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내 연구실에 쌓여 있던 이 책을 조교선생이 가져가서 읽더니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웬만하면 그런 말을 안하는 사람인지라 그녀를 믿고 다른 사람에게 책을 사서 선물해줬다. 재밌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4권을 선물했고, 재밌다는 대답을 모두에서 들었지만 정작 내가 읽은 건 어제부터였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내가 아는 가장 흡인력 있는 작가 폴 오스터의 내공은 이번 책에서 유독 잘 발휘된 듯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일이 손에 안잡힐 지경이었다.


보험업을 하다 은퇴한 후 브루클린에 정착한 사내가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저자는 무척이나 흥미있게 그려낸다. 근데 그 일들이란 게 다른 소설에 비하면 특별히 큰 게 아니며, 우리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잔잔한 것들이다. 식당 종업원을 좋아하는 주인공, 애가 둘 달린 유부녀를 좋아하는 총각, 전과자이면서 헌책방을 하는 또다른 남자, 저자의 능력에 따라 이런 것들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애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오스터의 책을 보면서 깨닫는다.


저자의 멋진 표현이 드러난 대목. “나 자신의 탁월한 추리 능력에 감탄한 나머지 나는 내 등을 두드려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있었으면 싶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모르던 걸 알게 된 부분. 비트겐슈타인은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애들을 학대했는데, 세월이 흐른 뒤 참회를 하고 어른이 된 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빈다. 그런데 “단 한명도 그를 기꺼이 용서해 주려고 하지 않았다.”

대 철학자와 폭력교사는 영 안어울린다.


아쉬운 대목. 폴 오스터는 분명 친절한 작가는 아니다. 이 책에는 하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오는데, 주인공인 나의 목격담에 대한 묘사는 이게 다다. “나는 그녀가 톰의 침대로 끼어드는 소리에 이어 그 뒤로 벌어지는 모든 소리를 다 들었다...무슨 이유로 그에 뒤따른 신음소리를 하나하나 다 묘사해야 할까? 그들에겐 그들 나름대로 프라이버시가 있고, 나는 이쯤에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 접으려 한다.” 이거야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다음 구절. “독자들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눈을 감고 상상력을 동원해 보라고 할 것이다.”

상상은 꿈이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난, 둘 다 아니다. 나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고, 마흔이란 나이는 상상력이 이미 고갈된 시점이니까. 다음번엔 자세한 묘사를 해달라. 소설의 주인공에겐 프라이버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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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6-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폴 오스터! 저 요시모토 바나나 다 읽고나면 얘랑 줄리언 반스 읽을거에요.

마노아 2006-06-2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마태우스님 덕분에 보관함으로 직행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_<)

비로그인 2006-06-2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는 에세이만 읽고 정작 그의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의 소설 첫 스타트를 이 책으로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 등을 두드려줄 수 있는 또다른 나, 기발한 문구입니다.

다락방 2006-06-2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명백한 진리군요.
소설의 주인공에겐 프라이버시가 없다.
마태님덕에 유쾌한 아침이예요. 헤헷 :)

노부후사 2006-06-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제목이 "소설의 주인공에겐 프라이버시가 없다." 였으면 좋겠어요

인터라겐 2006-06-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조선인님 서재 이벤트 당첨으로 이 책 선물 받았어요..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잡아야 겠네요.. 저 내일 저녁에 천안가는데요...^^ 밤기차를 타고 이 책을 펼쳐야 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6-2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동을 구워서 마태님께 택배로 보내드려야 겠군요..

BRINY 2006-06-2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도 폴 오스터 책 재밌는 지 모르겠던데...방학 때 다시 도전해 볼랍니다.

moonnight 2006-06-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렇게 재미있나요. 폴 오스터 책 역시 사놓기만 하고 안 읽은. (흑흑. ;;) 왠지 손이 안 가던데, 꼭 읽어봐야겠네요. ^^

플로라 2006-06-2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해 기분좋고 따뜻해서 마음의 위로를 담뿍 받았단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태님이 기름을 더 부어주셨군요...^^
얼마전 <빵굽는 타자기>를 선물받았는데, 어서어서 읽어봐야겠슴다..^^

건우와 연우 2006-06-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소설의 주인공에겐 프라이버시가 없다!!!

