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 :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방교리 545

 주소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2417-10

 특징 : 신장 165cm, 체격 보통, 얼굴 미인형

신고 : 포항북부경찰서 형사계 054-247-1112

 

 

수배전단에 실린 이미혜의 사진과 프로필이다. 그녀는 이 사진 한장으로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름하여 강도 얼짱. Daum 사이트에 개설된 그녀의 팬카페에는 벌써 3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나처럼 호기심에서 가입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질렀기에 수배자 명단에 오른 걸까? [경찰청에 따르면 李씨는 애인 金모(32)씨와 함께 지난해 1월 초 경북 포항시의 한 카풀 승강장에서 피해자를 차에 태워주는 것처럼 속인 뒤 칼로 위협해 금품과 카드를 빼앗은 혐의다. 李씨 등은 이후에도 경주 일대를 돌며 동일한 수법의 범행 5~6건을 계속해오다 경찰의 지문감식으로 신원이 밝혀지자 자취를 감췄다는 것. 결국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경찰청은 최근 공개 수배에 나섰다]

그러니까 공개수배에 나선 사진이 그녀를 전국적 스타로 만든 거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는 언론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은 듯하다. 경향신문 기사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공개 수배자의 인터넷 팬클럽이 생기는 등 이른바 ‘얼짱’ 문화가 비뚤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놀이문화’의 하나로 치부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카페엔 ‘얼짱 이씨가 설마 범죄를 저질렀겠느냐’며 이씨에게 우호적인 글들이 수두룩하다. 한 네티즌은 “이씨가 석방될 때를 기다려 네티즌들이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자”며 “이씨 정도의 미모라면 탤런트를 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한 팬클럽 카페는 “이씨에게 자수를 권유해 새 삶을 살게 하자”고 호소했다...]

TV는 물론, 신문들 대부분이 이런 식의 비판을 하고 있다. 뭐,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읽으면서 자꾸 난 웃음이 난다. 뭐묻은 개가 어쩌고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서다. 누구보다도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던 게 우리 언론들이 아닌가.

-작년 말, 여자농구 드래프트가 끝나자 신문들은 1순위로 뽑힌 모 선수 대신 '얼짱' 신혜인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우리 스포츠신문들은 단지 섹시하다는 이유로 이효리의 시시콜콜한 동정마저 1면 톱으로 실었다. 이런 행태는 나중에 딴지일보에서 패러디되었는데, "이효리, 나는 자연산....광어가 좋아요"와 "이효리, 점심 걸러!"는 패러디 중의 백미였다.

-월드컵 당시 태극기로 옷을 해입고 거리로 나섰던 미나는 우리 언론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스월드컵'으로 불려졌던 그녀는 결국 '전화받어'라는, 한국 음반사에 길이 남을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지금은 뭐하는지...

여러 말이 필요없다. 가판대에 가서 스포츠신문 1면만 쑥 훑어봐라. 정말 안이쁘면 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신문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노래를 못불러도 이쁘고 몸매만 된다면 가수로 대성할 수 있고, 잘하면 연말에 가수왕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한 건 다름아닌 방송사들, 그런 언론들이 이제와서 "외모지상주의..."가 어쩌고 하며 점잔을 빼는 건 어이가 없는 일이다.

팬카페에 실린 글을 한편 감상해 보자.

[예쁜여자는 강도해도 훈방조치로 대신한다는 법안을 만들어라!

대신, 못생긴 년들은 길거리에 돌아다닐떼 통행세를 내게 하라!

다리못생긴 년들이 짧은 치마입고 다니면, 파출소에서 종아리를 때릴 수 있게 하라!

예쁜 여자에겐 세금도 면제하라!

이미혜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미헤가 지은 모든 죄를 사면해주는 긴급조치를 취하라!

이미혜대신, 아무 못생긴 년이나 잡아다가 대신 징역을 살려라!

미헤야. 사랑해. 기운내라. 용기를 잃지말고..]

