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영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두번 봤을 때도 재미있는 영화. 두번째로 볼 때가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매트릭스 1편>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영화고, 처음엔 재미있게 봤지만 비디오로 빌려볼 땐-그때가 초저녁이었음에도-졸리기 그지없던 <매트릭스2>는 그저 그런 헐리우드 액션 영화인 거다. 한달 전, 난 <실미도>를 보면서 '이런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니'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글들을 읽었던 터라, 두번째로 본다면 영화에 몰입되어 느끼지 못했던 비판받을 부분들을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실미도>를 다시본 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1천만이 봤으니 대한민국 영화관객의 거의 대부분이 봤을 터이지만, 어제 만난 사람들은 웬일인지 한명도 그 영화를 안봤다. 보고싶은 영화가 <말죽거리>밖에 없었던 난 그쪽으로 몰아가려 분위기를 띄웠지만, 남은 세명 중 두명이 그 영화를 봤다기에 인간성 좋은 내가 대승적으로 양보해 버렸다. 극장에서 한 영화를 두번 보는 건, 여러 여자를 사귈 때인 90년대 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또다시 그 영화에 몰입되었고, 쉴새없이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처음 볼 때와 달리 부대원들이 죽을 땐 눈물까지 났다. 술을 먹고 봐서 그런가... 버스 안에서 서로 나가라고, 그러니까 자기들의 협박에 의해 끌려온 걸로 하자고 얘기할 때,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한다. "한번 쫄다구는 영원한 쫄따구죠" 그러자 2조 조장이 설경구에게 이런다. "야, 저새끼들 못만나고 뒤졌으면 억울해서 어떡할 뻔했냐" 그게 감동적이었다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 못만났으면 억울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 넓게 보자면 내가 알고지내는 대부분의 사람이 해당되겠지만, 어려울 때 나와 운명을 함께해줄 사람에 한정한다면 그다지 떠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긴,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고, 나만이 가진 운명에 왜 남들이 동참한단 말인가.

세상이 실미도를 욕할지라도, 내게 그 영화는 '좋은 영화'다. 실미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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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인상적인 대사에서 나와 운명을 함께해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까지. 전 왠지 한숨이 나오는데요. ^^ 실미도를 보면서, 울릴려고 한 장면에서는 울고, 웃길려고 한 장면에서 웃는 나를 보며, 어쩜 이렇게 기획의도대로인지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쩔수 없던걸요~하지만 두번 보긴 좀 무서워요~^^;
 

취지: 전 직장에 있던 사람이 결혼해서 간만에 오비들이 모였다

과정

-2시, 예식장 피로연, 소주 한병 마심

-3시 반, 인근 맥주집서 7명이 피처 8000cc 나누어마심

-6시, 대학로 극장서 <실미도> 관람(이하 남2, 여2)

-8시 반, 횟집 가서 소주 1병반 마심

-11시,  귀가, 정신이 얼떨떨해서 새벽 두시까지 맞고치다 잠, 아침에 무진장 후회하고 맞고를 은퇴하기로 함

종합: 소주 두병 반, 맥주 1500cc 정도?

의의: 화요일부터 시작되는 죽음의 5연전에 앞서 몸을 푸는 의미가 있음

좋았던 점: 짝 맞춰서 노니 오붓하고 즐거웠다.

 

나빴던 점

-술김에 횟집서 카드로 그었다. 아침에 명세서 보고 잠시 망연자실.

-엄마가 "니가 인간이냐"며 야단침. 술먹고 야단맞은 거라 별 가책이나 고통이 없었음.

-<말죽거리> 보고싶었는데 다른 애가 이미 본 상태고, <실미도> 본애는 나밖에 없어서 두번째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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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죽음의 5연전을 앞둔 몸풀기라니요...얘기만 들어도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무척 오래까지 버티셨군요!! 죽음의 5연전에서 생존확률이 높을수도...ㅎㅎ

paviana 2004-02-1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의 서재에서 잔술이야기가 나와서 왔어요..잔술이라면 역시 일식집에서 마시는 히레사케가 최고지요..복어지느러미 태운 따끈한 정종한잔.. 오늘은 그게 땡기네요..이술의 안주는 오뎅이 좋겠지요..