가넷 2006-06-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의 작품은 <뉴욕 3부작>을 읽은게 다인데... 한번 볼까봐요.ㅎㅎ;

마태우스 2006-06-2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사람은 친오스터와 반오스터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님이 3부작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이것 역시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건우님/그거 몇줄 써주지, 넘 불친절하지 않습니까^^
플로라님/안녕하시어요? 어떤 책이 재밌다고 했을 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권해드린 분이 재미없게 읽으면 저에게 미움을 갖잖습니까..... 넘 큰 기대는 실망의 지름길입니다^^
달밤님ㅁ/폴오스터 책보다 저 술사주시는 게 더 먼저일 듯 싶습니다6^
브리니님/아닙니다. 한번 반오스터면 영원한 반오스터라는 말이 있거든요..... 오스터도 매니아 취향의 작가인 듯해요...
메피님/제가 이상하게 야동을 못봐요. 남녀가 다 벗으면 그담부터 보기가 싫어진다는... 결벽증이 있는 듯해요. 그냥 사이트만 가르쳐 주세요
인터라겐님/어마 천안 오신다면 저한테 연락을 하셔야죠!! 물론 그시간에 전 천안에 있겠지만, 그래도 제 나와바리니...^^
에피님/그럴 걸 그랬네요. 그게 더 있어보이는데...
주드님/으음 전 에세이를 하나도 안읽어봤는데요 주드님 추천해주실만한 오스터 에세이집 없나요?
다락방님/저...사이트 주소 잃어버렸는데요 살짝 가르쳐주심 안될까요?? 저도 님 댓글 덕분에 유쾌한 밤입니다
마노아님/오오 제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님과 제가 코드가 안맞으면 어쩐다...???
아프님/전 바나나랑 상극인데...줄리안 반스도 이름을 처음 들어봐요...

누미 2006-06-2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오스터는 상상하는 힘의 대가지요. 그래, 넘들도 그런 줄 아나봐요.

비로그인 2006-06-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굽는 타자기 추천이요! 왜 쓰는가? 는 어느정도 폴 오스터의 글쓰기를 아는 독자가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빵굽는 타자기는 그야말로 좀 더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루키같아 보였어요.

2006-06-2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막신 2006-06-29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때 공중곡예사를 밤새워 읽다가, 엉엉거리며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재밌어서 다음날 학교가야하는데도 새벽까지 읽었었죠^ㅅ^

마태우스 2006-06-3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막신님/앗 그러셨군요 전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미있다는 데는 얼마든지 동의해요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주드님/님의 추천이니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미님/아 그렇군요. 상상의 대가,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다...^^
 

 

 

 

 

인터넷에서 절대로 베끼지 마세요. 제가 다 검색해서 F 줄 거예요.”

못써도 좋으니까 자기 글을 쓰세요. 진짜로 F 줄 거예요.”


헤아리진 않았지만, A4 3장 정도의 소설을 한달 안에 써내라고 하면서 이런 말을 대략 다섯 번 정도는 한 것 같다. 작년에 선배들이 경험을 해서인지 대부분 자신이 만든 소설을 썼다. 하지만 한 학생은 예외였다. 키워드 몇 개를 치고 구글에 넣었더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소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속으로 생각했다. “넌 F다!”


문제는 걔가 예과 2학년이라는 것. 다시 말해서 내 과목의 F는 그 학생이 내년에 본과에 올라가지 못함을 뜻한다. 그로 인해 들여야 하는 등록금과 1년의 허송세월을 생각해 본다면, 베낀 데 대한 대가로는 가혹한 면이 있었다. 아무리 내가 베끼지 말라고 여러 번 강조했더라도. 그래서 난, 그 학생이 찾아와서 빌면 버틸 데까지 버티다가 성적정정 기간에 D+ 정도로 고쳐주려고 했다. 이건 마음이 약해빠진 내 고질병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바란 건 그 학생이 자수하는 거였다. ‘베끼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새로운 소설을 내놓는 공상은 그러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 그 학생의 성적을 F로 입력했는데, 참고로 소설을 아예 안낸 두 학생의 성적은 C0였다.


입력한 당일, 그 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왜 제 성적이 F죠?”

“소설 낸 거 베끼지 않았나요?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대로 있던데...”

아니어요. 그거 제가 쓴 거 맞아요. 전에 써놓은 거 제출한 거예요. 취미로 그런 거 하거든요....원하신다면 제가 쓴 다른 작품 보내 드릴께요.”

난 됐다고 했다. 그 정도까지 말한다면 그 학생이 쓴 게 맞겠지. 그 소설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었기에, 학생의 말이 맞다면 그는 우리나라에 드문 의료소설가의 유력한 후보가 되는 거였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간 그날, 난 그 학생의 성적을 A0로 고쳤다.


다음날 아침, 난 다시금 그 소설을 끄집어냈고, 그 블로그를 다시 검색했다. 블로그의 주인은 이름도, 사진도 달랐다. 게다가 거기 달린 댓글을 보면, 소설을 칭찬하는 방문자들에게 주인은 “고마워요”라고 답을 하고 있었다. 다시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꾸 걸어서 미안해요. 근데 그 블로그 주인을 찾아보니 이름이 다르던데, 어떻게 된거죠?”

아, 걔 제 친구예요. 제가 소설 보내서 올려달라고 했어요.”

‘댓글은 왜 지가 쓴 것처럼 달았죠?’란 질문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하지 않았다. 대신 난 그 블로그의 주인에게 내 메일주소를 남겼다.


그날 오후, 블로그 주인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 소설은 제가 쓴 게 맞습니다...개방해 놨으니 다른 사람이 읽고 퍼가는 건 관계가 없지만, 자신의 창작물로 도용하는 건 화가 나네요....”

