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당연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 P58

당연히 기존 방식과 문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해관계에 따라서 기존 방식과 새로운 변화 중 어떤 것이 이득일지도 따질 수 밖에 없다. - P58

중요한 건 2천 년 이상 이어온 악수라는 세계 공통의 보편적 인사법마저도 언컨택트 시대를 맞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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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나는 이 집에 왔다.
아오야마 나나에, 정유리 옮김, 『혼자 있기 좋은 날』, 이레, 2007.

처음 나흘 동안은 계속해서 비가 쏟아졌다.
V. S. 나이폴, 최인자 옮김, 『도착의 수수께끼』, 문학과지성사, 2015.

그래, 이곳으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김재혁 옮김, 『말테의 수기』,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 질 무렵.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홍대화 옮김, 『죄와 벌』, 열린책들, 2009.

무더운 어느 봄날 해 질 무렵 파트리아르흐 연못가에 두 시민이 나타났다.
미하일 불가코프, 김혜란 옮김, 『거장과 마르가리타』, 문학과지성사, 2008.

점쟁이에게 내 앞날을 점쳐 보고 돌아오던 날 오후, 나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기이한 풍경을 만났다.
윤순례,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민음사, 2005.

사람들은 믿지 않을 테지만, 왜냐하면 나도 믿지 않았으니까, 광화문 한복판에 땅굴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승우,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창해, 2005.

1965년 8월 8일 아침,
워싱턴 주의 벨링햄.
로버트 제임스 월러, 공경희 옮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공사, 1993.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982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겨레신문사, 2003.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랠프 엘리슨, 조영환 옮김, 『보이지 않는 인간』, 민음사, 2008.

테레즈, 많은 사람들이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프랑수아 모리아크, 조은경 옮김, 『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1.

헝가리 식당에서 스테이크 네 조각을 깨끗이 먹어 치웠지만, 방으로 가기 위해 호텔 복도를 지날 때 프레디 만치니는 그래도 허기가 졌다.
레온 드 빈터, 유혜자 옮김, 『호프만의 허기』, 디자인하우스, 1996.

그 이야기는 난롯가에 앉아 있는 우리를 숨도 쉴 수 없으리만치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헨리 제임스, 정상준 옮김, 『나사의 회전』, 시공사, 2010.

나는 그 이야기를 여러 사람한테서 조금씩 얻어들었고, 이런 경우에 으레 그러하듯이 그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디스 워튼, 김욱동 옮김, 『그 겨울의 끝』, 열린책들, 2002.

그 일에 대해 나는 굳이 알고자 하진 않았지만 결국 알게 되었다.
하비에르 마리아스, 김상유 옮김, 『새하얀 마음』, 문학과지성사, 2015.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다케우치 마코토, 오유리 옮김, 『도서관에서 만나요』, 웅진지식하우스, 2011.

사람 하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쯤 간단하지 않을까.
가쿠다 미쓰요, 권남희 옮김, 『종이달』, 예담, 2014.

혹시, 이 사람을 찾고 있나요?
텐도 아라타, 권남희 옮김, 『애도하는 사람』, 문학동네, 2010.

그러고 보니 소설이란 게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시간의 기록인 것만 같다.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간 기록. 바로 그 문장을 쓴 자까지 포함한,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그 모든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아름다워야 한다.
천운영, 『생강』, 창비, 2011.

우선, 내가 주인공임을 밝혀 둔다.
최민석, 『능력자』, 민음사, 2012.

1) 오후 시간을 욕실에서 보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곳에서 살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장 필립 뚜생, 이재룡 옮김, 『욕조』, 세계사, 1991.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서머싯 몸, 송무 옮김, 『달과 6펜스』, 민음사, 2000.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제임스 매튜 배리, 이은경 옮김, 『피터 팬』,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항상 단 한 사람이 문제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한 사람. 우리의 주인공. 어떤 식으로든 달라야 하는 한 사람. 장삼이사나 필부필부라면 굳이 발견하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는 그 다른 점을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하는 사람. 정 안 되면 처음 만났을 때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노라고 쓰기라도 해야 하는 사람. 심지어 더는 자라지 않는 것마저 특징이자 다른 점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주인공.

불길함.
구효서, 『낯선 여름』, 중앙일보사, 1995.

사방을 에워싼 석벽에서 몸뚱이들이 솟구쳐 올랐다.
페터 바이스, 탁선미 옮김, 『저항의 미학 1』, 문학과지성사, 2016.

