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내가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지금은 얘기하기도 쑥스럽지만 그때 난 삐삐의 인사말에 소설을 연재하는 걸로 약간 떴다.

그 바람에 정말 온갖 잡지와 인터뷰를 다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경향신문의 매거진  X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매체가 뭐든지간에 성실하게 인터뷰를 해주는데,

경향신문과 인터뷰는 내 인생에서 정말 부끄러운 인터뷰였다.

 

인터뷰 시각은 오후 1시 반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방송대학 케이블 팀의 피디가 날 찾아왔고,

내게 모 프로그램의 MC를 제의했다.

내 스타일로 보아 당연히 거절해야 할 자리,

하지만 난 늘 그렇듯이 완강히 거절을 하진 못했고,

어영부영 그 피디랑 점심까지 같이 하게 됐다.

보건원 앞에는 닭도리탕을 잘하는 식당이 있었는데,

그런 식사를 시키니 소주도 한잔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피디도 소주를 아주 잘 마셔, 각각 한병씩 나눠마시려다

나중에 쌓인 소주병을 보니 네병이나 됐다 (그때는 소주가 25도였다)

술김에 MC직을 수락하겠다고 했던 것만 기억이 날 뿐,

그 후 어떻게 보건원까지 기어왔는지는 완전히 기억에 없다.

잠에서 깨보니 보건원 실험실이었고,

그제서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가 잡혔다는 게 생각났다.

담당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못가서 죄송하다"고 싹싹 빌었다.

기자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인터뷰 잘 하셨는데..."

그 말에 난 기절할 듯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네? 제가 인터뷰를 했어요?"

 

 

사진을 보면 눈이 완전히 풀려 있는데,

평소에도 그러고 다녀서 그런지 실제와 큰 차이가 안나는가보다.

기사를 읽어봐도 내가 저런 말을 언제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상황,

일단 그 기자에게 미안해서 경향신문 앞으로 찾아가 저녁을 사면서 사과를 했다.

물론 기자가 여자였으니 그렇게 한 거였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을 무렵, 그 기자는 내게 전화를 걸어 경향신문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고,

칼럼을 쓰는 인연으로 경향 기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 기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나이든 사람끼리 다 그렇듯 우리는 서로 하나도 안변했다 어쩐다 하는 얘기를 나눴는데,

그녀를 만나고 나니 괜히 내가 금의환향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 지금 검색해보니 그녀는 경향에서 경제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고

얼마전 시부상을 당했단다.

** 보건원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늘 저렇게 방탕한 생활을 한 건 아닙니다. 혹시 싸이처럼 군대 다시가라고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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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3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탱하셨군요...^^

마태우스 2013-01-31 20:37   좋아요 0 | URL
그땐 피부 좋았죠 ^^

다락방 2013-01-3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흑흑. 서민님 좋아합니다. 흑흑.

마태우스 2013-01-31 20:37   좋아요 0 | URL
근데 왜 우세요...?

울보 2013-01-3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그네의 그 의사선생님이 생각나네요, 괴짜의사,,ㅋㅋ

마태우스 2013-01-31 20:37   좋아요 0 | URL
오쿠다 히데오 선생님 말이군요. 그분과는 내공 차가 많이 나죠. 제가 한참 모자란다는...

2013-01-31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31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3-01-3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정치하시면 안되시겠습니다, 선생님.

마태우스 2013-01-31 20:38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호호호. 병역문제가 걸려서 말입니다 호호

순오기 2013-01-3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년 전 이야기로도 웃음 주시는 마태님!
저는 지난해 11월 서울가서 경향신문 편집팀 제작팀 야근하는 거 보고 왔어요.^^

마태우스 2013-01-31 20:39   좋아요 0 | URL
거기는 8시 넘어도 갈 생각들을 안하는 곳이더라고요. 매일 뭔가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은 듯...

감은빛 2013-01-3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그 여기자님께도 마태우스님께도 잊지 못할 추억이겠어요. ^^

마태우스 2013-01-31 20:40   좋아요 0 | URL
호호 저는 잊고픈 추억이어요. 제가 그땐 야생마였죠 ^^

자하(紫霞) 2013-01-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재밌으시다...
사진을 깜찍하게 찍으셨어요^^

마태우스 2013-01-31 20:41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 저게 얼굴인가 싶어요 저는...^^

레와 2013-01-31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 2013-01-31 20:41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blanca 2013-02-0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혼자 막 웃었어요. 사진 속 정말 푸릇푸릇한 청년이군요!

