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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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여자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읽던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을 뺏어 읽은 아내는 저자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작가가 여자를 잘 알 수가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아내의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나 <언니의 폐경>이 그러했다. 거기 나오는 묘사들이 너무 세밀해, 원래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는 내 독서습관을 약간 수정해야 했다.


꼭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선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책은 재미있는데 왜 그럴까를 책을 덮고 난 뒤 한참을 생각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 책이 인간들의 비루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라는 것. 아내가 암으로 죽어가는 동안 남편은 젊디젊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고, 아버지가 암인데 사업을 한다는 아들은 아파트를 욕심낸다.

"장례 때 언니의 아들들이 상주 노릇을 하느라고 문상객들을 맞는 동안에 시댁 사람들이 와서 부의금 봉투를 모두 걷어갔다고 했다.....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언니의 두 아들이 시댁 조카들을 붙잡고 부의금 절반을 내놓으라며 드잡이를 했지만 (248쪽)."

이런 내용이 불편했던 이유는 우리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젊은 시절이었다면 별 생각없이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삶의 경험이 쌓인 지금이니 그런 내용들이 불편한 거다. 홍상수의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훈의 문체를 극찬한다.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김훈의 문체는 참으로 멋지다. 이런 식이다.

"하루 종일 방구석에 앉아 있었다."

"바다는 바다였고, 땅은 땅이었다."

이 책도 이런 장엄한 문장들이 몇 개 보인다. 읽다보면 그의 문체를 따라하고 싶어진다. 인터넷에 글을 쓰면서 그의 스타일을 모방해 보지만, 내 모방은 참으로 어색하다. '모방'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요즘 내가 읽는 책은 미미여사의 <모방범>이다. 그 책을 집어든 걸 요즘은 후회한다. 책이 세권짜리고, 각 권마다 500쪽이 넘는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눈코 뜰 새가 없는데, 그 책이 너무도 재미있다보니 틈만나면 읽고싶어 죽겠다는 거다. 일이 많으신 분들, <모방범> 읽고 싶어도 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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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8-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은 별로 없는데 모방범이 없어요.흑흑 저도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08-08-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 정말 재미있죠? 저도 괜히 집어 들었다가 새벽까지 읽곤 했어요. ㅎㅎ

저도 이 『강산무진』에서는 언니의 폐경이 가장 좋았어요.
:)

비로그인 2008-08-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깃, 모방범.

김훈의 문체는 김훈만의 것 같아요. 담백함이 지나쳐 강건해 보인달까요. 그것이 남들이 말하면 맹숭거릴텐데 김훈이 말하면 그 양반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숨을 훅, 들이쉬게 된단 말이지요. 하지만 전 마태우스님의 문체가 더 좋습니다. 감정의 꾸밈과 가감이 없이 솔직하고 깔끔한 문체여요.

^^ 2008-08-20 17:2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쥬드님 말씀에 이하동문하는 1인^^

웽스북스 2008-08-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 재밌어요 흐흣 ^_^

전 강산무진에서 화장이 제일 인상적이면서도 화장이 제일 불편했어요
그리고 더는 김훈을 읽지 말아야지, 뭐 이런 생각도 했더라는

저도 마태우스님의 문체가 더 좋은걸요

마태우스 2008-08-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제가 모방범 광고를 만든다면; 파비님한테 모방범을 선물한다--> 다락방님이 파비님한테 문자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가르쳐 준다--> 파비님은 괴로워한다--> 그때 주드님이 모방범을 빼앗는 거죠!^^
다락방님/아아 님은 제가 읽은 책을 거의다 읽으셨군요!!
주드님/오오 정말 멋진 표현이십니다. 숨을 훅 들이쉬게 된다는... 글구 문체 얘기는...감사하긴 하지만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 밑의 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문체를 갈고 닦겠습니다^
웬디양님/님도 모방범 읽으셨군요. 음, 화장은 좀 그렇죠? 인륜에 어긋난 거라 그게 현실이라 해도 많이 불편했어요. 글구...열심히 하겠습니다 꾸벅.
 
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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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 모 선생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잠깐 방심한 틈에 아내가 그 책을 집어 읽기 시작했다. 달라고 했다.

"싫어! 내가 먼저 읽을 거야."

