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쓴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글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왜 이런 댓글이 달렸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제 글이 성공적으로 부부생활을 하시는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듯해서, 해명으로 점철된 후속편을 써 봅니다.


“가치관과 취향, 상당히 중요한 조건이죠. 상대에게 맞춰주던지 내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없다면 부부간에 갈등은 뻔하죠.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을 걸요. 살면서 어느 정도 맞춰가는 부분이 많아요.”(B님의 댓글 일부)


시험문제를 풀 때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틀린 답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이나 “절대로 없다”같은 구절이 들어가면 그건 ‘절대로’ 답이 아니죠. 취향과 가치관이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겁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그건 불가능하겠지요. 제가 주장하고자 했던 것은 가치관이 지나치게 틀린 경우입니다. 예전에 <스플래쉬>라는,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영화의 결말은 남자가 인어를 따라 바다 깊은 곳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걸 보면서 뿌듯해하지요. “아, 정말 사랑은 아름다워.” 이러면서요.


가치관과 취향을 맞춘다는 것...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겠죠.. 둘 중 어느 한사람이 가치관이나 취향이 백지상태라면 모를까...”(M님의 댓글)




하지만 그 뒤 둘은 행복했을까요? 이 의문을 졸작 중인 졸작인 <스플래쉬 2>가 풀어 줍니다. 어느 고립된 섬에서 지루함에 지친 남자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저 거북이에게 내가 던진 원반을 물어오라고 하면 얼마나 걸릴까?”

1편에서 인어를 따라가며 짓던 희망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를 가엽게 여긴 인어는 결국 남자에게 뉴욕으로 가도록 허락하는데요, 2편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남자가 그때 무지하게 환호했던 건 지금도 생각나요. 이미 문명의 향락을 경험한 남자에게 좋아하는 여자와 같이 있다는 건 행복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 거죠. 아무리 그녀가 좋다 해도 모든 걸 버리고 바다 속으로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부터가 문제인 듯싶습니다.”(S님의 댓글, 앗 제가 언제 저런 전제를?)


문신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전주이씨 종친회 회장집이 나오더군요. 회장은 당연히 문신에 반대했습니다만, 제가 놀란 건 그 며느리도 단호하게 반대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회장이야 원래 생각이 그럴지언정,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며느리는 왜 저렇게 보수적인 언사를 써가며 문신을 반대할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자기에게 맞는 시댁을 만난 것이라고요. 종친회 중 가장 활동이 많은 전주이씨 종친회의 회장집 맏며느리, 아무나 하는 건아닐 겁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그 집 가서 며느리 생활을 하실 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 며느리 분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그 집에서 살고 있는 걸테구요.


차이를 그냥 인정하면 안되나요... 꼭 맞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냥 덜그럭거리며 가끔씩 일치하는 걸 찾아가며.. 그게 안된다면 세상엔 슬픈 <사이>가 너무 많아요.”(K님의 댓글)


사람들 인터뷰를 보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게 “싸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이해가 잘 안가요. 정치란 게 원래 싸움이 아니던가요. 대통령은 한명밖에 없고 정당은 여럿, 그러니 선거 자체도 사실은 싸움입니다. 그들의 말이 법안통과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도 상황은 다를 게 없지요.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이 딱 하나 잘한 사학법, 한나라당에서는 여전히 그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잖아요?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세력과 한 줄도 고칠 수 없다는 세력 간에 어떤 협상의 여지가 있을까요?

 

가능한 같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이 또 사는 재미 아닐까요? ^^ 음... 희망 사항일까요?”(K님의 댓글)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얘기를 해 보죠. <유통기한>에 나오는 남자는 인어같은 존재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걸로 그저 행복한. 하지만 여자는 다릅니다. 좋은 집에 살아야 하고, 차도 좋은 걸 타야 하고. 그래서 여자는 늘 바쁘고, 남자와 같이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영화에는 안나오지만 애가 자라면 또다시 갈등이 생기겠지요. 뭘 하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시키자는 남자와 죽어도 서울대를 보내야 한다는 여자. 이 경우 누가 양보를 할 것이며, 어떻게 이들이 맞추어 갈 수 있을까요? 그 남자에게 ‘기러기아빠’가 되라고 하면 그가 순순히 동의할까요?


