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때, 고모집에 곶감을 들고 인사를 갔다.
고모의 아드님, 그러니까 사촌형 부부가 와 계셨는데
웬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있었다.
길가에 버려진 개인데 데려와서 몇 달째 키운단다.
“와, 정말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개를 좋아하는 난 그 개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그 개는 내게 적의를 드러내고 짖기만 했다.
개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 난 사촌형에게 부탁해 무릎에 앉혀 달라고 했는데,
개가 발바둥을 치는 걸 붙잡으려다 손가락을 물렸다.
무지하게 아팠지만, 그로 인해 개가 불이익을 받을까봐 안물렸다고 했다.
“얘가 한번 버려져서 그럴 거야. 낯선 사람한테는 사나운 대신 우리가 잠시라도 떨어지면 바들바들 떨어.”
개 본연의 임무는 도둑을 잡는 것,
그러니 주인에게 충성하고 타인에게 짖는 건,
자신이 또다시 버려지지 않으려는 심경의 발로이리라.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용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를 보고 실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일을 비롯해서 그간 검찰의 화려한 업적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새삼스럽게 실망할 건덕지가 남아 있지 않으니 말이다.
갑자기 노무현 정부 초기 ‘검사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저희들은 앞으로 정치적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압력도 거부하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며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인권보장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을 국민에게 약속드린다(서울지검 허상구 검사)”
“여기 있는 검사들 모두가 국가와 민족에 대한 뜨거운 마음은 정말 어느 세대 못지않는 뜨거움을 가지고 있다. 왜 검사들은 자체 싸우지를 않았느냐 하시는데 저희검사들이 숱하게 싸워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검찰이 그래도 유지되는 것이다.(이정만 검사)”
읽다보니 웃음이 나온다.
검찰이 독립만 하면 “투명하고 깨끗하고 국민이 반기는” 그런 검찰이 될 것처럼 떠들던 그들이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149쪽엔 이런 내용도 있다.
[감정구 교수를...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독립 훼손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퇴임을 한다. 그때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검찰은, 명예와 자부심 먹고 산다고.]
법에 명시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검찰독립 훼손이라며 눈물을 흘렸던 그 검찰이, 명예와 자부심을 먹고 산다는 그 검찰이
지금 보이는 꼬라지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
검찰은, 원래 개였다.
주인이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물지 않았다.
지금의 검찰은 거기에 더해 유기견의 속성까지 갖췄다.
십년간 다른 주인 밑에서 먹이를 주워먹는 서러운 시절을 겪었기에
다시 옛 주인을 만나니 반가움에 겨워 짖어대고,
더 이상 버림받지 않으려고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려 안달한다.
그래도 유기견은 잘난 척은 안한다.
그네들이 “난 사료를 먹고 살아요”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반면,
검찰은 “명예와 자부심을 먹고 산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니,
유기견보다 더 하등한 종족이 아니겠는가.
그네들에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말을 전해준다.
“에이 거짓말. 밥 먹고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