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를 처음 만든 200311, 그때의 내 목표는, 이전에도 누차 밝혔듯이, 서재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성장기 때 책을 안읽은 콤플렉스를 서재를 정복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해 보고자 했던 것.

방문자도 몇 안되고 댓글도 거의 안 달리던 초창기에

어느 분이 내게 댓글을 달아 주셨다.

그 댓글에 감격한 난 정말 경건한 자세로 답변을 드렸다.

이런 누추한 서재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는 말로 시작되는 경건한 답변을.

그때는 댓글 하나하나가 내게 기쁨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난 1일 방문객 수, 댓글 수, 즐겨찾기 숫자 등의 각종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소위 서재권력이 되었다.

그래서 좋았을까?

물론이다.

내가 글을 쓰면 많은 사람이 달려와 지지해주는 게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얻으려 하는구나,고 생각했다.

댓글이 수없이 달렸지만, 난 초창기의 경건한 자세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직급은 높아지셨나 모르겠지만 시야는 좀 좁아지셨네요. 제가 좋아하던 그 분이 맞나 싶습니다.”

얼마 전, 설거지를 하는 내내 펠레님이 내게 달아준 댓글을 생각했다.

공지영에 관련된 글을 하나 썼는데, 거기에 대한 내 반응은,

초창기의 경건함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인터넷 사회에서 오가는 댓글에 비해서도 날이 서 있었다.

냉소적이었고,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그런 댓글이었다.

심지어 펠레님의 댓글에 대해서도 직급과 시야는 원래 별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정말 난 높아진 직급만큼 시야가 좁아진 걸까,20여분간 했던 생각의 주제였다.

직급이 높아진 건 지난 9월 내가 정교수가 된 걸 의미할 텐데,

그랬다고 해서 월급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교수 사회는 근무연수로 월급이 오르며, 그나마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연구실을 옮긴 것도 아니었다.

밑에 있는 사람도 여전히 조교 한 명이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전과 똑같다.

그렇다면 그전보다 명성이 높아진 걸 의미하는 것일까?

알라딘 서재 덕분에 경향에 글을 연재하는 사람이 됐긴 하지만,

그랬다고 시야가 좁아진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원래 이런 건 본인은 모를 수 있지만)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과거에 비해 내가 인내심이 없어졌다는 것.

경건한 댓글을 달던 옛날에도 날 짜증나게 만드는 댓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권력유지에 관심이 있던,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지라

최대한 예의바르게 댓글을 달았던 것 같다.

게다가 내게 댓글을 다는 알라디너들이 죄다 친분이 있는 분들이었기에

가시돋힌 답변을 하기는 어려웠다.

지금은 많은 게 변한 것 같다.

그때 나와 점수 경쟁을 하던 알라디너들은 거의 서재를 떠났거나 문을 닫았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알라딘에 쏟던 그때와 달리 알라딘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결정적으로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없어졌다.

댓글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줄어들었다.

이런 게 나로 하여금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날카로운 답변을 하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알라딘이 내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친정이라고 답변을 한다.

여기서의 생활이 내게 끼친 긍정적인 면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끔씩 서재 문을 확 닫고픈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가 그러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많은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고,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페크언니나 다락방님을 비롯한, 1세대가 아니면서 내게 정말 잘해주시는 분들과의 인연마저 접을 수 없기 때문이고,

슬플 때 징징거릴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친정은 그런 곳이다).

하지만 20분간 생각한 끝에 얻은 또 다른 결론은

과거에는 친정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구성원이 많이 바뀌어서, 꼭 친정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였다.

좀 달리 표현하면 알라딘은 이제 내게 시댁인 셈이고,

시댁에서 엊그제처럼 굴면 소박을 맞는다.

이 글은 그러니까 된장님, 펠레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게 드리는 사과이며,

가시돋힌 날 보고 놀랐을 많은 알라디너 분들게 드리는 사과문이다.

잃어버린 인내심을 갑자기 기를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보겠노라 약속드린다.

 

* 첨언: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솔직히 요즘 내가 많이 어려운 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며, 아내가 술을 마시도록 허락만 한다면 다시금 경건한 댓글을 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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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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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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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1-1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님께 술을 허락하라고 아고라에 청원이라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3:09   좋아요 0 | URL
아고라가 아니라 아내한테 좀 얘기해 주세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졌다구요

다락방 2012-11-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어디 가시면 저 정말 화낼겁니다. 정말로요. 저라고 왜 떠나고싶은 마음이 안생기겠습니까. 그래도 오래 있어볼래요. 마태우스님도 오래 함께 있어요. 우리 오래 친하게 지내요.