현실에서 이런 걸로 싸우는 부부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의 여자처럼, 거의 대부분이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이건 신해철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배우자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자본주의에 세뇌된 상대방이 그걸 감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제가 주장하는 건 이거였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취향과 가치관 너무 차이가 나면 같이 지내는 게 쉽지 않다고요. 부부간에 잘 지내시는 분들도 나름의 갈등은 있으시겠지만, 그 차이가 영화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성공적인 부부 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전 언제나 존경합니다. 제가 감히 못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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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7-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제가 뭐 썩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달수도 없지만, 저는 마태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도 않아요.
심지어 저는 한나라당도 짜증이야 나지만 어쩌겠냐는 생각이거든요.
어찌 일일이 나와 같기를 바라겠습니까? 사실 저 자신도 제가 어떤 상태인지, 옳은지 그른지 헷갈리는데요..
가끔 다른생각이 나도 그냥 뭐 저는 마태님의 글을 좋아해요, 생각도요.. 알라딘의 몇몇분들을 제마음대로 좋아하는것처럼요.
그래도 돼죠^^

2006-07-17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하드웨어 자체엔 별 관심이 없다. 몇백만원만 있으면 홈시어터를 장만할 수 있다지만,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집에서 16: 9의 비율로 만들어진 55인치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생기지만, 집에 오는 순간 다 까먹어 버린다. 내가 주로 보는 TV는 15인치짜리고, DVD가 연결된 마루의 TV도 30인치가 안되지만, 비디오와 DVD 없이 오랜 세월을 산 탓인지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광화문에서 산 <하프라이트(half light)>를 DVD로 보려는데, 마침 어머님이 들어오신다. 꼬셔서 같이 봤다. 마루의 불을 끄고 영화를 틀었더니 제법 그럴 듯하다. 게다가 소파에 길게 드러누울 수 있으니 극장보다 편한 것 같다. 문제는 바로 전화, 인기가 많으신 어머님은 결정적 장면마다 전화를 받으셔야 했다. 급한 전화도 아닌데 왜 밤 12시에 전화를 거는지, ‘정지’ 버튼을 누르긴 했지만 김이 샌다.




영화에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게 전화 때문은 아니다. 스토리 전개도 무난했고, 머리칼이 쭈뼛한 장면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막판의 결론이 너무 사람을 허탈하게 해서였다. 영화 제목인 ‘하프 라이트’처럼 반쯤 쓰다가 만 듯했다. 만들다 돈이 떨어졌는지, 데미 무어가 바빴는지 알 수 없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TV를 끄기 싫었던 건 순전 허탈해서였다. 내용보다는 자연 풍경을 더 중요시하는 어머니는 시종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정말 그림 같네!”라며 감탄을 연발했지만, 그게 왜 그럴듯한 예고편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는지 이유를 짐작할 만했다.


설령 내가 몇천만원짜리 홈시어터를 갖추고 그 영화를 봤더라도 결론은 같았을 것이다. 자연 풍경이 더 잘 드러나니 어머니의 열광도는 높아졌겠지만, 좋은 장비 아래서는 스토리의 빈곤함이 상대적으로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건 역시나 내용이고, 결말은 특히나 더 중요하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하프라이트 2>가 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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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6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7-16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알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7-1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무어만 보면 대단한 아줌마라는 생각 뿐입니다...
어떻게 자기 조카뻘 되는 남자랑...재혼을...윽윽..

모1 2006-07-1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이름이 하프라이트던가요? 하프 라이프가 아니구? 전 제목을 언듯 보고는순간...하프 라이프가 영화로도 나왔어? 했었어요. 하하....(하프라이프라고 예전에 잘나가던 게임이 있었거든요.)
 

 

때로는 제목이 선입견을 조장하는 경우가 있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바로 그런 영화다. 제목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18-30개월 정도밖에 안된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내 견해로는 그것보단 부부간에 존재하는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도 클 때, 부부의 존립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먼저 여자. 디자이너인 여자는 장차 자신의 디자인 제국을 세우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 종일 일하고, 여유만 생기면 집을 넓히지 못해 안달이다. 반면 남자는 잉어 감별사로, 물고기와도 대화를 나눌 정도로 그 일을 즐기지만 큰 돈벌이를 하는 건 아니다. 남자는 좁디좁은 공간에서도 불편 없이 살 수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 아이가 생기자 여자는 남자로 하여금 일을 그만두게 하고, 육아 및 자신의 뒷바라지를 맡긴다. 남자는 그 모든 걸 감수하지만, 여자는 계속 불만이다. 돈 때문에 고초를 겪을 때마다, 그리고 좁아터진 집구석을 볼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이게 사람 사는 거야?”

