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26일 금요일
누구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종목: 소주--> 진토닉, 알딸딸할 정도까지
좋았던 점: <벽돌집>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
나빴던 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다.
-서두르다 안익은 고기를 몇점 먹었다. 물컹 하는 느낌인데, 여자애들이 있어서 뱉지도 못했다.
-벽돌집의 특별메뉴 비빔밥도 세그릇이나 먹었다. 내가 먹는 걸 넋놓고 보던 애들이 "한그릇 더!"를 자꾸 외치는 바람에....
-그쯤 되었으면 그만둘 일이지, 홍대앞의 그 맛있는 떡볶이집에 가 떡볶이, 오뎅, 튀김으로 정리를 했다.

부제: 맞고

원래 고스톱은 셋이서 치는 줄 알았다. 어쩌다 둘이 친 적도 있지만,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맞고'가 유행이다. 그걸 몇판 치다보니 이젠 셋이서 하는 고스톱이 재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둘이서 하니 패가 안마르고, 점수도 제법 잘 난다. 고를 다섯 번, 여섯 번 까지도 할 수 있어 1000점 가량도 가능하다. 그래서 난 약 2주 가량 맞고에 중독이 되어 버렸는데, 필사의 노력으로-사실은 돈을 다 잃어서-중독에서 탈출했다.

엊그제, 술이 알딸딸해지자 갑자기 맞고 생각이 났다. 방을 만들어 출전자를 기다리는데, 26세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와 난 다잃은 사람에게 충전을 해주는 액수인 50만원을 들고 맞고를 쳤다. 세 번째 판인가에 내가 무려 30만원인가를 땄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안해요"라고 쳤다. 그러자 대번에 답이 온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 다음판부터 난 '봐줬다'. 먹을 게 있어도 딴걸 냈고, '고'를 더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과감히 스톱을 했다. 그녀는 몇판을 땄고, 다시금 큰판을 벌였다. 내가 돈을 다 잃을 위기, 하지만 그녀는 '고' 대신 '스톱'을 불렀다.
나: 어, 왜 고 안하셨어요?
그녀: 먼저 봐주셨잖아요.

그때부터 우리의 고스톱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나: 어머, 똥 쌍피다. 어서 드세요!
그녀: 그, 그럴까요?

그녀; 엣다, 고도리 하세요!
나: (넙죽 받으며) 고마워요.

26세 여자와 이런 화기애애한 고스톱을 치고 있자니, 가슴이 다 뛰었다. 사심이 있는 놈 같으면 "우리...직접 만나서 칠까요?"라든지 "아,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드네요. 그쪽은요?"라는 멘트를 날릴텐데, 내가 어디 그런가. 난 시종일관 "어머, 따셨네요? 짝짝짝!"같은, 고스톱에 관련된 얘기만을 했다. 그녀가 큰판을 벌일 무렵, 졸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저, 다 잃고 자려는데, 과감히 고 해주세요!
여자: 예, 제가 도와 드릴께요.

그판에서 그녀는 900점인가를 났고, 난 돈을 다 잃고 퇴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긴 하다. 좀더 오래 고스톱을 치다보면 전화번호도 알 수 있었을텐데...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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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은 사심이 없어서 여자분들이 좋아하는거 아니었어요?? ^^ 맞고도 중독이 보통이 아니니, 밤마다 헤매는 일 없으시길~

책읽는나무 2004-03-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떡하니 올려놓은 책을 보면서...혼자 '으음~~'하다가 글을 읽어내려가면.."엥?"....하지만....그글이 더 재밌어 혼자 킥킥~~~.....그러면서도 자꾸 님은 제머릿속엔 지족초등4학년입니다요...왠고하니...다른님의 서재에서 저 닉넴의 코멘트를 보고..또 님의 코멘트를 보았는데..아마도 그게 상당히 헷갈렸나봅니다..그래서 전 님이 초등학생의 여파로...나이도 어리고 여자일것이라고 생각했다는~~~~암튼...그사람의 첫인상은 잘 가셔지지 않는다고...저는 님이 아무리 술을 마시고...맞고를 치고...사랑의 스튜디오에도 나가고..(저 그때 일요일마다 그거 봤는데..기억이 잘 안나네요..님 나오는 회를 모봤나봅니다..^^)...노빠를 외쳐도.....어른이 아닌 아이같아 보이는군요....왜 자꾸 귀엽게 느껴지죠??...드디어 님의 서재가 서재베스트에 뽑히셨네요..축하드리옵니다....더욱더 발전해나가는 서재가 되실길 바라며~~~~~~ 잘놀다 갑니다..^^

