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 소주 6잔 + 생맥주 2000cc 정도?

TGI는 생일 +/- 사흘 동안에 오면 서비스를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은? 집에서 미역국을 끓여줄 뿐,  밖에 나가면 생일이라고 뭐하나 주는 게 없다. 어제 친구랑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계산할 때 주민증을 내밀고 이렇게 말했다. "저 오늘 생일인데 할인혜택 없나요?"

주인여자는 아주 냉정하게 돈을 받으며 말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웃으면서 말했으면 덜 무안했을텐데,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저녁도 역시 중국집에서 먹었다. 종업원에게 주민증을 보여줬다. "저 오늘 생일인데 뭐 없나요?" 종업원은 한번 알아보겠다고 한 뒤 사라졌는데,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몰랐다. 그게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맥주집에 가서 다시 물어봤다. "저...오늘 생일인데, 서비스 같은 거 없나요?" 종업원은 잠시 뒤 나타나 이렇게 답했다. "그런 건 없구, 음악만 틀어준대요"  빠-빠-빠---콩그래출레이션...어쩌고 하는 그 음악, 온갖 시선이 집중되고, 당사자는 쑥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는 그런 음악. 난 그냥 됐다고 했다. 참 이상하다. 한치라도 한마리 서비스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왜 우리는 모르는 사람 생일에 그렇게 인색할까? 생일날 쥐꼬리만한 서비스라도 받으면 기분이 더 좋아질테고, 다음에 또 그곳을 찾을텐데.... 혹시 내 생일을 질투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혹시 내가 소원대로 책방을 하게 된다면, 난 생일을 맞는 사람에겐 매장에 있는 책 한권을 공짜로 고르도록 해야겠다. 혹시 그가 3만원이 넘는 웹스터 사전을 고르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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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마들렌 2004-02-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때때로 모르는 사람에게 너그러워 질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그걸 뭐 법적으로 강요를 할 수도 없고-_-;;
담에 정말로 책방을 하게 되시면, 연락 주세요. 후후~ 생일날 싸아비쓰으으으으!!!!

비로그인 2004-02-05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술집에서 쥐꼬리만한 서비스를 줄때도 있는데, 왠지 고맙죠~ ^^ 케익을 들고 가서 그러나?? 어떻게 보면 슬픈 사연인데 읽다보니 또 웃음이 나네요. ㅎㅎ

갈대 2004-02-0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종업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ㅋ

마태우스 2004-02-0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아이님/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혹시 웹스터 사전을 고르시려는 분이 별아이님은 아니겠지요?^^
앤티크님/어, 그래요? 애절하게 웃기는 거, 그게 제 캐치프라이즈인데.... 칭찬으로 알아듣고 감사드려요.
갈대/ 혹시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분은 아닐까요....

sooninara 2004-02-0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종업원 배달나가서 집 못찾아서 헤매인거 아닐까요?

waho 2004-02-1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 쿠폰이나 약간의 서비스에 현혹되어 공짜 기미만 보여도 꼭 가고마는 제겐 강릉은 쿠폰 불모지랍니다. 그나저나 종업원 교육 잘 좀 시키지..
 

 

 

 

 

 

많은 분들이 진우맘님(이하 님 생략)의 서재에 비치된 심리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면 진우맘은 검사결과를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그걸 쓰는데만 한사람당 20-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진우맘은 말한다. "떠오르는 서재 중 내 심리검사 안받은 사람 나와보라 그래"
떠오르는 서재는 아니지만, 나도 진우맘의 서재에서 심리검사를 받았고, 그 이후부터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즐겨 분석하는 진우맘님(이하 님 진짜로 생략)을 한번 분석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진우맘님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써봤고, 그걸 여기다 올린다.

