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한 가지만 말하면 된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 속에서 이 세상과 인생을 대대적이고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해명하는 위대한 힘이 도스토옙스키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통해서도 견지된다는 점이다. - P129

그 특징이란 생명을 향한 적극적인 관심, 인간에 대한 이해, 모든 피조물의 고통과 희망을 한없는 연민으로 품어 안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독보적이고 위대한 증언의 기록이다. - P129

"죄의 연대"(《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라는 큰 연결고리 안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재인식한다. - P131

사실 이것이야말로 이세상에 존재하는 연대 가운데 유일하게 참된 연대다. - P131

그곳에서 인간은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인생의 깊은 곤경 속에서 함께버티고 함께 구원을 기다린다. - P131

도스토옙스키는 낮은 곳에 있는 겸허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 P141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개혁과 혁명보다도 그들의 감추어진 힘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 P141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궁극적인 것, 하나님의 해법, 곧 "부활"을 지향하는 곳에서는 지금 이 시간과 세상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놀라운 부활의 전령이 나타난다. - P145

부활의 비유가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이 존재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만들어내는 반항적인 자기 방어 기제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변혁적이다. - P145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궁극적인 것, 하나님의 해법, 곧 "부활"을 지향하는 곳에서는 지금 이 시간과 세상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놀라운 부활의 전령이 나타난다. - P145

부활의 비유가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이 존재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만들어내는 반항적인 자기 방어 기제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변혁적이다. - P145

자유의 여정은 인생의 바닥에서 하나님의 가능성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가시화된다. - P147

결정적인 변화는 우리가 발버둥치고 억지를 써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그분의 영원한 능력에서 흘러나온다. - P147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은 평생토록 그 불멸을 찾아 헤맸던 격정적인 탐구의 여정이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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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타오르는열정과 자신의 모든 지식을 집약하여 쏟아부은 가장 무시무시한 공격은 종교와 교회를 겨냥한다. - P95

교회는 인간이 오로지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만을 향해 부르짖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곳, 그 깊은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 P105

그렇다고 하나님이 크신 권능과 진실한 사랑과 진실한 용서와 진실한 기적으로 계시하시는 저 높은 곳으로 인도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종교의 거짓말이며,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함이다. - P105

인생의 불가사의와 고통! 이것 자체가 이미 인간의 모든 생각을 뛰어넘는 해답을 갈구하면서 그 해답을 선포하고 있다. 미지의 신을 향해 부르짖으면서 이미 그분을 선포하고 있다. - P107

대심문관의 비범한 지성은 믿음이라는 것이, 믿음이라 불리는 그것이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모험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본다. - P115

"대심문관"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인간의 종교와 교회 안에 숨어 있는 깊은 불신앙을, 하나님을 향한 반역의 실체를 폭로한다. 그런데 이러한 폭로의 목적은 그 반역을 옹호하고 합리화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 P115

무엇이 악마인가? 인간-신이 아니라 참된 하나님, 저편의 하나님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하나님을 알고 싶어 하지않는 정신이 다름 아닌 악마다. - P116

하나님을 향하도록 창조되었으며, 그래서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하나님에게서 벗어나고자 거인 영웅적인 환상에 도취되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거짓말을 형상화한 것이 곧 악마다. - P116

무엇이 지옥인가? 자기의 인생이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음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인생이 곧 지옥이다. - P117

그렇게 되면 인생은 의미를 상실한다. 인생 전체가 터무니없는 것, 거짓된 것, 미쳐 날뛰는 것이 되어버린다. - P117

소실점을 상실한 그림 속의 선들이 제각각 흩어지듯이 인생의 노선들이 모조리 흩어져 버린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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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패닉 -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팬데믹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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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에 놓여있게 될 것인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위기 앞에서 많은 나라들이 속수무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가장 선진적이라고 자부했던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자랑했던 나라들도 연달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극단적 봉쇄조치도 새로운 재확산으로 인해 완벽한 방어책이 아님이 드러났다. 우리는 명확한 해결책이나 출구전략 없이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치료제와 백신만 바라보며 무력함에 빠져있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1949)은 이러한 상황 가운데 새롭게 생각해야 하고 돌아보아야 할 이면의 진실들을 들추어낸다. 현상 그 자체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역학을 조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아닌,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을 고민하게 해 준다.


지젝은 서문에서 부활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했던 말로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나를 만지지 마라"는 말이다. 만질 수 있는 인간이 아닌 사랑과 연대로 묶는 존재로 임재할 그리스도를 강조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금 우리에게 적실한 요청이다. 직접적인 대면이 아닌 내면을 통해 서로 접근하는 현실.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해야 함을 촉구한다. 감영병은 그저 자연의 우연성으로 발생한 것이며, 아무런 숨겨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거대한 사물의 질서 가운데서 아무런 중요성이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함을 인식함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들을 자세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저자는 그것이 어떤 다른 음모가 아니라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전 지구화, 자본주의 시장, 부유한 자들의 잦은 이동 등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 지구적 고통 앞에 우리는 같은 배에 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저자는 현재의 상황 가운데서 국가의 틀을 넘어서 연대와 협력을 주장한다. 그리하여 지구공동체로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할지, 그렇지 않으면 배제와 차별로 퇴행할지 선택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로 인한 바이러스의 확산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지젝은 이러한 관점으로 구체적인 예시들을 제시하고 실제적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더욱 확장된 관점으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통찰을 얻게 된다. 더불어 이 책에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세 편의 특별 기고문이 실려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지금 현실을 반영한 글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역자의 해설은 저자의 통찰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우리의 상황에 적합하게적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지금 정말로 슬퍼하고 있는 일은 우리의 생활양식 전체의 갑작스러운 종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이 상실을 애도할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 - P12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는 우리의 욕망을 새롭게 발명하는 일이다. 우리는 욕망의 좌표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 P13

