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래사람-김이라고 하자-이 내게 말했다. "<천국의 계단> 보세요. 딱 선생님이 좋아할 스타일에요" 꼭 그녀의 말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난 그 드라마에 깊이 심취했고, 최지우의 눈이 멀기 시작하는 지난주부터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김을 만나 <천국...> 얘기를 하려고 하니, 김이 갑자기 이런다.

"저 요즘 그거 안봐요. <천생연분> 봐요"

난 충격을 먹었다. 나한테는 재미있다고 보라고 해놓고, 거기 흠뻑 빠져들고 나니 자기는 다른 걸 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서는 어리벙벙했다. 난 그녀를 앉혀놓고 일장 설교를 했다. 넌 유리랑 태미라가 응징되는 걸 보고싶지 않느냐, 갖은 고생을 한 한정서가 어찌 되는지 궁금하진 않느냐, 모름지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어찌하여 너는 시작만 보고 끝은 외면하느냐. 하지만 그 여자는 내 모든 말을 한마디로 잘랐다.

"<천국의 계단> 그거, 너무 짜증나요!"

아니 누군 즐거워서 그걸 계속 보고있는 줄 아나? 나 역시 짜증이 많이 난다. 말도 안되는 우연의 연속, 달리기 선수가 되버린 배우들, 맨날 울기만 하는 최지우(드라마 한회당 3, 4번은 우는 것 같다), 보기 싫은데 줄기차게 나오는 신현준의 우울한 얼굴, 나도 이 모든 걸 감수하고 보고 있는데.

그러고보니 천국의 계단 시청률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긴 했다.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37.2%니, 50%를 넘나들었던 전성기에 비해 10% 이상이 다른 프로로 도망간 거다. 그들을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끝을 보지않고 다른 드라마로 옮기는 건 내 기준에 의하면 '배신'이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다 그렇고 그런데, <천생연분>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으려고? 김의 말이다. "그것도 이제 재미 없어지려고 해요. 안재욱이랑 황신혜랑 결혼했거든요" 그렇다. 문제는 지구력의 부족이다. 뭐든 조금 열심히 보다가, 조금만 식상해지면 다른 프로로 횡 하니 가버리는 것, 이건 시청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시작을 보면 끝을 봐야한다는 높은 충성도, 사실은 이게 나로 하여금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하고있다. 한번 본 건 끝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리기에, 웬만하면 아예 안보려고 하는 거다. 어제도 그랬다. 한창 흥겹게 술을 마시다가, 부시시 일어났다. "저, 천국의 계단 때문에 가야 하거든요..." 조금 늦게 와 앞이 5분을 잘라먹었지만, 그래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천.계>를 봤다. 보람은 있었지만 매주 수. 목을 시간맞춰 온다는 건 영 힘든 일, 이걸 보고나면 몇달간 쉬면서 재충전을 할 생각이다. 당분간 선.악이 대립하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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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1-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제 잠이 안 와서 천국의 계단 재방송을 봤습니다.(처음 본 것입니다) 신현준이 도망가다가 최지우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짜증이 300% 분출하더군요.
"야 이 00할 놈아, 전화할 시간에 도망갔으면 잡히지도 않았겠다!"
그러고 나서도 마땅한 채널이 없어 참고 견디다가, 막판에 최지우 갯벌을 헤매며 우는 데서는 짜증을 내며...울었습니다. 최지우한테도 짜증나고, 짜증나는 드라마 보면서 울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짜증나고...TT

진/우맘 2004-01-3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런데? 저 <천국의 계단> 표지는 왜 올라와 있는 건가요?

연우주 2004-01-3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직 권상우 때문에 인내하며 보는 중. 이번주 2편 다 못봤네요..ㅠ.ㅠ
 
 전출처 : 진/우맘 > 마태우스님의 심리검사 결과입니다.

CP=3. 앗! 앗! 앗! 대단히 반갑습니다!!! 저보다 CP 점수가 낮은 분은 처음 뵙는걸요! CP(critical parents)는 비판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사람은 이상이 높고, 독선적이며 완고하고 징벌적이라는 특징이 있지요. <비난, 편견, 징벌, 강압, 배타>같은 단어와 친한 분들입니다. 반면에 점수가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관용적이구요. 그런데, 마태우스님은 좀 심하게 낮으시네요.^^; 제가 4점인데...3점이라...대기록입니다. 혹여, <너무 물러터졌다>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은 없으신지? 타인을 좋게 봐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성격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싫은 소리를 못 해서 아랫사람에게(후배, 부하직원이나 자녀) 너무 권위가 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CP 점수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 중엔 <이상이 높다>라는 것도 있거든요?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점수가 너무 낮은 분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NP=14. NP(nurturing parents)는 양육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성향이 뚜렷한 분들은 마음이 착하고 돌보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에게 잘 공감하지요. 그러나 15점 이상인 분들은 아이를 기를 때 자칫 과보호를 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14점의 NP라면 <헌신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NP 점수만으로 보면 이상적인 범주 내에 계십니다. 그런데 CP와 함께 생각해보면 조금 높다고 볼 수도 있지요. CP는 <타인 부정>이라는 대표성을, NP는 <타인 긍정>이라는 대표성을 띤 점수입니다. 어느 한 쪽 점수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는 나머지 점수가 상호보완을 하며 견제해 주는 것도  바람직한데 말이지요.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돌보기를 좋아하니 복지나 교육 같은, 봉사정신이 필요한 일에 적합할 수 있겠습니다.

