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영진공 분들과 술자리를 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유쾌하다. 어제 난 그저께 했던 은퇴선언을 번복했다. 소주 두병 가량을 마시고도 끄덕없이 집에 간 것. 물론 3차를 안가고 도망치긴 했어도, 그 정도면 아직 난 젊다.

어제 우린 명동에 있는 <명동찜닭>에서 모였다. 모르긴 해도 장소를 그렇게 정한 건 조류독감 때문에 고사위기에 처한 양계장을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이리라. 정말이지 사람들은 닭을 먹지 않는다. 닭으로 인해 조류독감-하마터면 조루독감이라고 쓸 뻔-에 걸린 사람이 한명도 없으며, 닭을 일정 온도 이상에서 조리하면 안전하다는 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안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닭을 외면하며, 닭집 주인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조류독감은 우리나라에서 닭집 주인만을 죽였을 뿐이다. 이 사태에 관해 <범죄신호>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위험(흡연으로 인한 사망, 영양실조, 교통사고)-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더 높지만-은 무시하는 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비행기 충돌, 원자력발전 사고)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앨빈 코너 박사는 <왜 무모한 사람이 살아남는가?>에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로 운전을 하며 또 한대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그러면서도 100만분의 1의 가능성이 있는 아랍 테러리스트의 공격 때문에 유럽여행을 취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살해당할 것이 두려워 피라미드 관광 여행을 취소하지만 사실은 집에 있는 것이 스무배나 더 위험하다....

우리는 어떤 위험들은 자초하면서 타인이 가하는 위험은 거부한다. "만일 내가 흡연으로 죽길 원한다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떤 회사가 석면이나 신경가스와 관련된 위험을 방치하려 한다면 나는 분노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코너 박사는 지적한다...(49쪽)]

그렇다.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해 우리가 지금 보이는 반응은 분명 오버다. 몸에 해로운 술을 마시면서 "닭은 안돼!"라고 외치는 건 얼마나 우스운가. 불행 중 다행으로 어제 <명동찜닭>은 사람이 미어터져, 대기석까지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이 단체로 '닭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걸까? 다른 닭집도 다 잘되기를, 그래서 닭집 주인이 더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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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2-1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기야, 닭을 먹어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원 보상을 해주는 보험에까지 가입했다지요... 씁쓸한 현실이에요. <범죄신호>의 지적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읽어봐야겠어요). 아, 교촌치킨 먹어야지..(저희 회사 앞에 조류독감이 시작되면서 교촌치킨 분점이 개업을 했는데, 파리 날리구 있더군요)

진/우맘 2004-02-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캬캬캬캬(뭐냐, 이 웃음의 정체는!)
조루독감...굉장히 무서운 병일 것 같군요!

비로그인 2004-02-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닭먹고 싶은데, 조류독감 이후로 주위사람들이 다 먹기 싫어해서 못먹고 있답니다. ㅜㅜ 언론이 양계업쪽에 너무 치명타를 날려버린거같아요...

갈대 2004-02-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일 연속으로 닭도리탕 먹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쯤이야 가볍게 본다지만 "조루독감"이 발병한다면 목숨 걸고 피할 것 같습니다...ㅍㅎㅎ

waho 2004-02-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닭을 조류 독감과 상관 없이 못 먹는답니다. 날개 달렸는데 못 나는 종류...다 못 먹어요. 다행인가? 닭 좋아했음 아무리 조류 독감이라해도 먹고 말았을 것 같거든요.
 

 

 

 

 

 