여자는 점차 성공을 하고, 큰 집과 일하는 사람을 거느릴 정도가 되었지만, 여자의 꿈은 애당초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자. 아파트 평수를 늘려나가는 게 꿈인 사람과 큰 집을 싫어하는 사람이 부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부부생활이란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지만, 이렇듯 가치관이 틀린 부부가 어찌 잘 살 수 있겠는가. 다른 게 다 다르더라도 목표가 같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타워 팰리스 입주’가 목표라면, 그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는 서로간의 갈등도 사그라들지 않을까. 영화에서 결국 쫄딱 망하고 만 여자는 남자의 ‘이대로가 좋다’는 가치관에 동화되는 듯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외침으로써 그게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갑자기 디자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는 남녀간에 가치관 못지않게 취향도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나름의 취미를 가진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는데, 그가 보스톤 레드삭스의 광팬이었다. 심지어 여자가 파울타구에 맞고 병원에 실려가도 남자는 그대로 앉아 야구를 관람할 정도. 여자는 남자에게 맞추려 야구장에 매번 따라가고, 거기서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면서까지 남자와 함께 하려 한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척하는 것과 다른 법, 그 차이는 결정적인 곳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년에 열아홉차례밖에 벌어지지 않으며, 그나마도 홈에서는 아홉경기밖에 없는 양키스와의 라이벌전에서 남자는 야구경기를 포기하고 여자 쪽 행사를 따라가는 결단을 내린다. 아무리 즐거운 척해도 남자의 관심은 오직 야구,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던 남자는 자기가 유일하게 안본 그 경기가 7-0으로 뒤지다 8-7로 역전한 최고의 명승부라는 걸 알자마자 화를 냄으로써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 있던 여자를 실망시킨다.


여자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은 남자는 평생티켓을 팔며 그녀를 잡아보려 하고, 여자 역시 그 티켓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지라 경기장에 난입하는 소동을 벌이면서까지 티켓을 못팔도록 한다. 둘은 깊은 키스를 나누며 모든 난관을 극복한 듯하지만,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갈등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남자는 여전히 야구에 미쳐 살아갈진대, 야구를 안좋아하는 여자가 언제까지 남자에게 맞춰줄 수 있단 말인가. 그 반대의 경우, 즉 남자가 평생티켓을 포기했을 경우에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 행위가 일시적으로 여자를 감동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야구밖에 몰랐던 남자의 인생은 뭐가 되는가.


야구는 그래도 같이 볼 수라도 있지만, 혼자 해야 하는 독서는 보다 나쁜 취미다. 일년에 300권 정도를 읽는다는 남자가 집에서 아내와 한마디도 안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여자도 독서를 좋아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 부부의 사랑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듯하다. 이건 취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유통기한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낚시과부나 골프과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죄다 이혼감이 아닐까. 그러니 이성을 택할 때 가치관이나 취향을 충분히 고려해서 서로 맞출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고, 어느 정도의 연애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 남자의 유통기한>에 나오는 남녀는 만난지 하루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불행의 씨앗은 그때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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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1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웃 제가 항상 명심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 그래서 저는 항상 애인이랑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해요 ^^ ㅎㅎ 연애란 공유라고 생각해서요.

프레이야 2006-07-1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가치관과 취향, 상당히 중요한 조건이죠. 상대에게 맞춰주던지 내 것을 어느정도 포기할 수 없다면 부부간에 갈등은 뻔하죠.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을 걸요. 살면서 어느정도 맞춰가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부부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특별한 관계인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무척 더운 날이에요^^

Mephistopheles 2006-07-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관과 취향을 맞춘다는 것...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겠죠..^^
둘중 어느 한사람이 가치관이나 취향이 백지상태라면 모를까...