마태우스 2013-02-06 22:31   좋아요 0 | URL
헤헤 그땐 정말 피부 좋았죠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직후라, 자외선에 망가지지 않았을 때였어여

무스탕 2013-02-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는 군대 두 번 갔다와서 더 잘 풀렸는지도 모르는데... ㅎㅎㅎ

마태우스 2013-02-06 22:30   좋아요 0 | URL
그, 그렇다고 이 나이에 또 군대를...ㅠㅠ 그냥 안뜨렵니다

하하하 2013-02-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에 들고 계신건 무엇인가요?

마태우스 2013-02-06 22:30   좋아요 0 | URL
삐삐잖습니까^^
 

요 몇 년 테니스를 치는 게 무척이나 괴로웠다.

개폼으로 치다가 한계를 느껴 레슨을 시작했고,

3년 정도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거라고 상상했지만,

레슨을 받은 지 5년째가 된 지금은 폼이 완전히 망가져 공을 넘기지도 못할 정도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커서 고통스러웠던 게 그간의 세월이었기에

난 몇 차례나 은퇴를 했다가 그놈의 미련 때문에 번복을 하곤 했다.

 

그런 날 보면서 코치는 답답해한다.

넌 충분히 잘 친다. 레슨할 때 다른 사람들도 너보고 잘 친다고 하지 않느냐?”

문제는 마음에 있었다.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실수할까 무서워 배운대로 치지 못하고

공만 넘기고 말겠다는 소극적인 마음으로 치다보니 이것도저것도 안됐던 것.

쉽게 말해서 내 마음 속에는 아주 소심한 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그 쥐가 나로 하여금 제대로 풀 스윙을 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였다.

술을 와장창 먹고 치면 테니스가 잘 됐던 것도

취하고 나면 보이는 게 없었기 때문.

 

그런데 오늘,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라켓을 마구 휘둘렀더니

갑자기 공이 잘 맞는다.

과거엔 조금 잘 맞았다 해도 이러다 말겠지라며 다시 소극적이 되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왜 갑자기 달라졌을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얼마 전부터 실험실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내 마음 속에 있던 소심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 버린 것.

내가 더 이상 쥐가 아니게 된 건 다 그 덕분이고,

그래서 난 오늘 아주 재미있게 테니스를 칠 수 있었다.

내가 잘 하니까 게임의 전체적인 수준도 올라가,

같이 치는 친구들도 모두 즐겁게 테니스를 쳤다.

이게 다 새로 영입한 고양이 톡소 덕분,

우연히 한 선행(난 선행이라고 생각한다)은 이렇게 뜻밖의 보상을 받는다.

 

추신: 그런데 톡소야, 로또도 어떻게 좀 안되겠니? 이번주도 또 떨어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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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14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로또는 유기돼지를 하나 키워보셔야 할지도...

하이드 2013-01-14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흔한 패턴인데요, 좋은일 해줬다, 생각하며 시작하는데, 알고보면 고양님이 나에게 좋은일을 해준거라는걸 깨닫게 되는거죠. 톡소는 개냥이인가봐요, 우리 말로 5년만에 내 팔에 붙어 자는데 벌써! ^^

하이드 2013-01-14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랑 개랑 참 다르지요? 저도 개사람이었다 고양이사람 되었는데, 둘은 되게 다르더라구요.

paviana 2013-01-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톡소야. 나도 좀 어케 안 되겠니 ??

깐따삐야 2013-01-1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로또 되면 좋은 일에 많이 쓰실텐데 말이죠. 톡소야 잘 좀 해봐! ^^

페크pek0501 2013-01-1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 속에 있던 소심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 버린 것."
요런 표현은 아무나 못하는 표현인데요.

로또 당첨되시면 님이 요즘처럼 글을 많이 올리시지 못할 것 같아요.
돈 쓰러 다니느라고 바쁘셔서...
그냥 당첨되지 마시고 요즘처럼, 처음처럼이 있는 서재를 유지해 주셨으면 해요, 저는... ^^

2013-01-3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3-01-3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많은 분들이 추천 & 댓글을 주셨네요. 그 후의 상황은 제가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해피엔딩이어야 할텐데, 흑....
 

2008년 1월 10일, 밀크라는 영리한 개로부터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태어났다.

