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의 정의는 좀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좋은 영화란 그저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내 것인양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잘생기고 돈많고 싸움질도 잘하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같은 사람 말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와이키키>에 나오는 음악가처럼 여기저기서 찬밥 취급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좋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버스 정류장>은 내게 '좋은 영화'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중반까지는 참 재미있게 봤다.

주인공으로 나온 김태우는 남들과 떨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외로움을 자청하는 것 같지만 몸파는 여자를 찾아 외로움을 달래곤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학원강사인 그는 고3인 김민정을 사랑하게 되는데, 차는커녕 면허조차 없던 그가 "드라이브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잽싸게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장면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나도 김정은이 술한번 같이 마셔준다고 하면 연구 열심히 할지도?

그런데 김민정이 애를 밴 걸 고백하고, 같이 애를 지우러 간다. 김민정은 밤새 울지만 김태우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리고는 김민정이 떠나는데, 나중에 다시 만난다. 서로 연락을 기다렸다나. 그리곤 갑자기 김태우가 쪼그리고 앉아 오열을 하고, 그런 식으로 영화가 끝난다. 난 김태우가 왜 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이해가 가야지 공감을 하고, 공감을 해야 뭔가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울음이 너무 뜬금없어, 난 김태우가 오버이트라도 하는 줄 알았다.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뭘까? 아무리 삐딱한 남자도 이쁜 여자만 보면 넘어간다?

대개의 감독들은 데뷔 작품이 다 훌륭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는데, 이미연 감독은 미리부터 롱런을 의식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든지 모르겠지만, 애써 긍정적인 면모를 찾자면 김민정이라는 미녀를 알게 된 것 정도? 영화가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었는데, 그때 참길 잘했다. 이 영화의 OST가 무지 잘팔리다가 영화가 개봉함과 동시에 안팔리기 시작했다는데, 그 이유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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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3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2-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요, 이제 무슨 얘기가 좀 시작되려나-했더니 끝이더라나요. 그래도 뭔가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한번쯤 더 봐볼까-하는 생각을 남기더라는데...한마디로 묘한 영화인거 같네요~ ^^
 

 

 

 

 

 

시어머니에 좋은 시어머니가 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어머님은 좋은 시어머니다. 어머님이 돈이 많으셔서 며느리에게 집을 사줬다든지 하신 건 아니다. 그렇다고 며느리를 친딸보다 더 사랑한다든지 하는 것도 아니다. 여느 어머니들처럼 우리 어머님도 제수씨의 어떤 점을 못마땅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사 때와 명절 때, 제수씨의 노동력을 착취하신다. 그럼에도 내가 우리 어머님을 좋은 시어머니로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인생의 경험이 쌓여 가면서 내린 결론인데, 그건 어머님께서 나름의 삶을 사시기 때문이다. 다른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를 괴롭히는 건-난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있는 자체를 괴롭힌다고 정의한다-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심심하니까 누굴 불러다 시중을 들게 할 생각도 나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전에도 언급했던 모 사모님의 말씀은 자꾸 들어도 웃음이 나온다. "내가 쟤네들(아들 내외) 주말 중 하루는 못오게 해요" 호호, 그러니까 그 며느리는 매주 그 집에 온다는 얘기잖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말 중 하루는 쉬게 해주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로 알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 그집의 둘째가 좋은 직업에도 불구하고 노총각으로 늙는 이유가 혹시????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참으로 바쁘시다. 내가 친구 많다고 떠벌이고 다니지만, 어머님에 비하면 적수가 되지 못한다. 바쁘게 생활하시는 어머님을 볼 때마다 지난날 생각이 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속박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어머님의 청춘과, 가장 까다로운 환자셨던 아버님의 병수발을 드느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3년의 세월이. 자식이 넷이나 있었건만, 어머님은 간이 침대에서 4시간씩 주무시며 아버님의 병수발을 전담했었지. 그래서 나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가 너무 즐겁게 사시는 거 아냐?"라고 흉을 보던 철없는 여동생을 쥐어박고 싶다. 인생이란 즐겁게 살아도 짧은 것이며, 그간 어머님의 삶이 거의 사는 게 아니었다는 걸 동생도 모르지 않을텐데.