플라시보 2004-03-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끝까지 사심없이 맞고를 치셨군요. 제가 고스톱을 칠줄 알면 좋을텐데... 아직 배우질 못했습니다. (게으름은 참 가지가지로 좋지 않다는 것을 살수록 뼈져리게 느낍니다.) 그나저나 고기 맛있었겠어요. 스읍츱츱~

진/우맘 2004-03-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필경 그 분은 자신이 맞고 치고 있는 상대가 '아줌마'인 줄 아셨을 겝니다. ^^
마태우스님 글 읽다보면 왜 자꾸 옛날 얘기가 하고 싶어지는지. 그런데, 다른 분들 코멘트도 상당히 긴 것 보면 님의 글의 특징인가 봅니다.(기생충 말고 정신과를 택하셨어도....)
맞고에 대한 추억을 간단히 논하자면, 제가 졸업반 때 임용고시를 포기한 데에는, 서클룸에서 친구와 함께 한 점 50원짜리 맞고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비로그인 2004-03-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심을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인가보다......부럽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참고로 제남편은 제꺼 아이디로 친답니다. 당연히 미혼으로 되어있지요. 고걸 아셔야지!!

마태우스 2004-03-2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저 잠깐 중독이었다가 빠져나왔습니다. 도박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될 듯...참, 님, 언제 우리 프리챌서 맞고나 한번 치면 어떨까요?
책읽는나무님/저를 어리게 봐주신단 말이죠. 하기사, <해피엔드> 보러갔을 때, 신분증을 달라고 하더군요. <--진짜입니다. 증인도 있어요.

마태우스 2004-03-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벽돌집의 고기는 정말 일품입니다. 고스톱은 못치셔도 되는데요, 그곳 고기는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진우맘님/제가 고교 때 맞고를 알았다면, 저도 대학 가긴 틀렸겠지요^^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폭스바겐님/음...그렇다면 남자일 수도 있단 얘기? 하지만 말투가 여자 거던데요? 괜히 샘나서 그러시는 거 다 압니다.

비로그인 2004-03-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위트매직님/어, 사심 버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왜 부러운지요? 이해가 잘...
---> 엉덩이 크기를 확인할 길이 없거든요.
 

 

 

 

 

 

95년 1월, 난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짝짓기 프로에 나갔다. 기생충이라는 희한한 전공을 한 탓에, 그리고 "맘에 드는 여자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글우글합니다"라고 대답한 덕분에 길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제법 있었고, 그래서 난 그로부터 한달간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걸었으며, 술도 음침한 곳에서만 마셔야 했다.

그게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그 후로 <이소라의 프로포즈>같이 유명한 프로에도 나왔었건만, 사람들은 아직도 날 <사랑의 스튜디오> 출연자로만 기억한다. 작년말 일이 꼬여 병원에 사흘 입원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며 머리를 갸웃했고, 퇴원하는 날 결국 내 정체를 알아냈다. "아, 거기서 봤구나! 안그래도 우리 조카가 어쩌고 저쩌고"

그 프로가 방영된 다음날, 내가 일하던 곳에는 하루종일 전화가 왔다. "잘봤다"는 지인들의 전화야 그렇다치자. "재미있게 봤다"고 운을 뗀 후 "저희 신문사에서 이번에 부수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코노미스트>지 좀 봐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은 도대체 뭐며, 알았다고 수락하고 일년이나 그걸 본 나는 또 뭔가? 더 황당한 일은, 그로 인해 <토익 아카데미>라는 44만원짜리 테이프를 산 것. 목소리가 이쁜 여자가 한두번도 아니고 한 6개월을 전화를 걸어 오기에 할수없이 계약을 했는데, 그 테이프는 물론 집안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언젠가는 공부할 생각이 있다). 얄미운 생각이 들어 18개월 할부로 끊었건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회사는 돈을 나눠받는 게 아니란다. 그 기간 동안 수수료를 꼬박꼬박 부담했으니 나만 손해인 셈이다. 담당자의 목소리와 외모가 반대였던 것도 아쉬운 대목.