힘이 빠졌다. 더 이상의 조사는 무의미했지만, 그럴 때만 완벽주의자가 되는 난 “친구라고 우기는데, 혹시 이러이러한 친구 있냐?”는 메일을 그에게 보냈다. 물론 답을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전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싫었으니까. 대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블로그 주인과 연락을 했어요. 자기가 쓴 거라는데, 정말 본인이 쓴 거 맞습니까? 증거를 제게 보내 주겠어요?”

삼십분 후 문자메시지가 왔다. “제가 쓴 거 아닙니다...죄송합니다.”

이미 늦었다. 그 학생은 F다. 자수를 한 경우 처벌을 경감해주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막판에 몰려서 실토하는 대신 어제 전화에서 자백을 했다면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내 읍소를 무시한 채 남의 소설을 베꼈고, 자수를 하지도 않았으며, 내 추궁에 시종 거짓말로 일관했다. 비약일 수 있지만 이런 학생이 나중에 크면 어떤 의사가 될까?


죄송합니다....염치없지만 만회할 방법이 없을까요?”

몇시간 뒤 날아온 문자메시지다. 나름의 고민은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런 건, 안보내는 게 더 좋았다. 만회를 하는 건 둘째 문제고, 일단은 잘못을 비는 게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만회를 얘기한다. 그 문자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 다른 학생 하나가 메일을 보내왔다.

“제 성적이 F가 나와서 문의드립니다.”

문의를 하기 전에, 베낀 걸 들켰다는 생각은 왜 안할까?” 하지만 그는 “인터넷에서 베꼈더군요.”란 내 메일에 수긍을 했다. 그는 안베꼈다고 거짓말을 하지도, 봐달라고 빌지도 않았다. 죄송하다고도 안한 게 조금 안타깝지만, 그의 태도는 훨씬 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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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6-2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를 보냅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한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오네요.

하루(春) 2006-06-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베낀 친구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슬프네요.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mannerist 2006-06-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교주2 하나 막으신 겁니다. =)

werpoll 2006-06-2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말로만 들었던 대학생들의 과제 인터넷에서 베끼기. 아직 대학생이 아니라-.-; 그런지 멀게만 느껴지고 신기하기만 하네요. 요샌 돈받고 과제 대신 해주는 사이트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황당합니다. 이러다가 나중엔 과제를 정말 자기가 스스로 했는지 추적하는 사이트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 아 그리고 정말 그 학생은 커서 어떤 의사가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씁쓸해요.

가을산 2006-06-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니, 거의 습관처럼 거짓말을 지어내네요.
거짓말로 거짓말을 가리다니....
그 학생 마태님 덕에 앞으로는 그런 일 안하기를 바랍니다.

가시장미 2006-06-2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그리 만만하더냐. 팍팍 와 닿네요. 아구.. 만만하지 않아서 죽을지경입니다.
뭐. 사실. 그 정도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못 하겠지만서도...
그 사람도. 세상살이가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솔직히 의대생. 힘들게 공부하는건 사실이잖아요..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F 주신건 잘 하신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오랜만에 글 남겼더니 존댓말이..

Mephistopheles 2006-06-2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생이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치는군요...

2006-06-2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6-06-2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씁쓸하네요... 너무 맹랑한건지...
정말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게 자료들인데... 너무 만만히 본거 같아요.

클리오 2006-06-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까지 거짓말이라니.. 끔찍하군요. 이번에 확실히 F를 받아야 다음 번에 재발하지 않을 겁니다... 참 뻔뻔시럽기도..

마노아 2006-06-2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평가하셨네요. 가슴이 아픕니다ㅠ.ㅠ

라주미힌 2006-06-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포트를 베끼느니 안 내고 만다.
학점에 빵구가 나도 '치트'는 안한다
라는게 저의 철학이었죠.

허나, 걸레된 학점때문에 고달픈 것은 숨기지 못하겠네요 ㅎㅎㅎ
열심히 할걸 ㅡ..ㅡ;

제대로 될 의사라면 학점보다 더 큰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아니라면? 마태우스님 수명이 '엄청' 늘어날 듯... ㅎㅎㅎ
어찌됐던 마태님은 남는 장사를 하신셈.

가넷 2006-06-22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 속일려고! 참,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비로그인 2006-06-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말의 자존심이 없는걸까요. 자존심이 있다면 베끼는 짓 따위 않으면 될걸.
씁쓸하네요.

하늘바람 2006-06-22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교수님이시군요. 하지만 그 학생은 뒤에서 욕하겠지요?
제가 학부때 늘 높은 학점을 받던 학생이 안 좋은 점수를 받을 때 교수 욕하고 그 뒤로 인사도 안하는걸 봤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사회
멋진 사회
앞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마태님같은 교육같아요.
그런 교육이 좀더 일찍 그 학생이 어릴대부터 이루어 졌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연우주 2006-06-22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럴 때 참 힘이 빠져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끝까지 할 때요. 그럼, 저는 그래요, 정말 맞니? 하고서 끝까지 맞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고 하죠. 그저 마음 속에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을 뿐이죠. 사람은,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하면 좀 씁쓸해요.

