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
김종광 지음 / 열림원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김종광이란 작가를 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러 유치하게 만든 듯한 표지와 책날개에 실린 작가의 선한 웃음은 나로 하여금 <첫경험>을 읽게 만들었다. 맹세컨대 난 <첫경험>이란 제목에서 어떤 성적인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가 "너 요즘 야한 책 읽는구나?"라고 얘기했을 때 비로소 난 '아, 이게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첫경험>은 이미 여러 편의 책을 펴낸 중견 소설가 김종광이 자신의 대학시절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비유를 하자면 <배트맨 비긴스>에 가깝다고 할까? 하지만 배트맨 비긴스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어야만 하는 사연을 꽤 설득력 있게 그려놓은 반면, <첫경험>은 저자가 술과 방탕에 빠졌던 젊은날의 기록을 책으로 옮긴 무용담에 불과하다. 왜, 이런 거 있잖은가.

"난 말야, 학생 때 늘 새벽 서너시까지 퍼마셨지. 아침 수업은 들어간 적이 없고. 참, 기숙사에서 고스톱 치다가 쫓겨나기까지 했어. 어머니가 사준 시계 맡기고 당구도 치고, 가게에서 술 훔쳐오다가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어때? 나 정말 대단하지 않아?"

이런 얘기를 한번 이상 듣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내용상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었으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분당 1장을 넘지 않았다.

'이왕 읽기 시작한 책은 끝장을 본다'는 내 신념이 아니었다면 다 읽기가 힘들었을텐데, 더 안좋았던 건 인터넷소설처럼 주인공 이름이 '곰탱' '활짝꽃' '척척보이' '바위공' 이런 식이라는 거다. 난 도대체 이게 왜 책으로 나와 내게 읽혔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는 넌 잘쓰냐? 넌 이보다 더한 책도 썼잖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평론가는 이명원 씨다. 이인화의 말도 안되는 이상문학상 수상에 항의하며 '우상화한 권위에 정을 박아라'라는 멋진 글을 쓰기도 했던 그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웃음에도 사회적 맥락이 개입된다면, 그의 웃음은...짙은 허무를 동반하고 있는 소극적 아이러니에 가깝다....곰탱의 슬랩스틱에 가까운 삶의 소극이 오히려 기막힌 서늘함을 뿜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이 책에서 읽어낸 사회적 의미를 내가 해독하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역시 그가 그토록 줄기차게 비판하던 주례사 비평의 대열에 동참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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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의 개들 - 제1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땅에는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문학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문학동네 작가상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초대 수상자인 김영하 때문이다. 그가 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나를 읽는내내 몽환적이고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이끌었는데, 그 이후에도 문학동네 작가상은 박형욱과 박민규 같은 괜찮은 작가를 내게 소개해 줬다. <내 머릿속의 개들>이라는 작품을 읽게 된 건 그게 제11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어서는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문학동네 작가상에 더욱 신뢰를 갖게 됐다.


실업자인 고달수는 대학 때 친구인 마동수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이유인즉슨 자기 아내와 이혼하게 도와 달라는 거다. 마동수는 설치미술을 전공하는데, 그의 아내는 마동수에게 "너 유명해지면 나같은 거 버릴 거지?"라며 그에게 총구를 들이밀기 일쑤였고, 그 불안감을 설탕 먹는 걸로 푸느라 살이 엄청나게 쪄버린 인물이었다.

"마동수의 어마어마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숨막히고 처참하게 뚱뚱한 아내 장말희였습니다 (25쪽)."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스토리가 아니었다. 작가가 풀어놓는 말들은 하나같이 재기발랄해, 난 시종일관 웃음을 참아가며 책장을 넘겼다. 굳이 웃음을 참은 이유는 내가 책을 읽은 장소가 대부분 공공장소였기 때문인데, 이런 문구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웃음을 참았는지 스스로가 대견하다.

"세계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에너지의 끝없는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책의 핵심적인 구절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척하고 있는 우리는 누구인가?"<---마동수의 전시회 제목

"저의 은사이자 떠나간 애인의 아버지이고 동료 철학도이면서 인생 선배인 김팔봉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이 김팔봉 씨는 계속 나오는데, 늘 그럴 듯하면서 남는 거 없는 말만 한다.