 

이 사람을 욕하지 말자. 이분은 우리 매스컴의 계도를 충실히 따른 사람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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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햄버거집 알바를 하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고(햄버거집 알바한 사람은 연예인 될 자격이 없다는게 아니라 들은바에 의하면 그녀는 별로 하고싶어 하지 않았지만 언론과 기획사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가만 놔두질 않았다고 합니다.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이렇게 하라고 지랄하는데 함 해주지 뭐 하는 심정이 아녔을까 싶습니다.) 룸싸롱에서 술을 따르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는 세상인데 강도도 이쁘면 연예인 해야겠죠. 암요. 저러다가 하던 지랄이 있어 마약이라도 복용하면 최음제인줄 알았다며 한 몇년 가만 있다가 대대적으로 컴백해야죠. 그게 수순이죠.

쎈연필 2004-01-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안강읍 산대. 언뜻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겠네요. 요본 설에도 그 동네 갔다 온지라...

고냥이 2004-01-2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를 짓고도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동정심을 받는 다면 안 예뻐지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예쁘다는 이유로 편애를 하니 너도 나도 고치려고 야단이죠!
요즘엔 주위를 돌려봐도 못생긴 사람 하나두 없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더럭 있겠지만

연우주 2004-01-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순간 받은 열을 식히려고 잠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열 받아서...
 

일시: 1월 27일

장소: 대학로

종목: 소주 한병--> 맥주 2병--> 양주 3분의 1병--> 소주 1병

귀가시각: 새벽 1시

좋은 점: 노래방값 4만원만 내고 싸게 막았다.

나쁜 점: 늦잠잤다

 

<제목: 미래 혹은 저스트 나우>

내 친구는 미래주의자다. 돈이 든다고 애도 하나만 낳고, 맞벌이를 한다. 벌만큼 버는 것 같은데도 한달 용돈 20만원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그는 언제나 말한다.

"이번엔 니가 사. 내가 집만 사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살께" 그리고는 택시비까지 내게 얻어갔다.

결국 그는 집을 샀다.  그리고 집들이를 했다. 내가 산 술값으로 집을 산 것 같아 마음이 좀 불편했다. 이제 니가 술좀 사, 이랬더니 그가 이런다.

"내가 차를 샀거든. 차 할부금 내느라 허리가 휜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EF소나타를 타고 있었다. 십년간 탄 빨간 프라이드는 동생을 줬다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또 말한다.

"사실은 내가...집을 좀 넓혔거든. 대출받은 돈 갚느라 힘들어 죽겠다. 니가 술 좀 사라" 역시나 그는 택시비까지 챙겨 갔다. 강북이긴 해도, 그의 아파트는 60평이 넘는단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왔다. "(보건소에 다니던) 내 마누라가 이번에 개업을 하거든. 올해까지만 니가 사면, 내년부터는 내가 쏠께" 난 흔쾌히 술을 샀다. 언젠가 올 그 내년을 기다리며.

하지만 그 내년은 끝내 오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는 왔지만, 그가 내게 술을 사지 않았던 것. "경기가 안좋아 환자가 하나도 없어. 지금 내 월급을 거기다 박고 있어" 그때 난 그가 언젠가는 술을 살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했다.

어제 또 그를 만났다. 다른 사람을 보내고 둘만이 간 4차에서, 그는 내게 묻는다.

"야, 넌 왜 그렇게 사니? 너 모아둔 돈도 없지. 집도 없지. 마누라랑 자식도 없지.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래?"