내가 그런 것처럼, 진우맘도 알라딘 서재에 목을 매셨다. 그래서 진우맘의 서재는 서재지수 10위, 마이리뷰.마이리스트 톱50, 마이페이퍼 톱10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의 서재는 하루 50-100명이 찾는 인기서재다. 342개에 달하는 마이리뷰가 말해주듯, 진우맘은 한창 때 책을 무진장 많이 읽었다. 그당시 진우맘은 한달에 평균 40개 정도의 마이리뷰를 써 2만원어치씩 상품권을 받았다는데, 2002년 1월에 쓴 마이리뷰를 세어보니 무려 77편에 달한다. 이쯤되면 "인간이냐?"는 탄식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진우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왜? 어느날 갑자기 생긴 마이페이퍼 때문이다. 마이페이퍼가 생긴 후 진우맘은 모든 신경을 그쪽으로만 쓰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진우맘은 톱10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걸 진우맘은 "책을 못읽게 하려는 알라딘의 음모"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책을 덜읽으면 마이리뷰 10편당 하나씩 지급되는 상품권을 덜줘도 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우맘. 예진과 연우의 엄마란 뜻이다. 두 아이의 엄마, 그래서 난 진우맘이 30대 중반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엊그제 알았다. 그는 놀랍게도 방년 29세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다음 코멘트를 보자.
[전 중학교가 남녀공학인데다가 중 3담임 선생님이 남녀짝꿍까지 시켜줘서 아직까지 남자인 죽마고우들이 몇 있습니다만은, 이 녀석들...좀 더 키워야할 것 같습니다. 남자 나이 스물 아홉, 서른이면 이제 짝 만나서 결혼할 생각에 바쁠 나이잖아요. 대화의 수준이 보장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태백(아시죠? 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라서, 맨날 술 값은 제가 덤탱이를 쓰지요. -.-]
독서의 달인인 진우맘과 대화의 수준이 안되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술값까지 덤터기를 씌우다니, 좀 멀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우맘이 자신의 사진을 띄운 적은 아직 없지만, 아이들의 얼굴로 유추해 볼 때 영화배우 정선경을 닮았을 것 같다!!! (이것도 맞나요?)

난 여자의 결혼은 모든 낭만을 포기하고 삶이라는 굴레로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아실현? 결혼하면 끝이다. 하지만 진우맘을 보면서 난 그게 편견이었음을 알게된다. 마이페이퍼에 올라온 글들로 보건대 진우맘의 삶은 너무도 유쾌하고, 운치가 있다. 두 아이의 엄마가 저런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니, 진작에 진우맘을 만났더라면,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같은 책을 안쓰지 않았을까? 다음 글을 보자.
[제목:  컴 앞으로 오는, 멀고도 험한 길
1차 관문...도련님의 출퇴근 시간. 우리 집 컴은 도련님이 산 거다...도련님이 야근 나간 저녁이라던가, 놀러 나간 낮, 혹은 퇴근 전의 새벽...그런 시간을 교묘히 뚫어야 한다.
2차 관문...강적, 조예진. 원조 엄마 중독 예진. "놀아줘~"의 대가이다. 이런 그녀를 물리치고 컴 앞에 앉기는 매우 힘들다...3차 관문...그다지 강적은 아니지만, 신경쓰이는 조연우...]
그렇다. 진우맘은 이런 관문을 뚫고 그토록 많은 글을 써온 거다. 진우맘의 페이퍼를 읽으며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잊는 나같은 사람들이 보기엔, 돈을 얼마씩 내서 초고속 컴퓨터를 사서 기증하고, 교대로 예진이와 놀아주기, 뭐 이런 이벤트를 벌이면서 진우맘의 글쓰기를 돕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라. 다음은 진우맘이 글을 남긴 시각이다.
-나는 알라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추천: 1 I 2004-02-01 03:52 (추천은 방금 내가 했다. '0'이면 좀 그렇잖아?)
-황금같은 시간이 끝나간다... 추천: 0 I 2004-02-05 01:39
급기야는 이런 멘트도 볼 수 있다. "큰일이다. 곧 알라딘 정기점검 시간인데..."(나도 엊그제 알았는데, 알라딘은 새벽 5-6시에 점검을 한다)
그러니까 진우맘은 이렇게 온몸을 던져가며 톱10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는 글을 보니 좋긴 하지만, 저러다 건강이 상하면 어쩌나 걱정이 슬그머니 된다. 진우맘님, 쉬엄쉬엄 하세요!

