다니,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담번엔 한번 잘써볼께요.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고 후다닥 썼다는 어설픈 변명이 통했으면 좋겠는데...

Kitty 2006-03-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제인 오스틴은 다 좋아요~!
말씀대로 문학적 의의는 잘 모르겠지만 좀 고상한(?) 하이틴 로맨스필이 나서 좋아요 ^^

아영엄마 2006-03-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키티님의 댓글에 한 표! ^^

paviana 2006-03-1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폭풍의 언덕을 읽고나서 모야 이거 완전히 하이틴 로맨스잖아 했답니다.전 너무 메말랐나봅니다.

paviana 2006-03-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미모와 교양중 전 미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주 2006-03-1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가 중요하다고 봅니다.ㅋ
교양은 쌓으면 되지만(정말 될까?) 미모는 아무리 뜯어 고쳐도 원판보존의 법칙에 의해...

마태우스 2006-03-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안믿으시겠지만 미모보다 교양을 더 중시한답니다. 아니 사실은...미모가 있는 사람만 교양을 따지니, 꼭 그건 아니군요..
파비님/제말이 그말이어요. 님도 하이틴로맨스 많이 읽으셨나봐요^^
아영엄마님/저두요
키티님/그죠? 하이틴 로맨스보단 훨씬 고상한 티가 나긴 합디다.

DJ뽀스 2006-03-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먼저 봤는데, 본 사람마다 "작은 아씨들이네.."랬답니다. 딸들 캐릭터가 너무 흡사하더라구요. 엘리자베스 베넷=조(세핀) 마치 ^^: 책과 영화가 얼마나 닮았는지 곧 확인해 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