BRINY 2006-06-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습니다, 마 선생님!

조선인 2006-06-2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댓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마태우스님이 잘한 거에요. 마교주님, 만세!!!

비로그인 2006-06-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왜? 라는 생각이 떠올라요. 물론 안해본 사람은 어렵게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최소한 도용은 하지 말아야할텐데요. 저역시도, 그저 죄송하다는 말도 안하고 깨끗히 받아들이는 학생쪽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사람을 믿는 게 무서워지시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소설 쓰고, 수업들은 학생들도 있으니 마태우스 님 수업은 분명 멋졌을 겁니다.

다락방 2006-06-2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제 마음이 아플까요? ㅜㅜ

프레이야 2006-06-2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은 3학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책이에요^^
푸르넷문제집이 왜인가해서 보니 자신만만이란 글귀가 보이네요. 마태우스님의 재치와 해학에 또 박수~ 세상이 정말 만만한 게 아니란걸 그 학생 알아갈 것 같으네요. 씁쓸하셨겠어요.

인터라겐 2006-06-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학교에서 소문이 안났나봐요.. 마태님 무서운지.. 그나 저나 그 학생의 마음속에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세상을 욕하는 그런 마음이 자라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예요..

ceylontea 2006-06-2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뻔뻔하네요...
그 상황이면 거짓말하지 말고, 처음부터 자수를 했어야죠..
이럴 때 마태님 기분은 어땠을까 생가하니 화가나요..

2006-06-22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6-06-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생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런일에 죄책감을 안갖게 하는 사회분위기가 문제죠.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이런 생각을 할것 같아요.ㅠ.ㅠ
저도 대학때 컨닝이 대세라서 (요즘은 못한다죠?)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창피한 일이네요

moonnight 2006-06-2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맘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베낀 학생들, 도대체 무슨 생각이랍니까.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니, 무서울 지경입니다. ㅠㅠ;

가넷 2006-06-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님/컨닝 잘만 하던걸요..;;; 시험 치고 있는데 뒤에서 쪽지 돌리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선배라서 말도 못하겠고..--; 그것만 아니였으면 교수님한테 당장 말해버렸을텐데요.

이매지 2006-06-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 요새도 컨닝은 대세예요. 어떤 x들은 바닥에 커닝페이퍼 깔아놓고 발가락으로 넘겨가면서 한다고도 하더군요-_-(시험보는 강의실이 계단식 강의실일 경우에) 쪽지나 자잘하게 책상에 적어놓기도 하구요. 전 간이 작아서 ㅠ_ㅠ
마태우스님 /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학생 어쩜 뒤에서 재수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신머리가 박힌 학생이라면 다시는 안 그러겠죠

nada 2006-06-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전 하도 의사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이가 갈립니다. (물론 마태우스 님처럼 훌륭하신 분도 많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F 주신 건 현명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만회'와 '문의'라는 단어가 저처럼 천연덕스러울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마태우스 2006-06-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저도 환자보호자 생활 십년에 의사에게 상처 많이 받았죠.. 그보다 더 큰 상처를 학생들을 상대하며 받는 것 같아요. 사실 인간관계란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지만요...
이매지님/심각한 표정으로 찾아왔더이다. 지금은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처럼 얘기를 합니다만... 그게 아니란 걸 이젠 압니다. 사람은요 스무살 남짓해도 변하지 않더라구요
야로님/제가 없는 사이 여러분들끼리 댓글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풍경...죄송합니다. 커닝 단속 잘하겠습니다
달밤님/우리 둘만 그냥 아름답게 살자구요^^
수니님/대학 때 커닝은 추억으로 생각을 하잖습니까...대학에 가면 뭐든 자유롭다면서 고교생을 억압하는 게 대학문화가 왜곡된 이유라고 생각해요
속삭이신 분/멀리는 아니구요 한 100미터쯤 이동했답니다. 여전히 저희동네의 자랑이죠
올리브님/F 하나도 쉬운 결정은 아니어요...ㅠㅠ 어떤 선생은 몇날며칠을 학생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지요...
실론티님/속았다는 사실이 넘 분했어요 흐흐흑... 저도 착하게 살꼐요
인터라겐님/소문은 났지요 제가 물이라고...ㅠㅠ 책임은 저에게도 있습니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먹히지 않는 건, 그만큼 제가 원칙대로 살지 않았단 얘기겠지요..
배혜경님/역시 님은 애들 책의 전문가십니다^^ 그 학생이 뭔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별 기대를 안합니다.
다락방님/님의 미모와 따스한 마음씨에 한표를 던집니다
신지님/오랜만에 뵙는군요 흠, 그렇군요. 제 원칙이 이상한 건 아니란 말이죠 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제가 님의 말이면 잘 듣잖습니까.
주드님/작년보단 낫지만 개선할 점이 여전히 많은 수업이었어요... 글구 학생들이 다 주드님같지 않으니 문제죠... 나름 열심히 했는데 너무 안따라주니 섭하더군요.
조선인님/부끄럽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브리니님/알라딘 분위기는 F네요^^ 구제 얘기는 하나도 없구요 정의의 실현을 바라기때문이겠죠?^^
우주님/신뢰가무너질 때, 마음이 참 아프죠. 님은 그냥 혼자 상처받고 만단 말이군요. 하지만...그 학생이 죄책감을 느끼면 모르겠지만,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 같아서요...
하늘바람님/맞아요 어릴 적부터 남의 것을 베끼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는 문화가정착되면 좋으련만...

