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에셀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다른 것들과 섞인 채 매일의 순간 속으로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자주 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 기억뿐일 때, 에벤에셀은 우리가 더 오랜 기간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의 에벤에셀이 저기에 있는데 모를 수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신앙 여정에는 헌신하기에 앞서 아는 것을 먼저 내려놓는 것,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심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돈이든 교양이든 지식이든 학점이든 스펙이든 앞뒤 돌아보지 않고 쌓고 축적하고 평가받기 바쁜 세상에서, 왜 그런 것들을 가져야 하는지 잠시 멈추어서 사유하고 따져 묻는 자리가 되어주는 글쓰기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가 이것이다. 존재를 닦달하는 자본의 흐름에 익사당하지 않고 제정신으로 오늘도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자기 돌봄의 방편이자, 사나운 미디어의 조명에서 소외된 내 삶 언저리를 돌아보고 자잘한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어 밝히는 윤리적 행위이자, 이야기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야기를 살려내고 기록하는 곡진한 예술적인 작업으로서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