그의 말이 맞다. 집도, 모아둔 돈도 없다. 버는 족족 그냥 다 써버린다. 미래? 그런 건 난 모른다. 내게 중요한 것은 현재 뿐. 그가 날 딱하게 보는 것과는 달리, 난 그가 안되어 보인다. 늘 돈이 없어 쩔쩔매고, 축의금을 내기 싫어 후배 결혼식도 안가는 그가. 언젠가 돈을 찾는데 옆에서 구경을 한 적이 있다. 3만원을 찾는데 잔액은 불과 2만4천원이 남아 있었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마누라가 돈 보내 줄거야"라고 말했지만,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향락에 젖어 사는 동안, 그는 큰집과 차를 장만했다. 난 같이 술을 마셔줄 친구들이 군단을 이루고 있지만, 그에겐 친구라 할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초라하기 그지 없을 내 미래에 비해, 언젠가 올 그의 미래는 대단할 것이다. 기대를 해본다. 그때가 되면 그가 술을 사겠지, 하고.

어제 그는 순대국과 소주 두병 값을 계산했다. 1만1천원밖에 안됐지만, 놀랄 일이었다. 그 미래가 이제 가까워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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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1-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입니다...^^ 파이팅!!

마태우스 2004-01-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심한 칭찬을.... 라스꼴리니꽃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마시겠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은 '좋은 사람'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이지만, '안좋은 사람'에 속하는 사람도 몇명 있다. 좋은 사람만 보고 살면 얼마나 좋게냐만, 가끔은 좋지 않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희한하게도 좋지 않은 사람의 존재는 매우 크게 느껴지며, 내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가 '절대악'으로 분류해 놓은 모 여사 역시, 끊임없이 나와 마주치며 나와 내 지인들을 괴롭힌다. 그 여자가 그간 저지른 악행을 모두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기서는 그저 그 여자의 얄미운 점 한가지, 굳이 표현하자면 '물귀신 작전'이라고 할만한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SOD

SOD는 효소 이름으로, 방사선 같이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생명체는 이 효소를 분비함으로써 방사선 조사로 인한 산소독성을 중화시킨다. 그러니 이에 관한 실험을 한다는 게 별로 새로운 것은 없지만, 연구라는 게 어떻게 매번 창조적일 수 있는가. 남이 해파리의 DNA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걸 밝히면, 다른 사람이 "불가사리의 DNA도 이중나선이다!"라는 걸 새로운 것인 양 논문으로 쓰는 게 대부분의 연구, 그러니 내가 기르는 생명체에 방사선을 조사해 SOD가 증가하는 것을 밝히는 걸 무작정 비난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사흘간 약리학교실에 가서 SOD를 측정했다. 양해는 구했지만, 다른 과에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일을 한다는 게 나처럼 숫기 없는 놈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데이터가 제법 잘나와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악의 축이 다가왔다.

"마선생, SOD 재고 있다면서요? 나도 잴 거 있는데, 좀 해줄래요?"

맹세코 말하지만, 그녀는 이전까지 SOD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여자가 우리 과에 온 몇년간, 단 한번도 그에 관련된 일은커녕 논문 한편 읽어보지 않은 터였다.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SOD 타령일까? 기계 잘 썼다고 인사를 하고, 아이스크림까지 사다준 마당에 또다시 거기 가고픈 마음이 없었기에, 적당히 얼머부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건만 그 여자가 SOD를 측정했다는 얘길 난 들은 바가 없다.

2) 뱀

실험을 위해 뱀을 몇마리 잡아야 했다. 연구비가 없는 나로서는 그냥 내 돈으로 뱀 열다섯 마리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악의 축이 등장했다.

"마선생, 뱀 사왔다면서요? 몇마리 필요해요? 나도 뱀을 좀 써야 하거든"

아니 갑자기 웬 뱀타령? 내가 열마리쯤 쓰면 될 것 같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다섯 마리로 들었어요. 열마리 값 줄테니 다섯마리만 써요"

아니 내가 사온 뱀을 다섯마리를 쓰건, 열마리를 쓰건 무슨 상관이람? 열이 받은 나는 그 여자와 대판 싸웠고, 결국 "그 뱀, 너 다 가져!"라고 소리를 치고는 곧바로 가출해 버렸다. 휴대폰도 끈 채로. 생각 같아서는 그 뱀 모두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뱀이란 놈은 매우 징그럽고, 목을 조르려 해도 구체적으로 어디가 목인지가 확실치 않으니까. 결국 난 하려던 일을 때려 치웠다. 그 여자? 모르겠다. 그 뱀을 가지고 어떤 훌륭한 일을 했는지. 하지만 그 여자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그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3) 노래