내 머리 위에는 흑단목으로 조각한 털보 난쟁이 형상이 두 손에 촛대를 쥐고 있는 모습의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페터 바이스, 남덕현 옮김, 『저항의 미학 2』, 문학과지성사, 2016.

그녀는 눈 속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페터 바이스, 홍승용 옮김, 『저항의 미학 3』, 문학과지성사, 2016.

태초에 강이 있었다.
벤 오크리, 장재영 옮김, 『굶주린 길』, 문학과지성사, 2014.

16세기 중엽 하펠 강가에 미하엘 콜하스라는 말장수가 살았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황종민 옮김, 『미하엘 콜하스』, 창비, 2013.

1801년.
에밀리 브론테, 김정아 옮김, 『폭풍의 언덕』, 문학동네, 2011.

1850년 무렵, 알자스 지방에 살고 있던 한 초등학교 선생이 아이들에게 들볶이다 못해 식료품상으로 직업을 바꾸고 말았다.
장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말』, 민음사, 2008.

1888년 폰 파제노 영주는 일흔 살이었다.
헤르만 브로흐, 김경연 옮김, 『몽유병자들』, 열린책들, 2007.

무술년 이월 초이틀이었다.
김동인, 『운현궁의 봄』, 애플북스, 2004.

1926년의 일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허희정 옮김, 『인간의 대지』,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그 사건들은 1938년에 내게 일어났다.
모리스 블랑쇼, 고재정 옮김, 『죽음의 선고』, 그린비, 2011.

가아프의 어머니인 제니 필즈는 1942년, 보스턴의 어느 영화관에서 어떤 남자를 해쳤다고 체포되었다.
존 어빙, 안정효 옮김, 『가아프가 본 세상』, 문학동네, 2002.

1945년 1월 25일, 나는 민도로 섬 남쪽의 산속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었다.
오오카 쇼헤이, 허호 옮김, 『포로기』, 문학동네, 2010.

나는 1967년 봄에 그와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폴 오스터, 이종인 옮김, 『보이지 않는』, 열린책들, 2011.

1969년 9월 4일 뉴욕.
시드니 셀던, 김시내 옮김, 『천사의 분노』, 북앳북스, 2004.

1975년의 춥고 흐렸던 어느 겨울날,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지금의 내가 되어 버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이미선 옮김, 『연을 쫓는 아이』, 열림원, 2007.

1984년 어느 여름날 아침 평소보다 늦게, 조이드 휠러는 지붕 위에서 쿵쿵거리고 돌아다니는 어치떼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서 스멀스멀 움직이는 무화과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자기도 모르게 잠에서 깼다.
토머스 핀천, 박인찬 옮김, 『바인랜드』, 창비, 2016.

1990년 10월 3일, 화요일 아침 10시 30분.
제임스 미치너, 윤희기 옮김, 『소설』, 열린책들, 2009.

2002년 7월 어느 겨울날, 조제 파울로라는 남자는 썩은 마룻바닥에 구멍을 냈다.
헤닝 망켈, 김재성 옮김, 『불안한 낙원』, 뮤진트리, 2015.

말에는 정처가 없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그 말로 정처를 찾고자 한다. 정처 없는 그 말들의 정처를 찾는 행위의 집합이 곧 정치政治이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말로 정처를 찾고자 하는 말하는 사람의 욕망이, 어디든 정처를 갖지 않으려는 말의 욕망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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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Uncontact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P7

사람에겐 사람과의 연결과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언컨택트다. - P7

언컨택트는 불안하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다. - P7

언컨택트는 우리의 소비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유통 산업을 비롯,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 종교와 정치, 연애도,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 우린 지금 언컨택트의 시대를 맞이했다. - P7

흥미로운 건 불안과 편리, 이 두 가지가 언컨택트 트렌드의 핵심 배경이라는 것이다. - P8

서로 다른 두 가지 욕망, 그것도 두 가지가 서로 극과 극에 있는 욕망인데 어떻게 하나의 트렌드 속에 자리 잡고 있을까? - P8

이것이 바로 언컨택트가 전방위적 욕망이자, 일시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진화해왔던 방향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8

그리고 이건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얘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8

위기 때문에 언컨택트가 필요하고, 기회 때문에 언컨택트가 필요하다. - P8

언컨택트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영역이자,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메가 트렌드 중 하나다. - P8

언컨택트의 욕망은 컨택트의 본능이자 문화를 지속하려는 관성에서비롯된다. 전면적 언컨택트가 아닌, 컨택트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의 부분적 언컨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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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春姬이다.
천명관, 『고래』, 문학동네, 2004.

