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고통은 자기 자신에 대한 그 어떤 앎에도 이르게 하지 못한다. 설혹 자기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은 그 고통을 다루고 해결하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 소외 말하는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내면의 구축 자체를 무화시키는 고통이 있다. 정도가 압도적인 고통, 결말이 죽음에 이르는 절대적인 고통, 전적으로 자기와는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찾아오는 고통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이 가치가 있고 어떤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고통을 대면할 때마다 이를 회피하려고 하면서도 그 고통으로부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고 싶어한다. 이를 위한 노력이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공간인 내면을 구축하게 한다.
안간에게 가장 큰 고통이 ‘무가치‘이며 ‘무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무의미한 고통을 계속 겪고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고통이 자기에 대한 앎에 이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통을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혹은 격렬하게 겪는 것은 개인에게 이유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통을 야기한 원인은 그 개인에게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