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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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우주여행을 얘기한다. 마지막 프런티어로 종종 얘기되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언급되는 우주. 수많은 과학소설이 쓰였으며 인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존재. 미지의 우주로의 여행은 인간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주제임이 틀림 없다. 저자는 인간이 우주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특히 '이주' 목적의 우주여행은 현재 기술로는 실현가능하지 않음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심지어는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에 정착하기조차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단기로 거주하는 전초기지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완전한 이주를 위해서는 그곳에 자급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가까운 시일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여 이주하자는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계획은 현재로는 거의 '사기'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화성과 같은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의 이주는 단순히 로켓만 있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편도로 약 9개월이 걸리는 이동 중에 쏘이게 되는 태양풍이나 우주선(cosmic ray)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의 유해 효과조차 아직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도착해서 어떻게 자급할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논의는 역설적으로 지구가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지를 알려준다. 우리의 경제성장을 늦추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우리가 지구의 유용한 자원을 모두 소진시키거나 환경을 파괴하여 생존을 위해 다른 천체로 이주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함을 저자는 역설한다. 책을 읽고 나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자가 우주 탐사를 쓸모없는 일이라 여기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우주 탐사는 지금까지처럼 거의 무인으로 진행될 것이며 그것이 경제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훨씬 타당한 일이다. 우주 탐사는 우리가 지구를 이해하는데 더욱 중요한 실마리를 줄 것이다. 왜 금성이 그렇게 뜨거운 불지옥이 됐는지, 화성에서는 어떻게 액체 상태의 물이 사라졌는지 등에 대한 연구나 외계 행성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지구의 상황과 미래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지구 저궤도(고도 200~2000 km의 영역)를 벗어난 인간은 아폴로 임무에 참가했던 24명의 우주비행사 외에는 없다고 한다(75페이지). 아주 오랜 후(~수 억 년), 우리의 후손이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후손은 지금의 우리와는 아주 많이 다를 것이다. 이들이 이러한 여정을 시작할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 우리가 지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종으로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가. 스티븐 호킹은 그렇기 위해서 우주를 반드시 식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지구 환경의 자연적 변화로 인해 우리가 살기 위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가능성보다, 우리 자신이 우리를 멸종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러니 우주를 보며 상상력을 키우되, 두 발은 땅에 디디고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우주여행과 이주에 대한 여러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냉정하고 차분하게 이에 대해 살펴보며 생각하게 하는 매우 좋은 책이다. 지식으로도 많이 배웠고 저자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번역도 깔끔해서 잘 읽힌다. 우주여행이란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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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6-03-24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 탐사를 소재로 한 과학소설과 영화는 인기가 많은데, 우주 탐사를 사실적으로 알려주는 책은... 사람들이 안 읽는 것 같습니다.. ^^;;

blueyonder 2026-03-24 08:5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책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게 해주니까요. 상상은 그대로 즐기되 그것을 사실과 혼동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는 이유'


"Blood is the same whether it spills on aluminum or Normandy mud. It takes guts whether you fly a million-dollar airplane or wade in slow with a fifty-dollar rifle...  Maybe some of the airpower fanatics will scream that the big brains didn't give us a chance to win it our way." But "the only thing that matters," Stiles wrote on the evening of D-Day, "is to win, win in any way so there is never another one." (p. 294)

그[스타일스]는 그날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인간의 피는 알루미늄 기체에 흘리든, 노르망디의 진흙에 흘리든 모두 똑같다. 100만 달러짜리 항공기를 타든,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눈 속을 헤매든 모두 똑같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항공력을 광신하는 높으신 분들 중에는 자기 방식대로 전쟁에서 이길 기회를 놓쳤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승리뿐이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이기고 나면 그 방법은 중요치 않다." (72 페이지)


위의 국역판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so there is never another one."의 문구다. "one"은 '이런 일' 정도의 의미일 것이고, '전쟁'으로 봄이 올바르다. 또 다른 '전쟁'이 없도록 싸운다는, 병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승리이다. 다시는 이런 전쟁이 없도록 어떻게든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의 다짐이다. 승리는 승리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쟁의 시작을 결정하는 사람과 실제 싸우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 늘 문제를 야기한다. 자기의 목숨을 걸고 직접 싸운다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는 일은 사라지리라. 


하나 더 지적하자면 "wade in slow with a fifty-dollar rifle" 부분은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눈 속을 헤매든"으로 번역됐는데 이상하다.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천천히 상륙하든"이 올바르겠다. 지금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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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의 대면'


For him [William Wyler], the war had been, as he once said, "an escape to reality." On an airbase in England, "the only thing that mattered were human relationships; not money, not position, not even family. Only relationships with people who might be dead tomorrow were important. It is a sort of wonderful state of mind. It's too bad it takes a war to create such a condition among men." (p. 147)

그는 자신에게 전쟁이야말로 '현실로의 도피처'였다고 말했다.