할 수 없이 책장 앞으로 간 난 별 생각 없이 책 한권을 집었다. 일이 되려고 그러는지 그 책이 너무나도 재미있었기에, 난 그 책과 더불어 주말을 즐겁게 보냈다 (물론 즐거움의 일등공신은 박태환이지만).


다들 아는 설명을 첨부한다면, 고미숙은 <수유+너머>라는 곳에서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시며, 최근 불어닥친 연암 박지원 열풍은 전적으로 그분 덕이다. 사실 난 저자가 '근대성'을 비롯해서 매우 어려운 말만 하는 줄 알고 그의 책을 외면했었다. 그래서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도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근데 웬걸, <괴물>을 '위생권력과 괴물의 공생관계'로 규정한 초반부부터 난 이 책에 빠져들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저자는 아주 쉽게 영화 각 장면장면의 의미를 분석해 준다. 영화잡지에서 읽었던, 난해한 평론과는 차원이 다르고, 내공이란 건 이렇듯 쉬운 말로 깨달음을 주는 거란 생각을 했다. <괴물>을 그리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지 않았던 난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많은 상징들을 담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비단 <괴물> 뿐만이 아니라 책에 나온 여섯 개의 영화들은 저자의 손을 거치면서 '명화'로 재탄생하는데, 특히 '박중훈이 나온, 좀 웃기는 영화' 쯤으로 치부했던 <황산벌>이 그리도 심오한 영화임을 알게 된 건 큰 수확이다.


영화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망설여지는 건, 책에서 다루는 영화들 중 내가 본 게 몇편 안될 것 같아서다. 다행히 난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섯편 중 <서편제>를 제외하곤 나머지를 다 봤다. 물론 <서편제>에 관한 글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이 책을 즐기기 위해선 책에 나온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밀양>, <라디오스타>, <음란서생>, <괴물>, <황산벌>, <서편제>. 이 영화들이 왜 명화인지 알고 싶다면, 영화의 한 컷이 얼마나 심오하게 배치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시라. 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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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나는 여섯 편 다 봤으니, 이 책만 읽으면 되겠군요~ 찜합니다!^^

비로그인 2008-08-12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닥 유명하진 않지만 제가 잘 읽은 영화에 관한 책은 '미술 영화 거들떠 보고서' 였습니다. 미술과 영화의 만남, 아주 케케묵은 소개글인데 어쩜 내용이 그리도 좋은지요. 그리고 아주 유명한, 그리고 제가 잘 읽은 영화 관련 책은 이동진 기자의 책들이었어요. 아, 요즘 책 표지는 기억나는데 왜 책 제목은 가물거리는지, 아직 젊은 나이라고 생각했건만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이 책도 저의 보관함에. 혹자는 우리나라에선 영화 관련 책이 안팔린다던데 이젠 좀 팔려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좋은 책들이 계속, 나오니까요.

비로그인 2008-08-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이야말로 고수의 글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말을 더 어렵게 하는 건, 다시 말해 `나 이거 몰라' 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일례로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생각이 `신비롭다'='잘 모른다'와 동일한 것이니까요. 댓글 달자마자 `아, 내가 이 이야기도 하려 했는데' 싶어 두번째 댓글을 남깁니다. 흐흐

비로그인 2008-08-1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 하셨네요.
"쉬운 말로 깨달음을 주는 것"이야말로 글쓰는 사람들이 늘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해요.
어려운 글을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글을 쉽게 써서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니까요.
저도 이 책 읽어볼게요.
추천!

최상의발명품 2008-08-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괴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환데......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때부터 반했는데, 정말 멋진 감독이에요.
배우들도 최고구요.
괴물에 관해서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궁금한데,
제일 재밌는 거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면 안돼요?^^

하늘바람 2008-08-13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거 낚이겠는거룡 님이 소개하시는 책은 전부 궁금해서요. 님의 신혼 깨소금 냄새가 부러워서 제가 자주 못온거 이해하셔요. 지투의 산물이랍니다. ㅎㅎㅎ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셔요. 이 더운 여름에 냉방병 조심하시고요

