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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궁극의 질문들 ㅣ 렉처 사이언스 KAOS 9
박창범 외 지음,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 반니 / 2020년 6월
평점 :
주제와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직접 진행한 강연을 정리했다. 실제 강연을 보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정리했는지 모르겠지만, 강연마다 수준과 분량 차이가 좀 있다. 어떤 강연은 약간 수박 겉핥기처럼 읽히고 어떤 강연은 꽤 전문적인 내용까지 언급한다. 매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패널 토의와 질의 응답까지 포함되어 있다. 총 10개의 강연이 있는데, 앞의 강연 5개는 우주론과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고 한 저자가 일관되게 쓴 것은 아니므로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다. 태생적 한계이겠지만 그래도 편집자가 좀 더 역할을 했으면 좋았겠다.
뒤의 고인류학 관련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한 구절:
여기서 인류라고 부르는 호미닌은 500만 년 전에 시작했고, 호모사피엔스가 속한 호모속은 200만 년 전에 시작합니다. 500만 년 전의 시간을 연구하는 고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많이 연구하는 주제가 호미닌의 기원, 호모의 기원, 호모사피엔스의 기원입니다. (282 페이지)
... 아프리카를 떠난 호미닌은 고생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플라이스토세 내내 200만 년 동안 겨울이 왔기 때문이죠. 빙하기가 시작됐던 거죠. 차라리 추우면 나아요. 그러면 그 추위를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간빙기도 있고 빙간기도 있어서, 환경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변하는 환경에 호모속은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이렇듯 200여 만 년을 고생하면서 살다가 현생 인류가 나왔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3만 년 전 후기 구석기인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때를 창의혁명 시대라고도 해요. 그때부터 창의성이 나타나는 고고학 유물들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289~290 페이지)
추가로 발견한 오타:
- "대통일이론에서는 양성자도 결국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요. 흔히 양성자의 반감기가 1,030년 이상이 될 거라고 하는데, 인간이 그만큼 오래 살 수 없으니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신 양성자를 1,030개 갖다 놓으면 적어도 1년에 1개는 붕괴하겠죠. 슈퍼-카이오칸데Super Kamiokande라는 실험 장치가 있는데, 거대한 창고에 물을 가득 채워놓아서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물 분자 하나에는 양성자가 2개씩 있으니까 그중에 1년에 1개 정도라도 붕괴한다면 양성자가 정말로 붕괴하는지, 반감기가 어떻게 되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렇게 발견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양성자는 평균 1,034년 이상은 살 수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125 페이지)"
위에서 밑줄 친 1,030, 1,034는 10의 거듭제곱을 나타내는 10^30, 10^34이어야 한다.
- 141 페이지, 그림 4-1에 "HURRLE UTRA DEEP FIELD"라고 적혀 있다. "HURRLE"은 "HUBBLE"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