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 일상 속 어디에나 있는 수학 찾기
오스카 E. 페르난데스 지음, 김수환 옮김 / 프리렉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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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펴보니 글씨가 커서 놀랐다. 식이 많이 나오니 시원시원하게 여백을 많이 둔 것 같긴 한데, 168페이지의 원서가 272페이지가 됐다. 뭐 여전히 얇긴 하다. 나름 재미있는 주제를 골랐을 터이니 추상적인 미적분을 배우는 학생들이 옆에 놓고 보면 동기부여도 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에 했는데,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두 번째 예인 "어떻게 유리 함수가 토마스 에디슨을 좌절하게 했을까" 부분이다(22 페이지 이후). "유리 함수"란 말에서 일단 한 번 멈춤. '유리수인 함수인 모양이군.' 유리수란 어떤 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는 수이다. "V와 연관된 전선의 길이 l과 반지름 r은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어."란 말 다음에 그 유리 함수가 나온다.


r(V) = k (P0*l)^(0.5)/V


원래 책에는 제곱근 기호로 나오는 것을, 입력이 안 돼 0.5 제곱으로 나타냈다. "V와 연관된 전선의 길이 l과 반지름 r"? 난 이런 걸 그냥 못 넘어 가겠다. 바로 이해가 안 되니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가 원문을 찾아보니 이렇다: "The radius r and length l of the power line are related to V by" 그리고 식이다. '전선의 반지름 r과 길이 lV와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어'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원저의 뜬금 없는 식도 마음에 안 든다(왜 그런지 설명은 없다). 결국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직류로 보내자면 전압이 거리에 따라 너무 빨리 떨어지므로 교류로 보내는 방식이 승리했다는 얘기이다. 이건 그냥 물리이다. "유리 함수"라는 거창한 식으로 시작해서 나오는 건 별로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다음 주제인 "공기 중에 숨어 있는 로그"(32페이지 이후)에서는 라디오 얘기를 하면서 "91.7 FM", "90.9 FM"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파수 91.7 메가헤르츠를 얘기할 텐데 왜 91.7 FM이라고 하나 이상해서 찾아보니 원서도 "91.7 FM"이라고 한다. '아, 역시 수학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더 읽다 보면 거리에 따라 FM 신호의 세기(본문에는 "강도"라고 나옴)가 어떻게 줄어드는지를 얘기하는 식이 나오면서 "방사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방사력"?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방사하는 힘?' 원서에서는 "radiated power"이다. 복사되는 또는 방출되는 파워, 파워는 일반물리학 책에 '일률'이라고 나온다. 한국물리학회 용어집을 찾아보니 power는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1) 일률, (2) 전력, 동력, (3) 능력, 출력, (4) 거듭제곱, 멱. 일률이 너무 낯설면 '출력'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여기서부터 이 책을 읽기가 싫어졌다. 훑어보면 나오는 예는 거의 물리이다. 뭐 결국 수학(미적분학)을 이용하여 세상을 설명하는 물리 찬가 같은 느낌? 시니컬한 리뷰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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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정치 5
이성주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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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끝내기도 어렵다. 어쩌면 잘 끝내기란 잘 시작하기 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대개 잘 끝내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과거의 영화에 매달려 현실 직시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선수생활을 더 할 수도 있었던 이승엽 선수의 은퇴에 다들 아쉬워하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1944년 7월 사이판 함락 후 일본제국도 비슷한 처지였다. 일본의 지휘부가 보기에도 전쟁을 이길 승산은 사라졌고 이제 어떻게 전쟁을 끝내는지만 남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 지휘부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가능성 없는 희망에 매달렸다. 소련의 중재로 강화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지금 보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생각이다. 이 책은 왜 일본 지휘부가 그런 생각에 매달리게 되었는지 그 이면과, 종전에 이르기까지의 국제 정세와 일본 정치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사이판 함락의 의미에 대해 이전까지 많이 알려진 B-29 폭격기지로서의 역할에 더해 잠수함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부각시켜 주어 매우 반가웠다.