마태우스 2008-08-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호홋 질투는 저의 힘이죠^^ 글구 전기세 아까워 집에선 선풍기로 지냈답니다... 냉방병 안걸리고 여름 넘겼다는....
발명품님/안녕하셨어요. 괴물에 관한 내용으로 재미있는 것은 위에서 쓴 것처럼 위생권력과 괴물의 공생관계지요. 왜 괴물을 송강호가 잡을 수밖에 없는지 논리적 필연성이 느껴지는 글이더군요.
승연님/추천 감사합니다. 님이 아니었다면 리뷰 13개 연속 무추천 기록을 세울 뻔했어요
주드님/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처럼 어려운 글을 아예 못쓰는 사람이 보기엔 고미숙씨가 진정한 고수지요. 저도 가끔 어렵게 쓰고픈 욕구가 있거든요 호호. 글구 이동진 기자의 글은 정말 좋지요. 전 시네21에서 정성일 기자의 글을 꼬박꼬박 읽는데, 어려운데다 길기까지 해서 많이 힘들답니다. 그런 거 읽으면 내공이 튼튼해지는 걸까요...
순오기님/찜 해서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특히 황산벌!!.
 
빅토리아의 발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김의석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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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빅토리아의 발레>를 읽게 된 건 내 정신적 스승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어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쓴 스카르메타의 작품이기에 전작 정도의 재미를 기대했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주인공 앙헬이 출소를 하고, 간수가 그를 죽이라며 다른 죄수를 풀어주는 첫장면부터 "이거 너무 재밌잖아!"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후 난 책을 덮을 때까지 높이 12미터짜리 파도에 버금가는 재미에 몸을 적셔가며 책을 읽었다. 30페이지 정도를 남겼을 땐 마침 운전 중이었는데, 결말이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차가 밀릴 때마다 두어줄 씩 읽다보니 차가 밀리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제목만 보면 <빌리 엘리어트>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피노체트 이후의 칠레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민주화라는 게 민중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칠레처럼 군부독재를 겪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감히 말해 보자면, 군사정권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 같다. 이 정권만 무너지면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 우리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책에 대해 다시금 말해 보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스카르메타의 글솜씨는 참으로 뛰어나다. 스피디한 전개로 읽는 사람이 숨을 못쉬게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책 곳곳에 보석같은 표현들을 배치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예컨대 이런 표현.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는 나머지 마린(성에 대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내)은 손으로 셔츠를 다림질한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133쪽)."--> 이걸 세명 정도의 지인에게 말해 줬는데,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만 재밌었나봐.

"그는 음식을 구걸하는 대신 말의 이빨 사이에서 빼낸 홍당무 반쪽을 씹어먹는 걸로 자존심을 만족시켰다 (171쪽)"--> 아이들이 말똥에 섞여 나온 곡식을 꼬챙이로 집어먹는 것으로 굶주림을 표현한 <칼의 노래>에 버금가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을 말해 본다. 이따금씩 발견되는 오타는 별로 아쉽지 않았지만, 앙헬과 빅토리아가 질문을 주고받으며 시험공부를 하다 나온 다음 문장은 명백한 오류다.

앙헬: 담즙이 뭐지?

빅토리아: 췌장의 분비물이야.

담즙은 담낭에서 농축되어 담도로 배설되는 소화액이지 췌장의 분비물은 아니다. 이것 역시 책 전체로 보면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이 대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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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0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 전 웃었어요. 얼마나 뜨거웠으면! 저런 비유와 상징은 글 잘 못쓰는 사람이 쓰면 정말 판에 박힌 그런 것들이 되곤 하는데, 제대로 쓸 줄 아는 이에게 가면 저런 글들이 나오는거죠. 말로 시리즈를 제가 그런 이유로 탐독했답니다.

무스탕 2008-08-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하시며 책 내지는 신문 그런거 읽으시면 마~아니 위험합니다..(저도 몇 번 그래봤지만요.. ^^;;)

다락방 2008-08-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는 나머지 마린(성에 대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내)은 손으로 셔츠를 다림질한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133쪽)."--> 전 웃었어요, 마태우스님. 흐흐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이 생각나는 문장이기도 했어요.:)

무해한모리군 2008-08-0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이책을 읽고 싶은 욕망에 아주 뜨거워지는데요 흐흐
근데 받는데 오일이나 걸리네요 ㅠ.ㅠ

최상의발명품 2008-08-09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으로 다림질이라니,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걸까요 ㅎㅎㅎ
차가 밀릴 때마다 못참고 읽으셨다니 정말 재밌게 읽으셨나봐요.
담즙 얘기 하시니 염상섭 소설이 생각나네요.
청개구리의 내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고 했는데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오류라고 하신 게 기억이 나요.