* 전 <태극기>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주 쯤에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안보니까 불편한 것이, 다른 분들이 쓴 <태극기> 감상문을 읽을 수가 없더군요. 내용을 미리 알면 영화 보는데 감동이 덜하잖아요? (사실 제가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절대로 안보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아무튼....독립신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옛날의 독립신문과는 전혀 다른, 극우 이데올로기를 가진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거기 올라온 <태극기 휘두르며>라는 글을 퍼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태극기>를 더더욱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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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39세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어제 친구와 함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습니다.
요즘과 같은 절박한 안보시국에 6.25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안보의식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그런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보고나서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제목과는 정 반대로 오히려 대한민국과 태극기와 우리 국군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는 사악한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교묘하게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집에 와서 잠을 자려고 해도 너무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만든 강제규 감독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내용으로 보아서는 정말 사상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에 휘말린 두 형제와 가족들이 겪는 비극을 감동적으로 그린영화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행간을 보기 시작하면 이 영화는 분명히 어떤 일관된 목적하에 의도적으로 제작된 불순한 영화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 형제와 가족들의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비추어주다가 뜬금없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주인공 가족도 피난을 떠나게 됩니다.
즉 전쟁을 누가 왜 일으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초점이 없습니다. 참으로 모호합니다.
전쟁영화인데도 도대체 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엔 6.25를 누가 일으켰는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런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리고 피난처에서(아마 대구로 기억됩니다.) 갑자기 국군이 들이닥치면서 일정 나이에 이른 남자들만 따로 모이게 한 다음 기차에 태우고 강제로 데려갑니다. 강제징집이죠. 여기에 주인공 형제중 동생(진석)도 끌려가게됩니다.
자리를 비웠다가 뒤늦게 온 형(진태)이 이 사실을 알고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타서 동생을 데리고 나오려고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군과 육탄전을 벌이다 군인들에게 얻어맞고 결국 진태 마저 동생과 함께 강제로 끌려가게 됩니다. 진태와 진석은 차창밖에서 울부짖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 가슴찢어지는 생이별의 원인이 마치 남한 정부와 군인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전쟁을 누가 왜 일으켰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고가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당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나 자원입대한 용맹스런 학도의용군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하여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맹렬하게 싸우다 이 땅에서 산화해갔습니다. 왜 그런 장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강제로 끌려가서 전쟁터에 내몰리게 되는 모습만 부각시켰을까요?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국군의 모습도 참으로 기가막힙니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산하를 지키며 죽어가던 우리 국군들의 장렬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결같이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더러운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불량배 떨거지 같은 이상한 모습들로 계속 비춰줍니다.

인민군의 잔학상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국군들의 입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온갖 더러운 욕설과, 끊임없이 "빨갱이 새끼들 다죽여돼. 빨갱이 새끼들이 인간이야....."등과 같은 대사가 계속 나옵니다. 젊은이들이 이런 장면들 보면서 어떻게 느끼게 될까요? 적에 대한 적개심의 이유를 알수 없게 해놓고 이런 장면들을 계속 보여 주면 국군이 미친집단으로 비치게 되지않을까요?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온갖 끔찍한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국군만이 그런 잔인한 짓과 만행을 저지르는 미친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민간인들을 목매달아 놓은 처참한 장면을 보여준 후 그 부근에서 인민군을 생포하게 됩니다. 격앙된 국군들이 인민군을 모조리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민군들은 한사코 자기네가 죽이지 않았고 처음 올때 부터 그렇게 죽어있었다고 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런데 인민군 중에 주인공 형제와 이웃에서 살면서 진태와 진석을 형으로 따랐던 어린 친구가 끼어있었습니다. 징집되어서 전쟁터에 오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진태와 동료들은 "빨갱이 새끼를 어떻게 믿어 데려가면 짐만 돼..."하면서 모두 사살하려 합니다. 진석이 혼자 필사적으로 말려서 간신히 인민군들을 포로로 데려가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결국 민간인들을 처참하게 목매달아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군들이 한동네 이웃에 살던 친동생 같은 어린 아이를 빨갱이라는 이유로 미련없이 죽이려는 피도 눈물도 인정도 없는 잔인한 집단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후 행군중에도 인민군 포로들을 끌고 다니며 잔인하게 다루는 국군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제노동과 굶주림에 지치게 마들고, 인민군 두사람을 싸움 붙여놓고 즐기는 국군들, 제대로 안싸운다고 목숨을 위협하며 협박하는 국군들....
나중에 결국 인민군 포로들을 무참히 사살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웃에 살았던 어린 인민군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국군을 완전히 미친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이 수복되었을 때 완장을 차고 죽창을 든 괴청년들이 나타나서 진태의 약혼녀(동거녀?)를 끌고갑니다. 끌려간 장소에는 국군이 총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진태의 약혼녀도 빨갱이 짓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과 함께 공개처형하려고 합니다. 빨갱이짓 한 적 없다는 말에 청년들은 전쟁전의 기록을 들이밀며 과거에 보도연맹에 가입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쌀 준다기에 보도연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름만 올렸어요. 굶어 죽을 순 없잖아요. 언제 정부에서 쌀 준적 있나요?...."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청년들과 군인들은 전혀 정상참작을 하지 않고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 무참히 총살시킵니다.