A=12. A(adult)는 성인으로서의 자아입니다. 얼마나 객관적, 사실적, 합리적인가...즉, 얼마나 철이 들었는가?이지요. A가 낮으면 즉흥적, 주관적이라 아이들은 많이 따르겠지만 바람직한 어른으로서의 모델은 되기 힘들겠죠. 반면에 지나치게 높으면 차가운 일 중독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12점이면, 가장 이상적인 점수랍니다.

FC=10.  FC(free child)는 자유로운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자발적이고 창조적이며 적극적이지요. 낮은 분들은 소극적이고, 심하면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구요.^^; 10점이라면 어느정도 <개방적>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FC 점수 역시 10점이 가장 이상적인 점수라는 견해가 있답니다.^^ 

AC=15. AC(adapted child)는 적응된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AC가 지나치게 높으면 어리광을 부리고 의존적이며 <자기>가 없어서 순응적입니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독단적인 성향이 강하겠죠? 8점 정도의 점수일때 가장 <독립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마태우스님은 많이 높네요, 저만큼은 아니지만요.^^; 낮은 CP-높은 NP-높은 AC의 양상이 저랑 아주 비슷하십니다. 여기서 저를 돌이키며 생각해보면 AC가 높아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자기부정적>이라는 점이네요. <자기비하>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CP가 낮고 NP가 높은 경우 <착한여자 컴플렉스>라는 함정에 걸리기 쉽지요. 마태우스님의 경우 <착한남자 컴플렉스>가 될까요?ㅋㅋㅋ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의도적으로 자신감을 북돋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평을 쓰는 분이신데, 그것만 보더라도 사고의 깊이가 짐작이 가는걸요.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되실 것 같아요.^^

각각의 점수가 어우러져 개성있는 자아상태를 갖게 됩니다. 님의 경우 짐작컨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친구도 많으며 현실생활을 영위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 안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확률이 높겠네요. 다른 사람에게만큼 자신에게는 관대해지질 못하는 것 아닐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 사견은...최소한 마태우스님이 마쵸맨은 아닐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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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1-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저랍니다! 이걸 읽으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왜? 너무 비슷해서.... 저, 자기비하 캡 많구요, 친구들한테 인기도 캡이어요^^ 심리검사는 역시 객관성이 있다니까요. 맞다. 싫은 소리 못해서 제 아랫사람한테 "이것 좀 해줄래요" 그려면 "싫어요, 선생님이 하세요"라고 한답니다.

연우주 2004-01-30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결과군요. 오호~ 그런 분이셨군요..^^;
 

 

 

 

 

 

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요 며칠간 실린 사설들은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몇 구절만 소개해 본다.

[이 나라의 평준화 교육은..어려운 집안 출신의 학생이 각고면려(刻苦勉勵)를 통해 이 나라 각계의 지도자로서 활약하고자 하는 의욕을 아예 앗아가 버렸다. 공교육은 폐허화되고,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어려운 집안 아이들이 어디서 자기의 실력을 기르고 무슨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이처럼 상승(上昇)의 통로가 봉쇄돼버린 사회에서 자라는 것은 좌절과 증오와 자포자기라는 독버섯뿐이다... (1/26, 평준화의 사이비 종교에서 깨어나라)]
아, 평준화가 그렇게 해로운 것을, 우리나라는 왜 30년간이나 평준화를 밀어붙였담?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지금의 입시제도와 교육시스템으론 가난한 집 아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입시 경쟁이 학교 교실이 아닌 학원 강의실에서 결판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원을 다닐 돈이 없으면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1/27, 가난한 집 자녀만 멍들게 한 평준화)]
가난하다고 서울대를 못들어온다니, 정말 말도 안된다. 이 문제를 왜 다들 방치했단 말인가?

[..지금의 공교육으로는 사교육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쟁의 승부가 학교 밖 학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가난한 학생들은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이하 같은 사설)]
가난한 사람을 경쟁에서 도태되게 하다니, 정말 문제가 많다.

