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데뷔작인 <새의 선물>을 읽지 않았기 때문.... 한 작가를 알려면 데뷔작을 읽어야 한다고 스스로 믿으며, 주위 사람들이 “재미있다. 한번 읽어보라.”고 권유하는데도 안읽고 버티는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 리뷰를 난 이렇게 시작했었다. <새의 선물>을 제외한 은희경의 모든 책을 읽었다는 얘기도 했다. 사실 그 말은 데뷔작을 선물 받고 싶다는 뜻이었다. “어머 제가 선물할께요! 다른 분이 먼저 할까봐 두려워요!”라는 댓글이 수십개 달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파란여우
근데 마태님의 이 리뷰는 어젯밤에 올린 건데 덧글이 왜 없는거죠? - 2006-05-15 12:14 삭제

플라시보
근데요. 새의 선물 읽어보세요. 저 그거 읽고 은희경한테 반하기 시작했었거든요. 흐흐. - 2006-05-15 14:05 삭제
 

총 댓글도 다섯 개에 불과하고-그나마 여우님이 세 개, 한 개는 내가 단 것-사준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다시금 원문을 읽어봤다. ‘사줬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철철 넘친다. 나도 플라시보님처럼 은희경에게 반하고 싶었는데. 재벌2세도 가끔은 책선물을 받고 싶은데. 내 인기는 이제 끝인 걸까? 메피스토님에게, 그리고 야클님에게 완전히 밀려나 버린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는 미녀에게 세 번쯤 부탁한 끝에 <새의 선물>을 선물 받았다 (그러고보니 그 미녀, 공작을 닮았다). 알라디너가 아닌 그 미녀는 “일단 산 책은 남에게 안준다.”는 원칙의 소유자라 65쇄라는 글귀가 박힌 새 책을 내게 선물했다.

그 덕분에 난 학생들과 간 제주도 여행이 즐거울 수 있었다. 나이 차이가 스무살 가까이 나는 학생들과 여행을 간다는 건 장소가 아무리 환상의 섬 제주도라 할지라도 좋기만 한 건 아니다. 학생들과 난 엄연한 세대차이가 나며, 그들은 날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난 학생들 중 누군가가 날 ‘모셔 드려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난 시종 <새의 선물>을 옆에 끼고 있었으며, 내가 심심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물론 그건 처음에만 그런 거였다. 앞부분에서 이미 난 그 책에 빨려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갈구하게 되었으니까.


<새의 선물>은 그만큼 재미있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 간에 벌어지는 사랑의 설레임과 엇갈린 사랑의 안타까움이 왜 그리 재미있던지. 데뷔작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시작한 능력있는 작가이기에, 아직까지도 롱런하고 있는 것이리라. 은희경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해도, 난 아직 그의 글을 좋아한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고, 은희경의 소설은 재미 면에서는 탁월하니 말이다.

 

* 근데 새는 어디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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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06-0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 방금 형의 페이퍼보고 이 글을 보니깐... 졸려서 어지러운 것이 이유였겠지만.. <개의 선물>로 보였어. -_-a 으흐흐흐 나도 읽어야하는데~~~~ 새는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거야? 그런거야? 내가 읽으면 나한테는 보이려나? ㅋㅋ

2006-06-04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04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0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6-0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셨군요. ^^; 마태우스님의 인기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모두들 벌써 선물받으셨으려니 했나봅니다. ;;; 어쨌든 제주도 잘 다녀오셨군요. ^^;;;

마태우스 2006-06-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어쨌든 잘 다녀왔긴 했어요. 다 님 덕분이죠 뭐^^
속삭이신 ㅇ님/그냥 한번 투정부려 본 겁니다. 찔려하시다니 죄송하네요. 사실은 저도 책 빌려주는 걸 싫어한답니다. 책 좋아하는 분들 중 많은 수가 그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요^^
속삭이신 ㄹ님/음,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ㅎ님/제 컨셉이 이렇습니다. 널리 양해 바랍니다.
가시장미님/예서 보니까 반갑네요. 앞으로는 나가거나 그러지 마시길!!