책날개에 있는 사진에서 그가 만만치 않게 살아왔음을 느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자는 8년간의 시간강사 생활을 경험했단다. 아내가 출근하고 자신은 살림을 하며 글을 쓰는 생활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저자는 위트와 유머를 잃어버리기는커녕 더 날카롭게 벼려 온 것 같다.

"강사 생활을 접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게 십년 전이다. 십만 독자를 기대했건만, 역시 커뮤니케이션이란 지독하게 어려운 것임을 절감했다."

작가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긴 하지만 일단 말이 통하면 그때부터는 고속도로 아니겠어요? 저는 이제 작가님 팬이 되었습니다. 힘내시고, '사기'를 주제로 한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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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발명품 2008-07-1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몇 구절만 보더라도 상당히 재치있고 유머가 넘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책은 <공중그네>라고 한다. 나 또한 그 책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를 알았고, 뭐 재미있는 책이 없냐고 묻는 이들에게 <공중그네>를 추천했다. 그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어서, 재미와 더불어 내 삶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책이 너무 갑자기 쏟아지면서, 이젠 슬슬 질리는 느낌이다. 어떤 작가든지 여러 권 읽다보면 식상할 수 있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경우엔 그게 좀 빨리 온 듯하다. <공중그네> 이후 읽은 어떤 책에서도 첫 책만큼의 포스를 느낀 적이 없고, 요즘엔 그의 책을 읽는 게 지겹기까지 하니 말이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그가 마흔의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한 첫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그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서둘러 번역된 듯하다. 여기서 팝스타 존은 오노 요코와 결혼한 존 레논인데, 참고로 말하면 존은 1980년 활동을 재개하기 전 4년간을 은둔 상태에서 보낸다. 소설가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건 이 대목으로, 저자는 그 4년간 존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구성해 낸다.


이 책이 아주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아쉬운 건,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게 <공중그네>류의 재미였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분신인 이라부가 나오지 않을까, 혹시 마유미짱은 나오나 이런 걸 기대했지만, 소설은 내 기대를 저버린 채 끝나 버린다. 이런 걸 보고 네이버에서는 '낚였다'는 표현을 쓴다. 맞다. 난 낚였다. 그런 정도의 상상력을 보기 위해 이 책을 고른 건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이 책은 나같은 사람을 낚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이라는 걸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썼고, 원제인 <우람바나의 숲> 대신 <수상한 휴가>라는 걸 제목으로 붙였다. '수상한 휴가', 왠지 이라부 의사가 존을 괴롭히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가?


뭐,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으니 '낚였다'는 표현은 심한 건지도 모른다. 갑자기 존 레논이 일찍 죽은 게 아쉽다. 그가 죽었을 때, 그리고 많은 여성 팬들이 따라 죽었을 때, 난 "존 레논이 대체 누군데 그래?"라고 했으니 말이다. 리뷰를 쓰면서 네이버에서 그의 노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imagine'을 계속 들었다. 들을수록 명작이다, 이매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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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8-07-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레논이 죽었다는 얘기는 언감생심, 아니, 금시초문인데요? 어제 우리 동네 화상경마 성인오락실에서 우연히 마주쳐가지고 싸인까지 받았는데.

인터라겐 2008-07-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오쿠다 히데오를 버렸어요.. ㅋㅋㅋ 잘 지내고 계시지요...

참이슬 후레쉬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락방 2008-07-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걸]을 읽으면서부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멈췄어요. 왜 인기있다 싶으면 그렇게 와장창 쏟아져 나오는건지.


저는 요즘 처음처럼을 마십니다.

최상의발명품 2008-07-0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공중그네를 읽었어요.ㅎㅎ
책 많이 안 읽는 제가 읽은 책이름이 나와서 무지 반갑네요.
이라부도 반갑구!
팝스타존의 수상한 휴가라는 제목이 참 끌리긴 하는데요.
저는 이상하게 일본 작가들은 빨리 질리는 거 같아요.
오랜만에 뉴가 뜨니 참 반가워요 마태님!

순오기 2008-07-03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까지는 괜찮았죠?ㅎㅎ

무스탕 2008-07-0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중그네'만' 읽었어요..
더 이상 손이 안뻗치더라구요..