마태우스 2012-11-12 13:10   좋아요 0 | URL
잉 제가 어디 간다고 써놨나요. 앞으로도 쭉 여기 있을게요. 님이 먼저 떠나지 않는 한 전 여기 있을께요

twoshot 2012-11-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나지 마시길. 가끔 개떡같아 보이는 알라딘의 시스템에 짜증이 나다가도 여러 서재분들의 글을 생각하면 떠날수 가 없더군요. 그리고 술은......몰래 한잔씩 마시면 안되나요;;;

paviana 2012-11-11 23:54   좋아요 0 | URL
처음 뵙는데 정말 훌륭한 말씀이네요. 몰래 한잔....마태님 아셨죠?

Forgettable. 2012-11-12 05:32   좋아요 0 | URL
술 마시는 사람은.. 한잔 마실거면 차라리 안마시겠다는 마인드 아닌가요, 마태님 ㅋㅋ
저는 그렇습니다만;;

마태우스 2012-11-12 13:10   좋아요 0 | URL
제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흠흠.
안떠날 거구요, 술은요 몰래 한잔씩 마셔야 뭐하겠어요. 한병이면 모를까^^

마태우스 2012-11-12 13:11   좋아요 0 | URL
포게터블님, 역시 님은 저를 이해해 주시는군요!

2012-11-11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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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2-11-1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정 어머니라고 하지는 못해도 친정 식구 정도는 될 것 같군요. 글을 남기면서 인사라도 남기겠습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3:23   좋아요 0 | URL
친정식구라..그렇담 제수씨라고 부르면...아, 제수씨는 말이 안되네요. 하핫. 이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012-11-12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11-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태우스님과 술 한 잔 하고 싶어요. 옛날처럼. ^^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정말 옛날에 같이 술마신 적도 있었더랬죠...

야클 2012-11-1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시댁이라면 나는 그대의 방귀남(유준상)이 되어 드리리 ^^

원래 여자나 남자나 한 미모하면 다들 가시가 있다니깐! ㅎㅎ

복잡하게 생각말고 즐겁게 한 주 시작하시길! 한 달만 버티면 방학이잖아

하하하 2012-11-12 12:16   좋아요 0 | URL
판타스틱~판타스틱~

옆에 방귀남이 있는데 힘 내세요~~ 진짜 부럽구만...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넝굴당을 안봐서 방귀남의 가치를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군. 근데 ...나한테 미모라고 한 거 맞음???
글구 방학이라고 해도 일이 많다네. 연구비 처리할 게 있어서...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노세노세님, 야클님이 말만 저리 할 뿐 일이 바빠서 만나주지 않는답니다^^

울보 2012-11-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좋아요, 님들이 이야기 듣는것 사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또 다른 세상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것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 ,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댓글도 잘 달지 못하고 표현도 못하지만 전 그냥 모두가 좋아요,
님도 어디가시는것 아니지요 솔직히 요즘 너무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아 매일 들어와 글도 쓰지 않고 눈으로 구경하다 가거든요,,님 우리딸이 님 정말 좋아해요 아시지요 11살짜리에게 기생충이 뭔지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해주신 분이 님이랍니다,
요즘도 기생충하면 제일먼저 님을 말하고 물만두님 이야기를 종종 꺼내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 딸,모두들 이곳 알라딘에서 ,,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따근한 차로,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마태우스 2012-11-12 13:25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님 따님한테 기생충 교육을....! 보람있네요 서재활동이. 그래요, 잘 남아서 열심히 해볼게요. 울보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인내심 2012-11-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떠나세요. 미련 갖지 마시고.

마태우스 2012-11-12 13:25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님 말씀 들으니까 맘이 확 움직이네요^^ 제가 이맛에 로그인 안한 댓글을 허용하는 거죠.

2012-11-1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2-11-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뱀은 시러요, 시러...뱀사진 올리지 마세요.ㅠㅠ 눈감고 스크롤했어요.내용도 못읽었네요...

saint236 2012-11-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 이유로 논쟁이 벌어지고, 그것 때문에 떠나는 분들을 요 몇년간 보았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빵가게님의 이사였죠. 이렇게 한분한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위한 논쟁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올리시는 분들도,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여기에 반박하시는 분들도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해야하는데, 어느덧 감정 까움이 되더라고요. 이번 일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저로서는 안타깝습니다. 힘내시고요, 연말입니다. 그래서 더 술을 못마시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내의 지인은 음주운전하는 버릇이 있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 초기라고 합니다.
 

