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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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에 대한 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이 듦과, 나이가 듦에도 나이 들지 않는 마음에 대한 책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나이 든 누구나 느낀다. 지난 날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게 느낀다. 그럼에도 마음은 늙지 않아서 거울을 보면 아직도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든 나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게 나이 든 나를 받아들임에도 문득 나이를 잊도록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육체적 갈망인 모양이다. 작가는 그러한 모습을, 젊음의 싱그러움과 그것을 사랑하는 노작가의 갈망을, 시인 이적요를 통해 보여준다. 시인 이적요는 결국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지만, 난 안다. 죽음은 아무 것도 완성하지 않는다. 죽음은 과정일 뿐이다. 나의 젊음은 자식에게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식으로 이어지는 젊음을 통해, 내가 죽어도 이어지는 생명을 본다. 그러므로, 난 주장한다. 사랑이 내리 사랑이듯, 삶은 내리 삶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동물성(또는 생명성)을 잊는다. 우리는 생명의 사슬을 잇는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생명은 이어지고 우주는 돌아간다. 그저 그뿐이다. 


굳이 사족을 덧붙이지면, 세대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난 같은 세대가 왠지 정겹다. 같은 운명공동체니까. 스러지는 인생에서, 같이 나이 드는 서러움을 얘기하고, 또는 나이 듦으로써 반대로 얻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듯 싶다. 문학작품 감상을 적다가 너무 교훈으로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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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는 건 없고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어 모아 놓는다. 













먼저 <버추얼 히스토리>. 만약 역사가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여러 역사학자들이 논의하는 책이다(600페이지). 이름하여 '가상 역사'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여러 우연 또는 필연이 겹쳐 전개됐던 역사가 만약 그 핵심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당시에 작용하던 '역사적 힘'을 살펴보는 연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일까를 인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464페이지).















<마지스테리아>. 과학과 종교가 얽히며 펼쳐낸 역사에 관한 책이다(720페이지). 서구에서 과학은 종교적 열망에서 태어났고('신의 비밀을 밝히다'), 종교와 갈등하다가, 이제는 종교로부터 벗어나 독자적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과학과 종교는 갈등한다. 특히 기독교에서 그렇다. 늘 흥미로운 주제이다.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파국으로 끝났던 2차대전을 수행했던 독일인들에 관한 책이다(976페이지). 부제가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이다. 끔찍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름이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찬란한 5월이 이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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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cording to Einstein's equations, a universe with a high density of matter will not only be positively curved, but will also ultimately contract, bringing all points in space closer together as time progresses. On the other hand, a lower density universe will have a negatively curved geometry and will expand forever. (pp. 28-29)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물질 밀도가 높은 우주는 양(+)으로 휘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축한다.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간 내의 모든 점들이 가까워진다. 반면 물질 밀도가 낮은 우주는 음(-)으로 휘어지며, 영원히 팽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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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65호 : 2024.04.16 - 세월호 10주기 특별호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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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특별호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아직도 그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난다. 세월호와 연관되었던 이들의 인터뷰가 죽 나온다. 아직도 눈물 바람을 하며 읽었다. 산다는 건 무언지 뒤돌아 보게 된다.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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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4-04-16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바쁘게 사는지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
세월호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아들의 나이가 마침 딱 그 때
세월호와 함께 수장된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서
전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안타까움과 분노로 저절로 눈물이 솟구치더군요.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고나서도 10주기가 되도록 여전히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겪었던 아이들이 나이 먹어
청년이 되니 또 다시 길거리에서 압사, 떼죽음을 당하는 사회,
21세기 잘 길러놓은 아들을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보내놓으면 아직도 여전히 시신으로 돌아올 위험이 농후한 사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들이
너무나 쉽게 잊혀지고 덮혀지는 사회.
언제나 그리워하고 또 돌아가고 싶은 모국이라서
이런일들이 너무 슬픕니다.

blueyonder 2024-04-16 15:43   좋아요 1 | URL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저도 이 사회의 일원이니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계시면 더 애국자가 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번 한국 오셨을 때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According to Newton's laws of motion, in the absence of any outside influences, an object will continue to move at the same speed and in the same direction, along a straight line. In Einstein's view, this is still true, but Einstein's idea of a straight line is not the same as what Newton had in mind. When mass or other energy distorts the shape of the surrounding space, the straight lines within that space become curved. When you drive Einstein's car near a space-distorting object, your trajectory curves in the direction of the object, just as if you were being pulled toward it. This distortion of space and time acts just like an attractive force--just like gravity. In fact, this is exactly what gravity really is. (p. 21)


"뉴튼의 운동법칙에 따르면, 외부의 영향이 없을 때 물체는 동일한 방향으로, 즉 직선을 따라 일정한 속력으로 운동한다.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도 이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직선은 뉴턴의 직선과 다르다. 질량이나 에너지가 주변 공간의 모양을 변형시키면 이 공간에서 직선은 휘어진다. 공간을 변형시키는 물체 주변에서 "아인슈타인의 자동차"를 운전하면 경로는 물체 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이는 마치 물체가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시간과 공간의 변형은 인력, 즉 중력과 똑같이 작용한다. 사실 이것이 정확히 중력의 본질이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은 힘이 아니다. 물체는 여전히 직선으로 운동한다. 하지만 공간이 휘어져서 마치 "인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물체가 휘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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