진/우맘 2008-07-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 읽었는데...ㅎㅎㅎ
그래도 이 책 속 의사는 어쩐지 이라부의 전신이 아닐까 싶어서 정겹게 느껴지던걸요?
청초한 아테나 간호사도 그렇고...

오랜만입니다~^^ 저는 종종 마태님 생각을 하는데, 마태님은 까맣게 절 잊고 사십죠?

비로그인 2008-07-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테면 이런 제목 있죠, 탐 크루즈의 ***, 내지는 존 트라볼타의 ***, 이런 영화는 보지 않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한 배우의 유명세에 의존해서 영화 하나 팔아보려는 의도가 다분하고, 정작 그 배우는 단역으로 출연하든지, 혹은 영화 전체도 그 배우의 얼굴 잠시 나오는 것 제외하고는 볼 게 없다든지, 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출판계에서도 종종 이런 경우가 있나 봐요.

다락방 2008-07-03 23:19   좋아요 0 | URL
아 십년도 훨씬 전에요, Jude님.

탐크루즈와 브룩쉴즈의 영원한 사랑, 이라고 광고를 하길래 얼씨구나 봤어요. 당연히 탐크루즈랑 브룩쉴즈가 사랑하는 연인사이일 줄 알았지요. 영원한 사랑을 하는 연인이요. 그런데 탐크루즈는 브룩쉴즈의 오빠더군요. 영원한 사랑을 하는 남자주인공은 따로 있고! 윽.

비로그인 2008-07-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관한 이야기말고 오늘은 그냥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

2008-07-12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07-13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안녕하셨어요?
비밀글님/어...사정이 많이 어려웠어요.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주드님/어..맞습니다. 특정 배우를 내세우는 영화는 대개 서사가 없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런 제목을 붙이는 거겠지요.
진우맘님/어...안녕하세요 전 그런 사람이 아니어요 사실 진우맘님 생각 많이 하는데요, 저희를 버리신 건 진우맘님이잖아요!!!! 그렇게 돌아오라고 해도 외면하셔놓고선!!!
무스탕님/잘하신 것 같습니다..
순오기님/어...저 그거 안읽었는데요 남쪽으로 한번 가봐야겠군요^^
최상의발명품님/안녕하셨어요 답변이 너무 늦었지요? 일본 작가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울나라에 소개되는 작가들 중 좀 가벼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요시모토 바나나랄지....
다락방님/어..처음처럼을 드시는군요! 일행 중 한명만 처음처럼을 마시면, 결국 모두가 처음처럼을 마시게 되지요^^ 어 근데 전 <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리뷰 쓰려고 해요 지금.
인터라겐님/앗 미모의 인터라겐님이닷! 그간 안녕하셨나요? 흐음, 님은 진작에 오쿠다 히데오를 버리셨군요. 전 아직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는...
백설기리더탱님/안녕하세요. 역시나 님의 촌철살인은...^^ 너무 오랜만이라 가슴이 다 뛰네요^^ 반갑습니다!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라는 책을 읽었다. 기생충만 만지며 살긴 하지만, 출신이 출신인지라 의학 쪽 책이 나오면 관심을 갖게 된다. 아톨 가완디가 쓴 그 책은 그리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하다는 생각은 했다.


그가 낸 두 번째 책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가 나온 걸 알았을 때, 의무감에서 장바구니에 담긴 했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간 부분을 넘어서면서는 "이거 진짜 재밌다!"고 격찬을 하게 되었다. 글을 계속 쓰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책을 낼수록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아톨 가완디는 '진정한 글쟁이'라 할만하다.


이 책은 의료에 관한 여러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여자 환자를 진찰해야 할 때의 고민이랄지, 사형집행에 있어서 의사가 관여하는 경우, 그리고 의료소송에 관한 글들은 저자의 고뇌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신생아가 태어났을 때 아이의 소생 가능성을 예측해 주는 지표가 '아프가 스코어'인데, 그걸 처음으로 고안한 '아프가'가 소아과나 산부인과가 아닌, 마취과 의사라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바로 이거였다.

"헬스그레이즈라는 인터넷 회사가 있다. 17달러 95센트만 내면 어떤 의사를 고르든간에 그에 대한 평가기록을 보내준다."