그래서 어머님은 남동생 혹은 며느리가 "가겠다"고 할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오지 말라고 한다. 보통은 그냥 한번 거절해 보는 것이겠지만, 우리 어머님은 진심이다. 그들의 방문으로 어머님이 짜놓은 스케줄이 차질을 빚을까봐서. 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장 잘해주는 건 같이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어머니는 진짜 엄마같아요"라고 말하는 여자들이 있다. 물론 다 거짓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바로 옆집이 시댁인데,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 많은가보다. 결혼 직후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친구 부인은 어머님이 고향인 목포로 내려간 이후 얼굴빛이 너무 환해져서, 얼마 전 가서 만났을 때 눈이 부실 정도였다. 또 다른 동창 하나는 시댁과 대판 싸운 뒤 발을 끊었는데, 그 뒤부터 인생이 아름답다고 한다. 마지막 예야 좀 극단적이지만, 시어머니가 그 존재만으로 며느리에게 부담이 되는 건 엄연한 사실이지 않을까?

우리 시어머니들도 나름의 삶을 사셔야 한다. 딸만 그런 게 아니라 아들도 출가외인, 아들을 보내고 나면 자기들끼리 잘 살라고 내버려두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사는 게 진짜 멋진 시어머니다. 우리 어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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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2-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느리니까..이런말 하긴 그렇지만...정말 100% 찬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시어머님이 시골분이라서 저는 일년에 몇번 안내려가구요..
시댁 내려가면 차 트렁크 채워서 올라온답니다..한마디로 시집 잘간거지요^^
시댁 가까운분들..자주 찾아뵈도 눈치보이고..(더 자주 못간게 미안해서)
시댁에서 싸주는것도 없고..어머님들 수준 높아서 선물 사드리기도 힘들고...
주변 친구들보니까..힘들어 하더군요...
마태우스님 어머님은 1등급 시어머님이시군요
(그런데 아이 맡기고 싶어하는 며느리라면 조금 문제가 있겠군요^^)

paviana 2004-02-2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어머님 같은 분은 제가 삶의 지표로 삼을만한 분이시네요..제 생각은 자식에게 받을 수 있는 효도의 70%는 3살이전에 다 받는다는 주의입니다..넘 욕심부리면 저도 자식도 불행해지겠지요.

superfrog 2004-02-2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모가 자식에게 다 퍼주고 말년에 기댈 생각 말고 할 만큼만 해준 담에
너희들은 너희들, 우리는 우리로 노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젊어서 고생해서 늙어서 병들거나,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없이 며느리들, 자식들, 손주들만 보며 온갖 것 챙기고 간섭하면 서로 힘들잖아요..

마태우스 2004-02-2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그렇죠^^ 그런데 전 세살 이전에 효도한 기억이 없어서요...
물장구치는금붕어님/근데 그게 막상 하려면 어렵겠죠... 사실은 저두 자신 없답니다.
 

 

 

 

 

 

컴퓨터 방에서 벌레가 나온 건 벌써 3주쯤 전의 일이었다. 벤지를 위해 가져다 놓은 물그릇에 검은색의 벌레가 빠져 있다. 그릇을 닦고 다시금 물을 담아 줬지만, 잠시 후 보니 물에는 또다시 벌레가 떠있다. 이번엔 한마리가 아니라 서너마리쯤이고, 그릇 옆에도 두세 마리가 더 붙어 있다. 벌레가 무서운 것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전략 때문이리라. 난 슬슬 무서움을 느꼈고, 그 후부터는 벤지 물그릇을 방에 들여놓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했다고 벌레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문득, 방바닥을 들여다본 나는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바닥에는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으니까. 난 살충제를 가져다가 방안에다 뿌렸는데, 잠시 후 들어가보니 수많은 벌레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이 벌레들과 더불어 컴퓨터를 썼다니, 갑자기 몸이 가려워지는 느낌이었다. 그 후부터 컴퓨터를 쓸 때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고, 오래 붙어있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수없이 살충제를 뿌렸지만 벌레들은 계속 나왔다. 벤지가 왜 그방에 있기를 싫어하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언제나 내 곁에 누워있던 그 녀석은 내가 그방에 있을 때는 문밖에 나와 있었는데, 난 단순히 그걸 방이 더워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벤지를 위해 깔아준 이불을 들춰보니, 벌레가 장난이 아니게 나온다. 얘길 하지 그랬니... 미안해진 난 녀석을 깨끗이 목욕시켜 줬고, 그 참에 나도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며칠 전부터 벌레는 좁은 컴퓨터방을 탈출해 드넓은 마루로 진출했다. 마루에 있는 벤지 물그릇에서는 어렵지 않게 벌레를 관찰할 수 있었고,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벌레를 죽여봐도 말짱 허사였다.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시스코'라는 데 연락을 하면 된단다. 인터넷에서 시스코를 찾아봤다. '미국의 식품도매 회사'란다. 아, 식품회사에서 그런 벌레를 다루는구나.  좀더 찾아보니 '네트워크 장비' 어쩌고 하는 말만 나오지, 벌레 얘기는 안나온다.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넌 뭐야???"