히피드림~ 2006-06-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65쇄나 찍다니 대단한데요. 1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꽤 뿌듯하겠어요. 그나저나 알라디너 분들이 눈치가 좀 없었군요.ㅋㅋ

마태우스 2006-06-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아니어요 제가 넘 애매하게 써놓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65쇄, 정말 대단하죠....
 

 

 

 

 

 

[우리집 골목에서 해피가 암컷의 위에 올라탄 채 낑낑거리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이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장군이 엄마는 암수가 합해진 개들의 체위를 보자마자 입이 쩍 벌어졌다. 당장 해피 못지않게 씨근덕거리며 부리나케 우물로 가더니 들고 오는 것이 대야였다. 그때 해피를 향해 힘껏 대야의 물을 끼얹어버린 다음....(은희경 <새의 선물> 중)]


어린 시절, 난 가끔 개들이 서로 붙어있는 광경을 몇 차례 목격했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저게 웬 망측한 짓거리야?”라든지 “빨리 물 떠와야 할텐데!”라는 말이 들렸고, 그 중 누군가는 진짜로 물을 가져와 개들에게 뿌렸다. 그땐 몰랐다. 개들의 표정이 얼마나 참담했는지를. 어른이 되고 난 뒤에야 한창 그럴 때 물을 뿌리는 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란 걸 깨닫는다. 은희경의 소설에 나오는 장군이 엄마는 첫애를 낳자마자 남편을 잃어 과부로 살아오는 사람, 그러니 개들이 하는 장면에 열이 받는 건 이해할 수도 있다. “개의 반응을 지켜보는 장군이 엄마의 얼굴은 가학적이기도 했지만 고소하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군이 엄마의 행위가 용서되는 건 아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있는데, 밥보다 더 신성한 행위를 하고 있는 개들에게 왜 물을 뿌린단 말인가.


한 집에 한 마리씩이 고작인 형편에서 개 한 마리가 다른 개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개가 밖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산책할 때가 고작, 행여 이성을 만나더라도 안타까운 눈으로 스치듯 지나가야 한다. 개들은 사람처럼 러브호텔에 갈 수도 없다. 자기가 산다고 자기 집이 아니니 다른 개를 끌어들여 할 수도 없다. 일부 운이 좋은 개는 종의 번식을 위해 다른 개와 합방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개가 그런 행운을 얻는 건 아니다. 그러니 개들이 할 곳은 역시 길거리밖에 없는데, 축복은 못해줄 지언정 왜 방해를 하는 걸까? 이것 역시 ‘개만도 못한’이라는 말이 욕으로 통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개 차별 문화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나 역시 벤지에게 이성을 만날 기회를 주지 못했으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내가 꾸준히 팔을 제공해서 벤지의 자위를 도왔고, 벤지 역시 나중에는 자위에 길들여져 동종의 암컷보다 내 팔을 더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 자위와 진짜 하는 것이 행복감의 정도에서 수십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벤지의 삶은 성적인 면에서는 불우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집을 나가 개를 심심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마리 이상을 기르는 게 좋고, 정말 개를 위한다면 거기에 더해 암.수 짝을 맞춰 주는 센스가 필요할 듯싶다.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면, 어렵게 만나 일을 치르는 개들에게 훼방은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건 사람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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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6-0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자의 개 중심적 사고가 드러난 글 같네요. 그런 식으로 하다가 새끼라도 왕창 낳게되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구 그러시는지요?

마태우스 2006-06-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현실적으로 무리인 거야 알고 있지요. 제가 하고픈 말은 길가에서 하는 개들에게 물을 뿌리지 말라는 호소입니다.

세벌식자판 2006-06-0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키우는 것도... 뭐랄까... 책임감이 참 많이 필요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

가시장미 2006-06-0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미치겠어. 정말~!!! 저 위의 형의 글이 더 압권이야. ^-^
내일 정말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서 자고 싶지 않은데.. 모니터가 빙글빙글 돌아. 졸린데. 자고 싶지는 않아. ㅠ_ㅠ 아흐.. 형은 내일 쉬겠네? 좋은 주말 보내삼 :)

기인 2006-06-0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결혼하면 꼭 강아지를 한 명 분양받아서 좋은 동무(^^)로 삼으려고요. 삶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지인들의 말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사람보다 짧다는 것 때문에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저어하는 마음도 생기네요...