정교수가 되고 난 뒤 여기저기 한턱을 내느라 허리가 휘었다.

알라딘에서 기념 이벤트를 한 거야 충분히 할 만한 일이지만(그 덕에 플래티눔이 됐다!)

평소에 안친하던 사람들마저 한턱 내라고 하는 건 좀 이해가 안갔다.

"정교수 됐으니 한턱 낼게"라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랜 친구 ㅅㅂㅂ님이 축하한다면서 책 두권을 고르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른 책이, 부끄럽게도 의자놀이였다.

 

 

 

 

 

 

 

 

 

 

 

 

 

 

부끄럽다고 한 건 인세와 판매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이 책을 아직까지 안샀다는 것과

그나마 직접 사지 않고 다른 분한테 부탁했다는 것.

아무튼 선물은 좋은 거니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고 순식간에 서문을 읽었다.

"처음으로 문학이 아닌 책을 썼다."로 시작되는 비장한 서문을.

그러다 공지영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공지영에 대한 말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을 높이 평가한다.

다른 작가들처럼 얼마든지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정의의 구현을 위해 싸우지 않은가.

이번 의자놀이 역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투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일을 자청한 건 분명 칭찬받을 일이건만,

내가 우연히 만났던 쌍용차 관계자는 다른 말을 했다.

"다들 공작가가 그 일을 하는 걸 불편해한다"

"공작가의 참여로 인해 우리 투쟁에 힘을 보태줬을 다른 사람들이 떠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공지영에 대한 상투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공작가는 문학성이 너무 떨어져."

개인적으로 쌍용차 투쟁을 정리할, 공지영을 대신할 수 있는 작가가 누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만,

설사 대신할 사람이 많다고 해도 그런 식의 비판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참 불편했다.

 

이 책을 둘러싼 표절 논쟁도 그 단면이리라.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되버렸고, 다들 아시리라 믿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유명한 노동문제전문가가 공지영이 <의자놀이>에 쓴 글의 일부가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그 글은 원래 원저자가 있는데,

공지영이 그걸 출처도 밝히지 않고 썼다는 것이다.

출처를 본문에 쓰지 않고 미주로 처리한 출판사 측의 실수인데다

노동문제전문가가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르포르타주의 사소한 실수를 문제삼아

배포금지를 요구하기까지 한 걸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공지영 대신 다른 작가가 똑같은 잘못을 했다면 그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전문가는 "거대한 문학권력에 맞서 르포작가의 권리를 지키는 외로운 싸움" 운운하며 공지영과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이 개미 xxx만한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삐져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산으로 갔을 거다.

보수 쪽으로부터 욕먹는 거야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으면 힘이 쫙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공지영은 꿋꿋이 잘 버티면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니,

외유내강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공지영 씨,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말하든지 저는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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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11-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마태우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잘못은 출판사나 이선옥씨가 아닌
공지영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마태우스님께서 왜 하필 공지영에게만 그러냐?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이 일을 몰랐다면 상관없지만,
알게된 이상 공지영씨를 두둔해주거나 옹호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황석영, 하종강 등을 말씀하셨는데)이었다면
달랐을거라고 말슴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같은 잘못을 했다면
아마 분명히 같은 반응을 얻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같은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을까요?

즉 공지영씨처럼 끝까지 자기 주장만 우기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구요.
경솔하게 SNS로 먼저 시비를 걸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 역시 평소 마태우스님 글을 좋아해서
(제가 페이스북으로 말 걸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
이 글을 읽고 의아한 마음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현상을 보는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요.
제 댓글이 마태우스님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8:2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 역시 님의 댓글을 공격으로 생각진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었어도 같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란 대목에서 님과 저의 견해 차이가 나네요. 이거야 사실 증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기에 대해 논쟁을 하는 건 별반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지영을 옹호했던 건 제가 공지영의 상황이었다고 해도 공지영과 똑같은 반응, 어쩌면 더 큰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리고 이 논쟁에서도 사실을 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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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수 나달은 우승을 할 때마다 트로피를 깨문다.