애엄마는 사실 바쁜 존재다. 다음 글을 보자. [연우는 지금...책을...먹고 있습니다. 책이 마음의 양식 뿐 아니라 몸의 양식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연우는 양띠인데, 아무래도 자기가 염소띠라고 생각하나봐요. 온갖 종류의 종이를 씹는 것을 매우매우 좋아한답니다. 책 씹기에 지쳤는지 새로운 놀이를 찾아냈습니다. 엄마 노예놀이? 들고 있던 책을 일부러 떨어뜨리고는 주워달라며 좋아하네요...] 애가 커감에 따라 엄마는 점점 시간이 없어진다.
[원래 저는 속독, 탐독, 폭독을 일삼는 활자중독자였습니다. 화장실에서는 락스통이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사전에 구입하고도 못 읽은 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나... 진/우의 엄마가 된 지금은 하루가 온전히 제 것이 아니네요]
거기다 페이퍼까지 쓰려니, 점점 책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진우맘은 만화를 보기 시작한다. 책을 좀 읽는 사람들 중에는 만화를 폄하하는 사람이 참 많다. <느낌표>의 MC가 그러다 항의를 받은 것처럼, 우리에겐 만화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있다. 좋은 만화 한편은 보통 책 열권보다 훨씬 나은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진우맘은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아영맘에게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래, 호흡이 긴 책이 소화가 안 될 상황이면 좋은 판타지나 만화라도 보자!]
최근 그의 페이퍼를 보면, H2라는 만화에 대한 멋진 감상문이 연재되고 있다. 그렇다고 진우맘이 완전히 책을 떠났을까? 물론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다섯권의 리뷰를 썼고, 12월엔 열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을 읽는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쓰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 얘기도 진우맘의 손을 거치면 참으로 재미있고 유쾌한 한편의 서사시가 되어 버리니까. 요즘 한가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열심히 서재를 가꾸는 진우맘을 보면서 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꿈과 사랑과 용기를 얻는다. 지난번 알라딘마을 잔치에서 아차상에 그치긴 했지만, 그의 서재는 내 마음 속의 베스트서재다. 진우맘의 서재가 더 발전하기를 빌어본다. 훌륭한 엄마 밑에서 크는 예진이와 연우가 얼마나 멋진 인격체로 자랄지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 원래 이런 리뷰는 그가 쓴 모든 글을 읽고 써야 하지만, 몇편만 읽고 써서 매우 부실한 분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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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0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T 감동의 눈물. 누군가 나를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해 준다는 자체가, 감동적이군요. 참, 뭐라 말씀드려야할지...그저, 고맙습니다.
정선경...이 이 사실을 알면 제 서재를 폭파할지도 모릅니다.^^;;;; 이제껏 연예인 닮았단 얘기는 한 번 밖에 못 들어봤습니다. 한참 눈에 콩깍지 씌운 울 신랑이, 저보고 하희라 닮았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었지요... 저도 제가 외모로는 하위 몇 %라고 생각하는데...환상을 깨시려면, 그림책 리메이크 7페이지 쯤에서 언뜻언뜻 저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sooninara 2004-02-07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축하해요..이글보고 마태우스님의 서재에 놀러왔습니다
 
 전출처 : chaire > '발리에서 생긴 일'과 그람시

'발리에서 생긴 일'....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 나의 주말 드라마다. 처음에는 네 사람의 심리게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보다가, 요즘에는 '어, 이거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인걸'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감탄하게 하는 대목의 시작은, 일전에 스밀라 님도 메모한 적이 있는 그 대사로부터 출발한다. "니들, 이뻐, 너무 이뻐..." 하는 강인욱(소지섭)의 대사.

강인욱이 이쁘다고 말한 것은, 그 아이들(노래방 도우미 하는 조연 여자애와, 이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분하고 있는 하지원)의 외모가 아닐 것이다. 그 아이들의 처절한 삶의 투쟁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것은 강인욱에게, 어쩌면 현실감 있는 계급투쟁으로서의 진실한 무게감을 던졌을 터이다.

이후 드라마는 단순한 '사랑의 삼각관계' 드라마라는 트렌디 성격을 넘어서서, 이 사회에서 아직도 건장한, 영원히 건장할 '계급'의 문제로 육박해가는 듯하다. 네 명의 인물군은, 각 계급을 상징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계급에 위치한 두 남녀, 중간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남자, 하위계급의 두 여자... 이 중 가장 복잡한 심리의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이 강인욱이다. 그는 아래와 위를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자답게 들끓는 욕망의 기제 속에 내던져진 지식인의 형상을 표상하고 있다. 그래선지 사랑 앞에서도, 권력 앞에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지키며, 재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극중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박예진이 연기하고 있는 재벌그룹가 딸의 심리상태도 단순히 '이기적'이라고만 매도하기에는 복잡한 데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재민과 이수정으로 분하고 있는 조인성과 하지원의 캐릭터는 단순 명료하다. 그들은 자기 현실만을 느끼고,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순수하다.

드라마는 이렇게 다른 계급의 남녀들의 사랑이 얽히는 구도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아직 사랑에는 '계급'이라는 무서운 장벽이 남아 있음을, 서늘하게 가르쳐주는 의미심장한 드라마, 그런 드라마답게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이런 대사를 표면에 내민다.

