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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7 (Paperback) - 『미키7』원서 /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 원작
에드워드 애슈턴 / St. Martin's Griffin / 2025년 2월
평점 :
이 과학소설의 특별함은 위험한 일을 하는 '소모품expendable' 인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다. 소모품은 죽을 때마다 복제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한 번만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통해 '복제'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난 인간의 진정한 복제는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설령 기억을 포함한 모든 것이 복제된다고 해도 그가 이를 통해 영생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책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지만 결말은 좀 다르다. 책을 읽으며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 영화를 위해 각색을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시니컬한 성격이 책에도 잘 나오긴 하지만 영화와 같이 사회비판적 블랙코미디 느낌은 훨씬 덜 하다.
언젠가는 인류도 책에서 묘사하듯 지구를 떠나 '디아스포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물론 내 생애에는 아니겠지만. 지구가 점점 거주하기에 부적절해지는 건 아닌지에 대해 다들 걱정하는데, 언젠가 그러한 순간이 분명 닥칠 것이다. 그럼 선택지는 다른 곳으로의 이주밖에 없다. 사실 '소모품' 주인공 얘기보다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이러한 디아스포라 사회 얘기와 반물질 엔진에 대한 얘기가 내겐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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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생'의 정의를 달리하여, 복제된 삶을 영생으로 여기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복제품이 삶을 이어가는 것은 기억이 이어질지라도 '나'라는 기준에서 볼 때 영생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