그 전화 중에는 몇 년 전에 헤어졌던 여인도 있었다. TV에서 내 목소리가 들려 너무 놀랐다는 그녀는 나와의 만남을 원했고, 그래서 한번 만났다. 헤어질 때 내가 거의 일방적으로 도망갔기에 죄책감도 있었고 해서. 놀랍게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난 끝내 그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그녀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래서 무지하게 미안했다). 아주 우수한 디자이너 자질이 보였으니, 지금쯤은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편지도 한통 받았다. 미국에서 날라온 건데, 대학 때 나와 사귀던 음대생이 발신인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비디오로 내가 나온 방송을 봤다고 했으며, 그 인연으로 귀국 후 몇 번 만났다. 그녀의 섹시한 모습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꽤 이름있는 소프라노가 되었다.

방송은 이렇게 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방송에 나오려면 잘못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방송 출연 후 빚쟁이들이 몰려온다든지, 원한을 가졌던 사람이 달려와 린치를 가한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때와 달리 나도 살아가면서 잘못한 일이 제법 많아져, 공중파에 나가지 못하는 몸이 되버렸다. 어차피 방송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 잘된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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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파에 나가지 않아도, 케이블에 나오셨잖아요~ 요샌 케이블의 힘도 장난이 아닐껄요~ ^^

진/우맘 2004-03-2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인기가 아주 많았다는(정확히 표현하면 여자관계가 상당히 복잡했다는^^) 간접 증거가 글 여기저기에 출몰하고 있군요~~~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겨울에 아프리카 놀러 안갈래? 텐트치고 사자랑 야영도 하고, 일주일에 180만원이래"
"어, 그렇게 안비싸네? 기린 보고 싶은데..."

얘기의 소재가 떨어졌는지, 옆 친구가 내 휴대폰을 만진다.
"우와, 최신 휴대폰이네. 한번 보자"
휴대폰의 폴더를 열자마자 그의 얼굴빛이 변한다. 내 휴대폰의 대기화면은 촛불시위 사진이 찍혀있고, 그 밑에 '희망의 촛불'이란 글귀가 씌여져 있었으니까. 그때부터 노무현에 대한 성토가 시작된다.
"품위없는 대통령은 진작에 물러났어야지"
"고건이 영원히 계속했으면 좋겠어"
내가 노사모라는 걸 누군가가 말하자, 한 여자애가 놀란다. "세상에, 너 노사모야????"(대선 후 탈퇴했지만, 한번 노사모는 영원한 노사모다)
그녀에게 노사모는 급진좌경친북단체, 그런 사람과 같이 술을 마셔왔으니 놀라울 만도 하다. 어제 모인 여섯 중 다섯이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 확률상으로는 그렇게 모이기도 힘든 법이다. 국민의 20%만 탄핵을 찬성하니, 찬성하는 사람들 둘이 만날 확률은 4%, 셋은 0.8%, 다섯은 0.032%다. 그런 희박한 확률이 내 주변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답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유유상종'의 법칙, 내가 스스로 기득권이라는 걸 느끼는 때는 바로 그런 경우다. 특권의식으로 뭉친 사람들 속에서, 다른 이념을 가진 난 '미운오리새끼'가 될 수밖에 없는지라, 누군가가 "정치 얘기 하지 말자"라는 말을 할 때까지 난 침묵을 지켰다. 이념을 초월한 친구 관계는 역시나 어렵다.

화제는 얼마 전 죽은 대우건설 사장에게 돌아갔다. 정몽헌, 안상영에 이은 노무현의 세 번째 살인이고, 시체가 발견되지 못하게 하려고 뭘 매달았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들로서는 "노무현 때문에 죽는다"는 유서를 찾지 못한 게 안타까울게다. 난 죽음이 무조건 신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날 난데없이 분신을 한 노사모 회원의 죽음은 내게 별 울림을 주지 못했다. 왜 죽었을까? 노무현의 탄핵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을까? 과거 민주화 열사들이 목숨을 바친 이유는 그것이 꽉 막힌 언로 속에서 자신의 저항을 보여줄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인데, 지금 세상이 어디 그런가? 그와 마찬가지로, 잘먹고 잘 살던 사람이 더 잘 살기 위해 뇌물을 쓰고, 그러다 들통이 나 모욕을 받은 나머지 홧김에 자살을 한 것을 동정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남사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을 '살인자'라고 부른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게다. 하지만 노무현이 살인자라면 그건 남사장이나 안상영 때문이 아니다. 배달호 씨의 경우를 보자. 노동운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손배가압류 제도로 인해 빚더미에 오르고, 월급마저 차압당하는 신세였던 그에게 죽음 말고 다른 길은 없었다. 그의 죽음이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배달호 씨가 쓴 유서의 일부다.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적 없지만 이틀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회사는 다를지언정 박일수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활고 때문에 죽음을 택한 이들은 그밖에도 많으며, 그 책임은 상당부분 노정권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난 물었다. "야, 너는 왜 배달호씨가 죽었을 땐 살인자 소리 안했어?" 친구가 반문한다. "배달호가 누군데?"
노동자를 국민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 자민련 대변인처럼, 기득권 세계의 사람들에게 배달호씨는 '인간'이 아니다. 그들이 애도하는 죽음이란 정몽헌과 안상영처럼 가진 게 많은 사람들 뿐. 못가진 자들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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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3-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유상종. 그 기득권층 내부에 있으시다니, 더더욱 바쁘셔야 마땅합니다. 클클 '설득의 심리학', '협상의 법칙' 류의 책을 독파하시구...변화의 씨앗을 뿌리시기 바랍니다. 홧팅 임다..캬캬