마태우스 2008-08-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상의발명품님/그렇죠? 이런 대목도 있어요. 그 친구가 워낙 여자에게 잘 해서, 다른 남자들도 다 열심히 하려 했다는...^^ 염상섭 소설은 말로만 들었지 읽진 않았어요. 그게 오류란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요.
휘모리님/기다리느라 두근거리는 마음이 5일, 읽느라 즐거운 마음이 사흘!!^^
다락방님/역시 님과 저는 유머가 통해요!!
무스탕님/그렇죠? 원래는 운전 안하는데, 그땐 좀 사정이 어려워서 할수없이 차를 가지고 천안에 갔지요. 역시 대중교통이 좋아요
주드님/맞아요 판에 박힌 표현 대신 저런 멋진 표현들을 만들수 있는 힘, 그게 좋은 작가의 조건이죠!! 말로 시리즈라, 흠.... 궁금해지는군요!
 


"선생님, 흰머리가 있네요?"

내게도 흰머리가 난다는 사실을 안 건 팔년쯤 전이다.

조교선생의 말에 놀라서 거울을 보니 흰머리 몇가닥이 보인다.

"어, 이거, 새치예요, 새치.


하지만 일년쯤 전, 친구 하나가 "너도 이제 흰머리가 나는구나."라고 말했을 땐, 더 이상 그게 새치라고 우길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의 통념에 맞게 새치를 '흰머리가 날 사람이 아닌데 돌연변이처럼 몇가닥이 하얀 거"라고 정의한다면,

'몇가닥'의 범위를 넘어선 흰머리는 노화의 결과일 뿐, 돌연변이는 아니었다.


한달 전에 만난 다른 친구는 새치를 잡초에 비유했다.

"새치가 몇 개 있을 때 뽑아야지, 방치하면 머리 전체가 흰머리로 뒤덮힌다."

그 자리에서는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은 오래도록 귓가에 메아리쳤다.

그 후부터 난 수시로 거울을 보며 흰머리 개수를 세는 습관이 생겼고,

며칠이 지났을 땐 손으로 흰머리를 뽑는 단계에 이르렀다.

남에게 뽑아달라고 했더니 '한 개 당 오백원!'을 외치는 통에,

그냥 내가 뽑자고 마음을 먹은 소치다.

근데 거울을 보면서 뽑다보니, 공간 감각이 그리 좋지 않았다.

흰머리라고 뽑은 걸 보면, 애꿏은 검은머리인 경우가 꽤 많이 있었으니 말이다.

안그래도 아버님이 대머리셨기에 걱정이 많은데, 검은 머리 한가닥이 얼마나 아깝겠는가?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수시로 그짓을 했더니 이젠 제법 흰머리를 잘 뽑는다.


오늘, 강릉에서 발견된 미라를 연구한답시고 미라 팀이 모여 일을 좀 했다.

처음엔 눈을 빛내며 봤는데, 두시간이 넘어가자 내가 꼭 있어야 하나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료하게 서성거렸다).

마침 큰 거울이 있기에,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흰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흰머리를 방치했는지, 흰머리의 개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요거, 저거, 이거 이렇게 몇 개만 제거하면 될 줄 알았는데

머리를 들출수록 흰머리는 끝없이 나왔다.

한 삼십분 쯤 뽑았을까.

그동안 뽑은 걸 세어보니, 흰머리가 서른셋에 검은 게 여덟이다.

이 정도면 뭐, 만족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다시금 거울을 보니 흰머리가 확연히 줄어든 게 아주 젊어 보여 기분이 좋았다(뽑은 흰머리들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려 했지만,

지금사 집에 와서 너무 피곤한지라...)


내가 조교 시절, 교수님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난 흰머리가 나기에 새치인 줄 알았거든. 근데 어느날 보니까 흰수염이 나더라고. 야, 내가 진짜 늙었구나 했지."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선생님의 연세가 마흔다섯이랬다.

이십대인 그때는 그 나이가 참 까마득해 보였지만,

3년만 있으면 내가 그 나이가 된다. 흑흑.

아직까지 흰수염이 나는 기미가 없어 다행이지만,

노화의 징조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니리라.

머리 전체가 하얗게 뒤덮여, 흰머리를 뽑으려면 내 머리를 거의 다 뽑아야 하는 그땐, 많이 슬플까?

이렇게 위안을 하자.