[결국 학교는 잠자는 곳이 돼 버리고 돈 있는 집 아이들만이 저녁에 비싼 돈 내고 학원을 찾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가난한 아이, 불우한 집안 사정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힘으로 향상(向上)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주기 위해선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래, 바꿔야 한다니까! 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한단 말인지 들어보자.

[가난한 집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경쟁에서 탈락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평준화 제도는 이제 폐기처분할 때가 됐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눈 먼 나머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향상과 발전의 사다리를 앗아가는 것은 죄악(罪惡)을 범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평준화를 해제하면 된단다. 평준화만 없다면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서울대에 많이 갈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일 아닌가.

조선일보의 극진한 빈곤층 사랑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신문이라면 저소득층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신문다운 신문은 조선일보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딴지를 거는 애들이 있다. 누굴까?

[(문제의) 원인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시제도이며, 좀더 근본적으로는 일류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다는 ‘학벌사회’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에 전북·강원 등 전국 40% 지역이 비평준화로 돌아섰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사교육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 중·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가 개인에게 전가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1/27, 학벌 대물림, 평준화 탓인가)]
바로 한겨레다. 아니 애들은 왜 딴지를 건담? 40%가 비평준화로 됐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더 떨어졌다고? 이거, 확실한 통계야? 교육부 장관도 여기에 한마디를 보탠다.
[안병영 장관도 "평준화를 하지 않았다면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렸을 것이고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도 지금보다 낮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가난한 애들에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딴지를 걸다니! 설사 그들의 말대로 평준화 해제가 저소득층의 서울대 진학을 더 어렵게 한다해도, 조선일보의 빈곤층 사랑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조선일보가 빈곤층 뿐 아니라 부자들도 사랑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강남 때리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오고, 일련의 대책들이 과연 부동산 대책인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자극하기인지도 종잡기 어렵다(2003/11/5, 강남은 죄인 사는 곳이 아니다)]
음.. 강남 편을 들긴 했지만, 강남이 죄인 사는 곳이 아니라는 사설의 주장은 옳잖아? 뭘 이걸 가지고...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금리소득 수준을 넘는 부동산 투기 초과소득은 전액 과세로써 환수한다는 정도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더욱이 강남 집값이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지도 의문이다 (11/1, 강남 집값만 잡으면 경제 살아나나)]
어? 강남 집값의 폭등이 최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현안이 아니었나? 근데 조선일보는 왜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딴지를 거는거지? 그렇게 극빈층을 생각하면서 말야.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우선 주택에 대해서까지 공개념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1가구 다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걷어가겠다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토지공개념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겨냥해 서민층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혁명공약’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10/16, 토지공개념은 혁명공약인가)]
어,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반대를 하는군! 이거...조선일보 사설 맞아? 한겨레가 아니구?

[부동산 투기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부동산값 안정은 국정(國政)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그러나 보유세 인상이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은 아니다(10/7, 이 정부 부동산대책은 세금밖에 없나)]
10억짜리 아파트가 세금이 몇십만원이라는데, 3배 정도 올린다고 큰일날 건 없지 않을까? 아니 외국에 비해 턱없이 싼 보유세를 올린다는데, 왜 이리 반대를 한담? 그것도 조선일보가!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정리를 하자. 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빈곤층의 자녀가 서울대에 많이 가기를 원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빈곤층은 강남에 살고,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그런 빈곤층이다. 아, 그렇구나. 이제야 정리가 된다. 그래, 빈곤층은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그러면...자기 집도 없는 사람을 조선일보는 뭐라고 부르지? 부유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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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광화문 모 맥주집

종목: 흑맥주 피쳐로 3천cc 정도?

딴지 총수, 그리고 내 책을 내주기로 한 편집자와 술을 마셨다. 유명인과 만나는 자리라 잔뜩 긴장했는데, 총수가 워낙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는 바람에 시종 유쾌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평소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는 정말 예리하게 사물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총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제 있었던 얘기 중 공개해도 될만한 얘기를 써본다.

나: 아는 사람이 총수님 만난다니까 이것 좀 물어봐 달라는데... 왜 점점 지상열을 닮아가냐구요.

총수: 하하하. 그런 말을 가끔 듣습니다.

 

나: 유명해지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총수: 아닙니다. 실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하루에 한두명 정도가 아는체를 하는데, 주로 30대 이후의 남자들이죠. 도움이 안되요.

그밖에....공개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지?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는데...  하여간 난 총수에 대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했다. 그에 관한 글들을 많이 읽었던 탓에, 총수는 "아니 그런 것도 아세요?"라고 몇번이나 놀라기도 했다.