인민군과 빨갱이 앞잡이들이 저지른 온갖 끔찍한 만행을 오히려 우리 국군과 애국청년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인민재판과 공개처형은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교묘하게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우리 국군과 애국청년들이 저지른 만행으로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말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너무 분합니다.

물론 빨갱이 소탕작전에서 불가피하게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그것을 인민군이 저지른 저 엄청난 만행에 비하겠습니까.

그리고 전투장면에서도 보면 육박전 장면이 장시간 나오는데 대부분 국군의 대검에 처참하게 찔려죽는 인민군의 모습들만 보여줍니다. 영화는 인민군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적군은 그저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누가 왜 일으킨 전쟁인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저들이 저지른 잔학상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국군의 총칼에 무참히 죽어가는 죄없는(?) 인민군들의 모습만 자꾸 자꾸 보여줍니다. 역사적 진실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볼 때 도대체 누가 피해자로 보일까요?

또한 국군이 진석과 민간인들을 가두고 있던 곳을 불질러서 사람들을 처참하게 태워 죽이는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오직 국군들 만이 온갖 만행을 저지른 원흉인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인민군의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말입니다.

주인공 진태는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태극무공훈장을 받지만 그 모든 것이 동생을 전역시키기 위한 노력일 뿐입니다. 이 영화 어디에도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져 싸우는 장렬한 국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그 끔찍한 전쟁의 참화로 빚어진 모든 비극의 원흉이 남한 정부와 국군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분통이 터집니다.

이 외에도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이 더 많이 있겠지만 제 좁은 안목과 짧은 문장력으로는 표현이 너무 힘들어서 이정도만 할까 합니다.
혹시 다른 분들 중에 보신 분 계시면 좋은 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 가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극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너무 감동적이었다. 한국영화 정말 대단하다...."등등.
저 역시 아직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정말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같이 보았던 친구들도 이런 내용을 전혀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해도 심드렁했습니다.
아직 보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 해도 전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더군요.
오히려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되더군요.

한국 영화감독들 정말 사상이 위험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한결같이 북한을 미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영화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니 어찌 영화뿐이겠습니까.
요즘 사회 전반에서 전국가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저 거대한 음모를 보고 있자면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언론 방송 영화 같은 대중 매체를 총 동원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세뇌공작을 펼치고 있는 저 붉은 세력들을 도대체 누가 무슨 힘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드디어 북한의 대남공작이 대 성공을 거두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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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2-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우란 이런 것이군요...

진/우맘 2004-02-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조갑제씨가 왜 이 영화를 좌익영화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오른쪽에 치우쳐 있으면, 중간만큼 있는 것도 왼쪽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거겠죠?

도서관여행자 2004-02-1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그래서 리뷰글은 재미있는가 봅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사람은 착한 사람 같군요. 늘 착하고 가슴이 뜨거운 애국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죠.

가을산 2004-02-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제 주위에서 봅니다. 다행히 주로 어른들이지만...
우리는 '어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싶지만, 본인들은 심각합니다. --;;

어록 1> "전교조 빨갱이들이 반대해서 자립형 사립교도 못세우게 하고 평준화를 주장한다"
-- 자기 아들을 동네 고등학교에 보내기는 싫고, 그렇다고 특목고에 갈 성적은 안되는 걸 전교조 탓으로 돌립니다.

어록 2> 요즘 젊은 애들은 다 빨갛게 물들었어! 그래서 노무현 그 빨갱이를 찍은거야!
-- 저도 노무현 찍었다는 것을 알고 기절초풍, 현재 반년째 냉담중입니다.

어록 3> 남편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자, 어떤 어른께서 하시는 말씀:
"너 어디가서 말조심해라. 얼마전에 외무부 관리들 모가지 된거 모르니? 요즘 이 빨갱이들 정권에서 말 잘못했다간 신세 망친다. 우리나라가 왜이리 되었는지..."

 

 

 

 

 

 

내 친구 중에는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160 밟다가 걸렸어.
친구: 야, 난 200킬로로 달리다 걸린 적 있어.