우리 강아지들은 각각 세 살과 7개월인데, 벌써 흰 수염이 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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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태님의 흰머리는 서른 세가닥뿐!
    from 파피루스 2008-08-07 03:26 
    그 누가 말했던가?  "가는 세월 잡을 수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 고....... 이백인가 두보인가 모르겠다만, 저어기 보이는 흰머리 속에 서른 세가닥은 마태님 거란 사실은 확실하다.ㅋㅋㅋ 나머지는?  이번 어버이날에 아들녀석이 뽑아낸 내 흰머리고..... 난, 서른 다섯쯤에 새치가 생겼다. 친정엄니께서 당신도 그 나이에 생겼다고 하셔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새치(?)와 끊임없이 힘겨루기
 
 
Mephistopheles 2008-08-0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콧털은 살펴보셨나요...?

순오기 2008-08-07 0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100% 공감!
마태님의 흰머리 사진은 제가 올려 드릴게요. 제가 올린 거중에 서른 세 개는 마태님거에요.^^

비로그인 2008-08-07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런데 2년 전부터 흰 머리카락 본 저는 대체 뭡니까. 흑. 흐흑.
그나저나 다들 희너리를 보면 뽑는데, 그러다 대머리 되면 어쩌지요?

무스탕 2008-08-07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치라고 우기다가 36을 기점으로 흰머리로 마음 고쳐 먹었어요 -_-

sooninara 2008-08-0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염색 시작한지 2년됐어요.
유전이라 흰머리가 가득.ㅠ.ㅠ
님은 아직 젊은거예요^^

세실 2008-08-07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 전 40세 되기 한참 전부터 새치가 아닌 흰머리가 있었습니다.
님은 이제서야 나타나다니 불공평해요.

BRINY 2008-08-07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집 판다마우스들은 이제 생후 8개월인데, 둘다 진작에 하얀 수염 났습니다. 털결은 아직 모피코트 생각날 정도로 좋은데, 털 빠질까봐 늘 걱정이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미이라가 자주 발견되나봐요?

하얀마녀 2008-08-08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주위 사람들이 흰머리 났다고 얘기해도 '응'이나 '그래?', '그래서?'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쫌 그렇더라구요.

최상의발명품 2008-08-08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머리숱이 너무 없어서 흰머리가 나도 아까워서 뽑지 못할 것 같아요 ㅠㅠ
별로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데 머리가 많이 빠지네요 ㅎㅎ
요즘 조그만 빗 같은 걸로 바르는 간단한 염색약같은 걸로 염색하면 안될까요?

마태우스 2008-08-08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상의발명품님/아, 그렇죠. 흰머리보다 더 스트레스받는 건 머리숱이 없는 거죠. 근데 그런 염색약도 있나봐요???
하얀마녀님/앗 이제야... 님 아이디 때문에 전 이상하게 백발마녀 생각이 났어요. 그나저나 계속 서재활동을 하시는군요!!!!!!!!!! 방가방가.
브리니님/어 이비에스 보셨군요 글게 말입니다. 미라가 제법 발견이 되네요. 이집트 것에 비할 바는 아니구요 조선시대 것들이라 기껏해야 몇백년입니다.
세실님/그래도 님은 대단한 미모가 있자나요!!!!
수니님/어 님도 염색을.... 이런 댓글을 보면 님과 제가 동년배 비스무리하단 생각이 드네요^^
무스탕님/흠, 님도 그런 시기가 있었군요. 새치라고 우기던 아름다운 시절....
주드님/잉? 님도 흰머리에 동참하시려구요? 님은 받아들일 수 없네요. 님은 새치파!!
순오기님/사진 잘 봤어요. 사진으로 보니까 별로 안귀엽네요^^
메피님/코털도 하얗게 변하나요? 몰랐어요. 코도 봐야겠구나...
 


"니가 왔구나..."

할머니는 날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셨다.

딱이 할 말이 없었던 나도 할머니 손을 붙잡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김혜리 기자는 <영화야 미안해>에서 치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깊은 슬픔은 오랫동안 알고 사랑해온 사람이 곁에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간다는 사실에 있다. 그 슬픔은 망각의 강을 건너는 자가 아니라 이 편 기슭에 남는 사람의 몫이다"

내가 어릴 적 그렇게 배려심이 깊고,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시던 우리 할머니는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돌보기 힘든 분으로 변했다.