하나둘씩 자기 아이들이 없어지는 게 신경이 쓰였던 밀크는

옥션에 뜬 강아지 사진을 보고 찾아간 아내를 무척이나 경계했다.

그 중의 하나인 이 녀석 (훗날 예삐라는 이름을 갖게 된) 역시 그리 기분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낯선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형제자매들이 없어지는 마당에

또 낯선 여인이 나타났으니까.

그래서 예삐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는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녀석이 심통을 내봤자 귀엽기밖에 더하겠는가?

아내와 동행했던 친구는 예삐를 보자마자 대번에 이렇게 말했단다.

"예쁘다."

 

 

 

 

밥그릇보다도 작은 이 녀석에게 아내는 "엄마 젖 좀 더 먹고 와라"며 계약금 5만원을 건내고 집으로 온다.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누가 봐도 최상의 미모를 가진 녀석이었으니,

다른 사람이 "계약금 내가 물어줄테니 나한테 넘기라"라고 했다면

우린 하마터면 예삐 구경도 못할 뻔했다.

서로에게 다행스럽게도 예삐는 무사히 우리 가족이 됐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예삐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예삐도 나중에 깨달았겠지만, 예삐가 몸을 의탁한 곳은 '강아지계의 삼성가'였다.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전세금을 모두 털어넣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간이식도 해줄 수 있는 엄마아빠가 있었으니까.

둘 중 하나라도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개한테 뭐하러 그런 비싼 치료를 해주냐"라든지

"왜 강아지만 돌보냐. 난 개만도 못하냐?"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우리 부부는 개를 예뻐하기로는 상위 1%에 들어갈 만한 부부였기에,

인공심박기를 달아줄 때도, 한달 약값이 수십만원이 들어갈 때도,

그것 때문에 우리 부부가 예삐를 원망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예삐가 있던 4년 7개월은 우리 부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

지나고 나니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순간을 살아내는 동안에도 우리 부부는 늘 그렇게 얘기했다.

재롱은 있는대로 다 부리는 예삐 덕분에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지러졌고,

직장에서 전화통화를 해도 늘 예삐 얘기만 해댔다.

그 덕분에 아내가 결혼 때 데리고 온 뽀삐는 다소 찬밥 신세였지만,

수완이 좋았던 예삐 덕분에 뽀삐도 먹을 걸 많이 얻어먹었으니

예삐의 존재가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었으리라.

 

 

"어떻게 저런 개가 있을까?"

우리 부부가 수도 없이 했던 말이다.

영리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고, 장난꾸러기이면서도 얌전해야 할 땐 얌전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예삐의 존재는 우리 부부의 자랑이었다.

거기에 얼굴까지 예쁘니, 어찌 넋을 잃지 않겠는가?

 

 

언젠가 천안에서 있었던 달리기 대회에서 예삐는 20여마리의 개들 중 1등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운동을 시킨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공심박기를 달고 일군 성과라 더더욱 뿌듯했다.

유일하게 약한 게 심장인데 거기다 기계를 달아줬으니,

앞으로 이십년간 예삐와 더불어 즐겁게 사는 일만 남았다 싶었다.

그러던 2012년 초, 예삐에게 발작이 찾아왔다.

몇분 동안 거품을 흘리며 발작을 하는 예삐를 보는 건 너무도 괴로운 일이었다.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을 쓴 덕분에 증세가 좋아지긴 했지만,

그 스테로이드는 예삐의 외모 뿐 아니라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이 됐다.

2012년 8월 16일,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건강이 좋아진 듯 간만의 재롱을 보여준 예삐 덕분에 기분 좋게 학교에 갔던 그날,

아내에게서 예삐가 또 발작을 한다고, 지금 병원에 가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 다음 전화에서 아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예삐 이제 보내야 할 것 같아."

 

 

 

예삐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예삐다.

사람들은 말한다. 다른 개 입양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들은 모른다. 예삐를 대신할 수 있는 개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가끔은 생각한다. 예삐가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아니었을지를.

위 사진처럼 납작 엎드려 뽀삐에게 장난을 거는 그런 강아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정말이지 예삐는 우리 부부가 평생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누구나 자기 개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지만,

예삐와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예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는 다른 개주인들에게 위로를 표했다.

 

2013년 오늘은, 원래대로라면 예삐의 여섯번째 생일 파티를 해줬어야 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후 예삐의 시간이 정지해 버린 탓에,

우리 부부는 초 다섯개를 꽂아놓고 주인공 없는 파티를 열었다.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특별한 날이다보니 예삐 생각이 평소보다 훨씬 더 간절하다.