로쟈 2006-07-1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불행의 씨앗'을 뿌리실 일은 없겠습니다.^^

마늘빵 2006-07-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셨군요. ^^ 참 좋죠.

비로그인 2006-07-1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정말 보고싶어요ㅠ.ㅠ

산사춘 2006-07-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부터가 문제인듯 싶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7-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를 그냥 인정하면 안돼나요...
꼭 맞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냥 덜그럭거리며 가끔씩 일치하는걸 찾아가며..
그게 안된다면 세상엔 슬픈 <사이>가 너무 많아요...

가을산 2006-07-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능한 같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이 또 사는 재미 아닐까요? ^^ 음... 희망 사항일까요?

비로그인 2006-07-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모든 걸 너무 잘 아시기 때문에 결혼하시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
(정곡을 찌름)

해리포터7 2006-07-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저씬 삼성라이온즈 광팬입니다. 그래서 4월부터 저희집 TV는 야구만 합니다..이렇게 1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제가 야구룰을 잘 아느냐 아닙니다..몇년전에 그래도 같이 봐줘야 겠다 싶어 같이 앉아서 보다가 자막에 땅콩 뜬콩이 보이길래 자기야 저개 뭔소리래? 했다가 집에서 쫒겨 나는줄 알았습니다. 땅볼과 뜬공을 모르다니.니가 진정 나랑 산거 맞냐구?흑흑..하지만 저두 할말은 있다구요..재미없는걸 어쩌란말입니까? 그러는 남푠님은 애드가 앨런포우가 월매나 슬픈시를 남겼는지 아시냐고욧!쳇!이상 취미가 쪼끔다른 해리퍼터네 집풍경이었습니다.

모1 2006-07-1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보면...같은 취미가 있으셨으면 하긴 합니다...주말에 서로 핀트가 안 맞는 모습을 보면요..

마태우스 2006-07-16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너무 같은 취미면 그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해리포터님/땅콩과 뜬콩...호호. 정말 멋지십니다. 갠적으론요 해리포터님의 취향을 전 더 좋아해요. 전 앨런 포우가 슬픈 시를 남겼단 사실을 지금사 알았습니다.
고양이님/어맛 고양이님 하시는 일 잘되시길 빌겠습니다(무슨 뜻인지 아시죠?^^)
가을산님/맞아요 그런 게 사는 재미죠...
건우님/전 차이를 인정하죠. 제가 말한 건 그게 아닌데...ㅠㅠ
산사춘님/억울해요 제가 그런 전제를 했다니....................
주드님/여자분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극장에.
아프님/딱 아프님 취향이더군요^^
로쟈님/님의 댓글을 볼 때마다 황송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게다 내공 때문인 듯...^^감사합니다!
메피님/제가 쓴 맞춘다는 표현은 '견딘다'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었네요
배혜경님/그니까 제 말은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말하는 거랍니다. 글구 습도가 넘 높아서 짜증나요!! 지하철 역까지 걷는 것만으로 몸이 흠뻑 젖어버리고...잉..
기인님/자상하시군요 멋진 애인 화이팅.


 

 

 

 

 

다들 하니까 저도 해봅니다. 오래전에 했던 버전이라 식상하시겠지만... 봐주셔요

알라딘은...


동물원이다!

 

 


알라딘 동물원의 하루를 한번 보시겠어요?

먼저 우리에 계시는 분들. 파란여우님이 계시고, 판다님과 고양이님, 토깽이탐정님, Kitty님이 계시죠.

스텔라 차를 타고다니며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로쟈, 원래 먹이 담당인 플라시보님이 출산휴가를 가서 대신 주고 있습니다.

먹는 시간이 이들 동물의 플레져입니다.

아이디상 인간인 척해도 이미지는 동물인 분들이 몇분 있습니다. 야클님은 네모코를 가진 고양이, 저는 말이구요, 가을산님은 표범, 싸이런스님은 부리가 큰 딱따구리라는 게 밝혀진 바 있지요.

다이어트에 전념하는 기인이 갇혀있는 우리도 인기 코너죠.

‘곰’은 ‘수암’에서 살고, 날개달린 동물이 사는 ‘비자림’엔 ‘연두빛나무’와 ‘난티나무’ ‘책나무’가시장미가 울창합니다.