내 이름은 소라.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창비, 2014.

우리 아버지의 성姓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었는데, 어린아이 적 내 짧은 혀는 이 이름과 성을 ‘핍’ 이상으로 길게도 분명하게도 발음하지 못했다.
찰스 디킨스, 이인규 옮김, 『위대한 유산』, 민음사, 2009.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 두자.
허먼 멜빌, 김석희 옮김, 『모비딕』, 작가정신, 2011.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만큼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경우는 없다.
고종석, 『해피 패밀리』, 문학동네, 2013.

뤄 독찰督察은 병원 냄새를 싫어했다.
찬호께이, 강초아 옮김, 『13.67』, 한즈미디어, 2015.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이방인』, 민음사, 2011.

"오늘 엄마가 죽었어요……."
미셸 깽, 김예령 옮김, 『겨우 사랑하기』, 문학세계사, 2003.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아니 에르노, 정혜용 옮김, 『한 여자』, 열린책들, 2012.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정유정, 『7년의 밤』, 은행나무, 2011.

내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는 아버지의 죽음을 도운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언 매큐언, 손홍기 옮김, 『시멘트 가든』, 열음사, 2005.

공포증은 영어로 포비아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호모포비아나 제노포비아처럼 사회적인 현상을 가리킬 때도 쓰지만, 폐소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처럼 개인적인 증상을 가리킬 때도 쓴다.

그는 이혼까지 한, 쉰둘의, 남자치고는, 자신이, 섹스 문제를 잘 해결해 왔다고 생각한다.
존 쿳시, 왕은철 옮김, 『추락』, 동아일보사, 2000.

쉰 살이고, 여자와 잠을 같이 잔 지 4년도 넘었을 때였다.
찰스 부코스키, 박현주 옮김, 『여자들』, 열린책들, 2012.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제인 오스틴, 윤지관·전승희 옮김, 『오만과 편견』, 민음사, 2003.

‘아내 문제’의 해법을 발견한 것 같다.
그레임 심시언, 송경아 옮김, 『로지 프로젝트』, 까멜레옹, 2013.

딘을 처음 만난 것은 아내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잭 케루악, 이만식 옮김, 『길 위에서』, 민음사, 2009.

그해 겨울, 나는 추상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리오 비토리니, 김운찬 옮김,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민음사, 2009.

나는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웅진지식하우스, 2013.

제법 오랫동안 힘들어했다. 나중에 알았다. 그 분노가 터져 버리거나 해소되지 못하고 그토록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이유를. 그건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텅 빈 분노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텅 빈 분노처럼 보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분노라는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서.

결국 나는 텅 빈 분노 뒤에 숨어 그 분노가 나와 싸우지 않도록, 말하자면 나를 해치지 않도록 막았던 것이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수키 킴, 이은선 옮김, 『통역사』, 황금가지, 2005.

딱 하고 성냥 긋는 소리, 뒤이어 치직 타들어 가는 소리에 나는 바로 잠이 깼다.
주디 블런델, 김안나 옮김, 『그 여름의 거짓말』, 문학동네, 2013.

나는 어머니의 방에 있다.
사뮈엘 베케트, 김경의 옮김, 『몰로이』, 문학과지성사, 2008.

머릿속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든다.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 민음사, 2013.

하루하루가 너무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토니 모리슨, 이상영 옮김, 『가장 푸른 눈』, 백양출판사, 1993.

일상은 점점 하찮은 것이 되어 갔다.
베른트 슈뢰더, 박규호 옮김, 『요하네스와 마르타의 특별한 식탁』, 제이앤북, 2004.

오늘은 최악이다.
이인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세계사, 1992.

시간만큼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난 뒤에야 겨우 ‘오늘’이라고 설정할 수 있었다.
잉에보르크 바흐만, 남정애 옮김, 『말리나』, 민음사, 2010.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키친』, 민음사, 1999.

그는 홀로 술을 마셨다.
존 스티클리, 박슬라 옮김, 『아머: 개미전쟁』, 구픽, 2016.

자, 이야기를 계속해 봐.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해 보려고 한다.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김상훈 옮김, 『매혹』, 열린책들, 2006.