나: 얼마 전에 큰일날 뻔했다. 맥주 한병 마시고 운전하다 검문에 걸렸는데, 정말 무섭더라.
친구: 야, 난 소주 세병 마시고 부산까지 왕복한 적 있어.

나: 배고픈데 밥 먼저 먹지 않을래? 나 어제 저녁부터 쭈욱 굶었어.
친구: 난 너보다 더 배고파. 지금 사흘째 굶고 있어!

난 이 친구가 매우 특이한 경우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엊그제 밤 9시쯤, 평화롭게 독서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서(아까랑 다른 친구다) 전화가 왔다. 술마시러 강남까지 나오란다. 알았다고 하고 옷을 챙겨입으려는데, 창밖을 보니 눈까지 온다. 눈이 오는 날, 술마시고 택시가 안잡혀 고생한 기억도 있고, 며칠째 술을 마셔서 몸이 안좋기도 해 나가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술 안마시면 안될까? 나 오늘 마시면 5일짼데...
친구: 너만 그러냐? 난 지금 일주일째 하루도 안빼놓고 술 마셨다.
나: 밖에 눈도 오고 한데, 집에는 어떻게 가?
친구: 야, 난 너보다 집이 훨씬 더 먼데도 마시잖냐.
나: 그래도 좀 봐주면 안될까? 사실은 몸살기운이 좀 있어서...
친구: 나도 지금 약먹어가면서 술마시는 거야.

말로는 안되겠다 싶어 친구에게 울며 호소했다. 한번만 봐달라고. 친구는 "다음에 크게 한번 쏴"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술 약속을 거절하는 건 이렇게 힘이 들고, 한번 거절한 건 빚으로 남는다. 언제나 술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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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2-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거절이... 거절이 문젭니다. -.- 친구관계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거절 못해 받는 불이익이 얼마나 많은지.. 왜 세상은 저의 여리고 선한 심성을 지키며 살 수 없게끔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 그래서 저 위의 책표지 <거절을 즐겨라>가 눈에 확 띄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품절이네요.

비로그인 2004-02-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처음 친구분은 정말 사소한 것도 지기 싫어하시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두번째 경우는 저두 종종 겪는 일인거 같네요. 나는 너보다 더 심해-라며, 나의 거절 사유를 결코 용납해주지 않는...결국은 마음의 빚으로 남죠. 에휴~

waho 2004-02-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이랑 저런 경우에 저두 거절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곤란 할 때가 많읍니다. 요즘은 온통 "거절"해야 할 일들 투성인데...곤란하거든요. 집이 강릉이다 보니 집이 스키 시즌이면 콘도처럼, 여름이면 바다 보로 오는 사람들이 들려가는 통에 신경이 많이 쓰이거든요. 직장에 다니면서 사회 생활을 해봤더라면 좀 더 노련했을텐데...후회하곤 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란 놈은 매우 경쟁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경쟁적이라는 게 잘만 승화하면 나쁠 거야 없겠지만, 그게 '술'에만 국한된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 내게 '술한잔 하자'라고 말을 건네면, 난 그걸 '한판 붙자'는 메시지로 해석을 하고, 누군가 내게 잔을 부딪혀 오면 '오늘 한번 해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한창 때인 십여년 전, 난 내 옆에 앉아있던 주당에게 "2분마다 원샷합시다"라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진짜로 시계를 봐가면서 소주 한잔씩을 마셔댔는데, 아무리 비워도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공포심이 들어 몸이 떨리는 차에 그가 나를 툭 치며 말했다. "2분 됐는데요"   그날 어떻게 집에 갔는지 물론 기억에 없다. 담을 넘다가 긁힌듯한, 10센티 길이의 상처가 내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를 말해 줬을 뿐.

그런 경험은 사실 부지기수다. 내가 술을 마신 역사는 사실 술대결의 역사니까. 유유상종이라고, 술대결을 즐기는 내 곁에 묘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13잔을 스트레이트로 원샷을 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상대의 모습에 질려 '화장실에 간다'고 도망쳤던 부끄러운 기억도, 오징어 다리 하나가 남았다며 소주 한병을 더 시키려는 친구의 팔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빌었던 비참한 기억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 패배의 기억들을 상기하며 더욱 열심히 몸을 만들곤 하지만, 이젠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날 속이 편하고 멀쩡하며,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는 걸 보면 아직 난 늙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의 생생함이 전날의 참패를 상쇄시키지 못할 터, 최근의 대결에서 번번히 정신을 잃은 걸 보면 아무래도 대결적 술마시기는 그만둬야 할 성싶다.