마태우스 2004-02-1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그래요, 정종은 오뎅이랑 마셔야죠^^ 투다리에서 먹는 정종을 전 좋아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술은 참이슬이구요.

마태우스 2004-02-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님의 격려가 늘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죽음의 5연전, 시작입니다!
 

 

 

 

 

 

관성이란 "물체가 현재의 운동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이다. 사람 중에는 관성이 강한 사람이 있고, 별로 없는 사람도 있는데, 난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 난 열심히 공부만 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 그랬다. 우린 동료가 아닌, 자신이 남기 위해 남을 제껴야 하는 경쟁자였다. 그런 우리한테 선배들은 이렇게 말했다. "예과 때 놀아야지!" 심지어 이런 노래도 가르쳐 줬다.

'노세 노세 예과때 노세/ 본과 가면 못노나니/ 예과는 천국이요 본과는 지옥이라/얼씨구 얼씨구 차차차/지화자 좋구나 차차차/예수도 공자도 아니놀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이런 말들에 세뇌된 탓도 있을 테지만,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자 다들 긴장이 풀려버린 우리는 그야말로 노는 데 전념했다. 별 이유없이 수업을 제꼈고, 대낮부터 술을 퍼마신 걸 무슨 무용담처럼 떠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을 놀고 우리는 본과에 갔다. 많은 친구들이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 잽싸게 변신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본과 때 노니까 더 재밌네!" 이래가면서 허우적대던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3학년이 어느정도 지나간 무렵이었다 (그래서 난 3학년 때 성적이 가장 좋다).

졸업 후 난 4년간 조교 생활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까지 일하는 고달픈 삶을 난 용케도 잘 견뎌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운이 좋게도 난 국립보건원에서 3년간을 있게 됐다. 소속과로 가서 과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이틀을 보냈다. 사흘째가 되니 좀이 쑤셨다. 과장님께 찾아갔다. "저...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커피를 마시던 과장님은 매우 당황하신 눈치였다. "벌써 일하려고? 좀 쉬었다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그날 난 나처럼 할일없는 애들을 모아 노는 모임을 만들었고, 3년을 내리 놀기만 했다. 밤마다 술을 마셨고, 낮엔 테니스를 쳤다. 제대 때가 되자 사회에 복귀할 날이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불안감을 씻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노는 데 매달렸다. 사회에 복귀해 직장을 구한 뒤에도 난 2년 정도는 더 '관성의 법칙'에 시달려야 했다.

꼭 나쁜 관성만 있는 건 아니다. 언젠가부터 시작한 독서는 이제 내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내가 읽은 책들은 벽돌이 되어 황폐해진 내 정신을 재건해 주고 있으니까.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고, 해마다 읽는 책의 양이 많아지는 걸 보면 '관성'이라기보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좀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난 그걸 내가 관성이 강한 놈이라서, 라고 우기련다.

좀더 일찍 독서에 취미를 붙일 걸, 하는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술 대신 몇배 더 큰 관성을 가진 책을 대학 시절부터 취미로 삼았다면, 아예 졸업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1월과 2월 읽은 책의 권수를 보건대, 올해도 작년 기록을 깰 수 있을 것같다. 지금 난 관성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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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도 안 읽다보면 영 안 읽게 되지만, 읽다보면 계속 읽게 되죠. 저두 관성여행에 동참하고 싶네요~ ^^

진/우맘 2004-02-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글 머리에 관련된(어떤 식으로든^^) 책 한 권 골라넣는 솜씨...거의 경지에 오르신 듯 하네요!

