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쯤 전 얘기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전에 낸 책을 읽었으며, 거기서 문제삼은 건강식품에 대해 방송을 내보낸다고
자문을 해줬으면 했다.
외모가 안되서 TV 출연은 안된다고 했더니 걱정 말란다.
약속한 시각에 SBS에 갔고-거기서 박소현을 보는 수확을....-
대략 50분 정도 얘기를 했다.
녹음을 하기에 가만있었더니
조금 있다가는 카메라 스위치를 켠다.
이것들이 왜 이러지 싶어 항의했다.
“그냥 찍는 겁니다.”
얘기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작가가 말한다.
“저, 오늘 찍은 거 몇 장면만 내보내도 될까요?”
안된다고 할 걸 괜히 “에이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났더니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내가 카메라 고발 같은 거에 나와도 “우리 아들 나온다”고 동네 방네 소문을 내고,
내 이름이 신문에 났을 때면 가판대를 돌면서 열부 정도를 사시는 어머니.
간만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기회였다.
게다가 이번 프로는 좀 지명도가 있지 않는가.
하지만 너무 확신있게 말씀드리면 일주일 내내 전화만 하실까봐
엊그제쯤 살짝 얘기해 드렸다(방영날짜는 오늘이었다)
“나올지 안나올지 확실히 모르니 친한 사람 몇 명한테만 얘기해요.”
그럴 엄마가 아니란 건 원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그 사흘간 내내 전화를 걸었고
오늘도 밤 9시부터 2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을 깨워 가면서 “TV 꼭 봐!”를 외쳤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난 점점 불안해졌다.
혹시 안나오면 이게 무슨 망신인가.
프로가 시작되었다.
난 초연한 척 러닝머신을 했다.
가운 입은 의사도 나오고
홍혜걸도 나왔다(얘는 서너번은 나온 것 같다)
홍혜걸이 한 말이 내가 했던 말과 겹친다는 게 불안했지만
“연구는 선입견이 어느 정도 작용하니 너무 믿지 마라”는 나만의 멘트가 있었기에
그리 걱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30분이 지나자 초조해진 나머지 더 이상 러닝머신을 할 수가 없었다.
“초반에 나왔으면 안심하고 볼텐데 왜 이리 뜸을 들여?”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엄마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엄마는, 포기를 잘하는 우리 엄마는, 안나오면 어쩌냐고 떨기 시작했다.
다시 홍혜걸이 나오고, 아까 그 의사가 나왔다.
또 다른 사람이 나오고.... 마지막에 박상원이 마무리 멘트를 했을 때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왜 안나오냐?”는 항의성 전화일 건 뻔했다.
방으로 들어와서 슬픈 가슴을 혼자 달랬다.
난 왜 편집되었을까.
그날 난, 모자를 쓰고 갔고 인터뷰도 그런 상태로 했다.
면도도 사흘이나 안한 상태였다.
그런 외모적인 문제가 있었고
멘트도 그렇게 독창적이지 못했다.
똑같은 말을 하면 지명도가 있는 홍혜걸을 내보내는 건 당연하고
나보다 잘생기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내보내는 것도 이해할 법했다.
편집되었는지 여부를 미리 알아보지 못한 건 나의 실수고,
못참고 엄마한테 말해버린 것도 내 잘못이다.
아무한테도 말을 안한 난 고생할 일이 없지만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엄마는 “남편까지 깨워서 봤다”는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친구들의 조소에 직면해야 한다.
엄마, 힘내세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