어제도 그랬다. 여자 셋, 남자 둘이 그 중 하나의 집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명이 3.6.9를 제안했고, 걸린 사람은 원샷을 했다 (도대체 내 주위에는 왜 이런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난 3.6.9의 달인이었지만, 3.6.9가 너무 쉽다며 했던, 3.6.9의 원형인 고.백.점프에서는 숱하게 걸렸다. 하두 오랜만에 해서 예전의 감각을 찾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따진다면 가장 우수한 성적, 다시 말해서 술을 가장 덜 마셨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떻게 그 집을 나왔는지, 집에는 어떻게 왔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 중 하나로부터 "잘 들어갔냐"는 전화를 받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우리집이었고, 벤지는 한심하단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그때 시각이 9시 반밖에 안됐다는 것. 그렇다면 난 언제쯤 맛이 간걸까. 거기서 우리집까지 40분은 족히 걸리니, 8시도 되기 전에 취해 버렸나보다. 혹시 실수는 안했을까, 하는 생각에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치않다.

스스로는 계속 부인하지만, 난 더이상 젊지 않다. 이런 대결적 술마시기에서 이제 그만 은퇴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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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1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화이팅을 외쳤건만...소용이 없었군요. 남들 퇴근길에 섞여 의연한 모습으로 돌아왔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전 대학 1학년 때, 한참 주량 늘리는 재미로 못이기겠다, 싶으면 화장실에서 응급조치(도로 내놓는^^;;;;)까지 해가며 전투를 벌였는데...부실한 관계로 그런 행각은 1년으로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짧았기에 승전보도 많았지만(혹시, 소주 병나발 완샷 해보셨습니까?ㅋㅋㅋ) 그만큼 아픔도 컸지요.TT 제가 필름이 끊기고도 너무도 멀쩡한 주벽이 있어, 선배들은 겉보기에 헤롱거리는 것들 챙겨 떠나고, 정신 차려보면 길바닥 전신주 옆이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울 엄니아부지가 이 사실을 알면...으으으)
지금은, 몸도 안되고, 술 먹을 시간도 많지 않으니... 보양주로 취해가는 것을 즐기며 마십니다. 새삼, 술은 안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주량은 줄었어도 진정한 술자리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데요. 님도 은퇴하시면 저와 같이 백세주나 가시오가피주 한 잔 하시죠.^^

비로그인 2004-02-1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놀라서 뛰어왔더니, 역시나 어제도 패배셨군요...^^ 전에 술마시다 필름이 끊기기 시작하면 위험한 징조니, 술을 줄여가야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마태우스 님 정말 은퇴하셔야 되는 걸까...ㅎㅎ 진우맘님 경험담도 재밌네요...^^
 

 

 

 

 

 

동성애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목록에서 삭제한 일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사실 난 동성애가 유해사이트에 등재된 사실도 몰랐었는데, 어찌되었건 인권위의 권고로 그게 삭제된 것은 이 사회가 느리긴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토론자의 면면은 다음과 같았다.
<찬성>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전공 교수)
홍승기 (변호사)
<반대>
김성천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전원책 (변호사)

사실 동성애라는 건 옛날부터 있어온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파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배추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파김치를 먹는 사람이 소수라 해서 "안돼! 배추김치를 먹어야 돼!"라고 윽박지를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왼손잡이를 탄압한 역사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는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취향이라기보다, 꾸짖어서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대상이 된다. 동성애를 치유의 대상으로 보는 김씨의 말을 들어보자. "성적지향의 혼란으로 방황하는 청소년을 이성애로 계도해야 한다!"
전씨의 말이다. "동성애가 그럼 정상입니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성애는 억압적 아버지로부터 외상을 입어서 발생한 것" 아니 무슨 동성애가 질병인가? 난 어릴 적 아버지한테 그렇게 두들겨 맞았지만, 누구보다 여자를 좋아하는데?

