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존재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저 멀리 있는 별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은
궁금증과 더불어 약간의 공포를 불러일으켰기에,
외계인에 관련된 책이나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이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외계인을 해괴하게 생긴, 공격성을 지닌 생물체로 묘사를 했다.
내가 대학 때 방영했던 <브이>라는 프로는
도마뱀의 형상을 한 외계인들이 지구 점령을 목적으로 우주선을 타고 온다는 내용이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역시 흉측한 괴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었다.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는 외계인이 곤충으로 묘사되었고,
팀 버튼의 유쾌한 영화 <화성침공>에서도 문어의 형상을 한 외계인들은 지구인에게 적대적이었다.
외계인은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깨 준 건 스필버그였다.
그는 <ET>라는 영화에서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의 우정을 그림으로써
외계인도 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 이후 나온 <맨 인 블랙>은 착한 외계인도 있고 나쁜 외계인도 있다는,
아주 지당한 얘기를 가지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꾸민 작품으로,
외계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본 것 같다.
한편 착한 외계인의 효시인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을 통해
외계인은 역시 나쁜놈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했는데,
그 20년 사이에 외계인으로부터 무슨 험한 일을 당한 게 틀림없다.
살다보면 사람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느낀다.
다만 그걸 인정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일 뿐.
엊그제 얘기를 잠깐 해보겠다.
난 아내와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내가 잠깐 다른 채널을 틀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난 원래대로 야구를 틀었다.
그리고 나서 십분도 안되어 난 리모콘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아내가 말한다.
“마지막으로 쓴 건 자기잖아!”
그렇다. 인정한다. 하지만 난 그걸 내 옆에 가만히 놔뒀다.
그게 발이 달리지 않았다면 저절로 없어질 리가 없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난 그때부터 미친 듯이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방도 몇 개 없는데 그게 대체 어디로 가겠는가.
난 아내가 모르고 자기 가방에 챙겼거나, 아니면 우리 엄마가 그러듯이 냉장고에 넣어 둔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리모콘은 나오지 않았다.
요즘 TV는 리모콘이 없으면 꺼지지도 않는지라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날 저녁,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파 밑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검은 물체의 윤곽이 드러났다.
손을 뻗어 봤더니 과연 그건 리모콘이었다.
그게 어떻게 소파 밑에, 그토록 깊숙이 들어갔을까.
게다가 난 소파 밑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었다.
그땐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그리고, 리모콘을 찾기 전에 느꼈던 이상한 기운은 무엇일까.
그보다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결혼 직후, 집에서 필요한 문구세트를 잔뜩 사왔는데
다음날 그게 없어진 거다.
온 방을 다 뒤졌지만 문구세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석달이 지나도 그게 나오지 않자 우린 문구세트의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 문구세트는, 보름쯤 전 신발장에서 발견이 되었다.
아내는 거기다 뭘 넣은 적이 없다고 하고,
나 역시 문구세트를 신발장에 넣는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안갔다.
그 중 하나인 스태플러를 살펴보니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 묻은 지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외계인을 생각할 때 우리와 크기가 비슷한 존재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외계인은, 원래 크기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보다 훨씬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네들은 리모콘과 전화기 등 전자제품을 좋아하며
그걸 가지고 놀다가 얼토당토 않은 곳에 놓아두고 도망간다.
분명히 닫았는데 창문이 조금 열려 있거나,
문 소리가 나서 누구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도 없다면
그건 분명 외계인이 다녀간 거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을 뿐이지.
아래 사진은 외계인이 우유를 가지고 만든 흔적이다.
지금까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해도 이걸 보면 믿을 수 있으리라.

외계인, 그네들은 아주 착하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다만 장난을 좋아하는 녀석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