_ 2004-03-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최소한 누구를 욕하려면 그 사람에대해 한쪽만의 시선이라든지, 항간에 도는 풍문에만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때는 노무현을 무진장 싫어했습니다. 바로, 지금 노무현을 극렬히 싫어하는분들의 논리와 똑같이 말이죠. 그때는 노무현에 대해, 현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떠도는 말에만 신뢰를 두어 그랬는데, 그 당시만 해도 감정을 꾹꾹누르며 읽은 노무현관련 여러글들을 보며 느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가 너무나 무지하고 꽉막혔었다고요. 한민자 셋중 누구라도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되면 노무현은 제2의 연산군으로 매도되겠지요.

비로그인 2004-03-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배달호씨나 박일수씨 이야기 나오니 가심이 아프군요. 같은 서민(?)이면서 우린 왜 없는자보다 가진자, 있는자에게 관심을 내 보이는지 아쉽군요.

알려주마 2020-02-0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s://www.nocutnews.co.kr/news/4626703

안상영 전 부산시장도 우병우 검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

우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이던 2004년 2월 안 시장은 이미 부산지검에 구속돼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서울지검에서 또다른 혐의가 적발됐다. 우 검사는 안 시장을 부산구치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이 때 안 전 시장이 단순히 서울구치소로 이감만 된 게 아니었다. 우 검사는 안 시장을 조사하겠다며 서울지검으로 불러지만 그 추운 겨울에 구치감에 하루 종일 부르지 않고 방치했다. 안 시장은 서울구치소로 돌아갔고 부산구치소로 이감된 뒤 하루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상황을 잘아는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안 시장이 모멸감을 느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징계를 받아야 했지만 당시 서영제 서울지검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기관경고로 그쳤다.

알려주마 2020-02-0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안상영 유서는 한마디로 가짜 유서입니다. 안상영은 노무현 집권 때인 2004년 2월 4일 자살했습니다. 부산고속버스터미널 이전과 관련해 업체(진흥기업)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서 자살했습니다. 또 동성여객으로부터 3억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2월 5일 유족이 유서와 일기를 공개했습니다. 공개한 유서에는 정치적인 내용은 없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 개인적인 내용이 주류라고 합니다.

2009년 5월 말부터 돌아다니는 가짜유서는 <국민여러분! 사마천의 사기라는 책을 보면~> 또는 <국민 여러분! 저 안상영이는~>으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두 글은 같은 내용인데 맨 앞단락인 사마천의 사기라는 부분이 있고 없고의 차이뿐입니다.(노무현 때문에 죽은 사람들-안상영의 유서 https://m.blog.naver.com/escapx/221508802507 ) 안상영 가짜유서가 만들어져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5월 23일 직후입니다. 진짜유서는 아래 오마이뉴스와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연합뉴스에 실렸습니다.

고 안 시장 유서 공개 ˝번민의 시간 길어지면 둘 다 파멸˝
2004.2.5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67248

故안상영 부산시장 유서 공개
동아일보 2004-02-05 12:32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040205/8026656/1

안상영 유서 수감고통・가족에 미안함 토로
한겨레 2004.02.05(목) 23:38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2/005000000200402052338510.html

안상영 시장 유서.일기 내용
연합뉴스 2004.2.5
http://v.media.daum.net/v/20040205022836764

안 부산시장 자살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
2004.2.5. 연합뉴스
http://v.media.daum.net/v/20040205100822438

자살한 安相英 부산시장의 유서와 일기
조갑제닷컴(월간조선 2004년 3월호 보도를 인용)
http://www.chogabje.com/board/view.asp?C_IDX=27608&C_CC=AD