세실이라는 식당에선 물만두를 팔고, 반찬은 깍두기, 디저트로 ‘실론티’와 ‘딸기’가 나오죠.


발마스라는 스님 한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자비심을 전하고, 이마에 진주를 붙인 스윗매직이 마술로 ‘수선’과 ‘Kel’을 현혹시키고 있네요.

그 옆에선 어린이 치카가 "푸하" 하고 울고 있고, 아영엄마가 울보라고 치카를 놀립니다. 그 뒤에는 아프락사스라는 분이 누군가가 벗어놓은 낡은구두와 바람구두를 쓸어담고 있네요.^^

호수에선 ‘날나리난쟁이해적’이 살고, ‘메피스토펠레스’가 ‘배꽃’ 속에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중이군요.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한 로드무비가 상영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 클리오님이 깐따삐야를 외치며 돌아다닙니다.

벤치에선 진우맘님이 ‘올리브’를 바르면서 ‘달콤한 책’을, 박예진님은 그 옆에서 해리포터 7권을 보고 계시네요.


동물원에도 달이 뜨면 ‘달밤’이 되고, 새벽별이 떠서 ‘스타리 스카이’가 되면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합니다. 구름낀 날이면 반딧불을 볼 수도 있구요, 하늘바람과 돌바람이 불고, 검은비나 단비, 실비나 보슬비가 섞여서 내리는 ‘다우’한 날이면 평범한 여대생과 라일라가 매너있게 산사춘을 마시고 있지요.


배혜경님은 동물원 사장, 그를 수행하는 젊은이가 로렌초의 시종, 전호인님은 운전기사, 짱구아빠님은 집사랍니다. 주드님은 총지배인이구요.

‘사야’와 ‘수니나라’가 동물원 뒤에서 드팀전을 일구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은 말하죠.

“모원가 야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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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7-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 말이 글도 썼어!!! =3=3=3

2006-07-13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7-1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문에 냅시다!!! 제보해야쥐=3=3=3

마늘빵 2006-07-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가 말을 하네 =333

ceylontea 2006-07-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유쾌한 글이네요.. ^^ 말이 글도 잘 쓰지..ㅋㅋ

Mephistopheles 2006-07-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깔깔....아무리 음모를 꾸며도 마태님에게는 금방 들켜버리네요...^^

이매지 2006-07-1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끼워주세요. ㅠ_ㅠ ㅋㅋㅋㅋ
그나저나 저기 나온 알라디너는 몇 분이나 될까요? (세어보기 귀찮은 ㅋ)

달콤한책 2006-07-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미쵸^^

조선인 2006-07-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은 덩치가 있어 배꽃에 못 숨을텐데. =3=3=3

진/우맘 2006-07-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후~ 여전히 진우맘을 잊지 않고 있는 순정파 마태우스님~ 싸랑해 줄게요~~~~^^

플로라 2006-07-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재치백배 글로 저의 하루를 일궈주시니, 그저 존경...ㅎㅎ

비로그인 2006-07-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에 혹한 Jude]열한번째 추천은 접니다. 흐흐..

해리포터7 2006-07-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태우스님 훌륭하신글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신기에 가깝습니다^^ㅎㅎㅎ
당연히 추천은 해야겠죠?ㅎㅎㅎ제이름이 참 적절히 쓰여졌군요.ㅋㅋㅋ

비로그인 2006-07-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역시 마태님이십니다.

stella.K 2006-07-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추천 안 할 수 없는 페이퍼입니다. 마태님의 저 재치와 센스! 으~ 마태님, 좋아해요! ㅋㅋ

다락방 2006-07-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추천 한방 눌러주시고 갑니다. 헤헷 :)
점심은 맛있게 드셨어요?

깐따삐야 2006-07-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이름 찾기 같아요. 즐겁게 잘 봤습니다. ^^

프레이야 2006-07-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유머감각은 따를 자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이상 동물원 사장의 한 마디~

전호인 2006-07-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웃음을 주시는 군요.
어라!!
말이 말을 막하니 말문이 막히네........... ㅋㅋㅋ
말문이 막혔으니 마굿간에 들어갈 일이 큰일이로세!!!
비는 오는데........

