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의 독서 기록을 정리해 남기고 싶어졌다. 이전에 한 번도 안 해 봤고, 아마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1월부터 읽은 순으로, 간단히 분야를 나눠 정리한다. <시사IN>과 같은 주간지는 제외했다. 


소설(14권): 생각보다 소설을 많이 읽었다(<모비 딕 - 상, 하>는 1권으로 계수).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다. 읽고 나니 한바탕 꿈을 꾼 것 같기도 한 이 작품의 여운이 많이 남는다. 하루키를 더 읽고 싶어졌다. 


과학(12권): 


     


     


  


위의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역시 <A Brief History of Time>이다. 추억이 어린 책이기도 하고, 나 자신과 과학계의 변화를 나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사회(3권):


  


별로 안 읽었지만 그래도 한 권을 고르자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이다. 이 시대에 '공산주의'와 '마르크스'를 말하다니 매우 신선했다. 읽다 보면 설득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대이다. 


에세이(4권):


   


위의 책들 중에서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질문을 내게 하면 뭔가 가슴이 뭉클해진다. 


철학(2권):


  


위의 2권 중에서는 <개소리에 대하여>를 꼽는다. 계엄과 탄핵으로 마음을 졸이며 시작했던 한 해. 이제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국민들에게 감사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 


내가 좋은 사람이면(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할 거라는 생각으로 살려고 한다. 고백하건대, 올해 보기 싫은 사람이 생겼다. 역시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게 다시 상기시킨다. 


억지로 이미지를 넣으며 작성한 빈약한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께: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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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2-31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전에 한 번도 안 해 봤고, 아마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각오가 왠지 역설로 읽힙니다. ㅎㅎ
좋은 독서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lueyonder 2025-12-31 19:49   좋아요 0 | URL
2025년 독서이력을 왠지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해 본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 독서를 많이 하시는 다른 알라디너분들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어서 앞으로 또 할 일은 없을 것 같고요. ㅎㅎ
잉크냄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25-12-3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31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31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3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5-12-3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blueyonder 2025-12-31 23:01   좋아요 2 | URL
페크 님, 방문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6-01-01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6년이 방금 도착했습니다 해피 뉴이어!

blueyonder 2026-01-01 07:16   좋아요 1 | URL
서곡 님, 해피 뉴 이어! 감사합니다!
 
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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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모든 직장인의 얘기인지도... 


사관학교를 마치고 장교로 임관한 조반니 드로고는 기대와 달리 사막을 마주한 산속 국경 요새에 배치된다.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느라 넉 달만 있다가 떠나기로 한다. 오지인 국경 요새에는 병사들이 나름 절도 있고 기강이 잘 서 있는 것 같지만 오지 않을 적을 기다리느라 평생을 보낸 장교들이 여럿 있다. 적이 오는 날이 이들이 기다리는 날이다. 군인으로서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날, 모든 기다림이 보상 받는 날. 드로고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들에게 동화된다. 넉 달은 이 년이 되고, 이 년은 사 년, 그리고 십오 년이 되며 세월은 흘러간다. 적은 쳐들어올 듯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만 한다. 결국 요새에서의 삶은 평생이 되며 이제 은퇴를 해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


좋은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사회와 동떨어져 살면서 가정도 꾸리지 못하는 드로고의 삶은, 좋은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시간과 젊음을 직장에 바치는 직장인의 삶에 대한 은유로 내게 다가왔다. 직업이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해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가 어떠한 삶을 사는지가 더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변에 어떠한 친구가 있고 어떠한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는가. 가족과는 어떠한가. 어찌 보면 직장인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을 직장에 갈아 넣는 삶. 주말에 잠깐 쉬고 다시 일주일. 그렇게 일 년, 이 년, 십 년... 사실 내게도 많은 날이 남아 있진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한다. 


소설(이탈리아어 원제 <Il deserto dei Tartari>)은 1940년에 발표됐다. 제목에 나오는 '타타르인'은 얼굴도 모르는 북쪽의 적을 이르는 일반명사로 쓰인다. 우리말의 '오랑캐'와 비슷한 의미이다. 저자인 디노 부차티Dino Buzzati는 1906년 생으로,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소설 속 끝없는 기다림을 읽으며 내게도 카프카의 <성>을 읽는 느낌이 되살아났다. 


