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으로 가려고 버스를 탔다. 그런데 웬일인지 차가 너무 막힌다. 예약해둔 시간을 불과 20분 남겼을 때, 버스가 간 거리는 전체의 3분의 1도 못되었다. 앞을 내다보니 끝없는 차량행렬이 숨을 막히게 한다. 안되겠다 싶어 기사 아저씨께 말했다. "저...기차 시간 때문에 그러는데 좀 내려 주시면 안될까요?"

내리는 것과 동시에 난 뛰기 시작했다. 500미터쯤 달렸을 무렵 아뿔싸, 길이 뚫렸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건만 결국 난 버스에게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달리다 버스를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다. 내가 달리는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한치앞을 못보고 내려버린 나를 비웃는 것일까? 결국 난 뒤따라오는 버스를 집어타고 기차역에 겨우 당도했는데, 일이 안되려고 그랬는지 기차가 5분 연착한단다. 괜히 내렸다...

옛날 생각이 난다. 보건원에서 열리는 테니스대회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밀린다"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기어이 북부간선도로로 집어들었다. 택시는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엄청난 차량의 물결에 묻혀 버렸다. 그때만 해도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 출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앉아서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난 시종 기사 아저씨를 째려봤고-거봐. 막힌다잖아요-기사 아저씨는 내 눈이 무서워 창밖을 내다봤다. "아저씨!" 난 그를 불러 내려달라고 했다. 그 뒤 난 차량을 헤치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조금 뒤뚱거리지만 그때의 난 아주 날씬했고, 흡사 한 마리 비호 같았다. 결국 난 출구를 내려와 좌회전을 했는데-거기서부터 보건원은 1.5킬로다-빵빵 하는 클랙션 소리가 났다. 옆을 보니 세상에, 아까 그 택시다! 달리기가 아무리 빨라도 택시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고, 내게 미안한 맘을 갖고있던 기사 아저씨가 결국 날 찾아낸 거다. 성격 좋은 사람 같으면 다시금 거기 탈텐데, 난 너무나도 부끄러워 가게 안으로 숨었고, 다시금 골목 깊숙이 숨어 버렸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난 하마터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가하지 않는 게 더 나았다. 원래 실력도 없는데다 달리느라 지쳐서, 그날 난 전패를 하고 말았으니까. 성급한 자는 두 번 기다린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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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인터넷 고쳤습니다!!!! 이젠 집에서도 알라딘을!

비로그인 2004-02-1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고치셨다니 축하드려요~ 이 글을 읽고나니, 화장실 줄 서 있다 눈치쓴다고 옆줄로 샤샥~ 옮겼는데, 원래 있던 줄이 더 빨리 짧아질때의 허탈함이 생각나네요. 하하~

_ 2004-02-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참을 웃었네요. 마태우스님의 부끄러운(?) 기억에 이렇게 웃어 제껴도 되는건지...그런데, 그 택시 기사 아저씨도 마음이 따뜻하셨나 보군요. 제 성격상 가지말라고 한 길 들어서서 밀렸더라도 내릴수 없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마태우스님의 상황에 접하다보면 저도 가게안으로 숨지 않았을까 싶네요 ^^

아, 그리고 인터넷 소생을 감축드리옵니다. ^^

 

 

 

 

 

 

2월 18일, 지옥의 5연전 중 이틀이 지났다. 오늘과 내일이 최대 고비인데, 잘 넘길 수 있을까?

마신 술: 소주 한병 반과 삼겹살-->2차 친구집서 맥주 두병

좋았던 점: 소주 다섯병을 마시는 친구인데, 요즘 맛이 가서 많이 못마시더만. 음하하

나빴던 점: 집에 가다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노래방에 끌려갔다. 1시간 반동안 고생했다. 아저씨는 왜 자꾸 서비스 시간을 넣어 주는지...난 노래가 싫은데...집에 오니 새벽 한시, 지금도 졸려 죽겠다.