마태우스 2004-02-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그러시죠. 아주 즐거운 여행이랍니다.
진우맘님/아, 네.............(으쓱으쓱)
 

어느 분이 내게 그랬다. "혹시 영화평 쓸 때, 일부러 못쓰는 거 아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쓴다고 생각하던 터였기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당황했다. 사실 내가 영화를 보고 쓰는 글은 감상문일 뿐, 영화평은 아니다. 영화평론을 할 때 갖춰야 할 능력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그럴듯한 수사로 포장할 수 있는 인문학적 베이스가 있어야겠지만, 핵심이 되는 것은 영화와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일게다. 거리를 띄고봐야 영화의 장.단점이 객관적으로 보일텐데, 난 영화에 몰입해버리니 '재미없다' '말도 안된다'로밖에 쓸 수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난 영화평을 쓰고픈 마음은 없다. '단점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눈에 불을 켜고 영화를 본다면 영화가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내가 취미로 영화를 보는 데 비해 그들은 직업상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쓴다. 아무리 좋은 일도 업으로 하면 재미가 없는 법, 그러니 신문지상에 실리는 영화평들이 호평보다는 비난이 많은 게 아닐까?

<태극기>를 봤다. 남들이 대충 다 격찬하는, 별점 평점이 무려 9.28씩이나 되는 <태극기>를 난 어떻게 봤을까? 이해가 안갈지 모르지만 난 별반 재미없게 봤다. 중간에 두번이나 시계를 봤으며, 잔인한 장면들이 너무도 많아 시종일관 손으로 눈을 가려야 했다. <라이언일병>을 볼 땐 펑펑 울었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선 한줄기 눈물만 비쳤을 뿐이다. 거리를 너무 띈 건지, 술이 덜깨서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상한 놈인가보다.



영화 속에서 장동건과 원빈은 형제다. 만약 실제로 둘이 형제라면, 그 어머니는 좋아서 매일같이 한강다리 위에 올라가 춤을 출거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하던 사람들도 사정을 듣고나선 그 어머니를 이해하겠지. 어차피 상상이니까 외연을 조금 더 확장시켜, 첫째가 장동건, 둘째가 원빈, 세째가 권상우라면? 으아... 너무 무서운 상상인 것 같군!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고, 지금도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쨌든간에 전쟁은 비극이다. 이념에 따라 남북이 갈라져 싸운 6.25는 우리 민족에게 최대의 재앙임에 틀림없다. 그 전쟁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상흔을 남겼는데, 이산가족 문제도 그 하나고, 남북의 화해협력이 어려운 이유도 거기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초대대통령이라고 무조건 국부는 아니다. 입만 열면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전쟁이 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자던 사람이 전쟁준비는 하나도 안해놓은 것도 어이가 없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자 제일 먼저 도망가놓고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말로 국민들을 속인 건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되었을 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민군에게 부역한-밥을 짓고 어쩌고 하는 행위를 부역이라 했다-사람들을 모조리 잡아죽인 것 역시 국부가 할 짓거리는 아니었다. 그런 그이니만큼 전쟁의 와중에 국회의원들을 협박해 발췌개헌을 단행, 장기집권의 틀을 다진 것은 별로 놀라울 게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공과 과를 모두 말하자"고. 난 이승만에게 지금 열거한 '과'를 능가할 공이 뭐가 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공과를 잘 따지자는 사람들이 군부독재가 끝나고 집권한 대통령들의 공에는 인색하고, 별거 아닌 과를 뻥튀기해 비난하는 건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극장 문을 나오는데 생각이 났다. 일년에 국경일이 며칠인데 태극기 한번 단 적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태극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다가오는 3.1절엔 나도 태극기를 휘둘러 봐야겠다. 어디 있는지 찾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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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2-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들의 영화를 보는 태도에 대해 500% 동의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평론이 감성을 좀먹는 경험을 했기에...

실은, 전 피아노를 전공할 뻔 했는데, 예술계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향상 음악회'라는, 같은 학년 친구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시간이면 친구들의 연주에 대한 평가를 노트에 적어야 했었구요(터치가 어떻다, 표현이 어떻다..), 유명 음악인의 연주회에 가면 이사람 음악에서 무얼 배워야 하나 귀를 세우고 듣곤 했구요, 친구나 지인들의 연주회에 가면 '친구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나..' 맘졸이면서, 응원하면서 들었답니다.
몇 년을 이러다 보니 음악을 순수한 음악으로 들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답니다. (나만 그런건지도..)