모1 2006-06-04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키우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을 못해봤는데....음..그럴지도..그런데...왜 전 한번도 개가 성행위 하는 것은 보지 못했을까요? 신기한일...주택가살때..개들 많았는데..

부리 2006-06-0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지금 키우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못해봤는데요, 앞으로는 개들에게 잘 하겠습니다. 님의 애틋한 맘에 추천 한방 남깁니다.

마태우스 2006-06-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님의 따스한 댓글에 늘 감사드립니다.
모1님/다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기인님/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더 슬플 것 같습니다. 개를 남겨두고 어찌 먼저 간답니까..
장미님/담날 쉬면 자기가 아깝죠 그맘 저도 알아요^^
자판님/그러게요. 그런 게 없이 덜컥 개를 기르니 내쫓는 일이 생기죠...

월중가인 2006-06-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첫 댓글과 관련있는 사건이 있어요 개가 아니라 고양이에 관한 에피소드요.
제가 자주 들리던 사이트에서 길고양이들의 보호,유지 방법에 대해서
고양이 애호가 대 보통 사람으로 싸움이 났었어요.
그 게시자가 워낙 고양이 애호가 분이시고
그분의 글을 보시는분들도 그런 분이 많았죠
문제가 된 점은 게시글의 '길고양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밥을 주는데 꼭 동네 아줌마들이 늘어난다고 잔소리를 한다'라는 부분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그 발언에 동감을 하며 '맞아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하는 동안
게시글 속 동네 아줌마처럼 밥을 주는 행동을 못마땅히 여기는 몇몇이
'그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이지'라는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애호가들은 지금껏 위에서 욕하던 '이기적인 사람'의 등장에 성난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결국은 애호가 대 그냥 사람 으로 싸움이 붙게 된것이죠..
그래서 시작된 싸움이 '애호가들! 그럼 데려가서 기를것도 아니면서 책임감없이 개체수를 늘려놓으면 어떻게 할껀데? 책임감 없기는!'라는 방향으로 흘렀고
이쯤에서 애호가들의 대표격인 원 게시자가 등장!
[길 고양이들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밥도 주고 다 중성화 수술을 시켜줘야 한다. 보통 사람, 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지는것도, 번식하는것도 싫다고 하면서 너네야말로 무책임한것이 아니냐!]하는 대안과 질타를 했구요. 모든 애호가분들은 마치
해결자가 나온양 모두 그 의견에 동감을 표현했지요.
저는 정말 황당하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애호가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가 키우는 애완동물도 아닌 길고양이들을 '위한'방안으로
중성화 수술을 들 수 가 있는거죠? 게다가 어떻게 그 애호가들은 아무도 그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거죠??
저는 제가 고양이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요
길에서 쓰레기를 먹고 탈이 나기도 하고 쓰레기장에서 새끼를 낳는것이
갑자기 인간에게 들려가서 중성화 수술을 당하고 밥도 받아먹는것보다는(키워지는게 아니라 거처는 그대로 길거리임에 말이죠)훨씬 나을것 같아요.
가끔말이죠 애호가들을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니까요..
그렇게 인간의 이기적임을 욕하면서 다른 생물의 개체수를 조절하려 들다니요..
앗, 그치만 여기서 애호가라는게 마태님을 말하는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마태우스님에게는 찬성이에요 ㅎㅎ
 

 

 

 

 

투표날 아침, 어느 분이 제게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오늘 너무 술 많이 마시지 마세요.”

그분은 제가 선거결과에 좌절해 술을 마실 것을 걱정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전 그만큼 열린우리당에 애착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압승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게 아닌가요. 생각해보니 전 선거 결과가 속상해 술을 마신 적이 없습니다. 전 그래요. 늘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원하는 결과가 안나오면 당연한 거고, 제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기쁜 거죠. 제가 선거날 술을 마신 적은 딱 두 번입니다. 2002년 대선 때, 그리고 2004년 총선 때. 모두 기뻐서 마신 술이랍니다.


투표란 건 원하는 후보에게, 아니면 가장 덜 나쁘게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일인 일표니 유권자가 할 일은 그거밖에 없지 않나요. 다른 사람도 자기 생각이 있을테니 “왜 넌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냐?”고 탓할 일도 아닙니다. 한나라당이 압승을 했다면 그건 그 당이 많은 사람에게 어필했거나, 아니면 집권당이 많은 사람을 실망시킨 탓이겠지요.