 

어제 술을 마신 친구-알파락 하자-는 나와 정말 친한 친구다. 90년대 후반, 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언제나 같이 술을 마셔준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3년 전 결혼을 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아이가 생기면서는 1년에 두세번, 행사가 있을 때나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따지고보면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 하나-얘는 베타다-는 97년 결혼한 이후 인간이 변해 버렸다. 일이 끝나면 총알같이 집에 갔고, 술같은 건 마시지도 않는 듯했다. 그때 우린 만나기만 하면 베타를 비난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베타가 우리를 불러모으더니 <까르네스테이션>에 데리고 갔다.

"니들이 하도 뭐라고 해서 오늘 밥 산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서운했다. "이걸로 떼울테니 더이상 나 볼 생각 하지 마!"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 것은 약간의 관심이지 밥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땐 내가 뭘 잘 몰랐다. 자기 아내가 친구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컨대 친구만 챙기고 맨날 늦게 들어간다면, 그래서 아내와 불화가 생긴다면 좋은 건 아니잖는가? 술 잘 사고 그러는 게 우리야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콩나물값도 아끼는 아내가 본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가정과 사회, 이 두가지를 모두 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칭송을 받는 사람은 집에서 욕을 먹고, 가정적으로 너무 잘하는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 하지만 친구가 밥을 먹여줄 수는 없는 법, 굳이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면 가정을 택하는 게 옳지 않을까? 이런 사실을 뒤늦게 깨우쳤기에, 알파가 출산을 한 후 연락이 뜸한 게 그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다. 아니, 내 쪽에서 의도적으로 연락을 안한 측면이 더 클지도 모른다. 어쨌든 알파는 한번 만나자는 내 전화에 무척이나 반가워했고, 지난 몇달간의 일을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예상대로 알파는 애와도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어 있었고, 그걸 보면서 난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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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2-1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렇다할 가정을 이루지도 못했고, 지금 몸 담고 있는 가정에선 제거 대상 1호인 저를 비롯한 알파, 베타, 감마 떨거지들이 우글우글 모여 늘 하는 말도 그겁니다. 우린, 결혼해도 절대 서로 배신하지 말자. 그러곤 술 한 잔 털며 덧붙이죠. 쓰벌..배신할 건덕지라도 생겼음 좋겠네. 제가 봤을 때, 결혼만 했다 하면 싸그리 배신할 것들입니다. 그럼 저도 마태우스님처럼 그 애들 보면서 흐뭇해 하겠죠. ^^

paviana 2004-02-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그리고 알파분도 좋은 분들이시네요...변할 줄 아는 사람과 변해버린 친구를 이해할줄 아는 사람..두분다 훌륭하십니다.

비로그인 2004-02-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둘다 잡기가 참 애매한 거 같아요.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너무 좋아하면 애인이 싫어하고, 애인하고만 너무 놀면 친구들이 서운해하고...^^ 그래도 가정을 꾸리면, 가정쪽으로 무게가 조금 더 기울어야 될꺼 같아요. 그래서 이해해주시는 마태우스님의 모습도 흐뭇~하네요. ^^

진/우맘 2004-02-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해결책은...술친구 중의 한 명을 골라 결혼하는 것입니다! 매번 같이 술자리에 나가지는 못해도(그러면 가정이 유지가 안 되겠지요^^) 대표로 한 명만(?) 나가게 되는 경우에도 집에서 별로 걱정이 안 되거든요. 대충 그 술자리의 성향과 코스가 그려지니까요.
뭐,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마태우스 2004-02-1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키님/우린 절대 배신하지 말자... 넌 배신하면 안돼!... 알파 등과 여러번 했던 얘기지요. 우정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지요^^

파비아나님/ 님께서 그러시니 제가 제 자랑만 한 것 같은 느낌이..... 제가 원래 그런 놈은 아니랍니다. 별명이 밴댕이라니까요!!

마태우스 2004-02-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늘 좋은 조언을 해주시는 님을 알게 되어, 제가 더 흐뭇합니다.

진우맘님/술친구와 결혼하셨군요! 제가 언제나 꿈꾸던 일인데... 그래서 진우맘님이 그렇게 멋지게, 재미있게 사시는군요.
 