안상영 시장 유서 공개
2004.2.5.ytn
http://m.news.naver.com/read.nhn?oid=052&aid=0000026223&sid1=&mode=LSD

고 안상영 시장 유서 공개
2004.2.5.ytn
http://m.news.naver.com/read.nhn?oid=052&aid=0000026217&sid1=&mode=LSd

그래서 다음과 네이버에서 안상영 유서를 검색해봤습니다. 언제부터 안상영 가짜 유서가 돌아다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검색은 2019년 10월 초에 했음을 참고하세요. 안상영은 2004년 2월 4일 죽었습니다. 그런데 가짜유서는 5년이 지난 2009년 5월에 처음 보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2009년 5월 30일에 실린 <안상영 부산시장 유서>가 처음 등장합니다. 이어 2009.05.31. <유서마저 위조하는 수꼴놈들!> <노무현-고 안상영 부산시장의 유서에 비추어본>이란 글도 올라옵니다. 안상영 유서가 조작된 거라는 내용을 담은 <백투더 소스의 필요성>도 같은 날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다음 검색에는 5월 31일로 나타나는데 클릭하면 2014년 12월 28일 작성한 걸로 나옵니다.

안상영 부산시장 (가짜)유서
http://tszmo.tistory.com/6

유서마저 위조하는 수꼴놈들!
http://roricon.egloos.com/1912263

노무현-고 안상영 부산시장의 유서에 비추어본
http://hansu0007.egloos.com/9772771

백투더 소스의 필요성
http://m.egloos.zum.com/philsnote/v/4154003

네이버에는 <故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대한 의문>이 2009년 5월 29일 노노데모(우리가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합니다. 글쓴이는 유서를 읽은 소감을 썼는데요, ‘한기가 서린 감옥소에서 잡범들에게 몰매를 맞는 순간~‘ 어쩌고 하는 내용을 보니 안상영 가짜 유서로 추정됩니다. 그러므로 가짜유서가 2009년 5월 29일에는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카페에 <고 안상영 부산시장 유서>가 5월 31일 1시10분에 올라옵니다. 이 글은 가짜유서를 맨 위에 올리고는 그 밑에 유족이 공개한 유서가 담긴 연합뉴스 기사, psb 기사, 서울신문 기사를 붙여넣기 했습니다. 가짜유서와 진짜기사를 섞어서 악의적으로 편집했습니다.

故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대한 의문
https://cafe.naver.com/nonodemo/146703

고 안상영 부산시장 (가짜)유서
https://m.cafe.naver.com/nonodemo/148001

결국 다음과 네이버에는 안상영 가짜유서가 2009년 5월 31일부터 본격적으로 검색됩니다. 5월 31일 당시의 글에는 가짜 유서라는 반박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요. 날이 지날수록 댓글은 잊히고 가짜유서만 사실인 양 계속 유포되었습니다. 지금은 안상영 가짜유서가 보수우파 블로그.카페를 중심으로 계속 도배되고 있습니다.

그럼 안상영 가짜유서가 유포되기 시작한 2009년 5월 31일은 어느 때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죽은 2009년 5월 23일 직후입니다. 미루어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존경받는 상황을 싫어하는 무리가 작성, 유포했을 것으로 봅니다. 가짜 유서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할 내용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그 유서가 진짜라면 언론이 보도할 만큼 충격적인 내용인데도 신문과 방송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야당도 안상영 사망 후 가짜유서 내용과 관련해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고요.
 

 

 

 

 

 

아주 옛날에, 우리집에는 <바벨2세>라는 만화책이 몇권 있었다. 바벨2세가 거대한 로봇 포세이돈과, 하늘을 나는 로프로스, 그리고 무엇으로도 변하는 표범과 더불어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느날 우리집에 온 친구가 그걸 빌려달란다. 어려서부터 거절을 잘 못하는 난 집에 있는 바벨2세를 몽땅 빌려줬는데, 몇 달이 지나도 돌려줄 기색이 없다. 수차례 반납을 요구했지만 "깜빡 잊고 안가져왔다"느니 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버텼는데, 나중에 그 친구가 전학을 가버린 걸 알고는 어찌나 황당했는지 몰랐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의 난 그 친구가 전학간 이유가 <바벨2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중학생이었던 우리 누나는 내게 이런 충고를 했다.
"책은 빌려주는 사람도 바보,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

그 뒤에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지만, 젊은 시절엔 내가 책 자체를 거의 안읽었을 때라 큰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난 친구집에서  세권으로 된 <잃어버린 너>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누나의 말을 실천하기도 했다 (그책은 지금도 우리집에 있는데, '상'은 없고, '중''하'만 있다).