Mephistopheles 2006-07-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알집으로 압축하면 가능합니다....

sooninara 2006-07-1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둥물원...대박이네요^^

하늘바람 2006-07-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불고 있군요^^ 헤헤 동물원 멋져요

야클 2006-07-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님은 유머의 지존이십니다. 주말에 동물원에서 만나요.

werpoll 2006-07-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진짜 동물원이네요! ㅋㅋ 마태님 짱좋아요~ ㅋㅋ

모1 2006-07-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정말 멋진 동물원(?)이군요. 앞으로도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어요.

moonnight 2006-07-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사랑이 넘치는 알라딘 동물원이군요. 역시 훌륭하십니다. 추천. ^^

플레져 2006-07-1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드디어 적절하게 쓰였군요 ^^

날개 2006-07-1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다보니 보고싶은 사람들이 많군요...^^

비자림 2006-07-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대단한 마태우스님!!!!!!!!!!!
제 이름도 올라 가 영광이옵나이다.

sweetmagic 2006-07-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 깜찍하신 글이옵니다~


로쟈 2006-07-1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품삯은 누구한테 받는 거지요?..

기인 2006-07-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진짜 다이어트에 전념하기 위해서 우리에라도 들어가야겠어요. 오늘 또 술 마시고 와서 쓰는 댓글입니다;;; 추천하고 퍼갑니다. :)

마태우스 2006-07-1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과분한추천 감사합니다. 우리에 들어갈 사람은 바로 저 같은데요^^
로쟈님/아무래도 사장이신 배혜경님이겠죠^^
스윗매직님/님의 깜찍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비자림님/님이 더 멋진 걸 쓰셨더이다^^
날개님/그렇죠? 특히 깍두기님이 그리워요 전...앗 날개님 뵌지도 오래되었군요
플레져님/앞으로 신경쓰겠습니다....
달밤님/다 달밤님 덕분입니다...
모1님/맨 마지막에 나오는 '모원가'가 님을 뜻하는 거 아시죠??? 제 딴엔 신경썼어요^^
토깽이탐정님/어머머 저 좋아하면 안되는데...^^
야클님/저번에 만났던 타조우리 앞에서 봐요
하늘바람님/바람님이 꽤 많으시더라구요...
수니님/다 수니님 덕분이죠 호홋
전호인님/마립간에 말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네요. 마립간님께 심심한 사과를.....
배혜경님/사장님께 충성할께요 사료 좀 많이 주세요 말 드림
깐따삐야님/하핫 그게 제 컨셉이죠^^
다, 다락방님/우리의 친분으로 보아 님이 빠졌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데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군요 ㅠㅠ
스텔라님/앗 토꺵이팀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흐흠,줄 서세요^^
여대생님/제 서재에 오셔서 댓글에 퍼가는 영광까지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해리포터님/이 글이 이토록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주드님/님의 추천에 감사드리옵니다. 열심히 할께요!!
플로라님/어머 님이 빠졌군요 죄송해요 그때 인사까지 나눠놓고선....제가요, 서재순위 검색하면서 빠진 분이 있는지 봤는데 역시 전 안돼요...ㅠㅠ
진우맘님/다시 활동하시는건가요? 왕년의 스타에서 지금은 네티즌이 되어버리신 게 맘이 아픕니다...
조선인님/두분이서 해결하시어요^^
달콤한책님/헤헤헷.
이매지님/'이미지'를 '이매지'로 했어야 했는데...제 불찰입니다. 꾸벅.
메피님/원래 마태우스가 탐정이어요^^
실론티님/제가 그래서 독특한 말 아니겠어요^^
아프락사스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물만두님/만두님,제 마음아시죠???^^
속삭이신 분/앞으로는 댓글로도 자주 뵈야 해요 아셨죠???? ^^
치카님/이제 그만 우세요!!