* 제 홈피에 어느 분이 쓰신 글인데요, 마음에 들어서 퍼왔습니다.

----------------------------------------
지난번 '과학책 추천' 관련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좀 성급한 일반화를 시키는 감은 있지만
일본인이 쓴 과학(?)관련 서적은
절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 아침형 인간?
: 저녁 5시 이후의 생활이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회식하자고 할 때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날이 어두워 져야 독서할 맛이 나는
나같은 사람은 어쩌고?
(난 운동도 주로 밤에 한다.)
사람이란 각자의 생체 리듬이 있는 법인데
이를 무시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범죄이며,
내일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생업에 힘쓰는
동대문, 남대문 시장 상인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어느 일본 의사의 편집광적인 주장 하나에
일본국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주, 그 밑의 직원들까지 현혹되어
놀아나고 고생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음이다.

# 바보의 벽?
: 사람은 각자의 성장과정에서 각자의 성격과 취향을
가지게 되고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각자의 취향과 경향이 생기고
이는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세대간 갈등, 좌우익간의 갈등.. 등등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
이는 불가피하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
상대방을 자신의 가치관대로 함부로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또한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일종의 인권유린이니까.
그 갈등이 그렇게도 안타까운가?

이것이 뇌의 기능과 연관시켜서 설명할 문제인가?
그리고 가역적인 것이라 생각하는가?

정말 이 책의 저자가 의사인지
다시금 확인하였었다.

좋게 보면 "편견을 버리라"는 의도겠지만,
한 페이지 정도면 충분히 표현할 그런 주장을
이렇게 지면을 낭비하면서 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편광 현미경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다면
이 책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웃기는 짬뽕인지 금방 파악이 될 것이다.
물 떠놓고 '사랑해, 사랑해' 되뇌이고나서
사진 찍으면 아름다운 결정체가 나온다고?

분명히 저자는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자기가 주장하는 게 옳다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다.
믿는 건 자유지만
이렇게 대중들에게 공표하는 용기가 가상할 뿐.

아름다운 결정체로 나타난 똑같은 물을
각도만 달리해서 찍으면
다른 모양이 나올텐데도
이에 대한 해명은 없다.

차라리 사진으로 나타낸 일종의 시라고 했으면
좋았을 걸...
왜 과학이라고 주장하는지..
이런 사이비 과학이 우리나라에도 먹힌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 뇌 호흡? 두뇌체조?
: 기가막힌 조어능력이다.
뇌가 호흡을 한다?

# 왜 일본책들은 하나같이...
이럴까?
1) 축소지향의 국민성이라 그럴지도...
축소 지향 내지는 혼자서 방안에 틀어박혀
어떤 주제를 깊게 파는 경향이
유달리 강한 민족이다 보니
오다쿠가 나오기도 하고, 편집광적인 경향도
쉽게 도출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동료들에 의해 서로 비판을 주고 받으면서
편견이 되지 않도록 자체 조절이 필요할 것인데
혼자 파다보니
이 과정이 생략되어
얼핏 그럴듯 해 보이는
어처구니 없는 사이비 이론이 만들어 지는게 아닐까?

2) 일본은 유달리 미신이 많다.
귀신 수만 300만명이라고 할 정도이고,
생활 하나하나에 미신이 깃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황당한 생각들을 쉽게 하는게
아닐런지.

3) 획일적이고 전체주의 취향이 잔존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주장하는 건 좋은데 남에게도 강요하는 걸로 봐서...

# 책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신임하진 말자.
: 베이컨 식으로 보면 저자는 '동굴의 우상'에 취한 것이고,
우리는 '극장의 우상'에 현혹되는 것이리라.
책으로 나온 것이라면 검증된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결코 현혹되지 말아야 할 지어다.

