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만은 논문 제목을 "중입자와 중간자의 개략적 모형'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언젠가 《피직스 레터》 논문집의 편집인이 자신에게 새로 생긴 논문집에도 논문을 투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기억이 났다. 《피지컬 리뷰》나 《피지컬 리뷰 레터》에 이 논문을 보내면 분수 전하라는 말 때문에 논문 심사위원들의 비난이 쏟아질 뿐 아니라 게재 거절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아무래도 《피직스 레터》에 논문을 보내는 게 안전해 보였다. 겔만은 1964년 1월 4일에 이 논문을 《피직스 레터》에 투고했다. 편집인이었던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자크 프렌트키(Jacques Prentki)는 겔만의 논문을 읽으며 쿼크가 분수 전하를 가진다는 사실이 불편했지만, 논문을 받자마자 게재를 허락했다. 논문은 투고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964년 2월 1일에 발표되었다. 틀린 논문이면 욕먹는 건 겔만일 테고, 훌륭한 논문이면 《피직스 레터》의 위상이 높아질 테니, 프렌트키에게는 아쉬울 게 없었다. 쿼크를 처음 제안한 이 논문은 오늘날 4000번이 넘게 인용되었으니, 프렌트키는 훌륭한 편집인인 셈이다. (231 페이지)


뭐든지 새로운 것에는 저항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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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5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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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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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비 딕 상권을 끝냈다. 우리의 주인공인 향유고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더불어 화자인 이슈마엘의 이러저러한 '잡소리'도 기억난다. 고래잡이들에 대한 이야기, 고래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석유나 전기가 대체하기 전까지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잡던 인류 역사의 일면을 엿보게 된다. 여기에 얽힌 괴물 흰 고래의 이야기가 하권으로 이어진다.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 모비 딕이 벌이는 대결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야릇하고 복잡한 현상에는 우주 전체를 엄청난 장난으로 여기게 되는 묘한 순간이나 상황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 당하는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한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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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2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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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2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다 이윽고 휴일처럼 유쾌한 날씨가 펼쳐졌고, 따뜻한 기운이 지저귀는 새처럼 마음을 끌어당겨 그의 우울함을 조금씩 풀어 주는 듯했다. 4월과 5월이 발그레한 볼을 하고 춤추는 소녀처럼 춥고 염세적인 숲에 찾아오면 제아무리 헐벗고 거칠고 벼락에 갈라진 늙은 참나무일지라도 이 유쾌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푸른 싹을 최소한 몇 개는 틔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해브도 마침내 소녀 같은 공기의 쾌활한 유혹에 약간은 반응을 보였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미소의 꽃이 활짝 피었을 테지만, 희미하나마 꽃봉오리 같은 표정을 지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218~219 페이지)


크리스마스에 출항한 피쿼드 호가 남쪽으로 항해하며 점점 따뜻한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칩거하던 에이해브 선장의 우울한 기분도 덩달아 조금 나아짐을 재밌게 묘사하고 있다. 


  Nevertheless, ere long, the warm, warbling persuasiveness of the pleasant, holiday weather we came to, seemed gradually to charm him from his mood. For, as when the red-cheeked, dancing girls, April and May, trip home to the wintry, misanthropic woods; even the barest, ruggedest, most thunder-cloven old oak will at least send forth some few green sprouts, to welcome such glad-hearted visitants; so Ahab did, in the end, a little respond to the playful allurings of that girlish air. More than once did he put forth the faint blossom of a look, which, in any other man, would have soon flowered out in a smile. (p. 136)


- warble: (of a bird) to sing pleasantly [https://dictionary.cambrid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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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8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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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haps our minds are qualities rooted in some strange and wonderful feature of those [quantum] physical laws which actually govern the world we inhabit, rather than being just features of some algorithm acted out by the so-called 'objects' of a classical physical structure. (p. 226)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식의 비밀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펜로즈의 생각은 큰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 그 자체>에서 울프 다니엘손이 언급했던 '의식 현상을 포괄하는 물리학'이 혹시 펜로즈의 생각을 염두에 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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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펜로즈는 <The Emperor's New Mind>에서 이론을 세 종류로 나눈다. 

1. SUPERB탁월한 이론

2. USEFUL유용한 이론

3. TENTATIVE잠정적 이론


우리가 진작부터 알고 있는 고전 이론들--뉴턴의 고전역학, 맥스웰이 총정리한 전자기학, 아인슈타인의 특수/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탁월한 이론'에 들어간다. 탁월한 이론은 이론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예측의 정확도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모나가, 슈윙거, 파인만의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도 이 범주이다. 펜로즈는 유클리드 기하학도 이 범주에 넣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수학 이론인 것 같지만 사실은 공간에 대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유용한 이론'의 예로는 원자핵이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을 든다. 이 이론은 탁월한 이론만큼 엄청난 정확도로 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양자색역학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마지막으로 '잠정적 이론'으로는 (초)끈이론, 인플레이션이론의 예를 든다. 책은 1989년에 처음 출간됐는데, 위의 범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자핵과 양자색역학에 대한 책인 김현철 교수의 <세 개의 쿼크>를 들쳐보기 시작했다. 잘 알지 못하는 핵물리와 강력의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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