"그람시라고 알아?" 그람시... '헤게모니'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 막시즘을 잘 해석한 정치사상가라고 하는 그... 위의 대사를 하면서 드라마는 그람시의 '옥중수고1(정치편)'를 버젓이 클로즈업하고 있다. 극중의 이수정은 이 책을 강인욱에게 빌려받고, 그 책을 읽은 덕분인지 나중에는 정재민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당신의 헤게모니가 내게 주제파악을 하게 해주었어요..." (정확한 대사는 아님)

찌르르... 전기가 통해왔다. 하지원이 어떤 계급을 선택할지, 혹은 하지원이 이재민과 강인욱이라는 두 계급 모두의 위선을 시원하게 벗겨내줄지... 자못 기대된다. 그리고, 나도 여태 이름만 들어본 그람시의 책을 숙독해야겠다, 많이 늦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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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2-03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식으로 어설프게 인용하는 거 어색하던데..--; 저도 두어번 봤는데 별반 재미없던데요. 마태우스님의 드라마 사랑은 정말 깊군요...^^; 늘 감탄하고 있답니다...ㅋ.ㅋ.ㅋ

쎈연필 2004-02-0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의 헤게모니가 어쮜나 막강한지. 저는 티브이를 밥 먹을 때만 봐서, 가끔 그 드라마를 보기도 한 것 같군요. 그 드라마 덕분에라도 그람시 책을 사람들이 읽게 되면 참 환영할 일이군요^^. <감옥에서 보낸 편지>가 신영복 선생의 엽서와 흡사하죠.
 

 

 

 

 

 

한시간 후면 2월 4일이고, 그날은 제 생일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니 한달쯤 전부터, 생일을 기다려 왔습니다. 10대, 20대 시절에는 생일을 맞는 게 부끄러웠어요. 제가 노력해서 이룬 것도 아닌데 남들의 축하를 받는다는 것이 참 쑥스럽더군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생일이 기다려지고, 생일인 게 자랑스럽더군요. 공짜로 뭘 얻는 능력도, 숫기도 없는 제가 생일날만큼은 이런 말을 하고 다닙니다. "아저씨, 저 오늘 생일인데, 무슨 서비스 없어요? 하다못해 노가리 안주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생일이라고 밝히고, 선물을 미처 준비못한 그들을 미안하게 만들지요^^.

왜 이런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제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다행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제가 생일을 부끄러워하던 10대 때는 죽고픈 적도 꽤 있었으니까요. 또 하나는, 지나온 생일보다 남은 생일이 더 적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남은 생일 한번 한번이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나이가 워낙 많은지라 몇번째 생일인지는 밝히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 오시는 분들, 제 생일 축하해 주실 거죠? 서재를 통해서 여러분들을 알게되고, 서로의 서재를 왕래하면서 친분을 쌓아가긴 했어도, 겨우 한달 조금 넘게 지내놓고선 "생일축하 해달라"고 말하는 게 뻔뻔스럽긴 하지만, 좀 봐줍시다. 제 생일이니까, 그리고 생일은 벼슬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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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2-0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저도 덩달아 기쁘네요. 마태우스님 글 항상 재미나게 읽고 있답니다. 꾸준히 재미나게 사셔서 재미난 글 변치 마시옵고, 늘 건강하세요!!

연우주 2004-02-0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00번째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쁜 케잌 덧붙여 드립니다. 알았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

생일인데,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삶이야 어짜피 주어졌으니 하루하루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기쁘게 살 수는 있겠지요...^^

행복하세요~~~ 생일 어찌 보냈는지 글도 올려주시구요...^^


진/우맘 2004-02-04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저는 축가를 선물해드리려고 했는데, 안 되네요. 뭐가 문제지.-.-

비로그인 2004-02-04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축하드려요, 마태우스님~ ^^ 선물까진 아니라도 기억해주고 축하해주는 한마디가 사실 기분좋은 법이지요~ 즐거운 생일 보내시길 바랄께요~~

chaire 2004-02-0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생일상 받을 오늘밤의 술일기는 여느때보다도 재밌겠네요.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nrim 2004-02-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

mannerist 2004-02-0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뭐 다른거 해드릴건 없고... 요즘 제 홈피에 깔려있는 음악 한자락 보내드립니다.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보셨는지도 모르겠군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_^o-

 

 

원천에서 mannerist...


