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22 (Paperback, 50, Anniversary) - 『캐치-22』원서
조지프 헬러 지음, 크리스토퍼 버클리 그림 / Simon & Schuster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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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잘 안 읽히다가 책의 스타일과 템포에 적응되면 비교적 잘 읽히기 시작한다. 아니면 뒤로 갈수록 앞에서 언급된 사건이 드러나고 마감되기 때문에, 그리고 전쟁이란 비극이 더욱 극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읽으면서 난 풍자와 블랙코미디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조지프 헬러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알 것 같다. 한 마디로, "전쟁은 미친 짓이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깊은 상흔을 안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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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7 (Paperback) - 『미키7』원서 /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 원작
에드워드 애슈턴 / St. Martin's Griffin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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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소설의 특별함은 위험한 일을 하는 '소모품expendable' 인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다. 소모품은 죽을 때마다 복제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한 번만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통해 '복제'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난 인간의 진정한 복제는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설령 기억을 포함한 모든 것이 복제된다고 해도 그가 이를 통해 영생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책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지만 결말은 좀 다르다. 책을 읽으며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 영화를 위해 각색을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시니컬한 성격이 책에도 잘 나오긴 하지만 영화와 같이 사회비판적 블랙코미디 느낌은 훨씬 덜 하다. 


언젠가는 인류도 책에서 묘사하듯 지구를 떠나 '디아스포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물론 내 생애에는 아니겠지만. 지구가 점점 거주하기에 부적절해지는 건 아닌지에 대해 다들 걱정하는데, 언젠가 그러한 순간이 분명 닥칠 것이다. 그럼 선택지는 다른 곳으로의 이주밖에 없다. 사실 '소모품' 주인공 얘기보다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이러한 디아스포라 사회 얘기와 반물질 엔진에 대한 얘기가 내겐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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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생'의 정의를 달리하여, 복제된 삶을 영생으로 여기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복제품이 삶을 이어가는 것은 기억이 이어질지라도 '나'라는 기준에서 볼 때 영생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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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Everything (Hardcover) -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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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늙어가는 이야기.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지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굴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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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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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이토 고헤이齋藤幸平는 1987년생으로 현재 도쿄대학교 부교수이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마르크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후 위기로 인류의 미래에 의문이 드리운 이때,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자본주의로는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자본주의는 그 특성상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데,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에 기반한 급격한 성장이 현재의 기후와 생태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는 다양한 해법들, UN의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나 기후 케인스주의 등은 모두 미봉책일 뿐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그는 이제 탈성장(degrowth)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버리고 생태주의에 기반한 코뮤니즘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소련의 해체로 역사와 공산주의에 종말이 선언된 이때, 그는 코뮤니즘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코뮤니즘은 생산수단을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소유하여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운영하는 코뮤니즘이다. 


그는 말년의 마르크스가 당시의 생태주의와 중세의 공유(commons)에 기반한 전통사회 연구를 통해 인류는 자본주의를 거쳐 코뮤니즘으로 진행한다는 단선적 '역사의 진보'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 연구 결과는 어떠한 저작물로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연구노트와 편지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년에 마르크스가 수행했던 연구로부터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협동체로 번역되는 게노센샤프트genossenschaft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과격할지 몰라도 곱씹어 볼 만하다. 


책 속 몇 구절을 다음에 옮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과 생산의 변혁이다. 이 책의 입장이 기존의 탈성장파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기존의 탈성장파는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운동에 대한 반감을 신경 쓰느라 '노동'이라는 차원에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존의 탈성장파는 주로 소비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억제'에 초점을 맞춘다. 절수.절전을 하고, 육식을 그만두고, 중고품을 사고, 물건을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유, 재분배, 가치관 변화 등에만 주목하여 노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290페이지)

생산이라는 영역에서는 공동체가 태어난다. 제8장에서도 살펴보겠지만, 그 공동체에는 더욱 넓게 퍼져서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노동에서 생겨난 운동에 정치까지 움직일 가능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책에서 문제시하는 것은 일상생활 차원의 '제국적 생활양식'이 아니라 그런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제국적 생산양식'의 극복이라는 말이다. 제국적 생활양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제국적 생산양식을 극복해야 한다.

  단, 생각 없이 하향식 해결책에 의존하는 '정치주의' 모델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해두겠다.

  물론 정치는 필요하다. 기후 변화 대책의 제한 시간을 앞두고 하향식 대책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정치가 기후 변화와 맞서려면 자본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그런 정치를 실현하려면 사회운동의 강력한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94페이지)

  그[<자본>에 숨어 있던] 진정한 구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용가치 경제로 전환, '노동 시간 단축', '획일적인 분업 폐지', '생산 과정 민주화, '필수 노동 중시'. (297페이지)

오해하지 않도록 거듭 이야기하지만, 마르크스가 만년에 했던 주장은 도시 생활과 첨단 기술을 버리고 촌락공동체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불가능한 일이고, 그런 생활을 이상화 할 필요도 없다. 촌락공동체 같은 생활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며 도시에도 기술 발전에도 높게 평가할 점은 많이 있다. 도시와 기술의 합리성을 전부 부정해버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도시에는 문제가 많으며 수정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상호부조가 속속들이 해체되었고,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는 지속 불가능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도시화가 도를 지나친 상태다.

  그 결과 도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약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맞서 상호부조를 되찾으려면, 도시 생활을 바꿔야 한다. 도시를 버리고 산골에 틀어박힌들, 최종적으로 지구 전체가 '대홍수'에 휩쓸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본이 만들어낸 도시라는 공간을 비판하고 새로운 도시의 합리성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324-32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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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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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소세키의 소설이다. 읽으면서 곁가지로도 여러가지를 느꼈다. 일단 <풀베개>보다는 훨씬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풀베개>는 내 생각에 소세키 소설 입문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행인>은 신문 연재 소설이어서 그런지 숫자로 나뉘어진 비교적 짧은 글들이 이어진다. 


책 뒤 표지에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있다. 소설에 나오는 당시의 삶을 지금 우리의 삶으로 읽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다른 한편, 100년 전에 일본인들은 벌써 이렇게 선진국의 삶을 구가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1912년~13년에 <행인>을 연재했다고 하니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이고,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어 사라진 이후이다. 난세에 이렇게 평온한 삶을 이어가며 내면의 고뇌와 사념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럴 여건이 됐다는 것이리라.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떠오른다. 앞 부분과 크게 연결되지 않고 애매하게 끝나는 것도 느낌이 비슷하다. 우리의 황석영 소설에 비하면... 


책의 만듦새는 매우 좋다. 감탄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읽기를 이렇게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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