처음엔 귀여웠는데 매번 이러니 좀 식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나이도 서른이 가까워지는데!

  

엊그제, 강원대에서 있었던 학회에서 오랫동안 꿈꿔오던 학술상을 받았다.

우수한 논문으로 학계 발전에 공헌했다나^^

금 5돈으로 된 메달과 더불어 상금을 받았는데,

그 메달을 받으니 나도 깨물게 되더라.

 

이걸 깨물다 보니까 나달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금으로 된 메달은, 너무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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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0-2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달은 트로피에 이빨 갈아야 다음 대회 우승한다는 소문이 ㅋ
마태님도 금메다루에 이빨 도장 찍었으니 담 학회에서도 달콤한 맛 보시겠네요.
추카와 부러움이 동시에~~

마태우스 2012-10-28 23:05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나달에게 그런 소문이 있는지 몰랐어요 나름 테니스팬인데...^^
사실 전 꽉 깨물진 않았는데요
꽉 물 걸 그랬나봐요 호호호.

다락방 2012-10-2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마태우스님 대단하네요!! 알라딘에 뜸하시는동안 열심히 일하셨군요. 게다가 성과도 좋았구요. 축하드려요. 자랑스럽습니다!!

마태우스 2012-10-28 23:06   좋아요 0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운도 좀 따랐지요 호호호호. 열시미 해야하는데 참 여러가지로 공사다망해서요 그래도 마음의 고향은 늘 알라딘입죠

LAYLA 2012-10-2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마태우스 2012-10-28 23: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라일라님. 기생충을 한 걸 한번도 후회 안했는데요 갈수록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Mephistopheles 2012-10-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송합니다 마태님....
오랫만에 보는 마태님 실체 사진에서 전 유감스럽게도
전당포 아저씨 이미지를 떠올려버렸습니다.
(대사는 쓰뎅이야? 멕끼야? 일단 확인해봐야...입니다.)

마태우스 2012-10-28 23:07   좋아요 0 | URL
젊게 보이려고 모자까지 썼는데, 흑...
전당포 필이 나는군요ㅠㅠ
친하게 지내요 우리!

Mephistopheles 2012-10-29 00:32   좋아요 0 | URL
안쓰셔도 젋게 보입니다..

재는재로 2012-10-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축하 !!! 저도 만약 금같은거 받으면 깨물어볼듯 ㅋㅋ 귀여습니다 수상을 추카추카 다음번 학술상도 한번 노려보시기를 이왕이면

마태우스 2012-10-29 21:43   좋아요 0 | URL
금이 아까워서 꽉 깨물진 못했답니다^^

조선인 2012-10-29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는 대체 나달이 누굴까 하면서 들어왔는데 테니스 선수군요.
축하 드려요, 마태우스님, 나달보다 마태우스님이 기생충계에서는 갑이에요. ^^

마태우스 2012-10-29 21:43   좋아요 0 | URL
호홋 사실 저 학계에서 아주 연구 잘하는 놈은 아니랍니다. 매스컴에서 설쳐서 제가 제일 잘하는 줄 아는 분도 계시지만, 저얼대 아니어요. 아직 네이처에도 한번 못내본지라....

아니! 2012-10-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나달은 아직 20대 중반 한창 때입니다! 그리고 아직 하~안참은 더 귀여울 나이라고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태우스 2012-10-29 21:44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제가 원래 페더러 팬이라서요... 양해 바랍니다 꾸벅

심장원 2012-10-2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축하... 축하...
학술상은 받으셨으니까
이제는 테니스로 금메달에 도전~~~~.
ㅋㅋ

마태우스 2012-10-29 21: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요즘 테니스 안되서 너무 마음이 괴롭습니다. 대체 왜 테니스는 그렇게 어렵답니까..ㅠㅠ

moonnight 2012-10-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학자 마태우스님. ^^

마태우스 2012-10-29 21:44   좋아요 0 | URL
학자라고 하니깐 이상해요 거리감이 느껴지는...^^ 암튼 감사

민세아범 2012-10-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얼굴 피부가 물광이세요... 비결은 학회 우수상!
축하드립니다...^^.
고기가 너무 맛있었어요....^^

마태우스 2012-10-29 21:45   좋아요 0 | URL
아 네... 더 많이 사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레와 2012-10-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축하합니다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12-10-29 21:45   좋아요 0 | URL
레와님, 늘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노아 2012-10-2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금맛이 어떻던가요. 마태우스님 축하해요.^^

마태우스 2012-10-29 21:45   좋아요 0 | URL
금맛은요 아주 좋습니다 음하하하하하. 감사!