지금까지 의사의 진료 수준을 측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헬스그레이즈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의사의 인적사항과 징계 여부 등,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낭성섬유증'이란 병의 치료에 대해 각 병원의 순위가 매겨진 걸 보면서, 미래에는 각 의사의 진료 수준이 점수화되어 환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행위가 평가받고 등급화된다는 것에 대해 의사들은 반발하겠지만, 모든 부문이 경쟁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의사들이라고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으로써 의사 생활을 하는 게 더 피곤한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책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이 책을 의사가 될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쟁점들은 그네들이 현실세계로 뛰어든 후 몸으로 겪어 내야 할 것들이고, 책을 읽으면서 미리 한번 생각해 본다면 대처가 용이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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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발명품 2008-07-0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희 엄마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어요.
내장에 손상을 입어서 수술을 해야될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우리 가족은 누가 수술한 번 안해봐서
칼로 배를 찢어서 연다는 게 너무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선생님 우리 엄마 어떡해요 ㅠㅠ 이러면서
불치병 걸린 것처럼 오버를 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수술 안해도 될지도 모른다고.
그럴 확률이 더 크다고 따뜻하게 얘기해주시더라구요.

저 같은 (당시) 어린애도 잘 다독여주시던 의사 선생님
지금 생각해도 무척 고맙네요.
엄마는 수술하지 않으시고 한 일주일만에 무사히 퇴원했구요.

그리고 그 병원 새로 지어서 무지무지 깨끗했어요.
동국대 일산병원인데요.
혹시 마태님 아시는 분이 거기 근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제 기억 속에는 좋은 병원으로 남아있습니다.

마태우스 2008-07-13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상의발명품님/어..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동국대일산병원 이비인후과에 제 친구가 있어요. 과를 보니 그 친구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완쾌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얼마 전 저희 병원에 오신 울학교 교수님이 전공의들이 불친절해 기분이 나빴다는데, 그 얘길 들으니까 참 부끄럽더라구요. 아파서 온 사람들한테는 친절한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한데, 제가 잘 못가르쳤구나 싶어서요....
 

외계인의 존재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저 멀리 있는 별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은

궁금증과 더불어 약간의 공포를 불러일으켰기에,

외계인에 관련된 책이나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이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외계인을 해괴하게 생긴, 공격성을 지닌 생물체로 묘사를 했다.

내가 대학 때 방영했던 <브이>라는 프로는

도마뱀의 형상을 한 외계인들이 지구 점령을 목적으로 우주선을 타고 온다는 내용이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역시 흉측한 괴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었다.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는 외계인이 곤충으로 묘사되었고,

팀 버튼의 유쾌한 영화 <화성침공>에서도 문어의 형상을 한 외계인들은 지구인에게 적대적이었다.




외계인은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깨 준 건 스필버그였다.

그는 <ET>라는 영화에서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의 우정을 그림으로써

외계인도 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 이후 나온 <맨 인 블랙>은 착한 외계인도 있고 나쁜 외계인도 있다는,

아주 지당한 얘기를 가지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꾸민 작품으로,

외계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본 것 같다.

한편 착한 외계인의 효시인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을 통해

외계인은 역시 나쁜놈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했는데,

그 20년 사이에 외계인으로부터 무슨 험한 일을 당한 게 틀림없다.




살다보면 사람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느낀다.

다만 그걸 인정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일 뿐.

엊그제 얘기를 잠깐 해보겠다.

난 아내와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내가 잠깐 다른 채널을 틀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난 원래대로 야구를 틀었다.

그리고 나서 십분도 안되어 난 리모콘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아내가 말한다.

“마지막으로 쓴 건 자기잖아!”

그렇다. 인정한다. 하지만 난 그걸 내 옆에 가만히 놔뒀다.

그게 발이 달리지 않았다면 저절로 없어질 리가 없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난 그때부터 미친 듯이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방도 몇 개 없는데 그게 대체 어디로 가겠는가.

난 아내가 모르고 자기 가방에 챙겼거나, 아니면 우리 엄마가 그러듯이 냉장고에 넣어 둔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리모콘은 나오지 않았다.

요즘 TV는 리모콘이 없으면 꺼지지도 않는지라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날 저녁,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파 밑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검은 물체의 윤곽이 드러났다.

