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에 대한 통념과 상식은 남들이 만들어낸 언어로 구성되었다.
일선에서 물러서기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시간이 삶을 쓸모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는 늘 유예되는 진리다.
글쓰기는 ‘나’와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이다. 글을 쓰려고 하는 동안은 세상의 소란을 등질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