산사춘 2006-07-1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멘트까정 계속 웃기십니다.

balmas 2006-07-1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시 한번 3류소설의 열풍이 불어닥칠 것인가? ^^
3류 소설 좀 써주세요. ㅎㅎ

모1 2006-07-1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죠. 알라딘 동물원에 저도 들어가있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06-07-1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휴, 전 또 모르시면 어쩌나 했어요^^
발마스님/그, 그게요...아이디어가 없어서요......글구 여건도 없다는...
산사춘님/어맛 그래요? 님께 받는 칭찬이 가장 기쁘답니다
 

 

 

 

 

 

일시: 7월 11일(화)

마신 양: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

장소: 별궁식당


안국역에서 누굴 만나기로 한 적이 있었다. 약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탓에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헤매고 다니다, 맛있을 것 같은 식당 한곳을 발견했다.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길눈도 어두운 내가 어떻게 그곳을 찾았을까 지금도 신기한데, 그 이후부터 근처에서 약속이 있으면 대개 그곳으로 안내한다. 그 식당의 이름은 별궁식당, 보쌈이 맛있고 청국장이나 된장찌개가 죽여주는 곳인데, 위치는 후미지지만 맛이 좋은만큼 사람도 늘 바글거린다.


사실 식사장소를 정하는 건 나름대로 스트레스다. 맛있으면 본전, 맛없으면 원망을 들으니 말이다. “난 아무데나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더 까다로운 법이고, 어디갈래,라는 질문을 해서 제대로 답변을 듣기가 힘든 것도 서로들 그런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다. 하지만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도 ‘별궁식당’에 간다면, 그래서 보쌈과 청국장을 시킨다면 칭찬을 들을 수밖에 없다. 충청도에서 올라오셨다 인천으로 가신 귀인도 거기서 모셨고, 미녀 한분과 곰님을 만난 어제도 그곳으로 모셔 칭찬을 들었다. 과장을 하자면 이렇다. 무인도에 갈 때 세가지만 가져가라면, 난 미녀 둘과 더불어 별궁식당을 선택할 거다.


그와 대조적인 곳이 홍대 앞 ‘어심’이라는 회전초밥집이다. 물고기의 마음이라는 간판과 달리 적당히 만들어서 팔아먹으면 된다는 탐욕스런 마음이 느껴지는 곳으로, 며칠 전에 한번 갔을 땐 녹차를 제외하곤 어느 것도 맛이 없었다. 그날만 그랬는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큰맘 먹고 그곳으로 인도한 내 선택을 사흘간이나 후회할 정도였고, 웬만해선 안그러는데 나올 때 쪽지 한 장을 써서 테이블에 놓고 왔다.

“생선초밥은 영 엉망이었고, 튀김은 간이 전혀 안되어 있었으며, 마끼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마구 만든 것처럼요...”


물론 그집만 그런 건 아니다. 오늘 저녁, 영화와 영화 사이의 한시간 동안 밥먹을 곳을 찾다가, 피카디리에서 종로 쪽으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30미터 쯤 간 곳에서 ‘호야’라는 분식집을 발견했다. 겉보기에 깨끗해서 들어갔는데 이게 또 그렇게 엉망일 수가 없다. 라면이 먹고 싶어서 3000원짜리 뚝배기 라면을 시켰는데, 스프를 넣다가 절반쯤 흘렸는지 싱겁기 그지없다. 면발도 덜 익었고. 난 라면이 식당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요리 못하는 사람도 라면은 잘 끓인다. 조리법이 너무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근데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어찌 라면을 그따위로 끓일까. 참다못해 종업원을 불렀다.

“라면이 너무 싱거워서 못먹겠어요. 고춧가루나 간장 좀 주실래요?”

내가 그러면 “다시 끓여드리겠습니다”는 말은 못해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종업원, 아무 말 없이 주방에 갔다가 고춧가루를 가져와 테이블에 탕 놓는다. 고춧가루를 쳐도 쳐도 싱거움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중엔 내가 열을 받아서, 병에 든 고춧가루를 몽땅 넣을 생각을 했다. 맛대가리가 없는 우동을 먹던 앞자리 미녀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거다.