투표당일 저와 어머님은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더군요. 전 1번에 4개, 4번에 2개를 찍었습니다. 1번을 찍는 느낌이 참 묘합디다. 87년 헌법을 직선제로 바꾸는 투표가 제 첫 투표였는데요, 그때 1번을 찍은 이후 이십년 만인가봐요. 투표장에 가면서 엄마에게 말했죠. “엄마, 오늘 투표 여섯번 해야 하는 거 아세요?”

엄마는 깜짝 놀라십니다. “진짜? 강금실만 찍는 거 아냐?”

“참 엄마도. 지방선거 한두번 해봐요?”

선거 후 엄마는 전부 1번을 찍었다고 자랑하십니다. 지역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저한테 세뇌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누나와 여동생은 엄마한테 이래요. “엄마, 민이 말 듣고 노무현 찍어서 세금만 많이 내잖아? 엄마도 이제 한나라당 찍어!”

계급적으로 봤을 땐 그게 더 타당할지 모르지만,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그 후신인 한나라당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당시 대학생들은 집권당이던 민정당을 원수 보듯이 했었지요. 하지만 그걸 직접 체험하지 않은 지금 젊은이들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롭게 창사랑에, 박사모에 가입합니다. 일부는 그런 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차지만, ‘대학=진보’의 등식을 더 이상 기대한다면 마음만 다칠 것 같네요. 열린우리당이 진보의 이미지를 차용해 훼손시켜 버린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투표가 끝난 후 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경비 아저씨한테 투표소를 물어보고, 할머니를 모시고 투표장으로 향했지요.

나: 할머니, 오늘 투표 여섯 번 해야 해요.

할머니(귀가 잘 안들리시죠): 으메, 여섯명이나 나온다냐?

나: 그게 아니고 투표를 여섯 번 해야 한다고요.

할머니: 아, 6번 찍으라고.

나: 하여간 전부 1번 찍으세요, 아셨죠?

투표장에 가서 할머니 주민증을 내미니 다들 놀랍니다. ‘17’로 시작하는 주민번호가 어디 흔하나요. 게다가 저희 할머닌 이십년은 젊어 보이거든요. 투표지 세장을 손에 든 할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이거 세장이거든요. 여기다 모두 투표를 해야 해요.”

기표소에 들어간 할머니가 다시금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곤 말씀하셨어요.

“전부 일번이쟈?”

전 너무 놀라서 도망갔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선거할 때 그러면 선거법 위반 아닌가요. 출구에서 기다렸다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투표 잘 했어요?”

“오냐, 잘 했다. 혹시라도 틀릴까봐 오래 걸렸다.”

투표율은 50%를 겨우 넘었지만, 저희 가족 세명은 모두 투표를 마쳤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해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 참, 저 오늘 학생들이랑 제주도 가요. 전 1박2일만 하고 낼 올라올거구요, 저녁에 술 사주러 가는 거예요. 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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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6-0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뿌듯하더라고요

아영엄마 2006-06-0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딸냄이에게 등 떠밀려서 투표하고 왔는데 아그들이 같이 따라 들어와서는 엄마, 이사람 찍어요, 저사람 찍을거예요? 하고 주위에 들리게 말하는 바람에 민망했슴다~ ^^;

울보 2006-06-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승패야 어찌되었든 우리집도 투표다 했습니다,
음 제주도 잘다녀오세요 제주까지 술을 드시러,,

물만두 2006-06-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바람돌이 2006-06-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 아이들과 같이 투표를....
기표는 제가 하고요. 투표함에 넣는거 애들이 해보고 싶다고 난리를 부려서 애들이 투표함에 넣고.... ^^

Mephistopheles 2006-06-0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는 했습니다만...전 이번 투표가 웬지 역사는 반복된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마태님..)

가을산 2006-06-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학생들이랑! 술 조심하세요. 살아 돌아오세요....

soyo12 2006-06-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드시고 오세요.^.~

클리오 2006-06-0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이랑 술이라.. 지난 번 타격은 라면만 먹으면서 다 해결되셨나요? ^^ 잘 다녀오세요..