"한번만 더 안아봤으면 좋겠다"고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데,

오늘만큼 그 말에 공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예삐가 그리 빨리 우리 곁을 떠날지 몰랐다.

이때는 얼마나 행복했던 순간이었는지,다시 이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살아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은 우리 부부에겐 그닥 필요없는 말이다.

아내와 나 둘 다 예삐에게 더 이상 할 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같이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라면,

한 5년쯤 더 살았다면, 그때 이별했다면 지금만큼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의 슬픔이 지금보다 몇배 더 클지라도,

아내와 난 예삐가 더 살아있기를 바랐을 거라는 거다.

 

 

지금 아내와 난 하느님을 부러워한다.

하느님은 예삐의 재롱을 마음껏 즐기고 계실 것 같아서.

내로라는 개들이 하느님 주위에 많겠지만,

예삐가 제일 귀여움을 받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

예쁘고 머리좋으면 누구나 좋아하기 마련인데, 하느님이라고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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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1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듬뿍 사랑을 주었던 '예삐'를 그리는 마음 절절한 페이퍼를 보며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개를 잃은 아이들이 위로받았던 책이라서~
http://blog.aladin.co.kr/714960143/2332255
사랑은 추억이라는 말로 위로를 대신합니다!

마태우스 2013-01-10 23: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위로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좋은 책 소개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한때는 벤지가 제 모든 것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예삐 생각밖에 안하고 있네요....

울보 2013-01-1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삐도 아마 그마음 알고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의 행복을 빌거라고 믿습니다. 언제나 강아지를 사랑하는 님의 마음이 다 느껴지는 글입니다,,

마태우스 2013-01-12 17: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음 좋겠네요

blanca 2013-01-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프의 강아지도 제 아버님의 개도 공교롭게 다 최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두 사람이 얼마나 눈물을 흘리고 힘들어 했는지. 마태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한 달 정도 키운 강아지가 원래 자기 집으로 갔는데도 그냥 길거리에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고요. 예삐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마태우스 2013-01-12 17:56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안녕하셨어요. 개일지라도 저한테는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기에, 쉽사리 잊히지가 않네요. ㅠㅠ

좋은날 2013-01-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네요.순오기님 말처럼 사랑은 추억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아요. 저도 어릴때 기르던 개 사진 지금도 갖고다니거든요.

마태우스 2013-01-12 17:56   좋아요 0 | URL
유난히 잘 돌아다니는 아이였거든요. 활동반경이 커서 그런지 빈자리도 크네요...

moonnight 2013-01-1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사랑받은 예삐는 참 행복했겠어요.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벤지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아이들일 겁니다. ^^

마태우스 2013-01-12 17:57   좋아요 0 | URL
달밤님, 댓글 정말 감사드려요. 예삐가 정말 하늘에서 사랑받았음 좋겠습니다...

BRINY 2013-01-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이 살다 떠나보낸 작은 친구들 생각이 다 나네요...
톡소에게도 잘 해 주세요.

마태우스 2013-01-14 00:46   좋아요 0 | URL
네...그럼요 제가 털있는 동물한텐 기본은 하구요. 그 기본이 다른 사람은 아주 잘하는 수준이랍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운명이란 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은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그 선택마저 운명이라고 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본과 1학년 때, 토끼 한 마리가 내가 있는 실험실로 뛰어들어왔다.

세균 주사를 놓으려고 옆구리의 털을 깎아놓은 토끼가.

이상하게 그땐 그 토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난 토끼를 안고 차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집까지 갔다.

토끼는 그렇게 몇 달간 우리집에 살았다.

먹을 걸 주니까 나만 보면 반가워서 뛰어오는 게 귀여웠지만,

똥을 어찌나 많이 싸는지, 심난하기도 했다.

그 토끼는 당시 우리집의 독재자셨던 아버지에게 걸렸고,

결국 집근처 시장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아마 그날 죽었을 것이다)

그때 결심했다. 힘을 기르자고.

토끼 한 마리 정도는 나 스스로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작년부터 모 방송사와 기생충 다큐를 찍고 있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달한 오늘,

거기서 고양이 한 마리를 가져왔다.

톡소포자충에 걸린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길거리에 있다가 유기견보호소에 들어간 녀석이란다.