이길 가망이 없었던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끈 결과 일본 국민의 희생은 더 커졌으며, 결국 소련의 참전과 원폭 2발이라는 상황을 맞고서야 일본제국은 항복할 수 있었다. 소련 참전 이전에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한반도는 분단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냉정한 계산이 주도하는 국제정치를 다시금 실감한다. 역사란 과거를 다시금 곱씹으며 오늘의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엄혹한 국제정치적 상황을 보며, 부디 이 모든 상황이 냉정하게 관리되기 바란다. 우리도 모두 깨어 있자.


2017년의 마지막 날이다. 어떻게 끝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하기에 적절한 날이랄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이것이 매년 오는 마지막 날의 또 다른 의미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 매년 새해를 시작할 때는 1년이 언제 가나 싶지만 일 년의 마지막 날은 어느새--마치 '자객'과 같이--다가온다. 5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 다음의 영화를 봤다. 그리고 눈이 왔다. 그 사이 시민은 각성했고, 우리 사회는 조금 전진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무슨 일에서건 언젠가 끝은 다가온다. 우리 부디 좋은 끝을 준비하자. 더 좋은 시작을 위하여. 모두 희망 찬 새해 맞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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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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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 모음이다. 물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물리 제국주의’로 오인할 수도 있을 확신이 넘치는 편이라는 게 한 조각 걱정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포함하여 모든 무생물, 나아가 우주의 모든 ‘것’에 통용되는 언어는 물리이다. 물리를 통해 우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107페이지)”와 같은 문장이 그렇다. 


하지만 세상사와 영화, 사회 이슈에서 물리와 연결하며 통찰을 끄집어내는 그의 글을 읽는 일은 놀랍고도 즐겁다. 예를 들어 “사과의 물리학”이라는 글에서, 선악과에서 시작해서 뉴턴의 ‘사과’를 거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부족한 ‘사과’를 연결지어 글을 매듭 짓는 솜씨 등에서 그의 재기를 엿볼 수 있다. 


“부재의 실재”라는 글은 읽으면서 감탄이 나왔다. 김연아의 ‘존재’를 자랑하는 고대생에게 MB의 ‘부재’를 내세우는 연대생의 유머로 글은 시작한다. ‘부재’가 ‘존재’만큼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무언가로 빈틈없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153페이지)”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물고기는 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꽉 채운 무언가의 존재를 실감할 때는 그것이 ‘없을 때’이다. “물의 부재로 만들어진 거품은 이제 그 자체로 존재가 되어 마치 실재인 듯 물속을 움직이고 다닌다. (154페이지)”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폴 디랙의 ‘전자로 꽉 찬 진공’이라는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양전자란 전자로 가득 찬 진공의 ‘거품’과 같은 것이다. 그 다음에는? 반도체에서 전류의 흐름을 설명한다. “반도체 내부는 전자로 가득 차 있다. 가득 찬 전자는 그 자체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여분의 전자가 생기면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생기는 셈이다. 이 여분의 전자가 움직이며 전류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전자를 약간 없애도 전류가 흐를 수 있는데, 이때는 홀hole이라 불리는 전자의 부재가 전류를 만든다. 마치 물속에 생긴 거품과 비슷한 것이다. 전자가 흐르는 반도체를 ‘n형 반도체’, 전자의 부재인 홀이 흐르는 반도체를 ‘p형 반도체’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는 이 n형, p형 반도체를 이어붙인 접합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다음에는?


  부재는 그 자체로 실체이다. 어둠이란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빛이 부재한 것이다. 불의不義는 말 그대로 단지 의義가 없는 것이다. 잘못된 일을 보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가 없는 상태, 즉 불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의의 부재’는 실체가 되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20세기 초 독일의 나치 정권하에서 침묵했던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시이다. 독일 사람들은 나치가 벌인 온갖 만행을 히틀러만의 책임이라고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자료에 따르면 반유대주의는 20세기 초 이미 유럽에 많은 나라에 만연한 풍조였다. 암묵적인 동의 없이 600만 명의 사람을 조직적으로 죽이는 것이 가능할까?


요즘 우리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잘못된 사회에서 비판과 행동의 부재는 그 자체로 독재와 억압이라는 실체가 된다. 때로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다. (156~157 페이지)


어떤가? 이만한 글발을 지닌 과학자는 흔치 않다. (김상욱 교수도 혹시 블랙 리스트에 있었을까?) 