해적오리 2006-06-0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투표내용이 같으시군요..ㅋㅋㅋ
전 제 동생한테 등떠밀려 투표하거 갔었지요.

그나저나 지난번 조개구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술사주러 가시는군요..

sweetmagic 2006-06-0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언제 마셔요 ?????????????

기인 2006-06-0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선거결과를 보니, 그러지 않을거라고 했는데도, 너무 씁쓸하네요. 제가 속한 지역 관악구-신림동 모든 광역, 기초 단체장, 광역, 기초 의원이 한나라당 싹쓸이 됬습니다. 그래도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어느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종철 후보 3%의 지지율이더라고요. 저는 오늘 술 마시러 갑니다 ㅜㅠ 아, 그 합정역 근처 황소곱창 full name ^^; 알려주세요. 합정역 근처로 검색하니 4개나 검색되던데요;;;; 마태우스님 말듣고 꼭 한번 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니면 다음주 목요일에 가려고요 ^^;

그리고 안 그래도 요즘 학부친구들 -_-;;; 학생회장은 무슨 이상한 빠찡코 회사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당선이 되고 말이 많네요. 탄핵은 또 처리가 안 될 것 같고.
반운동권 연대라는 것이 무서워요. 운동권(또는 진보세력)에 대한 거부감은 역시 '일부' 그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마태우스님과 매너리스트 님의 토론에도 제가 언급했지만, 일종의 우월적 계몽적 태도의 폭력성이라 할까요...
사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는 토론이 아니라, 설득이나 계몽이지요. 그리고 이는 일방적인 동일화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거부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구권 붕괴 후, 포스트모던 시기, 스스로 길을 못 찾고 있으면서도, 남에게는 확고한 논리를 주장함에 따라 먹혀 들지 않아서 더욱 강고하게 되는 악순환 같습니다... 저도 '맨날 자기 말만 다 맞대'라는 등의 소리를 조금 들어서요;;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참 요즘 세상 사는게 힘드네요 쩝..

chika 2006-06-0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기 딱 좋은 날씨, 입니다. ;;;;;;

마늘빵 2006-06-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제주도 못가봤는데.

히피드림~ 2006-06-0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참 정정하시네요. 보통때 자주 할머니 얘길 하시길래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 궁금했는데, ㅎㅎ 제주도 잘 다녀오세요.

2006-06-02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6-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맘착한 마태우스님 ^^

모1 2006-06-0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법위반이라 생각해서 도망(?)까지 가시다니..후후...

마태우스 2006-06-0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투표장에서 그런 말 하면 안되잖아요^^
달밤님/뭘요 달밤님에 비하면...^^
속삭이신 분/님 방명록에 글 남겼어요
펑크님/아흔살.... 아직 정정하셔서 다행입니다만, 간혹 '나이든 게 저렇구나' 싶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아프님/아무리 생각해도 어딜 가는 것보단,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치카님/전 날씨에 무관하게 술마십니다. 아, 근데 제주도까지 갔는데 치카님한테 연락도 못했네요. 죄송
기인님/아니 저렇게 길고도 멋진 댓글을 남겨주시다니요. 다이어트하랴 박사시험 보랴 바쁘실텐데도....황소곱창 풀네임은 그냥 황소곱창이구요, 원래 합정역 8번출구 옆에 있었는데 아래쪽으로 옮겼어요. 멋진 건물을 사가지고 갔는데, 거기서도 역시 황소곱창입니다. 유사품에 주의해야 하는 것이, 같은 이름의 그저그런 곱창집이 여러개 있다는 사실....계몽에 관해서는 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매, 매직님/늘 매직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 믿죠?
해적님/이번 일로 인해 신불자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ㅠㅠ
클리오님/라면을 좀 먹었지만 아직 회복이 안됐습니다....설상가상이죠...
소요님/님 덕분에 잘 다녀 왔다는...^^
가을산님/1차만 하고 맥주는 안마신 덕분에 그럭저럭 살아왔어요^^




