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뽑은 올해의 서재달인이 된 걸 알라딘에서 보내주는 메일을 통해 알았다.
올 한해 진짜 한 게 없는데도 달인이 된 걸 보면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 일주일, 아내가 입원했었다.
수술을 받았고, 또 원래 몸이 부실한지라 퇴원을 했어도 여전히 몸이 안좋다.
아내가 입원한 기간 동안 난 돌볼 사람이 없어진 개 두마리를 안고
내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야 했다.
하루에 세번쯤 아내를 찾아가고, 또 세번을 개들 산책을 시키다보면
일할 새도 별로 없이 하루가 가버렸다.
알라딘 서재 달인 메일을 받은 건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프리챌 메일은 스팸이 정말 많이 온다.
'여사원이 어쩌고...' 하는 메일이 대부분이고
대출을 받으라는 메일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서 메일함을 여는 순간 기계적으로 200개에 달하는 스팸들을 지워나간다.
알라딘 메일을 보고나서 기계적으로 메일을 지우는데
그제서야 알았다.
서재달인에 선정됐다는 메일 바로 다음 것이
'1만원 상품권'을 전달하는 메일이었다는 걸.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삭제 중'이었고
'완전삭제'를 눌렀기에 내 상품권은 몇초 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내가 퇴원한 오늘,
편한 침대에서 원없이 잠을 잤고
원없이 인터넷을 하고 있다.
하다보니 어느 분에 의해 내 서재가 좌파성향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알라딘 서재달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상품권을 날린 뒤 '다시 달라고 메일을 보낼까' 하는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자칭 재벌2세가 만원에 매달리는 게 치사스러워 그냥 버티고 있었다.
근데 이제 명분이 생겼다.
일만원 상품권을 날린김에 난 서재달인을 거부한다.
나같이 불성실한 서재인에게 웬 서재달인이란 말이냐.
* 그래도 난 알라딘 달인에게 주는 앰블럼은 정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