내 개인적으로 세운 감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 책 표지등이 상당히 예쁘다.
2. 제목이 매우 단정적이다.
3. 서문을 읽어보면 주장하는 바를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
4. 원저자가 일본인이다.
5.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기준에서 적어도 3개가 해당되면
절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습득해야 할 지식도 넘치는 반면에
우리 인생은 그리 길지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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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여기저기에서 '아침형 인간'을 신나게 흉보고 다녔는데... 아... 흉보기 전에 한 번 읽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갈등이 되기까지 하네요.
물론, 갈등하는 척만 하고 읽을 계획은 여전히 없습니다. -.-

갈대 2004-02-1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학서적을 고를 때 출판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괜찮은 과학서적을 이미 낸 적이 있는지를 꼭 살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까지글방의 과학서적들이 좋더군요

마태우스 2004-02-1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교보에 갔더니 그 책이 수백권 정도 쌓여 있더군요. 어지러웠습니다.

갈대님/까치글방이라...앞으로 과학서적 고를 때 참고하겠습니다.

sooninara 2004-02-2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형인간"이 음모론이라고 하는분이 계시더군요..맞는말 같아요
새벽부터 밤까지 부려 먹으려는 음모일지도...
 

 

 

 

 

 

선배와 함께 Bar에 갔다. 그집 주인은 선배의 친구로, 나와도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때마침 심심했는지 주인이 합석을 했다. 나는 듣기만 하고 시종일관 그사람만 열변을 토했는데, 그는 심지어 나한테 이런 말도 했다.
"너, 왜 그렇게 살아?"

왜 매일 술만 마시고 사느냐, 이런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하는 말은 강남 쪽에 아파트를 사서 값이 오를 때 팔면 수억원을 챙길 수 있는데, 왜 월급을 받아가면서 힘들게 사느냐는 거였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파트를 여덟채나 가지고 있어"
혼자 하면 위험부담이 크니, 여럿이 모여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 근데 그런 말을 왜 나한테 하는 걸까? 강남에 아파트가 있으면 좋다는 걸 누군 모르나? 그는 의사였고, 모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다. 의사 월급만으로 부족한 걸까. 그와 헤어져 집에 오면서 난 외계인과 얘기를 한 기분이었다.

일년 뒤, 그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스와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그는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잡혀들어갔다.
"글세 그게 그 사람이래! 병원에서는 잘렸는데, 병원 홈페이지 가보면 그사람 이름이 아직 남아 있더라"
친구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난 일년 전에 그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너, 왜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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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정이 생겨서 피씨방에서 올립니다. 그러다보니 오늘 쓴 글들은 다 짧네요. 걸핏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우리집 인터넷.... 안되는 날만큼 요금을 깎아주면 좋으련만.

비로그인 2004-02-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오늘은 짧다고 생각했는데...^^ 앞의 '너 왜그렇게 살아'랑 뒤의 '너 왜그렇게 살아'...아...뭔가 팍! 오네요. ㅎㅎ

2004-02-1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2-1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글을 올리기 위해 피시방에 가기...진정한 서재폐인이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

_ 2004-02-1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말씀처럼 앞의 왜그렇게랑 뒤의 왜그렇게가 주는 여운이 짠한데요 ^^

마태우스 2004-02-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그러고보니 사슴뿔이 바뀌셨네요? 그전이 더 '노경'스러워요!
복돌이님/님두 참...별 걱정을 다하셔요. 편히 드나드세요. 우린 친구잖아요?
진우맘님/하하, 저 폐인된 지는 좀 됐답니다. 술먹고 들어와서도 꼭 알라딘 서재는 들르잖아요?
Bird나무님/쑥스럽습니다^^

2004-02-1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이런 글을 전에 썼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쓴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두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특별히 그들을 주목한 이유는 내가 앉은 각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둘의 행태가 심히 괴이해서였다. 내가 앉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둘은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어딘데..."라는 한 사람의 말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는 다른 사람의 말이 중첩된다. 도대체 저 둘은 왜 만난 것일까.