이상한 건 내 귀였다. 오늘 아침, 난 '세스코'에 전화를 걸어 청소를 예약했다. 드넓은 평수에 따르는 높은 비용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어여쁜 목소리와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라는 단호한 그녀의 말, 그리고 그 집은 나와 어머니, 벤지가 앞으로도 쭉 살아갈 터전이라는 생각에 하겠다고 했다. 몇주간 벌레와 동거를 했으면서도, 막상 신청을 하고 나니 어서 빨리 그 날이 와서 벌레가 멸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레가 꼬인 건 내가 환경을 청결하지 못하게 한 탓이다. 세스코 직원의 말에 따르면 그 벌레는 물기가 있는 곳에 잘 번식한다는데, 벤지가 물을 먹다가 흘린 물이 진원지가 되었나보다. 바퀴벌레보다야 낫지만, 어찌되었건 벌레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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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2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레보다 벌레를 잡는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초등학교 때 짖궂은 친구 하나가 굉장히 큰 메뚜기를 책으로 펑! 때려잡는 걸 본 이후로, 벌레가 터져 죽는 것을 보면...으으으...진저리가 납니다. 그래서 내 손등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도 못 때려잡고 지켜 보는 바보가 되었지요.
그/런/데 확실히,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더군요. 내 새끼 피 빤 모기는 눈에 불을 켜고 찾아 헤매게 되었으니...^^

비로그인 2004-02-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모기는 때려잡는데, 다른 벌레는 정말 무서워요.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도 소름끼치지만, 바퀴벌레가 나타나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얼어버리죠. 그리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외친답니다. "엄마~아빠~바퀴벌레가 나타났어요~잡아주세요~"ㅜㅠ

마태우스 2004-02-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강하시군요...
앤티크님/연약하시군요!
 

28번째 술

그저께, 초등 동창끼리 모였다. 3일간 술을 마셨더니 몸이 너무 안좋아,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1차를 하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어제 같이 마신 사람이다.

"지갑 다 찾아봤는데 없거든요. 미안해서 제가 오늘 한잔 대접하려는데, 한시간쯤 후에 괜찮으세요?"

난 지갑의 충격에서 이미 회복되었다고, 이미 그 일은 잊었다고 했는데,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이따 전화나 해보세요"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도 다른 이들과 술을 마시고 있으니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겠지 싶었다. 동창들이 2차를 가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 먼저 간다고 하고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동창 여자애-유부녀다-가 생일선물이라며 준 박스를 뜯었다. 개 그림이 그려진 잠옷이었다. 지난 20년간 추리닝 차림, 혹은 러닝 차림으로 잠이 들곤 했었는데, 내게 잠옷이 생기다니. 몸에 잘 맞는다. 잠옷을 입고 자리에 누웠는데, 전화가 왔다. '그'였다.

그: 뭐하세요. 저 지금 독수리다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 오늘만 좀 봐주면 안될까요? 죽을지도 몰라서...

그: 절대 안되죠. 빨리 나오세요. 애들도 다 보냈는데....

난 다시금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그날 내가 귀가한 시각은 오전 2시 43분이었다.

 

29번째 술 

지옥의 5연전 끝날이지만, 어젠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몸은 오징어처럼 늘어지기만 했고, 계속 잠만 쏟아졌다. 약속장소인 xx으로 가는 기차에서, 난 못내릴까봐 별의별 방법을 다 써야 했다. 자리가 있는데도 문가에 가 서있거나-너무 피곤해서 관뒀다-사이다를 산 뒤 옷 속에 넣는 방법-조금 있으니 적응이 되어 효과가 없어졌다-수염을 하나씩 뽑기도 했다-너무 아파서 신경질이 막 났다. 그러다보니 xx역이었고, 무사히 내렸다.

친구-그 친구는 술을 싫어한다-를 만나 저녁을 먹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안되겠다. "여기 소주 한병 주세요!" 소주 석잔이 들어가자 혼미했던 내 정신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거 알콜중독 아닌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술기운이 떨어지고 나자 다시금 피로가 쏟아져, 3차는 다시 소주집으로 갔고, 거기서 소주 한병 반을 마셨다. 두잔쯤 마시니 정신이 반짝 들어 언제 피곤했냐 싶어졌고, 이런 식이라면 세병도 먹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기차 시간 때문에 9시쯤 나와 집으로 갔다.