프레이야 2012-10-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요즘 축하 받으실 일이 자주 있는 거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귀염 돋는 저 표정ㅎㅎㅎ

마태우스 2012-10-29 21:46   좋아요 0 | URL
글게 말이어요 일이 잘 풀리는 느낌? 근데 궁금한 게 있사와요. 남자도 처녀자리일 수 있는지요?

무스탕 2012-10-2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여러번에 나눠서 꼭꼭 씹어서 드세요 ^^
축하드려요~~ :D

마태우스 2012-11-04 21:23   좋아요 0 | URL
아직도 다 못먹었답니다 축하에 감사

페크pek0501 2012-10-3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으로 된 메달은, 너무 달콤했다.^^" - 그저 딱딱할 것 같은데...ㅋㅋ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계 발전에 공헌을 하신 분!!!!!!!!!께.



마태우스 2012-11-04 21:23   좋아요 0 | URL
페크언니 오랜만이어요 흑흑.... 댓글 감사드립니다 흑흑.

-- 2012-10-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과 오랑우탄.

마태우스 2012-11-04 21:22   좋아요 0 | URL
오, 오랑우탄은 저겠지요?...ㅜㅜ

2012-10-3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르신.29정도는 되야 서른 가까운 나이고 만26살은 어른신에 비하면 모유냄새나는 나이죠. 내가 다시 그 나이로 다시 돌아가면 한번 더 살수도 있겠다

마태우스 2012-11-04 21:22   좋아요 0 | URL
그, 그렇군요.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너그러이 봐주삼...

saint236 2012-10-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메달이 달콤하다니..전 한번도 안받아봐서 그 맛을 모르겠네요. 축하드립니다. 이러시다가 나중에 2080 치약 CF 모델 하시는 거 아닌가요?

마태우스 2012-11-04 20:58   좋아요 0 | URL
외모상 치약모델은 어려울 것 같구요 기생충약 모델은...제 소신과 어긋나지만 생각해 보지요.

2012-10-31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4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rodo 2012-10-3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축하 축하드립니다.
기생충박사님!!
기생충의 위하여 !!

마태우스 2012-11-04 20:57   좋아요 0 | URL
프로도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주 2012-10-3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까 여전히 귀여우시네요ㅋㅋ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뉴스 들리면 고기생충알이 많이 남아 있길 바라는 건 순전히 그대 때문이오!)

마태우스 2012-11-04 20:57   좋아요 0 | URL
어마...님 덕분에 제가 차곡차곡 논문을 써나가고 있는 거군요. 이제사 아랐다오!
 

 

 

 

 

 

 

 

 

 

 

 

 

 

마흔살의 정모씨는 몇 년 전 자기가 하던 렌터카 사업이 안되니까

부인에게 사업을 떠넘기고 자기는 술집을 열었다.

그 술집마저 안된 걸 보면 사업수완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데,

놀랍게도 부인은 렌터카 사업을 무지하게 잘해

한달 매출이 2억에 이를 정도가 됐다.

이유는 모르겠다만-짐작은 한다-부인은 이혼을 요구했고,

애는 자신이 키우고 위자료는 6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정씨는 이참에 부인을 죽이고 사업체를 빼앗을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긴다.

심부름센터에 연락해 청부살인을 사주한 것.

물론 세상이 만만한 게 아니어서 살인범과 그 살인을 사주한 정씨는 감옥에 갔다.

 

과거만 해도 범인의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았다.

십년쯤 전만 해도 40대가 아내를 살해했단 기사를 보면 

'아, 40대쯤 되면 인생 다 살았으니 저러는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기준에서 세상을 보기 마련인지라

내가 40대가 돼보니까 이건 뭐, 40대는 팔팔한 젊은 나이 같고,

얼마든지 새 인생을 살아도 되는 나이가 아닌가.

이번에 청부살인을 한 정모씨의 나이는 물경 40세.

부인에게 6억을 받고 새 인생을 설계해도 얼마든지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었다.

물론 정모씨가 그 돈을 금방 날렸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이자만 받아쓰며 검소한 생활을 하면

또 그런대로 살 수도 있는 게 6억이 아닌가.