시작은 언제나 계속된다. 이야기가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삶과 달리 이야기는 내가 시작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라는 말로 시작될 때, 이야기는 이미 자신이 삶과 얼마나 다른지 알려 주는 셈이다.

어느 날에는 삶이 있다.
폴 오스터, 황보석 옮김, 『고독의 발명』, 열린책들, 2001.

어느 날, 공중 집회소의 홀에서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이미 노인이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김인환 옮김, 『연인』, 민음사, 2007.

‘어느 날’은 조용히 지나가는 일상의 하루이면서 동시에 일상에서 벗어난 아주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올 만한 순간이지’, 베르나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앙드레 지드, 권은미 옮김, 『위폐범들』, 문학과지성사, 2012.

누군가 문 앞을 바삐 달려가는
발소리가 났을 때, 다이스케代助의
머릿속에는 하늘에 걸려 있는
커다란 나막신이 떠올랐다.
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그 후』, 현암사, 2014.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사데크 헤다야트, 배수아 옮김, 『눈먼 부엉이』, 문학과지성사, 2013.

내면의 풍경이란 게 있다.
조세핀 하트, 공경희 옮김, 『데미지』, 그책, 2011.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실제로 ‘고독 속에서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라고 불러 줄 만하다. 잠식蠶食이라는 말 그대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욕망이 영혼을 야금야금, 쉬지 않고 갉아먹으니까.

그 소문을 들은 때는 확실히 1664년 9월 초순이었다.
다니엘 디포, 박영의 옮김, 『전염병 연대기』, 신원문화사, 2006.

이 기록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X년에
오랑에서 발생했다.
알베르 카뮈, 이휘영 옮김, 『페스트』, 문예출판사, 2012.

K는 밤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옮김, 『성』,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이 거울과 면도칼이 엇갈려 놓여 있는 면도 물 종지를 들고, 층층대 꼭대기에서 나왔다.
제임스 조이스, 김종건 옮김, 『율리시스』, 생각의나무, 2007.

물에 헹군 면도날을 다시 넣고 면도기를 잠근 기노시다 히데요는 세면기에 물을 받아 턱과 볼에 묻은 거품을 씻었다.
복거일, 『비명碑銘을 찾아서』, 문학과지성사, 1987.

지하철이 아야세 역을 출발할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화차』, 시아출판사, 2000.

녹슨 감정이 또다시 비 오는 날과 맞닥뜨렸다.
류이창, 김혜준 옮김, 『술꾼』, 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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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5분, 이시가미는 평소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연립주택을 나섰다.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옮김, 『용의자 X의 헌신』, 현대문학, 2006.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장희창 옮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2010.

모든 건 잠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데리크 베그베데, 문영훈 옮김, 『9,900원』, 문학사상사, 2004.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카타리나 하커, 장희창 옮김, 『빈털터리들』, 창비, 2008.

"잠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일시적인 존재"들이 계속 달라진다. 단 한 순간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몸을 바꾸거나 처소를 바꾼다.

모든 건 그런 것이리라. 모든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 아니 너무 빈번하게 달라져서 미처 눈치채지 못할 뿐, 지금도 달라지느라 여념이 없는 것.

그러니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어쩌면 어제의 그 사람은 분명하지만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에서 밤사이 수도 없는 변화를 거쳤을 존재와 마주하고서 그 모든 변화에게 전하는 인사일는지도.

‘안녕하세요? 당신은 물론 당신 안에서 지금도 변하고 있는 그 모든 것까지도요. 당신이라는 이름의 그 모든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파트릭 모디아노, 김화영 옮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2010.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요 네스뵈, 노진선 옮김, 『네메시스』, 비채, 2014.

누구나 특별한 존재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특별함이 차고 넘친다. 아무것도 아닌 특별함이랄까. 그렇다고 그 특별함이 의미를 잃는 건 아니다. 색이 바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다 특별한 데도 각각의 특별함이 의미를 잃지 않는 특별함이라니.

그래, 사실이다.
귄터 그라스, 장희창 옮김, 『양철북』, 민음사, 1999.

처음엔 실수로 시작되었다.
찰스 부코스키, 박현주 옮김, 『우체국』, 열린책들, 2012.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폴 오스터, 황보석 옮김, 『뉴욕 3부작』, 열린책들, 2003.

시작점을 짚어 내는 건 쉽다.
이언 매큐언, 황정아 옮김, 『이런 사랑』, 미디어2.0, 2008.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줄리언 반스, 최세희 옮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다산책방, 2012.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제프리 무어, 윤미연 옮김, 『기억술사』, 푸른숲, 2011.