다음은 책 속 몇 구절:


  그것이 멀리 있느냐고? 아니, 저 아래 강을 건너기만 하면 되고, 저 푸른 언덕을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 아니, 어쩌다 벌써 도착한 것은 아닐까? 이 나무들과 초원, 이 하얀 집이 우리가 찾고 있던 게 아닐까? 잠시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기에 머물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들려올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더 멀리 있으니 괴로워 말고 다시 길을 떠나라.

...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의 나날들은 지나갈 것이다. 그제야 어떤 깨달음이 일어, 그는 못 미더운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이어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발소리를 느끼게 되리라. 자기보다 일찍 몽상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먼저 도착하기 위해 그를 따라잡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는 삶을 맹렬하게 재는 시간의 고동소리 또한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창가에는 웃는 얼굴 대신 무표정하고 무관심한 얼굴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만일 그가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여전히 지평선을 가리키겠지만 어떤 선량함이나 기쁨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그는 친구들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지쳐서 뒤에 남는다. 또 누군가는 일찌감치 앞질러 가는데, 그는 고작 지평선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61~6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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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주의는 우리가 자연에 관한 유일무이한 진리를 소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공허하고 오만한 시도가 아니라, 실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모든 현실적인 방법들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이어야 마땅하다. (30 페이지)

  그런데 왜 다원주의를 채택하는 편이 더 나을까? 왜 여러 지식 시스템들을 살려두어야 할까? 즉각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모든 필요들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단일 이론 혹은 관점에 도달할 개연성이 낮다는 직감이다. 이것을 비관론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근거 없는 비관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것을 인간의 능력에 대한 합당한 겸양으로 여긴다. 우리가 완벽한 단일 시스템을 발견할 성싶지 않다면, 다수의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 시스템들은 제각각 다른 장점을 지닐 것이다. 다양한 지식 시스템들에서 다양한 실용적 지적 혜택들이 나올 것이다. (31 페이지)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주의는 게으른 방임과 판단 포기를 함축한다. 다원주의는 판단을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단 하나의 가치 있는 시스템을 육성하는 것보다 다수의 가치 있는 시스템들을 육성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내가 말하는 다원주의는 지식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3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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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의 주제곡 중 하나인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 쌀쌀한 겨울, 톰 크루즈의 모습과 <탑건> 영화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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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농담을 통해 물리학의 기본적 접근 방법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름하여 '공모양 젖소 철학spherical-cow philosophy'이다. 어느 농부가 우유 생산 문제로 고민하다가 근처 대학에 가서 해결책을 문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론물리학자(!)에게 갔다. 이론물리학자는 복잡한 계산을 한참 한 후 엄청나 보이는 방정식들을 보여주며 문제를 풀었다고 말한다. 농부가 흥분해서 물었다. "답이 뭐에요?" 이론물리학자의 대답: "자, 먼저 공모양 젖소를 가정해 봅시다..."


이 농담의 교훈은 물리학이 실제로 이렇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요소들은 모두 무시하고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만 남겨두고 문제를 푼다. 이렇게 문제의 핵심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여기에 무시한 요소들을 넣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고민한다. 저자가 드는 예는 운동에서의 마찰이다. 맞다, 마찰을 넣으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잘 풀리지 않지만 마찰을 무시하면 문제가 간단해지고 잘 풀린다. 이상적 운동에 대한 통찰을 얻은 후, 마찰의 역할--운동을 방해해서 속도를 줄임--을 추후 고려하여 실제적 상황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물리학의 위력은 물질세계의 이해에 이러한 방식이 잘 작동한다는 데 있다. 젖소에게는 잘 작동하지 않지만... 물리학의 이러한 측면, 또는 물리학자들의 이러한 성향을 저자는 "공모양 젖소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리학의 강점과 한계를 우스꽝스럽게 잘 요약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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