나름대로 푹 잤지만, 여전히 삭신이 쑤신다. 정말 힘든 한주였다. 오늘 쉬고 내일부터 다시금 5연전이 시작된다. 이렇게 체력이 약해졌다니, 운동을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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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2-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을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술을 줄여야 할 것 같은데요;;;

마립간 2004-02-2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에는 술을 많이 마신 편에 속했습니다. 사교성이 워낙 없는데, 그나마 술이 친구를 사귈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친구 네다섯명이 맥주를 마셨는데, 한 박스를 마셨던 적도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처음 필름이 끊켰는데 이후로는 술 마시는데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6급 은주에 해당합니다. 집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마실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이때는 조금만 마셔도 선의 세계에 들어가니 술값도 적게 들고.

비로그인 2004-02-2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 5연전이 끝나자마자 또 연달아 5연전이라니요...오...듣기만 해도 아찔하네요. ^^;; 그래두 쉬는 오늘 하루, 푸욱~쉬고 체력회복 하시길...강아지가 그려진 잠옷, 너무 귀엽겠네요. ㅎㅎ

슈퍼곰돌이 2004-02-2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우와.........................대단하다..............그만큼 먹고 버틴 마태우스님도 대단해요..................ㅋㅋ

진/우맘 2004-02-2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제가 봐도 좀 너무했다, 싶네요.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슥메슥...
마태우스님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열심히 체력을 단련해서 주량을 늘리기 위함!
제발...몸 조심 좀 하세요. 알라딘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3건의 암치료 관련기사가 1면 톱을 화려하게 장식한 바 있다...문제는 이러한 언론의 암 치료제 관련기사가 실제로 얼마나 국민보건에 기여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언론을 장식했던 숱하게 많은 암 치료제 가운데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허가가 내려진 것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암 치료제 관련기사는 왜 용두사미로 전락하기 일쑤일까...우선 언론의 상업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알다시피...독자나 시청자에게 가장 휘발성 있게 어필하는 것은 암 치료제를 비롯한 건강관련 기사나 보도다....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된 대부분의 암 치료제는 시험관 내 실험결과나 동물시험결과에 불과하다. 그것이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기사에서 그것이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의미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는 뜻이다(<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 293-299쪽)]

의학전문기자인 홍혜걸이 쓴 책의 한 대목이다. 난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고, 그가 했던 말들에 대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시각은 좀 다른가보다. 어떤 분의 리뷰다. "의료계 현실을 보는데 있어서는 의사로서의 시각을 강조했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또 다른 분의 글, "의사측면에서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있다" 글쎄다. 내가 보기에 홍기자는 책에서 환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의사들, 심지어 동기들 사이에서도 '배신자'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뭐 여기서 그걸 가지고 얘기하고픈 마음은 없다. 다음은 그가 얼마전 낚은 특종의 한대목이다.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렸다...이로써 세계 의료계는 이식 거부와 윤리 문제를 동시에 뛰어넘어 각종 장기를 이용한 난치병 해결에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예컨대 치매나 심장병 등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줄기세포를 이식받으면 이 세포가 환부에서 정상 세포로 자라나면서 병이 완치되는 식이다....]

엠바고를 파기했느니 하는 논란이 되었던 바로 그 기사인데, 이걸 읽으면 치매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종에 따르는 자화자찬도 이어진다.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 (본지 2월 12일자 1면)이 12일 세계 언론들에도 주요 뉴스로 소개됐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는 수년 내 실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에 생긴 질환엔 당장 응용이 어렵다. 세포를 장기 형태로 만드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이나 콩팥 등 이식용 장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암 환자의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뭔지는 몰라도 '수년내 실용화'란 대목에 눈이 번쩍 뜨인다. 척수손상이나 치매로 고생하는 가족을 둔 사람들이 희망에 부풀만 하고, 암환자의 생존률이 커진다는 대목도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홍기자 자신이 책에 쓴대로 이 기사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실용화되려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걸 명시한 기사일까? 며칠 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온 연구팀(아마도 황의석 교수?)는 "언제쯤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느냐"는 손석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인데요....지금은 동물 실험에서 겨우 가능성을 발견한 단계구...국제 연구기관과 협력을 잘 한다해도 10년 정도 후에나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10년도 아마 최대한 짧게 잡은 것이리라. 그렇다면 '수년 내 실용화'는 홍기자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다. 이번 성과가 획기적인 업적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학계의 특종보도를 비판한 홍기자 역시 특종의 욕심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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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2-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가 바라는 의학과 의사가 해 줄수 있는 의학의 괴리를 느낄 때 정말 괴롭습니다. 갈릴레이가 하늘을 보던 시절에는 돈과 관련없는 순수한 세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하늘의 별을 보던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 보던 간에 돈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빠졌다고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