마태우스 2006-06-0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그죠? 저도 가끔 역사가 반복된단 생각을 해요. 하지만 크게 보면, 갈지자로 갈 지라도 진보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겠죠..
바람돌이님/오오 그러셨군요. 애들에게 좋은 민주주의 교육이 되지 않았을까요
물만두님/만두님의 숭고한 뜻을 할머님께 전해드릴께요
울보님/맞아요 승패는 우리 손을 떠난 거구, 우린 그저 소신껏 찍으면 되는 거지요... 낮은 득표율도 의미가 있을 거구요...
아영엄마님/호호 애들이란...^^ 근데 어릴 적에 투표하고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는데, 사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누굴 찍을지 다 알겠더이다.
하늘바람님/전 투표 안하면 굉장히 마음이불편해요. 몸이 엄청 아팠던 날, 오후 다섯시에 투표한 걸 빼곤 늘 오전에 했죠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의 일이다. 약속시간이 좀 남았기에 영풍에 들러 책을 보는데, 그 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책의 저자가 왠지 낯이 익었다. 이름을 보니 역시나 아는 사람, 그는 내 친구의 동생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네 동생 책 냈는데 왜 말 안했어? 내가 다 자랑스럽다.”

당시만 해도 난 모든 책을 인터넷 교봉에서 샀기에 그날밤 집에 가자마자 교봉에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막상 배송된 책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운 이웃>,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 따졌다. 미안하다며 바꿔 준단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그래도 박완서님이 쓴 책인데 한번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냥 놔두세요. <정원>은 따로 주문하죠 뭐.”


내가 <이웃>을 집어들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다른 책들에게 번번히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 하지만 놀러가서 읽기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에 주말여행을 가면서 그 책을 챙겨넣었고, 한번 읽기 시작하니 탄탄대로였다. 책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실수도 있었다. 난 이 책을 에세이집으로 생각했고, 처음 두 개의 에피소드는 저자분이 아는 얘기를 쓴 줄 알았다. 그런데 네 번째 이야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장미여대 시절 장미의 여왕으로 뽑힌 경력이 있을만큼 용모가 뛰어난 재원이었다. 따르는 총각들도 많았었다.”

박완서님의 외모가 편안함을 주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 뭔가 이상해 머리말을 읽었더니 이럴 수가. 이건 박완서님이 70년대에 쓴 꽁트집이었다! 역시 난 바보다.


모든 책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난 70년대의 사회상을 다시금 회고할 수 있었다. 여자가 일을 하는 게 드문 일이었고, 스물일곱만 되도 ‘노처녀’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여성 직원이 결혼을 하면 해고되는 게 대부분의 회사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 “남은 문제는 직장이었다...결혼하면 사직한다는 건 아직도 여사원 간의 불문율이었다.(70쪽)”

부모를 모시고 사니 고부간의 갈등이 심한 경우가 있었고, 아파트에 사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특권층으로의 편입을 뜻했다.

“13층 베란다에서 도시를 굽어볼 때처럼 그가 이 도시에 와서 성공한 걸 실감할 때도 없었다(103쪽).”

아들을 낳으려고 계속 딸을 생산하는 가정도 있었으니, 하나나 둘이 고작인 지금으로 보면 신기한 일이다. 요즘엔 그때보다 더 변화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데, 20여년 후엔 또 어떤 세상이 도래할까. 변화의 방향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무서운 세상이 올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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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은 6.25때문에 서울대를 중퇴하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작가들은 글쓰기가 녹슬거나 변형되어서, `차라리 이 작가가 그 시간 이후로 절필했더라면, 나는 이 작가의 훌륭한 글쓰기만을 기억할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반면 박완서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훌륭해지시는 것만 같아요. 초기의 콩트라든지 단편은 때로는 가볍게 톡톡 튀거나 때로는 더욱 진중해지는 느낌에 좋습니다. 우연이 아주, 멋지게 찾아들었군요.^^

기인 2006-06-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심작가님 소설 참 좋게 봤어요. 박완서 선생님은 직접 뵌 적도 있는데, 정말 정정하시고 말씀도 잘하세요. 요즘 나도는(?) 박완서 선생님 사진은 모두 한 10년전 사진이랍니다. 이제 반올림하면 여든이시니, 실제로 뵈면 정말 호호 할머니세요 ^^;;