뒤늦게 책에 눈을 뜨고난 뒤, 난 텅 비었던 책꽂이를 내가 읽은 책들이 빼곡이 채워가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안쓰던 책장을 다시 꺼내고, 이사를 가는 누나로부터 얻고 하면서 겨우겨우 책을 수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난 책을 소장하는 것 자체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날 여동생이 <태백산맥>을 빌려간단다.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거듭된 독촉에도 불구하고 여동생은 2년이 지나도 책을 돌려주지 않았는데, 다 읽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가 책읽을 시간이 어딨냐? 이제 1권 읽고 있다!"
"우씨, 읽지도 않을 거면서 왜 빌려갔어? 가져갈래!"
"큰오빠 정말 치사 빤스다! 와서 가져가!"
그래서 난 언젠가 날을 잡아 여동생 집에 쳐들어갔고, <태백산맥>과 언제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는 <아리랑>을 집어왔다. 그런데 <태백산맥>은 6, 7권이, <아리랑>은 7. 8권이 없다.
"이거 왜 중간에 없는 게 있지?"
여동생의 앙칼진 대답, "내가 어떻게 알아? 가져올 때부터 없었어!"
그래서 난 책장에 갈 때마다 중간에 이가 빠져버린 대하소설을 발견하곤 마음아파한다. 중고서점에 가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넣으면 좋으련만, 게을러서 아직 못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여동생 방에 있던 <오딧세이아 서울 1, 2>을 몰래 빌려가서 안갖다 준 옛일에 대한 복수인 것 같다. 난 그때 그 책을 내가 이뻐하던 어떤 여인네에게 빌려줬는데, 그녀에게서 책을 받지도 못한 채 헤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 뒤 내가 여동생에게 얼마나 구박과 인간적 모멸을 경험해야 했는지...

원주에 사는 내 남동생은 "안와도 된다"는 엄마의 진심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가끔 우리집에 와서 잠을 자는데마다 책장에서 내 책들을 꺼내본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에게는 보고나서 제자리에 꽂아두는 예의는 전혀 없고, 그러다보니 이따금씩 책이 분실된다. 언젠가 남동생은 정지환이 쓴 <대통령 처조카와 시골군수>라는 책을 빌려가더니만, 절대로 안가져온다. 집요한 내가 그 얘기를 하면 "제자리에 갖다뒀다!"고 박박 우기니, 내가 어쩌겠는가.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책을 소장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내가 책에 관해 노이로제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 난 누가 책을 빌려달라면 아예 사줘 버리고, 그래도 빌려가면 책이 돌아올 때까지 잠을 편히 못잔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지금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있는데, 그녀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반납을 미루고 있다. 내가 이따금씩 잠을 설치는 건 순전히 그책 때문이다. 이사를 가면서 홍세화의 <세느강은 좌우를 가르고..>를 잃어버린 것도 두고두고 아쉽다.

난 독서를 작가와 독자의 소통으로 생각하고, 책을 매개로 한 지식의 나눔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책의 정신은 '나눔'에 있는 법, 서로서로 좋은 책을 빌려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책을 다 읽으면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한다는데, 그분은 책의 정신을 잘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책을 소장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소인배가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법이고, 이따금씩 남을 빌려주는 것만도 내겐 큰 자선이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그러니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작금의 현실은 날 점점 책의 나눔에 인색한 수전노로 만든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사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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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뉴스 보니까 북 크로싱이라고, 책 돌려보기 운동이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자신이 다 본 책에 '이 책은 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날개를 달고 여행중입니다. 다 보시면 다른 분에게 보내주세요~' 뭐, 그런 문구를 써가지고 지하철 같은 데 두고 내리더라구요.
상당히 낭만적이고 멋진 유행이지만....저는 절대 그러지 못할걸요. -.- 서가에 늘어가는 책을 보면 왠지 배가 부르고 뿌듯한, 그런 인종이라서.^^