  "오직 인간관계만이 중요했다. 돈도 지위도 가족도 내일 죽을지 모르는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로 경이로운 심리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심리 상태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248 페이지)


전쟁에 종군하여 영화를 찍었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얘기이다. 국역본에서 "escape to reality"를 "현실로의 도피처"로 번역한 것은 좀 이상하다. "도피"가 아니라 '탈출'이 낫겠다. "reality"는 사전적 의미로 하면 '실재'이겠으나 너무 철학적이므로, 문맥을 살리자면 '진짜'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진짜로의 탈출' 또는 더 의역하자면 '진짜와의 대면'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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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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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쿼크>의 저자 김현철 교수의 인생론이다. <세 개의 쿼크>를 읽으며 열정이 대단한 분인 건 알았지만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이른바 "상위 다섯 개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분으로서, 편견과 어려움을 깨고 학생들에게 이론물리학을 성심껏 지도하며 함께 이룬 성취가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귀하다. "한 사람의 변화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변혁을 외친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 세상이 변하는 걸 보고 싶다면, 나부터 변할 일이다. 내가 변하면, 내 주변이 영향을 받는다. 모든 변화는 한 사람부터 시작한다. (252 페이지)" 


책 제목이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이다. 머리말의 구절을 다음에 옮기는 것으로 저자의 의도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건 쉽지 않다.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내 속에 숨은 능력을 끄집어내는 데 있지만, 그런 건 잊혀진 지 이미 오래다. 오히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의대나 법대에 들어가야 하고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 세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거기에 속하지 못하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것은 오직 남들보다 앞서겠다는 일차원적인 욕망에 기인한다. 무엇이 된다는 것은 정해진 직업군 중 하나에 속하는 일일 뿐이지만, 무엇을 한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수없이 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우주의 중심으로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은 무엇이 되는 데서 오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4~5 페이지)


저자는 10대, 20대 청년들에게 이 책에 적은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입학한 대학은 그때까지의 성실함만을 반영한다고, 이후의 인생은 너무 길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으면 그것에 열심히 정진함으로써 나름의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이라고, 쉽지 않은 모범을 직접 보인 분이 외치는 말씀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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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법칙이란 영원히 깨지지 않는 불변이 아니다. 자연 현상을 관찰하면서 끄집어낸 자연의 규칙일 뿐이다. 법칙을 따라야 할 범주에서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법칙이 필요하다. (27 페이지)

  학부 과정에 있는 동안 학생은 교수가 보여주는 세상을 보며 학문의 지평을 넓혀 간다. 그것이 학생이 받아들이는 세상 전부다. 특출난 학생을 제외하면 학생에게 수업 시간은 물리학이란 학문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재라고 해도 초급 교재로 배우면 학생의 시선은 딱 그 정도에서 멈춘다. (43 페이지)


앞에서 물리 법칙의 임시성에 대해 얘기했지만 뒤에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나온다. 이른바 '아름다움' 앞에서 이론물리학자는 어쩔 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는 《미의 역사 Soria Dela Belca》(열린책들, 2005)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에코의 말을 물리학에 적용하면 절반만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물리학에서 아름다움은 맥스웰 방정식처럼 수 억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모습 속에 깃들어 있다. 에코가 맥스웰 방정식의 의미를 알았다면 이것이야말로 불변하는 미의 극치라며 찬탄했을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형식적 미와 내재적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자연의 예술 작품이었다. (81 페이지)

학자가 세상에 남기는 건 논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논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과학에서는 위대한 논문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랜다. 물론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논문도 있지만 과학과 공학에서 논문이란 그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디딤돌 역할로 족하다. 독일 인문학자 하랄트 바인리히는 《망각의 강 레테Lethe: Kunst and Kritik des Vergessens》(문학동네, 2004)에서 망각을 자연과학의 특징으로 들었다. 실제로 그렇다. 오래된 논문은 서서히 잊혀간다. 학자는 자신이 밟고 지나온 디딤돌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내게서 배운 학생은 나를 떠나 자신만의 학문을 개척한다. 그렇게 학문은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물론 가르친 학생 중에서는 학문을 떠나 회사로 간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곳에서 자신이 익힌 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간다. 논문은 잊혀도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영원히 남는다. (216~217 페이지)


위에서 "영원히"란 강조의 뜻으로 이해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정신'이 다음,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지속하는 경우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원'하지는 않다. 


무엇이 되는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221 페이지)


위의 말은 당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종종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위의 말을 이렇게 변조할 수 있겠다. 무엇이 되는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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