고양이는 야생답지 않게 작고 온순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처음 본 내 무릎에 올라오려고까지 한다.

“촬영이 끝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되나요?”

내 물음에 피디가 대답한다.

“다시 거리로 방생해 주죠.”

방생, 말이 방생이지 이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으로,

먹을 것과 마실 물을 찾아 헤매는 삶으로 내몰리는 거다.

성격으로 보아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같은데,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교수님이 그냥 키우시죠”

집에 개가 있어서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고,

그냥 연구실에서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허락을 구했고, 그 뒤 잠시 짬을 내서 고양이 용품을 사러 다녔다.

내가 ‘톡소’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 고양이는

며칠 전에는 춥디추운 서울 바닥에서 살았고,

오늘 아침에도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보호소의 철장 안에서 눈을 떴지만,

지금은 내가 만들어 놓은, 담요가 깔린 상자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다.

비교적 괜찮은 사료와 고급 모래가 깔린 화장실까지 겸비한 이곳에서.

게다가 이틀 후면 인터넷에서 주문한 이층짜리 집이 도착한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한 치 앞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길거리의 고양이가 됐다가

비교적 사랑받는 연구실의 고양이가 될 수도 있으니,

운명을 만드는 힘은 사람에게 더 있는 것 같다.

물론 고양이를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20년간 여기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지만,

학교에 고양이가 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을 테니까 (청소 아주머니도?)

되도록 그분들 눈에 안띠게 하면서 한번 잘 키워 볼 생각이다.

잘 자렴, 톡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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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1-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쁜 치즈냥이! 제가 개랑 고양이랑 키웠잖아요. 개, 고양이 같이 키우는 사람들 많아요. 연구실 고양이도 멋지구요. 제 로망이 꽃집 고양이.인데, 지금은 형편이 안 되고, 나중에 멋진 샵 내서 나가면, 꼭꼭 데리고 다닐꺼에요. ^^

고양이, 모래, 화장실, 사료, 캔(고양이는 개랑 많이 틀려요. 병도 많구요. 신장이 약해서, 물.이 되게 중요한데요, 물 잘 안 먹어서, 캔 함께 먹이는 경우 많아요) 저는 www.catrep.co.kr 여기서 주로 주문한답니다. 알뜰로 묶어서 저렴하게 파는 아이템들 많아요.

화장실에서 감자와 맛동산을 캘 때 쓰는 스뎅삽도 사면 좋아요. 두고두고 쓰는건데, 플라스틱 샵하고는 차원이 틀리죠. ㅎㅎ


마태우스 2013-01-08 20:26   좋아요 0 | URL
아 갈색 고양이를 치즈냥이라고 하는 모양이군요 모래도 사고 사료도 샀는데, 사료 잘 먹고 대소변을 모래에다 예쁘게 보더군요. 어려운 일 있음 문의드리겠습니다. 참고로...방송국 사람들이 목욕 깨끗이 시켜주고 드라이기로 말려줬답니다.

Mephistopheles 2013-01-08 21:17   좋아요 0 | URL
내...내..내..낸시..랭..? =3=3=3=3

2013-01-08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8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3-01-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트위터에서 고양이 사진을 많이 보게 되는데 예쁘단 생각을 자주 했어요. 톡소도 예쁜 걸요. 사랑받으며 더 예뻐질 것 같아요. 굿나잇, 톡소야~

마태우스 2013-01-08 21: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애교도 짱이어요. 톡소란 이름을 가진 거의유일한 고양이일 듯...^^

Mephistopheles 2013-01-0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여직원이 사무실 앞 세탁소에 잠시 위탁하고 있던 새끼 고등어태비 길냥이가 있었는데.. 그걸 데리고 와 키웠지요. 근황을 물어보니...고양이가 아니라 돼지라고 하더군요.

마태우스 2013-01-08 21:21   좋아요 0 | URL
음, 고양이는 음식조절 잘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군요....조심해야겠네요. 전 너무 많이 먹이는 게 문제...

