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저자가 그 김병준일까요?
제가 요즘 신문을 통 못봐서 몰랐습니다만, 김병준 교육부총리 때문에 말이 많더군요. 그를 변호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관행이라고 우기는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변호하겠다는 게 아니냐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네요^^
첫째, 논문표절.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출처도 안 밝히고 인용해 다른 잡지에 게재를 한 사건을 말합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잡지에 게재를 하는 게 원칙이며, 대부분은 박사학위 취득자에게 1저자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교수 중에는 “내가 시켜서 한 거니 네 소유권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김 교수가 그런 경우인가 봅니다. 물론 그러면 안되고, 나쁜 짓입니다. 근데 김교수가 워낙 급했나 봐요. 인문 쪽은 모르겠지만 자연과학 쪽에서 단독논문이 나온다면 그건 승진을 해야 하는데 업적이 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그래도 박사학위 논문을 빼앗는 건 정말 드물지요.
둘째, 중복게재. 논문을 잡지에 싣고, 똑같은 걸 다른 잡지에 투고한 행위를 말하죠. 이거 아주 질 나쁜 범죄입니다. 문제는 다른 잡지의 기준이겠지요. 학교마다 ‘xx대 논문집’이라는 게 있는데요, 그게 ‘잡지’로 분류되지 않는 학교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논문집이라는 건 교수들이 어떤 업적을 냈는지 모아놓은 거기 때문에 이중게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죠. 국민대 역시 그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요.
셋째, 같은 논문을 재탕해 두 번이나 연구비를 타내는 거, 어찌보면 굉장히 나쁜 일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논문 나간 것들 보면 연구비 지원기관이 두군데인 것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6개월 전에 나간 논문을 추후에 선정된 BK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한 것 역시 보는 사람 시각에선 이해가 안가겠지만, 실제 연구계에서는 논문 한편 나간 걸 이리저리 다 써먹고 그런답니다.
물론 투명하게 하면 좋겠지만, 연구계라는 곳이 말처럼 깨끗한 곳은 아니지요. 거기 몸담고 있는 분들이라면 대충 그러려니 하지 않을까요? 이런 건 있습니다. 교수 승진 규정이 그리 까다롭지 못해, 저같이 모자란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수는 별 어려움 없이 승진 규정을 채웁니다. 그런데 김 교수가 박사논문을 가로채는 등 무리를 해서 논문점수를 채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평소에 연구 같은 데 관심이 없어서겠지요. 그럼 김 교수는 뭘 했을까요? 신분만 교수지 사실은 정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교육부총리 같은 데 임명이 되고 그러는 거겠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교수라는 직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년도 쓸데없이 길고, 일부 열심히 하는 분들을 빼면 업무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조교가 뭐든지 다 알아서 해주니까요. 게다가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존경을 받고,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교수만 해먹고 은퇴해도 아주아주 행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왜 욕심을 내서 정치권에 줄을 대고, 교육부총리나 장관 같은 걸 하려는 걸까요? 김병준 씨를 보시면 알겠지만,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일도 보통 사람이 보면 말도 안되는 희한한 일이 되고, 그래서 욕을 바가지로 먹지요. 부총리서 물러나 복직된다 해도 학생들이 그를 어떻게 보겠어요? 그러니 자기 연구할 거 잘 하면서 권력욕을 부리면 좋겠지만, 그걸 둘 다 하는 게 어디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그리고 대학 내에서 정치를 잘한다고 해봤자 별 게 아닙니다. 전 서울대 총장인 이수성 씨는 평소 마당발로 소문난 준 정치인이었지만, 막상 정치판에 뛰어드니까 아주 순진한 축에 속하잖아요. 명예롭게 은퇴할 수도 있던 사람이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데요.
죽어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제가 무슨무슨 장관이 된다고 쳐봐요. 전 공격받을 게 얼마나 될까요? 다른 것도 많이 있지만 연구 쪽에 집중한다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에 교수님이 제 이름을 넣어 준 경우가 두 번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은 절대로 알아낼 수 없는 일이지만요. 김병준 씨에 비하면 너무 깨끗하죠? 하지만 내년에 잘릴지도 모른다는 거~~ 가늘고 길게 살고픈 게 바로 전데,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