그럼에도 정씨는 욕심을 부렸고,

월 2억의 수익을 올리던 아내를 살해함으로써 파멸의 길을 걷는다.

 

여기서 얻은 교훈.

1) 사업에 능력이 없다면 집안일을 열심히 하면서 내조를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돈 잘버는 연예인 아내와 사는 남편들도 안되는 사업 하지 말고,

착하게 살면 좋겠다.

2) 준다고 할 때 받아야지 더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

정씨가 아내를 죽이고 렌터카 사업을 인수했다면 계속 월 2억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거위 배를 가르지 말라는 건 초등학교 때 배우는데,

역시 사람은 초등학교를 좋은 데 나와야 한다.

저 홍익 나왔어요! 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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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12-10-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등학교 좋은 데 안 나왔는데요...ㅋㅋ (시골의 어느 초등학교. ^^)
저건 알겠더라고요...
과한 욕심이 망하게 한다는 건... 알지요... ^^

마태우스 2012-10-28 19:52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위화감을 조성했네요ㅠㅠ
과한 욕심이 살인까지 부르다니, 참 씁쓸해요

Mephistopheles 2012-10-24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얻은 교훈.

4) 아내에게 잘하자.

입니다.

마태우스 2012-10-28 19:52   좋아요 0 | URL
우와 메피님 겁나 오랜만이어요!

세실 2012-10-2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언제부터인가 저보다 더 어린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더라구요. ㅠㅠ
마흔. 흔들리지 말아야 할 나이인데, 왜 저리 흔들리며 사는지.
오늘의 명언, 과유불급!!

마태우스 2012-10-28 19:52   좋아요 0 | URL
님은 그래도 젊잖습니까. 그리고 동안이시구!!

재는재로 2012-10-2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을때 잘하자

마태우스 2012-10-28 19:52   좋아요 0 | URL
음, 그것도 맞지만 애정이 없다면 그냥 갈라서는 것도 좋을텐데 왜 죽이기까지 할까요...?

BRINY 2012-10-2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 초등학교를 좋은 데 나와야한다->요즘 절실하게 느낍니다.

마태우스 2012-10-28 19:51   좋아요 0 | URL
앗 그러신가요...? 저야 애가 없어서 그런지 그런 걸 못느끼는데....

뷰리풀말미잘 2012-10-2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벌주의 조장하지 마세요.

마태우스 2012-10-28 19:50   좋아요 0 | URL
헉...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moonnight 2012-10-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자료 4억을 미리 받았는데 다 탕진해버려서 이대로 이혼했다가는 굶어죽고 애들도 못보겠다 싶더라네요. 한심하기 짝이없는 인간입니다. ㅠ_ㅠ

마태우스 2012-10-29 21:47   좋아요 0 | URL
4억을 어떻게 2년만에 탕진했을까요. 참 신기해요. 최소한 8년은 써야지.... 글구 애들 볼 자격도 없는 사람이, 결국 애들을 고아 비슷하게 만들어놨네요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아내와 나는 매주 1만원어치씩 로또를 산다.

그간의 전과를 간단히 말하자면 5만원 짜리가 된 게 6번쯤 되고

5천원은 20,30번 정도 됐다.

전체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회수율이 낮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뭐, 괜찮은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아내가 당첨되는 걸 보면 로또도 미모를 타는 게 아닌가 싶다)

 

천안에 와서도 계속 로또를 사는데,

지지난주 로또 1등이 천안에서 나왔다.

1등이 혼자여서 130억쯤 되는 당첨금을 혼자 탔는데

그것도 우리 부부가 주말마다 차를 세워놓고 로또를 사던 바로 그곳에서 산 거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얘기를 해주는데

나를 태우고 로또 가게를 지나다가

"이번에 로또 1등이 저기서 나온 거 아세요?

22살이고 삼성전자 다니던 여자래요."라고 하는 거다.

과연 그 가게에는 '로또 1등 132억 배출'이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우리랑 두명이 같이 되서 60억씩 나누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그녀의 인생이 걱정이 된다.

 

22살은 세금을 떼고 80억 정도 되는 돈을 감당하긴 버거운 나이다.

게다가 택시 기사가 알 정도라면,

그리고 서울에 사는 내 친구도 그녀의 스토리를 알 정도라면

국내에서 웬만한 사람은 다 당첨자가 누군지 안다는 뜻이다.