순오기 2013-01-0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인사가 늦었습니다~~~
새 식구를 맞이하여 더욱 행복한 새해가 될 듯하네요.
늘 즐거움을 주는 마태님의 2013년도 승승장구하기를...^^

마태우스 2013-01-09 11:2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순오기님,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님의 화려한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올해부터 마음을 좀 굳게 먹고 알라딘을 하고 있답니다^^

울보 2013-01-0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가. 정말키우고 싶어하는 고양이인데. 엄마가 겁쟁이라 외할머니댁에 가서만. 만나는데 ....이쁘네요

마태우스 2013-01-09 11:23   좋아요 0 | URL
동물을 기르려면 큰 책임이 따르더라고요. 울보님이 싫으시면 안키우시는 게 좋습니다

다락방 2013-01-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진짜 특이한데요!!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운명을 만드는 힘이 사람에게 더 있는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람은 그 힘을 지혜롭게 잘 써야겠죠. 써야할 곳에 말이죠. 아, 마태우스님 참 좋으네요. 훗.

마태우스 2013-01-09 11:24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근데 고양이가 혼자서 잘 논다는 것만 믿고 덜컥 입양(한셈이죠?)했는데, 얘가 정에 굶주려서 그런지 엄청 귀찮게 하네요. 컴퓨터 파일을 하나 날리기까지 했다는...

Kir 2013-01-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처럼 예쁜 페이퍼네요, 고양이 키우는 게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경써야할 게 많다고 들었는데... 마태우스님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고양이를 만지는 건 겁나지만 예쁘긴 정말정말 예쁘군요^^

마태우스 2013-01-10 21:54   좋아요 0 | URL
네... 벌써 저랑 정이 들었답니다. 예쁘게 잘 키울게요. 집에서 같이 있지 못해주는 게 미안하지만, 학교 있을 땐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무스탕 2013-0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초부터 좋은일 하시네요.
톡소 이쁘게 키워주시고(마치 제가 기르던 냥을 부탁드리는 기분으로^^)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
새해 복 그득그득 받으시구요~ :D

마태우스 2013-01-10 21:55   좋아요 0 | URL
네...종종 소식 전할게요. 무스탕님,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겟습니다
 

언젠가 술을 마시고 총장한테 친구를 먹자고, 그리고 야자 까자고 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거이거, 잘리겠는 거다

난 "절대 무릎 같은 건 꿇지 않을 거야"란 평소 소신을 어기고

총장실로 달려가 한번만 봐달라고 빌었다.

총장실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뜻밖의 장면에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너무 카메라 앞에 서 있었는지 얼굴이 기형적으로 크게 나왔다.

 

 

 

 

 

 

 

 

 

 

 

 

참, 카테고리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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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1-0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넘 재미있으신 소설이에요^^

마태우스 2013-01-07 18:00   좋아요 0 | URL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

비연 2013-01-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마태님, 정말 너무 귀여우세요~

마태우스 2013-01-07 18:00   좋아요 0 | URL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키워 주십시오 꾸벅

울보 2013-01-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님의 재미난 이야기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3-01-08 09:21   좋아요 0 | URL
네...열시미 하겠습니다 꾸벅

프레이야 2013-01-0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님의 유머는 새해에도 주욱~~ 건강합시다!

마태우스 2013-01-08 09:21   좋아요 0 | URL
갈수록 퇴화하고 있습니다. 키워주십시오.

앨런 2013-01-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하핳

마태우스 2013-01-08 09:21   좋아요 0 | URL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aviana 2013-01-0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뽀샵처리 한듯한 얼굴의 저분은 누구십니까?

마태우스 2013-01-08 09:21   좋아요 0 | URL
뽀샵이라뇨 피부는 원래 좀 됩니다^^

조선인 2013-01-0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 저 기자회견장이 누구 회견장이었더라. 추억이 새록새록. 지금 서울시민은 살 맛 나겠어요.

마태우스 2013-01-08 09:22   좋아요 0 | URL
앗 저는 까먹었는데.... 지금 찾으려니 없네요...? 서울시와 관계있는 곳인가봐요...?

조선인 2013-01-09 08:43   좋아요 0 | URL
어? 오세훈 아니었던가요?

마태우스 2013-01-09 11:24   좋아요 0 | URL
아 오세훈이었군요. 죄송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사진만 갔다썼다는....ㅠㅠ

blanca 2013-01-0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있네요

마태우스 2013-01-08 09:22   좋아요 0 | URL
와 서재달인 블랑카님이닷....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레사 2013-01-0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히히힣..큰바위얼굴같당~

마태우스 2013-01-09 11: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도 얼굴 큰편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

페크pek0501 2013-01-1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 확인하고 웃습니다. 하하~~

마태우스 2013-01-31 12:44   좋아요 0 | URL
답변이 너무 늦었죠 페크언니 고맙습니다 여러가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