마태우스 2006-06-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캐서린님/절 여기 두고 어디를 가시려고 하십니까...가지마세요...
야로님/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넘 어수룩해 보였나봐요...
라주미힌님/세상에서 젤 어려운 건 인간관계 같아요. 학생-선생 관계도 특히그렇구요..
마노아님/저도 마음이 아프답니다...
클리오님/제말이그말이어요. 지금 애들이 그러는 건, 과거 선배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실비님/친구한테부탁했는데 친구가 베낀 거라고 말을 하네요. 친구한테 부탁한 것 역시 나쁜 거 아닌가요....
장미님/맞아요 넘 오랜만에 글 남기니 그렇죠... 돌아와서 반갑구요 앞으로 잘하세요 안그럼 F 드릴 겁니다.
가을산님/거짓말이 거짓을 부르는 건 가끔씩 볼 수 있는 거겠지요. 저도 그런 적이 있구요... 학생이 무서워서 거짓말 한 거일 수도 있을 거에요....그나저나 언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아.
토깽이님/우리 사회에 님같은 탐정이 필요한 이유지요^^ 양심과정의가 살아숨쉬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달려갑시다^^
매너님/그래요 황교주도 원래 나쁜놈은 아니었을 테니깐요...
하루님/그러게요...제 말을 뭘로 알아들은 건지..
다우님/님같은 분들 덕분에 기운 차립니다. 설렁탕 특 먹었습니다.

가시장미 2006-06-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a 흥=3 F 주시면 저는 흥뿡쓰리를 드릴꺼예요. ㅋㅋ

비로그인 2006-06-2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창피한 고백 한 가지 하도록 하지요. 1학년 1학기, 첫 레포트. 레포트가 뭔지 개념조차 전혀 없던 그 시절 모 수업을 들었던 저와 제 친구들은 담합(-_-)하여 시중에 나와 있는 모 책을 거의 고스란히 베낀 레포트를 제출 했다지요. 한문으로 된 단어만 한글로 고쳤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똑같이 써냈던... 근데 레포트 점수가 1등이더군요;;; 높은 점수야 물론 좋았지만, 대학 생활이 이런 것이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어마어마한 회의감이 들었던... 아마도 교수가 직접 레포트 채점을 안 했을지도 모르지요. 만약 교수가 직접 한 거라면.. 끙.. 베낀 건 둘째 치고 1학년 학생이 썼다고 하기엔 어마어마하게 수준이 높아 보였을텐데, 수준 미달일까요 아니면 시간부족으로 인한 불성실?? --;
 

 

 

 

 

어제 하루 동안 한 일. 내 이름이 들어간 4과목의 성적을 내고 입력을 했다. 그거 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내가 이번 학기에 바빴던 이유의 5할이 연구와 술, 그리고 인터넷이었다면, 나머지 5할은 바로 수업이었다. 원래 난 본과 1학년에게 기생충학만 가르쳤다. 하지만 재작년 보직을 맡으면서 모든 게 변했다. 난 하나둘씩 예과 과목을 맡아서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이번 학기는 거의 피크였다. 의대 교수들은 예과 수업을 귀찮아하는지라 그들에게 부탁을 하려면 숫제 구걸을 해야 했는데, 평소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던 나는 “바빠서 안되겠다.”며 손을 내젓는 선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둬라. 내가 하면 될 거 아냐?”(물론 속으로)

그리고 난 여러 명이 나눠서 하던 그 수업을 대부분 혼자 해결했다.


그랬던 이번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8월 10일까지 해야 할 뭔가가 있지만, 그래도 수업이 없다는 게 어딘가. 내 전공만 가르치면 되는 2학기는 훨씬 순탄한 시간이 될 터였다. 하지만 막판에 일이 틀어졌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 유전학을 비롯한 두 과목을 ‘우리’-여기서 우리란 의대를 말한다-가 가르쳐야 되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연 게 한달쯤 전이었다. 어떻게 하든지 자기는 거기서 빠지려는 선생들 덕분에 난 거의 정신병에 걸릴 뻔했다. 저들과 같이 뭔가를 하며 마음고생을 하느니 그냥 혼자 낑낑대는 게 낫겠다는 게 그때 내린 결론이었다. 난 유전학의 책임 교수란에 내 이름을 써 넣었고, ‘팀 티칭’이라고, 각자 자신 있는 파트를 맡아 수업을 할 예정이던 그 과목은 나와 학생들이 혼돈의 바다에 빠져 헤매이는 장으로 변하게 될 것 같다.


