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이나 글의 맥락에 맞춰 적절한 책을 꾸며내는 일은 거기에 주체의 진실이 더 많이 실릴수록 그리고 그것이 그의 내면세계의 연장 선상에서 기술될수록 그만큼 더 믿을 만한 것이 될 것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텍스트에 대한 거짓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이다.
우리는 "실재"하는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물론 실재 책은 모티브의 계기로 쓰일 수는 있다-, 이 일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면서 자기를 서술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각각의 책이 자기 자신의 일부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훌륭한 독자, 그런 독자에게 책들에 멈추지 않는 지혜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바로 그런 ‘책 가로지르기‘를 행할 것이다.
독서의 패러독스는 자기 자신을 향한 길이 책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저 통과만 하고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책이라는 것이 그저 책이라기보다 책이 순환되고 수정되는 어떤 발화 상황의 총체라고 한다면, 어떤 책을 읽지 않은 채 그 책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