  상대성 이론은 시공간의 무대가 무용수에 의해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양자역학은 관객이 무용수의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모두 고려하면 무대, 무용수, 관객이 모두 뗄레야 뗄 수 없이 하나로 묶인 유기체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복합체의 모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물리학자도 알지 못한다. 아직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261~262 페이지)

  시는 대개 최소한의 언어로 표현된다. 우주를 기술하는 물리법칙도 최소한의 수학으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건조하게 말하면 오컴의 면도날 때문이고, 비과학적으로 말한자면 우주가 단순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물리학자의 미학적 관점이 깔려 있다. 최소한의 수학을 사용하기 위해 상실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상실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상실이다. 물리법칙으로의 압축은 모든 가능한 현상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현상의 핵심이라 믿어지는 사실을 하나의 문장으로 그냥 쓰는 것이다. 여기서는 상실될 것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핵심만을 집어내는 감각에 창조성이 있다고 하겠다. (28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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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욘더 님 앞으로 다가올 새해 운수대통하시기 바랍니다..

blueyonder 2017-12-30 15: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님께서도 운수대통하는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학 고전 50
강양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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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도 나오듯이, 과학 '고전'은 인문 '고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인문 고전은 대개 원전이지만 과학에서 원전은 일반인은 읽기 어려운 논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 중 그 중요성과 읽는 재미, 의의의 측면에서 '고전'이라 할 만한 책 50권을 선정하여 소개해 주고 있다. 7인의 저자가 인터넷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각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더해져 소개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혹시 과학에 대해 알고 싶은데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권 중 한 권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들은 소개하는 책들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각 책의 의의와 내용을 나름의 방법으로 잘 펼쳐내어, 정말 그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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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22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지만 읽으면 또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 늘어날꺼 같다는ㅠㅋ

blueyonder 2017-12-22 18:55   좋아요 1 | URL
읽고 싶은 책들이 정말 많지요? ^^ 쓸 수 있는 시간의 유한함을 탓할 수 밖에요...

AgalmA 2017-12-22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책 보다가 수학이며 생물학 공부까지 넓혀지니 과학 문제만이 아닙니다ㅜㅜ

blueyonder 2017-12-23 12:51   좋아요 1 | URL
독서가 정말 끝이 없지요? ^^ 자꾸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 조바심이 생기지만, 저는 그냥 읽는 자체를 즐기자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 중입니다.
 
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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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겨 놓았으며 현대물리학의 핵심적 주제를 다룬다. 1장은 특수상대성이론, 2장은 뉴턴의 중력 및 일반상대성이론, 3장은 갈릴레오에서 뉴턴, 패러데이를 거쳐 맥스웰을 통해 다루는 빛의 본성, 4장은 보어의 원자모델까지 다루는 원자론, 5장은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의 이야기인 양자론, 6장은 이에서 더 나아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및 끈이론에 대한 논의이다. 현대물리학 6부작 구성하면서 이보다 더 잘 주제를 고를 수는 없을 것 같다. 3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에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물리와 자연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그 역사를 잘 펼쳐놓았다. 물리학 및 현대 물리학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로는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방송작가가 많은 분량을 적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아마도 비전공자인 저자(들)의 글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이제야 우리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오는 빛의 비밀을 엿들었다. 빛은 과거로부터 온 소식이다. 가볼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가지고 우리에게로 온다. 현재에 붙잡힌 우리는, 언제까지나, 빛을 동경한다. (53 페이지)


와 같은 감성적인 문장을 들 수 있겠다.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도 장점에 속한다고 보겠다. 하지만 잘못된 설명이나 용어의 사용은 분명한 단점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다음에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나열한다.


왜 행성(또는 달)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인지에 대한 설명은 분명히 잘못된 설명이다. 


  만약 두 개의 행성의 질량이 똑같다면 만유인력에 따라 행성이 움직이는 중심축은 두 물체의 가운데에 생긴다. 그리고 행성은 원운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쪽의 질량이 더 크다면 그 축은 질량이 큰 행성 쪽으로 이동한다. 지구와 달의 질량은 차이가 많이 나므로 중심축은 지구 안에 있다. 달은 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달이 타원으로 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은 타원으로 돈다. 서로 질량이 다르고,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미치기 때문이다. 케플러의 궁금증은 이렇게 풀렸다. (86페이지)


위의 설명은 분명히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위의 설명이 맞다면 두 물체(태양과 행성, 또는 지구와 달) 사이의 질량 차이가 클수록 궤도는 더욱 심한 타원이 되어야 한다. 궤도가 얼마나 타원인지 하는 것은 두 물체의 질량 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두 물체의 에너지에만 상관이 있다. 실제로 태양과 엄청난 질량 차이를 보이는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이다.