뱀 사건 이후 말도 안건네던 우리 사이는 다른 선생님의 중재로 말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만날 때마다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1월 6일, 우리 과 신년회가 있었다. 거기서 그 여자는 나이에 비해 신곡이라 할만한, 미나의 <전화받어>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그에 대항해서 내가 부른 노래는 자두의 <김밥>, 연습이 덜되어 잘 못불렀고, 반응도 썰렁해 부르다 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어제, 우리과 사람들이 다시금 술자리를 가졌다. 보드게임방에 가자는 다수 의견을 무시한 채, 우리 교수님은 노래방을 강행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새로운 노래를 준비했다면서 <김밥>을 부르는 게 아닌가. 신곡이라곤 그거밖에 모르는데다, 그동안 충분히 연습을 해 이번엔 잘 부를 수 있었는데. 그 여자의 <김밥>은 엉터리였다. 음정도 틀리고, 박자도 영 안맞았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한 두어번 들어보고 노래를 불렀던 거다. 왜? 내가 못부르게 하려고. 왜 그리 내 일마다 초를 치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하는 일들이 좋아 보여서,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것일까? 어찌되었건 난 한곡의 노래도 부르지 못했다. 이 정도면 그 여자를 악의 축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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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1-2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아주 정확하게 잡아낸 책이 있습니다.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인데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2011-05-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죠 (죄송)

2011-05-2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생각엔 저 당시에 서민님이 되게 착해보이셔서 그랬을수도 있어요 뭔가 못되게 행동해도 다 들어줄거 같아서..ㅋ 그런데 저런 행동은 인터넷소설같은데서 쌈짱들이 학교 청순녀꼬실때 하는짓인데..."너 나 원래 이렇게 싸가지 없는거 몰라?"이러면서
 

 

 

 

총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찌보면 대선보다 더 큰 한판승부가 바로 총선인 바, 지금부터 하는 일은 모두 총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거다. 노무현이 4월 1일 만우절날 고속전철을 개통하겠다고 하는 거나, 한창 수사중인 대통령 측근비리를 가지고 한나라당에서 청문회를 하겠다는 거나, 총선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김대중이 대통령을 할 때 총선 사흘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받아 참패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겨냥해 한탕 하려는 버릇은 여전한 것 같다.

1) 이만기
누구나 다 아는 대선후보에 비해, 총선후보는 대개 알려져 있지 않다. 정치신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각 당에서는 지명도가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박원순, 최열같은 시민운동가는 물론 이계진 같은 아나운서도 각 당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이만기. 천하장사를 열번이나 한 그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에서 나온단다. 그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던 것은 그가 씨름선수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난 씨름선수 출신도 얼마든지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특히 몸싸움을 많이 해야하는 우리 국회의 특성상 이만기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와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4년전을 생각해 보자. 이만기는 그때도 경남에 공천신청을 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말이다. 막판에 김호일한테 밀려 공천이 취소되자 "업어치기를 하겠다"느니 하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공천을 낸다?