어머니는 가끔씩 내게 전화를 걸어 "힘들어 죽겠다. 지금 나가신다고 난리다. 벌써 네시간 째인데, 내가 말리니까 저렇게 내 욕을 하는구나"라며 엉엉 우셨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던 건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요일 밤, 어머니는 더 이상 그렇게 살다간 안되겠단 생각을 하셨고,

결국 할머니는 일산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집에서 심심하게 계시느니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건만,

오늘 가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비교적 시설은 괜찮았고, 돌보는 사람도 좋은 분이셨지만,

할머니는 그곳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귀가 어두운 탓인지 다른 사람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좀 좋아지면 곧 가마."라고 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는 겉으로 보기엔 그리 심각한 치매가 아니었다.

날짜 같은 건 잘 모른다 해도, 화장실 정도는 당신 스스로 가실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할머니는 제일 멀쩡한 분들이 있는 방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한 이틀쯤 지내니 그게 아니라는 걸 병원 측에서 깨달은 모양이다.

"원래 그렇게 잠을 안주무세요? 30분마다 한번씩 깨서 시끄럽게 해요."

그러면서 간병인은 방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싸온 짐을 풀었다 묶었다 십여차례 반복하는 걸 본 다른 할머니가 이러신다.

"아유 정신없어."

배가 고프다고 해놓고선 막상 밥을 차려드리면 "배불러서 안먹겠다"고 하는 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컨대 할머니는, 병원에서도 돌보기 피곤한 환자가 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할머니한테 인사를 드리고 병원을 나왔을 무렵

병원 측에서 전화를 했다.

"혹시 할머니 모시고 나가셨어요? 할머니가 안계세요."

날 찾겠다고 나가신 모양이다.

십여분 후 1층에서 할머니를 찾았다고 전화가 왔을 때,

난 "간병인한테 할머니를 부탁하고 가야지, 그러면 되냐"고 야단을 맞았다.

집에 오는 내내 난 김혜리 기자가 쓴 그 구절을 생각했다.


* 덧붙이는 말

전날 어머니가 병원에 갔을 때,

병실 분들한테 내가 의대 있다고 자랑을 하셨나보다.

오늘 다른 할머니 한분이 나보고 손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이러신다.

"외대 다닌다던 그 손자분이구나."

"외대면 좋은 대학이지. 공부 잘했나봐."

졸지에 난, 외대생이 되었다.

뭐 그것도 나쁜 건 아니라 가만 있었는데,

거듭 말하지만 그 병실 분들은 다들 상태가 좋은 분들이었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신 것 같다.



* 덧붙이는 말 둘.

사실 우리는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할머니는 3급 판정을 받았는지라 순위에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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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8-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데, 저도 참 뭐라고 단정지어 얘기를 못 하겠더군요. 제가 환자로 입원한다고 할 때와, 식구중 누군가 환자가 있어 제가 돌봐야하는 입장이라고 가정할 때 드는 생각이 꼭 같지가 않다는게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그나저나 할머님때문에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Mephistopheles 2008-08-0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편안하게 3일간격으로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자식들 생각 끔직하게 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점점 좋아지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쩝..

바람돌이 2008-08-0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할머님도 몇달 전부터 요양병원에 모셨습니다. 다행히 집 가까운 곳이라 자주 찾아뵐수 있는곳이기도 하고, 원래 집에 계셔도 워낙에 사람이 없으니 적적하시다가 병원에서는 옆에 사람도 있고 하니 좋다고 하시네요. 다른 어떤 병보다 치매는 참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는 병입니다.

최상의발명품 2008-08-0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한꺼번에 마태님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었는데
할머니 얘기 많이 하신 기억이 나네요.
할머니께서 마태님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알겠더라구요.
할머니 건강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외대 얘기에 웃고 갑니다.^^

하루(春) 2008-08-03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님 상태가 좀 좋아지시길... 마음 아프네요.

그런데요. 김혜리 기자가 쓴 그 글의 영화가 혹 '노트북' 아닌가요? 갑자기...

순오기 2008-08-03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얘기에 아침부터 짠했는데~~ 외대 애기에 푸하~~ 웃었어요.
그래요, 이렇게 아픈 마음은 빨랑 빨랑 풀고 살아야 돼요~~~
할머님도 고생하시고 어머님도 많이 고생하셨네요~~ ㅜㅜ
이젠 이런 게 다 남이 아닌 우리들 얘기에요, 곧 내게도 닥쳐올 일...

야클 2008-08-0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생각에 맘이 아프겠구나... 힘내라 친구.