가을산 2004-03-2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의 증상 중에 돈은 꿔주고 잃어버려도 책 빌려준 건 못잊는다는게 있잖아요. ^^
저도 빌려주었다가 잃어버린 책을 다시 산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은 2번 빌려주었다가 두번 다 잃어버려서 다시 샀고, 그후에 내용이 추가되어서 재발간된 것도 샀으니, 사람의 아들만 4권을 산 샘이네요. ( 사람의 아들 주인공이 뚜렷한 설명 없이 다시 기독교에 귀의한 소설의 내용을 보면 이문열의 보수화를 그때 이미 예언한 게 아닌가 요즘 혼자 생각해봅니다.)
하이델베르그의 '부분과 전체'도 3번을 다시 샀습니다.
얼마 전엔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다시 샀습니다. 분명히 있었는데, 누가 빌려갔는지 생각이 안나요. ㅡㅡ;;
체 게바라 평전은 대학생 조카에게 빌려주면서 어른답지 못하게 '꼬옥 돌려줘야 해!!' 해서 일년 만에 돌려받았습니다. 이건 좀 심했던 것 같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a

사비나 2004-03-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재밌게 읽은 책은 지인들에게 읽으라고 권할겸 그냥 줍니다.그제는 친구에게 삼미슈퍼스타즈를 그냥 읽으라고 줬죠.그래서 책도 잘 안읽지만 책꽂이에 책이 별로 없습니다.지인들에게 준 책만 거둬들여도 책장 하나는 너끈히 채울수 있을것같은데 말이죠..저도 책욕심이 없는건 아니지만 제가 재밌게 읽었던 책을 제 지인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큽니다.

비로그인 2004-03-2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빌려줬다가 못받는 아픔도 크지만, 빌려준 책이 험한 꼴이 되어서 돌아올때도 상처가 크지요. 특히 만화책은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전 조심조심 펼쳐보던 것을, 낱장이 너덜너덜해져서 돌아왔을때...참 충격이 컸죠. ㅡㅡ;;

마태우스 2004-03-2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비나님/오오, 님도 책의 성인이시군요!
검은비님/우리는 그러니까 같은 편이죠!
가을산님/흐흠... 그렇다면 저도 책벌레겠군요^^

마태우스 2004-03-2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그런 운동도 있군요... 저역시 절대 그러지 못할 겁니다... 신문이면 몰라도...
앤티크님/언젠가 대여점이 망할 때 책을 몇권 샀는데요, 그중 한권에 코딱지가 묻어 있더군요. 그걸 보니 그때 산 책들이 별로 읽고싶지가 않더라구요.

갈대 2004-03-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너무 감명 깊게 읽은 저는 억지로 지인에게 빌려줬는데 2년이 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답니다 ㅠ_ㅠ 아무래도 다시 사야겠어요. 책을 빌려주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말에 200% 동감!!

비로그인 2004-03-2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 책사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몇시간이고 서점에서 퍼질고 앉아 보는 형이지만...
책을 살때는 사는 순간부터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할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봅니다.
외워버릴 듯이 열심히 읽어도 솔직히 외워지지는 않지만.... 필요한 부분은 느낌도 써 넣고, 줄도 약간 ,그림도 약간 그리며 정말 열씨미 ~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 책을 빌려달라고 그럴 땐 받을 생각은 그때 기분의 50%만 합니다. 소중한 제 책 빌려간 누군가가 소중하게 보고 돌려주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아도 뭐 좋습니다. 제가 그와 제 소중한 책을 가지고 있으나...제 소중한 책을 가진 그를 가지고 있는 저나 다를게 없거든요. 꼭 내가 갖겠다는,그래서 내 곁에 영원히 두겠다는 생각만 버리고 나면, 이미 다 가지고 있는 걸 알게되니까요 .....말은 이렇게 하는 데 사람 봐가며 빌려주고, 진짜 소중한 책은 아예 없다 그러며, 안 빌려줍니다 크크크....

비로그인 2004-03-2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책 10권 친구한테 꽁짜로 받아놓고 내 서재에서 친구가 달라는 책 4권 아직도 손떨려 못 보내고 있습니다.'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박스에 넣다 뺐다를 대여섯번 하고 있습니더. 그냥 줘버릴까요??

가을산 2004-03-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 하나 사주시죠! ^^
 

 

 

 

 

 

교양과목 수업을 했다. 내가 의대 사람 이외의 학생을 가르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강좌 제목이 <한국인과 건강>이어서 내 강의의 소제목을 <한국인과 기생충>으로 정했고,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공존하자는 뻔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삼십분을 떠들었다. 하지만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기생충 사진에 비명이 난무하는 걸 보면, 별로 공존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왕 수업을 한김에 두명을 뽑아 내가 이번에 낸 책을 싸인해서 줬다. 그 두명을 뽑는 걸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 수도 이름을 맞춰보라고 했다. 먼저 벨기에를 물었다. 답은 브뤼셀이건만, 강의실은 썰렁했다. 너무 어려운 걸 물었다 싶어 브라질을 물었다. 많은 이들이 손을 들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쌍 파울로라고 한다. 물론 답이 아니다.