열린당과 한나라당은, 물론 별 차이가 없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념적으로 제법 차이가 있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의 존페여부나 햇볕정책에 관한 관점 등은 두 당이 다르다. 그렇다면, 두 당에 모두 공천 신청을 한 이만기의 소신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소신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당 저당을 왔다갔다 하는 철새도 수두룩하지만,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신인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열린당도 그렇다. 힘들게 민주당을 깨고 나온 이유가 '새로운 정치'라면, 그에 걸맞는 새로운 인물을 공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인 김혁규 지사를 영입하고, 강금실의 출마를 목놓아 바라고, 한나라당에서 공천 탈락한 이만기를 끌어들이는 걸 보면 당을 왜 따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2) 황수관
난 그가 싫지도 좋지도 않다.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가 나오는 TV프로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별로 웃기지도 않는 그가 왜 그리 TV에 자주 나오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런 그가 4년 전 내 터전인 마포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 마포을은 사실 몇십년 전부터 전통적인 야당지역이었고, 그 유명한 신성일마저 공화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낙선시킨 곳이다. 그 전통은 봉두완이 민정당 후보로 전국 최다득표를 하면서 깨어졌지만, 그래도 난 나름대로 마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승환이란 사람이 마포의 터줏대감이다). 그런데... 황수관이 구야당을 계승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고? 그땐 내가 다른 곳에 살고 있어서 투표를 못했지만, 거기 계속 살았다면 아마도 기권했을게다 (당시 민노당은 후보를 안냈다). 정치에 대한 아무 철학도, 소신도 없는 사람을 단지 TV에 나왔다는 이유로 마포에 공천한 건, 적어도 내게는 마포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박주천에 밀려 낙선했던 그는 이번에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냈단다. 정치에 관한 철학이 없다는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었다. 그래서 씁쓸하다.

3) 누굴 찍지?
박주천은 마포에서 3선을 했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그렇지만, 박주천도 집이 부자다. 그냥 부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그가 3선을 한 것도 그 점을 높이 산 것이리라. 하지만 난 국회의원을 지역발전을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 챙기려고 예산을 끌어간다면 이 나라는 도대체 누가 지킬까? 하지만 조순형의 지역구에서조차 "지역에는 신경안쓴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기 지역을 따지는 유권자들은 아직도 많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한다해도 난 박주천이 싫다. 그가 한나라당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기업을 잘 봐주겠다며 돈을 받아먹은 게 탄로가 나, 감옥에 있어서도 아니다. 별의 별 국회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회의원을 하기에는 자질이 너무 떨어진다.

김현철의 주치의였던 박경식이 청문회에 나왔을 때, 그의 행태는 가관이었다. 박경식에게 쩔쩔 매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이렇게 땀까지 흘리는데 잘 좀 답변해 달라"는 소리나 하고... 박경식이 그랬다. "그러는 의원님은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냐"고. 그 얘기를 듣고도 박주천은 찍소리 한번 하지 못했다. 그때 난 체육사에서 테니스 라켓의 줄을 매고 있었는데, 줄을 매던 사람이 이랬다. "으이그, 저거 어느 동네 출신이야?"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걸 반사적으로 답했다. "우리 동네요!" 그 후부터 그 아저씨는 날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

감옥에 있긴 해도 그는 옥중출마를 한단다. 군사독재 시절 옥중출마가 아주 멋지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시절인가? 모르긴 해도, 한나라당 역시 세간의 화두인 물갈이를 외면할 수 없을테고, 비리로 감옥에 간 그를 공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나올까? 모르겠다. 우리집에 걸려온 ARS 전화에서 후보를 쭉 불러 줬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물론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굴 찍을지 아무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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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2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만기같은 사람들이 국회우원을 하려고 할까요? 그러고보면, 우리는 국회우원들 항상 욕하지만 국회우원되면 그 권력이 정말 대단하겠죠. 욕 암만 먹어도, 비리 혐의로 교도소에 처박혀 있어도 뻔뻔하게 국회우원을 해먹으려는 걸 보면.. 그 우수운 국회우원이 정말 너무너무 괜찮은 권력의 자리인가봐요.
저도 열린우리당이 당선가능성이나 대중인기도에만 집착하는것 같아 무척이나 우려가 됩니다. 더군다나 개혁적인 마인드가 검증되지도 않은 한나라당 출신들까지도 가능하다는게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 선대위쪽에서도 모르는바가 아닐텐데... 왜 이런거때문에 이미지 실추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정말로 지역에서 묵묵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 사람들을 띄울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 당원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습니다. 저같이 당원이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당원이 많은게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인데... 정치 욕만 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정말 웃긴 일입니다. 뭘 하자니.. 뭘 해야하지 모르겠고, 그것마저도 "열린우리당이 다른 당과 다른 점이 뭐야? 뭘 할 수 있게 멍석이라도 좀 깔아줘야하는가아냐?"식으로 있답니다.