에너지 양자에 대한 설명도 잘못됐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에 대한 설명이다.


  이 문제를 붙들고 있었던 막스 플랑크는 마침내 답을 찾아 낸다. 각 파장들의 진동수마다 에너지가 동일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해졌다. 그러니까 흑체에 열을 가했을 때 나오는 모든 파장이 다 에너지를 갖는 게 아니라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206 페이지)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말은 분명한 오해이다. 모든 파동은 에너지를 가지며 그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것(그 비례상수가 플랑크 상수)과 흑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이렇게 주어지는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것이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이다. 방출되는 에너지가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사실이 에너지가 특정한 양을 가진 덩어리[에너지 양자]로 방출된다는 뜻이다.


양자론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도 부정확하다.


  결국 우리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코펜하겐학파가 최종적으로 생각한 원자 모델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안개처럼 뿌옇다. 이전 세상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지만, 이제 세상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으로 가득 찬 모호한 세계가 되고 말았다. (271 페이지)


불확정성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불확정성이란 우리가 측정하여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 순간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률적으로 그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 고전물리학과는 다르지만 양자역학에서도 여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면 과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외에도 부정확한 용어의 사용들이 눈에 띈다. 중력에 의한 가속이 사실은 가속되는 우주선 내에서 느끼는 것과 동등하다는 ‘등가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이렇다: “[가속되는] 우주선 안의 물체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그쪽으로 중력을 받았다는 말과 같다. (92 페이지) 일상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표현은 오해를 야기한다. 실제로 작용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뿐이다(그래서 ‘등가’ 원리이다). 


또 다른 예는 굴절률이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굴절률은 물체의 성질로서, 진공에서 빛의 속력을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굴절률이 1.5라는 얘기는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이 진공에서의 속력보다 1.5배 느려진다는 의미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나온다. 뉴턴이 빛을 가지고 한 실험에 대한 내용이다.


덧문 틈으로 들어온 흰색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3.6미터쯤 떨어진 판자에 떨어지게 한다. 그러면 가로로 길쭉한 모양의 스펙트럼이 나온다. 뉴턴은 여기에다가 새로운 단계를 덧붙인다. 판자에 구멍을 뚫어 그중 빛 한 줄기를 잡아서 두 번째 프리즘을 통과시켜 다른 벽이 떨어지게 한다. 빛 한 줄기는 처음 굴절할 때나 나중에 굴절할 때나 똑같은 굴절률을 보인다. 프리즘 때문이라면 두 번 프리즘을 통과한 색은 굴절률이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프리즘에서 나타났던 파란색의 굴절 각도는 두 번째 프리즘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150 페이지, 밑줄 추가)


위 인용의 굴절률 표현은 잘못됐다. 아마 저자는 나중에 나오듯이 굴절 각도를 의미했던 모양이다. 굴절률이 그저 굴절되는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굴절률에는 진공 대 매질의 속도 비라는 엄밀한 정의가 있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은 나중에도 각 색깔들은 고유한 굴절률을 갖고 있었다. (152 페이지)와 같이 반복된다.


오자도 눈에 띈다. “러더퍼드는 원자가 원자핵을 돌고 있는 원자 모델을 구상했다. (196 페이지)에서 처음의 “원자”는 ‘전자’여야 한다.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 원자 크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면 나머지는 뭘까? 진공이다. (198 페이지)에서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는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보다 훨씬 작다’라고 해야 맞다.


잘못된 용어도 있다. “물질파의 수축 (262 페이지)”이다. 보통은 “수축”이라고 하지 않고 붕괴collapse라고 한다. 붕괴표현이 이상해서 “수축”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만 “수축”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위에 적은 것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좀 더 있지만 생략한다.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컬러 그림과 사진이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에서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생략하겠다.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내용들로 인한 단점이 이 장점들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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