김어준.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건 97년 말 천리안에서였다. 기껏해야 조회수가 100에 불과한 내 글들에 비해,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붙은 글들은 조회수가 수천에 달했고, 가장 많이 추천된 베스트 10 중 김어준의 글은 6-7개를 차지하곤 했다. 그토록 감동적이고 진지한 글을 쓰던 그가 '엽기'를 내세운 딴지일보를 창간했다는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진지한 소재를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더 큰 내공이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최고의 인터뷰어인 지승호님은 "김어준이 경영에 신경쓰느라 글을 많이 못쓰는 게 한국사회의 큰 손실"이라고 한 적이 있다. 총수 역시 "경영만 전담하는 사장이 하나 있고, 저는 편집장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올해는 그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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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3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사람 한겨레21에서 본 것 같은데 재미있더군요. 쾌도난담인가? 그거 하지 않았나요? 뭐 딴지일보도 재미있구요. 요즘 시들해졌지만 한때 무척 인기였지요. 부럽습니다. 마태우스님.

도서관여행자 2004-01-3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딴지의 열렬한 독자였드랬지요. ㅎㅎㅎ
 

 

 

 

 

 

대학에 가기 전까지 난 음악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때까지 난 고교야구, 그리고 뒤를 이어 발족한 프로야구에 흠뻑 빠져 살았는데, 주요 선수의 타율과 방어율은 줄줄 외울 정도였다. 음악을 싫어한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난 음치였다. 목소리도 좋지 않고, 고음처리는 더더욱 엉망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6학년 때 음악시험을 볼 때 딱 한소절을 불렀더니 담임이 중지를 시킨 뒤 양을 줬던 사건이었다. 양이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다른 때도 늘 미를 받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놀랄 건 아니다.

그런 내가 대중가요에 심취하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말, 은근히 좋아하던 써클 여자애한테 노래를 옴니버스로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받은 이후였다. 뭔가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나는 그 후부터 닥치는대로 LP판을 샀고, 엄마를 졸라 기타를 사가지고 밤마다 노래를 불렀다. 그 결과 나는 웬만한 노래의 가사는 거의 다 외울 수 있게 되었고, 엠티 같은 곳을 가면 제법 인기가 좋았다. 음치라는 단점을 노래를 많이 아는 걸로 극복한 셈이다.

그러다 노래방이 나왔다. 이제 가사를 외우는 건 전혀 쓸모가 없어졌고, 풍부한 성량과 율동, 그리고 누가 신곡을 더 많이 부를 수 있는가가 새로운 척도가 되었다.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에 난 불법복제 테이프를 열심히 들어가며 노래를 연습했고, 노래방에 갈 때는 최신곡을 불렀다. 베이비복스의 '머리하는 날'을 불렀을 때, 교실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여자애는 "감동을 받았다"며 내 앞에서 울먹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음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던 건 아니어서, 내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대개 딴전을 피워댔다. 춤이라도 잘 췄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건만, 나이트 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던 나로서는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춤이 없었다.

그 결과 노래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점 시들해졌다. 신곡은 쏟아져 나오는데, 난 <화장을 고치고>가 고작이었다. 이러면 안되지, 하며 잠시 노력해 보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얼마 못가서 시들해지곤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싫어져 버렸다. 부를 노래도 없는데 거길 왜간담? 하지만 내 윗사람은 술만 마셨다면 노래방을 가며, 자기가 노래를 부를 때는 모든 사람이 나와 백댄서를 하기를 강요한다. 이 나이에 백댄서라니, 팔다리를 휘젓고 있으면 가끔씩 비애가 몰려왔다. 힘이 뭔지... 엊그제도 그랬다. 1차로 고기를 먹고 2차를 어디갈까 정하라고 하는데, 보드게임을 원하는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XXX 갈까, 아니면 XXXX 갈까?"

고를 것도 없었다. 둘다 노래방이었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후자를 고른 건 값이 더 싸서였다. 윗사람이 노래할 땐 백댄서 노릇을 한 걸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 동안 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번호책을 보고 노래를 고르는 척하면서 결국 한곡도 부르지 않는데 성공했다. 나도 부르기 싫고, 다른 사람도 내 노래를 듣길 원하지 않으면서 번호책을 들이미는 행태는 술을 못마시는 사람에게 소주를 강권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노래방이 싫다! 이젠 백댄서도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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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1-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서민정이란 분(?)이 좋아지더군요. 그 분께서는 저보다 노래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와~ 그런 사람도 있다니! 세상에~ 나보다 음치인 사람이! ㅋㅋ 그래도 얼굴이 밝은 그 분이 참 좋아 보입니다. // 제 6학년 통지서에도 "음정이 불안하고..." 따위로 적혀져 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