몇날며칠을 고민한 끝에 수업은 어떻게 하고 실습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지만, 문제는 ‘비교해부학’이라고 이름 붙여진 또 다른 과목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끝에 난 평소 활발한 의견을 개진해 날 그로기 상태로 몰고가곤 했던 선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뭐 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지금 찾아뵈도 될까요.”

그와 난, 탁자를 두고 마주앉았다.

“선생님, 제가 유전학은 다 해결했는데요, 이 과목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요.”


예과 학생들은 나만의 학생이 아니고, 그들이 의과대학 학생인 한, 의대 선생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교수의 사명이 교육과 연구일진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그토록 무관심하다면 어찌 교수라고 자처할 수 있을까. 말없이 그의 방을 나온 나는 분을 삭일 데가 없어 십여분간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했다. 직장 동료에게서 일말의 신뢰를 느끼지 못할 때, 그리고 학교 일을 왜 나 혼자만 하느냐고 느낄 때, 사람은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 정도의 스트레스가 없는 곳은 없을 테고, 누가 뭐라해도 난 복받은 직장에서 근무 중이란 건 잘 알고 있음에도. 나의 2학기도 파란만장의 연속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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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페이퍼를 본 순간 세상엔 날로 먹을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006-06-21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6-2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 오랜만에 댓글 남기려니 뻘쭘합니다 그려.
- 십여분간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어야 했던 그 심정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져서 뭐라 말을 못하겠사옵. ㅠ.ㅠ

비로그인 2006-06-2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른 이유로, 어쩌면 조금 비슷한 이유로 저도 얼마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욱하는 마음에 실행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또 반대로 욱하는 마음에 잔류할지도 모르겠지만 유쾌한 일은 아니죠?

2006-06-21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rpoll 2006-06-2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 공동의 문제인데, 공동의 문제라서 아무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때, 누군가는 꼭 해야할때, 그땐 서로 서로 눈치보느라 바쁘죠.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마태우스님은 용감하신거라 생각해요....

moonnight 2006-06-2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너무 선하셔서 그래요. 저도 때로는 마태우스님을 분노하게 만드는 인간 중 하나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합니다. ㅠㅠ 그리고 저역시 요즘 직장을 관둬야하나 고민하고 있어서..

건우와 연우 2006-06-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나 너무 많은 사람이 묻어갑니다.
속상해요.ㅠㅠ

아르미안 2006-06-2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라는 곳이 생각보다 폐쇄적이고 자기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더군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죠.
내용 쭉 읽어봤는데, 상아탑의 현실이 그렇다니 씁쓰름하네요. 아무튼 힘 내시고, 좋은 결말 있으시길~
화이팅 하십시오... ^^*

ceylontea 2006-06-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제목에서.. 저도 오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리.. 쯥...

가을산 2006-06-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고생하시네요.
그런데 유전학이나 비교해부학을 강의하라고 하면 저라도 움찔할 것 같아요. ^^
유전학이야 의사들도 바탕이 조금은 있지만,
'비교해부학' 이거는 임자가 나타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전 옛날에 쥐 뼈 표백한다고 락스물에 삶았던 기억 밖에 안나네요. 뼈는 하얘졌는데, 연골이 '초록색'이 되어가지고는, 기겁했답니다.)

가장 가까운 과목이 해부학 아니면 발생학 정도일 것 같은데..... 외부강사 초빙은 안될까요?

울보 2006-06-2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일이군요,,

마태우스 2006-06-2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그러게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가을산님/저도 비교해부학이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고,다른강좌로 대체하려고 해요. 근데 뭘하죠??? 외부강사 초빙, 생각은 하고 있답니다...
실론티님/언제 님과 술한잔 해야겠네요...근데 님이 넘 바쁘셔서...
아르미안님/상아탑이나 밖이나 세상은 다 마찬가지인 듯해요. 특히 대학 안은 작은 세계라 그런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건우와 연우님/보직 맡기 전, 저도 묻어가는 놈이었을 거예요.. 사실 그분들이 보직 맡아보면 제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죠..
달밤님/어머나 그렇다면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군요...!
토깽이탐정님/당장의 갈등이 싫어서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재난회피형 인간입죠 저는... 탐정님이 많이 도와주시어요
속삭이신 h님/교수의 본분은 연구라고 아는 분이많아요. 연구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분들이라 강의를 귀찮아하긴 하죠...
주드님/이런일로 상처받는 건 다 님이나 저처럼 맘약한 사람인 듯해요...우리 좀 더 강해지자구요
치카님/정말 왜이리 오랜만에 오셨어요 엉엉...
속삭이신 분/처음 뵙겠습니다. 님도 저랑 비슷한 신세군요..알라딘엔 왜이리 그런 분들이 많은지 원... 근데 참 신기하네요.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있단 말이어요? 세상엔 안되는 게 없나봐요..
메피님/메피님의 댓글을 본 순간 제 처지를 이해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든든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연 2006-06-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easy-riding하려는 사람들을 보면..분노가 치밀죠...
일은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몰리고 나머지는 묻어가고...으윽!

