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럽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통해 현대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는 신앙과 이성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다!
중세의 그리스도교 신학에 대해 두 명의 거장을 통해 알아본다는 점은 그럭저럭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 거장이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는 점 외에 현대의 종교와 과학간 갈등의 해결에 어떠한 통찰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빈약한 기술만이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신학의 본질에 대한 반복적인 기술(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vs. 믿기 위해 이해한다) 후, 조심스럽게 내놓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리를 단 한 가지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는 것이다. 과학만이 진리라는 과학만능주의 또는 과학적 제국주의와, 종교만이 진리라는 성서문자주의나 근본주의를 고수하는 일은 우리를 광기와 무지로 몰아가는 것이다. 종교나 과학은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설명하는 각각 독특한 은유metaphor로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삶에는 종교, 과학, 예술,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가 겹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종교와 과학이 서로를 보는 눈이 더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과학은 인간의 삶과 인류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둘은 인간이 비상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두 개의 날개다. 날개 하나로 하늘을 나는 새를 보았는가? (226~227쪽)
그럼 창조론-진화론 논쟁은 어떻게 바라보라는 이야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