그 사람이 정도가 좀 심하다 뿐이지,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술집 같은 곳에 둘이 마주앉아 있는데, 한 사람이 오래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당해봐서 아는데, 둘이 있다가 한명이 전화를 하면 남은 사람은 졸지에 바보가 된다. 딱이 할 일도 없고, 책을 꺼내서 보기도 그렇고 (사실 난 그렇게 한다), 홀짝홀짝 술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울리지 않는 자신의 휴대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짧은 통화야 이해할 수 있지만, 5분, 10분간을 계속 통화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몇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지루하다.

로또에 당첨되어 수십억을 받은 사람이 또다시 로또를 사는 것도 나쁜 행위지만, 남은 한명을 버려두고 휴대폰을 받는 사람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은 휴대폰 예의가 발달해서 전화를 받으면 "지금 통화 가능해?"라는 질문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둘이 있다면, 그리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지금은 좀 곤란해"라고 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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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절대공감! 차라리 나가서 받으면 그래도 나은데, 마주앉아 상대방은 통화하고...그앞에서 괜히 멋적어서 술잔 들었다놨다...괜히 문자도 보내보고...책 읽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어색할꺼 같지만 괜찮은 방법이네요. ㅎㅎ 중요한 통화면 어쩔수 없지만, '나중에 계속 통화하자'고 일단 짧게 끊는게, 상대방을 위한 배려고 예의일거 같네요. ^^

쎈연필 2004-02-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은 글입니다. 의외로, 상당히 교양있는 사람들도 휴대폰 예절에 있어서는 무개념하더라구요. 대인관계를 잇는 필수품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전 말은 안하지만 이후로는 그런 사람들과 둘이 만나는 게 싫어지더군요.

_ 2004-02-1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저도 많이 겪었던 일이지만, 한창 대화중에 전화벨이 울리면 보통 '지금 통화하기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서스럼없이 전화를 받는일이 많은데, 그게 또 짧으면 모르지만, 한없이 길어지다 보면,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남은 사람 졸지에 바보로 만드는 격이지요. 물론, 그 전에 하던 대화의 맥이 탁 풀리는건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더군다나 저처럼 폰이 없는(!) 경우는 아예 올 전화 조차 없기에, 그냥 멀뚱멀뚱 먼산만 바라 본답니다.

예전의 휴대폰 광고 문구가 생각나는군요.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 =_=;;

Arch 2004-02-1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두 없는데.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일상적인 휴대폰 사용 말고 과시용으로 전화통화를 크게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전에 에코의 글에서 그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빚에 좇기거나 연체된 카드빚으로 허덕이는 사람들이라 그러더라구요. 자기딴에는 자기가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올 정도로 인기있는 사람임을 보여준다는 통박인데 진짜로 인기가 많아서 관리가 필요할 정도이고, 그만한 지위라면 비서보고 전화를 받게한다나 뭐래나. 전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앞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도 별 쓸데없는 소리로- 둘 사이에 공간을 저 사람은 저렇게도 메꾸는구나싶은. 암튼 마태우스님의 단상은 한참 물오른 생선회처럼 펄펄 살아숨쉬는 듯 싶어요.

마태우스 2004-02-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속토끼님/코멘트 잘 읽었습니다. '물오른 생선회'라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그러고보니 회가 먹고 싶군요.
Bird나무님/작년에 전화기를 잃어버리고 2주간 폰 없이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이 좀 불편해하더군요. 그래서 느꼈죠. 아, 휴대폰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갖고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요.

마태우스 2004-02-1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 님의 사슴뿔 말입니다, 자세히 보니 풀이 자란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 제가 너무 님의 마스코트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 같네요. 죄송.
라스꼴리니꽃님/저도 정말 싫더라구요! 제 친구 하나는 저랑 차타고 어디 가는 내내 전화만 하더군요. 그런 게 나쁘다는 걸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요.

비로그인 2004-02-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풀이 자라는 것 같은게 아니라 풀인데요!! 이젠 더이상 마태우스 님 집에서 인기좋은 '노경'이 아니라, '행운목'이랍니다~ 조그만 아이콘으로 얼핏 보면 역시 뿔같죠?? ^^

마태우스 2004-02-1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오오, 정말 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