요즘은요? 음악을 거의 듣지 않지만... 어쩌다 피아노 학원에서 들려오는 초등학생이 치는 간단한 소나티네에도 참 아름답다는 느낌, 저정도 치느라 수고 많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전공자들이 들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공자는 들을 수 없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작년에 피아니스트 겸 대학 교수로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희 동기들 중에서는 꽤 인정받는 친구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때는 왜 내가 치는 소리가 내 맘에 그렇게도 안들었는지 몰라. 지금 생각하면 그정도 칠 때 좀 더 즐기면서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했더니, 그친구가 하는 말...
'난 지금도 내가 치는 음악이 맘에 안들 때가 많아'

참으로 어려운 길, 빨리 바꾸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심야우등을 타고 집에 온 시각이 새벽 두시, 날 기다리던 벤지 대소변을 누이고 밥까지 준 후 두시반쯤 잤는데, 7시 반경에 눈이 떠졌다. 이따 열시쯤 나가면 오늘 안으로는 컴에 접속을 못할테니, 부지런히 써야겠다. 그런데...너무 피곤하다. 버스에서,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 잤으니 시간으로 따지면 덜잔 것도 아닌데 왜 이리도 힘들까?

22번째 술

내가 지도하던 학생 하나가 "그간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한다는 뜻으로 찾아뵙"겠단다. 뭘 또 새삼스럽게 감사를... 시간을 정해 연락하겠다고 해놓고 뭉기적거리고 있으니까 그가 독촉전화를 한다. 미안해서 "내일 보죠 뭐"라고 했다. 그래서 2월 12일에 그와 만나서 내가 아는 맛있는 집 빅스리 중 한곳에 데려갔는데, 그는 원래 술을 한잔도 못하기에 나 혼자 큼지막한 동동주를 다 먹었다.

그가 자꾸 "찾아뵙겠다"고 하는 건 선물을 주기 위함이리라. 돈도 못버는 애들한테 뭔가를 받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주겠다는데야....호호호.  그는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선물을 얼마나 큰 걸 산거야... 부담스럽게' 하지만 음식이 다 떨어져 갈 때까지 뭘 꺼내는 기색이 없다. 다 먹고 난 뒤 그는 배를 두드렸다. "와, 배부르다. 선생님, 너무 잘 먹었어요"

그리고.....그는 집에 갔다! 기대가 크면 역시 실망도 큰 법, 난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뭐야 밥만 먹고 가다니!"라고 성토했고, 여친은 나보다 더 흥분했다. "정말 너무하네!" 지금은 반성한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생을 비난한 것을!

 

23번째 술

날짜: 2월 13일

장소: 대전

1차: 탕수육과 짜장, 소주 1병

2차: 해물탕에 소주 1병 반.

오랜만에 만났지만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11시,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는데.... 내가 두병 반을 마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난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은퇴를 고려했던 지난번의 참패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었을까? 다음주엔 지옥의 5연전이 날 기다린다. 여기 가입하면서 세웠던 "알라딘 평정"의 꿈은 사라졌으니, 술자리라도 평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자! 술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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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5연전...듣기만 해도 무서운데요! 술을 줄이기 위해 쓰는 술일기에서, 어쩐지 술자리에 대한 투지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요. ^^ 학생이 선물을 줄것이다-라고 착각한 술일기는 넘 웃겨요~ ㅎㅎ

paviana 2004-02-1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이슬이 진짜 그 참이슬이었군요 ㅋㅋ.전 요즘 회사사람들이랑 주로 마시는데, 선택의 여지없이 항상 산입니다..이 회사들어온지 4달정도 되었는데, 그 이후 참이슬은 구경도 못했답니다..전 소주보다는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 선호하는 술이 다른데,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마태우스 2004-02-1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뭐 5연전 쯤이야...하핫! 제가 술을 줄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무의식 속에 담긴 투지를 님에게 들켜버렸군요^^
paviana님/처음 뵙겠습니다. 회사 사정상 산만 드신다...편식은 안좋지 않나요? 날씨와 선호하는 술의 관계가 뭔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