다락방 2006-06-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작가님의 [달의 제단]을 무척, 아주 무척 가슴 아프게 읽었었어요. 박완서님의 이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세상엔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은것 같아서 기뻐요 :)

조선인 2006-06-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우연의 미학이로군요. ㅋㅋㅋ

히피드림~ 2006-06-02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서점에서 그런 실수도 하는군요.
그나저나 책 재밌을것 같은데요.^^

꼬마요정 2006-06-0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우연이로군요~~^^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마태님은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를 쓰시는군요~
벌써 마태님 덕에 몇 권 읽었는데, 이 책도 제 장바구니에 들어가겠군요~~^*^
더운 날씨...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마태우스 2006-06-0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아앗 요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
펑크님/아무래도 온라인이니깐요^^ 그 시대를 회상하며 읽었지요
조선인님/제가 최근에 우연의 법칙이란 책을 읽었지 않습니까...^^
다락방님/그죠.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많이 있죠 인생이 짧은 게 안타까울 뿐...
기인님/여, 여든이라.... 참 곱게늙으신 것 같다는... 님은 직접 보신 적이 있으신가봐요?
주드님/제가 님을 알게 된 것도 우연이죠 아름다운 우연!

하루(春) 2006-06-04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꽁트도 쓰셨군요. 이건 또 처음 알았네요.
저 요즘 박완서 산문집 읽고 있어요. ㅋㅋ
 
우연의 법칙 -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열린 가능성의 힘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은 화학자에게 차가 생겼다. 또한 잘나가던 기업이 부도가 나서 그 집의 큰딸은 먼 곳에 일자리를 얻어야 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 아가씨에게 하늘색 폭스바겐을 몰고 다니는 젊은 화학자를 소개해주었다...그 남자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라는 것이었다.”

짐작하겠지만 그 둘은 결혼했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바로 <우연의 법칙>을 쓴 저자다. 저자는 말한다. 아버지에게 자동차가 생기지 않았다면, 외할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를 면했다면, 둘이 첫 데이트를 한 그날 알프스 산에 구름이 끼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했을까?” 운명적 사랑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이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둘이 만났을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세상일의 많은 부분이 우연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운명적 사랑이라는 것도 자신이 마주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것이지, 일이 잘못되어 내가 도미니카로 이민을 가야 한다면 주말마다 홍대 앞을 찾는 미니스커트와 잘될 확률은 0%가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우연의 법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삶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만, 사람들은 우연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생각해 보라. 우리의 삶이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좌우된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저 사람은 이런 경우에 기뻐하고, 저럴 때 화를 낼 거야.”라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게 신의 의지대로 된다.’고 주장하곤 하지만, 신의 뜻을 우리가 알 수 없는 한 그것 역시 ‘우연’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우연으로 알던 게 모두 우연만은 아니다. 예컨대 사과가 떨어지는 건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중력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희대의 천재들은 언제나 우연 속에서 법칙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그런 규칙들이 세상사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저자는 풍부한 예를 들면서 우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연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룰렛 게임을 더 잘하게 해주거나 이상형의 이성을 만날 확률을 높여주는 책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우리네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왜 나만 이런가?”라는 탄식을 더 이상 안하게 해줄 것이다. 세상에 횡행하는 각종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우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므로 조금 더 겸허하게 살 수 있게 될 것도 같다. 그래서 난 감사드린다. 저자의 아버지에게 차가 생긴 것을, 그리고 저자의 외할아버지 회사가 부도를 낸 것을. 누군가는 우연에 천착하여 이와 비슷한 책을 쓰려고 했을 거지만, 이 책만큼 멋진 책을 쓸 수는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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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6-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럴까요? 이 책을 읽으면?

2006-06-0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6-06-0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들어갑니다.

마태우스 2006-06-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저...혹시사실 때 떙스투도 해주실거죠? 요즘 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속삭이신 분/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중요한 사람은 다 아는 거죠 뭐^^ 현실에서 각을 세워 얘기해봤자 감정만 상할 뿐 도움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같은 경우 나이도 좀 됐고 하니 자기 주장을 굽히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단, 저 자신이 소신을 지키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구 수줍어하지 마시고 글 좀 쓰세요!!!
하늘바람님/그럼요. 저 믿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