그리고 얼굴을 직접 보고도 "외대를 졸업했다던 손자"라고 안하고 "외대 다닌다던 손자" 라고 말씀들 하셨다고? 그새 대학생 얼굴로 회춘했나봐? 역시 결혼이 좋긴 좋군 ^^

비로그인 2008-08-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웨이 프롬 허'를 봤더랬습니다. 아내가 치매에 걸렸고, 남편은 괴로워합니다. 마치 이 사람의 발가락, 무릎, 허리, 손가락, 팔목이 천천히 허공에 사라져서 마지막엔 껍데기조차 남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언젠가 내가 그렇게 되면, 젊은 날 꽁꽁 숨겨두었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면, 그래서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면 어쩌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까지 버리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겁이 났습니다.

요양소에 가시길 잘 하셨습니다. 모두가 지치게 되어(이런 말, 마음아픈 것이지요) 서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애정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할머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니까요. 나아지시길 원합니다. 하지만 그게 안된다면, 상태가 더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8-08-03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8-08-0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아는 지인의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할머님을 간병하시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이야기를 소상하게 전해준적이 있었어요.길고 긴 병엔 남는 효자가 없다고 모든 식구들이 지치게 되고 나중엔 치를 떨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차라리 요양소가 더 낫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하긴 합니다만.....
암튼...할머님의 건강이 호전되셨음 좋겠어요.

마태우스 2008-08-0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맞아요 긴병엔 효자가 없죠.. 저희 엄니가 참 많이 고생했구나 싶었어요. 저희 아버님도 어머니를 많이 괴롭히셨는데, 할머니까지 그러시니 엄마가 힘드신가보더라구요. 오늘도 다녀왔는데, 다른 환자분들이 노골적으로 뭐라고 합디다. 새벽에 삼십분마다 일어나서 왜 다 자냐고 소리지른다고... 거기서 쫓겨나면 어쩌나 싶어요.
속삭님/님 닮아서 어여쁘더군요^^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건 어찌보면 신기한 일이지요. 그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신기하구요. 힘내시길!
주드님/네 엄니도 버틸만큼 버티셨던 것 같아요. 근데 오늘 가봤더니 간병인이 할머니가 너무 힘이 센 게 문제라네요. ㅠㅠ 다른 방으로 옮길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이를 어쩌면 좋을지....
야클님/의대에서 근무한다는 걸 의대 있다, 이렇게 표현하잖나. 내가 젊어보이는 걸 좋아해줘야 좋은 친구지!!! 지금 질투하는 거 다 안다^^
순오기님/맞아요 우리들 얘기가 될 수도 있지요. 근데 우리들은 그런 생각을 되도록이면 안하고 살려고 하죠... 제가 그리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흑, 사는 건 정말...
하루님/오옷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노트북이겠죠? 그 시기에 나온 치매 영화가 몇 안되니까... 어케 지내시는지 궁금!
최상의 발명품님/할머니가 절 참 예뻐해주셨죠. 제가 좀 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자식들은 다 그런가봐요. 그래서 자식이 쓸데없다는 거... 밤에 잘 주무시고 밥만 잘 드시면 좋겠는데..
바람돌이님/맞아요. 의식만 괜찮으시면 다른 사람들도 계신 요양소가 더 좋을 수 있죠. 할머니도 귀가 그리 나쁘지만 않았다면 좀 나았을 텐데... 하여간 갑갑해요..
메피님/어...3일 간격으로 돌아가셨다니, 금술이 좋으셨나봐요. 덕담 감사합니다 꾸벅
hnine님/저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쫓아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어요. 근데 어머니 말씀 들으니까 진작 모셨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도 이제 내년이면 70이신데, 그간 너무 힘드셨죠... 나이듦이란 정말 슬픈 거 같아요.

sooninara 2008-08-0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할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셨는데..정말 가정을 망치는 병이더군요.
지금처럼 요양원에 모시는 분위기가 아니였던때라 친정엄마가 엄청 고생하셨어요.
치매는 정말 전문요양원에 모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님은 정말 속상하시겠지만요.ㅠ.ㅠ

세실 2008-08-0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대 나온 사람 우리집에 있어요. ㅎㅎ
3급은 제외군요. 친구 시엄니도 요양원에 모셨는데 거의 실비만 내면 된다고 좋아하던데.....
에휴 맘 많이 아프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