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자냐? 네가?‘ 하지만 대답을 기다리려고도 하지 않고 얼른 덧붙여. - P506

‘대답하지 마라, 잠자코 있어.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 P506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잇다. 더구나 너는 네가 예전에 이미 한 말에 아무것도 덧붙일 권리가 없다. - P506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를 방해하러 온 것이냐? 너는 우리를 방해하러 왔고, 너 자신도 그걸 잘 알 테지. - P506

하지만 내일 무슨 일이 있을 건지 아느냐?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 P506

네가 그 자신이든, 아니면 그저 그의 모조든, 여하튼 내일로 나는 너를 단죄하여 가장 극악한 이단자로 화형에 처할 것이니, 그러면 오늘 너의 발에 입을 맞추었던 바로 그 백성들이 내일이면 내 손짓 한 번에 서로 앞다투어 달려들어 너를 태울 장작불에 숯덩이를 던져넣을 것이다. - P506

너는 이걸 알고 있느냐? 그래, 너는 아마 이것을 알고 있겠지.‘ 그는 한순간도 자신의 포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이렇게 덧붙였어." - P506

‘빵‘을 받아들였다면, 너는 개개의 인간 존재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보편적이고 영원한 인간적 갈망에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니- 그것은 바로 ‘누구 앞에 경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지. - P514

무릇 자유로운 존재로 머무르게 된 인간에게는 자신이 경배할 대상을 한시바삐 찾아내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걱정거리란 없는 법이다. - P514

여기 세 가지 힘, 이 나약한 반역자들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양심을 영원히 정복하고 사로잡을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세 가지 힘이 있으니- 그 힘들이란 기적, 신비, 그리고 권위이다. - P516

하지만 네가 알지 못했던바, 인간은 기적을 부정하는 그 순간 곧바로 신까지도 부정하게 되고 마니, 이는 인간이 신보다는 오히려 기적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17

인간이란 기적 없이 남아 있을 힘이 없는 까닭에, 자신에게 새로운 기적을, 이미 그들 자신만의 것인 기적들을 끝도 없이 만들어낼 것이고, 설령 골백번 반역자로, 이단자로, 불신자로 간주될지라도, 주술사의 기적과 아낙네의 마술 앞에 몸을 수그리고 절을 할 것이다. - P517

너는 그들이 너에게 야유를 퍼붓고 조롱하면서 ‘십자가에서 내려와봐라, 그러면 네가 바로 그라는 것을 믿으마‘라고 소리쳤을 때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았지. - P517

네가 내려오지 않았던 것은, 이번에도 인간을 기적의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고, 기적 신앙이 아니라 자유로운 믿음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 P518

네가 갈망한 것은 자유로운 사랑이지, 단 한 번에 영원토록 공포로 전율하게 하는 위력 앞에서 인간이 불가항력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노예같은 환희가 아니었던 것이다. - P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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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십시오, 신부님들." 장로는 (훗날 알료샤가 기억하는 한) 이렇게 가르침을 폈다. "하느님의 백성을 사랑하십시오. - P330

여기로 와서 이 담장 안에 틀어박혔다고 우리가 속세의 사람들보다 성스러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여기로 온 이는 누구나 이곳으로 왔다는 바로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자신이 속세의 모든 사람, 이 땅의 모든 사람과 모든 것보다 못하다는 점을 마음속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 P330

그리스도교를 부정하고 그것에 반기를 든 사람들조차 그 자신의 본질에 있어서는 스스로 그리스도의 형상 그대로이고 또한 그렇게 머물렀기 때문이며, 지금껏 그들의 지혜도, 그들 가슴의 열정도, 일찍이 그리스도가 제시한 것보다 더 높은 다른 형상을 인간과 인간의 존엄을 위해 창조해내진 못했기 때문이란다. - P346

학교 아이들이란 무자비한 족속입니다. 한 명씩 따로 있을 땐 하느님의 천사들이지만, 함께 있을 땐, 특히 학교에서는 무자비하기 일쑤입니다. - P414

모욕을 받은 사람은 사람들이 다들 무슨 은인이나 되는 듯이 자기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정말 지독하게 괴로운 노릇이거든요. - P434

만약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만들어냈다면, 그는 그것을 자신의 모습과 형상대로 만들어냈을 거야. - P481

잘 알아둬, 수련 수도사 양반, 이 지상엔 맹랑한 소리가 너무나도 필요해. 세상은 맹랑한 소리들을 발판 삼아 서 있고, 그것들이 없다면 아마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알 뿐이니까. - P491

박해자들을 지옥으로 보낸다고 해서 그게 나한테 무슨 소용 있느냔 말이다, 이미 아이들이 죽도록 학대당한 마당에 지옥이 무엇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는 건데? - P495

그리고 지옥이 존재한다면, 조화란 게 대체 무슨 놈의 조화냔 말이다. 나는 용서하고 싶어, 부둥켜 안고 싶어, 나는 사람들이 더이상 고통당하는 걸 원치 않아. - P495

그리고 아이들의 고통이 진리를 사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고통의 촐양을 채우는 데 쓰였다면, 미리 단언하지만, 모든 진리를 다 합쳐도 그만한 값어치는 안 돼. - P495

궁극적으로 나는, 개떼를 풀어 아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 그 박해자를 그 아이의 어머니가 얼싸안는 걸 원치 않아! 어머니가 감히 그자를 용서해선 안 돼! - P495