미래소년 2006-06-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의 갈등이 싫어서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재난회피형 인간
<=== 딱 "저"입니다, 에혀 ㅡ.ㅜ

마태우스 2006-06-2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소년님/그런 사람은 인생이 피곤한데...반갑습니다 하여간!!
비연님/difficult-riding하는 사람은 알라딘에 다 있더라구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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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아닌, 대중을 상대로 지식을 설파하는 책인 경우 좋은 책의 기준을 난 이렇게 잡는다. 첫째, 모르던 걸 알려줘야 한다. 둘째,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재미있어야 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좋은 책이다.


먼저 모르던 걸 알게 된 부분. 스키너는 무척 유명한 심리학자건만, 난 그런 사람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이름만 보고 애프터쉐이브랑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B학점을 받아야 할 학생에게 A학점을 주는 등 긍정적 강화를 해주면 더 우수한 성취를 거두게 된다는 스키너의 이론은 현대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단순히 종소리에 침만 흘린 반면 스키너의 동물들은 피아노 같은 고난이도 행동도 수행했다니, 보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만하다. 그밖에 한 여성이 35분에 걸쳐 강간. 살해당하는 동안 38명의 목격자가 그걸 보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침묵하는 게 가능한 이유가 뭔지, 아우슈비츠 학살을 자행한 나치의 하수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책에서 소개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알아 가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기존 생각을 바꾼 부분. 난 마약에 노출되면 누구나 중독에 걸리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중독이 되는 사람은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단다. 그건 열악한 환경 탓도 있는지라, 쥐통에서 키운 쥐와 거의 호텔처럼 지어놓은 시설에서 기른 쥐에 마약을 투여했을 때, 후자의 쥐는 별반 마약을 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마약에 대해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이유가 내 모범생의식 때문이 아닌, 내가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답은 다른 데 있다. 이삼일에 한번은 반드시 술을 마셔주는데, 마약 생각이 나겠는가. 잔인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알고 있던 뇌절제 수술이 사실은 한번쯤 고려해 볼 괜찮은 치료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으리라.


전문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책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 책은 여느 책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멋진 책이었다. 한고개 한고개를 넘어가면 갈수록 읽을 부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책,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어느 미녀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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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약에 대해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이유는...궁핍하기 때문입니다..

moonnight 2006-06-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제가 마약에 전혀 관심없는 이유도 마태님과 같을 듯 ^^; 이 책, 옛날옛날에 샀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ㅠㅠ;;마태우스님 리뷰에 다시 한 번 불끈!!

stella.K 2006-06-2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이 책 생각만 있지 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요즘 쓰고 있는 글에 웬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드는군요.^^

Kitty 2006-06-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미녀분들께 무척 많은 책을 받으시는군요! (언제나 감탄!)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지요 ^^)

마태우스 2006-06-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제가 아는 분 중 미녀분이 많으신지라...헤헤. 님도 그러셨군요! 방가방가입니다.
스텔라님/앗 읽어보심 재미있을 거예요...님도 오래 갖고만 계셨군요
달밤님/작년 7월에 나온 책이니 아직 일년 안됐어요. 일년 지나 할인하기 전에 어여 읽으세요!
메피님/궁핍이란 말이 맘 아파요. 메피님은 유머가 있고 팬들이 있으신데, 궁핍이라뇨..

stella.K 2006-06-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어요. 마태님 때문에 지르게 될지도 모르는 책입니다.^^

마태우스 2006-06-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아앗 재밌어야 할텐데 갑자기 걱정....!

stella.K 2006-06-2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2006-06-2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 스텔라님....일이 커져 버렸네요......이를 어쩐담...
 



 

