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전쟁에 등을 돌리거나 파괴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바깥의 삶을 버리고 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너무도 이상하게 닥쳐온 현실을 벼텨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은 질문을 던질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폐허 한가운데서도, 가끔 독서만이 가능케 하는 그 놀랄 만한 인식력으로 그들은 다시 한 번 이해를 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독서가의 힘이라고 해서 모두가 계몽적인 것은 아니다. 하나의 텍스트를 창조할 수 있고, 그 텍스트의 의미를 다양화하고 그 텍스트로 과거와 현재를 비추고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해 낼 수 있는 똑같은 행위가 살아 숨쉬는 페이지를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책 읽기를 금지하겠다고 나서는 권위주의적인 독서가들, 읽어도 좋은 책과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을 가리겠다는 광적인 독서가들, 퇘락을 위한 책 읽기는 거부하고 자신들이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사실만 반복해서 이야기하기를 고집하는 금욕적인 독서가들, 이 모든 독서가들은 독서가가 지닌 거대하고 다양한 힘을 제한하려고 시도하는 존재들이다.
번역은 불가능한 작업이고, 배반이고, 기만이고, 날조이고, 희망 있는 거짓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번역은 독자들을 좀더 현명하고 훌륭한 청취자로 바꿔 놓는다.
우리가 각자의 언어로 텍스트를 읽을 때는 텍스트 자체가 한계가 된다. 우리는 그 텍스트의 단어가 허용하는 범위까지만 그 단어의 가능한 모든 정의를 포용하면서 파고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