프루스트의마들렌 2004-02-0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노래 받아주세요.^^;

젊은느티나무 2004-02-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생일 끝나버렸네요... 이제야 축하드리기는 뭣하고... 내년에는 꼭 축하해드릴께요..ㅋㅋ 근데 몇 번째 생일인지 참 궁금하네요...
 

 

 

 

 

 

난 원래 9시 뉴스를 안본다. 왜 안보냐고 물을 때마다 "신문이 뉴스보다 3배나 더 정보량이 많은 거 알지?"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신문도 잘 안본다. 사설, 칼럼만 대충 훑어보고 출근을 한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강에 아이를 던진 아버지의 얘기라든지, 얼마전 발생한 남자아이 두명의 유괴살해 사건 같은 것도 통 몰랐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제부터 9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뉴스를 안볼 때는 모르지만, 보고나니 우리나라가 참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철도에서 추돌사고가 연속해서 일어나고, 전기가 끊긴 집에서 초를 켜놓고 살던 노부부가 불에 타서 숨졌다. 대통령의 친척은 순식간에 650억인가를 모아 출국금지가 내려졌으며, 정치권은 맨날 쌈질이다. 역시 뉴스를 안보는 게 마음은 편한 것 같다.

 

오늘 뉴스 중 가장 엽기적이었던 것은 한 계모의 만행이었다. 6개월 전 애들을 패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갔던 그 계모는 끝내 딸을 패 죽이고야 말았다. 남은 아들도 얼마나 맞았는지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중태란다. <천국의 계단>에서도 의붓 딸을 학대하는 계모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류의 뉴스는 애들을 이뻐하며 착하게 사는 수많은 계모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다. 영.유아 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지만, 사회의 인식이 그렇지 않은 것은 이런 류의 사건은 유난히 더 크게 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겨우 목숨을 건진 아들은 커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동학대는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내가 요즘 신나게 읽고있는 <나는 고발한다, 현대의학을>(지은이는 미국의 외과의사다)의 일부를 옮긴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자지러지게 울던 생후 2개월된 남자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아이 아빠는 목욕시키다가 잘못해서 뜨거운 물 수도꼭지를 트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의 화상에는 물이 튄 모양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의료진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되었다. 우리는 손상부위가 또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아이의 전신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다섯개 내지 여덟 개의 늑골-갈비뼈-골절과 양다리 골절이 보였다. 일부는 몇주전에 생긴 것이고 일부는 새로 생긴 것이었다...아동확대의 확실한 증거가 나타났으므로 아이는 부모에게서 격리보호되었다]

 

생후 두달된 애한테 화상을 입히고, 골절을 시키다니. 그게 인간인가? 그보다 심한 경우도 있다.

[1949년부터 1968년 사이, 필라델피아의 여인 마리 노에한테서 태어난 열 명의 아이들이 모두 하나씩 차례로 사망했다. 하나는 사산이었고, 하나는 출생 직후 병원에서 사망했지만, 나머지 여덟은 아기 때 집 침대에서 숨을 거뒀다. 새파랗게 질려...헐떡거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노에는 말했다. 매번 부검도 실시되었으나...증거가 없었다]

 

여기까지 읽고, 난 유아돌연사증후군(SIDS, 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을 생각했다. 생후 몇달 안된 영아가 갑자기 죽고, 이유는 모르는 증후군. 매년 수천명의  아이들 목숨을 앗아가는 그 병에 대해 혹자는 호흡기를 침범하는 바이러스를 의심하기도 하고, 베개 같은 데 질식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하여간 그 당시 노에의 아이들은 그 증후군이라고 인정이 되었단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8명이 모두 그렇게 죽을 수가 있는가? 의문을 가진 기자와 검사의 합작으로 30년이 지난 후 사건은 재조사에 들어갔고, 당시 70세이던 노에는 전격 구속되었다.

 

경찰 취조에서 노에는 네 아이를 질식사시킨 것을 인정했고,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밤샘조사에 의한 자백이라며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그녀는 살인죄로 수감되었다. 방청석에 있던 77세의 남편은 놀라서 고개만 가로저었다나. 검시관의 말이다. "SIDS 사망이 하나면 비극, 둘이면 미스테리, 셋이면 살인"

 

애를 때리면 당장 경찰이 뜨는 미국에서도 이럴진대, "내 자식 내가 패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우리나라에서는 보다 많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쥐어 패려면 아예 낳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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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0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황산벌에 나왔던 보성 벌교분들을 초빙해다가 일주일 쯤 욕을 퍼부어주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