정리하면 이렇다. 종로에서는 ‘호야’를 조심하고, 홍대앞에선 ‘어심’을 가선 안된다. 대신 안국역 근처라면 꼭 별궁식당을 가자. 거기 가면 용왕이 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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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7-1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청국장 먹고 싶어지네요 ㅠ_ㅠ

starrysky 2006-07-1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별궁식당의 청국장 매우 땡깁니다. 안국동 쪽이랑 별로 안 친하지만 앞으로 친해질 기회를 마련해봐야겠네요.
그리고 홍대 앞 어심은.. 물고기도 사람도 별로 발 디딜 곳이 못되죠. -_-

마노아 2006-07-1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로 호야 알아요. 게다가 거기 선불 받죠? 늘 불친절하고 맛도 없어요ㅡ.ㅜ

이리스 2006-07-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리는 못하지 않지만 라면은 참 못끓여요. -_-;;

ceylontea 2006-07-1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국역 근처 별궁식당... 가보고 싶어요...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히.. ^^

한솔로 2006-07-1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궁식당, 회사 사람들이 점심 먹으러 가는 가장 선호하는 식당이죠. 제가 아는 분께 소개했더니 여태 서울에서 먹은 음식 중 다섯손가락에 들 정도다, 라고까지 하셨지요^^ 최근 1000원 올라, 6000원.

기인 2006-07-13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인도 갈 때 가져가시는 '것'이 미녀 둘과 별궁식당이라니요. ^^ 역시 마태우스님의 비유법은 일가를 이루신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번 연구를 해 봐야겠어요. 저는 박사논문 주제는 '유머'로 할까 합니다. 진짜로요. ㅎㅎ

달콤한책 2006-07-1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리 못해요...요리하는데 취미가 없지요. 가정주부가 이래서 원...
그래서 식당에 들어가 나보다 음식 못한 집이면 배로 화가 납니다. 나보다 못하는 주제에 식당을 해서요 ㅋㅋ

2006-07-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때 뵌 그 미녀님의 아이디명은 무언가요? 2. '식객'은 별로였나부네요 ㅜㅜ 3. 담번에는 탁구 한판 치시죠!

마태우스 2006-07-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책님/주부라고 다 요리 잘해야 하나요. 책 잘 읽고 서재질 잘하는 것도 좋은 주부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즉 자기 취미가 있는 주부는 좋은 주부다...^^ 하여간 맛없는 식당은 범죄예요!
기인님/유머 연구라, 그거 좋은 주제입니다. 현대 사회의 최대 화두가 유머 아니겠어요. 탁재훈의 순발력도 꼭 연구해 주세요
한솔로님/아아 님은 아시는군요.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구요. 그럼요.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요.
실론티님/안국역 1번출구로 나가서 오른쪽 골목길, 창덕여고 가는 길로 가다가 별궁1길이라는 조그만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거기만 찾으면 그담부턴 길따라 가면 되요^^
낡은구두님/라면이 어려운 음식이라는 걸 갑자기 깨닫는다는...^^
마노아님/아앗 맞습니다. 선불까지 받죠... 불친절하고 맛없고...위치가 좋아서 돈버는가봐요. 피해자 모임 함 해야겠네요
스타리님/오랜만입니다. 역시 청국장 얘기를 해야 님이 발걸음을 내딛어 주시는군요. 어심을 아신다니 반갑습니다. 거기 진짜 문제 있죠....??
이매지님/여느 청국장은 아니되어요 별궁 청국장을 드시어요

마태우스 2006-07-1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꼭 기억해 주시어요^^ 제 소개로 왔다고 하면 서비스 주는 거 없답니다^^
곰님/그분은 아이디가 없습니다^^ 글구 식객은 별루였다는 게 아니라 오뎅탕밖에 안먹어서 판단을 유보하는 거구요 탁구라....호호. 저 탁구 기본은 됩니다

Mephistopheles 2006-07-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 두명과 별궁식당...거긴 더이상 무인도가 아니라 지상낙원이겠군요...^^

건우와 연우 2006-07-1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국장맛이 제대로인집을 못찾아 집에서 콩삶아 띄워 먹었는데, 별궁식당 기대가 되네요...^^

ceylontea 2006-07-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녀올게요.. ^^

모1 2006-07-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런데..생각해보면 마태우스님글에서 미녀는 안 빠지는 것같아요. 갑자기...생각났음..하하...

oldhand 2006-07-1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심은 저도 가 본 적 있습니다. 안국역 동네에서 4년이나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별궁 식당은 본 적이 없네요.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지?

싸이런스 2006-07-1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사이 술 많이 줄이셨다고 생각했는데 말의 효과였나보네요. 작년 이맘때랑 비교해보니 그 횟수에 큰 차이가 없으시네요?

OTL 2006-08-1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라면 제일 좋아하는데 거기는 구역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