점심을 먹으며 시네21을 펼쳤다가 <우리개 이야기>라는 영화에 필이 꽂혔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영화를 하는 극장은 시네코어 딱 한군데, 시간은 8시 10분이면 괜찮을 듯했다. 혼자가 자유롭다는 건 마음을 먹으면 대개 실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봐서 그런지 시네코어는 유난히 올씨년스러워 보였다. 에어콘이 안되서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연방 부채질을 해야 했으며, 사람도 없어 검표원 아가씨는 시종일관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손님이라곤 나랑 묘령의 아가씨 둘 뿐, <이터널 선샤인>에선 여자가 먼저, 그것도 맹렬히 접근을 하던데 난 짐 캐리가 아니었고, 장소 또한 영화 속의 바닷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영화 시작 전까지 열심히 독서를 하느라 여자가 예뻤는지 어땠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나마도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손님들이 확 몰렸고, 이십명은 넘고 서른은 좀 안될 숫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출현은 이전까지 로맨틱했던 분위기-나만 그렇게 느꼈겠지만-를 깨기엔 충분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영화 내내 나오는 개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게다가 초반의 에피소드들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미소가 절로 났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 좋아하던 소년과 헤어진 개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내가 보건원에 근무하던 시절, 난 일요일이면 벤지를 데리고 보건원에 가서 산책을 시켰다. 실험용 쥐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벤지를 통제하기가 힘들어, “벤지야 나 간다!” 하고선 차를 타고 보건원 내 도로를 달릴 때면, 벤지는 흰 털을 날리며 차 뒤를 쫓곤 했다. 행여 내가 자기를 떼어놓고 가버릴까봐. 영화 속에서, 아이를 실은 응급차를 개가 입에 공을 물고 쫓아가는 장면에서 난 어쩔 수 없이 그때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개는 아이를 찾아 결국 병원까지 오지만, 아이는 이미 퇴원한 후. 그때부터 개는 병원 앞에 앉아 아이를 기다렸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슬픈 표정을 짓던 개는 옆으로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한다. 영화 속 장면인 걸 알면서도 어찌나 슬픈지 난 연방 휴지를 꺼내야 했는데, 극장 안은 몇 안되는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찼다. 모르긴 해도 그들은 개를 길러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끝난다. 기르던 개를 잃고 “다시는 강아지를 기르지 않을거야”라고 말하던 소녀가, “널 닮은 강아지를 또 기를 거야.”라고 하면서. 애견가의 마음을 이토록 잘 아는 것으로 봐서 <조제, 호랑이..>와 <메종 드 히미꼬>를 연출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은 개를 사랑하고 잃은 경험이 틀림없이 있을 거다. 모자를 눌러쓰고 황급히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생각했다. 아직은 개 영화를 보기엔 이르다고.



참고로 이 영화의 별점평은 보기 드물게 높은 9.28인데, 본 사람은 아마도 애견가가 대부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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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6-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만 읽고도 눈물이 나요.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영화를 못 보겠어요.

마늘빵 2006-06-2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엽다. 녀석들.

세실 2006-06-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마음 따뜻한 마태님.....제 맘도 아픕니다.
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가도 죽음이 두려워 자신이 없습니다

미완성 2006-06-20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일전에 저도 얘기했던 영화구만요. 그때 괜히 말씀드렸나, 씨네21을 보고 택하셨다지만 죄송해요(_ _)
근데 소녀와 강아지의 이야기도, 포치 이야기도 다 좋았지만 전 그 소년이 나중에 어른이 되가지고 회사에서 만든 광고를 떠올릴 때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배경음악으로 쓰인 엔카, 지금도 그 멜로디가 막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거 같네요. 기운내십쇼! 인간은 강한 동물 아닙니까;;;;

비로그인 2006-06-20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종 `사람보다는 개'라고 생각합니다.

누미 2006-06-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말처럼 '사람보다 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하지요^^

비로그인 2006-06-2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극장에서 대성통곡할까봐 겁나서 못보는 영화중 하나랍니다 ㅜㅜ

Mephistopheles 2006-06-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만도 못한 사람이...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인 듯 하네요..
저번 주말에 TV프로를 보니까 개들은 사자새끼도 키우던걸요...

BRINY 2006-06-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이 영화 도대체 언제 개봉했는지.

비자림 2006-06-2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힘드셨겠네요. 그래도 벤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개였을 거에요. 님의 사랑이 깊고 따스했음을 벤지도 알고 갔을 거에요.

건우와 연우 2006-06-2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보단 사람이 좋지만 사람만큼 개도 좋을수 있다고 생각해요.
널닮은 개를 또 기를거라던 말처럼 슬퍼도 또다시 추억할수 있는건 추억이 주는 힘이자 위로 아닐까요? 힘내세요...

sweetmagic 2006-06-2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마태우스 2006-06-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이거 왜이러십니까.... 왠지 님은 개보다 더 나은 분인 거 같아서...
건우와 연우님/지금은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근데 한마리 더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키우려면 몇십마리 정도???
비자림님/그랬으면 좋겠어요....감사합니다.
브리니님/저도 몰랐어요. 역시 시네21은 좋은 잡지어요..
메피님/저도 그 프로 봤어요. 사자새끼도 키우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별님/일년 지나서 이제 괜찮습니다 감사드려요
고양이님/님은 필경 그러실 겁니다...
누미님/역시 그렇죠? 같이 지내보면 확실히 느껴져요...
주드님/알라딘엔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군요^^
니노밍님/아 일전에 님이 얘기하신 게 바로 이거?? 까먹고 있었어요. 광고 넘 웃기죠... 글구 에피소드들이 대충 연결이 되서 더 감동적인 듯...저 밥먹고 힘낼께요
세실님/저도 이제 그렇습니다....
아프님/사람이 아무리 귀여워도 개만 못하죠....
냐오님/슬프기만 한 건 아니구요, 개가 얼마나 좋은 동물인지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