기부를 원하는 온갖 단체들은 둘째치고

당장 형제자매간에, 부모자식간에, 그리고 친척들간에 얼마나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나누고 나면, 그리고 순간의 풍요를 즐기다보면

80억도 5년 안에 다 없어지고 남은 것은 허무함과 앙금 뿐이지 않을까.

게다가 그녀가 자신이 로또임을 들킨 이유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무단결근을 했고, 왜 안나오냐고 묻는 전화에 퇴직을 하겠다고 했으며,

퇴직금이 300만원쯤 나온다고 했더니 회식이나 하라고 했다나.

그래서 사람들이 알았단다. 로또라는 걸.

그녀의 경솔함으로 보건대 그 80억이 그녀의 삶에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80억 앞에서 300만원이 우스워 보일 수 있다.

어렵게 얻은 삼성전자라는 직장도 하찮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겨우 22살이고, 앞으로 많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데,

한번 돈맛을 보고 난 뒤 남은 삶은 어떻게 할 참일까.

로또로 불행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 부부가 로또가 됐다면 어땠을까?

그럴 때에 대비해 우리 부부는 매주 두세번씩

로또 1등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해오고 있다.

일단 직장은 절대 그만두면 안된다는 것, 그전보다 연구를 더 열심히 한다,

휴대전화는 바꾼다, 목돈으로 드리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도와드린다 등등

거의 지옥훈련을 한 결과 모든 과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외울 정도가 됐다.

그러니 로또의 신이 있다면 22살의 그녀보다 우리 부부에게 당첨이 되도록 했어야 했다.

로또의 신이 누군가의 삶을 망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신은 그다지 마음이 곱지 않은 것 같고,

준비된 1등 당첨자인 우리 부부 대신 아무것도 모르는 22살의 어린 여성에게

감당하지 못할 액수의 돈을 주는 걸 택했다.

흥, 나쁜 신 같으니라고!

다음주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 내가 줄줄이 썼던 것들이 과연 진심어린 걱정일까 아니면 질투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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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10-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창부수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마태우스 2012-10-23 13:13   좋아요 0 | URL
호호, 그런가봐요^^

재는재로 2012-10-2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귀여운 신것 같네요 상당수 로또 당첨자가 돈관리를 못해 얼마안되 돈을 날리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래도 저런 행운 한번 됐으면 싶은 저도 로또 사지만 4등 2번 5등 3번 3등은 한번도 안되더구요 최근에는 5등도 안걸리는 ㅠㅠ

마태우스 2012-10-23 13:13   좋아요 0 |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셨어요 3등은 진짜 어려운 거죠. 액수가 100만원 단위를 넘어서는 거액이잖아요 근데 3등 된 사람들이 다들 홧병이 난다더군요. 숫자 하나만 더 맞추면 되는데....

마립간 2012-10-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면, 성실한 사람에게 로또의 신이 당첨의 운명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근거는 묻지 마세요.) 저는 저의 근면, 성실함을 가끔 로또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5등도 안되요.)

마태우스 2012-10-23 13:14   좋아요 0 | URL
호홋 마립간님 귀여운 댓글을! 전 반대로 생각했지요 근면 성실하면 신이 선물을 준다고요 누가 맞는지 1년 후에 뵈요^^

구단씨 2012-10-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후후..
준비된 1등 당첨자 마태우스님 부부에게 꼭 로또 1등이 달려가길 바랍니다. ^^

근데 300만원으로 회식이나 하라는 말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요...

마태우스 2012-10-29 21:47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한 400만원 정도는 돼야 회식하라고 할 수 있죠^^(조크인 거 아시죠?)

Mephistopheles 2012-10-2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요즘 로또를 못했네요..연금복권도..근데 이거 요즘은 왠지 5000원도 아깝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해요..

마태우스 2012-10-29 21:47   좋아요 0 | URL
5000원을 모아서 부자되는 것과 로또를 사서 부자되는 거, 누가 더 빠를까요. 이상하게 전자 같네요...

moonnight 2012-10-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사는 저마저도 알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좀 불쌍해요. -_- 벌써 온갖 단체에서 못살게 굴고 있을 거 같아요. ㅠ_ㅠ 로또당첨은 상상이 제일 행복한 듯. 저는 안 아프고 오래 일할 수만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

마태우스 2012-10-29 21:48   좋아요 0 | URL
님 말씀이 정답이죠. 하지만 전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