인생에서 최초로 기억나는 때가 언제야?
노자와 히사시, 신유희 옮김, 『연애시대』, 소담출판사, 2006.

최초의 기억 같은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온전히 내 기억인지 아니면 하도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느끼는 건지 의심스러우니까. 외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지워 내지 못한 기억이라는 방증일 테니까.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존 맥그리거, 이수영 옮김,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민음사, 2010.

누군가의 읊조림이, 그 반복적인 구절들이 내 의식의 가두리에서 물결처럼 철썩인다.
마보드 세라지, 민승남 옮김, 『테헤란의 지붕』, 은행나무, 2010.

길게 뻗어 있는 하얀 구름들 아래, 번쩍거리며 빛나는 강렬한 태양 아래, 환하고 밝은 하늘 아래 처음으로 들려온 것은 한참이나 이어지는 경적 소리였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배수아 옮김, 『제국』, 문학과지성사, 2013.

절규는 하늘을 가로질러 온다.
토마스 핀천, 이상국 옮김, 『중력의 무지개』, 새물결, 2012.

개.
러셀 뱅크스, 박아람 옮김, 『달콤한 내세』, 민음사, 2009.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후안 룰포, 정창 옮김, 『불타는 평원』, 민음사, 2014.

한 마리의 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장욱,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문학수첩, 2005.

그것은 회색 개였다.
로맹 가리, 백선희 옮김, 『흰 개』, 마음산책, 2012.

신지는 거리에 지하철이 들어온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사다 지로, 정태원 옮김, 『지하철』, 태동출판사, 2000.

해는 서쪽 산 너머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백가흠, 『나프탈렌』, 현대문학, 2012.

해가 또 기울었다.
성커이, 허유영 옮김, 『중독』, 자음과모음, 2011.

왜 웃어요? 하고, 은색의 루즈를 입술에 바른 거리의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을 때 나는 조금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 문학동네, 2000.

우리는 왜 웃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옮김, 『웃음』, 열린책들, 2011.

아말은 군인의 눈을 자세히 쳐다보고 싶었지만, 그의 자동소총 총구가 이마에 닿아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수전 아불하와, 왕은철 옮김, 『예닌의 아침』, 푸른숲, 2013.

갈색 털이 무성한 손이 불쑥 내 코앞까지 뻗어와 멈추었다.
박완서, 『나목』, 세계사, 1995.

내 본당은 여느 본당과 같다.
조르주 베르나노스, 정영란 옮김,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민음사, 2009.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던 그날, 보셰프는 그동안 생계를 의지해 왔던 작은 기계 공장에서 해고되었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김철균 옮김, 『코틀로반』, 문학동네, 2010.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페터 한트케, 윤용호 옮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2009.

내장內臟 사실주의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친절한 제안을 받았다.
로베르토 볼라뇨, 우석균 옮김, 『야만스러운 탐정들』, 열린책들, 2012.

심장의 삶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손화수 옮김, 『나의 투쟁』, 한길사, 2016.

나는 잠을 깼고, 엄마가 거기에 있었다.
얀 마텔, 황보석 옮김, 『셀프』, 작가정신, 2006.

엄마가 살려 달라고 외쳤을 때,
난 놀라지 않았다.
랜디 수전 마이어스, 홍성영 옮김, 『살인자의 딸들』, 알에이치코리아, 2014.

엄마는 병실 침대에 모로 누워 있다.
서유미, 『끝의 시작』, 민음사, 2015.

스물아홉의 나에게는 한 가지 희망과 한 가지 절망이 있다.
박상우, 『비밀 문장』, 문학과지성사, 2016.

희망이나 절망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희망과 절망에 날짜를 기입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희망에 날짜를 입히는 건 바람이나 다짐일 뿐이고, 모든 종말론이 우스개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종말이라는 개념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날짜 때문이다.

먼저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에밀 아자르, 용경식 옮김,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2003.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올더스 헉슬리, 안정효 옮김,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맞던 그날, 보셰프는 그동안 생계를 의지해 왔던 작은 기계 공장에서 해고되었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김철균 옮김, 『코틀로반』, 문학동네, 2010.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페터 한트케, 윤용호 옮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2009.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2006.

모든 위반은 사후적이라는 말은 적확하다. 금기는 그 선을 넘고 난 이후의 상황이 상상 가능할 때 비로소 효력을 띠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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