손을 뻗어 봤더니 과연 그건 리모콘이었다.

그게 어떻게 소파 밑에, 그토록 깊숙이 들어갔을까.

게다가 난 소파 밑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었다.

그땐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그리고, 리모콘을 찾기 전에 느꼈던 이상한 기운은 무엇일까.




그보다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결혼 직후, 집에서 필요한 문구세트를 잔뜩 사왔는데

다음날 그게 없어진 거다.

온 방을 다 뒤졌지만 문구세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석달이 지나도 그게 나오지 않자 우린 문구세트의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 문구세트는, 보름쯤 전 신발장에서 발견이 되었다.

아내는 거기다 뭘 넣은 적이 없다고 하고,

나 역시 문구세트를 신발장에 넣는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안갔다.

그 중 하나인 스태플러를 살펴보니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 묻은 지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외계인을 생각할 때 우리와 크기가 비슷한 존재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외계인은, 원래 크기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보다 훨씬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네들은 리모콘과 전화기 등 전자제품을 좋아하며

그걸 가지고 놀다가 얼토당토 않은 곳에 놓아두고 도망간다.

분명히 닫았는데 창문이 조금 열려 있거나,

문 소리가 나서 누구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도 없다면

그건 분명 외계인이 다녀간 거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을 뿐이지.

아래 사진은 외계인이 우유를 가지고 만든 흔적이다.

지금까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해도 이걸 보면 믿을 수 있으리라.

외계인, 그네들은 아주 착하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다만 장난을 좋아하는 녀석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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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6-2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왜 전 그 외계인이 강아지의 형상을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까요? ㅋㅋ

무스탕 2008-06-24 09:05   좋아요 0 | URL
전 개구리요. 그것도 캐로캐로캐로~~ 하는 개구리요... ㅋㅋ

비로그인 2008-06-2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파일을 열심히 시청한 다음에는 알 수 없는 일이 나타나면 '외계인의 소행이야'라고 말하는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물건에 발이 달렸다는 말보다 훨씬 설득적이며 영향력도 있잖아요? 저와 함께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흐흐..그나저나 외계인이 만들어둔 저 자국, 심하게 귀엽습니다.

Arch 2008-06-2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외계인보다 훨씬 강력한 조카들이 있는지라 물건의 행방이 묘연해지면 애들을 꼬득일 따름입니다. 마태우스님 페이퍼 다시 또 너무 반가워요.

순오기 2008-06-2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마태님 댁의 외계인은 마구 귀여울 거 같아요.^^

최상의발명품 2008-06-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마태님 댁 외계인 귀여울 것 같아요!
우유 가지고 친 장난 ㅎㅎ
맨인블랙을 재밌게 보셨다니 저도 보고 싶어지네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인만 존재한다면 그만한 낭비가 없다는 말이 있던데
어딘가에는 외계인이 있겠죠?

웽스북스 2008-06-2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블랙홀이 있는데요
그 정체가 침대였어요

어쩐지 이녀석이 눕기만 하면 주인도 못알아보고 막 빨아들이더라니

무스탕 2008-06-2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 자체가 외계의 어느 생명체가 꾸며놓은 어항같은 장난감 인지도 모르죠 :)

레와 2008-06-2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별로 돌아가고 싶은 아침이군요! (큿~)


^^

마태우스 2008-07-0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어맛 안녕하세요!!! 님은 어느 별 출신이신지요? 참고로 저는 천왕성!
무스탕님/오오 멋진 말이네요. 다른 데 가서 써먹어도 되죠?^^
웬디양님/흠, 침대를 가장한 외계인이 집안에 있으시군요
최상의 발명품님/근데 그 우유 무늬,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제가 아무리 하려 해도 안되던데... 언젠가 외계인을 만날 날이 오겠죠 근데 그 크기가 작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오기님/호호 그래봤자 우리 강아지들만큼 귀엽진 않을 거예요
시니에님/외계인보단 조카가 더 무섭죠. 언젠가 제 조카는 리모콘을 소파 안에다 넣었더라고요 재주도 좋지...
주드님/그죠? 저게 외게인의 소행이 아니라면 저걸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꾸벅.
파비님/우리 애들을 의심하시다니, 그러심 안됩니다. 페더러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