유해물 삭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을 백지상태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청소년은 언제나 미성숙하고, 자신이 이끄는대로 나가는 존재다. 과연 그럴까? 방청석에 나온 청소년의 말이다. "동성애에 관해 다들 알고 있다. 별로 낯설지 않다" 인터넷에 올라온, 청소년으로 짐작되는 사람의 말이다. "우리반에 동성애자가 몇 있지만, 다들 잘 지낸다" 그렇다. 전씨야 동성애자를 동물 보듯이 보는 미성숙함을 과시하지만, 청소년들은 동성애를 삶의 다양한 양식 중 하나로 포용한다. 과연 누가 더 미성숙한가?
유지나: 청소년이 왜 백지상태냐?
전씨: 난 그당시 백지였다.
유지나: 전 아니었는데요? (방청석, 웃음)
하는 말로 보아 전씨는 그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였나보다. 하지만 그는 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걸까?
김씨는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적취향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그가 인용한 자료만으로도 그건 충분히 반박된다. "서울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동성애자의 51%가 대학에 간 이후에 성적취향을 알게 되었다고..."
그럼 나머지 49%는 그 전에 알았다는 얘기잖아? 방청석에 나온, 겸이라는 동성애자의 말이다. "저는 중학교 때 알았어요... 정보도 구할 수 없고...자살도 생각했어요....주변에는 아웃팅을 당해 폭력, 따돌림을 당하는 애들도 있어요"

이런 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청소년기가 백지상태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해야 할 시기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니 더더욱 동성애에 관한 진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토론에 나온 학부모를 보자. "전 동성애를 가지고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해요. 이 프로로 인해 동성애를 모르던 애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난 이런 인간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쾌하다. 말하는 기세로 보아 이분의 자녀가 동성애자라면, 패 죽이겄네? 동성애를 알면 호기심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다? 보라. 이분은 동성애에 관해 이토록 무지하다.

동성애를 음란, 변태스러운 괴물로 만든 건 다름아닌 이성애자들이고,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허상을 빌미로 동성애를 탄압한다. 이런 상황이니, 네덜란드처럼 동성애자간에 결혼도 할 수 있는 나라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은 음지에 숨어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야 한다. 한술 더떠서, 이성애자들은 그들이 음지에 숨는 걸 동성애가 범죄라는 얘기라고 강변한다. 위에서 언급한 학부모가 겸이에게 한 말을 보자. "왜 이름을 안밝히죠? 동성애가 그렇게 당당하다면 이름을 밝혀야죠!" (언젠가 혼전동거에 관한 토론을 할 때, "남이 먹다만 수박을 누가 먹겠냐"는 주장을 폈던 엄앵란 씨도 어렵게 나온 혼전동거자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전씨의 말처럼 열린사회라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는 닫혀도 너무 닫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 제발 숨 좀 쉬고 살자.

사족: 토론할 때 보니까 전씨는 아주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더만. MC가 질문을 하면 꼭 관계없는 얘기를 장황하게 한다. MC가 "제가 한 질문은 그게 아닌데.."라고 끼어들면, "지금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중입니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 다음에 한 얘기도 별 관계가 없는 말이고, 그런 게 한번이면 몰라도 무려 3번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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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꿈 2004-02-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인토론에서 이런 주제로 토의를 했군요. 아- 그렇다면 볼것을 그랬습니다.(볼까말까하다 안봤는데ㅠ-ㅠ;)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겠지요?
...동성애..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 분들을 좀 놔 드렸으면 합니다. 다수와 취향이 다르다고해서 숨도 못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고통은 모르지만) 안됐네요..

갈대 2004-02-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닫혀도 너무 닫혀 숨막힐 지경이란 말에 200% 동감 +_+

마태우스 2004-02-0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월의 꿈님/오랜만에 오셨네요? 정말 님 말씀대로 그분들을 놔 드렸으면 좋겠어요.
갈대님/부끄러워요....<--누가 칭찬해 주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겨울 2004-02-0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놓친 것이 안타깝네요. 유해물에서 삭제되었다는 소식 신문에서 접하고 박수를 친 게 어끄제인데 100인토론 단상에까지 올랐다니 정말 무섭군요. 타인의 성적정체성을 놓고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 자체가 상처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문학이 활성화되어 햇빛 찬란한 공간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보다많은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가령 간달프역의 이안 맥컬린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