마태우스 2004-01-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원이 되신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야말로 하는 일이 없는 거죠T.T
 

 

 

 

10만원권을 발행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10만원짜리 수표를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수표 발행비용이 연간 4천6백억원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수표의 특성상 낼 때 괜히 미안해해야하고, 심지어 수표를 안받는 곳도 있고, 뒤에다 이서를 일일이 해야 하는 것도 영 귀찮은 일이다. 10만원짜리 지폐의 평균수명이 4년으로 추측되는 데 반해 수표의 유통기간은 겨우 7.9일이란다. 미국에는 100달러 짜리가 있는데 우리는 1만원이 가장 고액이라니 이것도 웃기지 않는가? 그런데 10만원권을 발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뭘까? 인플레이션이 생겨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그것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5만원권 지폐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500원짜리가 있고 1천원짜리가 있으며, 5천원짜리가 있고 1만원짜리가 있는 것처럼, 5만원권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10만원권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5만원권만 있으면 웬만큼 큰 거래도 현찰로 지불이 가능할텐데 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의문을 말했더니 다들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다. 5만원권이 안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하여간 언제가 되었든 10만원권이 생기는 건 기정사실일 것 같아, 거기에 누구 얼굴을 실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등장인물을 보면 1천원이 이황, 5천원이 이이(맞아요?), 1만원은 세종대왕, 모두 조선시대 사람이고, 다들 남자다. 그러니 10만원권에는 기필코 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간 우리 사회가 워낙 남성중심이어서 여자 중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 기껏 생각나는 사람이 유관순 정도? 글쎄다. 만세 한번 불렀다고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다는 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춘향이도 있고 논개도 있지만, 춘향이는 시대착오적인 정절 이데올로기를 더 강화할 것이고, 논개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국가주의의 표상, 지금처럼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꼭 옛날 사람만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효리, 만만치 않은 안티 세력이 있긴 하지만, 그녀만큼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없지 않는가?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것. 10만원짜리 수표가 8일도 안되는 것처럼, 이효리의 인기 역시 그리 오래갈 것 같진 않다. 20-30년 후에 "아빠, 이효리가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이효리, 아주 섹시한 스타였단다"라고 답하는 건 영 이상하지 않는가? 허난설헌은 어떨까? 얼마전 도전 골든벨을 보니 "조선에서 태어난 게 한이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지폐에 얼굴이 찍히기는 부족한 듯싶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한담?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남자든 여자든 누굴 정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반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 "그사람이 뭐 그리 대단하냐" "그사람이 세종대왕보다 열배 더 훌륭하다는 편견을 버려라" "그인간 친일파다" "팔삭둥이더라" 등등의 비난이 쏟아지겠지. 지폐의 인물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참, 호랑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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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꿈 2004-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나라에도 여성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았겠죠-;.. 뭐. 옛날사람들이 남녀차별이 심했었다는 일은 다 알던 사실이니까 넘어가고, 이효리씨는.. 좀.... 연예인으로서 조금 인기있다고 지폐에 얼굴찍히는건-_-;(그리고 생각하기에 전국민의 사랑을 그렇게 열렬히 받고있다는 것도 아닌듯 싶고;)... 음,, 하여튼(-ㅁ-) 저도 여자고.. 우리나라 고액 지폐에 여자가 실리면 좋기는 하겠지만,, 요즘에는 광개토대왕님께서 상당히 인기가 좋으시고...저도 중국때문에 일단은 광개토대왕님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려고 생각중이었답니다;;...
10만원권 나오면 한번 만져나 봤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