강의가 끝난 후, 아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브라질 수도를 글쎄 상 파울로로 알고 있더라고" 그랬더니 곧 답이 왔다. "크크" 갑자기 의혹이 일었다. 얘는 알까? 웃는 그에게 전화를 했다.
"뭔데?" "리오 데 자네이로잖아!"

<나는 니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2>를 보면, 나쁜놈이 주인공을 섬으로 유인하기 위해 라디오 프로인 것처럼 전화를 한다.
"축하합니다. 여름 특별여행 퀴즈에 뽑혔습니다. 문제를 맞추면 공짜로 xxx 섬 여행을 보내드립니다"
흥분한 주인공은 "리...리..."만 연발하다, 컵에 씌여진 글자를 보고 답을 말한다. "리오 데 자네이로!"
그러자 답을 맞췄다면서 여행권을 보내주겠다고 하고, 그들은 음산한 분위기의 섬으로 여행을 간다. 나중에 살인자는 칼을 들고 그녀를 죽이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야!"

브라질도 틀리자 좀더 쉬운 걸 냈다. "룩셈부르크의 수도는?" 한 학생이 맞췄다. "룩셈부르크" 그에게 한권을 줬고, 기생충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남학생에게 또한권을 주고 이벤트를 마쳤다.

난 수도이름을 제법 잘 아는 편이다. 나같은 애가 가끔씩은 있어, 그런 애들끼리 만나면 피튀기는 접전이 벌어진다. 아르헨티나(부에노스 아이레스)나 칠레(산티아고)같은 쉬운 나라는 아예 묻지도 않는다. 파라과이-아순시온, 베네주엘라-카라카스, 불가리아-소피아, 페루-리마, 이런 식으로 우리랑 거의 왕래가 없고 멀기만 한 나라들을 서로 물어보며 자웅을 겨룬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어쩜 벨기에처럼 쉬운 나라도 모를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당시 우리가 수도이름대기 같은 걸 하고 놀았던 이유는, 달리 놀만한 게 없어서였는지 모른다. 지금 애들이야 어디 그런가. 컴퓨터가 있고, 각종 장난감도 우리가 꿈에서나 그리던 것들, 그런 환경에서 고리타분하게 수도나 외우고 있을 수야 없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는 제네바지만, 수도는 베른이라는 것,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 아니라 엔테베라는 것, 이런 것들을 알아서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담? 중요한 것은 수도가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한번이라도 거길 가봤냐가 아닐까? 수도를 모르더라도, 외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요즘 애들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나보다 훨씬 더 나은 게 아니겠는가?

공상으로만 하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요즘도 가끔 수도이름 대기를 하지만, 그런 내기는 아마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몇가지만 더 적어본다. 뉴질랜드는 웰링턴, 에이레는 더블린, 방글라데시는 데카. 이름대기가 아니면 이 지식을 어디다 써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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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 때 꽃이름 대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거 많이 대려고 <컬러 대백과 사전>을 무수하게 뒤졌지요.^^;;;

비로그인 2004-03-2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부루마불 한참 할때는, 각국의 수도 이름을 좍좍 댈 수 있었는데요~ 그런면에서는 좋은 게임이었던거 같아요. ^^ 수도 이름 대기 놀이하면서도 실력이 엄청 늘었더랬는데, 이젠 저두 거의 다 잊어버렸다는...^^;;

비로그인 2004-03-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다 써먹고 있으면서 뭘~~그래요!! 진짜 뿐빨해야겄네요.

플라시보 2004-03-2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학교 다닐때 사회 시간에 수도이름 외운것 같아요. 그때 어느나라 수도인지는 몰라도 '카트만두'가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네팔이나 뭐 그런곳 같은데... 아무튼 저도 이제는 수도 이름은 거의 다 까먹어서 기억나는게 없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끙....암데나 책 펼치곤, 사람 머릿 숫자 세서, 많이 나온 사람이 적게 나온 사람 심부름 시켜 먹기 뭐 이딴 짓이나 하던 제 어린 시절이 너무 부끄럽군요....... 각성..... 각성.....

연우주 2004-03-27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도 이름 거의 모르는데요. 가끔 수도 이름 대기 같은 거 하자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뭐라는겨 시방? 하면서 무시해줬었는데, 마태우스님이 그 분이셨군요...^^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지리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왔어요~~~ 괴롭히지 마세요..ㅠ.ㅠ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