사랑의 기적이란 당신이 내가 파악할 수 없는 기적으로 남아 있는 한에서, 또한 나에게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한에서 당신이 나의 나 됨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 P18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기반들 자체를 흔들어놓을 것이며, 엄청난 양의 고통은 물론 대불황the Great Recession 보다 더 극심한 경제적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길은 없고, 새로운 ‘일상normal’이 옛 우리 삶의 잔해들로부터 만들어지거나, 이미 조짐이 선명하게 보이는 새로운 야만에 접어들게 될터다. 이 감염병을 하나의 재수 없는 사건으로 여겨서, 우리의 건강관리 체계를 약간만 조정한 채, 그 결과들을 삭제하고 예전처럼 매끄러운 일 처리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수년에 걸쳐 경고했음에도 우리를 아무 대비 없이 파국에 빠지게 만든 우리 시스템은 뭐가 잘못된 것일까? - P19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에, 우리는 시장 메커니즘이 혼란과 기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대다수에게 ‘공산주의적‘으로 보이는 조치들이 전 지구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생산과 분배의 조정이 시장의 조절력 바깥에서 진행될 것이다. - P28

우리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자연의 우연성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한 결과요, 그냥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아무 숨겨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다. 더 거대한 사물의 질서 한가운데 인간은 특별히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이 가하는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당국에 긴급 원조를하며 협조를 구했다. 선의와 인간적 도리 때문이 아니라 거기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단순한 사실때문이었다. 한 집단이 감염된다면 다른 집단도 불가피하게 고통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학으로 번역해야 할 현실이 여기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 (또는 다른 누구든) 먼저!" 라는 모토를 버려야 할 때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반세기도 전에 설파했듯 "모두 다른 배를 타고 왔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다. - P31

감염병의 결과들을 처리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는 힘들고 소모적인 노동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일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미 있는 노동이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어리석은 노력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만족을 가져오는 노동이다. 한 의료노동자가 초과근무 때문에 완전히 기진맥진할 때, 한 요양보호사가 벅찬 임무에 지쳐버릴 때, 그들은 강박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피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치는 것이다. 그들의 피로는 보람 있고 값지다.
- P43

우리는 그저 바이러스의 위협에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파국들이 우리 눈앞에서 어른거리거나 이미 벌어지고 있다. 가뭄, 폭염, 태풍 등 그 목록은 길게 이어진다. 이 모든 경우에 해답은 공포가 아니라 효율적인 전 지구적 협력을 어떤 형태로든 구축하는 굳세고 간절한 노력이다 - P59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은 생명의 하부층위sub-layer, 즉 죽지 않고, 어리석으리만치 반복하며, 유성생식을 하지 못하는 바이러스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하부층위는 항상 거기에 있어왔고, 어두운 그림자처럼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하면서 우리의 생존 자체에 위협을 가하고, 가장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터져버릴 것이다. - P7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시장 중심 지구화의 한계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한 국가 주권을 주창하는 국수주의적 포퓰리즘의 훨씬 더 심각한 한계 또한 알려준다. - P89

국가의 지배력을 개선하기 위해 전 지구적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일이 정말로 자본과 국가권력의 이익에 부합할까? 평범한 국민들뿐 아니라 국가권력 자체도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증거들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이 증거들이 정말로 한갓 책략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 P97

지금 이 현실은 이미 상상된 적이 있던 그 어떤 시나리오도 따르지 않을 테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필사적으로 새로운 대본들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 인식의 지도 그리기를 건네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들, 우리가 어디로 향할지 그려줄 현실적이면서도 파국적이지 않은 의미가 담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희망의 지평선, 그리고 펜데믹 이후의 새로운 할리우드가 필요하다 - P172

우리가 어떤 길을 갈지, 이 선택은 과학이나 의학과 상관없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선택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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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본적 수준에서 우리는 이윤 가능성이라는 논리를 과감히 건너뛰고 한 사회가 계속 작동하기 위해 자원들을 동원할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 P170

지금 이 현실은 이미 상상된 적이 있던 그 어떤 시나리오도 따르지 않을 테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필사적으로 새로운 대본들이 필요하다. - P172

우리 모두에게 인식의 지도 그리기를 건네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들, 우리가 어디로 향할지 그려줄 현실적이면서도 파국적이지 않은 의미가 담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 P172

우리에게는 희망의 지평선, 그리고 펜데믹 이후의 새로운 할리우드가 필요하다. - P172

우리가 어떤 길을 갈지, 이 선택은 과학이나 의학과 상관없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선택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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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적 현실에 큰 변화가 없다면 위협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령적 환상으로 체험되며 그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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