원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것만 용서해주면 되는 거야, 어머니로서 받았던 자신의 한량없는 고통에 대해서만 그 놈을 용서해주란 말이다. - P495

하지만 갈기갈기 찢겨 죽은 자기 아이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머니도 용서해줄 권리가 없고, 설령 아이 자신이 그 박해자를 용서한다 하더라도, 어머니는 감히 그놈을 용서해선 안 돼! - P495

차라리 나는 복수를 맛보지 못한 고통들과 함께 머무르겠어. 비록 내가 틀릴지라도, 차라리 나는 복수를 맛보지 못한 내 고통과 잠재우지 못한 내 분노 속에 머무르겠어. - P495

더구나 그 조화는 값을 너무 높이 매겨놓아, 우리의 주머니 사정으론 그 비싼 입장료를 치를 수도 없어. - P496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내 입장권을 돌려주려는 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정말 정직한 인간이라면, 되도록 빨리 그걸 돌려줄 의무가 있어. - P496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야. 나는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게 아니야, 알료사. 다만 아주 정중하게 그에게 입장권을 돌려주는 것뿐이지.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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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거짓말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종국엔 자신 속에서나 주위에서나 어떤 진실도 분간할 수 없게 되고, 그리하여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 P90

아무도 존경하지 않게 되면 사랑하길 멈추게 되고, 사랑이 없어지니 마음 붙일 곳을 찾아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정욕과 거친 쾌락에 빠져 완전히 짐승과 다름없는 죄악에 이르게 되며, 이 모든 게 다른 사람들과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거짓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 P90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쉽게 모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P91

실천적인 사랑은 몽상적인 사랑에 비해 엄혹하고 무서운 것이니까요. - P119

몽상적인 사랑은 금세 만족할 만한 신속한 위업을 갈망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봐주기를 갈망합니다. - P119

그러다보니 실제로, 단지 오래 끌지 않고 무대 위에서처럼 가능한 한 빨리 그 일이 이루어져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고 칭찬을 받을 수만 있다면 목숨마저 내놓기에 이릅니다. - P119

하지만 실천적인 사랑- 그것은 노동이자 인내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마 하나의 완전한 학문과도 같을 것입니다. - P119

그러나 미리 말씀드려두지만,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적에 가까이 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멀어진 듯하다는 것을 스스로 공포마저 느끼며 목도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미리 말씀드리는 바이지만, 부인께서는 갑자기 그 목적에 도달할 것이며, 언제나 부인을 사랑하시고 언제나 비밀스레 인도해주셨던 주님의 기적적인 힘을 부인 위에서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 P119

만약 우리 시대에도 사회를 보호해주고 심지어 범죄자마저 교화하여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은 다시금, 오로지 자신의 양심을 깨닫을 때 들려오는 그리스도의 계율뿐입니다. - P131

그리스도 사회의 아들, 즉 교회의 아들로서 자신의 죄를 깨달을 때에만, 그는 다름아닌 사회, 다시 말해 교회 앞에 자신이 지은 죄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 P131

이렇듯 오늘날의 범죄자는 오로지 교회 앞에서만 자신의 죄를 깨달을 수 있지, 결코 국가 앞에서가 아닙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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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를 믿음으로 이끄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 P54

진정한 현실주의자는, 만약 그가 믿음이 없는 자라면, 기적마저 믿지 않을 힘과 능력을 자기 안에서 항상 찾아내게 될 것이며, 기적이 자기 앞에서 물리칠 수 없는 사실이 될 때엔 그 사실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감각을 믿지 않으려 들 것이다. - P54

설령 그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그건 그저 자신이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을 뿐인 자연적인 사실로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 P55

현실주의자에게는 기적으로부터 믿음이 태어나느 게 아니라, 믿음으로부터 기적이 태어난다. - P55

현실주의자가 일단 믿음을 가지게 되면, 그는 다름아닌 자신의 현실주의로 말미암아 기적 또한 반드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55

사도 도마는 제 눈으로 보기 전에는 결코 믿지 않겠다고 단언했지만, 보고 나서는 "나의 주이시며, 나의 하느님이시나이다!"라고 말했다. - P55

과연 기적 때문에 그가 부득이 믿게 된 걸까? 필시 그렇지 않을 것이니, 그가 믿게 된 건 오로지 그가 믿고자 원했기 때문이며, 어쩌면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않겠다"고 말한 그때부터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완전히 믿고 있었을 것이다. - P55

장로란 여러분의 영혼과 여러분의 의지를 자신의 영혼과 자신의 의지 속으로 받아들이는 자이다. - P59

일단 장로를 택하게 되면, 여러분은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완전한 순종 자세로 완전한 자기부정 속에서 자기 의지를 그에게 바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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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사람들이란 설령 악인일지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단정짓는 것보다는 훨씬 순진하고 순박하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 P24

그러나 사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한평생 자신을 연출해 보이고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전혀 뜻밖의 어떤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무엇보다 때로는 아무런 필요도 없이, 심지어 지금처럼 자기에게 곧바로 해가 되는 경우에도 그렇게 했다. - P27

하지만 이런 특성은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또 표도르 바블로비치와는 비슷하지도 않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들에게조차 본래부터 주어진 고유한 속성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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